서 론
야생조류는 주로 음향 신호와 시각 신호에 의해 서로 통 신한다. 음향 신호는 필요시 효율적으로 대량의 정보를 장 거리로 전송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이다. 야생조류의 음 향 신호는 영역 알림, 구애, 위협 경고, 어미와 새끼의 상호 작용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Kumar, 2003), 많은 영역성 조류들의 장거리 음향신호는 영역방어 와 배우자 유인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Catchpole and Slater, 2008).
대부분의 야생조류는 울음관을 이용해 발성을 하나, 일부 종은 부리와 깃털 등의 마찰을 이용한 비발성 음향을 사용 하기도 하는데(Kumar, 2003; Brackenbury, 1982), 딱다구 리목은 비발성 신호로써 드러밍을 사용하고 있다(Dodenhoff et al., 2001). 드러밍은 나무구멍을 만들거나 먹이를 찾는 것과 달리 빠르고 반복적으로 물체를 부리로 두드려 소리를 내는 일련의 행동인데(Bent, 1939; Pynnonen, 1939; Short, 1974), 신호를 생성하는데 부리 이외에 별도의 기판(나무 줄기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특별하다(Skutch, 1985).
도구를 이용한 신호로서 드러밍은 장거리 통신의 한 형태 이며, 이 신호를 통해 이종 또는 동종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Crockett, 1975; Duncan, 1990; Dodenhoff et al., 2001). 드러밍의 기능은 영역 알림, 구애, 배우자와의 관계 유지, 지역 내 개체군과의 의사소통 등으로 알려져 있다 (Wilkins and Ritchison, 1999). 드러밍은 대부분 새의 발성 노래와 유사한 특성을 가지며, 참새목의 다양한 노래에 대응 한 진화의 결과로 여겨지고 있다(Pynnonen, 1939; Lawrence, 1967). 드러밍에는 다양한 종간 작용이 있지만, 주로 동종의 드러밍에 동종이 동등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Lawrence, 1967; Winkler and Short, 1978).
드러밍의 계절적 변화를 살펴보면 번식 직전에 드러밍을 시작하여 3월 중순에 절정에 달하고 4월에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이를 통해 드러밍의 주요 기능이 배우자를 찾기 위한 울음이라는 결론(Tremain et al., 2008)이 설득력을 얻 고 있다. 드러밍의 일주기와 관련해서는 오색딱다구리 (Great spotted woodpecker)의 수컷은 구애를 위해 하루에 500~600번의 드러밍을 한다는 연구가 있었다(Kumar, 2003).
한국에 서식하는 딱다구리목과 관련된 연구는 번식 특성 에 관한 연구(Won and Koo, 1986; Kwon et al, 2012), 먹이 자원에 관한 연구(Yang et al., 2009), 서식환경에 관한 연구 (Kim et al, 2011; Hong et al, 2013) 등에 국한되어 있었고 딱다구리의 음향특성에 관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국제 적으로도 야생조류에서 비발성 음향신호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연구는 미흡하며(Prum, 1998), 딱다구리의 드러밍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다(Dodenhoff et al., 2001). 따 라서 본 연구는 국내 서식이 확인된 딱다구리 11종(Kwon et al, 2012) 중 크기가 확연히 다른 까막딱다구리, 오색딱다 구리, 쇠딱다구리 3종을 대상으로 이들의 드러밍 음향특성 을 밝혀 딱다구리목의 생물음향학적 특성 이해를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다.
연구방법
1연구대상지 및 대상종
연구대상지는 강원도 원주시 치악산국립공원 구룡사계 곡과 상지대학교 캠퍼스와 접한 산림을 대상으로 하였다. 대상종은 국내에서 서식이 확인된 딱다구리 11종 중 몸의 크기차이가 명확한 까막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쇠딱다구 리 3종을 선정하였다. 까막딱다구리는 몸길이 45cm의 대형 딱다구리로 (Lee et al., 2000) 고사목이 많은 천연활엽수림, 혼효림 및 침엽수림에 서식하는 텃새이다(Won, 1981). 현 재 우리나라 산림은 역사적으로 각종 훼손에 의해 대경목 군락이 상대적으로 넓지 않은 관계로 개체수가 많지 않아 쉽게 볼 수 없는 종으로 천연기념물 제 242호로 지정․보호하 고 있는 종이다. 오색딱다구리와 쇠딱다구리는 각각 몸길이 24cm, 15cm의 텃새이며 공원, 야산, 산림에 흔하게 서식하 는 텃새이다(Lee et al., 2000).
2드러밍 녹음
드러밍 녹음은 현장에서 녹음기를 들고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딱다구리의 드러밍 소리, 울음소리가 나면 해당 지 역으로 찾아가 종을 확인한 후 녹음을 실시하였다. 녹음은 드러밍이 중지될 때까지 지속하였으며, 드러밍이 장시간 지 속될 경우 10분을 녹음하고 종료하였다. 종 동정은 Swarovski optik pocket 8×10 쌍안경을 이용하였다. 녹음장비는 Idam PRO U11 Digital voice recorder에 녹음 파일 포맷은 PCM-48kHz의 24bit로 세팅하였다. 마이크는 Phoism사의 MIC-120 Shotgun Microphone 지향성 마이크를 이용하였 고 윈드스크린을 장착하였다. 조사 시기는 치악산국립공원 구룡사계곡은 2014년 3월 28일, 상지대학교 캠퍼스는 4월 16일 실시하였고, 조사시간대는 오전 7~10시이었다. 치악 산국립공원에서는 까막딱다구리와 쇠딱다구리의 드러밍을 녹음하였으며 오색딱다구리는 상지대학교에서 자료를 녹 음하였다. 녹음 당시 날씨는 구름이 없고 바람이 불지 않는 맑은 날씨이었다.
3종별 드러밍 음향특성 분석
딱다구리 드러밍 소리 분석 프로그램은 Adobe Audition CC(version 6.0)을 이용하였다(Bee and Swanson, 2007). 용어의 사용에 있어서 혼동을 피하기 위해 한번 부리로 나 무를 친 것을 두드림으로 표현하였고 부리로 나무를 치기 시작하여 종료될 때까지를 드러밍으로 표현하였다. 드러밍 분석 항목은 회당 드러밍 시간, 두드림 횟수, 두드림 속도, 두드림 간격, 우점 주파수의 5가지를 분석하였다. 드러밍 시간, 두드림 횟수, 두드림 간격은 Sonogram을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두드림 속도는 두드림 횟수를 드러밍 시간으로 나누어 초당 두드림 횟수를 산출하였다. 우점 주파수는 Sonogram상 나타나는 개별 두드림의 주파수 분석(Frequency power spectrum)을 실시하여 최고 주파수 봉우리에 해당하 는 우점주파수 수치를 측정하였다(Figure 1).
딱다구리 드러밍 분석 개수는 녹음 중에 드러밍을 중단하 고 이동한 까막딱다구리와 오색딱다구리의 경우 각각 28회 와 16회를 분석하였고, 쇠딱다구리는 장시간 동안 드러밍을 지속하여 50회 이상의 샘플을 수집한 후, 그 중 30회를 분석 하였다. 두드림 간격 및 우점 주파수 분석을 위한 개별 두드 림 분석 개수는 까막딱다구리 833회, 오색딱다구리 239회, 쇠딱다구리 187회이었다. 각 종별 분석항목의 비교는 분산 분석(analysis of variance: ANOVA)을 이용하여 분석하였 고, 프로그램은 IBM SPSS Statistics(Ver. 21)을 이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1종별 드러밍 음향특성 통계량
딱다구리 종별 드러밍 시간은 까막딱다구리는 최소 1.367 초에서 최대 2.571초이었으며 평균 1.614초이었다. 오색딱 다구리는 최소 0.550초에서 최대 0.760초이었으며 평균 0.683초이었다. 쇠딱다구리는 최소 0.100초에서 최대 0.294 초이었으며 평균 0.200초이었다. 오색딱다구리의 드러밍 시간은 대체적으로 균일하였으나 까막딱다구리와 쇠딱다 구리의 경우에는 드러밍 샘플별로 지속시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었다.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연구 또한 다양한 샘플의 수집을 통한 분석이 필요하다. 종별 두드림 횟수는 까막딱다구리는 최소 26회에서 최대 45회까지 두드렸으며 평균 31.2회이었다. 오색딱다구리는 최소 12회에서 최대 18 회까지 두드렸으며 평균 14.9회이었다. 쇠딱다구리는 최소 3회에서 최대 10회까지 두드렸으며 평균 6.7회이었다.
딱다구리 종별 두드림 속도는 까막딱다구리는 최소 17.5 회/초에서 최대 20.7회/초이었으며 평균 19.3회/초이었다. 오색딱다구리는 최소 18.1회/초에서 최대 24.0회/초이었으 며 평균 21.8회/초이었다. 쇠딱다구리는 최소 30.0회/초에 서 최대 37.4회/초이었으며 평균 33.3회/초이었다. 종별로 1회 드러밍 내에서의 두드림 간격은 까막딱다구리는 최소 0.035초에서 최대 0.092초이었으며 평균 0.053초이었다. 오색딱다구리는 최소 0.019초에서 최대 0.092초이었으며 평균 0.046초이었다. 쇠딱다구리는 최소 0.001초에서 최대 0.065초이었으며 평균 0.030초이었다.
종별 드러밍의 우점주파수는 까막딱다구리는 최소 609.0Hz 에서 최대 1125.0Hz이었고 평균 776.9Hz이었다. 오색딱다 구리는 최소 991.0Hz에서 최대 1637.0Hz이었고 평균 1213.8Hz, 쇠딱다구리는 최소 750.0Hz에서 최대 984.0Hz 이었고 평균 826.0Hz이었다(Table 1).
2종별 드러밍 음향특성 통계분석
딱다구리 3종의 드러밍 음향특성에 대해 종간 분산분석 을 실시하였다. 드러밍 시간, 두드림 횟수, 두드림 속도, 두 드림 간격, 두드림 우점 주파수의 종별 분산분석 결과 모든 항목에서 3개의 종이 유의수준 1%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 한 차이가 있었다(p < 0.000)(Table 2). Ducan의 사후검정 결과, 모든 항목별로 딱다구리 각 종간 평균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Figure 2).
딱다구리 드러밍 시간, 두드림 횟수, 두드림 간격은 까막 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쇠딱다구리 순으로 평균치가 작아 지는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딱다구리의 크기과 관련이 있 는 것으로 판단된다. 종별 몸길이(Length)는 까막딱다구리 45cm, 오색딱다구리 24cm, 쇠딱다구리 15cm로 크기의 차이 가 명확하다(Lee et al, 2000).
딱다구리 종별 1회 평균 두드림 횟수는 까막딱다구리 31.2회, 오색딱다구리 14.9회, 쇠딱다구리 6.7회로 크기가 작을수록 두드림 횟수가 적었으며 종별 차이가 명확하였다. 기존 연구에서 딱다구리의 신체크기와 두드림 횟수가 상관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찾을 수가 없었으나, 종별로 드러밍 소리의 특이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딱다구 리목이 드러밍 소리를 이용하여 동종에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와(Dodenohoff et al, 2001), 서로 다른 딱다구리 4종의 double knock, Kent call, cackle call 음향 파일을 분석하여 자동으로 종을 분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Swiston and Mennill, 2009)와 유사한 결과를 보이고 있었다.
두드림 시간과 두드림 간격은 몸집이 큰 딱따구리 일수록 길게 나타났다. 딱다구리는 두발과 꼬리를 이용해 몸을 나 무에 지탱한다(Fujita et al., 2007). 몸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머리와 나무의 거리는 멀어지며 이로 인해 부리에서 나무까 지 두드리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어지기 때문에 몸체가 클수록 두드림 간격이 길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딱 다구리의 몸체가 클수록 두드릴 수 있는 힘의 세기가 강하 기 때문에 한번에 두드릴 수 있는 횟수와 시간이 긴 것으로 판단된다. 반대로 딱다구리 종별 1회 평균 두드림 속도는 몸집이 작을수록 빨랐다. 이는 몸집이 작을수록 두드림 반 경이 짧아서 더 빨리 두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딱다구리 종별 드러밍의 평균 우점주파수는 까막딱다구 리 776.9Hz, 오색딱다구리 1213.8Hz, 쇠딱다구리 826.0Hz 이었다. 딱다구리의 크기가 클수록 서식범위가 넓고, 영역 표시 및 구애를 위한 소리가 멀리 전달되어야 한다. 소리가 멀리 전달되기 위해서는 음의 세기가 강하거나 저주파를 내야 한다(Kim, 2013). 즉 딱다구리는 종별로 서식환경의 특성에 따라 드러밍 소리를 멀리 전달할 수 있도록 음의 세기(sound intensity)를 강하게 하거나 특정 주파수 영역대 를 발생시키도록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Dodenhoff et al.(2001)는 미국 내 서식하는 8종의 딱다구리 드러밍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한 결과 1회 드러밍 소요시간은 0.78~1.64초/회, 두드림 속도는 15~31회/초, 1회 드러밍 내 에서의 두드림 간격은 0.033~0.070초로 종간 차이가 다양 하게 나타난다고 하였는데, 우리나라 딱다구리류 또한 드러 밍 소요시간 및 두드림 속도, 간격 등이 종별로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본 분석결과에 의하면 드러밍 소리의 우점주파수는 각 종의 생물량과 일정한 관계를 가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 다. 몸체가 가장 큰 까막딱다구리와 가장 작은 쇠딱다구리 에 비하여 중간크기의 오색딱다구리의 드러밍 우점주파수 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것은 딱다구리 몸집의 크기와 드 러밍 우점주파수와의 상관관계가 명확치 않다는 것을 의미 한다. 즉, 딱다구리가 드러밍 시 종별로 특징적인 우점주파 수를 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두드리는 매체의 특성에 따 라 그때 그때 주파수의 차이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명확하지 않았다.
현장조사 시 딱다구리 종별 드러밍을 위해 두드린 매체를 살펴보면 치악산국립공원 구룡사계곡의 까막딱다구리와 쇠딱다구리는 각각 대경목 소나무와 산벚나무의 고사된 가 지를 두드렸다. 오색딱다구리는 상지대학교 인근 산림의 상 수리나무에서 드러밍을 하였다. 특히 쇠딱다구리의 경우 고 사된 가지를 찾아서 몇 차례 이곳 저곳을 짧게 두드린 이 후 한 곳을 집중적으로 장시간 두드려 소리를 발생시켰다. 따라서 딱다구리류는 선호하는 소리를 낼 수 있는 최적 매 체를 찾아서 드러밍을 한다고 유추할 수 있고 종별 드러밍 매체의 선호도가 주파수(Hz), 소리의 크기(dB) 등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 의한 것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 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크기의 차이가 명확한 3종의 딱다구리만 을 대상으로 드러밍 음향특성의 차이를 분석하였으며 각 종별로 1개체에 대하여 녹음을 하고 분석을 실시하였다. 딱 다구리류의 경우 지역별 서식 환경에 따라 드러밍 매체나 개체별 음향특성에 차이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향후 이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
딱다구리류는 세계 200종, 국내 11종(Lee et al., 2000)으 로 행동양식과 서식환경이 매우 다양하다. 특히 국내 딱다 구리류 중에서 청딱다구리(L: 30cm), 오색딱다구리(L: 24 cm), 큰오색딱다구리(L: 28cm)는 몸길이가 비슷한 중형 딱 다구리에 속해 있어 음향에 대한 차이가 있는지도 분석이 필요하다. Dodenhoff et al(2001)의 연구에 의하면 Whiteheaded woodpecker(L: 20cm), Tree-toed woodpecker(L: 21cm), Black-backed woodpecker(L: 23cm)는 서로 크기가 유사하나 드러밍의 평균 두드림 횟수가 각각 33±2회, 12±1 회, 28.5±0.7회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미루 어보았을 때 국내 딱다구리 중 크기가 비슷한 종들도 드러 밍 음향특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가정해 볼 수 있으며 향후 이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