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새들은 소리를 이용해 세력권을 알리고, 배우자를 유인하 며, 새끼 또는 무리와 의사소통을 한다(Catchpole and Slater, 2008; Ki and Cho, 2014). 새들은 일반적으로 새벽 에 울기 시작한다. 새들이 새벽에 우는 이유는 소리의 전달 력이 좋고, 먹이를 찾기에 충분히 밝지 않으며, 야간동안 세력권의 공백 발생에 대비해 새로운 세력권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Kacelnik and Krebs, 1983). 이중 새벽에 소리 의 전달력이 낮보다 좋은 것은 Brown and Handford(2003) 에 의해 입증되었다.
새들의 새벽 지저귐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다. 기존 연구에서 새들의 새벽 지저귐에 영향을 미치는 환 경요인은 일출시간, 달의 밝기, 구름, 강수량, 주위 온도 등 이다(Allen, 1913; Davis, 1958; Slagsvold, 1977; Thomas, 1999; Thomas et al., 2002; Miller, 2006). 이중 태양빛은 야생조류 새벽 지저귐에 영향을 주는 강력한 요인이다 (Holmes and Dirks, 1978; Thomas et al., 2002). Willow warbler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초기 번식기 동안 일출 보다 앞서 새벽 지저귐를 시작하였다(Brown, 1962). 또한, Golden-crowned sparrows은 번식기 동안의 새벽 지저귐은 일출 시간을 반영한다고 하였다(Holmes and Dirsk, 1978).
구름은 여명기에 태양빛을 차단하여 야생조류의 새벽 지 저귐을 지연시킨다. 반대로 대도시의 경우 구름이 도시의 인공 빛을 반사한다(Miller, 2006). 비의 경우 BulBul, Blackbirds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비와 바람이 지저귐 시 작과 상관관계가 있었다(Hasan, 2010). 그러나 노르웨이에 서 20종의 조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울음과 강수량 사이에 관계가 없었다(Slagsvold, 1977).
온도는 조류의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새벽 지저귐에도 영향을 준다(Thomas, 1999). Great tit, Wrens, European robin 등 다양한 조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 새벽 코러스와 야간 최저 온도와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 었다(Garson and Hunter, 1979; Thomas, 1999). 조류는 야 간의 급격한 기온변화에서 생존하기 위해 지방을 저장하며 남은 지방을 소모하기 위해서 새벽에 노래한다(Staicer et al., 1996)는 연구도 있었다.
달빛 또한 새벽 지저귐에 영향을 준다(Leopold and Eynon, 1961). 보름달은 반달보다 약 10배 밝은데(Russell, 1916), White-browed sparrow weaver는 보름달이면서 여 명이 밝아올 때 더 일찍 운다(York et al., 2014). 반면 Miller(2006)는 Amercian robin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달 빛과 지저귐 시작 시간과의 연관성을 밝히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새들은 종별로 새벽에 지저귐을 시작하는 시간 에 차이가 날까? Berg et al.(2005)의 연구에 의하면 숲의 하층보다 숲의 상층에 서식하는 종이 먼저 운다고 하였다. 형태학적 측면에서는 조류의 눈이 클수록 빛을 더 잘 감지 하여 더 일찍 일어난다고 하였다(Armstrong, 1973; Thomas et al., 2002). 영국의 숲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Robins, Blackbirds, Song thrushes가 먼저 울고 다음에 Chaffinches, Blue tits가 운다고 하였다(Catchpole and Slater, 2008).
기존의 연구결과를 고찰하였을 때 조류의 새벽 지저귐은 태양빛과 가장 관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온도에 의한 영향이 일부 나타나고 나머지 달의 밝기, 구름, 강수량 은 다소의 논란이 있는 것으로 종합할 수 있다. 그리고 종별 로 서식위치나 눈의 크기에 따라 지저귐 시작 시간이 다름 을 파악하였다.
국내에서 야생조류의 새벽 지저귐에 관한 연구는 빛 공해 및 환경요인에 의한 박새의 새벽 Song 시작시간 영향 연구 (Ki and Cho, 2014)가 유일하다. 새들이 새벽 코러스를 하 는 가운데에도 먼저 우는 종과 나중에 우는 종들이 있는지, 있다면 왜 그러 행동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국내에서의 연 구는 진행된 바가 없다. 따라서 본 연구는 어떠한 환경요인 이 새들의 새벽 지저귐 시작에 영향을 주는지와 종별로 지 저귐 시작시간에 차이가 있는지 밝히기 위하여 이루어졌다.
연구방법
1.연구대상지
연구는 경상남도 밀양시 산외면 다죽리 농촌마을의 농가 주택에서 이루어졌다. 이 지역은 산림으로 둘러쌓여 있는 농촌마을로 농촌주택이 드물게 자리 잡고 있고, 밭과 논 중 심의 경작지가 넓게 분포하고 있다. 위치적으로 산림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로부터의 소음은 차단되고 있으며, 마을 내부는 관통도로나 공업단지나 상업단지가 분포하지 않아 주변 소음에 의한 영향도 낮은 지역이다.
2.조사방법
야생조류의 지저귐 소리 녹음은 Idam PRO U11 Digital voice recorder를 이용하였고, 외부전원과 대용량 SD메모 리카드를 장착하여 일출 전후 2시간 동안 매일 녹음하였다. 녹음기는 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건물 처마 하부에서 산 림을 향하도록 설치하였다. 녹음 파일 포맷은 MP3 320kbps 로 세팅하였다. 마이크는 녹음기에 내장된 10㎜ 지향성 마이크 2대를 사용하였고, 윈드스크린을 장착하였다. 녹 음은 2014년 4월 11일부터 7월 4일까지 85일 동안 이루 어졌다.
3.자료 분석
1)야생조류 새벽 지저귐 시작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
새들의 새벽 지저귐 소리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은 율리 우스일(Julian day), 일출시간(Sunrise), 월출시간(Moonrise), 시민박명(Civil twilight), 항해박명(Nautical twilight), 천문 박명(Astronomical twilight), 평균온도(Average temperature), 최고온도(Hhigh temperature), 최저온도(Low temperature), 일강수량(Daily precipitation)을 조사하였다. 시민박명은 태양이 지표면 6° 아래에 있을 때 시작되어 해는 보이지 않으나 전체적으로 훤한 상태로 대략 일출 30분전을 뜻한다 (Miller, 2006). 항해박명은 태양고도가 지평선 아래 6~12° 에 있을 때의 박명으로 하늘은 상당히 어둡고 밝은 별이 보이기 시작하나, 동시에 수평선도 불 수 있어 선원들이 천측을 하는데 편리하다. 천문박명은 태양고도가 지평선 아래 12~18°가 될 때까지의 어두컴컴한 상태를 뜻한다 (http://www.korean.go.kr). 밀양지역 일출시간과 시민박명 은 천문우주지식정보 사이트(http://astro.kasi.re.kr)을 통해 구하였고, 온도자료는 기상청(http://www.kma.go.kr)의 자 료를 이용하였다. 야생조류 지저귐 시작 시간 분석 프로그 램은 Adobe Audition CC(version 6.0)을 이용하였다. 야생 조류 지저귐 시작시간은 녹음된 파일의 sonogram을 확인하 여 조류가 울기 시작한 구간을 확인한 후 시간을 기록하였 다. 통계분석은 IBM SPSS Statistics(Ver. 21)을 이용하여 피어슨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2)야생조류 종별 지저귐 시작시간 차이 분석
야생조류 종 구분은 녹음파일의 새소리 청취 및 sonogram 패턴 확인을 통해 식별하였다. 녹음파일 분석을 통해 식별 한 종은 꿩(Phasianus colchicus, Pheasant), 노랑턱멧새 (Emberiza elegans, Yellow-throated bunting), 박새(Parus major, Great tit), 딱새(Phoenicurus auroreus, Daurian redstart), 까마귀(Corvus corone, Carrion crow), 까치(Pica pica, Magpie), 직박구리(Microscelis amaurotis, Brown-eared Bulbul), 쇠딱따구리(Dendrocopos kizuki, Japanese pygmy woodpecker), 청딱따구리(Picus canus, Grey-headed woodpecker) 9종이었다. 야생조류 종별 지저귐 시작시간 차이분석은 9종을 대상으로 평균 지저귐 시작시간에 차이 가 있는지 분산분석하였고, 종별 지저귐 시작시간의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 Tukey방법을 이용해 사후검정을 실시하였 다. 통계분석은 IBM SPSS Statisics(version 21)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Fig .1,2
결과 및 고찰
1.야생조류 새벽 지저귐 시작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
야생조류 지저귐 시작시간과 환경요인과 상관관계 분석 결과, 야생조류 지저귐 시작시간은 일강수량, 월출시간을 제외한 율리우스일, 일출시간, 일몰시간, 시민박명, 항해박 명, 천문박명, 평균온도, 최고온도, 최저온도와 상관관계가 인정(p < 0.01)되었다(Table 1, Figure 3). 결과에 의하면, 일출시간이 빨라질수록 야생조류도 이에 맞추어 일찍 지저 귐을 시작하였다. 새들이 눈의 크기와 새벽 지저귐과의 관 계에 대한 연구(Thomas et al., 2002)에 의하면, 눈이 클수 록 낮은 빛의 강도에도 먼저 새벽 지저귐을 시작한다고 하 였다. 즉, 야생조류는 태양이 떠오르는 일출 자체보다도 여 명기에 눈을 통해서 빛이 들어오게 되면 이에 반응하여 깨 어나고 지저귐을 시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온도와 새벽 지저귐 시작시간과의 상관관계는 평균, 최 고, 최저온도에서 모두 고도의 유의차가 나타났다(Table 1, Figure 4). 이는 주변 온도가 조류의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 치는 인자이며, 이를 통해 새벽 지저귐 시작시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 기존의 연구결과(Thomas, 1999)와 일치하였 다. Great Tit와 Wrens(Garson and Hunter, 1979), European robin(Thomas, 1999)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새벽 지저 귐과 온도 사이에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바 있다.
월출시간은 새벽 지저귐과 상관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달빛도 야생조류의 새벽 합창에 영향을 미칠 수 있 다(Leopold and Eynon, 1961)고 하였으며, 최근 연구에서 White-browed sparrow weaver(Plocepasser mahali)는 보 름달이면서 지평면에서 여명이 밝아올 때 더 일찍 노래한다 고 보고되었다(York et al., 2014). 따라서 향후 월출시간 이외에 달주기 및 달빛이 야생조류의 새벽 지저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일강수량 또한 새벽 지저귐과 상관관계가 인정되지 않았 다. Blackbirds(Turdus merula), Bulbul(Pycnonotidae)를 대상으로 한 연구(Hasan, 2010)에서는 비와 바람이 지저귐 시작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였고, 야생조류의 새벽 지저귐 시작 시간에 대한 하나의 변수는 구름의 양이며, 큰 구름은 여명기에 태양빛을 차단하여 새벽 지저귐을 지연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Miller, 2006). 본 연구에서는 일일 평균 강수량을 나타낸 것으로 새벽 여명기의 강우량에 대해서는 정확히 나타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85일 의 연구기간 동안 비가 기록된 횟수는 31일이며, 이 중에서 도 매우 적은양의 비가 내린 날이 많아 통계분석을 하기에 는 연구기간이 짧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강우량 및 운량과 새벽 지저귐과의 상관관계 분석은 장기간에 걸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2.야생조류 종별 울음 시작시간 차이 분석
야생조류의 종별 지저귐 시작 시간에 대한 기술통계량은 Table 2에 제시한 바와 같다. 종별 녹음일수는 총 연구기간 85일 중 꿩이 70회로 가장 많았고, 쇠딱따구리가 9일로 가 장 적게 녹음되었다. 평균 지저귐 시작시간은 꿩, 노랑턱멧 새, 박새, 딱새, 까마귀, 까치, 직박구리, 쇠딱따구리, 청딱따 구리 순이었다.
Figure 5는 야생조류 종별 지저귐 시작시간을 나타낸 산 점도이다. 각 종별로 지저귐 시작 시간에 대한 경향이 달랐 다. 노랑턱멧새나 박새의 경우 비교적 일관된 시간대에 지 저귐을 시작하기 때문에 산포된 점들이 모여 있는 양상을 띄는 반면, 꿩, 딱새, 까마귀 같은 경우는 일찍 울기도 하고 늦게 울기도 하는 등 편차가 크게 때문에 산포된 점들이 흩어지는 양상을 나타내었다. 야생조류의 번식기 새벽 지저 귐 특성에 관한 연구는 기존에 다양하게 연구된 바 있으나, 이와 같이 개별 종들의 지저귐 시작시간이 일정하게 나타나 는 종과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종에 대한 특성을 밝힌 논문 을 없었고 본 연구결과만 가지고 특성을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어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야생조류 9종을 대상으로 한 지저귐 시작시간 분산분석 결과 유의확률이 0.05보다 작아 종간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Table 3). 종별 지저귐 시작시간의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 Tukey방법을 이용해 사후검정을 실시하였다. 사후검정 결 과 크게 3개 집단으로 구분되었다(Table 4).Fig .6
새벽에 가장 먼저 우는 종은 꿩과 노랑턱멧새 그룹이었 다. 박새는 먼저 우는 그룹과 중간에 우는 그룹에 속해 있었 고, 딱새, 까마귀, 까치, 직박구리는 중간에 우는 그룹과 늦 게 우는 그룹에 속해 있었다. 늦게 우는 그룹에만 속한 종은 쇠딱따구리, 청딱따구리이었다. 따라서 가장 항상 먼저 우 는 새는 꿩, 노랑턱멧새이며, 항상 늦게 우는 새는 쇠딱따구 리, 청딱따구리로 판단되었다.
선행 연구에서 조류의 눈이 클수록 빛을 더 잘 감지하여 더 일찍 일어난다고 하였는데(Armstrong, 1973; Thomas et al., 2002), 이에 근거해 보았을 때 딱따구리류의 경우 나무구멍 안에서 잠을 자기 때문에 개방된 형태의 둥지에서 잠을 자는 새들보다 태양빛을 늦게 감지하게 되고 그로 인 해 지저귐 시작 시간이 늦어지는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를 통해 한국의 산림에 서식하는 야생 조류에서 일찍 우는 종과 늦게 우는 종에 대한 순위를 밝혀 낸 것은 의미 있는 결과로 판단된다. 하지만 왜 조류들이 종별로 지저귐을 시작하는 순서에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 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