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까마귀과(Corvidae)는 전 세계 130종이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11종이 기록되어있다(Lee et al., 2014). 떼까 마귀(Corvus frugilegus)는 구북구 북위 30-60°지역에서 발 견되며, 온대지역에서 월동하는 겨울철새로, 농경지나 개활 지에서 수십-수천 마리씩 무리를 형성하기도 한다(Lee and Lee, 2003; Haring et al., 2007; Kim, 2011; Lee et al., 2014). 현재까지 떼까마귀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분 포하는 C. f. frugilegus와 중국, 몽고, 러시아의 연해주 등 동북아시아에 분포하는 C. f. pastinator 등 2아종으로 구분 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Haring et al., 2007, 2012; Jønsson et al., 2012).
우리나라에는 매년 5-6만 개체 정도의 떼까마귀가 월 동하며, 설악산,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적으로 발견되고 (Rhim et al., 2002; Kim et al., 2012; Lee et al., 2014), 울산 태화강 주변에서 대규모 월동집단도 관찰되고 있다 (Lee and Lee, 2003; Lee, 2005; Kim, 2012). 제주도에는 까마귀, 큰부리까마귀, 떼까마귀, 갈까마귀 등 까마귀류 4종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 중 큰부리까마귀와 까마귀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서식하는 텃새이며, 떼까마귀와 갈까 마귀는 겨울철새로, 중산간 지역과 저지대 농경지, 목장, 초지에서 관찰된다(Kim, 2006; Kim et al., 2012). 제주도 에 도래하는 떼까마귀는 제주도 동부지역에서 몇몇의 대 규모 집단으로 관찰되며, 중산간 지역뿐만 아니라, 해안, 인근 도서에서도 발견된다. 이들의 먹이활동과정에서 경 작지 농작물에 대한 피해가 보고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관리대상종 지정 요구와 수렵에 의해 개체 수 조절요구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Kim, 2006).
미토콘드리아는 포유동물의 거의 모든 세포에서 발견 되고, 세포 내에 많은 수의 사본이 존재하며, 미토콘드리 아 DNA(mtDNA)는 핵 DNA 보다 변이률이 높고 진화속 도가 빨라 종의 유전적 다양성 분석에 이용되고 있다 (Brown et al., 1979; Clayton, 1982; Haring et al., 2007; Prusak et al., 2011). 최근 조류의 mtDNA cytochrome c oxidase subunit I(CO1) 유전자 서열은 DNA barcoding 분 자로 제안된 이후, 조류 종의 분자적 동정, 유전적 모계와 계통 유연관계 분석과 집단유전학 분석에 많이 이용되었 다(Herbert et al., 2004; Yoo et al., 2006; Kerr et al., 2007, 2009; Campagna et al., 2010; Huang and Ke, 2014). 떼까 마귀에 대한 연구는 지능이 뛰어난 종의 특성을 이용한 인지능력과 사회적 협력활동, 행동양식에 대한 연구들 (Seed et al., 2006, 2008; Bugnyar, 2008; Schmidt et al., 2011)과, 감염성 질병, 항생제 내성에 대한 연구 등이 진 행되었으며(Loncaric et al., 2013; Oravcova et al., 2013; Nourani et al., 2014), 까마귀과 전반에 대한 형태, 유전적 다양성에 근거한 종간 비교와 생물지리학적 분포에 대한 연구 보고 수준이다(Haring et al., 2007; Jønsson et al., 2012).
제주도에 도래하는 떼까마귀 집단에 대해 DNA barcoding 분자인 mtDNA COI 유전자의 다형성을 바탕으로 분자유 전학적 종 동정, 집단별 모계 계통 구조 분석을 통해 제주 도 본섬과 우도에 도래하는 집단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 하고, 한반도 및 타 지역에서 보고된 집단과의 계통 유연 관계를 조사하기 위하여 본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방법
1연구 대상지역
본 연구는 2011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제주도 내 제주시 아라동,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구좌읍 송당리와 행 원리, 제주시 우도면 등에서 발견된 떼까마귀 집단을 대상 으로 수행하였다(Figure 1).
2분석 시료 수집과 DNA 분리
제주시 우도면 우도에서 포획된 떼까마귀 16개체에서 각 각 분리한 근육을 제공받았다. 또한 우도봉 일대(n=6), 제주 시 아라동(n=8),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n=8), 제주시 구좌 읍 송당리(n=6)와 행원리(n=11) 일대의 도로, 야초지, 오름, 농경지 등에서 까마귀류의 날개깃으로 추정되는 깃털을 수 집하였다(Figure 1). 동일한 개체에서 탈락된 깃털의 반복 적인 수집을 피하기 위해 떼까마귀 집단이 100개체 이상 관찰되는 곳을 찾은 후, 1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크기가 비슷한 까마귀류의 날개깃을 1개씩 수집하였다. 수집한 깃 털에 대한 동일개체 유래 여부는 조류연구 전문가 2인에 의해 상태와 분리시점을 판독하였고, 동일개체로 추정되는 시료들은 모두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근육과 깃털에서의 DNA 분리는 Wizard Genomic DNA Purification Kit(Promega, USA)를 이용하였다.
3미토콘드리아 DNA COI 절편의 PCR 증폭
조류에서 DNA barcoding 분자로 제안된 COI 유전자 절 편(694-bp)을 증폭하기 위해 Herbert et al.(2004)과 Kerr et al.(2009)이 보고한 universal primer들을 이용하였다. PCR 방법은 Kerr et al.(2009)의 방법에 준하여 수행하였 고, Maxime PCR Premix(iNtRON Biotechnology, Korea) 로 반응한 후, Thermal Cycler 2720(Applied Biosystems, USA)을 이용하여 증폭하였다. PCR 산물은 1% agarose gel 상에서 전개하여 확인하고, 증폭산물은 정제 후 DNA 서열 결정에 이용하였다.(Figure 2)
4염기서열 결정 및 계통 유전학적 분석
증폭된 PCR 산물은 QIAexII Gel Extraction Kit(Qiagen, USA)를 이용하여 정제하고, PCR primer를 이용하여 DYEnamic ET-Dye Terminator Kit(GE Healthcare, USA)로 dye-termination 반응을 수행한 후, MegaBase1000(Amersham Pharmacia, USA)을 이용하여 염기서열을 결정하였다. 결 정된 서열을 육안으로 확인한 후, BLAST 검색을 통해 NCBI database(http://www.ncbi.nlm.nih.gov/)에 보고된 서열과 비교하였다. 연구를 통해 얻은 3개의 haplotype 서 열들은 NCBI database 상에 등록하였다(Acc. nos KT257185-87). 결정된 COI 유전자 서열들은 기존에 NCBI 에 보고된 서열들을 모두 수집한 후, 동일한 영역에 해당하 는 660-bp의 서열들을 CLUSTAL W program(Larkin et al., 2007)을 이용하여 다중정렬을 수행하였다. 정렬된 서열 의 haplotype 결정과 집단별, 집단 간 다양도(diversity)는 DnaSP v5(Librado and Rozas, 2009)를 이용하여 결정하였 다. 계통 유연관계의 분석은 MEGA 6.0. program(Tamura et al., 2013)을 이용하였다. 염기서열 사이의 거리지수는 best model test를 통해 선정된 Tajima-Nei’s method (Tajima and Nei, 1984)를 이용하였다. 변이 지점에 대한 비율 변이는 gamma 분포를 모델로 하였다. 계통수 작성은 떼까마귀에서 발견된 8개의 haplotype 서열들과 근연종인 큰부리까마귀(C. macrorhinchos), 까마귀(C. corone), 큰까 마귀(C. corax), 집까마귀(C. splendens), 갈까마귀(C. monedula) 등을 포함하였고, 공통조상에서 분지되는 양상 의 확인을 위해 까마귀과 내 근연 속인 까치(Pica pica)와 검은바람까마귀(Dicrurus macrocercus)의 COI 서열을 outgroup rooting에 이용하였다(Table 1). 산출된 거리지수 에 대한 1,000회 bootstrap하여 neighbor-joining tree를 작 성하였다.
결과 및 고찰
1COI 유전자 서열을 이용한 분자 종 동정
제주도 본섬과 우도에서 수집된 까마귀류의 깃털과 우도 에서 포획된 떼까마귀 사체의 COI 서열에 대한 유사도 검 색에서, 전체 55개 시료 중에서 PCR 증폭에 실패한 7개 시료를 제외한 48개 COI 서열들은 떼까마귀(n=41), 큰부리 까마귀(n=2), 까마귀(n=1), 까치(n=4) 등으로 확인되었다 (Table 2). 현재 제주도에서 보고된 까마귀과(Family Corvidae) 동물은 큰부리까마귀, 떼까마귀, 까마귀, 까치, 갈까마귀(C. dauuricus), 어치(Garrulus gladarius) 등 총 6종이나(Kim, 2006; Kim et al., 2012; Lee et al., 2014), 본 연구에서 갈까마귀와 어치의 COI 서열은 확인되지 않았 다. 이 결과는 이들 종들의 분포에 대한 간접적인 자료이자 유전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DNA barcoding 분자에 대 한 연구 결과는 종의 동정과 조류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 으로써 생태학과 계통분류의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미 기록종의 방문이나 서식 확인 등에 대한 분자적 증거로 활 용되고 있다(Hebert et al., 2004; Kerr et al., 2007, 2009; Dove et al., 2008; Oh et al., 2010; Kim et al., 2012; Huang and Ke, 2014; Jin et al., 2014). 본 연구의 결과 역시 기존의 제주도 조류상 연구(Kim, 2006; Kim et al., 2012)에 모두 보고되었지만, 이들 4종이 겨울철에 제주도에 도래하여 활 동하고 있다는 분자적인 증거로써 학술적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제주도 떼까마귀 집단의 COI 서열 다형성과 지역별 분포
제주도 떼까마귀 전체 41개 서열은 3가지 haplotype (J01-J03)으로 구분되었다(Table 3). J01은 32개의 서열을 포함하였고, 모든 장소에서 가장 높은 빈도를 나타내었다. J02는 우도와 교래리, 송당리, 행원리, J03은 우도, 아라동, 교래리, 행원리의 서열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우도 집단이 3가지 haplotype을 모두 갖는 것으로 보아, 모계의 다양성 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으나 제주도 본섬 내 시료들을 함께 분석했을 때, 제주도 본섬과 우도 집단의 모계는 특별한 차 이가 없는 동일한 계통들로 구성된 집단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적어도 3가지 이상의 다양한 모계 계통으로 구성 된 떼까마귀 집단이 제주도에 도래하며, 이들 중 일부가 우 도에까지 이르거나, 제주도 본섬과 우도 사이를 왕래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3떼까마귀 COI haplotype의 국제적 분포와 계통 유연 관계
본 연구에서 결정된 서열과 NCBI databse에 보고된 서열 들을 이용하여 haplotype의 구성과 계통 유연관계를 분석하 였다. Haplotype의 국제적인 분포는 Table 4에 나타내었다. 전체 COI 서열은 8개(CF01-CF08)의 haplotype으로 구분 되었으며, 제주도 집단의 J01-J03은 CF01-CF03에 위치하 였다. CF01는 제주도, 몽골, 러시아 동부의 서열들을 포함 하였고, CF02와 CF03은 제주도 집단의 서열들만을 포함하 였다. CF04는 이란과 이라크, CF05는 이라크와 카자흐스 탄 등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의 서열들, CF06-CF08는 러 시아 서부,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등에서 보고된 서열들을 포함하였다.
Table 5는 떼까마귀 COI 서열에서 결정된 haplotype 유 전적 거리지수를 나타낸 것이다. Group A에 속하는 CF01 과 CF02, CF03 사이의 거리지수는 0.0017로, CF02와 CF03의 거리지수는 0.0033으로 나타나 이들이 매우 근연 의 관계임을 보여주었다. 또한 group B 내에서도 0.0017-0.0033 의 거리지수를 보여, CF04-CF08 역시 근연의 관계임을 보 여주었다. 반면 group A와 B 사이에서는 0.010 이상의 유전 적 거리지수 수준을 나타내어, group 사이의 유연관계가 멀 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들 두 group에 대해서 각각 의 group 내 다양도는 0.0023이었으나, group A와 B 사이 의 다양도는 0.0148을 나타내었다. 이상의 결과에서, group A에 속하는 한국, 몽골, 러시아 동부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떼까마귀 집단과 group B에 속하는 중동, 중앙아시아-유럽 의 떼까마귀 집단은 서로 확연히 구분되는 집단임을 보여주 는 결과라 하겠다.
계통수 상에서 group A와 group B에 포함되는 COI 서열 들이 지리적 분포의 차이에 따른 경향성을 나타냄을 보여주 었다. 비행능력을 보유한 조류의 지리적 격리는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이나, 갈매기나 까마귀류를 비롯한 많은 조 류 종에서 계통 간 생물지리학적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들 이 보고되었다(Liebers et al., 2001; Lee et al., 2003; Haring et al., 2007, 2012). Lee et al.(2003)은 까치 속 (Pica) 종들이 아종, 또는 종 수준에서 지리적 분포 범위의 차이를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Haring et al.(2007, 2012)은 구북구의 까마귀류에 대한 계통지리학적 분포 연구에서, 까 마귀, 떼까마귀, 까치 등은 적어도 5가지 이상의 아종(subspecies) 또는 자매종(sister species)으로 구분되며, 이들은 다시 동 아시아와 중앙아시아-유럽, 또는 동아시아와 유럽 집단으로 구분됨을 제안하였다. 특히, 떼까마귀의 두 아종(C. f. frugilegus와 C. f. pastinator)은 구북구의 동-서 집단으로 구분되며(Haring et al., 2007, 2012; Jønsson et al., 2012), 측소적 종분화(parapatric speciation)과정으로 추정하였다 (Haring et al., 2007).
NJ tree 상에서 유럽과 아시아 떼까마귀의 분지 양상이 Haring et al.(2007, 2012)의 결과와 유사하나, 분지된 haplotype의 수집장소는 다소 다른 결과를 보였다. 즉, 몽골, 러시아 동부와 우리나라의 개체들이 하나의 group A에서,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러시아 서부 개체들이 group B에 서 발견되는 것은 기존의 보고와 일치하나, 이란, 이라크, 카자흐스탄 등 중동지역 및 중앙아시아의 개체들도 서부 집단인 group B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Haring et al.(2007) 에서 제안된 동-서 집단의 지리적 경계(Altai)에 대한 설정 은 제고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동-서 집단 사이의 유전 자 교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동-서 경계로 시료에 대한 추가 연구가 진행되어야할 것이다.
4DNA barcoding 기법의 응용과 까마귀류 연구
DNA barcoding 분자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구대륙과 신대륙 조류의 계통 유연관계의 분석, 지역적 조류상의 확 립, 미기록종에 대한 동정, 항공기 조류 충돌 등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Hebert et al., 2004; Kerr et al., 2007, 2009; Dove et al., 2008; Campagna et al., 2010; Huang and Ke, 2014). 우리나라의 조류 연구 분야에서는 인공소상을 이용하는 조류, 폐사체나 미기록종의 동정, 조 류 전염성질병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결과들이 보고 되고 있다(Yoo et al., 2006; Chung et al., 2010; Lee et al., 2010; Oh et al., 2010; Park et al., 2011; Kim, 2012; Kwon et al., 2012; Jin et al., 2014). 본 연구는 DNA barcoding 분자인 COI 서열을 이용하여 제주도에 도래하는 떼까마귀에 대한 분자 종 동정을 수행하였고, 유전적 모계 계통구조에 대한 해석을 통해 우도와 제주도 본섬의 집단들 이 별개의 집단이 아니라 동일한 계통 집단이며, 계통유전 학적으로는 동아시아 아종인 C. f. pastinator의 한 집단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같이 조류 DNA barcoding 분자에 대한 분석을 통해 확보된 정보는 종의 동정, 집단의 유전적 구조 분석, 진화과정에 대한 해석과 생물지리학적 상관관계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 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조류의 연구에 있어 DNA barcodnig 분자의 정보는 조류상의 정립, 고유종의 특성 분 석, 멸종위기종의 국제적 관리, 조류인플루엔자를 포함한 질병연구 등 다양한 조류 관련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