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노루는 우제류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동시에 가장 넓게 분포하는 종이다(Sheremetyeva and Sheremetyev, 2008). 유럽에서 아시아 지역까지 3대륙 50개국에 서식하 고 있는 노루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서식지 파괴와 변화에 놀랍게 적응한 종이다(Danilkin, 1999; Hmwe, 2005).
노루는 우제목(Artiodactyla) 사슴과(Cervidae) 흰꼬리사 슴아과(Odocoileinae) 노루속(Capreolus)에 속하며 크게 유 럽노루(Capreolus Capreolus)와 시베리아노루(Capreolus pygargus) 2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 DNA 서 열과 화석 기록에 의하면, 유럽노루와 시베리아노루는 선신 세(Pliocene)와 홍적세(Pleistocene) 사이에 분리되었고, 2~3백만 년 동안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Danilkin and Hewsion, 1996; Randi et al., 1998).
노루는 단일 종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넓게 분포하고 번 성한 종이지만, 20세기 초반까지 이 종에 대한 계통분류학적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었다(Sheremetyeva and Sheremetyev, 2008). 19세기 후반에 처음으로 아시아와 유럽 지역에서 서식하는 노루가 형태학적으로 다른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Danilkin and Hewsion, 1996), 외부형태와 머리뼈의 특성, 뿔의 형태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계통분류학적 연구 가 이루어진 유럽노루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시베리아노루 의 계통분류학적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Bubenik and Bubenik, 1990; Danilkin and Hewsion, 1996).
Sokolov와 Gromov (1990)는 외부형태학적 분석에서 유 럽노루는 단일 아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베리아노루인 C. pygargus는 3아종으로 분류하였다. Wilson과 Reeder (1993)는 시베리아노루를 8아종으로 분류하는 등 시베리아 노루의 계통분류학적 위치는 현재까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다. 특히 한국이나 중국 동북부, 러시아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노루의 계통분류학적 연구는 여러 연구자들 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Sokolov and Gromov, 1990; Wilson and Reeder, 1993; Danilkin and Hewison, 1996; Koh et al., 1997; Koh and Randi, 2001; Xiao et al., 2007; Park et al., 2011).
특히 한반도에 서식하는 노루 중 내륙과 제주도 지역에 서식하는 노루는 외부형태와 유전적으로 차이를 나타내고 있어 서로 다른 아종으로 여겨지고 있다(Oh, 2004; Park et al., 2011; Park et al., 2014; Yoon, 2003). 그 중 제주도 지역에 서식하는 노루는 외부형태에 있어서 유럽노루와 유 사하여 제주노루의 분류학적 위치는 현재 많은 연구자들에 게 끊임없는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외부 형태와 유전적으로 차이가 나타나 두 아종으로 여겨지는 내륙과 제주도 노루의 머리뼈에서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 특성과 차이를 살펴보고 더불어 한국 노루의 분류학적 위치를 좀 더 명확하게 하고자 실시하였다.
연구방법
1머리뼈의 수집
내륙과 제주도 지역에 서식하는 노루의 머리뼈 특성을 비교하기 위하여 2004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로 변에서 차량과 충돌로 사망한 개체, 밀렵에 의해 희생된 개 체, 강원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와 제주대학교 동물분류 형태학 실험실에서 보관 중인 사체 등 총 50개체의 노루 머리뼈를 수집하여 계측에 사용하였다(Table 1).
2머리뼈의 형태학적 분석
머리뼈 계측은 머리뼈최대길이(maximum skull length), 뒤통수뼈관절융기-치조점사이길이(condylo basal length), 머리뼈바닥길이(basilar length), 머리뼈최대폭(maximum skull width), 광대뼈사이폭(cheek bone width), 눈확사이폭 (interorbital width), 얼굴길이(rostrum length), 코뼈길이 (maximum nasal bone length), 위어금니열길이(length of upper tooth row), 뇌머리뼈폭(maximum width of brain case) 등 10가지 머리뼈 형태를 계측하였다.
반면 아래턱뼈길이(length of mandible), 아래어금니열길 이(length of lower tooth row), 앞니와 어금니 사이 길이 (diastema length) 등 3개의 형질은 수집된 머리뼈의 대부분 이 아래턱뼈가 파손되어 통계분석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 지 못하였다(Figure1).
계측에 이용된 노루의 머리뼈는 치아의 마모정도와 영구 치의 유·무, 수컷은 뿔의 크기와 모양 등을 바탕으로 성체를 판별하였고, 미성숙 개체는 측정대상에서 제외하였다 (Geist, 1998; Sheremetyeva and Sheremetyev, 2008). 또한 노루의 머리뼈 측정은 Danilkin과 Hewison (1996)의 방법 에 따라 디지털 버어니어캘리퍼스(vernier caliper)를 이용 하여 0.1mm 단위까지 측정하였다.
3계량형태학적 분석
내륙과 제주도 지역에 서식하는 노루 머리뼈의 계량형태 학적 차이를 분석하기 위하여 머리뼈최대길이를 기준으로 각 부위별 측정치를 나눈 값을 바탕으로 두 집단 간 계량형 태학적 특성을 비교·분석하였다. 또한 측정치는 암·수로 구 분한 후 SPSS 12.0 program(SPSS Inc., USA)을 이용하여 t-test와 정준판별분석(CANDISC), 분산분석(ANOVA) 등 을 실시하였다. 또한 한국산 노루의 계통분류학적 위치를 고찰하고자 Sheremetyeva와 Sheremetyev (2008)가 연구한 시베리아노루 3아종(C. p. pygarus, C. p. tianschanicus, C. p. melanotis)의 머리뼈 측정치 자료와 내륙노루, 제주노루 의 머리뼈 측정치 자료를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군집분 석(clusterign analysis)을 실시하였다.
결 과
1한국산 노루 머리뼈의 형태학적 특성 비교
내륙과 제주도 지역 간 노루 머리뼈의 형태학적 특성을 비교·분석한 결과 내륙노루의 머리뼈최대길이는 평균 20.7±0.7cm(19.9~22.1cm), 제주노루는 평균 19.4±0.8cm (17.7~21.6cm)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t-test, F=31.8, P < 0.01). 뒤통수뼈관절융기-치조점사이길이는 내륙노루가 평균 20.2±0.5cm(19.6~20.9cm), 제주노루는 평균 18.8±0.8 cm(17.5~21.0cm)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t-test, F=41.2, P < 0.01).
머리뼈바닥길이는 내륙노루가 평균 19.8±0.6cm(18.9~ 20.7cm), 제주노루는 평균 17.8±1.0cm(15.4~19.5cm)로 유 의한 차이를 보였다(t-test, F=52.9, P < 0.01). 머리뼈최대폭 은 내륙노루가 평균 9.3±0.4cm (8.7~9.7cm), 제주노루는 평 균 8.8±0.5cm(8.0~9.6cm)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t-test, F=10.1, P < 0.01).
광대뼈사이폭은 내륙노루가 평균 8.8±0.3cm(8.2~9.1 cm), 제주노루는 평균 8.5±0.3cm(8.0~9.1cm)로 유의한 차 이를 보였다(t-test, F=8.7, P < 0.01).
눈확사이폭은 내륙노루가 평균 5.9±0.4cm(5.2~6.4cm), 제주노루는 평균 5.6±0.5cm(4.7~6.5cm)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t-test, F=6.6, P < 0.05).
얼굴길이는 내륙노루가 평균 11.0±0.5cm(10.4~11.9cm), 제주노루는 평균 9.8±0.5cm(8.6~10.9cm)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t-test, F=65.4, P < 0.01). 위어금니열길이는 내륙노 루가 평균 6.2±0.2cm(5.7~6.5cm), 제주노루는 평균 5.8±0.3 cm(5.3~6.4cm)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t-test, F=18.0, P < 0.01).
이와 같이 내륙과 제주도 지역에 서식하는 노루의 머리뼈 형태학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코뼈길이(t-test, F=0.8, P > 0.05)와 뇌머리뼈폭(t-test, F=0.3, P > 0.05)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제주노루가 내륙노루 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Table 2).
2한국산 노루의 계량형태학적 특성 비교
내륙노루와 제주노루 간 머리뼈 형태의 계량형태학적 차 이를 분석하기 위하여 머리뼈최대길이를 기준으로 각 부위 별 측정치를 나눈 자료로 두 집단 간 계량형태학적 특성을 분석하였다. ANOVA 분석을 통하여 내륙노루와 제주노루 사이에 머리뼈바닥길이(one-way ANOVA, F=8.7, P < 0.01), 광대뼈사이폭(one-way ANOVA, F=1.6, P < 0.01), 눈과 코뼈 사이의 길이(one-way ANOVA, F=9.7, P < 0.01), 코뼈길이(one-way ANOVA, F=0.02, P < 0.01), 뇌머리뼈폭(one-way ANOVA, F=0.7, P < 0.01) 등의 차이 를 확인하였다(Table 3). 또한 Tukey의 HSD(honestly significant difference) 검정법에 의한 사후 분석 결과도 이 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정준판별분석(CANDISC)을 실시한 결과 고유값은 2.26, 1.47로 분석되었으며, 내륙노루와 제주노루의 산점도는 차 이를 나타냈다(Figure 2). 그러나 머리뼈 형태에 있어서 내 륙노루와 제주노루 머리뼈 형태가 일부 중첩되는 것으로 나타나 두 집단 간에 명확한 차이를 나타내지는 않았다.
3머리뼈 특성을 이용한 한국산 노루의 계통분류학 적 위치에 관한 분석
현재까지 학자들 간에 의견이 많은 한국산 노루의 계통분 류학적 위치를 밝히고자 Sheremetyeva와 Sheremetyev (2008)가 러시아 지역에서 보고한 시베리아노루 3아종의 머리뼈 측정치와 내륙노루, 제주노루의 머리뼈 측정치 자료 를 비교·분석한 결과 수컷 노루의 경우 C. p. pygarus, C. p. tianschanicus, 내륙노루, C. p. melanotis, 제주노루 순으 로 머리뼈의 크기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Table 4). 또한 이를 바탕으로 군집분석을 실시한 결과 내륙노루는 C. p. tianschanicus와 하나의 분지군으로 묶였으며, 제주노루는 C. p. melanotis와 같은 분지군으로 묶였다(Figure 3).
암컷의 경우 C. p. pygarus, C. p. tianschanicus, 내륙노 루, 제주노루, C. p. melanotis 순으로 머리뼈의 크기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으며(Table 5), 이를 바탕으로 군집분석을 실 시한 결과 수컷과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Figure 4).
고 찰
내륙과 제주도 지역에 서식하는 노루의 머리뼈 형태학적 특성을 비교·분석한 결과 머리뼈최대길이, 뒤통수뼈관절융 기-치조점사이길이, 머리뼈바닥길이와 폭, 광대뼈사이폭, 눈확사이폭, 얼굴길이, 위어금니길이 등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 제주노루가 내륙 지역에 서식하는 노루보다 머리뼈 의 크기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머리뼈 계측치 간 비율 차이는 첫째, 외부형태학적 차이에 따른 머리뼈 형태 의 차이로 판단한다(Park et al., 2011). 둘째, 반추 동물의 경우 아래턱뼈의 형태와 치아의 배열상태 및 치아활의 형태 등이 섭식형태에 따라 각기 차이를 보이고 치아의 숫자에 따라 이틀의 형성에도 많은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Nickel et al., 1986). 이처럼 내륙과 제주도 지역에 서식하는 노루의 머리뼈 특성 중 특히 치아의 크기와 형태 적 차이는 서식지 특성에 따른 먹이자원의 영향으로 생각한 다(Aragon et al., 1998).
노루의 외부형태학적 변이는 노루의 나이(Danilkin and Hewison, 1996; Hewison, 1996), 먹이자원의 질적 차이와 같은 서식환경 차이(Danilkin and Hewison, 1996), 기온 (Mysterud et al., 1997; Mysterud and Østbye, 1995), 기후 와 서식밀도 변화에 따른 서식 환경의 변화(Carole et al., 2006; Festa-Bianchet et al., 1998; Klein and Strandgaard, 2008) 등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섬과 같이 한정된 지역에서 개체수가 증가하면 과도한 경쟁으로 인하여 개체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Lomolino and Perault, 2007; Putman, 1996). 이처럼 현재 제주노루가 내륙노루 보다 형태학적으로 왜소한 것은 제주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기후와 서식밀도 변화에 따른 서식환경의 변화에 오랫동안 적응한 결과로 판단된다.
보통 종은 개체 간에 여러 가지 특성에 차이를 보이며, 아종은 머리뼈의 형태, 치아의 구조, 채색과 크기 같은 것에 있어서 2~3가지 정도에 차이점만을 보인다(Mayr and Ashlock, 1991). 특히 동일 종 내에서 치아의 형태학적 차이 점을 찾아보기는 거의 힘들기 때문에 치아의 특성은 종과 아종을 구분하는 판단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치아의 측 정치가 통계학적으로 상반된다면 종과 아종을 확연하게 구 분할 수 있다(Schwarz, 1980). 그러므로 현재 내륙과 제주 도 지역에 서식하는 노루의 치아 측정치가 통계학적으로 상반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아종 수준의 분류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시베리아노루의 머리뼈 형태 학적 특성에 대한 연구 자료가 부족하여 한반도에 서식하는 노루의 계통분류학적 위치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지만 (Sheremetyeva and Sheremetyev, 2008), 제주도 지역에 서 식하는 노루의 경우 시베리아노루 3아종과 내륙 지역에 서 식하는 노루 보다 머리뼈의 크기가 작아 시베리아노루 중 머리뼈의 크기가 가장 작은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전 세 계적으로 제주도 지역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판단되며, 내륙 지역에 서식하는 노루의 경우 시베리아노루 3아종 중 C. p. tianschanicus와 머리뼈 형태가 더 가까운 것으로 생 각되나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Danilkin과 Hewison (1996)의 시베리아노루 연구 결과 를 보면 C. p. tianschanicus는 C. p. pygargus 보다 형태학 적으로 작고, 부속 B염색체의 개수에 있어서 두 집단 간 차이를 나타내 C. p. tianschanicus와 C. p. pygargus를 서로 다른 아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제주노루의 경우 외 부형태 및 머리뼈 형태에 있어서 내륙노루와 뚜렷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으며, 내륙지역과 지리적으로 오랫동안 격리되 어 있어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다면 아종 수준의 분류가 충 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Koh and Randi, 2001; Xiao et al., 2007). 그러므로 한반도 지역에 서식하는 노루의 계 통분류학적 위치를 더욱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향후 시베리아노루 3아종과 한반도 지역에 서식하는 노루의 미 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이용한 계통분류학적 연구가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