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현삼과(Scrophulariaceae) 며느리밥풀속(Genus Melampyrum) 은 전 세계적으로 약 40종이 북반구에 분포하고, 특히 유럽 쪽에 집중적으로 분포한다(Kitamura, 1941; Shin,1992). 우 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며느리밥풀 속에는 꽃며느리밥풀, 털며느리밥풀, 알며느리밥풀, 흰알며느리밥풀, 수염며느리 밥풀, 흰수염며느리밥풀, 애기며느리밥풀, 새며느리밥풀, 긴꽃며느리밥풀 등이 있고, 반기생(半寄生; hemiparasite) 의 한해살이풀이다(www.nature.go.kr). 대체로 산지에서 등산로 주변이나 건조한 풀밭에 자라며, 지역별로 식물체의 생육상태가 크게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주변 식물들이 본 속 식물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Yeom, 2009). 그리고 며느리밥풀류는 종자에 지방체(elaiosome) 를 부착하여 개미가 종자산포를 하는 식물(myrmecochory) 이다. 개미에 의한 종자산포는 지방체를 부착한 전파체 (diaspore)를 개미가 물어가 지방체를 먹이로 이용하고, 식 물체는 지속적인 편익(종자 이동, 산불과 종자포식자로부터 의 보호와 양료가 풍부한 환경을 제공받는 등)을 얻기에 상리공생의 좋은 사례이다. (Kim, 2014, 2011; Fischer et al, 2008, 2005; Rico-Gray and Oliveira, 2007; Gorb and Gorb, 2003; Beattie, 1985). 이러한 상리공생은 개미, 초식 곤충, 피자식물 등의 다양성이 풍부해지는 시기인 백악기 후반에서 에오세기 초반에 시작된 것이며, 피자식물과 함께 상호작용하며 개미의 종 분화가 이루어진 것이라 보고 하였 다(Moreau et al., 2006). Gibson(1993)은 미국 미시간주 Keweenaw반도 참나무·소나무 혼효림에서 M. lineare의 전 파체(Diaspore)를 개미가 물어간 것과 임의 파종한 비교 실 험에서 발아성공률, 생존율, 번식률이 전자에서 월등히 높 았음을 보고하였다. Guitiάn and Garrido(2006)는 식물과 개미의 상호작용은 두 집단의 개체 간 생육 및 번식에 유리 한 방향으로, 효율적인 전략을 택하여 진화하였으며, 개미 가 종자를 분산하는 식물은 다른 식물들보다 먼저 개화하고 개미 개체수가 많은 시기와 종자 이용률이 높은 시기가 일치 하는 등 스페인 서부 지역에서 이른 봄에 개화하는 개미가 종자를 분산시키는 식물들은 곰개미류(Formica rufibarbis) 에 적응했음을 보고하였다. Dalrymple(2007)은 영국에 서 식하는 반기생 한해살이풀 M. sylvaticum은 스코틀랜드 고 지대의 배수가 양호하고 수관층이 열린 낙엽수림의 약산성 토양에서 자라고, 독특한 환경을 선호하는 특성으로 종자가 큰 K-전략을 가져 환경적응에 실패하는 일이 많아 위기식 물로 지정된 것이라 보고하였다. Crichton et. al.(2012)은 멸종위기종 M. sylvaticum의 부수체 마커유전자를 이용하 여 번식체계, 유전다양성, 집단구조를 조사하였으며, 이종 은 근친교배를 할 것이라 주장하였다. Kirmizibekmez et al. (2011)은 터키산 며느리밥풀(M. arvense)의 대사물질이 항원생동물 효과가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꽃며느리밥풀의 전초를 생약명 산라화로 약용하며(Ahn, 1998), 며느리밥풀 속의 iridoid 배당체에 관한 연구를 꽃며느리밥풀(Chung and Kim, 1982), 새며느리밥풀(Shin et al., 2002), 등 유기 화학적 성분에 관한 연구 외에는 생태적 특성 및 숙주식물 에 관한 연구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개미가 종자를 분산시키는 반기생 한해살이풀 며느리밥 풀속 3종, 꽃-, 새-, 알며느리밥풀-의 서식지, 전파체 특성과 관련 개미를 밝히고자, 2012년 5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3종의 며느리밥풀류의 서식지 특성, 열매 수집, 전파체 특 성 및 급여시험을 실시하였다.
연구방법
1조사 대상지
본 연구는 2012년 강원도 지방에 자생하고 있는 며느리 밥풀속의 서식지를 예비 조사하였으며, 원색 대한식물도감 및 검색표(Lee, 2003)를 이용하여 며느리밥풀속(Genus Melampyrum)을 동정하였으며,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오대 산 일대 비로봉 구간과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 석병산 구간 에서 새며느리밥풀(M. setaceum var. nakaianum)의 생육지 를 확인하였고, 평창군 대화면 하안미리에 위치한 중왕산 일대 꽃며느리밥풀(M. roseum) 자생지를 확인하였다. 알며 느리밥풀(M. roseum var. ovalifolium)은 양구군 해안면 돌 산령터널 인근 산지에서 자생지를 확인하여 조사 대상지 (Figure 1)로 선정하였다.
2며느리밥풀속 서식지 환경 및 식생 조사
며느리밥풀속 자생지의 환경특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환 경인자(고도, 방위, GPS, 경사, 울페도, 토양수분, 토양pH, 토심 등)를 조사하였다. 서식지 식생조사는 며느리밥풀속이 생육하고 있는 대상지에 방형구조사법(10 × 10m)으로 수 관의 위치에 따라 상·중·하층을 구분하여 조사하였으며, 상· 중층의 수목은 직경테이프(Diameter Rule, Malaysia)를 이 용하여 흉고직경(cm)을 측정하고, 하층은 피도(㎡)를 측정 하였으며, 총 19개소를 표준지를 조사하였다. 초본식생조사 는 각 방형구 내에 소방형구(1 × 1m)를 각 4개소씩 총 76개 를 조사하였으며, 조사구내 초본은 각 종의 개체수를 조사 하였다.
3전파체(Diaspore) 특성, 급여시험(Cafeteria Experiment) 및 관련개미 조사
연구 대상지별로 2013년 9~10월에 종자를 수집하였으 며, 며느리밥풀속 종자 및 엘라이오솜 형태 등을 10-80× 실체현미경(V8 Discovery, Zeiss, Germany)으로 관찰하고 필요한 사진을 촬영 하였다. 전파체를 분석용저울(AJ100, METTLER, USA)로 5립씩 4반복 하여 평량하고, 확대경 (Megaview ProG5, TERASAKI, JAPAN)과 핀셋을 이용 하여, 엘라이오솜을 떼어내고 종자와 지방체(elaiosome)의 중량을 산출하였다. 산출된 값은 Microsoft Excel의 통계프 로그램을 이용하여 분산분석하였다.
전파체 급여시험은 Kim(2011)의 방법에 따랐으며, 각 조 사대상지에서 채집된 전파체를 목재접시(11cm×8cm×0.5cm) 에 10립을 배열하고, 조사구 내에 설치하여 전파체를 물어 가는 개미를 조사하였다. 며느리밥풀속 각 식물종의 전파체 를 물어가는 개미는 카메라(RICOH CX6)로 촬영하였으며, 흡충관을 이용하여 개미를 채집하여, 상지대 곤충학연구실 에서 동정하였다.
결과 및 고찰
1며느리밥풀속 서식지의 환경조건
며느리밥풀속이 생육하고 있는 오대산, 석병산과 중왕산 에서 조사된 환경인자들을 Table 1.에 보였다. 며느리밥풀 속 서식지는 대부분 남사면으로 광양이 풍부하고, 배수가 원활하며, 토양 습도가 비교적 낮은 지역에서 생육하는 것 으로 판단된다. 토양조사 결과는 Dalrymple (2007)이 영국 에서 반기생 한해살이풀인 M. sylvaticum이 배수가 양호하 고 수관층이 열린 낙엽수림의 약산성토양에서 자란다는 보 고와 유사한 결과를 나타냈으며, 본 조사에서도 며느리밥풀 속 서식지의 토양pH는 약산성을 보였고, 낙엽층과 토양층 이 비교적 얕은 남향사면 수관층이 열린 숲 가장자리에서 서식하였다. 대상지 4곳 중 양구군 해안면의 알며느리밥풀 자생지는 연구 수행 중 개벌되고 전나무를 조림하여 며느리 밥풀속의 생육환경 및 식생조사는 진행하지 못하였으며, 2013-2014년 조사에서는 알며느리밥풀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확인하였다. 타 며느리밥풀류도 해마다 서식 하는 개체수와 장소가 이동되는 것을 확인하였으나 정밀조 사를 수행하지는 못 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며느리밥풀속이 개미의 종자산포로 번식하는 한해살이풀이며, 반기생하는 생육특성으로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함을 암시한다고 사료된다.
2며느리밥풀속 서식지의 주요 공서식생
각 서식지에서 공통적으로 출현한 주요 수종에 대한 수종 별 상대우점치(IP)와 평균상대우점치(MIP)를 Table 2.에 보였다. 각 서식지별 조사구에서 공통적으로 상층의 신갈나 무가 우점하고 있었다. 석병산과 중왕산 지역은 직경급이 큰 소나무의 분포가 나타났으며, 소나무가 쇠퇴하고 신갈나 무림으로 천이가 이루지는 숲으로 판단된다. 세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수종은 신갈나무, 당단풍나무, 철쭉, 참 싸리, 미역줄나무였으며, 척박하고 건조한 지역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수종들 이였다. 이는 며느리밥풀속의 생육환경과 비슷하고, 며느리밥풀속의 숙주식물일 가능성이 높은 수종 들이라 추정된다.
각 서식지에서 공통적으로 출현한 주요 초본식물종을 Table 3.에 보였으며, 세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대사초가 높 은 수치를 나타냈고, 맑은대쑥과 김의털, 실새풀이 공통적 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대사초, 맑은대쑥, 김의털 및 실새풀 등이 새며느리밥풀과 꽃며느리밥풀의 숙주식물일 가능성 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3며느리밥풀속 전파체 특성과 관련 개미종
새며느리밥풀, 꽃며느리밥풀과 알며느리밥풀의 종자를 채집하여 실체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은 Figure 2.에 보였 으며, 전파체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Table 4.에 보였다. 전 파체의 모양은 타원형의 종자 한 쪽에 덮개처럼 백색의 엘 라이오솜(지방체)이 붙어있는 형태였다(Figure 2). 엘라이 오솜의 이런 형태는 Kim(2011)이 보고한 고리 형태(얼레 지), 종자의 일부를 덮어 싸는 보자기 형태(산괴불주머니), 종자를 완전히 감싸고 있는 형태(괭이밥과 큰괭이밥), 종자 의 측면에 붙어있는 손잡이 형태(피나물과 애기똥풀) 등과 는 구별되었다. 며느리밥풀속 종간에 형태적 차이는 뚜렷하 지 않고 크기와 중량이 서로 차이가 있었다. 전파체(종자+ 엘라이오솜), 종자, 엘라이오솜 등의 중량을 측정한 결과, 전파체, 종자 및 지방체 비율은 종간 고도의 통계적 유의성 이 인정되었다. 며느리밥풀속 3종 중에서 전파체 중량은 새 며느리밥풀이 10.6mg으로 가장 무거웠고, 알며느리밥풀이 8.0mg, 꽃며느리밥풀 7.2mg의 순으로 나타났다. 엘라이오 솜 중량은 알며느리밥풀이 1.2mg으로 가장 무거웠고, 새며 느리밥풀 1.0mg의 순이였으며, 꽃며느리밥풀이 0.8mg으로 가장 가벼웠다. 엘라이오솜 중량비는 알며느리밥풀이 15.0% 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새며느리밥풀이 9.43%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Lee(2013)의 자료를 바탕으로 추 가 조사를 수행하여 얻어진 것이다.
각 종별로 측정된 자료를 바탕으로 분산분석한 결과, 엘 라이오솜 중량을 제외하고 모두 통계적 유의차를 나타냈다. 이는 새며느리밥풀과 꽃며느리밥풀이 종자중량에 비하여 엘라이오솜의 중량은 비교적 일정하게 나타났으며, 며느리 밥풀속의 종자중량은 생육지의 조건에 따라 크기와 무게의 변이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결과는 Yeom(2009)의 지역별로 식물체의 생육상태가 크게 차이를 보인다는 보고 와 같은 경향이며, 구주적송과 며느리밥풀(M. partense)의 반기생이 생장과 번식에 영향한다(Salnen et al., 2000)는 보고로 보아 반기생하는 생육특성 때문이라 사료된다. 8종 의 개미가 종자를 산포하는 식물종(myrmecochory) 의 전파 체와 엘라이오솜의 중량을 보고한 Kim(2011)의 결과와 비 교할 때, 며느리밥풀속의 전파체 중량(7.2~10.6mg)은 얼레 지(전파체 중량 14.8mg)에 비하여 조금 낮은 값이었으나 다 른 식물종들에 비하여는 월등히 큰 값임을 확인하였다. 이러 한 결과는 Dalrymple(2007)이 반기생 1년초 M. sylvaticum 은 종자가 큰 K-전략을 가진다는 보고와 같은 경향이라 판 단된다. 이는 개미와의 상리공생을 위하여 개미에게 선호되 고 번식에 적합하도록 적응한 것이라 사료된다.
4전파체를 물어가는 개미들
새며느리밥풀이 서식하는 오대산 비로봉 구간에서는 코 토쿠뿔개미(Myrmica kotokui)가 전파체를 물어가고, 석병 산 구간에서는 항아리뿔개미(Myrmica excelsa)와 가시방 패개미(Myrmecina nipponica)가 전파체를 물어가는 것이 관찰되었다. 알며느리밥풀이 서식하는 양구에서는 코토쿠뿔 개미가, 꽃며느리밥풀이 서식하는 중왕산에서는 일본장다리 개미(Aphaenogaster japonica)가 각각 전파체를 물어가는 것 이 관찰되었다. 이들 개미종 이외에도 스미스, 밑들이개미 류 등이 관심을 가지고 전파를 다루는 것이 관찰되었으나 몸집이 너무 작아 전파체를 물어가지는 못하였다. 새며느리 밥풀의 종자가 엘라이오솜이 잘려나간 상태로 숲 바닥에 떨 어져 있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작은 일개미가 큰 종자를 가장 많이 떨어뜨린다는 Gorb and Gorb(1999)의 보고로 보아 몸집이 작은 개미들이 전파체가 너무 무거워 엘라이오솜만 떼어가고 버려진 것이라 판단된다(Figure 2, D). 숲 바닥에 버려진 종자는 설치류에 의한 종자 포식 (Gibson, 1993)과 딱정벌레에 의한 종자 포식(Ohkawara et al., 1997)으로 보아 소형 설치류나 보행성 딱정벌레들의 먹이로 소비되며, 새며느리밥풀은 번식에 실패하게 될 것이 라 사료된다. 서식지가 아닌 원주의 상지대학교 구내 급여 시험에서는 곰개미와 누운털개미가 활발하게 며느리밥풀 속의 전파체를 물어가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개미가 역사적 강제성(historical constraints)에 의하여 특정 식물의 전파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식이전략으로 선택 한다는(Peters et al., 2003) 보고와 개미의 선택행위가 종자 형질에 영향하며, 개미는 보다 많은 보상을 원한다는 (Edwards et al., 2006)의 보고가 설득력을 지닌다고 사료된 다. 며느리밥풀속 서식지에서 전파체를 활발히 물어가는 개 미는 모두 두마디개미아과(Myrmicinae)에 속하는 3속 4종 의 몸집이 작은 개미들로 코토쿠뿔개미, 항아리뿔개미, 가 시방패개미와 일본장다리개미로 확인 되었으며, 두마디개 미아과에 속하는 개미들은 대부분 잡식성이며, 일부 종류는 포식성, 씨앗을 먹고, 곰팡이를 사육하는 개미들로 이루어 진 집단으로 서식처와 먹이의 다양성 등 생육특성을 고려하 면, 며느리밥풀속의 종자산포에 유리한 종이라 판단된다. Figure 3.
반기생 한해살이풀이며 개미가 종자를 산포하는 며느리 밥풀속 식물체들은 개체의 생육상태에 변이가 크며, 환경조 건의 변화에 민감하므로 지속적인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