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시화호 유역은 과거에 군자만이 있던 곳이다. 만이 내륙 깊숙이 만입되고 복잡한 굴곡을 가진, 전형적인 서해안의 해안선을 형성하고 있었던 지역이다. 바다와 접한 만의 가 장자리는 큰 조차와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넓은 조간대가 잘 발달되어 있었다. 사리포구, 마산포구, 대부도, 음도, 형 도 등을 포함하는 군자만 내해의 주변 조간대는 다양한 생 물이 서식하였으며, 수산자원이 가장 풍부한 지역이었다 (Statistics Korea, 2013). 그러나 시화지구 대단위 간척종합 개발의 일환으로 농어촌진흥공사가 1994년 시화방조제를 완공함에 따라 군자만과 그 내부의 조간대는 소실되었으며, 방조제 축조로 형성된 호수면적은 56.5km2 이었다(KWRC, 2005). 시화방조제 건설은 내부 조간대의 소실뿐만 아니라 극심한 수질악화를 유발하였고(KORDI, 1999) 이에 정부 는 2000년 「시화호 수질개선(변경) 대책을 통해 담수화를 포기하고 해수호로의 전환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그러 나 배수갑문의 구조적인 문제와 해수유통량의 부족은 시화 호 수질 및 생태계를 크게 개선시키지 못하였고(Jung, 2000)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화호 조력발전소 건 립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2012년 조력발전소가 완공· 가동 되면서 시화호 수역에는 규칙적인 조석환경이 조성되었고, 이에 따라 시화호 가장자리를 따라 소실되었던 조간대가 다시 형성되었다. 최근 들어 조간대 복원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면서 일부 선진국에서는 기존 간척지를 역간척하거 나(Eertman et al., 2002; Gray et al., 2002; Young and Ishiga, 2014), 인공습지 및 인공조간대를 조성하는 경우도 활발하다(Tong et al., 2013; Wataru et al., 2014). 세계자연 보호연맹(IUCN)에 따르면 EAAF(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조간대의 생물다양성 감소가 급격히 나타나고 생 태계서비스(ecosystem services)가 소실되고 있으며, EAAF 중 특히 황해가 가장 우려되는 지역으로 조사되었다 (MacKinnon et al., 2012).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연안매립 으로 조간대 서식지가 사라짐이 직접적 요인으로 사료되고, 국내에서는 지난 50년 동안 염습지를 포함한 연안습지가 60%가 사라졌다(Hilton and Manning, 1995; Yee et al., 2010). 간석지 지역의 소실, 습지의 다양성 파괴와 단순화가 초래되어 조류개체군의 서식지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Barter et al., 2002), 특히 물새들은 매년 5~9%씩 매우 빠른 속도로 개체수가 감소되고 있는 실정이다(MacKinnon et al., 2012).
국내의 경우 조간대 훼손사례에 비해 복원 사례는 크게 부족하며, 순천만, 장흥, 고창군 등 일부지역을 대상으로 시 범 사업만이 진행되었을 뿐이다. 시화호는 조력발전소 가동 후 소실되었던 조간대가 다시 복원된 국내의 첫 사례일 뿐 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이다. 본 연구는 조력발 전소 건설 전·후 조간대 복원 변화가 시화호에 도래하는 물새의 분류군별 개체수 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한 조류다양성 유지 및 증진을 위한 조간대 보전․ 관리의 기초자료로 제시하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1.연구지역
연구지역은 시화호 내측에 형성된 조간대를 대상으로 하 였으며,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에 위치한 남측조간대와 시흥 시와 안산시에 걸쳐 건설 중인 시화 MTV(Multi Techno Valley)의 북측 조간대를 포함한다(Figure 1). 동쪽으로는 안산 갈대습지공원 앞 스피드웨이 지역까지 연구지역으로 설정하였으며, 시화호 내측 수공간과 유입지천인 반월천, 동화천, 삼화천은 연구지역에 포함하지 않았다. 좌표상으로 는 N: 37° 15′ ~ 27° 24′, E: 126° 35′ ~ 126° 48′에 해당된 다. 1994년에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시화호 유역은 조 석이 없는 호수환경으로 변하였으며, 그 내측의 조간대는 사라졌다(Figure 2). 이후 시화호는 극심한 수질악화 문제 에 직면하였고, 정부는 배수갑문을 통한 해수유통을 결정하 면서 시화호의 담수화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시화호 내측에는 다시 불규칙한 조석이 만들어 졌으며, 수 변부에는 제한적인 조간대가 형성되었다. 2012년부터는 시 화호 조력발전소(tidal power plant, 이후 TPP)가 가동되면 서 최고 -1.0 m에서 최저 -4.5m 범위(평균해수면 기준)의 규칙적인 조석이 유지되었고, 시화호 내측에는 넓은 조간대 가 새롭게 형성되었다.
2.조사 및 분석방법
조류조사는 2009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6년간 매 월 1회씩 조사하였다. 각 조간대 지역마다 관찰이 용이한 장소를 선정하여 매 조사 시 같은 지점에서 쌍안경(Olympus 8×)과 망원경(Nikon 20~60×)을 이용하여 정점조사를 실시하 였다. 조류의 분류 및 종명(영명, 학명)은 The Ornithological Society of Korea(2009)의 체계를 따랐으며, Lee et al.(2014)을 참고하였다. 조사결과의 정리는 관찰된 종수는 매회 관찰된 전체 종수로 하였고, 개체수는 매회 관찰된 조 류의 최대개체수를 합한 최대합계수로 하였다.
조류의 분류는 조간대 내에서 꾸준히 관찰된 백로과(Ardeidae), 오리과(Anatidae), 검은머리물떼새과(Haematopodidae), 물떼새 과(Charadriidae), 도요과(Scolopacidae), 갈매기과(Laridae) 의 6개 분류군을 대상으로 수행하였으며, 생태적 특성에 따 라 오리과는 고니·기러기류, 수면성오리류, 잠수성오리류 의 3개 분류군으로 세부 구분하였고, 검은머리물떼새과, 물 떼새과, 도요과는 도요·물떼새류의 1개 분류군으로 통합하 여 분석하였다(Table 1).
시화호 조간대 복원 변화의 자료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의 자료를 사용하였으며, 원격탐사기법과 실고도 측량자료 를 이용하여 작성된 수치표고모델(Digital elevation model, DEM)을 통해 산출되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조류 자료는 조력발전소 가동 전 조간대 자료를(2010년), 2012부터 2014년까지 조류 자 료는 가동 후 조간대 자료를(2013년) 기준으로 분석하였다. 통계분석은 PAWS(version. 18.0)을 활용하여 분류군별 유 의성 검정을 실시하였다.
결 과
1.조간대 복원이후 면적의 변화
시화호 담수화를 포기한 후부터 조력발전소 가동이 시작 되기 전까지는 시화방조제 서측 끝에 위치한 배수갑문이 운영되었다. 배수갑문 운영을 통해 해수를 유입 및 유출함 에 따라 불규칙하기는 하나 인공적인 해수면의 승강운동이 생겨났으며, 이로 인해 시화호 남단을 따라 높은 고도의 지 역이 노출되며 조간대가 형성되었다(Figure 2, 3). 2010년 의 조간대는 당시의 시화호 조위운영범위인 최고 -1.0m, 최소 -2.0m의 사이에 위치한 지역이다. 해당지역을 면적화 하여 산출된 조간대 면적은 약 5.6km2이었으며, 이는 1910년 대 조간대 면적을 기준으로 약 3% 수준이며, 시화방조제 완공 전(1991년)의 약 5% 수준이었다. 2011년에는 조력발 전소 시험가동을 위한 고낙차 시험운영이 진행되었으며, 최 저 조위를 –3.1 m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조간대 면적은 10.1 km2로 산출되었다. 조력발전소 가동 후에는 시화호 내측 기 준조위가 –3.1m에서 -4.5m로 하강되었고, 이로 인한 해수 유통량의 확대와 1일 2회의 배수 및 유입을 통한 규칙적인 조석환경의 형성으로 조력발전소 가동 전에 비해 조간대 면적이 크게 증가되었다. 2013년의 조간대 면적은 총 20.3 km2로 산출되었다(Table 2, Figure 3).
2.조간대 복원 전 후 수조류군집 양상
시화호 조력발전소 가동 전·후 조간대에 도래하는 물새 의 6개 분류군별 전체 군집양상을 살펴본 결과 복원 전에는 250,283개체, 복원 후에는 292,309개체이었다. 분류군별로 는 조간대 복원 전 백로과는 7,681개체, 고니·기러기류는 9,131개체, 수면성오리류는 98,915개체, 잠수성오리류는 88,573개체, 도요·물떼새류는 18,746개체, 갈매기과는 15,752개체이었으며, 복원 후 백로과는 12,761개체, 고니· 기러기류는 10,956개체, 수면성오리류는 153,853개체, 잠 수성오리류는 41,917개체, 도요·물떼새류는 33,732개체, 갈매기과는 19,040개체로 나타났다. 전체 분류군 중 잠수성 오리류를 제외한 나머지 분류군은 대부분 복원 전에 비해 복 원 후 개체수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Figure 4). 또한, 분류 군별 개체수 차이 분석을 실시한 결과 백로과(F=22.990, p<0.001), 고니·기러기류(F=4.381, p<0.01), 수면성오리류 (F=29.305, p<0.001), 잠수성오리류(F=1.445, p=0.237), 도 요·물떼새류(F=6.085, p<0.001), 갈매기과(F=113.993, p<0.001)로 나타났다(Table 3).
결과적으로 조간대 복원 전과 후의 전체 조류 개체수 군 집양상은 큰 차이가 없었으나 각 분류군별 군집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Table 3, Figure 4).
고 찰
본 연구는 시화호의 조간대 복원의 환경변화가 물새의 군집 양상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시화호 조력발전소 가동 전·후 조간대 복원 변화 는 전체 조류 군집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조류 분류군별 군집 차이에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백로류는 여름철새(summer visitors)로 한국전역에서 번 식하며, 종에 따라 하천, 저수지, 호수, 간석지 등 다양한 형태의 습지를 취식지로 이용한다(Choi et al., 2007; Park et al., 2009). 본 지역에서 백로류는 조력발전소 시험가동이 시작된 2011년 이후부터 개체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 며, 이는 조간대의 저서생물의 증가에 따라 이를 먹이원으 로 이용하는 백로류의 개체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왜가리(Ardea cinerea)와 중대백로(Egretta alba modesta), 대백로는 다른 백로류에 비해 개체수가 현 저히 많았다. 이는 종별 서식지 선호도 차이와 먹이원의 선 호도 차이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Choi et al., 2007). 왜가리 와 중대백로 대백로는 일부 개체가 월동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용하였고, 중백로와 쇠백로는 대부분의 개체가 번식을 마 치고 월동지로 이동했던 이유인 것으로 판단된다.
고니·기러기류와 수면성오리류는 대부분 겨울철새(winter visitors)로 한국전역 습지에서 월동한다(Park et al., 2007). 본 지역에서 고니·기러기류는 2013년 이후 크게 증가하였 는데 이는 큰기러기의 개체수 증가로 인한 것이며, 큰고니, 쇠기러기, 황오리, 혹부리오리는 비교적 소수의 개체수가 불규칙적으로 도래하였다. 일시적인 현상인지의 여부는 지 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수면성오리류 는 2012년 이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는 수면성오 리류 대부분은 주변 농겨이를 취식지로 이용하였으며(Vickery et al., 1995; Czech and Parsons, 2002) 수계 내부는 주로 휴식의 목적으로 이용하였으며, 본 지역에서 넓어진 조간대 를 휴식처로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이 조성된 것으 로 사료된다.
조간대 복원 전·후 잠수성오리류는 개체수 증감의 차이 가 크지 않았다. 대체로 수심이 깊은 개방된 수환경(Open water)에서 취식을 하며, 흰죽지류는 1~2.5m, 댕기흰죽지 류는 0.6~3m, 비오리류는 1~4m의 수심을 주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Cramp and Simmons, 1977). 이러한 생태특성 때문에 잠수성오리류는 주로 수심이 있는 지역을 선호하여 조간대 면적 증가가 개체수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도요·물떼새류는 한국을 봄철과 가을철에 통과하는 통과 철새(passage migrants)로 대부분 서해안의 갯벌 의존성이 높은 종이다(Newman and Lindsey, 2011). 2009년에는 개 체수가 높았는데 이는 민물도요의 도래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 지역을 주로 휴식처로서만 이용하였다. 조간대 복원 후에는 개체수가 뚜렷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시 화호 조간대 지역은 조력발전소 가동 후 넓은 면적의 규칙 적인 조석이 유지됨에 따라 저서동물군집의 제반지수가 꾸 준히 증가하였고 생태계의 안정화가 진행되었다(MOF, 2013). 저서무척추동물은 도요·물떼새류를 포함한 물새에 게 중요한 단백질원을 비롯한 기타 영양분을 제공하기 때문 에 먼 거리로 이동함에 있어서 필수 요소로 작용 한다 (Krapu and Reinecke, 1992; Sánchez et al., 2006).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본 지역에서 도요·물떼새의 번식지와 월 동지 사이를 이동하는 중간기착지의 취식지로서 이용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갈매기류는 먹이 및 채식지로의 선택은 대부분 조간대 (Kubetzki and Grathe, 2003)이고, 먹이는 다양하여 연체동 물(molluscs), 갑각류(crustaceans)와 큰 쌍각류의 조개인 홍합(mussel)과 새조개(cockles)로 구성된다(CADEE, 1995, Kubetzki and Garthe, 2003). 따라서 조간대 복원 후 조간대 면적의 증가는 곧 갈매기류의 채식지 및 휴식처 면적의 증 가는 갈매기류의 개체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 다.
환경문제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시화호는 2012년 조력발 전소가 가동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시화호 수변부를 따라 넓은 조간대가 새롭게 형성된 것이다. 해수 유통량의 증가는 조간대의 구조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에너지이며, 조간대 면적의 증가는 조간대의 복원에서 본질적인 필요조건이다(Eertman et al., 2002; Neckles et al., 2002). 시화호 조간대는 형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 만 환경 및 생태계의 회복이 감지되고 있다. 그 예로, 조력발 전소 가동 이후에 여름철 수질악화 현상이 크게 개선되면서 조간대 퇴적물 내 유기물 함량이 자연상태의 토양이 갖는 범위로 감소되었으며(MOF, 2013) 물리적 환경요인의 개선 은 시화호 조간대의 저서생태계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우리나라는 방조제 건설을 통한 조간대 및 연안을 매립하는 간척사업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곳곳에서 진행되었다. 하지 만 간척으로 사라졌던 조간대가 조력발전소 가동을 통해 인위적으로 복원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가 극히 드물 정도로 독특한 사례이다. 본 연구는 향후 간척환경의 조간대 생물다양성 유지 및 보전을 위한 대안마련의 기초자 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