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수조류는 수심이 얕고 강폭이 넓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은 지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won et al., 2007). 많은 연구에서 조류의 분포는 환경요인에 의해 결정 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월동기 동안 수조류가 이용하는 서식지에 대한 결과는 해당 서식지에서 수조류 관찰로 이루어진 것으로, 넓은 지역 내에서 하루 동안 어떻 게 이용하는지는 현재 알려진 바가 없다. 논습지는 수조류 가 이용하는 서식지 중 가장 중요한 서식지 중 하나이다 (Colwell. 2010). 논은 시기에 따라서 환경이 변화하여, 수 조류의 분포 및 서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aeda 2001; Nam et al., 2012). 특히 청둥오리를 비롯한 수조류는 논의 의존성이 강한 종으로 이들 종은 시기에 따 라 논을 이용하는 형태가 다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Kang et al., 2014). 우리나라의 대규모 철새도래지는 대부분 간척 호와 주변의 간척지로 이루어져 있어 수계에 의존하는 일부 수조류는 호수와 간척지를 오가며 서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Figure 1).
야생동물의 서식지 선택은 여러가지 요인 중 먹이자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Yoo et al., 2008), 먹이 자원의 양은 분포지역, 이동거리 등에 영향을 준다. 또한 행동권 안에서 충분한 먹이자원이 공급되면, 일정한 서식지를 고정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Jung et al., 2010). 수조류가 인간의 간섭, 기후의 영향 등 특별한 방해요인이 작용하지 않으면, 큰 이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Kang et al., 2014).
현재 과거부터 진행된 자연습지의 개발로 인해 일부 수조 류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월동지인 해안, 간척 호수, 하구역, 저수지 등 서식환경 변화에 의한 결과와 국내를 포함한 동북아 전체 지역의 개체수 감소 현상과 맞 물린 결과로 추정된다(NIBR, 2012). 따라서 이를 서식지로 하는 수조류의 보호 및 관리가 필수적이다(Nam et al., 2012). 또한 수조류가 주로 이용하는 논은 훼손된 자연습지 를 대신할 대체서식지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적절한 논의 관리는 다양한 야생동물의 보호로 연계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수조류 중 우점종에 속하는 대표적인 오리류인 흰뺨검둥오리를 대상으로 월동기 동안 서식지를 이용하는 특성을 파악하여 우리나라 수조류 서식 지 보호·관리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1.연구대상지
본 연구의 대상지역은 전라북도 정읍시에 위치한 동진강 과, 익산시의 만경강, 충청남도 서천군에 위치한 봉선저수 지, 전라남도 해남군에 위치한 화원저수지, 경기도 안성시 의 안성천에서 포획을 실시하였다. 포획을 실시한 5개 지역 은 공통적으로 포획을 실시한 하천과 저수지에 인접하여 논이 넓게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해남군의 화원 저수지 의 경우 해안과 약 1.5km 떨어져 있었다. 포획당시 서천군의 봉선저수지에서는 수렵지역으로 총포소리가 자주 들려왔 으며, 흰뺨검둥오리에 방해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였 다. 포획대상지의 환경은 동진강과 만경강, 안성천이 서로 유사하였으며, 서천의 봉선저수지와 해남군의 화원저수지 가 유사하였다.
2.위치추적장치 부착 현황
연구에 이용된 흰뺨검둥오리는 2015년 10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하천과 저수지의 수변부에서 Cannon-net을 이용 하여 동진강 5개체, 만경강 3개체, 서천 1개체, 해남 4개체, 안성천 7개체를 포획하여 총 20개체에 포획 및 추적기를 부착하였다. 포획된 개체는 즉시 새주머니(Bird-back)에 넣 어 10~20분 정도 안정화 시켰으며, 이후 각 개체 무게를 측정하여 추적 대상 개체를 선별하였다. 비행에 있어 행동 제약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추적기의 무게는 5%이하 이므로 (Kenward 1985), 야생동물위치추적기의 무게가 50g임을 고려하여 추적 대상개체는 1kg이상의 개체를 대상으로 하 였다. 야생동물위치추적기는 Kenward(1985)를 참고하여 백팩(Back-Pack) 형태로 부착하였다.
위치추적에 사용된 야생동물위치추적기(WT-300)은 GPS 를 통해 획득된 좌표를 이동통신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통신방식(WCDMA방식)을 통해 통합서버로 보내주는 시 스템으로 연구자는 웹에서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GPS좌표는 개체별로 1일 12회 획득하였다.
3.위치추적 현황
5개 지역에서 흰뺨검둥오리 20개체에 부착한 야생동물 위치추적기(WT-300)로부터, 평균 63±16.1일 동안 719±201.1 회의 좌표를 수신하여 흰뺨검둥오리의 이동 현황을 추적․분 석하였다(Table 1).
4.서식지 이용 및 이동거리 분석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흰뺨검둥오리 20개체에 대하여 서 식지 이용률 조사를 실시하였다. 서식지 이용률 파악하기 위해 토지피복도와 ArcGIS를 이용하여 해당 좌표에 대한 환경을 파악하였으며, 지역별, 시간대별 서식지 이용률의 차이를 보기위해 SPSS v18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카이제곱 분석과 One-way-Anova(일원배치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사후검증을 실시하였다 (Table 2).
좌표간 이동거리를 구하여, 하루 평균 이동거리를 파악하 였으며, 지역별 평균 이동거리는 각 개체별 하루 평균 이동 거리에 대한 평균을 구하였다. 지역별 하루 평균 이동거리 의 차이는 One-way-Anova(일원배치분석)을 통해 비교하 였으며, 사후검증은 Scheffe와 Dunnett T3를 이용하였다. 두 좌표간 이동거리를 구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결 과
1.흰뺨검둥오리의 서식지 이용
5개 지역에서 부착한 흰뺨검둥오리 20개체에 대한 위 치좌표의 환경을 토지피복도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총 20개체가 획득한 위치좌표는 14,380개였다. 이중 내륙수 에서 위치좌표 6,804개가 위치해 있었으며 47.3%의 비중 을 차지하였다. 다음으로 논에서 4,162개의 위치좌표를 확인하였으며 28.9%의 비중을 차지하였다. 다음으로 해 양수 5.6%, 내륙습지 6.5%, 연안습지 4.3%, 밭 2.1% 등의 순이었으며, 서식지간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p<0.001, F=63.92, df=239). 기타는 침엽수림, 주거지역, 나지, 초 지, 교통지역 등이었다. 특히 논과 내륙습지, 논과 바다, 논과 갯벌에서 차이가 컸다. 이들 환경은 흰뺨검둥오리 가 비행중에 수신된 좌표이거나, 좌표의 오차로 인한 결 과로 생각된다. 흰뺨검둥오리는 내륙수인 하천과 강, 저 수지 등을 주로 이용하였으며, 논을 먹이터로 이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ure 2).
2시간 간격으로 흰뺨검둥오리가 이용한 서식지를 분석한 결과 전체 서식지 중 이용률이 가장 높은 내륙수는 시간에 관계없이 꾸준히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논은 16시부 터 18시 사이에 이용률이 급격히 증가하여 06시까지 이용 률이 높았으며, 08시에서 16시까지 7%이하의 이용률로 감 소하였다. 반면, 내륙습지와 연안습지, 해양의 경우 오전 06 시부터 이용률이 급증하여 16시까지 대부분 10% 이상의 이용률을 보이다가 오후 18시 이후에 다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논은 주로 야간에 이용률이 높았으며, 내륙습지, 연 안습지, 해양의 경우 주간에 이용률이 높았다. 서식지와 시 간과의 관련성을 검정하기 위해 카이제곱 분석을 실시한 결과 각 서식지의 이용시각은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x2 =1072.58, p<0.001) (Figure 3).
2.이동거리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흰뺨검둥오리 20개체에 대하여 매 2시간마다 획득한 위치좌표를 기준으로 좌표 간 이동거리 를 분석하였다. 전체 평균 이동거리는 0.75±0.27km/2 hour 이었으며, 누적 이동거리는 8.95km이었다. 시간대 별로 살 펴보면 16시에서 18시 사이에 이동한 거리는 2.28±1.02km /2 hour 로 하루 중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였으며, 02시에서 04시 동안 이동한 거리는 0.23±0.17km/2 hour 로 가장 짧은 거리를 이동하였다.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이동한 거리는 2km 이상이었으며 나머지 시간대에 서는 1km 미만의 이동거리를 나타내었다(Figure 4). 각 시간 대별 이동거리는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 석결과, 각 시간대 별 이동거리의 유의확률은 P<0.001의 수치를 보여 평균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부적 으로 보면 8시와 18시는 다른 나머지 시간의 이동거리와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x2 =3754.627, p<0.001).
고 찰
야생조류의 서식지 선택은 먹이자원과 밀접한 연관이 있 으며, 특히, 야생조류의 일일 이동은 먹이자원, 먹이의 양, 취식지와의 거리, 방해요인, 기온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발생하며, 수조류의 일일 이동 현황 파악은 월동서식지의 관리에 있어 중요하다. Davis and Afton (2010)은 청둥오리 가 다양한 먹이원을 이용할 수 있는 서식지에서는 이동거리 가 감소하고 먹이가 감소할 경우 이동거리가 증가하는 경향 을 보이며, 서식지가 파괴된 경우에는 더 먼거리를 이동하 는 경향을 보인다고 하였다. Kang et al.(2014)의 연구에서 청둥오리는 월동기 동안 매우 짧은 거리를 이동하고 수계 의존성이 매우 높은 경향을 보였으며, 본 연구의 흰뺨검둥 오리 또한 수계를 중심으로 인근 농경지를 이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의 흰뺨검둥오리의 하루평균 이 동거리는 0.75km로 과거 흰뺨검둥오리의 이동거리 1.0km (Shin et al., 2016a), 만경강의 청둥오리의 이동거리 0.8km (Kang et al., 2014)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으며, 미국 청둥오 리의 이동거리 2.5km (Davis and Afton, 2010) 보다 짧은 이동거리를 보였다. 흰뺨검둥오리 각각의 개체들은 최초 부 착지역의 수계와 인근의 농경지, 하구, 상류, 일부 저수지 등을 오가며 서식하였으며, 멀리 분포하는 다른 수계로는 이동하지 않았다. 한편 일부 장 거리를 이동한 개체의 경우 오랫동안 서식하지 않고 곧바로 복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월동지 선택 후 특별한 방해요인이 없을 경우 큰 이동 을 하지 않는 것과(Kang et al., 2014),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흰뺨검둥오리는 하루 중에서 오전 6시, 8시 사이 와 오후 4시, 6시 사이에 긴 이동거리를 보였으며, 서식지 이용 또한 같은 시간대에 변화율이 가장 높았다. 오전 7시 경에 취식지에서 휴식지로, 오후 5시 경에 휴식지에서 취식 지로 이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Baldassarre and Bolen(1994)에 의하면 흰뺨검둥오리는 월동 서식지에서 수 계와 농경지를 이용하며, 농경지에서 주로 먹이 활동을 한 다고 보고하였으며, 야간의 먹이활동을 고려하면 흰뺨검둥 오리가 월동기간 논을 취식지로 이용하는 비율은 매우 높은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었다(Stafford et al., 2010).
논과 수계는 수조류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서식지이며 (Shin et al., 2016a), 논과 수계는 상호 보완적인 대표서식 지로서 이용되고 있었다(Kang et al., 2014). 자연습지가 부 족한 우리나라 특성상 논은 자연습지의 대체서식지로 충분 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Nam et al., 2012), 계절적으로 변화하는 논은 다양한 수조류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서식지 로서 매우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논과 하천의 효과 적인 관리는 이 서식지를 이용하는 수조류에게 복원 및 보 호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