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한국은 시베리아와 만주, 몽골지역 등지에서 번식한 수조 류에게 통과지역일 뿐만 아니라 월동지로서 중요한 장소에 위치해 있다(Rose and Scott, 1994; BirdLife International, 2005). 국내에서 월동하는 수조류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이 오리류이며 매년 720,000여 개체가 월동하는 것으로 알 려져 있으며, 특히 한국에 분포하는 대규모 농경지 및 호수 는 오리류의 주요 월동지로서 취식 및 휴식장소를 제공한다 (National Institute of Biological Resources: NIBR, 2014-2015; Kim et al., 2005; Lee, 2000). 이러한 오리류의 분포와 풍부 도는 식생구조와 먹이구조 등 서식지의 환경을 반영함과 동시에 서식지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종으로 이용되고 있다. 국내에 월동하는 대부분의 오리류는 간척지, 하구, 논, 저수지등 다양한 유형의 습지를 주요 서식지로 이용하기 때문에 습지는 오리류에게 먹이원과 번식지 등을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서식지라 볼 수 있다(Kushlan, 1993; Mistry and Simpson, 2008; Hattori and Mae, 2011; Yoo et al., 2014). 하지만 최근에 인간의 각종 개발로 인하여 서식지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서식지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한 수조류 보호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Weber and Haig, 1996; Nam et al., 2012).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개발 에 의한 서식지 파괴로 종 다양성이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 하고자 생태계, 서식처, 종 등을 보전하기 위해서 네트워크 를 구축하고 있으며(Mission 2015, ‘15.11.16), 한국도 1994 년 10월에 생물다양성 협약에 가입하여 야생 동 ‧ 식물 보호 및 관리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서식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선적 으로 야생동물의 기초적인 생태파악이 필요하며, 그 일환으 로 최근 위성추척장치(Satellite telemetry)를 이용한 연구가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위성추적장치를 이용한 연구는 야생 동물의 서식지와 시·공간적 이동에 관한 기초자료 확보를 위해 이용되는 방법이며, 조류의 이동시기, 이동경로, 행동 등 국제적인 규모의 연구를 통해 대상종의 보호·관리를 위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Aebischer and Robertson, 1993; Krementz et al., 2011). 국 ‧ 내외에서 위치추적기를 이용하여 청둥오리와 고방오리, 흰뺨검둥오리의 이동경로 및 행동권 연구가 일부 수행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만경강 에서 월동기 동안 청둥오리의 평균 행동권이 11.6㎢인 결과 와 수계의존성이 높다고 보고하였으며, 흰뺨검둥오리의 평 균 이동거리가 1.0±0.89㎞, 최대 23.8㎞인 결과와 월동지, 번식지에서 논과 수계를 주로 이용 한다고 보고하였다 (Kang et al., 2014; Shin et al., 2016). 국외에서는 Radio- Telemetry를 이용하여 고방오리의 월동기 평균 이동거리가 14.9±1.5㎞인 결과를 보고하였으며, 위성추적장치(Satellite telemetry)를 이용한 결과 청둥오리가 매년 동일한 월동지 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하였다(Miller et al., 2005; Yamaguchi et al., 2008). 그러나 위의 연구들은 주로 이동거리에 초점 이 맞춰 있으며, 번식지, 월동지간의 서식지 이용 분석이 이루어져 있어 서식환경이 다른 도심지역과 농촌지역에서 월동지역 간의 서식지이용 비교분석연구는 현재까지 미비 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야생동물 위치추적기(WT-300, GPS-Mobile Phone Based Telemetry, KoEco)를 이용하여 도심지역과 농촌지역에서 월동하는 흰뺨검둥오리의 핵심서식범위와 서식지 이용현황을 파악하고 비교분석하여 서식지 보호관 리 및 기타 수조류의 행동권 및 서식지 보호 등 생태학 연구 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실시하였다.
연구방법
1.연구지역
본 연구는 도심지역과 농촌지역에서 월동하는 흰뺨검둥 오리의 행동권 및 서식지이용을 비교하기 위해 안성천과 산수저수지를 연구지역으로 선정하였다. 추적기 부착지역 은 안성시 도심 가운데를 지나는 안성천 수변부(N: 36°59′ 03, E: 127°12′01″)와 해남군의 산수저수지(N: 34°39′05, E : 126°17′19″)이다. 안성천은 아산만으로 유입되며 수변 주위에는 농경지 및 대규모 도심지역인 안성시와 평택시가 하천 주변에 근접하게 위치해 있다. 반면에 해남군의 산수 저수지는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낮은 소규모 마을과 해안 가가 인접해 있으며, 저수지 동쪽으로 대규모 철새도래지인 금호호가 위치해 있다(Figure 1).
2.부착 및 추적현황
2015년 11월 - 12월에 안성천 수변부와 산수저수지에서 Cannon-net을 이용하여 포획하였다. 포획된 개체는 새주머 니(Bird-Bag)에 넣어 안정화를 시켰으며, 이후 각 개체의 무게를 측정 하였다. 추적기 무게가 27g임을 고려하여 행동제 약을 최소화 하도록 위치추적기 무게가 각 개체 몸무게의 4% 가 넘지 않도록 각 지역별로 5개체씩 선별하였다(Kenward, 1985). 선별된 흰뺨검둥오리 개체들은 Kenward(1985)를 참고하여 백팩(Back-Pack) 형태로 야생동물위치추적기를 부착하였다. 개체 별로 혼동을 막고 원활한 위치추적을 위해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각각의 개체에 고유번호(안성: A15171, A15175, A15252, A15257, A15261; 해남: H 15130, H15141, H15142, H15147, H15149)를 부여하였다. 정밀 한 행동권과 서식지 이용을 자료를 얻기 위해 GPS신호는 두 시간마다 획득하도록 설정하였다.
안성에서 A15171와 A15175는 2016년 3월 31일까지 108 일 동안 각각 1,289회 GPS신호를 획득하였으며, A15252와 A15261은 각각 1,251회, A15257는 1,441회 획득하였다.
해남에서 부착한 H15130은 2016년 1월 13일까지 49일 동안 288회 GPS신호를 획득하였으며, H15141는 2016년 3월 10일까지 106일 동안 1,002회, H15142는 2016년 3월 31일까지 1,372회, H15147은 2016년 1월 23일까지 59일 동안 500회, H15149는 1월 19일까지 55일 동안 643회 획 득하였다(Table 1).
3.행동권 분석
행동권 분석을 위해 수신 받은 GPS 좌표로 ArcGIS 9.x(ESRI Inc.) 및 ArcGIS용 Extention인 Hawth’s Analysis Tool의Animal Movement Tool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수 신된 좌표범위 안의 행동권분석을 위해 최소볼록다각형법 (Minimum Convex Polygon Method: MCP) 100% 방법과 핵심서식지를 알아보고자 커널밀도측정법(Kernel Density Estimation: KDE) 90%, 70%, 50%를 이용하였다. 이때 KDE 분석을 위해 사용된 Smoothing Parameter Factor는 Animal Space Use 1.2(Idaho Univ.) 프로그램의 h_reference 수치를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4.서식지 이용
서식지역에 따른 서식유형 차이를 파악하고자 행동권내 의 서식지유형을 분석하였다. 서식유형은 환경부에서 제시 한 토지피복도(2009)를 활용하여 중분류 기준으로 오리류 의 서식특성을 감안하여 내륙습지, 연안습지, 논, 밭, 기타로 재분류하였다. 또한, 구분된 서식지를 기반으로 주 ‧ 야간 서 식특성을 분석하였으며, SPSS 통계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카이제곱검정을 통해 통계적 유의성을 파악하였다.
결 과
1.행동권 분석
흰뺨검둥오리의 최소볼록다각형법(Minimum Convex Polygon Method : MCP)의 분석결과 안성에서 5개체의 행 동권은 250.8㎢(SD=195.3, n=5)이였으며, 해남에서 흰뺨 검둥오리 5개체의 행동권 89.1㎢(SD=69.6 n=5)보다 넓은 행 동반경을 보였다. 커널밀도측정법 (Kernel Density Estimation : KDE)을 적용한 결과에서는 안성에서 50%의 이용분포를 보인 서식지의 평균 면적은 21.8㎢(SD=26.9, n=5)이였으 며, 해남에서 50%의 이용분포를 보인 서식지의 평균 면적 은 3.5㎢(SD=2.2, n=5)로 안성에 비해 해남지역의 흰뺨검 둥오리들이 매우 좁은 범위에서 서식하는 것이 확인 되었다 (Table 2, Figure 2).
2.서식지 이용률
안성과 해남에서 월동하는 흰뺨검둥오리의 서식지 이용 을 분석한 결과 안성, 해남지역 모두 흰뺨검둥오리는 주로 내륙습지와 논을 주로 이용하였다(Chi-square test, χ2 =40.850, p <0.05, Figure 2). 하지만 주 ‧ 야간으로 구분하였을 때에 는 주간에 안성에서 월동하는 흰뺨검둥오리의 논 이용률이 21.0%인 반면에 해남에서 월동하는 흰뺨검둥오리의 논 이 용률은 49.6%로 해남에서 흰뺨검둥오리가 안성에 비해 주 간 논 이용률이 높았다. 반면에 야간에는 안성에서 월동하는 흰뺨검둥오리의 논 이용률이 50.4%인 반면에 해남에서는 17.4% 로 안성에서 월동하는 흰뺨검둥오리가 해남에 비해 야간 논 이 용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Chi-square test, χ2 = 498.841, 563.303, p <0.05, Figure 3, 4). 안성, 해남에서 흰뺨검둥오리 가 주로 이용한 내륙습지와 논의 월별 이용률 변화를 분석한 결과 안성, 해남지역 모두 흰뺨검둥오리가 월동후기로 갈수록 논 이용률이 증가했다. 안성에서 월동초기에서 월동후기로 갈 수록 야간 논 이용률이 44.1%에서 65.3%로 야간 논 이용률이 증가하였으며(Chi-square test, χ2 = 15.059, 138.401, p <0.05), 해남에서는 월동초기에서 월동후기로 갈수록 주간 논 이용률이 26.9%에서 71.2%로 증가함으로서 두 지역 간에 논 이용률은 시간대별로 상반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Chi-square test, χ2 =52.362, 35.046, p <0.05, Figure 5).
고 찰
야생동물 행동권에서 KDE 50%는 일반적으로 야생동물 의 분포의 핵심지역으로 판단되며, 핵심지역은 서식에 유리 한 조건이 포함된 생물의 서식범위로 인식된다. 또한 이러 한 핵심지역은 대상종의 특성에 따라 휴식지 및 취식지 또 는 최소 서식면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핵심지역의 분석은 야생동물의 최소서식영역확보차원에서 중요한 범 위라고 할 수 있다(Winker et al., 1995; Peter et al., 2002; Michell and Powell, 2014). 본 연구에서 안성과 해남에서 의 핵심행동권(KDE 50%)은 각각 21.8㎢, 3.5㎢으로 안성 에서 월동하는 흰뺨검둥오리가 더 넓은 행동권을 보였다. 유사한 방법으로 분석한 만경강에서 월동하는 흰뺨검둥오 리의 행동권 29.26㎢에 비해 안성지역은 유사한 범위를 보 였으나, 해남은 상대적으로 좁은 행동권을 보였다(Shin et al., 2016). 이는 주변이 도심지역으로 둘러싸여 있는 안성 과 만경강(전주)과 유사한 환경이며, 상대적으로 해남은 주 변 농경지가 상대적으로 넓고 방해요인이 적기 때문에 인근 지역의 먹이원 확보에 이점이 있는 지역으로 판단할 수 있 다. 따라서 이러한 핵심서식지는 주변 먹이원의 밀도, 풍부 도, 방해요인 등 서식조건에 따라 상대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안성 개체들은 하천보다는 주변 저 수지나 아산만으로 이동하여 분포해 있는 반면에 해남에서 월동하는 흰뺨검둥오리는 부착지역 저수지에서 고정적으 로 분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지역에 따라 큰 방해요인이 없을 경우 큰 이동이 없다는 것을(Kang et al., 2014) 방증하는 결과로 생각된다.
서식지 이용측면에서 본 연구결과 흰뺨검둥오리의 내륙 습지, 논 이용률은 안성에서 59.0%, 34.7% 이였으며, 해남 에서는 55.8%, 34.7%로 공통적으로 내륙습지와 논을 주요 서식지로 이용하였다. 이는 흰뺨검둥오리가 월동 서식지에 서 수계와 농경지를 이용하며, 농경지에서 주로 먹이 활동 을 하는 것으로 Baldassarre and Bolen(1994)이 보고한 기 존연구와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주 ‧ 야간으로 구분 하였을 때에는 내륙습지와 논 이용률이 지역별로 상반되게 나타났다. 주간의 안성지역에서 흰뺨검둥오리의 내륙습지, 논 이용률은 71.0%, 21.0%로 내륙습지를 주로 이용한 반면 에 해남지역에서는 주간 내륙습지, 논 이용률이 41.6%, 49.6% 로 주간의 논 이용률이 안성에 비해 매우 높은 결과를 보였 다. Baldassarre and Bolen(1994)은 흰뺨검둥오리가 주로 낮 동안 호수, 하천 등에서 휴식을 취하고 야간에 농경지로 이동하여 취식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본 연구결과 안성에서 월동하는 흰뺨검둥오리는 기존연구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지만 해남에서는 기존연구와 상반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농촌지역이 도심지역보다 서식지 주변 에 먹이가 풍부하고 방해요인이 적어 (Kang et al., 2014) 주간에 안정적으로 논을 이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흰 뺨검둥오리가 야간에 취식하는 습성은(Baldassarre and Bolen, 1994) 해남에서 주간 논 이용률이 높은 본 연구결과 로 보아 기존연구를 반증하는 결과로 생각된다. 다만 지역 간에 명확한 서식지 이용률 차이를 보기 위해서는 월동서식 지로서 이용한 가능한 다양한 지역에서 추가적으로 연구가 수반되어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본 연구에 서는 안성, 해남에서 월동후기로 갈수록 흰뺨검둥오리의 논 이용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야생조류는 북상을 위해 다른 시기보다 먹이 섭취량이 40% 이상 증가 하여 지방을 축적하기 때문에(Lincoln et al., 1998), 흰뺨검 둥오리가 번식과 북상준비를 위해 논 이용률이 증가한 것으 로 판단된다. 하지만 월동후기로 갈수록 논의 낙곡량이 감 소하기 때문에(Yoo et al., 2008) 월동지 주변 낙곡량 및 기타 먹이원, 이동거리, 농경지 환경 등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다만 흰뺨검둥오리가 내륙수계와 논을 주요 서식지로 이 용한 본 결과를 보아 내륙습지와 논은 흰뺨검둥오리의 월동 서식에 가장 중요한 서식지로 판단된다. 특히 본 연구결과 월동후기로 갈수록 논 이용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서식 지로서 논습지의 보호관리는 흰뺨검둥오리 보호에 중요한 요소로 사료된다. 본 연구결과는 국내에서 월동하는 흰뺨검 둥오리의 보호 및 월동 서식지 관리에 대한 기초자료로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