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제비(Hirundo rustica)는 제비과(Hirundinidae)에 속하는 83종 중 하나로 특화된 공중 포식자이다(Turner and Rose, 1989; Turner, 2006). 제비는 북극과 남극을 제외한 대부분 의 지역에서 출현하고 있지만 여러 나라에서 제비 개체군의 지역적인 감소가 보고되고 있다(Tucker and Heath, 1994; Robinson et al., 2003). 1990년 이후 전체 유럽 개체군은 1~9% 감소하였고(Burfield and Van Bommel, 2004), 국내 에서도 2000년에 100ha 당 37마리에서 2013년에 17.3마리 로 13년 동안에 절반 이상 감소하여 천연기념물 지정도 고 려되고 있는 실정이다(NIER, 2013).
제비의 번식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많은 연구가 수행되고 있으며(Dolenec, 2002; Sakraoui et al., 2005; Turner, 2006; Patrick and John, 2010), 국내에서도 국내 도래현황(Lee et al., 2013), 번식생태(Kim and Hahm, 2001; Han, 2009; Kim, 2012), 귀소성(Kim and Hahm, 2001), 영소 및 급이행동(Kang, 2004; Han, 2009), 이동전 집단형성 행동(Choi, 1998), 먹이자원(Lee, 2009) 등의 연 구가 이루어져있지만 제비의 둥지 특성과 번식생태에 대한 자료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제비의 번식시기와 둥지의 건물유형, 부착면, 높이, 크기를 포함한 영소습성과 한배 산란수, 알 특성, 번식 성공률과 번식실패 요인 등의 번식생태를 파악 하여 제비 서식지 보존과 종 관리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 고자 한다.
연구방법
1.연구 대상지역
본 연구는 광주광역시 서구 유덕동(35°09′N, 126°50′E) 에서 실시되었다(Figure 1). 도심 근교지역인 연구지역은 남쪽으로 광주천을 경계로 주요 도심지와 인접해 있으며, 북서쪽으로는 영산강이 흐르고 있는 도시와 농촌지역이 혼 재되는 환경을 보인다. 번식지인 마을 주변은 농경지가 대 부분을 차지하며, 하천과 공장지역도 일부 분포하고 있는 데, 도시 확장에 따른 영향으로 매년 농경지가 감소하고 있 는 상황이다. 광주광역시의 기후 특성은 우리나라 기후대의 남부서해안형에 속하고 연평균 기온 13.8℃, 1월 평균기온 0.6℃, 8월 평균기온 26.2℃로 연고차는 26.8℃이며, 연강 수량은 1,391㎜이다(Meteorological Administration, 2012).
2.조사방법
본 연구는 제비의 도래일, 영소습성 및 번식생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2012년 3월부터 2014년 8월까지의 번식기 동안 이루어졌다. 연구지역에서 번식하는 제비는 2차 번식 까지 실시하였으며, 둥지 및 알 특성, 한배 산란수, 번식 성공률 등의 번식생태 조사는 2012년에 주 1~3회 간격으로 번식중인 모든 둥지를 방문하여 조사하였고, 번식경과는 2012~2014년 동안 도래일, 비거일을 관찰하였다. 제비의 영소습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번식둥지의 건물유형, 둥지 부 착 위치 및 부착면 재료를 조사하였다. 둥지 크기와 위치는 Vernier calipers(Mitutoyo, unit 0.05㎜)와 줄자를 이용하여 조사하였다. 한배 산란수는 알이 포란되고 있을 때 만약 2번 째 조사에도 산란수의 변화가 없다면 이를 한배 산란수로 가 정하였다. 부화된 알은 장경과 단경, 무게를 Vernier calipers 와 저울(Ohaus, unit 0.01g)을 이용하여 측정하였고, 알의 형태지수(Schönwetter, 1967)와 알의 부피(Hoyt, 1979), 변이 계수를 다음과 같은 공식을 이용하여 산출하였다.
알의 부피 (Egg volume, ㎤) = (Length) × (Breadth)2 × 0.51 형태지수 (Shape index, %) = (Breadth) / (Length) × 100 변이계수 (CV : Coefficient of Variation, %) = (standard deviation / mean) × 100
번식 성공의 척도로서 부화 성공률, 이소 성공률과 같은 번식 성공률을 분석하였으며, 포란기와 육추기 동안 번식 실패 요인도 함께 조사하였다. 통계분석은 SPSS 20 프로그 램을 이용하여 t-test와 one-way ANOVA(일원분산분석) 실시하였다.
결 과
1.번식시기 및 둥지 부착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제비의 도래일과 비거일 을 관찰한 결과, 도래일은 2012년에는 4월 4일, 2013년에 3월 27일, 2014년에 3월 24일이었고, 비거일은 2012년에는 8월 21일, 2013년에 8월 24일, 2014년에 8월 26일로 확인 되었다. 2012년의 번식경과를 보면 4월 21일에 첫 산란을 하였으며, 5월 8일부터 알이 부화하였고 약 3주 동안 육추 기를 거쳐 이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번식은 1차 번식 이 성공한 경우에는 6월 4일에 산란하였고, 실패한 경우 5월 26일에 산란을 하였으며, 8월 14일에 모든 새끼들이 이소하였다(Figure 2).
제비는 모두 인공구조물에 둥지를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기간 중 발견된 번식둥지는 총 78개로 제비는 영소지로 주택(89.7%)을 가장 선호하였으며, 그 외는 창고 7.7%, 마 을회관 2.6%로 나타났다. 지붕 형태에 따른 건물유형은 벽 돌집(53.8%)과 기와집(33.3%)의 이용 비율이 높았다. 둥지 의 부착 위치는 벽면 37.2%, 처마 24.4%, 현관문 23.1%, 창문 11.5%, 대문 3.8%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둥지의 부착 면 재질은 콘크리트 44.9%, 목재 23.1%, 벽돌 21.8%, 전등 6.4% 순으로 나타났다(Table 1).
2.둥지 구조 및 크기
제비는 보통 4월 중순경에 둥지를 짓기 시작하였다. 둥지 의 재료는 진흙과 마른 풀, 가는 나뭇가지로 수액을 섞어 밥그릇 모양으로 수직의 벽에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평평 한 곳이나 전등 위 등에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암․수 공동으 로 둥지를 만들며, 새로운 둥지를 만들 때에는 재료를 모아 약 8일 정도 걸려서 외부 모양새를 만들고 그 후에 알을 낳을 곳에는 깃털 등을 깔아 완성시켰다. 번식에 이용된 34 개 둥지를 조사한 결과, 지상에서 둥지의 평균 높이는 2.9±0.3m이었고, 둥지 크기는 외측 직경 18.2±3.2㎝, 외측 깊이 9.8±3.1㎝, 내측 직경 11.2±1.5㎝, 내측 깊이 3.4±0.5 ㎝로 측정되었다(Table 2).
3.한배 산란수와 알 특성
한배 산란수는 2~5개의 범위로 나타났으며, 평균 4.5±0.7 개(n=59)이었다. 둥지 종류별 한배 산란수는 생성둥지(번식 기에 새로 지어진 둥지)가 4.5±0.6개(n=23), 묵은둥지(번식 기 전에 지어진 둥지)가 4.6±0.8개(n=59)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고(t-test, t=-0.41, p=0.68), 번식시기별 한배 산란수도 1차 번식이 4.8±0.6개(n=33), 2차 번식이 4.2±0.7개(n=26) 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t-test, t=3.53, p=0.1, Table 3).
알의 크기는 장경 18.23±0.73㎜, 단경 13.11±0.25㎜, 부 피 1.60±0.11㎤, 알 형태지수 1.39±0.05, 무게 1.69±0.15g 이었다(Table 4). 변이계수(CV)는 각 측정치 중 알 무게(범 위 1.40~2.02g, CV=8.99%)에서 변이가 가장 큰 것으로 나 타났다. 알의 크기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알의 장경과 단경 사이, 무게와 형태지수 사이에 유의한 상관관계는 없 었으나(p>0.05), 알 형태지수와 알 부피는 유의한 양의 상관 관계(p<0.05)를 보였다.
4.번식 성공률
부화 성공률은 산란된 총 267개의 알에서 238개의 알이 부화하여 89.1%이었고, 이소 성공률은 부화된 새끼 총 238 개체 중 201개체가 이소하여 84.5%로 나타났다. 번식 성공 률은 전체 산란된 알 267개 중 이소한 새끼는 201개체로 75.3%로 조사되었다. 번식둥지별로 보면, 부화 성공률은 묵은 둥지(90.9%)가 높았으나, 이소 성공률은 생성둥지 (91.0%)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번식시기별로 보면 1차 번식이 부화 성공률 93.0%, 이소 성공률 85.0%로 2차 번식의 83.5%, 83.5%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부화 성공률에서 약 10% 정도 차이를 보였다. 한배 산란수 크기별(2~5개)로는 5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부화 성공률 (94.1%)과 이소 성공률(85.6%)을 보였다. 둥지 성공률은 총 59개의 산란된 둥지 중 52개의 둥지에서 새끼가 이소하 여 88.1%로 나타났다(Table 5).
번식둥지 59개에서 발견된 267개 알 중 단지 238개만이 부화하였다. 부화하지 못한 29개 알은 미부화(4.1%), 포식 (3.0%), 둥지훼손(1.5%), 번식포기(1.1%)와 같은 요인으로 부화하지 못해 부화 실패율은 총 10.9%이었다(Table 6). 부화한 238마리 새끼 중 단지 201마리만이 이소하였는데, 이소 실패요인은 참새와 까치의 포식에 의한 영향 및 번식 포기, 기아(각각 3.8%), 영아살해 및 원인미상(각각 2.1%) 등으로 나타나 이소 실패율은 15.5%이었다(Table 6).
고 찰
제비의 번식시기는 지리적 서식범위에 따라 다양하며, 보 통 남쪽의 개체군에서는 2월 또는 3월에 시작하고 북쪽의 개체군은 늦은 5월에서 6월 초에 시작한다(Turner, 2006). 국내의 제비 도래일은 내륙의 경우 충남 태안군에서 4월 10일(Choi, 1998), 경남 함안에서 3월 16일, 마산에서 3월 20일(Kim and Hahm, 2001), 주남저수지에서 3월 19~29일, 대구 달성습지에서 3월 29일(Kim, 2013)로 보고되고 있다. 도서지역에서는 전남 홍도에서 2006년에 3월 20일, 2007년 에 3월 4일, 2010년에 3월 16일, 제주도에서 2012년에 3월 16일에 도래하였다(Kim, 2013). 본 연구에서는 3월 24일~4 월 4일 사이에 도래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보고된 남부 도서 지역보다는 늦게 관찰되었지만 내륙 남부지역의 도래일과 는 유사하였다. 현재 국내의 제비 도래일에 대한 연구는 부 족한 상황으로 도래시기에 대한 경향은 뚜렷하지 않았다. 번식시기의 지역적 다양성이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관찰되 고 있으므로, 곤충의 풍부도, 강우량, 기온 등 여러 요인들을 고려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비가 이용하는 자연적인 둥지 위치는 매우 드물고 대부 분의 둥지는 인간이 만든 구조물의 내․외부에 있다(Turner, 2006). Pikula and Beklova(1987)는 특정 높이의 천장, 기 둥, 벽 등에 가까이 둥지를 짓는다고 보고하였다. 본 연구지 역에서 관찰된 둥지는 인공구조물인 주택, 창고, 마을회관 등에 부착되어 있었다. Han(2009)은 전남 신안군에서 주택, 창고, 상점, 마을회관, 회사, 학교, 비 이용건물에 둥지를 짓는다고 보고하였다. 본 연구지역에서 제비는 지상에서 평 균 2.9m(범위 2.3~3.4m)의 특정 높이에 둥지를 짓는 것으 로 조사되었다. 기존 연구결과들을 보면 Møller(1985)가 보 고한 지상에서 둥지 높이 2.0~5.0m는 본 연구의 높이 범위 와 유사하였으나, Mcginn and Clark(1978)는 둥지 대부분 이 높이 3.0~4.5m이고, Sakraoui et al.(2005)은 알제리에서 3.9m 높이에 위치한다고 보고하여 연구지역에서 조사된 것 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크로아티아의 북서쪽에서는 평균 2.5m 높이에서 둥지가 발견된다고 보고되어 본 연구보다는 약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Dolenec, 2002). 또한 스코틀랜 드에서 189개 둥지의 41%는 3~4.5m, 38%는 2~3m, 16% 는 4.5이상, 단지 5%는 2m 이하로 평균 3.3m로 짓는다고 보고되고 있다(McGinn and Clark, 1978). 이러한 제비 둥 지의 높이는 지리적으로 다양한 건축물의 형태와 높이, 기 후, 환경조건 등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통 제비는 지상에서 평균 2~4m 높이의 건물에 둥지를 짓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둥지 위치는 지상 포식자와 악 천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Turner, 2006).
온대지역에서 제비의 한배 산란수는 일반적으로 3~6개 이고 때로는 최대 8개가 보고되고 있다(Turner, 2006). 본 연구에서 한배 산란수는 2~5개 범위로 평균 4.5개(1차 번식 4.8개, 2차 번식 4.2개)로 나타났는데, 국내에서 보고된 Kim and Hahm(2001)의 1차 번식에 4.7개, 2차 번식에 4.1개, Han(2009)의 1차 번식에 4.9개, 2차 번식에 4.1개, Choi (1998)의 4.5개의 연구결과와 유사하였다. 또한 본 연구에 서 1차 번식의 한배 산란수가 2차 번식보다 많은 것도 번식 시기가 늦어질수록 한배 산란수가 적어지는 일반적인 경향 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제비의 번식에서 이러한 계절적 한배 산란수의 감소는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번식 경험이 적은 어린 개체의 늦은 번식, 기생충 감염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Møller 1991; Turner, 2006). 본 연구의 알 특성(장경 18.23㎜, 단경 13.11㎜, 무게 1.69g) 결과는 Ward(1995)가 보고한 평균 장경 19.6㎜, 단경 13.7 ㎜, 무게 2.0g와 Cramp(1998)의 장경 19.7㎜, 단경 13.6㎜, Verheyen(1967)의 장경 20.2㎜, 단경 13.7㎜ 보다 약간 크 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Kim and Hahm(2001)의 평균 장경 16.6㎜, 단경 12.2㎜ 보다는 약간 큰 편이나, Kim(2012)의 평균 장경 16.1~19.15㎜, 단 경 11.~13.35㎜, 무게 1.64~2.03g와는 유사하였다. 조류에 서 한배 산란수와 알 크기는 산란일(Hails, 1984), 암컷의 연령(Desrochers and Magrath, 1993), 연도별(Perrins, 1969), 산란 순서(Murphy, 1994), 먹이 유용성(Boekelheide and Ainley, 1989), 암컷의 건강상태(Horak et al., 1995), 혈통 (Noordwikj et al., 1980), 최고 기온(Ward, 1995)과 기타 요인들에 의해 달라진다. 또한 Horak et al.(1995)은 알 단 경보다 알 장경에서 크기의 변이가 많다고 하였다.
제비는 보통 높은 부화 성공률(90% 이상)과 이소 성공률 (38~80%)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Turner, 2006). 본 연구 에서 부화 성공률은 89.1%(1차 번식 93.0%, 2차 번식 83.5%), 이소 성공률은 84.5%(1차 번식 85.0%, 2차 번식 83.5%)로 국내에 보고된 Kim and Hahm(2001)의 부화 성 공률(1차 번식 83.0%, 2차 번식 70.7%) 및 이소 성공률(1차 번식 76.9%, 2차 번식 65.5%) 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Kim (2012)의 부화 성공률 82.4~95.7%, 이소 성공률 76.2~97.8% 및 Han(2009)의 부화 성공률 88.4%, 이소 성공률 83.7% 결과와는 유사하였다. 다른 연구결과들과 마찬가지로 본 연 구에서도 포식(까치, 참새 등)에 의한 영향으로 산란한 알 중 3.0%, 부화한 새끼 중 3.8%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 다. 여러 연구결과에서 잠재적인 포식자로 뱀류, 설치류, 올 빼미류, 박쥐류, 맹금류(황조롱이, 새호리기 등) 등이 보고 되고 있으나(Turner, 2006; Han, 2009) 제비의 둥지 포식자 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비디오 모니터링과 같은 연구방법이 필요할 것이라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