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조릿대 일생은 미스터리에 가득 차 있다. 조릿대와 함께 대나무류는 긴 수명을 가지면서 평생 일제히 한 번 꽃을 피워 씨앗을 맺고 죽는다. 이 특이한 생활사는 예부터 많은 연구자에게 흥미로운 자연현상이었다(Janzen, 1976). 이 논 문과 비슷한 제목으로 1976년에 Janzen은 대나무류(조릿대 류 포함)의 개화습성에 관한 장대한 총설을 발표했다. 이 총설은 방대한 정보를 제공해 대나무류의 개화습성을 논의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문헌이다. Janzen(1976)의 총설에서 대나무류의 개화습성과 과거 문헌을 토대로 개화주기를 정 리했으며, 적응진화 관점에서 ‘포식자포식설’을 일제개화 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Janzen(1976)을 포함해 많은 연구자(e.g. Simmonds, 1980; Gadgil and Prasad, 1984; Campbell, 1985)가 이 개화현상에 대해 논의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개화양식을 설명할 때 일제개화 (gregarious flowering)・부분개화(sporadic flowering)라고 썼는데 어느 정도가 일제개화이고 부분개화인지 그 범위와 정의가 모호했다. 단지 동일한 유전자유형을 갖는 클론식물 인 대나무・조릿대류가 지하경으로 이어져 대규모 개체군을 형성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로 DNA해석 기술이 진보해 대나무・조릿대류의 클론식물 연구가 분자생 물학적 해석이 가능해져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맞이했다. 과거에는 일제개화 현상을 단지 현상론적 연구로 밖에 논의 하지 못했다(e.g. Janzen, 1976; Campbell, 1985). 이젠 클 론식물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자생태학 해석기법이 진보해, 개체 단위로 한 실증 데이터를 근거해 논의를 할 수 있는 토대를 갖췄다(Miyazaki et al. 2009; Suyama et al. 2010; Miyazaki et al., 2010). 이를 바탕으로 클론식물의 생태학적 의미와 생활사 전략에 관한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대나무・조릿대류는 클론식물인데 왜 유성번식 기작을 유지하는가가 진화생태학에서 큰 과제이자 해명을 위한 모델 식물군이 되고 있다(Miyazaki et al., 2010).
한편, 산림의 모든 하층식물은 수관아래의 약한 빛과 불 균질한 자원 분포 환경에 적응하는 전략을 갖고 존속해 왔 다. 특히 클론식물인 조릿대는 땅속줄기(지하경, rhizome) 를 이용한 면적 확대능력과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는 조릿대가 영양염이나 빛・수분의 자원 분포가 불균질한 임 상환경에서 지하경끼리 자원과 동화물질을 주고받는 기능 (생리적 통합, physiological integration)이 자원을 유효하 게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Stuefer et al., 1996). 이런 까닭으로 조릿대는 독특한 생리기작을 무기로 다른 하층식 물보다 극도로 큰 현존량을 갖는다(Tadokoro and Yajima, 1990). 더구나 상록성이면서도 저온에 내성이 강해 한국, 일본 등의 난온대에서 냉온대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한 번 자리 잡은 임상에서 오랫동안 거대한 조릿대군락을 형성 해 물질순환과 종다양성 등의 산림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Fukuzawa et al., 2007; Park et al., 2012).
조릿대 등의 클론식물은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어 개화・ 생장양식, 번식 등의 생활사 전략이 흔히 보는 식물과 다르 다. 조릿대 줄기(간, culm)와 지하경(또는 뿌리)으로 구성된 ‘라메트(ramet)’는 구분이 쉽다(Figure 1). 반면 ‘제네트 (genet)’는 종자번식에서 얻어진 동일 유전자를 공유하는 단위로 그 범위를 육안으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조릿대 는 수많은 라메트가 땅속에서 이어져 성장한 하나의 개체이 자 대규모 제네트(클론)를 형성하기도 하며, 공간적으로 멀 리 떨어진 조릿대 개체는 종자번식으로 발생해 유전자 유형 이 다른 제네트일 수 있다(Figure 1). 이런 클론식물은 종자 번식(유성번식)보다 영양번식(무성번식)으로 확실하게 자 손을 남길 수 있다. 개화・결실로 살포된 종자는 발아와 성장 할 때 건조, 식해(食害) 등의 환경압으로 생존율이 극도로 낮다(Kikuzawa, 1988). 반면 클론식물은 부모 라메트로부 터 수분・양분 등의 자원을 받으므로 자식 라메트의 생존률 은 매우 높다. 자식 라메트는 어느 정도 성장하면 부모 라메 트와 이어진 지하경이 잘려도 독립해 살 수 있다. 뿐만 아니 라 자원을 부모와 자식 라메트 사이에 서로 공유할 수 있다 (Stuefer et al., 1996). 클론식물은 라메트가 서로 자원 획득 을 효율적으로 분업화해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불량한 생육환경에서 재생과 적응력이 높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대나무・조릿대류 특성과 함께 일제히 개 화・결실해 죽는 개화습성은 그 생활사 전략과 밀접하게 연 관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대규모 조릿대 일제개화 현상을 기록 한 문헌이 없었는데 운 좋게 2013~15년에 전국에서 조릿대 개화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Cho et al., 2017). 2015년 전남 광양시 백운산에서도 조릿대가 대규모로 개화했는데 이곳을 대상으로 조릿대의 개화습성과 외적 환경인자가 일 제개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다. 대나무・조릿대류의 일제개화를 마주하기가 쉽지 않아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일제개화에 관해 논의한 연구문헌이 부족한 편이다. 때문에 본 연구는 대나무・조릿대류의 개화 원인과 습성, 그 생활사 전략에 관해 심도있게 논의하고자 했다.
연구방법
1.연구대상지 선정 및 조사지 개황
전남 광양시에 인접한 백운산은 하층식생으로 조릿대 (Sasa borealis (Hack.) Makino)가 우점해 있다. 2015년 5 월 말경에 이곳의 조릿대가 200㎡이상으로 여러 곳에서 개 화했다. 같은 해 7월 중순에 종자가 결실했고, 이후 개화한 조릿대의 간(稈)과 잎은 시들기 시작했다. 대면적으로 조릿 대・대나무류가 일제개화(mass flowering 또는 gregarious flowering)하면 조릿대가 죽는 것으로 예전부터 잘 알려져 있다(Janzen, 1976; Campbell, 1985; Suyama et al., 2010). 후술하겠지만, 우선 여기선 일제개화란 대규모로 조릿대 개 체군이 함께 개화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백운산에서 조릿대 가 대면적으로 개화・고사한 곳으로 판단했고 이곳을 실험 구(experimental plot)로 설정했다(Figure 2). 실험구와 조릿 대가 개화하지 않은 곳의 입지환경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조릿대 비개화지에 대조구(control plot)를 설치했다. 실험 구 10개(E1~10)와 대조구 10개(C1~10)로 모니터링 조사구 (면적 100㎡)를 설치해 2015년 10월 2일, 2016년 8월 2일 에 조릿대 간의 고사・생존 등의 동태를 조사했다. 또한 물리 적 요인(해발고, 사면경사 등), 토양조건(pH, 수분 등), 기상 (강수량・기온), 식생을 조사했다. 조릿대는 식물군집 구조 상 하층에 자라는 식생으로 교목・아교목층의 우점종 및 입 지환경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이를 고려해 계곡・사면・능 선부와 자연림・인공림 등의 다양한 입지환경과 군락에 조 사구를 설치했다.
조사구는 졸참나무, 개서어나무, 물푸레나무, 층층나무 등이 교목층에 우점하는 낙엽활엽수림이었다. 9번의 실험 구・대조구에는 조림된 잣나무가, 대조구 10번에는 일본전 나무의 상대우점치(importance percentage)가 높은 편이었 다. 조릿대 개화・고사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 조사구를 설치했으므로 실험구에 생존한 조릿대 간은 1㎡당 평균 1.23개(0.25~2.08개/㎡)인 반면, 대조구는 42.73개(5.72~ 63.0개/㎡)로 극단적인 차이를 보였다. 조릿대가 개화・고사 한 지역(실험구)에서도 일부 생존한 조릿대 간이 보였으며 대조구에서는 일부 시든 간이 나타났다(Table 1).
2.조사 및 분석
1)조사방법
조릿대는 지하경으로 영양번식해 개화이후 시들어 죽지 만, 이듬해에 다시 간(稈, culm)이 발생해 조릿대 개체를 재생하는지 알아보고자 조릿대 간의 고사・생존 동태조사를 실시했다. 조릿대 생존여부는 줄기・잎의 색깔로 고사・생존 여부를 판단했으며, 면적 25㎡내의 간 개수를 모두 세어 1㎡당 개수로 환산했다. 조릿대가 개화하면 간(稈)이 시들 어 죽지만 지하경・뿌리가 살아남아 이듬해에 다시 간이 발 생할 수 있으므로 동일한 곳을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조릿대 간의 개수를 조사했다.
수관층의 식생은 토양수분 및 양분 등의 자원획득에 조릿 대와 경쟁관계에 있으며, 대부분 수관 하층에 자라는 조릿대 에게 광량은 제한되는 자원이다(Park et al., 2012). 조릿대의 개화지와 비개화지의 입지환경 차이를 찾기 위해 실험구와 대조구에서 임상의 개폐율(canopy openness; %), 토양수분 함수율(%), 토양의 이화학적 성질, 물리적 요인 등을 분석했 다. 임상의 개폐율의 경우, 디지털카메라와 화각(시야각)이 180도인 어안렌즈(4.5mm F2.8, Sigma Inc.)를 이용해, 지표 면에서 2.0m의 높이에서 수직방향으로 임내의 칼라 천공사 진을 방형구 안의 다른 지점에서 3회 촬영했다. 이 사진으로 빛환경 분석프로그램(Gap Light Analyzer ver.2)을 이용해 임상의 개폐율을 추정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태양광이 임상으로 유입되는 광량이 더 많아진다(Park et al., 2012).
생리적 통합이라는 독특한 생리기작으로 조릿대는 폭넓 게 임상을 우점한다. 하지만 이 전략은 우점한 토양환경이 극도로 악화되고 조릿대 생존의 위험요인으로 작동해 무성 번식에서 유성번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수분측정기 (WT-2000, 미래센서, 오차범위 ±1%)를 이용해 각 조사구 마다 임의 5곳에서 토양수분율(%)을 측정했다. 또한 토양 의 이화학적 성질인 토양산도(pH), 전기전도도(electrical conductivity), 유기물함량(organic matter), 유효인산(avail. P2O5), 총질소(total-N), 질산태 질소(NO3-N), 교환성 양이 온함량(K+, Ca2+, Mg2+), 양이온교환용량(CEC) 등을 분석 해 토양의 양분상황을 파악했다. 그 외에 해발고, 사면경사, 사면방위의 물리적 요인을 조사했다. 조사구에서 각각 임의 3곳에서 낙엽과 부식층을 제거한 후에 토양시료를 채취해 이화학적 성질을 분석했다. 이 토양을 응달에서 풍건한 후 에 시료를 2mm의 체로 쳐서 이 시료를 토양분석에 이용했 다. 조사구별로 식생조사를 실시해 수관층 등의 식생이 조 릿대의 생육과 개화・고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정량적 식생분석(TWINSPAN, DCA, CCA)을 실시했다. 하지만 실험구와 대조구의 환경기울기를 찾을 수 없었고 입지환경요인과 조릿대간의 유의미한 상관성을 찾을 수 없어 그 결과를 생략했다.
마지막으로, 조릿대 개화는 광양 백운산 지역뿐만 아니라 충북을 제외한 전국에서 2013년 시작돼 2015년에 절정을 이뤘다고 Cho et al.(2017)는 보고했다. 조릿대 개화가 우리 나라만의 현상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한반도와 인접해 있는 일본 상황을 조사했다. 인터넷 검색(Google)으로 일본의 조 릿대(Sasa borealis) 개화와 관련한 언론매체, 논문, 블로그 등에 보고된 사례는 17건 정도로 2015~17년에 언급빈도가 높았고 특히, 절반이상이 2016년에 집중했다. 일본에서 조 릿대 개화는 거의 100년 동안 기록에 없었던 현상으로 알려 져 있어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 이 사례 중에 신뢰성이 높고 검색 회수가 높은 3곳을 선정해 광양 백운산(이하, 백운산) 과 상황을 비교했다. 2016년도 아이치현(愛知県) 시타라쵸 (設楽町) 국유림(段戸国有林) 5천ha에 걸쳐 조릿대 꽃이 피었음을 일본 임야청의 중부삼림관리국(한국의 지방산림 청)과 언론사가 밝혔다(임야청 홈페이지 http://www.rinya. maff.go.jp; 이하, 아이치현). 2016년 효고현(兵庫県) 고베 시(神戸市) 료코산(六甲山; 2016년 8월 30일자 고베신문 홈페이지 https://www.kobe-np.co.jp; 이하, 효고현), 2015 년에는 시즈오카현(静岡県) 시즈오카대학 미나미알프스연 습림(榛原郡 川根本町)의 조릿대 개화소식을 알렸다(시즈 오카대학 홈페이지 http://fc-forecol.agr.shizuoka.ac.jp; 이 하, 시즈오카현). 일본에서 조릿대는 주로 홋카이도에서 규 슈까지의 태평양쪽에 주로 분포하는데 이 지역을 중심으로 2015~17년에 걸쳐 조릿대 개화현상이 발생했다(Figure 2 참조). 조릿대 일제개화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거 의 동시에 일어난 현상임을 확인했다.
2)분석방법
실험구・대조구에서 조릿대 간의 동태를 알아보기 위해 2015년과 2016년의 고사간・생존간 개수를 비교했다. 생존 간과 고사간의 상관관계를, 또한 이것과 임상 개폐율(광량) 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실험구와 대조구간 입지환경요인 의 유의미한 통계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임상의 개폐율, 토 양수분 및 이화학적 성질(pH, 유기물함량, 총질소 등)에 대 해 5%의 유의수준에서 분석했다. 단, 조사구별 측정데이터 가 10개로 적어 비모수적 검증(Non parametric test)방법인 Mann-whitney test로 분석했다.
최근 발표된 Cho et al.(2017) 연구에서는 국내 조릿대의 개화지 기상조건을 분석한 근거로 2014~15년 연이은 봄가뭄 (2~5월)으로 누적된 수분스트레스가 개화 원인이라고 지목 했다. 이 가설을 근거해 백운산과 일본 3곳(아이치현, 효고현, 시즈오카현)의 조릿대 개화지에 대한 과거 30년간의 평균강 수량(연평균강수량, 2~5월 평균강수량)과 개화년도의 강수 량을 비교분석했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개화지의 이상기온 이 개화원인(Shibata, 2010)이 될 수 있으므로 강수량과 동일 한 방법으로 분석했다. 4곳의 기상데이터는 개화지에 인접해 있는 기상대 자료를 이용했다. 백운산은 순천지역(한국기상 청 자료), 아이치현은 稲武・新城・豊橋・蒲郡・岡崎, 효고현 은 六甲山・名塩・西宮・神戸, 시즈오카현은 鍵穴・高根山・ 静岡지역의 일본 기상청 자료를 이용해 분석했다.
결과 및 고찰
1.조릿대 간의 동태 및 개화지・비개화지의 입지환경 차이
2015년에 조릿대가 개화한 실험구(a)에서 고사간(dead culms)은 61.50개/㎡로 대조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조릿대 간밀도는 실험구가 대조구보다 높았다(Figure 3). 조릿대는 지하경으로 번식해 동일한 유전자를 갖는 수십~ 수백㎡의 대규모 개체를 형성해 임상에 생존하는 영양번식 식물이다(Tadokoro and Yajima, 1990). 때문에 생육하는 임상의 자원분포가 불균질해 자원획득이 어려운 라메트에 풍부한 라메트가 자원을 전달하는 생리적 통합기능으로 전 체 개체의 성장량과 현존량의 저하를 완화한다고 알려져 있다(Friedman and Alpert, 1991; Stuefer et al., 1994). 하 지만 조릿대의 간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자원획득이 극단적 으로 악화되면 생리적 통합기능만으로 개체를 유지할 수 없어 대면적 조릿대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 본 조사에서도 고사한 조릿대의 면적은 200㎡이상으로 상당히 넓었다. 하 지만, 조릿대의 실험구(개화지)와 대조구(비개화지)의 토양 이화학적 성질과 토양수분율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 지 않았다(Table 2). 또한 물리적 요인(해발고, 사면경사), 광량(임상 개폐율)도 마찬가지였다. 단, 사면방위에서 유의 미한 차이를 보였으나 조사지의 사면방위는 대부분 북사면 에 가까워 의미가 큰 결과는 아니었다. 실험구의 토양조건 을 우리나라 평균 산림토양(pH: 5.65, 유기물함량: 3.07%, 총질소량: 1.4mg/kg, 유효인산: 17.05mg/kg, 교환성 K+: 0.2, Ca2+: 2.47, Mg2+: 1.01, 양이온교환용량: 11.18 cmol+/ kg; Jeong et al., 2003)과 비교해도 불량한 조건은 아니었 다. 또한 임상에 입사되는 광량(특히, 광합성유효광)과 비례 관계(Park et al., 2012)에 있는 임상 개폐율과 고사간・생존 간 개수사이의 상관성을 따져보았다. Figure 4에서 보듯이 두 변수사이에는 상관계수(R2)가 지극히 낮아 조릿대 간의 생존・고사는 임상의 광량과 상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2015년에 실험구에서 일부 간(1.23개/㎡)은 생존했으며, 2016년 동일한 실험구(b)에서 생존간(living culms)은 1.76 개/㎡로 약간 늘어났다. 이 현상을 2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부 조릿대 간과 뿌리가 살아남아 다시 싹이 나왔는가?’ 혹은 ‘별개의 라메트여서 일제개화하지 않고 생 존했는가?’ 등이다. 이 현상은 기왕 발표된 Wang et al. (2016)과 Miyazaki et al.(2010)에서도 보고되었고, 생활사 전략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 보이니 눈여겨봐야 한다.
2.조릿대 개화지의 강수량과 기온 분석
광양 백운산과 아이치현, 효고현, 시즈오카현의 개화년도 에 특이한 기상 변화(강수량, 기온)를 따져보았다. 백운산의 경우, 과거 30년간 평균강수량(평년치)보다 2015년도 강수 량이 적었지만 봄철(2-5월) 강수량은 평년치보다 많았다. 일본의 개화지에서는 개화 연도별 강수량은 평년치보다 많 았고, 시즈오카현을 제외하고 봄철 강수량도 평년치보다 많 았다. Cho et al.(2017)의 한국 조릿대 개화연구에서 2015 년에 개화가 절정을 이루었는데 촉발 원인을 2014~15년도 의 연이은 봄철 가뭄으로 누적된 수분스트레스를 지목했다. 하지만 Figure 5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조사지 4곳 모두 봄가뭄이 연이었던 시기가 과거에 상당히 잦았다(백운산 1993~96년, 2000~02년; 아이치현 1993~94년, 1996~97년, 2000~02년; 효고현 1987~89년, 1992~94년, 1996~97년, 1999~2002년; 시즈오카현 1988~89년, 1993~94년, 1996~ 97년, 2000~02년 등). 이 시기에 조릿대가 개화했다는 문헌 이나 뉴스로 보도된 바는 없었다. Figure 6은 기온변화를 나타냈는데 4곳 모두 개화년도인 2014~16년의 기온이 평 년치보다 높은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앞서 논의된 강수량 처럼 과거에 자주 나타난 고온현상을 조릿대 개화원인으로 지목하기엔 타당성이 낮다고 본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은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 기상과 입지조건에서 확연한 차이 가 나지만, 거의 동일한 시기에 조릿대가 개화했다는 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3.종합고찰
‘조릿대는 왜 평생 한 번 대규모로 꽃을 피우고 죽는가?’ 라는 대담한 질문에는 조릿대 생활사의 여러 가지 미스터리 가 숨겨져 있다. 어떤 상황에서 꽃을 피우는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시기에 꽃을 피우는가? 꼭 한 번만 꽃을 피우고 죽는가? 왜 대규모로 꽃을 피우는가? 등. 본 연구결 과와 알려진 사실을 토대로 이 질문에 답해 보고자 대나무・ 조릿대류의 개화원인과 습성, 더 나아가 생활사 전략을 논 의하려 한다. 먼저, 본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조릿대 개화지 와 비개화지 사이의 입지환경조건 차이는 없었고, 한국과 일본 개화지의 강수량・기온은 평년치와 다른 특이점을 찾 을 수 없었다. 조릿대의 일제개화 원인으로서 외적 환경인 자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대면적 으로 조릿대가 꽃을 피우고 일부 조릿대 간이 다시 발생하 거나 일부는 죽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조릿대의 생육환경 및 기상조건이 양호하더라도 역으로 불량하더라도 산림하 층에 넓게 우점해 특정 개체(제네트)가 일제히 개화했으며, 대부분의 조릿대 간은 죽지만 일부는 살아남았다. 이는 조 릿대의 생활사 전략상 발생하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1)일제개화 촉발원인
조릿대와 더불어 대나무류 생활사에서 특이점은 개화습 성이다. 이들은 수명이 길면서도 평생 한 번 꽃을 피우는 것(단개화성)으로 알려져 있다. 또 꽃이 필 때 광범위하게 다수의 개체가 한꺼번에 개화하는 희한한 습성(일제개화성) 을 갖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적응적 원인 으로 포식자포식설(Janzen, 1976), 부자(父子)간 경쟁회피 설(Simmonds, 1980), 풍매설(Jackson, 1981), 수분효율향 상설(Nihsiwaki and Konno, 1990) 등의 다양한 가설을 제 안했다. 이 가설들은 대나무・조릿대류의 차세대 번식 성공 률을 높이기 위해 일제개화성이 강화되었다는 생각은 이론 의 여지가 없다. 특히, 궁극요인(ultimate cause)으로서 Janzen(1976)의 포식자포식설이 많은 연구자로부터 지지를 받았다(Tanaka et al., 2010). 개화로 종자결실이 적으면 섭 식자(predador)에게 먹혀 번식 성공율이 떨어진다. 이 상황 에서 함께 일제개화 후 대량 결실해 섭식자가 포식해도 일 부는 도태압을 회피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적응진화 관점 이 강조된 가설이다. 하지만 이 가설의 성립 전제로서 대나 무・조릿대류의 종자만 먹는 섭식자가 한정돼야 한다. 이 종 자의 섭식자는 들쥐 등의 설치류로 알려져 있지만 (Hayashida and Igarashi, 1995), 이 설치류만 섭식해 번식 성공률이 낮아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균류와 건조 등에 의 한 종자 또는 실생의 사망율이 훨씬 높을 수 있다(Igarashi and Cheng, 1988). 최근 발표된 Wang et al.(2016)의 연구 에선 이 가설의 부정적인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그 외의 가설도 개화가 매우 희귀해 아직까지 확실한 증거가 충분하 지 못해 검증이 만만치 않다(Suyama et al., 2010).
다른 가설로 가뭄・이상기온 등의 환경스트레스설(Gielis et al., 1999; Cho et al., 2017)이 일부 증거와 합리성을 토대로 논의된 바 있다. 하지만 몇 가지 개화 사례를 살펴보자. Tanimoto and Kobayasi(1998)는 Sasa jotanii(조릿대 일종) 개화에 대해 발표했는데 Sasa jotanii는 일본 이토제도(伊豆 諸島) 미쿠라섬(御蔵島)의 고유종으로 1997년에 이곳에서 거의 전부 개화했다. 이 섬에서 개화년도보다 앞서 약 20년 전에 미야케섬(三宅島)으로, 약 10년 전에 츠쿠바시(筑波 市)・우츠노미야시(宇都宮市)로 옮겨 심은 개체에서도 같은 시기에 꽃이 폈다고 밝혔다. 비슷한 사례로 1930년에 요코하 마시(横浜市)에서 개화한 죽순대(Phyllostachys edulis)의 결 실로 얻은 실생묘를 도쿄, 지바, 교토 등의 8개소 연구기관에 심었는데 1997년에 동시에 개화했다. 더불어, Melocanna baccifera는 방글라데시에서 인도 북동부, 미얀마에 걸쳐 자생하는 열대성 대나무다. Shibata(2010)는 이 종의 과거 개화주기 정보를 자세히 검토해 48년 주기인 2006~07년을 개화년도로 예측해, 인도 미조람(Mizoram)주 현지에서 실제 일제개화를 확인했다. 이 지역뿐만 아니라 인도 북동부에서 남서부 지역까지 일제개화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게다가 네 팔에서 이식한 M. baccifera가 일본 교토시(京都市) 라쿠사이 (洛西)죽림공원과 후지대나무류(富士竹類)식물원에서 2006 년에 개화・결실했다. 또 1961년 방글라데시에서 수입한 종자 에서 기원한 교토대학 필드과학교육연구센터(와카야마현) 의 개체가 2009년 5월에 개화해, 결실・발아 후 48년차에 개화주기를 맞이한 것을 명확히 확인했다고 Shibata(2010)는 밝혔다. 본 연구결과에서도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한국과 일본에서 조릿대가 2015~16년에 일제개화해, 위 사례와 일맥 상통한 결과를 보여줬다. 이 사례에서 아무리 멀리 떨어졌거 나 전혀 다른 생육환경에서 자라도 동일 연령개체는 동시에 일제 개화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사실로 환경스트레스설 에 의해 일제개화가 촉발된다는 가설을 배제할 수 있다고 본다. 일제개화가 아닌 부분개화(또는 소규모개화) 사례는 환경스트레스나 돌연변이 등의 근접요인(proximate cause) 으로 일부 해석할 수 있다(Shibata, 2010). 또한 Franklin (2004)의 주장처럼 홍수 등의 심한 환경스트레스는 이 주기성 을 변화시켜 개화주기를 벗어나 일부 개화할 수 있다고 생각 된다.
한편, 최근 발표된 Hisamoto and Kobayashi(2013)의 대 나무・조릿대류 개화유전자 탐지연구는 일제개화 메커니즘 을 이해하는데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이 연구에서는 2004년과 2008년에 각각 일제히 개화했던 Phyllostachys meyeri(죽순대 일종)와 Shibataea chinensis(조릿대 일종)의 각 기관에서 개화촉진유전자(FT)와 개화억제유전자(TFL1) 의 발현량 변화를 연도별로 RT-PCR법에 따라 해석했다. 그 결과 개화초기부터 만개에 이르기까지 FT의 발현량이 높아졌으며, TFL1 발현은 실생의 줄기, 액아(腋芽), 죽순의 초기 영양번식기관에서만 검출되었다. 이 연구결과는 대나 무・조릿대류의 개화가 유전자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강하게 시사한다. 게다가 Janzen(1976)은 다양한 종의 개화주기를 소개했는데 Bambusa속 30~54년, Dendrocalamus속은 15~ 46년으로 열대에 분포하는 대나무류는 개화주기가 짧아지 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온대 대나무류인 왕대(P. bambusoides)는 115년 또는 120년, 솜대(P. nigra var. henonis)는 60년 전후로서 길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 다. 일본에서는 종자에서 발아한 죽순대(P. pubescens)가 67년째에 개화한 사례도 보고됐다(Watanabe et al., 1982). 이처럼 많은 개화사례와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서 외적 환경인자 영향보다 내재 유전자가 일제개화에 깊게 관여하 고 있음을 말해 준다. 즉, 생물시계에 따라 주기적으로 발현 하는 특정 유전자(일명, 유전자 시계)가 일제개화의 촉발원 인으로 생각된다.
반면, 명확하지 않은 점도 있다. 보통의 식물 개화는 변화 하는 빛과 기온의 외적인자에 자극을 받아 FT(Flowering Locus T) 개화촉진유전자가 잎에서 활성화되어 FT단백질 을 생성한다. 플로리겐(florigen, 꽃눈 형성호르몬)이라 칭 하는 FT단백질이 생장점으로 이동하면 꽃눈을 유도해 개화 를 촉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나무・조릿대류는 어 떤 메커니즘으로 장기간에 걸쳐 무성번식에서 유성번식으 로 전환을 억제하는지 아직 불명확하다.
2)개화양식과 생활사 전략
단순하게 생각해, 특정 유전자에 의해 개화시기가 결정된 다면 대나무・조릿대류의 개화주기가 비슷해야 한다. 하지 만 세계적으로 110속 1,000종 전후(Matsuo et al., 2010)의 대나무・조릿대류는 서로 다른 개화주기를 가지며, 열대에 는 종잡을 수 없이 자주 개화하는 종도 있다(Gadgil and Prasad, 1984). 본 연구결과처럼 동일한 지역에서 꽃이 핀 조릿대 개체와 그렇지 않은 것이 함께 섞여 존재했다. 이런 의문점은 앞서 제기한 유전자에 의한 주기설만으로 다 설명 할 수 없다. 대나무・조릿대류의 개화양식과 생활사 전략을 토대로 진화론적 궁극요인을 파헤쳐야 한다.
우선, 대나무・조릿대류의 개화양식 용어를 명확히 해 혼선 을 피해야 한다. 앞서 사용했던 ‘일제개화’란 규모를 기준으 로 광범위하게 동조해 개화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까지를 일제개화(mass flowering) 혹은 부분개화 (sporadic flowering)로 규정해야 하는지 모호하다. 과거에는 대나무・조릿대류의 유전자(DNA) 정보가 부족해, 개체군에 하나의 제네트가 단독으로 개화하는지 아니면 다수 제네트가 함께 동조개화하는지 알 수 없었다. 최근엔 DNA분석기술 발달로 제네트(genet) 식별데이터에 관한 연구결과(e.g. Suyama et al. 2000; Miyazaki et al. 2009; Matsuo et al., 2010; Miyazaki et al., 2010)가 여럿 발표되었다. 때문에 개화양식 용어를 정확히 구분해야 혼선을 줄일 수 있고 발전 된 논의가 가능하다고 Suyama et al.(2010)는 지적했다. 따라 서 Suyama et al.(2010)는 개화의 개체성을 고려해 ‘광역개화 (extensive flowering)’와 ‘소규모개화(small-scale flowering)’로 구분했고, 동조성에 대해서는 ‘동조개화(synchronous flowering)’ 와 ‘단독개화(single-genet flowering)’로 나눴다. 서로 조합 해 ‘광역동조개화’ 또는 ‘소규모단독개화’와 같은 표현이 개화실태를 더 세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 했다. 실제 현장조사에서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워 쓰기 어렵 지만, 이론적 논의를 위한 합리성은 지녔다고 생각된다. 단, 개체성・동조성을 고려하지 않고 조릿대가 동조개화했다는 포괄적 의미로 전과 동일하게 일제개화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한다.
본 연구결과에서 조릿대는 한국・일본에서 광범위하게 개 화했기 때문에 광역동조개화라 볼 수 있다. 이런 사례는 많 이 보고되었다. 앞서 언급한 인도 미조람주의 열대성 대나 무류인 Melocanna baccifera(Shibata, 2010)와 호주 북서부 의 Bambusa arnhemica(Franklin, 2004)와 일본 교토에서 수 km에서 수십 km에 걸쳐 Sasa veitchii var. hirsuta(조릿 대 일종)가 일제개화했다고 Abe(2013)가 발표한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게다가 M. baccifera 개체군에서 다수의 제네트 로 구성되었고(Shibata, 2010), B. arnhemica는 다른 제네 트가 동조해 개화했다고 Isagi(2010)가 보고했다. 한 개 제 네트 내에서 소규모단독개화(e.g. Miyazaki et al., 2009)가 일어나며, 소규모동조개화 사례(Shibata, 2010)도 발표되었 다. 온대성 조릿대류(Sasa veitchii var. hirsuta) 사례 (Matsuo et al., 2010; 2014)처럼 유전자 유형이 다른 복수 의 제네트가 한 공간에 뒤섞여 동조개화를 한 것은 명확하 다. 문헌이나 언론매체 등의 화제가 되었던 사례는 대부분 광역동조개화로 생각된다. 대나무・조릿대류의 개화양식은 다양하다. 즉, 멀리 떨어져 있는 개체와 동조해 꽃을 대규모 로 피우며, 소규모 단독으로 또는 여럿이 함께 개화하기도 한다.
개화기간(년)과 관련해서 한국에서는 2014~16년(2015 년 절정기)에 걸쳐 광역동조개화를 했으며(Cho et al., 2017), 일본의 경우는 2015~17년(2016년 절정기) 동안에 개화했다. 광역동조개화(절정기) 전후로 소규모 개화가 있 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M. baccifera의 사례(Shibata, 2010) 에서도 광역동조개화를 맞이하기 전후로 개화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즉, 1년 앞선 ‘소규모 먼저개화(early flowering)’ →‘광역동조개화(절정기)’→1년 뒤 ‘소규모 나중개화(late flowering)’ 순으로 개화이벤트가 일어났다는 얘기다. Makita et al.(2004)가 보고한 섬조릿대(S. kurilensis) 개화, Matsuo et al.(2010)의 조릿대류(S. veitchii var. hirsuta와 S. kurilensis) 개화, Tanaka et al.(2010)의 4종 대나무류 (Gigantchloa albociliata, G. hasskariana, Bambusa tulda, Cephalostacyum pergracile), Wang et al.(2016)의 중국 대 나무류(Fargesia qinlingensis) 등의 사례에서 동일한 현상 이 발생했다. 단독 제네트 내에서도 이 현상은 일어나 (Miyazaki et al., 2009), 일제개화로 동반되는 일련의 개화 스케줄로 봐야 마땅하다고 Shibata(2010)가 주장하고, 일명 ‘어긋난 개화’라고 명명했다. 그렇다면 이 개화패턴은 대나 무・조릿대류의 진화 메커니즘과 연관될 것이다.
한편, Miyazaki et al.(2009)는 유전자 마커기술을 이용해 제네트 내(1개체)의 조릿대류(S. pubiculmis subsp. pubiculmis) 를 대상으로 개화패턴과 간(稈) 동태를 4년간 추적했다. 이 결과는 미지의 사실들을 밝혀냈다. 1개의 제네트는 3ha정도 의 면적을 차지해 자랐는데 모든 간이 동시에 일제개화하지 않고 수년에 걸쳐 부분적으로 꽃을 피웠다. 또한 1개의 간은 한 번(1년간) 개화해도 반드시 이듬해에 죽지 않고 2년 연속 개화하는 간도 발견되었다. 본 연구에서 데이터로 제시하지 못했지만, 조사 2년차인 2016년에 개화지에는 다시 꽃이 핀 조릿대 간이 보였으나 비개화지에는 보이지 않았다. 또한 같은 식물로 Miyazaki et al.(2010)는 탄소안정동위체 (13CO2)를 이용해 ‘개화한 간(稈)’-‘비개화한 간(稈)’사이에 자원(광합성동화물질 등) 전달을 직접 검증했다. 번식 라메트 실험구에서만 비개화한 간보다 개화한 간에서 13C의 존재비 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 결과로 개화한 간은 자원을 받는 수용부(sink)며 비개화한 간이 공급원(source)으로서 개화한 간으로 자원이 전달되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더불어 Wang et al.(2016)도 비슷한 연구결과를 최근 보고했으며, 대나무・ 조릿대류의 일제개화 후에 간 고사는 특히 종자 결실이 풍년 일 경우에 더 두드러졌다(Campbell, 1985). 이 사실로 본 조사에서 2015년에 간이 전부 죽지 않고 이듬해 살아남았던 까닭을 설명할 수 있다. 만약 대량으로 결실해 보유 자원을 모두 소진했다면 간이 전부 죽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에는 이듬해 다시 개화해 유성번식 기회를 노릴 것이다. 조릿 대의 생활사 전략 입장에서 보면, 대규모 개체를 형성한 조릿 대가 한꺼번에 자원을 소진해 일제히 꽃을 피워 결실을 노린 다면(유성번식), 실패 리스크(risk; 위험성・불확실성)가 무모 하게 크다. 일제개화 이벤트가 일어난 해에 우연히 늦서리, 태풍, 이상기온, 식해 등의 악조건으로 수분(受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Miyazaki et al.(2010)는 개화한 간과 비개화한 간 사이에 자원을 전달하는 생리적 통합 기능으로 실패 리스크를 보상하는 메커니즘의 존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성번식을 위한 장주기 단개화 이벤트 에서 ‘어긋난 개화’와 ‘자원 전달’의 개화습성은 실패 리스크 를 분산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이라고 생각된다. Suyama et al.(2010)는 이것을 ‘결실리스크 회피시스템’이라고 불렀다. 대나무・조릿대류는 엄밀한 의미에서 딱 한 번만 꽃을 피우고 죽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단순히 관찰해 판단하는 것과 달리 대나무・조릿대류는 번식이라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생활 사 전략이 영리할 만큼 진화했다고 생각된다.
앞서 기술한 대나무・조릿대류의 습성을 키워드로 정리하 면 ‘대규모 개체(제네트) 형성’, ‘자원 전달(생리적 통합)’, ‘동조개화’, ‘어긋난 개화’, ‘장주기 단개화성’을 들 수 있다. 특히 대나무・조릿대류와 같은 단개화성 식물(monocarpic species)은 다개화성 식물(polycarpic species)보다 개체군 통계학 관점에선 불리하지만 더 높은 성장률과 종자생산율 로 크게 보완된다(Poorter et al., 2005). 장주기 단개화성은 대나무・조릿대류만의 특수한 습성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4 속 30종이 이런 생활사 전략을 구사하며, 이 전략은 장구한 세월 속에 획득한 진화의 산물이라고 Poorter et al.(2005)는 평했다. 이 대나무・조릿대류 습성은 진화과정에서 획득한 생존의 유전 형질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조릿대는 평생 한 번 대규모로 꽃을 피우지 않으면 안 되는가?’로 질문을 뒤집어 생각해 봐야 한다. 다시 말해, 이 유전형질을 획득하 고 장주기 단개화성이 강화된 진화 메카니즘을 논의해야 한다.
조릿대 개체군의 유전다양성은 위도가 높아짐에 따라 감 소했으며, 이는 남방계 식물인 조릿대의 분포가 낮은 위도 에서 높은 위도로 확장된 과정과 일치하는 결과로 Kim et al.(2015)은 해석했다. 대나무・조릿대류는 열대에서 기원해 서 온대 기후대로 확장된 식물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온대 와 열대의 대나무류는 형태, 생활형, 무성번식 특히 개화양 식 등이 큰 차이가 있음을 많은 연구자(e.g., Makita, 1998; Makita et al., 2010)가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열대성 대나 무・조릿대류는 연축형 지하경(pachymorph rhizome)으로 뻗어나가 간이 한군데에서 모아나는 총생(叢生, fasciculate) 형태로 개체성이 명확하다. 반면, 온대에서는 단축형 지하 경(loptomorph rhizome)으로 간이 넓게 드물게 나는 산생 (散生)형으로 면적 분포를 넓히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 구 분은 전형적인 패턴이며(Makita, 1998), 한국과 일본에서 자생하는 섬조릿대(S. kurilensis)는 실생의 생장 초기에는 총생형이지만, 어느 정도 자라면 지하경으로 수평으로 뻗어 나가 산생형을 이뤄 성장단계에 따라 번식형태를 바꾸는 중간형의 종도 있다(Makita, 1998; Matsuo et al., 2010). 게다가 열대성 대나무・조릿대류는 여러 번 산발적으로 개 화하거나 온대보다 개화주기가 짧고 동조개화하지 않은 종 이 많다(Gadgil and Prasad, 1984; Makita et al., 2010; Tanaka et al., 2010). 이것에 비해 온대는 장주기 단개화성 과 동조성이 특징적인 개화습성을 보여, 열대와 온대의 차이 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왜 이런 차이를 보일까? 아직까지 명확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 Makita et al.(2010)는 열대에서 온대로 분포를 확 대해 가는 과정에서 지하경 형태 및 군락구조, 게다가 개화 습성까지 변화시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Suyama et al. (2010)는 최적의 유성번식을 위해 개화에 관여하는 유전자 가 변이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열대성 대나무・조릿대류 는 단개화성과 동조성의 개화습성을 한데 묶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e.g. Hirota, 2017). 반면, 온대는 두 특성이 항 상 함께 동반하는 개화습성으로 실생의 생존율을 올리는 쪽으로 적응 진화했다고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설명을 정 리하면, 온대 기후대는 기온, 강수량 등의 환경 변화폭이 계절에 따라 크고 태풍, 늦서리 등의 위험 빈도가 열대보다 잦을 것이다. 이 전제 하에서 열대성 대나무・조릿대류(동남 아시아)가 온대 기후대(동북아시아)로 분포를 확장하면서 환경의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유성번식(결실)의 실패 리스 크가 상승했을 것이다. 이런 리스크로 인해 온대 대나무・조 릿대류는 연축성 지하경으로 고밀도의 대규모 제네트(개체) 가 형성되었고 긴 주기로 한 번 개화할 때 함께 꽃을 피우는 습성이 불가피하게 강화되었을 것이다. 이 습성의 불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책으로 ‘어긋난 개화’와 ‘자원 전 달’의 ‘유성번식 리스크회피시스템(보험)’을 구사하는 생활 사 전략으로 진화했을 것으로 생각된다(Figure 7). 진화 메 커니즘에서 클론식물의 무성번식은 유성번식을 성공적으 로 수행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고, 무성번식이 유성번식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열악한 생태 환경조건에서 무성번식 은 멸종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Silvertown(2008)은 그 의미를 평가했다.
온대성 대나무・조릿대류의 장주기 단개화성이 강화된 진 화메카니즘에 대해 Suyama et al.(2010)는 최근 밝혀진 분 자생물학 연구결과를 토대로 신선하고 대담한 가설(제네트 혼재형 경쟁회피가설)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10년 주기로 개화하는 어떤 조릿대류 종이 꽃을 피웠는데 우연히 온대의 이상기온으로 수분이 되지 않으면 유성번식 은 실패로 돌아가 버린다. 이 종은 무성번식으로 대규모 개 체(제네트)를 형성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체세포 돌연변이 의 절대량도 함께 증가해 개화주기가 24년으로 늘어난다. 24년 주기의 돌연변이를 갖게 되어 이 보다 짧은 개화주기 (10년)의 개체군이 소규모로 단독 개화하면 근친교배, 비개 화간의 피압 등으로 차세대 유성번식의 가능성이 낮아진다. 즉, 단독개화라는 형질은 점점 도태되어 버린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해 일어나 우연히 60년에 대규모 동조 개화・결실 해 실생으로 갱신되었다면 이 형질은 고정될 가능성이 높 다. 한편, 이 가설에선 60년 개화주기는 다시 더 늘어날 수 있다. 60년 주기에 개화했지만, 다른 개체군은 우연히 개화 주기를 놓치거나 더 긴 장주기(예로 120년)로 변이한 개체 군이 있다면 60년 개화한 실생은 피압으로 유성번식에 실패 할 수 있다. 더 긴 장주기 개체군은 무성번식으로 더 대규모 개체군을 만들어 120년에 더 큰 일제개화 이벤트를 맞이한 다. 이로 차세대 실생 번식이 가능해지면 급속도로 더 긴 장주기로 진화할 것이다. 이처럼 대나무・조릿대류가 고밀 도로 우점해 대규모 개체(제네트)가 형성되면 장주기성・동 조성・단개화성으로 진화하는데 방아쇠 역할을 할 것이다. 반면 한없이 개화주기를 늘릴 수만은 없다. 지나치게 개체 가 커지면 일제 개화할 때 화분살포 거리가 한정되어 근친 교배 확률이 높아져 유성번식에 오히려 불리해진다. 즉, 유 전자 다양성이 무한의 개화주기를 막는 브레이크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종마다 최적의 개화주기는 지하경 확장 속도와 화분살포거리 등이 개입해 효율적인 유전자 유동 (gene flow)이 가능한 공간분포 구조가 형성될 때까지의 기 간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Suyama et al.(2010)는 보았다. 실제 자연에서 유전자 유동과 공간분포 구조의 관계를 증명 한 결과로 S. veitchii var. hirsuta(조릿대 일종)군락의 면적 100㎡에서 2,583개의 개화한 간을 채취해 DNA식별분석을 통해 111개의 제네트를 구분했는데 이 제네트들은 패치형 태로 서로 섞여 있었지만 자가수정율(selfing rate)은 낮아 제네트 크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Matsuo et al. 2014). 이 조릿대류는 자가화합성(self-compatibility, 自家和合性) 이고 한 공간에 뒤섞여 있으므로 자가수정이 촉진될 가능성 이 높지만, 그 결과는 그렇지 않아 대나무・조릿대류의 제네 트 성장범위(공간분포 구조)는 유전자 다양성과 깊은 관련 이 있다고 해석가능하다. 또한 무성번식으로 형성된 클론식 물의 공간배열이 개화주기의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다는 것을 증명한 Tachiki et al.(2015)의 수리모델 연구는 이 가설의 설명력을 한층 높였다고 생각된다. 현재도 대나 무・조릿대류는 유성번식에 최적화된 개화주기 선택을 위한 개화유전자가 요동치고 있을지 모르다. 비주기성(소규모개 화) 개화사례나 동조개화하지 않았던 조릿대 개체를 이 요 동현상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가설은 다소 대담한 논리 전개와 증명이 어려운 면이 있어 한층 더 많은 검토나 조사사례의 축적, DNA분석 데이터 추가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에 제주조릿대가 급 격한 확산으로 식물종다양성 저하, 고유 식생경관 훼손 등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는 여론이 일고 있다. 최근 제주조 릿대 관리방안 국제심포지엄(제주자치도 세계유산본부 주 최, 2017년 5월 17-18일)을 개최해 논의한 결과, 대체로 제 주조릿대를 조릿대 베기, 지하경 제거, 말 방목 등으로 관리 하자는 의견이 모인 모양이다. 하지만 제주조릿대 제거를 위한 인력투입과 장비도입으로 얻게 되는 이익보다 자생종 훼손, 토양침식 등의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조릿대 베기로 식물종이 늘어났다는 사실(Yuruki et al., 1977)은 과거부터 잘 알려져 있지만, 광범위하게 자라는 제주조릿대 제거는 예산투자 대비 이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앞서 논의했 듯이 조릿대는 장주기 단개화성 식물로서 개화 후에 죽어버 리면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데 몇 십 년이 걸린다. 그 동안에 다른 수종이 들어와 정착해 식생변화와 천연갱신의 계기를 맞는다(Makita, 1992). 또한 조릿대의 일제개화・고사는 100년 이상의 긴 주기로 생기는 현상이며, 그 사이 산림에 자라는 식물의 종수나 우점도는 크게 변할 것이다. 조릿대 류는 한편 산림생태계에서 탄소고정 및 질소동태 유지에 크게 공헌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Fukuzawa et al., 2007). 생물다양성 측면만 몰입해 현시점의 현상만 바라보 고 대처하는 것은 또 다른 생태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한라산이 국립공원인 만큼 인간의 근시안적 대처보다 장기 간 자연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