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생물계절학(phenology)은 계절에 따른 동식물의 시간적 변화 및 기후 또는 기상과 관련지어 연구하는 분야이다 (Kim et al., 2013; Shin et al., 2012). 생물계절 관측 (phenological observation)의 목적은 계절을 대표하는 지표 생물의 상태를 관측하여 계절의 빠르고 늦음, 지역적인 차 이 등을 분석함으로서 기상상황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다. 주로 식물의 발아, 개아, 개화, 단풍, 낙엽 등의 시기를 조사 함으로써 지방별 기후를 비교하고 동물은 이동이나 여러 가지 동물의 휴면, 우화, 변태 등의 시기를 다룬다(http:// www.kma.go.kr/index.jsp). 국내에서는 식물의 생물계절에 대한 연구가 주로 진행되었다(Chung et al., 2009; Ho et al., 2006; Kang et al., 2003; Kwon et al., 2008; Yun, 2006).
생물계절 연구는 최근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현상을 연 구하는데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Sagarin et al, 2001, Menzel, 2002). 기존 생물계절 관련 연구에 따르면 동식물 을 포함한 생태계는 지구온난화에 의해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Masuda et al., 1999). 조류는 산란기 가 변화하고, 나비는 서식지가 변화하고 있으며, 개구리는 울음기간이 변화하는 등 다양한 생물들의 생물계절에게 영 향을 끼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Stevenson et al., 2000; Parmesan et al., 1999; Gibbs et al., 2001). 기후 변화가 생물계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내 연구는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Lee(2009)는 봄, 가을의 식 물계절 시기 변화 경향을 파악하였고 Jung et al.(2015), Lee et al.(2015) 등은 벚나무 꽃의 생물계절을 이용한 개화일 예측, 해충과 작물의 생물계절모형을 이용한 기후변화 예측 한 바 있다.
매미는 여름철 번식울음을 내는 대표적인 종임에도 불구 하고 그간 매미를 대상으로 한 생물계절 연구는 미흡하였 다. 기존 국내 매미 연구는 울음소리와 소음에 관한 연구 (Kim et al., 2013), 도심 근린공원에 서식하는 매미와 기상 인자와의 관계 연구(Kang et al., 2015) 등이 진행된 바 있 다. Ki(2016)는 도심지 열대야 및 빛공해에 의해 매미의 울 음이 영향을 받는다고 보고한 바 있다. 매미를 대상으로 한 생물계절 연구로 Emery et al.(2005)는 생물계절모형으로 울음 시기를 연구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기상 청에서 참매미 초성 및 종성 관측은 이루어지고 있으나 (Korea Meteorological Administration, KMA, 1989) 이와 관련된 분석 및 의미고찰은 부족한 실정이다.
매미 등 야생동물은 대부분 특유의 발성을 통해 의사소통 을 하여 탐지가 가능하다. 또한 매미의 번식울음 시기는 환 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의한 야생동물 서식 영향 분석이 가능하다(Bradley et al., 1999; Buxton et al., 2016; De Solla et al., 2006; Ki and Sung, 2014; Kloepper and Simmons, 2014). 따라서 본 연구는 장기간에 걸쳐 관측 한 참매미 초성 및 종성 자료와 기상자료를 분석하여 기후 변화에 의한 생물계절 변화 영향을 파악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매미과의 생물계절 연구가 기후변화에 의 한 생태계 영향 연구에 효과적임을 제시하고 나아가 기후변 화에 의한 생태계 연구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연구대상종은 기상청에서 수집하고 있는 종별 생물계절 데이터 중 참매미를 선정했다(Seasonal observation guidelines, KMA, 1989). 연구대상지는 기상청 국가기후데이터센터 (http://sts.kma.go.kr/)에서 제공하는 서울지역 참매미 생물 계절 데이터를 활용했다. 참매미 초성 및 종성 데이터 분석 기간은 서울지점에서 수집 가능한 1960~2016년간의 자료 를 활용했다. 참매미 초성 및 종성에 영향을 미치는 기상요 인은 기상청 기후자료센터(sts.kma.go.kr)에서 제공하는 평 균기온, 강수량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참매미 초성, 종성 시기 변화는 초성 및 종성일을 Julian Date값으로 변환한 후 기상요인과의 상관관계 분석 및 회귀 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간기온 변화는 연간 평균온도와 참매 미가 주로 번식울음을 내는 기간인 6~9월까지 여름철 평균 온도에 대해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월간 기후 변화에 의 한 참매미 번식울음 시기 변화는 참매미 초성 및 종성일과 월 평균기온, 강우량과의 상관관계 분석을 실시하고, 상관 관계가 인정된 변수에 대해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주간 온도 변화에 의한 참매미 번식울음 시기 변화는 월 평균기 온 중 참매미 번식울음과 상관관계가 인정된 월을 주 단위 로 세분화하여 상관관계 분석 및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통계 분석 프로그램은 IBM SPSS Statisics 23을 이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서울 참매미 초성, 종성 시기 변화
참매미 초성, 종성시기 변화는 서울은 1960년부터 2016 년까지 기상청 참매미 생물계절 데이터(초성일, 종성일)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초성, 종성일은 Julian Date 값으로 환산한 후 기상요인과의 관계를 산점도로 작성하고 회귀분 석을 실시하였다(Figure 1). 참매미 생물계절 분석 결과, 서 울시 참매미의 평균 초성일은 7월 17일, 종성일은 9월 18일 로 나타났다(Table 1). 참매미 생물계절 회귀식 분석 결과, 초성 시기가 빨라지고 종성 시기가 늦어지는 추세를 확인하 였다. 참매미 총 울음기간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었다(Figure 1, 2). 회귀분석 결과에 의하면 서울은 10년 단위로 초성 시기가 1.7일씩 빨라지고, 종성 시기는 1.5일씩 느려지는 경향을 나타내었다. 참매미 평균 울음 기 간은 64일로 나타났다. 회귀식에 의하면 서울 참매미 울음 일수는 10년 단위로 3.5일 씩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내었다 (Table 1).
2. 연간 평균기온 변화
서울의 기후변화는 장기간 연간 평균온도와 참매미가 주 로 우는 기간인 6~9월까지 여름철 평균온도에 대한 회귀분 석을 실시하여 확인하였다(Figure 3). 해당기간 서울의 연 간 평균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나타내었으며, 이 결과는 한국의 연간 평균온도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는 기존의 연구들과 동일한 결과였다(Lee and Kang, 1997, Lee et al., 2011, Kim et al., 2011). 특히 2016년의 경우 고온 현상으로 인해 평균 온도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 났다. 서울의 평균온도 변화를 회귀식으로 정리한 결과, 서 울 지역의 1~12월 기간의 평균 기온은 10년 단위로 0.33°C 씩 상승하고 있으며 여름 기간 6~9월 평균 기온은 10년 단 위로 0.35°C씩 상승하는 경향을 나타내었다.
3. 월 단위 기후 변화에 의한 참매미의 번식울음 시기 변화
참매미의 초성, 조성 변화가 평균온도 상승과 관련성이 있는지 파악하기 서울시 참매미 초성일, 종성일, 울음기간 과 월 평균기온(1975~2016년)과의 상관관계분석을 실시하 였다. 평균기온은 각 연도별로 1개월, 2개월, 3개월, 4개월 간격으로 나누어 각각 평균기온을 산출하였다(Table 2). 참 매미 번식울음 시기와 1개월 단위 평균기온과의 상관관계 분석 결과 서울시는 참매미 초성일이 6, 9, 11월 평균기온과 유의미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고, 울음기간은 9월 평균기 온과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참매미 종성 시기 는 평균기온 대해서 유의미한 값이 나오지 않았다. 서울시 참매미 번식울음 시기와 특정 기간별 평균기온과의 상관관 계 분석 결과, 참매미 초성일이 5~6월(T5-6), 11~12월 (T11-12), 4~6월(T4-6), 10~12월(T10-12), 3~6월(T3-6)의 평균기 온에 대해서 유의미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이 나타났다.
기상요인 변화와 매미 번식울음 변화 간 관계를 구체적으 로 파악하기 위해,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뀌는 6월을 포함한 1960년대부터 2016년까지 서울 월별 총 강우량과 참매미 울음 데이터간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Table 3). 그 결과 10월 강우량이 참매미 종성시기와 울음기간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 분석 결과는 10월 강우량이 매미의 종성시기를 앞당기는데 관련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참매미는 생물계절 데이터에 따라 10월까지도 우는 경우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가을철 비가 많이 내릴 경우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울음을 완전히 그치는 시기 가 앞당겨지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총 울음기간은 종성시기 가 앞당겨지는 만큼 짧아진다고 할 수 있다.
특정 기간 평균기온과 서울시 참매미의 초성 시기와 선형 회귀분석을 실시하여 회귀모형을 작성하였다(Table 4). 회 귀모형은 참매미의 초성시기와 관련이 있는 봄철 평균기온 과의 분석을 실시하였고, 상관관계는 인정되었으나 초성과 관련이 없는 가을철 평균기온은 회귀분석에서 제외하였다.
회귀분석 결과, 참매미 초성일은 6월(R2=0.143), 5~6월 (R2=0.179), 4~6월(R2=0.195), 3~6월(R2=0.183)의 평균기 온이 상승함에 따라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회귀식 에 의하면 6월, 5~6월, 4~6월, 3~6월의 각 평균기온이 1℃ 증가함에 따라 참매미 초성일은 각각 3.0일, 4.1일, 4.3일, 4.5일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6월 을 포함한 봄철의 기온상승이 참매미의 울음 시기를 앞당겨 온 것으로 판단되며, 향후에도 봄철 기온 상승에 의해 참매 미 초성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참매미 종성일은 상관관계 분석 결과 유의성이 인정된 10월 평균 강수량과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10 월 강수량이 1mm 상승함에 따라 종성일이 0.78일씩(R2= 0.179)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매미 총 울음기간은 참매미 종성일과 마찬가지로 유의성이 인정된 10월 평균 강수량과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결과 10월 평균 강수 량이 1mm 증가함에 따라 서울 참매미의 총 울음기간이 약 0.8일(R2=0.128) 빨라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리하면 10 월의 평균 강수량이 상승할수록 참매미의 울음이 더 빠르게 그치며, 그 영향으로 참매미의 총 울음기간 또한 감소한다 는 결과를 나타냈다.
4. 주간 온도 변화에 의한 참매미의 번식울음 시기 변화
참매미 울음과 월간 기상요인 회귀분석 결과, 6월 평균기 온이 매미 초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세부적 으로 분석해 보고자 일주일 단위 평균 온도와 매미 초성시 기와의 상관관계 분석,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초성시기에 영향을 주는 5~6월과 참매미가 우는 7월의 주당 평균기온 을 계산하여 연도별 초성시기와 상관분석을 실시한 결과, 6월 첫째주, 둘째주, 7월 첫째주가 참매미의 초성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나타났다(Table 5). 단계선택법에 의한 회귀 분석 결과, 6월 1주차 평균온도만이 변수로 선택되었다. 6 월 1주 평균기온이 1℃ 증가함에 따라 참매미 초성일은 1.9 일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분석 결과에 의하면 참매 미 울음시작은 1달 전 평균온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 났고, 특히 6월 1주차 평균온도와의 관계가 가장 높은 것으 로 나타났다(Table 6).
5. 종합고찰
본 연구는 기상청의 참매미 초성, 종성 생물계절 데이터 와 기상요인 데이터를 활용하여 기후변화에 의한 참매미 번식울음 시기 변화 분석하고자 하였다. 기존에 매미를 대 상으로 생물계절을 연구한 사례는 많지 않으며(Emery et al., 2005), 특히,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가 미흡하기 때문에 본 연구는 초기연구로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매미의 생물계절 모니터링은 기후변화에 의한 생태 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지표임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참매미 번식울음의 시작시기와 종료 시기는 온도와 강수량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는 매미의 번식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의한 생태계 변화 연구를 위해서는 향후 장기적인 매미 생물계절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둘째, 서울 참매미의 생물계절 변화 분석 결과, 초성일은 점점 빨라지고 울음기간은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하였 다. 서울 참매미 생물계절 데이터와 평균기온 간의 상관분 석 결과에서는 6월의 평균기온과 매미의 초성시기가 유의 미한 음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한 10월의 강우량이 매미의 울음기간과 유의미한 음의 상관 관계를 보였다.
셋째, 서울 참매미 초성 시기와 기상요인 간 회귀분석 결과, 6월을 포함한 봄철(3~6월) 평균 기온이 증가할수록 참매미의 초성일이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초성일 증가 율은 약 3.0~4.5일/1℃이었다. 세부적으로 주일별 평균온도 와 초성일간 회귀분석 결과 6월 첫째주 평균온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변화율은 약 –1.9일/1℃ 이었다. 한 반도 중부지방에 해당하는 서울의 참매미는 평균적으로 7 월 중순에 초성을 시작하는데 이 영향은 1달 이전인 6월 온도 상승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서울 참매미의 종성 시기와 울음기간과 기상요인 간 회귀분석 결과, 10월 평균 강우량이 증가하면 참매미 종성일이 빨라지고 총 울음기간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 다. 종성일 감소율은 –0.78일/1mm이었으며 울음기간 감소 율은 –0.8일/1mm이었다. 서울 참매미는 평균적으로 9월 중 순에 울음을 그치지만 10월 초순까지도 우는 경우가 나타났 는데, 10월 강수량이 증가할수록 더 빠르게 울음을 그친다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장기간 참매미 초성, 종성, 울음 기간과 기상요인과의 관련성 분석 결과, 6월을 포함한 봄철 평균기온이 증가할수록 7월 매미 초성일이 빨라지고, 지속 적인 봄철 기온 상승으로 인해 참매미 초성일이 빨라지는 추세를 확인하였다. 향후에도 기온 변화가 지속된다면 참매 미 울음 시기는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었 다. 또한 10월 가을철의 평균 강수량이 증가할수록 참매미 종성일이 빨라지고, 총 울음기간은 감소하는 경향을 확인하 였다. 따라서 가을철 강수량이 참매미의 울음 종료에 영향 을 미친다는 것을 파악하였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기상청의 생물계절 데이터의 경우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해가 있 고, 일부 이상값으로 판단되는 기록들이 있어 정밀도가 다 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 이로 인해 서울 외의 지역의 참매미 초성, 종성 데이터와 기상요인과의 상관관계가 정확 히 규명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본 연구는 중부지 방 도시 1개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전국적인 경향을 파악하지는 못하였다. 분석과정에서 타 도시에 대한 참매미 생물계절 데이터도 분석을 실시하였으나 해당 도시의 과거 기상청 생물계절 데이터에 오류가 있어 분석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점도 있었다. 또한 도심지역의 경우 소음, 대 기오염, 토양환경의 차이, 빛공해, 인간에 의한 간섭 등 다양 한 영향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기존 자료를 활용하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영향은 반영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향후 매미과 번식울음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고려와 동시에 전국적인 변화 경향을 분석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