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강원도 철원군은 비무장지대를 이루는 핵심 지역으로, DMZ 중부전선의 중심 물줄기인 김화 남대천을 따라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연이어 솟아있다. 그 중 대득봉(630m) 은 행정구역상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김화읍에 걸쳐있으며 위로는 남대천 아래로는 문혜천이 물줄기를 이룬다. 동쪽으 로는 대성산, 복계산, 복주산, 남쪽으로는 각흘산과 명성산, 서쪽으로는 철원평야가 위치하고 있다. 북쪽으로는 군사지 역으로서 민간인 접근이 통제되며 농경지 경작을 위한 일부 농민들과 군인들의 출입이 가능한 통문이 있는 통제지역이 위치하고 있다. 조사지역은 북위 38°11′~14′ 동경 127°2 0′~25′에 위치하여 DMZ와 그 이남 지대를 연결하는 완충 지대로 기능하고 있다. 위치적으로 내륙산간지대에 위치해 겨울과 여름은 물론 아침과 저녁의 한서의 교차가 심한 대 륙성 기후이다. 최근 5년(2013~2017)간 연평균 기온이 10.7 ℃, 연평균 강수량이 1,191 ㎜인 것으로 나타났다(Korea Meteorological Administration, 2017).
조사지역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식물상 연구는 시도된 적 없으나 환경부 제3차 전국자연환경조사 결과, Lee and Kim(2008)에 의해 소나무군락, 신갈나무-소나무군락, 굴참 나무-신갈나무군락 식생 조사가 이루어 졌으며, 철원 지역 인근 산지의 식물상 연구로는 광덕산에서 Lee(2014), Oh (2016)가 각각 539분류군, 448분류군 대성산에서 Lee (1984)가 412분류군, Son(2016)이 588분류군, 복계산에서 Kang(2006)이 410분류군 그리고 DMZ접경지역 내 한탄강 수계와 연결되어있는 학저수지에서 Shin(2015)이 238분류 군으로 보고하였다.
대득봉은 주변 산지인 대성산, 복계산과 더불어 DMZ 접 경지역에 인접한 산지로 접경지역과의 완충지역으로서 역 할을 하며 군사시설물과 지뢰 등으로 인해 접근이 어려운 DMZ 및 접경지역 산지와의 식물상 비교를 통한 DMZ 식 물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보전가치가 있 는 식물의 자생지 분포와 생태계에 위협을 주는 식물 등의 분포를 파악하며 식물생태계 보전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 하고자 수행되었다.
연구방법
본 연구는 2015년 5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총 7회 조사 하였으며, 조사 경로는 대득봉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문혜 리의 텃골과 싸리골을 시작으로 대득봉 정상을 거쳐 청양리 와 와수리까지 계곡부, 사면부, 능선부 등을 다양하게 조사 하였다(Fig. 1, Table 1).
관속식물은 대득봉 일대의 현지조사를 통하여 증거표본 을 수집하였다. 조사과정 중 식물표본을 채집하지 못한 종 은 화상 자료를 확보하였고, 현지에서 동정이 어려운 식물 은 채집하여 건조표본을 바탕으로 동정하였다. 분류 및 동 정은 Lee(1980; 2003a; 2003b), Lee(1996a; 1996b), Lee (1996; 2006a; 2006b), Park(2009) 등의 식물도감과 일부 양치류의 동정은 Korean Fern Society(2005) 등의 문헌을 활용하였으며 채집한 식물표본의 보관은 국립수목원의 분 원인 DMZ자생식물원에 소장하였다. 식물목록은 증거표본 과 디지털 사진 등 동정된 종만을 대상으로 작성하였으며 분류군의 배열은 Engler(Melchior, 1964)의 체계에 따라 작 성하였다.
학명 및 국명은 국가표준식물목록(http://www.nature.go. kr/kpni/; Korea National Arboretum, 2014)을 따랐으며 각 과내의 속 이하 계급은 알파벳순으로 배열하였다. 조사된 소산식물 중 식재된 분류군은 국명뒤에 재배표시를 하였다. 목록의 간소화를 위해 분류군당 1장의 표본만을 기록하였 다(Appendix 1). 희귀식물은 Korea National Arboretum (2008)에 따라 작성하였으며 특산식물은 Chung et al.(2017), 구계학적 특정식물은 Kim(2000), 귀화식물은 Lee et al. (2011)에 따라 작성하였다. 특히 귀화식물은 Lee et al. (2011)에 따라 원산지, 귀화도, 이입시기를 구분하였으며 귀화도는 Kariyama and Kobatake(1988)의 문헌을 따랐다. 귀화율(NI: Naturalized Index)과 도시화지수(UI: Urbanized Index)는 각각 Numata(1975)와 Yim and Jeon(1980)의 문 헌을 따랐다.
결과 및 고찰
1 증거표본에 근거한 관속식물의 종 구성
대득봉 일대에 분포하는 관속식물은 84과 246속 341종 4아종 43변종 5품종으로 총 393분류군이 확인되었다. 그중 양치식물(Pteridophyta)은 7과 14속 18종 3변종 21분류군, 나자식물(Gymnospermae)은 2과 2속 3종 3분류군, 피자식 물(Angiospermae)은 75과 230속 320종 4아종 40변종 5품 종 369분류군으로 확인되었다(Table 2). 이는 한반도 관속 식물 4,881분류군(Korea National Arboretum and The Plant Taxonomic Society of Korea, 2007)의 약 8.0%, 강원 도에서 확인된 관속식물 1,465분류군(Korea Forest Service and Korea National Arboretum, 2009)의 약 26.8%를 차지 하였다. 조사된 식물 중 가장 많이 분포하는 분류군은 국화 과(Compositae) 45분류군(11.4%), 벼과(Rosaceae) 27분류 군(6.8%) 이며 장미과(Gramineae) 26분류군(6.6%), 백합 과(Ranunculaceae) 23분류군(5.5%), 콩과(Liliaceae) 16분 류군(4.0%), 사초과(Cyperaceae) 16분류군(4.0%) 순으로 조사되었다.
본 지역에서 증거표본을 바탕으로 관속식물을 분석한 결 과, 삼지구엽초, 땅나리, 천마, 외대으아리, 숲개별꽃, 할미 밀망 등의 희귀 및 특산식물과 분포특이종을 확인하였다.
2 특기할 만한 식물
1) 희귀식물
희귀식물이란 일반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자생지의 식 물 특히, 개체군의 크기가 작거나 감소하여 보전이 필요한 식물을 말하며 Korea National Arboretum(2009)은 IUCN 이 권고한 목록을 재평가하여 희귀식물의 범주를 야생멸종 (Extinct inthe Wild/EW), 멸종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 CR), 위기종(Endangered Species/EN), 취약종(Vulnerable/ VU), 약관심종(Least Concerned/LC), 자료부족종(Data Deficient/DD)으로 구분한 바 있다. 본 연구에서 산림청 지 정 희귀식물(Korea National Arboretum, 2009)은 취약종인 삼지구엽초(Epimedium koreanum Nakai), 땅나리(Lilium callosum Siebold & Zucc.), 천마(Gastrodia elata Blume) 3분류군, 약관심종(LC)인 쥐방울덩굴(Aristolochia contorta Bunge), 도깨비부채(Rodgersia podophylla A.Gray), 과남 풀(Gentiana triflora var. japonica (Kusn.) H. Hara), 미치 광이풀(Scopoliajaponica Maxim.) 4분류군, 자료부족종 (DD) 백두사초(Carex peiktusani Kom.) 1분류군으로 총 8 과 8속 7종 1변종 8분류군이 확인되었다. 이는 국내의 희귀 식물로 여겨지는 577분류군의 약 1.3%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Table 3). 취약종인 삼지구엽초와 땅나리는 등 산로 인근 군부대 교통로에 소수의 개체가 연속적으로 분포 하고 있었으며 천마의 경우 저지대에 위치한 군부대 훈련장 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단생으로 발견되었다. 약관심종인 쥐방울덩굴은 훈련장 철조망에 연속적으로 군락을 이루고 있었으며 도깨비부채는 등산로 옆 계곡부에 소수의 개체가 분포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2) 한반도 특산식물
연구 대상지에서 확인된 특산식물은 진범(Aconitum pseudolaeve Nakai), 외대으아리(Clematis brachyura Maxim.), 할미밀망 (Clematis trichotoma Nakai), 매자나무(Berberis koreana Palib.), 분취(Saussurea seoulensis Nakai), 처녀치마(Heloniopsis koreana Fuse, N.S.Lee & M.N. Tamura) 4과 5속 6종 6분류군 으로 한국특산식물 360분류군(Chung et al., 2017) 의 1.6%에 해당한다(Table 4.). 대득봉 일대는 대부분의 지역이 안전을 위해 설계된 등산로가 아닌 군작전로 및 교통로로 이루어져 있고 일부지역의 경우 지뢰지역 및 미확인지대로 되어있다. 따라서 등산객 출입 및 산나물 채취, 경작지, 군사시설물에 의한 훼손 등 인위적인 교란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 다. 외대으아리, 분취는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주변 임연 부에서 소수의 개체가 출현하였으며 처녀치마의 경우 등산로 주변 계곡부에 연속적으로 출현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3)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
조사된 393분류군 중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Kim, 2000) 은 연구대상지에서 23과 39속 42종 1아종 2변종 45분류군을 확인하였다. Ⅴ등급은 삼지구엽초(Epimedium koreanum Nakai) 1분류군, Ⅳ등급은 가는잎개고사리(Athyrium iseanum Rosenst.), 도깨비부채(Rodgersia podophylla A.Gray), 고로쇠나무 (Acer pictum subsp. mono (Maxim.) Ohashi) 등 4분류군, Ⅲ등급은 황철나무(Populus maximowiczii A.Henry), 선괭 이눈(Populus maximowiczii A.Henry), 참조팝나무(Spiraea fritschiana C.K.Schneid.) 등 10분류군, Ⅱ등급은 꿩의다리 아재비(Caulophyllum robustum Maxim.), 돌양지꽃(Potentilla dickinsii Franch. & Sav.), 왕쌀새(Melica nutans L.) 등 13분 류군, Ⅰ등급은 관중(Dryopteris crassirhizoma Nakai), 투구 꽃(Aconitum jaluense Kom.), 올괴불나무(Lonicera praeflorens Batalin) 등 17분류군으로 확인되었다(Table 5).
4) 귀화식물
연구 대상지에 분포하는 귀화식물은 애기수영(Rumex acetosella L.), 흰명아주(Chenopodium album L.), 돼지풀 (Ambrosia artemisiifolia L.) 등 8과 18속 23종 23분류군으 로 확인되었다(Table 6). 출현한 귀화식물 중 국화과가 10 분류군으로 가장 많았다. 귀화식물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 가 11분류군으로 가장 많았으며, 귀화도 등급(Lee et al., 2011)에서 2등급 주홍서나물(Crassocephalum crepidioides (Benth.) S.Moore) 1분류군, 3등급 지느러미엉겅퀴(Carduus crispus L.) 등 4분류군, 4등급 백령풀(Diodia teres Walter) 등 3분류군, 5등급 소리쟁이(Rumex crispus L.) 등 15분류 군이 각각 출현하였다. 이입 시기는 1기 14분류군, 2기 1분 류군, 3기 8분류군으로 나타났다(Table 6). 연구 대상지의 귀화율(Naturalized Index: 본 지역의 귀화식물 종수/출현식 물의 총 종수 × 100)은 5.8%, 도시화지수(Urbanization Index: 본 지역의 귀화식물 종수/남한의 귀화식물 총 종수 × 100)는 7.1%로 나타나 우리나라 산지의 평균 귀화율 10.3%(Koh et al., 1995)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확인된 대부분의 귀화식물은 군 교통로 및 작전도로, 훈련장으로 통하는 진입로 등에서 발견됨에 따라 해당지역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인근 산림지역으로의 확산을 억제 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의 대상지는 DMZ와 그 이남 지대를 연결하는 완충지대로 자생식물의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지역이다. 지속적인 군사 작전 및 경 작지 확대가 진행될 경우 숲 면적이 감소하고 내부로 귀하 식물이 진입하여 외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유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불어 귀화식물이 집중적으로 확인된 훈련장 진 입로의 경우 생태계교란식물로 지정된 애기수영, 단풍잎돼 지풀, 미국쑥부쟁이 등과 함께 천마와 같은 희귀식물도 분 포하고 있어 서식지의 감소가 우려된다. 따라서 정확한 자 생지 현황파악과 더불어 제거작업 등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 하다.
3 종합고찰
대득봉은 DMZ 접경지역에 인접한 산지로 접경지역과의 완충지역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DMZ 식물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보전가치 가 있는 식물의 자생지 분포와 생태계에 위협을 주는 식물 등의 분포를 파악하기 위해 수행하였다. 조사결과 관속식물 은 84과 245속 341종 4아종 43변종 5품종으로 총 393분류 군이 확인되었다. 희귀식물은 8분류군으로 각각 취약종 (VU)인 삼지구엽초, 땅나리, 천마 3분류군, 약관심종(LC) 인 쥐방울덩굴, 도깨비부채, 과남풀, 미치광이풀 4분류군, 자료부족종(DD) 백두사초 1분류군으로 확인되었다. 특산 식물은 6분류군으로 진범, 외대으아리, 할미밀망, 매자나무, 분취, 처녀치마가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식물구계학 적 특정식물은 총 45분류군으로 각각 Ⅴ등급은 삼지구엽초 1분류군, Ⅳ등급은 가는잎개고사리, 도깨비부채, 고로쇠나 무, 천마 4분류군, Ⅲ등급은 황철나무, 매자나무, 선괭이눈, 참조팝나무, 꼬리조팝나무, 미치광이풀, 배암나무, 주걱비 비추, 땅나리, 긴잎여로 10분류군, Ⅱ등급은 난티나무, 꿩의 다리아재비, 돌단풍, 눈개승마, 돌양지꽃, 민둥뫼제비꽃, 앵 초, 붉은병꽃나무, 소영도리나무, 톱풀, 방울비짜루, 처녀치 마, 왕쌀새 등 13분류군,Ⅰ등급은 관중, 잣나무, 사시나무, 물박달나무, 박달나무, 투구꽃, 큰꽃으아리, 매발톱나무, 홀 아비꽃대, 쥐방울덩굴, 야광나무, 큰괭이밥, 백선, 오갈피나 무, 까치수염, 올괴불나무, 박새 17분류군이 확인되었다. 귀 화식물은 애기수영, 소리쟁이, 흰명아주, 좀명아주, 다닥냉 이, 콩다닥냉이, 아까시나무, 토끼풀, 달맞이꽃, 백령풀, 돼 지풀, 단풍잎돼지풀, 미국쑥부쟁이, 미국가막사리, 울산도 깨비바늘, 지느러미엉겅퀴, 망초, 주홍서나물, 개망초, 서양 민들레, 오리새, 쥐보리, 왕포아풀 23분류군이 확인되었다.
본 연구에서 새롭게 확인된 식물은 가는잎개고사리, 황철 나무, 큰꽃으아리, 백선, 까치수염, 앵초, 배암나무, 소영도 리나무, 톱풀, 주걱비비추, 땅나리, 참빗살나무, 새머루, 포 천구절초, 곱슬사초, 백두사초, 하늘지기 등 52분류군이며, 본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출현한 분류군은 물박달나무, 박달 나무, 매발톱나무, 매자나무, 삼지구엽초, 홀아비꽃대, 쥐방 울덩굴, 돌단풍, 도깨비부채, 야광나무, 돌양지꽃, 참조팝나 무, 큰괭이밥, 고로쇠나무, 민둥뫼제비꽃, 오갈피나무, 붉은 병꽃나무, 방울비짜루, 왕쌀새 등 341분류군이다. 대득봉의 식물상 결과보다 인근산지인 대성산, 복계산, 광덕산의 기 존 연구에서 다양한 분류군이 보고되었는데 이는 본 조사대 상지가 부대의 훈련장, 교통로, 미확인 지뢰지대 등 접근의 제한이 있는 지역이 일부분 존재하고 대득봉 주변으로 국도 와 하천 지류들이 둘러싸고 있어 주변 산지와의 통로가 단 절된 지형으로 인하여 분류군의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 된다. 향후 DMZ에 인접한 산지로 접경지역과의 완충지역 역할을 위해서는 농업 및 군사활동으로 지속적으로 유입되 는 귀화식물의 확산을 저지하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미확인 지뢰지대 등 접근 불가능한 지역의 조사가 추가로 진행된다면 다양한 식물의 분포확인과 더불 어 DMZ 접경지역 식물상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