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저어새(Black-faced spoonbill, Platalea minor)는 국제 적 멸종위기종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발표한 Red List에 Endangered (EN)로 지정되어 있다. 1990년대 에 전 세계 저어새 생존 개체군 약 300여 개체에 불과하였 지만 각종 보호운동으로 인해 2016년 기준 3,356개체로 증 가하였다(Yu et al. 2016). 그러나 현재까지도 이들의 주 서식지인 연안습지의 개발로 인해 여전히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따라서 저어새의 주서식지를 파악하고 보호하는 것이 이들 생존과 직결해 있다고 볼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의 저어새는 한국의 서해안에 위치한 무인도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 류우큐우, 대만, 중국, 홍콩 등 지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Birdlife International 2001). 장거리 이동 철새들은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고가 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번식지와 월동지, 그 리고 중간기착지에 대한 파악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위치 추적장치를 이용한 연구는 대형 조류의 이동경로를 파악 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다(Higuchi et al., 1994; Higuchi et al., 1998). 위성추적장치 부착을 통해 현재까지 중국 남서부 연안지역, 대만, 일본 규슈, 캄보디아, 베트남 등이 저어새 월동지로 알려져 있다(Ueta et al. 2002; Wood et al. 2013). 그러나 매우 적은 개체만 연구되어 있을 뿐 저 어새의 이동경로에 대한 자료는 여전히 매우 부족한 실정 이다.
이에 본 연구는 야생동물위치추적장치(WT-200)를 이용 하여 한국에서 번식하는 저어새의 국가 간 이동경로와 중 간기착지 등을 파악하여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보 호・관리를 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하여 이루어 졌다.
연구방법
1. 연구지역
위치추적장치 부착은 한국의 북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구지도, 상여바위, 비도 지역과 남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칠산도에서 이루어졌다(Figure 1). 이 섬들은 면적이 좁고 섬 전체가 암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어새 외에도 괭이 갈매기와 검은머리물떼새 등 다양한 물새류가 번식하는 지 역이다.
2. 부착 현황
저어새 포획을 위해 문화재청의 문화재 현상변경 승인 후 2014년 번식기에 이소 단계의 저어새 유조를 Mist-Net 을 이용하여 각 지역마다 2~3개체씩 포획하였다. 포획된 개체는 즉시 새주머니(Bird-back)에 넣어 10~20분 정도 안 정시킨 후 추적기 부착에 적합한 크기의 개체를 선별하기 위해 외부형태를 계측하였고, 날개 길이 300 mm 이상, 무 게 1.1kg 이상 개체를 선별하여 위치추적기를 부착하였다. 야생동물위치추적기는 Kenward (1985)를 참고하여 백팩 (Back-pack) 형태로 부착하였다. 이동경로 추적을 위해 각 각의 개체에 일련번호(ch01, ch02, ch03, ch04, ch05, ch06, ch07, cs01, cs02, cs03)를 부여하였다(Table 1). 위치추적 에 사용된 WT-200 (GPS-Mobile phone based Telemetry) 은 GPS를 통해 획득된 좌표를 이동통신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통신방식(WCDMA 방식)을 통해 통합서버로 보내주 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어 매일 연구자가 웹상에서 위치 정보를 확인하여 야생에서의 생존 및 이동경로를 파악하였 다. GPS좌표는 1일 1회 이상 수집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이동경로
2014년 한국 북서부 지역에서 7개체, 남서부 지역에서 3개체 총 10개체의 저어새 유조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 여 이동경로를 파악한 결과는 Table 2에 제시한 바와 같다. 북서부 지역의 저어새들(ch01~07)은 번식지 이소 후 평균 106일 동안 한국에 체류하였으며, 남서부 지역의 저어새들 (cs01~03)은 평균 110일 동안 체류하였다. 월동지로의 이 동은 북서부 지역은 10월 24일을 시작으로 11월 중순까지 이동하였으며, 남서부 지역은 11월 초에 모두 이동하였다. 남하 시 이동거리는 최소 327 km(ch05)이었으며, 최대 1,479km(ch03)이었다. 국가 간 이동은 대만으로 3개체가 이동하였으며, 중국으로 6개체, 일본으로 1개체가 최종적으 로 이동하였다. 번식지에서 월동지까지의 전체 이동거리는 평균 1,234 km(SD=335)로 최소 746 km (ch05), 최대 1,820 km (ch02)로 나타났다. 월동지까지의 이동 시 소요일은 평 균 10일이었으며, 최소 2일, 최대 34일 걸렸다. 이동개체들 은 대부분 월동지 연안습지를 이용하여 이동하였으며, ch07 의 경우 중국 내륙에 위치한 장강을 이용하여 이동하였다. 인공위성신호기반의 PTT를 이용한 기존 연구에서 저어새 들은 중국연안 및 내륙지역과 홍콩, 일본, 대만, 캄보디아와 베트남까지 이동하였다(Ueta et al. 2002; Wood et al., 2013). 본 연구결과도 기존 연구와 마찬가지로 중국 연안과 내륙, 대만, 일본 등을 월동지로 선택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3개체가 기존 월동지에서 중간기착지 및 번식지로 다 시 돌아왔는데, 그 중 ch02의 경우 226일 동안 월동지에 머문 후에 2015년 6월 13일에 번식지 인근이었던 인천 강화 갯벌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였다. cs01의 경우 2년 동안 추적 이 되었으며, 2014년에는 중간기착지로 Taizhou Bay를 이 용하였고 월동지로 대만을 이용하였다. 그 뒤 2015년 5월에 중간기착지로 이용했던 Taizhou Bay로 이동한 뒤에 11월 에는 다시 대만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Table 2). Figure 2
일반적으로 저어새는 연령 별로 그룹을 지어 이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Wood et al., 2013). 본 연구에서 각 지역별로 이동시기가 비슷한 것은 부착개체들의 연령군이 비슷한 이 유로 판단된다. 그러나 중간기착지 도착 이후에는 다음 지역 으로의 이동시기나 목적지가 다른 결과를 보였으므로 중간 기착지 이후에는 다른 무리와 합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 국 내륙 이동개체와 일본이동개체의 경우 저어새 유조들은 월동지로 이동 시 익숙하지 않는 지역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으며, 적당한 서식지를 발견하면 지속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Wood et al., 2013). 그러나 본 연구에서도 중국 내륙지 역과 일본지역으로의 이동이 확인되었으므로 저어새 유조들 의 추가적인 이동경로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Figure 3
본 연구에서 ch04와 cs01 두 개체는 다음 해 5월 중순 경에 중간기착지로 이용했던 곳으로 북상하였으며, 그 중 cs01은 월동지였던 대만으로 다시 이동하였다. 또한 ch02 개체는 월동지로 이동 후 다음 해인 2015년 6월 초순경에 번식지 인근 강화갯벌로 회귀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까지 위치추적장치를 통해 저어새 유조가 월동지에 도착한 후 다 시 중간기착지나 번식지로 돌아온 연구결과는 매우 희소하 다. 따라서 본 연구 결과는 저어새 유조의 번식지-월동지 간의 주요 이동경로 및 이동지역을 파악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이며, 향후 더 많은 개체들에 대한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통해 더욱 자세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2. 중요 중간기착지 지역
위치추적 결과 저어새 유조들이 월동지로 이동 시 이용한 중간기착지는 총 12개 지역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이용 된 지역은 저어새 월동지로 알려진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충밍섬과 인근 연안지역을 6개체가 이용하였으며, 그 다음 으로는 한국과 중국 남서부지역을 각각 4개체가 이용하였 다. 그 외에도 중국 내륙 장강과 일본 나가사키 연안지역에 도 각각 1개체가 이용하였다. 중간기착지에서의 총 소요일 은 평균 9.5일, 최대 33일을 소비하였으나 대부분의 지역은 1~2일 정도 머문 후 다음 중간기착지나 월동지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Table 3). 수신된 좌표를 위성지도와 비교하 여 확인한 결과 저어새들은 중간기착지에서 갯벌보다는 연 안 인근에 위치한 얕은 수역(shallow open water)이나 소류 지, 저습지 등을 주로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어새 유조들이 번식지에서 갯벌을 주로 이용한 것과는 다른 결과 였다(Jung et al., 2015). 본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저어새의 주요 중간기착지 중 하나인 충밍섬의 경우 이곳에서 월동하 는 저어새들이 취식지로 얕은 수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 져 있다(Yuan et al., 2006). 저어새와 생태적으로 유사한 Eurasian Spoonbill (Platalea leucorodia)의 경우 최적의 먹 이는 높은 칼로리를 포함한 소형 어류로 알려져 있으며, 장 거리 이동을 한 저어새들은 높은 칼로리를 섭취하기 위해 소형 어류를 얻기 쉬운 갯벌과 얕은 수역을 주요 취식지로 이용한다(Aguilera et al. 1996). 그러나 바다어류의 경우 기온이 낮아짐에 따라 종과 개체수가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으며(Han et al., 2001),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먹이를 구 하기 쉬운 얕은 수역을 위주로 이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에게 중간기착지는 휴식을 취 하고, 충분한 에너지를 얻어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장소이다(Moore et al., 1995). 또한 중간 기착 지의 서식지 질은 장거리 이동철새의 성공여부에 매우 중요 한 요소이다(Schaub and Jennil, 2000). 따라서 멸종위기에 처한 저어새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동경로 상의 중간기 착지의 보호 및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저어새의 이동경로 상의 속한 국가 간의 협의 와 보호정책을 통해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중간기착지 및 월동지역을 보전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 과 추가연구를 통해 체계적인 보전대책 및 활동계획 등이 수립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