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서식지 환경은 그 안에 살아가는 생물들에게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서식지 환경의 다양성은 생물의 다 양성을 결정한다(Gloger, 1833;Bergmann, 1847;Allen, 1877). 생물학적 법칙들 중 하나인 Bergmann’s rule(이하 베르그만의 룰)은 생물과 환경 간의 관계를 잘 설명하는 이론이다. 독일의 생물학자인 Bergmann(1847)은 추운 지 역 혹은 높은 고도에 서식하는 생물의 큰 크기는 추위로부 터 열을 보존하기 위해 부피를 늘리고 표면적을 줄이는 방 향 즉 큰 크기를 가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결과라 하였다. 처음 베르그만의 룰은 정온동물(warm blooded)인 포유류 와 조류를 대상으로 연구된 이론이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변온동물들(cold blooded)에게도 적용되고 있다(Ashton, 2002; Bancilă et al., 2009; Chen et al., 2011; Gül et al., 2011; Liu et al., 2012;Eweleit and Reinhold, 2014;Rohner et al., 2018). 한편, 최근의 연구에서는 기존의 베르 그만의 룰과는 다른 경향성을 보이는 결과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Ashton, 2002;Liao et al., 2010;Chen et al., 2011).
최근에는 생물과 환경과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베르그만의 룰의 적용 가능성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동물 그룹들 이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양서류(amphibian)를 대상으로 환경과의 상호관계를 분석함으로써 베르그만의 룰이 적용되는가를 연구하고 있다(Ashton, 2002;Laugen et al., 2003;2005;Chen et al., 2011). 척추동물(vertebrate)이 자 변온동물인 양서류는 주변 환경에 직접적으로 영향 받고 적응하며, 살기 때문에 환경 차이에 따른 개체들의 영향을 분석하기에 적절하다. 환경과 양서류 간의 관계를 규명한 다양한 연구에서는 환경에 따른 양서류의 크기가 특정한 패턴을 가진다(Laugen et al., 2005;Olalla-Tárraga and Rodríguez, 2007;Bancilă et al., 2009;Cvetković et al., 2009;Ma et al., 2009;Olalla-Tárraga et al., 2009;Liu et al., 2012;Boaratti and Silva, 2015). 하지만 이러한 연구들 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서류의 경우 환경에 따른 크기 경향성이 베르그만의 룰에 적용되는 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다(Ashton, 2002;Adams and Church, 2008).
남한에 서식하는 생물 크기의 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 지 않았으며, 국내 양서류의 크기와 관련된 연구는 찾아보 기 어렵다. 물론 파충류의 비늘 크기와 양서류의 크기가 최 근 연구된 바 있으나 남한에 서식하는 생물의 크기와 환경 간의 연관성을 이해하기에는 제한점이 많다(Koo et al., 2017;Park and Cho, 2017). 과거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들 을 보면 개체들의 크기는 지역에 따라 명확한 차이를 보이 는 것으로 보고 된 바 있다(Jang et al., 2011;Koo, 2014). 특히 지역 따른 청개구리의 크기 차이가 서식지의 다양한 환경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보았지만 앞선 연구들이 환경과 크기의 관계를 심도 있게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청개구리 Hyla japonica는 동아시아에 걸쳐 넓은 분포를 보이는 소형 양서류이다(Stejneger, 1907;Inukai and Ochiai, 1931). 청개구리는 크고 작은 섬을 포함하여, 국내 대부분의 지역과 환경에서 발견되는 종이다(Jang and Suh, 2010;Chang et al., 2011). 이러한 종의 분포 특성은 다양한 환경 에서의 적응 양상을 규명하는데 용이하며, 환경과 생물간의 연관성을 규명하는데 매우 적합한 종이라 할 수 있다(Jang et al., 2011;Choi and Jang, 2014). 연구 지역인 제주도는 남한의 최남단 지역에 위치한 섬으로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 되었다. 특히, 섬 중앙에 위치하며, 2,000 m에 가까운 한라 산의 높이는 고도에 따른 뚜렷한 환경의 차이를 만든다.
본 연구에서는 남한의 최남단이자 환경적인 다양성이 나 타나는 섬인 제주도에서 발견되는 한국산 청개구리를 대상 으로 서식지의 환경과 생물 크기와의 관계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현재까지 남한에 서식하는 양서류를 대상으로 수행 된 환경과 생물의 크기 관계를 다룬 연구가 거의 이루어진 바가 없었기 때문에 본 연구의 결과는 남한에 서식하는 청 개구리 혹은 양서류의 크기 다양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재료 및 방법
연구 대상인 청개구리의 채집은 제주도 내 3개 지역에서 이루어졌다(Figure 1). 현지 조사는 2014년부터 2016년까 지 청개구리의 번식기인 4월부터 7월에 이루어졌다. 청개구 리의 채집은 일몰 후인 20:00시부터 22:00시까지 발견되는 모든 개체를 조사자 2인이 채집하였다. 청개구리의 성별은 수컷의 경우 울음주머니와 암컷의 경우 목 색깔과 알의 유 무로 구분할 수 있다. 양서류의 경우, 발견되는 암컷의 수가 수컷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에 크기 분석과 결과 해석에 있어서 치우침(bias)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본 연 구에서는 암컷을 제외한 수컷만을 분석에 사용하였다 (Morris, 1989;Glutton-Brock and Vincent, 1991).
지역 및 환경에 따른 개체들의 크기 비교를 위해 주둥이 부터 총배설강까지의 길이(snout vent length, SVL), 머리 크기(head width, HW) 그리고 체중(body weight, BW)을 측정하였다. SVL과 HW 측정에는 digital caliper(Mitutoyo, Japan, 0.1 mm)를 사용하였으며, BW를 측정을 위해서는 전자저울(FX-300i, AND KOREA, Korea, 0.1 g)을 사용하 였다. 개체 성장 혹은 성숙 정도에 따라 크기 차이가 발생하 기 때문에 이러한 오류를 감소시키기 위해 번식지에 출현하 여 번식활동을 하는 성체 수컷만을 채집하였다. 크기 측정 후 모든 개체들은 채집했던 장소에 다시 풀어주었다.
제주도 청개구리 크기에 영향을 주는 환경적인 요소로 고도(altitude), 경도(longitude), 위도(latitude), 연평균 기온 (annual mean temperature), 연평균 강수량(annual mean precipitation)을 수집하였다(Table 1). 고도, 경도, 위도의 경우 휴대용 GPS(Oregon 550, Garmin, USA)를 이용하여 현장에서 기록하였다. 연평균 기온과 연평균 강수량은 기상 청에서 제공하는 10년(2007-2016년)간의 기상자료를 활용 하였다(https://data.kma.go.kr). 개체의 크기 및 성장과 관련 된 활동기인 4월에서 10월 사이의 기온과 강수량을 추가로 분석에 사용하였다(Lee et al., 2011).
각 집단에 대한 정규성 검토 결과, 모두 측정 형질에서 정규분포의 형태를 보였다. 따라서 집단 간의 크기 차이는 one-way ANOVA를 이용하여 비교하였으며, 사후분석 (post hoc, Tukey test)을 적용하여, 집단 간의 차이를 명확 히 분석하였다. 환경 요소간의 연관성은 Spearman correlation analysis로 분석하였으며, 집단의 크기와 환경 요소간의 연관성은 linear regression analysis 법을 이용하 여 분석하였다. 모든 통계 분석은 SPSS ver. 24(IBM, USA)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분석하였으며, 유의수준은 0.05로 설 정하였다.
결 과
조사결과 3개의 지역에서 총 361개체의 청개구리 수컷이 채집되었다(Table 1). 가장 큰 크기를 보였던 지역은 애월 (n=104)이었으며, SVL(40.7±0.2 mm), HW(14.2±0.1 mm), BW(5.1±0.1 g) 모든 크기 형질에서 뚜렷한 크기 차이 를 보였다(One way ANOVA, p<0.001 in all cases)(Table 1). 사후분석(post hoc, Tukey test) 결과에서도 집단 간의 크기 차이는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Figure 2A-C). 반면, 천지 지역에서 채집된 수컷들의 크기는 모든 크기 형질에서 뚜렷하게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p<0.001 in all cases).
서식지 지역의 환경 변수 간의 상관성 분석 결과(Spearman correlation analysis), 위도와 연평균 강수량을 제외한 모든 형질들 사이에서 높은 상관성(p<0.05 in all cases)이 나타 났다(Table 2). 특히, 고도는 상관성이 비교적 낮았던 위도 (r=0.256)를 포함하여, 모든 변수들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보였다(p<0.001, in all cases).
회귀분석을 통해 서식지 환경과 개체 크기와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경도, 고도, 연평균 강수량이 청개구리 크기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로 나타났다(Table 3). 특히 고도의 경우, SVL(linear regression analysis, model R2=0.481, standardized coefficient B=0.640, t=2.186, P=0.029), HW(R2=0.358, B=0.727, t=2.233, P=0.026), BW(R2=0.445, B=0.746, t=2.419, P=0.016) 모두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요소로 나타 났으며, 고도의 증가는 개체의 크기 증가에 영향을 주는 것으 로 분석되었다(Table 3). 반면, 경도와 연평균 강수량의 경우 청개구리의 크기와는 어떠한 상관성도 보이지 않았다(P>0.05 in both). 한편, 고도, 경도, 연평균 강수량과 매우 높은 상관성 을 보였던, 위도, 연평균 기온, 활동기 기온 그리고 활동기 강수량은 다른 변수들과의 다중공선성(multicollinearity)이 나타났기 때문에 회귀분석에서 제외하였다.
고 찰
본 연구에서는 제주도에 서식하는 청개구리의 크기가 지 역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으며, 이러한 차이가 서식지 환경과 연관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특히, 지역에 따른 청개구리의 크기 변화는 서식지에 형성된 환경과 일정 한 연관성과 방향성을 가지며 나타났다.
높은 고도 혹은 낮은 기온에서 서식하는 생물의 크기가 큰 현상은 베르그만의 룰이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이며 핵심 적인 요소이다(Bergmann, 1847). 본 연구에서도 고도에 따 른 청개구리 집단의 크기는 명확한 경향성을 보였으며, 집 단 간의 뚜렷한 크기 차이로 이어졌다. 이는 다른 양서류들 과 같이 환경적인 차이가 제주도에 서식하는 청개구리 크기 에 영향을 주었음을 보여준다(Ashton, 2002;Adams and Church, 2008;Cvetković et al., 2009). 일반적으로 고도 혹은 기온에 따라 개체의 크기가 커지는 현상은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높은 고도에 형성된 낮은 기온이 개체의 성장을 느리게 함과 동시에 성적 성숙을 늦 추게 된다는 설명이다(Hemelaar, 1988;Lou et al., 2012). 늦어진 성적 성숙으로 성장할 기간이 늘어나게 되고 오랜 기간 성장이 가능해진다. 특히 고지대에 서식하는 집단의 크기가 크고 나이가 더 많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들은 이러 한 설명을 뒷받침 한다(Ma et al., 2009; Gül et al., 2011; Özdemir et al., 2012). 두 번째 설명으로는 고지대에 낮은 기온에 체온을 잃지 않게 크기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화 한다는 것이다(Bergmann, 1847;Heatwole et al.,1969). 체 온 유지를 위해 부피를 늘리는 진화의 방식은 초기 베르그 만의 룰의 설명이며, 주로 정온동물을 대상으로 적용되어 왔다(Bergmann, 1847). 하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다양한 생 물 분야에서도 적용될 수 있으며, 일부 양서류 집단에서도 지방이나 수분을 위지하기 위해 크기가 커지는 현상이 나타 남을 확인하고 있다(Liu et al., 2012). 결론적으로 제주도에 서식하는 청개구리의 크기 차이 또한 늘어난 성장 기간과 체온 유지를 위한 부피 증가 측면의 설명으로 해석할 수 있었으나 추후 연구에서는 실제 크기 차이를 일으키는 보다 구체적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하겠다.
고도는 생물의 크기 변화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 로 알려져 있다(Ashton, 2002;Laugen et al., 2005;Liu et al., 2012;Özdemir et al., 2012). 본 연구에서는 고도가 위도, 기온, 습도와 같은 환경 요소들과 매 높은 상호 연관성 을 보였음에도, 청개구리 크기에 영향을 준 유일한 요소로 나타났다. 이처럼 다른 요소들과의 높은 상관성에도 불구하 고 고도만이 크기에 결정적인 요소로 나타난 것은 환경적인 변화의 패턴이 유사할지라도 종 혹은 집단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일치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Ashton et al., 2002;Laugen et al., 2005;Adams and Church, 2008;Gaston et al., 2008; Boaratti and Silva, 2015). 온도의 경우, 고도와 의 높은 상관성에 의해 분석에서는 제외되었지만 서식지에 따른 조사 지점의 온도는 고도와는 정확히 반대의 경향성을 보였으며, 이 또한 크기와 연관성으로도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고도와 온도가 반대의 작용을 통해 생물의 크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온도 또한 생물 크기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종합하면, 생물에게 영향을 주는 환경적인 요소 가 대상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날 수 있으며, 다른 요소에 의해 가려질 수 있기 때문에 환경과 생물의 관계를 연구하고 해석함에 있어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서식지 환경에 따른 생물의 영향을 연구하는 것은 오래된 연구 분야이지만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주제이다. 본 연구에서는 남한 전역에 서식하는 청개구리의 크기와 환경 과의 관계를 파악하고자 하였으며, 다양한 환경적인 요소들 중 고도가 청개구리 크기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하였 다. 청개구리의 크기와 환경 간의 연관성을 이해하기 위해 서는 청개구리가 서식하는 다양한 지역 그리고 생물의 크기 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추가적으로 고려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