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한반도에서 자생하는 녹나무과 식물은 6개의 속(Genus) 이 분포하는데 상록성인 녹나무속(Cinnamomum)・후박 나무속(Machilus)・참식나무속(Neolitsea)・육박나무속 (Actinodaphne)・까마귀쪽나무속(Litsea)과 낙엽성인 생강나무 속(Lindera)이 있다. 이중 녹나무속의 녹나무(Cinnamomum camphora)는 상록활엽교목으로 중국(양츠강 남쪽), 일본 (혼슈 이남), 대만, 베트남, 한국 등에 분포한다. 특히 녹나무 는 위도 10∼30°에 분포하는 상록활엽수림에 중요한 구성 종이다(He et al., 2012). 우리나라에서는 북위 35°이남, 연 평균 기온 14℃ 이상의 온난한 서남해안과 제주도 등의 극 히 일부 도서지역에 자란다. 때문에 녹나무는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 총Ⅴ등급 중에 Ⅳ등급에 해당하는 희귀식물 약관 심종(LC)에 속하는 식물이다(Kim, 2016). 녹나무과 상록활 엽수의 기후지표를 연구한 Kim(2016)의 결과를 보듯이, 녹나 무의 온량지수(123.7℃・month)와 한랭지수(–1.9℃・month) 는 다른 녹나무과 식물보다 높았다. 또한 녹나무과 상록활 엽수가 생존 가능한 동계 최저기온의 최소값은 녹나무가 –0.5℃로 가장 높았고, 특히 녹나무 생육적지의 연간 강수 량도 2,011.6mm로 가장 많았다. 이런 지수에서 보더라도 난온대 지역에서 흔히 출현하는 후박나무・참식나무・생달 나무・육박나무 등보다 녹나무는 더 온화하고 연간 강수량 이 많은 지역이 생육적지이다(Kim, 2016). 이런 까닭으로 제주도보다 일본 규슈(九州)・오키나와(沖縄)나 대만, 중국 양쯔강 이남, 베트남 등에 녹나무가 더 많이 분포한다.
일본의 난온대 상록활엽수림대는 간토(関東)에서 규슈 지방(서일본)까지 양호한 상록활엽수림이 넓게 남아있지만 (Fukusima and Iwase, 2005), 녹나무가 우점하는 군락은 드물었다(Miyawaki, 1981;Inoue and Kiyokazu, 2005). 녹 나무는 주로 해안가나 저지대의 후박나무・생달나무・참식 나무・육박나무・감탕나무 등과 함께 섞여 출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e.g., Hattori, 1993). 특히, 녹나무는 자연숭배 또는 정령신앙이라는 종교적인 이유로 오래전부터 서일본 의 신사(神社) 주변 당숲(鎮守の森, 신주노모리)에 많이 심 었다. 이곳은 상록활엽수림의 극상단계에 가까운 정도로 식 생이 발달했으며 잘 보존된 경우가 많다(Ishida et al., 2015). 또한 녹나무 노거수를 신목(神木)으로 추앙해 가고 시마현 가모우하치만신사(蒲生八幡神社)의 녹나무, 도쿠 시마현 가모노오 녹나무(加茂の大クス) 등 일본 문화청 (http://bunka.nii.ac.jp)에 등록된 천연기념물 녹나무가 많았 고, 대부분 산지의 자연림보다 인가 주변에 많이 남아 있었다.
국내 녹나무 연구사례로서는 제주도 녹나무 자생지별 외 부형태학적 변이 및 서식지 환경 연구(Kim, 2015), 기후변 화에 따른 산림식생대 및 녹나무과 상록활엽수 분포 변화 연구(Kim, 2016) 등이 발표됐다. 우리나라에는 녹나무군락 이 흔하지 않아 여러 모로 이 식물군락의 특성에 관한 보고 와 논의가 미흡했다. 일반적으로 녹나무는 양수성 교목이자 속성수이고, 토양 등의 환경조건을 특별히 가리지 않고 잘 자라기 때문(He et al., 2012)에 일본에서는 녹음수와 가로 수 등 녹나무의 식재비율이 다른 상록활엽수종보다 높다 (Park, 2011). 최근 들어 녹나무의 유용물질 및 목재에 대한 미래 가치가 유망해 해남・진도・고흥 등의 서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녹나무를 조금씩 산지에 심고 있다(Song et al., 2016). 기후변화로 인해 향후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녹나무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일본에서 유일하게 특별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후쿠오카현(福岡県) 카스야군 (粕屋郡) 다치바나산(立花山) 일원의 녹나무군락을 연구 대상지로 선정하여 식생구조와 입지환경, 종다양성 등의 특 성을 밝히고자 했다.
연구방법
1. 연구 대상지 선정 및 조사지 개황
연구 대상지 선정을 위해 한국과 일본의 난온대 상록활엽 수림 관련문헌을 검토했다. 일본의 경우 국토면적의 53.4% 가 난온대 기후대에 속해 상록활엽수림이 넓게 잔존해 있는 데(Fukusima and Iwase, 2005) 녹나무순림으로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Miyawaki, 1981;Inoue and Kiyokazu, 2005). 부산에서 남동쪽으로 약 200km 정도 떨어져 있는 후쿠오카현(福岡県) 카스야군(粕屋郡) 다치바나산(立花 山)의 녹나무림은 상당히 넓게 녹나무가 우점해 있으며 (Miyawaki, 1981), 일본 문화청(http://bunka.nii.ac.jp)은 이 곳이 일본 내에서 녹나무 자생북방한계지라고 밝혔다. 1928년 일본 문부성(文部省)이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해 천연 기념물로 지정했다. 일본 문화재보호법 109조 2항의 규정 에 따라 천연기념물 중에 세계적으로 혹은 국가적 가치가 큰 것을 특별히 보존하기 위해 특별천연기념물로 다시 지정 하는데 이곳은 1955년에 특별천연기념물로 승격되어 다치 바나산 녹나무원시림(立花山クスノキ原始林)으로 명명됐 다(일본 문화청 http://bunka.nii.ac.jp). 이곳을 난온대 원시 림으로 볼 것인가는 종합고찰에서 후술하겠다. 산중턱과 정 상부에 3,000주의 녹나무가 대규모 군락으로 분포해 있는 데 그 중에 약 600주가 수령이 300년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일본 문화청 http://bunka.nii.ac.jp). 이곳의 인근과 산기슭 (저지대)에도 녹나무 개체들이 산발적으로 분포해 있었다. 이곳이 일본의 녹나무군락 중에 최대 규모이자 가장 오래된 군락(Miyawaki, 1981)이어서 연구 대상지로 선정했다.
일본 다치바나산 일원의 연평균 기온은 17.0℃, 연평균 강수량은 1,612mm(1987~2016년)로서 전형적인 난온대 상 록활엽수림 기후대에 속하며, 이곳은 우리나라 남해안 지역 보다 강수량이 높고 온화한 편이다(Park et al., 2018). 조사구 의 해발고는 226∼283m였고, 경사는 10~35°로 범위 폭이 넓었다(Table 1). 또한 햇빛이 잘 드는 남동향의 산중턱에 주로 위치해, 전반적으로 조사구간에 입지환경의 차이가 크 지 않았다. 대부분의 조사구는 교목층 식피율이 80~95%로 높은 편이며, 녹나무가 가장 우점하는 가운데 구실잣밤나무・ 육박나무・후박나무・생달나무가 함께 출현했다. 교목층 녹나 무의 흉고직경은 평균 92.79cm(49.5∼151.0cm)로서 아교 목층 평균 9.51cm에 비해 녹나무 대경목의 세력이 우세했다. 이로 인해 아교목층(식피율 20∼70%)과 관목층(10∼70%) 이 그리 발달하지 않은 경향을 보였다(Table 1). 최근 이곳을 대상으로 연구한 Park et al.(2018)은 다치바나산의 토양 이화학성을 분석한 수치로 볼 때 비옥한 토양이라고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토양산도 6.17, 전기전도도 0.37dS/m, 총질 소 7.64%, 유효인산 2.59mg/kg, K+ 0.61cmol+/kg, Ca2+ 11.92, Mg2+ 2.10).
2. 조사 및 분석 방법
다치바나산의 특별천연기념물 구역을 중심으로 2016년 12월 23일에 총 20개소의 조사구를 Figure 1과 같이 선정해 식생조사를 실시했다. 겨울철에 조사했지만 출현종 대부분 이 상록활엽수종이라서 식물종 동정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연구 대상지에서 방형구 20개소를 설치해 식생조사를 실시 했고, 좌표(GPS)・사면방위・경사도・해발고 등의 입지환경 을 조사했다. 각 조사구는 10m×10m의 방형구(면적 100m²) 를 설치해 방형구내 출현하는 목본식물을 대상으로 정량적 으로 조사했다. 상층수관을 이루는 수목을 교목층, 교목층 이하의 수목 중 수고 2m 이상인 수목을 아교목층, 수고 2m 미만의 수목을 관목층으로 층위를 나눠 매목조사했다. 교 목・아교목층은 흉고직경(높이 1.2m)을 측정하고, 관목층은 방형구내 가장자리 좌・우측에서 크기 5m×5m(면적 25m²) 의 소방형구 1개소를 설치해 수목별 수관폭(장변×단변)을 측정했다.
이 식생조사 자료로 수종별 상대적 우세 정도를 비교하기 위해 상대우점치(Brower and Zar, 1977)를 수관 층위별로 분석했다. 상대우점치(Importace Percentage; IP)는 (상대밀 도+상대피도)/2로 계산했으며, 개체들의 크기를 고려하여 수관층위별로 가중치를 부여한 {(교목층 IP×3)+(아교목층 IP×2)+(관목층 IP×1)}/6의 방법으로 평균상대우점치(Mean Importance Percentage; MIP)를 구했다(Park, 1985). 이 값 (MIP)을 이용해 녹나무군락과 입지환경 요인간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TWINSPAN (Two-way indicator species analysis) 군집분석(Hill, 1979a)과 DCA(Detrended Correspondence Analysis) 서열분석(Hill, 1979b)을 실시했 다. 또한, 유사도분석과 흉고직경급 분석을 실시해 군락특성, 임상동태 등을 파악했다(Harcombe and Marks, 1978). 그룹 별 종구성의 다양한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인 종다양도는 Shannon의 수식(Pielou, 1975)을 이용했고, 단위면적당 (100m²) 종다양도(H´), 종수 및 개체수를 구했다.
마지막으로 본 조사지에서 녹나무의 연륜생장량(나이테) 및 수령(樹齡)을 조사하고자 했으나 이곳이 일본 문부성의 특별천연기념물이라는 점과 조사지의 일부 녹나무는 흉고 직경이 2m를 넘어 생장추를 쓸 수 없는 한계로 조사에 어려 움이 있었다. 이런 까닭으로 조사지 인근지역의 녹나무 6그 루(흉고직경 27∼72cm)에서 시료(생장편)를 채취해서 연 륜생장량과 수령을 파악했다(Table 2). 채취한 녹나무의 연 륜생장량은 연평균 4.38mm/년이었고, 이 결과로 회귀식 (y=1.0095x+26.336, R2=0.8499)을 토대로 흉고직경에 따 른 본 조사지의 녹나무 수령을 추정했다. 회귀식 도출시 시 료(생장편)가 적은 조사상 한계가 있어 Nakagawa(1985)의 녹나무 연륜생장 회귀식을 이용해 추정한 녹나무 수령과 비교했다. Nakagawa(1985)가 가나가와현(神奈川県)에서 도출한 녹나무의 연륜생장량은 6.1mm/년이었고, 회귀식은 y=0.05+0.66x-0.00092x2(R2=0.99)이었다. 가나가와현(神 奈川県)의 연륜생장량이 본 조사지보다 1.72mm/년 정도 가 더 생장속도가 빨랐는데 이는 이곳이 계곡부로서 토양 이 습윤했고, 토색은 흑색으로 낙엽층이 두껍게 퇴적되어 (Nakagawa, 1985) 상당히 비옥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 및 고찰
1. 군집・서열 분석 및 유사도분석
군집분석의 일종인 TWINSPAN기법으로 20개 조사구를 유형화한 결과 3개 그룹으로 묶였다(Table 2). 첫 번째 단계 (D1)에서 동백나무(Cj)와 종가시나무(Qg)를 식별종(indicator species)으로 군락Ⅲ이 나눠졌다. 두 번째 단계(D2)에서 군 락Ⅰ은 참식나무(Ns)를, 군락Ⅱ는 후박나무(Mt)를 식별종 으로 분리됐다. 군집분석과 상호보완적인 분석방법으로 서 열분석인 DCA 기법을 적용해 20개 조사구의 상이성을 2차 원 좌표에 나타냈다(Figure 2). Figure 2의 조사구 분포경향 은 TWINSPAN기법으로 분석된 3개의 그룹(군락Ⅰ, Ⅱ, Ⅲ)과는 동떨어진 결과를 보였다. DCA기법은 제1축과 제 2축을 중심으로 식물군락 분포경향을 통해 환경요인간의 상호관계 파악이 가능하다. 특히 DCA기법 특성상 제2축 보다 제1축은 종조성에 미치는 환경요인을 파악하기 쉽다 (Sasaki et al., 2015).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조사구 분포경 향으로 환경기울기를 파악하기는 힘들었다. 이는 조사구의 분포 범위가 협소한 관계로 환경기울기에 따른 종조성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TWINSPAN기법 의 식별종은 묶인 그룹의 환경 특징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데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식별종으로 각 군락(Ⅰ, Ⅱ, Ⅲ)별 환경요인을 추출하기 힘들었다. 한편, 3개의 군락별 유사도 분석(Table 3)에서 군락Ⅰ과 군락Ⅱ가 74.06%로 가장 유사 한 종조성을 나타낸 반면, 군락Ⅰ과 군락Ⅲ이 58.54%로 두 군집 간에 가장 상이했다. 유사도지수는 식물군집간 20%미 만일 때 이질적인 집단이고, 80% 이상일 때 서로 동질집단 으로 볼 수 있는데(Whittaker, 1956) 3개 군락간 유사도지 수가 약 60% 이상으로 높은 편이었다. 앞서 지적했듯이 조 사지가 서로 근접한 곳에 위치해 있어 종조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2. 상대우점치 및 흉고직경급 분석
TWINSPAN기법으로 묶인 3개 군락별로 조사 데이터를 다시 통합해 상대우점치 분석을 실시해, 수종별 상대적 우 세 정도를 살펴보았다(Table 2). 군락Ⅰ(S9∼11)은 교목층 에서 녹나무(IP 69.87%)가 가장 우점했고, 육박나무(IP 25.77%)와 푸조나무(IP 4.37%)가 함께 출현했다. 아교목층 에서는 참식나무(IP 31.60%)가 높은 세력을 형성한 가운데 식나무(IP 16.34%), 까마귀쪽나무(IP 15.39%) 등이 주요 출현종이었고, 관목층에서도 생달나무(IP 45.41%)와 식나 무(IP 37.72%) 등이 우점했다. 다음으로 14개 조사구(S1~2, S6~8, S12~20)가 군락Ⅱ에 가장 많이 포함됐다. 교목층에 서 후박나무(IP 6.74%)가 일부 출현했지만 녹나무(IP 84.16%)의 세력이 우세했다. 아교목층에 교목성 육박나무 (IP 25.81%)와 생달나무(IP 22.42%)가 우점했고, 관목층에 서는 식나무(IP 38.13%)・생달나무(IP 30.02%)・빌레나무 (IP 26.53%) 등이 우세했다. 마지막으로 군락Ⅲ은 교목층 에서는 녹나무(IP 51.52%)가 우점하는 가운데 생태적 지위 가 비슷한 경쟁종(Park et al., 2018)인 구실잣밤나무(IP 17.72%)・육박나무(IP 15.64%) 등이 함께 나타났다. 또한, 군락Ⅰ・Ⅱ보다 교목층에 녹나무와 교목성 난온대 수종들이 서로 비슷한 세력으로 경쟁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 군락들 의 특징은 녹나무가 교목층에 압도적으로 우점했지만, 아교 목층과 관목층에 거의 출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녹 나무와 경쟁관계에 있는 구실잣밤나무・육박나무・참식나 무・생달나무・후박나무 등이 주로 아교목층과 관목층에 분 포했다는 점이다.
한편, 교목성 주요 수종의 흉고직경급 분석을 실시해 수 종별 경쟁관계와 식생천이의 양상(Oh and Cho, 1994)을 추정해 보았다(Table 4). 녹나무가 조사지 내에 총 49주(군 락Ⅰ 7주, 군락Ⅱ 34주, 군락Ⅲ 7주)로서 흉고직경급이 D5(30∼40cm)에서 D21(190∼200cm)까지 타 수종에 비해 훨씬 대경목 위주로 분포했다. 반면, 교목층 경쟁관계에 있 는 구실잣밤나무・육박나무・참식나무・생달나무・후박나무 는 D8(60~70cm)이하로 녹나무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소경 목이었다. 또한, 흉고직경급 D5미만의 소경목인 녹나무 개 체가 출현하지 않았다. 녹나무과 상록활엽수의 열매는 직박 구리, 찌르레기 등 야생조류가 먹어 산포하며, 높은 발아율 로 인해 벌채지나 산사태 발생지역 등 숲틈이 생기면 빠르 게 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im, 2016;Park et al., 2018). 이처럼 녹나무는 양수성이자 숲틈 의존형 갱신 (Azuma et al., 2011)을 하므로 본 조사지처럼 식피율이 높 은 수관층 아래는 광량이 부족해 녹나무 치수의 출현 가능 성이 낮아 보인다.
3. 종다양성 및 녹나무 수령 분석
종다양성은 종수와 종다양성지수 등을 기준으로 파악되 며, 식생구조의 안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먼저 녹나 무군락의 종다양성지수는 군락Ⅲ(H´: 2.1211)이 가장 높았 고, 군락Ⅰ(1.6597)과 군락Ⅱ(1.4305)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Table 5). 앞서 흉고직경급 분석에서 지적했듯이 군락Ⅲ은 교목층의 녹나무 우점도가 타 군락보다 낮아 숲틈으로 식물 종 유입이 늘어나 종다양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서 상록활엽수의 극상림에 가깝거나 식생이 우수한 수림의 종다양성지수를 살펴보면, 전남 완도읍 주도의 종다양성지 수는 2.0223(Oh and Kim, 1996)이었고, 경남 통영군 비진 도는 1.6993~2.2510(Lee et al., 2016), 전남 신안군 홍도는 1.2975~2.9876(Oh and Cho, 1994)이었다. 국내 상록활엽 수 분포지보다 본 조사지의 연평균 기온이 높고 연간 강수 량이 많아 종다양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더 낮았다. 한편, Hattori et al.(2009)는 일본 규슈(九州)지역의 상록활 엽수림대 극상림이라고 볼 수 있는 9곳의 종다양성을 조사 했는데 본 조사지와 가장 근접한 나가사키현 쓰시마(対馬) 의 종수(목본)는 25.0종(100m²당)이었다. 이곳보다 위도가 낮은 구마모토(熊本), 미야자키(宮崎), 가고시마(鹿児島) 는 19.3∼31.6종이었다. 위도가 낮을수록, 그리고 최한월 평균기온이 높을수록 종수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본 조사지의 평균 종수는 10.42종(Table 5)으로, 상기 지역보 다 2∼3배 정도 낮은 수준이었다. 수령이 오래된 녹나무식 림은 종다양성이 낮다고 Miyawaki(1981)는 지적했다. 이 는 수관층에 녹나무 1종이 압도적으로 우점해 임상으로 들어오는 태양광량이 낮고, 녹나무의 타감효과(Sato and Takahashi, 2009)로 인해 식물종 유입이나 치수 발아가 방 해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본 연구에서 도출한 회귀식(y=1.0095x+26.336, R2=0.8499) 으로 각 군락별 가장 큰 녹나무 대경목(최고 수령)과 평균 수령을 추정해 보았다(Table 6). 군락Ⅰ・Ⅱ의 최고수령은 211∼212년, 군락Ⅲ은 171년이었다. Nakagawa(1985)의 회귀식으로 수령을 다시 추정해 보았는데 최고수령 86∼99 년으로 본 연구의 수령보다 2배 이상 낮았다. Nakagawa (1985)의 회귀식은 10∼70년생(흉고직경 6∼80cm)의 소 경목 시료를 이용해 도출했기 때문에 본 연구의 대경목(최 고 흉고직경 170∼211cm)이 과소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연구방법에서 언급했듯이 Nakagawa(1985)의 조사지 는 계곡부의 생장조건이 양호한 지역이라서 녹나무의 연륜 생장량(6.1mm/년)이 본 조사지(4.38mm/년)보다 높아, 2곳 사이의 수령 차이가 켰을 것으로 추측된다. 수고 25m, 흉고 직경 1m 이상의 녹나무가 효고현(兵庫県) 니시미야(西宮) 신사의 당숲에 주로 분포했는데 Ishida et al.(2015)는 이 녹나무 수령을 신사의 형성시기 등을 고려해 300∼500년으 로 추정했다. 또한 200∼300년 전에 조성된 가나가와현(神 奈川県) 마나즈루(真鶴)반도의 보안림에 심어진 녹나무림 은 평균 수고 24m, 흉고직경 0.8∼1.8m였다(Naganuma et al., 1998). 이런 사례들로 미뤄 보아 조사방법상 한계를 고 려하더라도 다치바나산의 녹나무림을 200년 이상 경과한 수림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4. 종합고찰
녹나무와 함께 후박나무・생달나무・참식나무・담팔수・육 박나무・감탕나무 등은 피식 살포형이자 내염성을 갖고 있 어 서로 생태적 지위가 비슷하다. 이 중에 후박나무의 우점 도가 가장 높고 출현빈도가 높아 이 수종으로 형성된 식생 을 후박나무림 유형이라고 Hattori(1993)는 정의했다. 이 유 형에 속한 수종은 야생 조류(鳥類)에 의한 분포확산력이 높 고, 조풍과 강풍에 내성이 강하므로 난온대 지역에서는 잣 밤나무류・가시나무류보다 먼저 정착해 수림을 형성한다 (Hattori, 1992; 1993). Hattori(1993)는 일본 전국 식생조사 데이터 중에 해안가에서 10km이내에 분포하는 후박나무림 유형이 우점하는 388개 데이터를 추출해 입지환경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후박나무림의 출현빈도가 63.4%로 가장 높았고, 담팔수림(10.6%)・생달나무림(8.8%)・참식나무림 (4.1%)・감탕나무림(2.6%)・육박나무림(1.3%)・녹나무림 (1.3%)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천연림 지역에서 녹나무순림 이 일본의 난온대 지역에 출현하는 경우는 드물고, 나타나 더라도 해안가나 저지대 지역이었다. 본 연구 대상지인 다 치바나산 녹나무군락 역시 바닷가에서 6km정도 떨어진 곳 에 대규모 녹나무순림 상태로 출현했다. 이곳의 녹나무는 수고(H)가 약 30m, 평균 흉고직경(DBH)이 92.79cm(49.5 ∼151.0cm)로 교목층에 우점했으나 아교목층과 관목층에 출현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사지 밖의 다치바나산 저지대에 위치한 조림지 등의 대상식생(代償植生) 지역에서 소경목 (DBH 30cm) 이하 녹나무 개체의 출현빈도가 높다는 것을 현지조사 때 확인했다. 이는 녹나무 종자가 상록활엽수림 임상처럼 어두운 곳에서는 발아하지 않는 반면, 전광(全光) 의 33∼55% 수준의 광량이 많은 곳에서 녹나무는 발아해 치수 생장이 양호(Cornelissen et al., 1994)하기 때문이다. 이곳의 아교목층과 관목층에는 난온대 천이계열상 경쟁관 계에 있는 구실잣밤나무・육박나무・참식나무・생달나무・후 박나무 등이 주로 나타났다. 하지만 녹나무의 우점도가 극 히 높고, 수명이 긴 특징(Nakagawa, 1985) 때문에 이곳에 서는 당분간 수종갱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곳의 잠재 자연식생이 구실잣밤나무림(Miyawaki, 1981)인데도 식생 천이가 진행되지 않고, 200년 이상 녹나무순림 상태를 유지 해 온 셈이다.
일본에 녹나무순림이 현존하는 곳은 과거 장뇌 등을 추출 하기 위해 대규모 조림된 곳이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신사 (神社)인근에 심어져 지속적으로 관리된 당숲의 경우이다 (Ishida et al., 2015). 현존하는 녹나무순림은 과거부터 일본 열도를 중심으로 태평양쪽 해안지역에 조성되었고, 간토 (関東)부터 규슈(九州)지방까지 온난한 지역에 주로 분포 한다(Naganuma et al., 1998). 과거 장뇌 성분을 추출하거 나 종교적인 이유로 식재되어 보호된 녹나무림은 난온대 상록활엽수림과 다른 식생 특성을 보인다고 여러 연구에서 밝힌 바 있다(e.g., Naganuma et al., 1998;Inoue and Kiyokazu, 2005;Ishida et al., 2015). 본 연구와 비슷한 사례로서 Naganuma et al.(1998)는 가나가와현(神奈川県) 에 200∼300년 전에 녹나무를 심어 보안림(保安林)을 조성 한 지역의 식생 특성을 밝혔다. 이곳도 본 조사지와 비슷하 게 녹나무림이 형성된 이후로 인위적인 관리 없이 방치되었 던 곳이다. 이곳은 DBH 81∼180cm, H 19∼26m의 녹나무 가 교목층에 우점하고, 하층에는 녹나무가 나타나지 않고 주로 구실잣밤나무・생달나무・참식나무・종가시나무 등(H 3∼14m, DBH 1∼40cm)이 분포해, 본 조사지와 동일한 특성을 보였다. 이곳의 잠재자연식생이 구실잣밤나무군락 이라서 녹나무가 쇠퇴하면 이 군락으로 천이될 것으로 Naganuma et al.(1998)는 예측했다. 다른 사례로 Inoue and Kiyokazu(2005)도 가가와현(香川県) 산지에 1953년 조림 된 녹나무림의 식생구조 특성을 보고했다. 이곳 역시 교목 층에 녹나무만이 출현하고 아교목・관목층에는 녹나무가 출 현하지 않고 생달나무・참식나무・사스레피나무 등이 우점 했다. 종합해 보면, 본 조사지의 녹나무군락은 경쟁수종인 구실잣밤나무・육박나무・후박나무 등이 출현했으나, 녹나 무의 우점도가 극히 높아 당분간 수종교대(樹種交代)의 가 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녹나무 후대목(치수)이 하층에 전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교목층 녹나무의 수명이 다해 쓰러지면 경쟁 수종이 우점종으로 발달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상기 사례와 함께 본 조사지가 이런 독특한 식생구조 특 성을 보인 것은 두 가지 원인을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과거 가치가 컸던 장뇌(樟腦) 성분을 생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녹나무를 조림하여 보호・육성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치바 나산의 녹나무 조림시기에 관한 기록은 명확하지 않지만, 녹나무 수령으로 추정해보면 1700∼1800년대 사이에 심었 고, 192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전까지 대략 200년 동안 장뇌원료 생산지로서 육성・관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20년대에 장뇌 합성법이 개발되어 천연 장뇌 수요가 급 격히 감소해 1962년 전매제가 폐지되었고, 현재에는 대규 모로 장뇌를 녹나무에서 추출해 생산하지 않는다(Inoue and Kiyokazu, 2005). 본 조사지 인근에 신사나 사찰이 없어 종교적인 이유로 녹나무를 심어 보호・관리한 수림은 아닐 것이다. 이곳은 온화한 기후특성상 녹나무 재배가 용이하 여, 아마도 봉건영주 후쿠오카번(福岡藩, 1600∼1871년) 이 장뇌를 생산하기 위해 다치바나산 지역에 대규모로 녹나 무를 심고, 경쟁관계에 있는 수종을 제거하고 녹나무만을 집중 관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조림 당시에는 개벌로 인 해 빛 환경 등의 생육조건이 양호해 생장속도가 빠른 녹나 무(수고생장 36.1cm/년; Nakagawa, 1985)가 조기에 녹나 무순림을 형성했을 것이다. 천연기념물 지정・관리 특성상 1928년 천연기념물 지정 후 90년 동안은 인위적인 관리 없 이 보존되어져 왔다.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되었는데도 식 생천이가 진행되지 않고 녹나무순림 형태를 유지해온 것으 로 풀이된다. 이는 두 번째 원인인 녹나무의 독특한 생리・생 태적 특성 때문이다. 녹나무의 장뇌는 자신의 몸을 곤충, 새, 포유류 동물에 의해 먹히는 것을 줄이고, 게다가 곰팡이 나 세균의 감염도 막을 수 있다. 이런 까닭으로 녹나무는 다른 교목성 상록활엽수종보다 수명이 길다(Nakagawa, 1985). 녹나무가 한번 수관층을 우점해 버리면, 하층에 녹나 무 후대목이 출현하지 않더라도 수명이 길어 오랜 기간 동 안 숲틈이 만들어지지 않아 수종갱신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 에 녹나무순림 형태가 유지될 것이다. 게다가 녹나무의 타 감효과(Sato and Takahashi, 2009)와 함께 이곳은 토양이 건조하고(Miyawaki, 1981) 비옥하지 않아서(Park et al., 2018), 유입된 식물종의 발아 방해 및 생육 제한이 더욱 두드러졌을 것이다. 1920년대에 장뇌 합성법이 개발되어 이때부터 일본에서는 녹나무의 대규모 산지 조림은 줄어들 었고, 기존에 조림된 녹나무림의 육성 관리도 소홀해져 식 생천이가 진행되어 순림형태의 녹나무림은 줄어들었다 (Inoue and Kiyokazu, 2005). 특이하게 이곳은 일찍이 1928 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인위적 훼손으로부터 보호되 어 이와 같은 식생구조 형태가 유지된 것으로 짐작된다. 한 편, 일본 문부성은 이곳을 1955년에 특별천연기념물로 승 격해 ‘다치바나산 녹나무원시림(立花山クスノキ原始林)’ 으로 명명해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이곳에 관 련된 역사적 배경으로 볼 때 과연 ‘난온대 원시림’으로 볼 수 있을까? 앞서 지적했듯이 이곳의 녹나무림은 몇 가지 원인으로 인해 난온대의 전형적인 식생구조와 다른 특성을 보였고, 종다양성 또한 낮았다. 이런 점에서 생태학적 의미 로서 원시림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도에만 녹나무군락 형태로 분포해 있는데(Kim, 2016) 이는 내한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서귀포 시 도순리의 녹나무군락은 과거 조상들이 약재로 사용해온 식물의 군락지로서 생물학적 가치가 커서 문화재청에서 천 연기념물 제162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녹나무 대경목은 일부 훼손되었고, 근래에 녹나무를 식재하였음에 도 전반적으로 녹나무 우점도가 낮은 편이다(Kim, 2015). 서귀포시 도순리 녹나무림 뿐만 아니라 제주시 저지리・제주 시 청수리・서귀포시 화순리・서귀포시 무릉리・서귀포시 서 광리 등의 녹나무군락은 우점도가 낮은 식생구조 형태로 대부분 마을 인근 주변이나 해안가 저지대 등에 주로 분포했 다(e.g., Kang, 2012;Kim, 2015). 본 조사지의 녹나무림 식생구조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과거 사료를 살펴보면, 고 려사절요(高麗史節要)뿐만 아니라 Kim et al.(2015)이 조사 한 15개의 고문헌(13∼19세기)에서 녹나무로 알려진 ‘향장 목(香樟木)’ 또는 ‘장목(樟木)’이 자주 언급됐다. 장뇌에 대 한 언급은 조선왕조실록에 여러 번 기재되었고, 의림촬요(醫 林撮要, 1635년 저술), 기측체의(氣測體義, 1836년 저술) 등에서도 장뇌 활용을 기록했다. 이것으로 미뤄 보아 녹나무 쓰임새가 꽤 오래 전부터 알려졌고,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제주도 서귀포시 도순리의 녹나무군락(천연기념물 제162 호) 등도 관련이 있다고 믿어진다. 역사・문화적인 측면에서 제주도 녹나무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향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