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한국 토착종(native species)인 남생이 Mauremys reevesii 는 한반도를 포함하여,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 서 주로 발견되는 민물거북이다(van Dijk, 2011). 하지만 최근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 외래종 유입 등의 문제들은 남생이의 급격한 감소 원인이 되고 있다(Yabe, 1993;Lee, 2010;Lovich et al., 2011;Jo et al., 2017). IUCN는 식용, 약용, 포획압 등에 의해 기존 서식지에 서식하는 남생이의 절반이 줄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멸종위기 등급 EN(endangered)으로 지정하였다(van Dijk, 2011). 남생이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5년 천연기념물 453호로 지정하였으며(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2006), 서 식지와 개체수의 빠른 감소가 나타남에 따라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하여 보호 및 관리하고 있다(NIBR, 2011;Ministry of Environment, 2017).
국내에서는 남생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이 2000년대 초부 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국내에서 수행된 남생이의 연구로 는 분포(Song, 2007;Lee and Park, 2010), 행동권(Song et al., 2014), 서식지 분석 및 모델링(Kim et al., 2013), 유전자 분석(Oh et al., 2017), 남생이 유생의 성장(Koo and Song, 2018) 등이 이루어진 바 있다. 남생이의 번식 생태와 관련된 연구로는 남생이의 산란 보고 (Lee, 2003), 번식 행동 (Koo et al., 2015), 번식 생리(Jung et al., 2016)가 있지만, 인공적 인 사육 조건에서 이루어진 연구의 결과라는 한계가 있다.
생물의 번식지 특성을 연구하는 것은 서식지 내 보전(in-situ conservation)을 위한 한 부분이며, 서식지 외 보전(ex-situ conservation)을 위해서도 고려되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남생이의 서식지와 관련된 연구로는 서식지 모델링 연구(Kim et al., 2013)와 서식지 특성(Lee, 2010) 연구가 수행되었다. Kim et al. (2013)에서는 남생이의 서식지를 연구한 것이 아니 라 잠재적인 먹이원과 수질, 일광욕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분석 이 포함되어 있어 남생이의 서식지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근거 가 된다. 하지만 과거 Lee(2010)의 연구에서는 남생이의 번식 가능성만을 언급하였으며, 단순히 서식지의 특성을 분석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남생이의 서식과 번식이 확인되는 자연 서식 지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아직까지 미비한 상황이다. 이는 멸종 위기종의 서식지 내 보존 계획을 수립함에 큰 제한점이 된다.
본 연구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인 한국산 남생이가 다수 발견된 경상북도 경주 지역 내 저수지의 환경을 분석하였으며,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위협 요인들을 파악 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남생이의 서식지 특성을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추후에 반드시 다루어져야 하는 멸종위기종의 보호와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재료 및 방법
1. 서식지 환경 조사
남생이가 발견된 지역은 경북 경주시(35°49'N, 129°16'E, 125 m a.s.l.)에 위치한 저수지 이다(Figure 1).
서식지의 크기와 면적 산출을 위해 Google map을 활용하 였다. 또한 서식지와 주변의 토지이용 환경을 세분화하였으 며, 모식도로 표시하였다. 저수지의 용도는 거북류의 종 그리 고 출현 빈도와 연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oo et al., 2017). 따라서 본 연구에서도 남생이가 발견된 저수지의 용 도를 확인하였다. 서식지 주변에 산림 형태는 현장에서 직접 확인함과 동시에 산림청에서 제공하는 임상도를 참고하였다 (www.forest.go.kr/). 거북류에서 일광욕은 먹이 섭취 후 원 활한 대사 작용과 비타민과 같은 필수 영양소 생성에 중요하 다(Kim et al., 2013;Jo et al., 2017). 따라서 본 연구에서 는 남생이들이 일광욕을 위해 이용 가능한 구조물들의 존재 여부를 조사하였다. 남생이는 멸종위기야생생물이자 천연기 념물로 지정된 종이기 때문에 포획시 환경부와 문화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직접 포획이 아닌 관찰 위주의 연구를 진행하였기 때문에 허가 절차는 생략하였다.
2. 개체수 조사
현지 조사 과정에서 디지털카메라(DSC-HX400V, Sony, Japan)를 이용하여 남생이의 개체수 및 성장 상태를 확인하였 다. 보통, 거북류의 성별은 발톱의 길이, 꼬리의 길이, 채색 등 으로 구분이 가능하다(Berry and Shine, 1980;Lovich, 2011). 하지만, 직접 포획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확히 암컷과 수컷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성별을 구분하지 않았 다. 관찰된 개체의 성장 상태는 크기에 따라 구분하였으며, 5 cm 미만은 유체(1년생이자 당해년도 출생), 5 ~ 10 cm는 아성 체(2-3년생), 10 cm 초과는 성체로 기록하였다(Lee, 2010;Lovich, 2011;Koo et al., 2018). 저수지에 서식하는 남생이 의 개체군 크기를 확인하기 위해 2018년 5월 10일과 8월 9일 2회에 걸쳐 현지 조사를 실시하였다.
3. 위협 요인 조사
일반적으로 새로운 지역에 유입된 외래 생물들은 토착 생물 들에게는 새로운 위협이 된다. 따라서 외래종을 대상으로 남생 이를 먹이원으로 이용한 사례가 있는 황소개구리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를 보이고 있는 붉은귀거북의 서식 여부를 조사하였 다(Lee, 2010;Jo et al., 2017). 서식지 주변의 논이나 밭, 공장과 같은 인위적인 환경에서 배출되는 오염원은 그 안에 서식하는 생물에 영향을 준다(Khan and Law, 2005;de Solla and Martin, 2007). 따라서 남생이 서식지에 영향을 줄 가능성 이 있는 대규모 토목 공사나 농약, 비료와 같은 오염 요인들을 조사하였다.
결 과
저수지의 둘레는 약 500m 였으며, 면적은 약 15,000m2이었 다(Figure 2). 남생이의 서식지는 농업용으로 관리 중인 저수지 였으며(Figure 2A), 데크나 화장실 등의 친수시설은 확인되지 않았다.
저수지의 북면에는 물가를 따라 교목들이 길게 분포하고 있 었으며, 나무 하단의 상당 부분은 물에 잠긴 수몰나무의 형태였 다(Figure 2B), 북서면으로는 석축이 조성되어 있었다(Figure 2C). 저수지의 남면은 경사가 가파른 사면에 숲이 형성되어 있었으며(Figure 2D), 동면에는 갈대밭이 위치하고 있었다 (Figure 2E). 저수지 동편 갈대밭 너머에서는 논농사가 이루어 지고 있었다(Figure 2F). 저수지 북면의 숲 뒤로는 초지가 발달 해 있었다(Figure 2G). 저수지의 북면과 남면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활엽수가, 동면에는 인공적으로 심어진 밤나무가 주로 위치하고 있었다. 저수지 서면에서 유입된 물은 동북면으로 흘 러나갔다. 저수지 내부에서는 남생이들이 일광욕을 위해 활용 할 수 있는 구조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수몰나무 지역과 숲 지역에서는 남생이들이 일광욕을 할 수 있는 구조물들이 발달해 있었다(Figure 2B, D; Figure 3).
1차(5월 10일) 조사에서는 성체 20, 아성체 8, 총 28개체가 발견되었다. 2차(8월 9일) 조사에서는 성체 5(사체 1 개체 포함), 아성체 16, 총 21 개체가 발견되었다(Table 1). 죽은 상태로 저수지 중앙부(Figure 2A)에 떠 있던 남생이 1 개체를 제외한 모든 남생이들은 수몰나무 지역에서만 발견되었다(Figure 3).
저수지 내에서는 남생이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알려진 붉은 귀거북의 서식이 확인되었다. 2회의 걸친 현지 조사 결과, 성체 3 그리고 아성체 3 개체가 발견되었다(Table 1). 저수지에서 발견된 모든 붉은귀거북들은 남생이와 동일하게 수몰나무 지역 에서 발견되었다(Figure 3B). 외래 양서류인 황소개구리의 성 체들도 남생이가 주로 발견되었던 수몰나무 지역(Figure 2B) 과 갈대 지대(Figure 2E)에서 다수 관찰되었다.
남생이의 번식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저수지 주변에서 수행되고 있는 대규모 문화 재 발굴 작업이 있었다. 또한 비료나 농약과 같이 저수지 오염 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물이 논 지역을 거쳐 저수지로 유입되고 있었다(Figure 2F). 게다가 낚시꾼들이 유기한 것으로 추정되 는 쓰레기들이 저수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고 찰
한국산 남생이는 남한의 남부 지역에서 주로 분포하지만 중 부 지역에서도 발견되기도 한다(Song, 2007;Lee, 2010;Do et al., 2017). 남생이는 발견 빈도가 매우 낮고, 한 저수지에서 발견된 개체수도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Lee, 2010). 본 연구에서는 한 저수지에서 다수의 남생이 개체들이 서식하 는 것을 관찰하였으며, 1회 조사에서 20 개체 이상의 남생이들 이 관찰되었다. 비록 정확히 어느 정도 크기의 개체군이 형성되 어 있는지는 정밀조사를 통해 파악할 필요가 있으나, 현지 조사 에서 발견된 개체수와 과거의 기록들(Lee, 2010;Lee and Park, 2010)을 고려하면 자연 서식지로서는 상당히 큰 개체군 이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2회에 걸친 현지 조사에서 당해 연도에 태어난 남생이 유체 는 관찰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남생이의 산란은 6-7월 사이 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Fukuda, 1965;Lee et al., 2011, Jung et al., 2016). 10월 달에 부화한 개체가 관찰된 기록은 있지만(Lovich et al., 2011), 산란 후 2개월 정도가 지나야 유체들이 부화하고 부화 후 바로 동면에 들어간다는 기록을 고려하면, 시기적으로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많은 성체와 아성체들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남생이의 번식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남생이와 붉은귀거북이 함께 발견된 사례는 있으 나 자연 서식지에서 성체와 아성체의 형태로 동시에 발견된 사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Lee, 2010). 어떠한 요인으 로 두 종이 동시에 서식하는지 알 수 없으나 성체와 아성체가 동시에 발견된다는 것은 남생이 측면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토착종인 남생이는 붉은귀거북이 유입되 기 전까지 유사한 생태적 지위를 가진 경쟁종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일광욕을 위한 위치 경쟁에서 남생이가 붉은 귀거북에 밀리는 결과를 확인하였다(Jo et al., 2017). 또한 하천 내 남생이와 붉은귀거북의 행동권을 연구한 사례에서도 붉은귀거북의 행동권은 남생이 보다 넓었다(Koo et al., 2012). 남생이와 붉은귀거북들이 수몰나무 지역에서만 발견되었다는 것은 두 종이 유사한 서식 환경을 선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두 종의 아성체들이 동시에 발견되는 것을 통해 활발한 번식이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이는 서식지뿐만 아니라 번식지 선점이라는 측면으로도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두 종간 의 정확한 경쟁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후 남생이와 붉은 귀거북이 동시에 관찰되는 자연 서식지에서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서식지의 오염은 그 안에 서식하는 생물에게 직접적인 영향 을 미친다(Khan and Law, 2005;de Solla and Martin, 2007). 특히 농약과 같은 화학 물질은 생물 농축(bioconcentration)을 일으키며, 번식에도 영향을 준다(de Solla et al., 2011). 본 연구 지역에서 확인된 남생이의 서식지 주변에서는 논농사와 밭농사 가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곳곳에서 생활 쓰레기 등이 발견되었 다. 남생이는 서식지와 동면지가 유사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오 염원이 있을 경우 지속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러한 오염원이 국내 남생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직접적으로 가하는 지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진 바가 없다. 추후 연구에서는 자연에 서식하는 남생이들을 대상으로 서식지 오염이 개체들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남생이의 개체수 감 소의 원인을 규명하는 하나의 접근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공원과 월출산국립공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남생이 인공증식은 서식지 외 보전 방법을 통한 생물의 보전과 복원의 대표적인 예이다(Jung et al., 2016). 반면, 서식지 내 보전 방법은 대상종이 지속적으로 번식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서식 지 자체를 보전하는 것이다. 본 연구의 경우, 확인된 남생이 개체들을 직접적으로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서식지 에서 기존 개체들이 지속적으로 번식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서식지를 보전하는 서식지 내 보전 방법이 필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확인된 남생이들의 서식과 번식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서식지에 대한 보호뿐만 아니라 위협요인 제거 등의 적절한 서식지 내 보전 계획이 수립 및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남생이가 서식하는 자연 서식지를 확인하고 번식의 가능성을 추정하였다. 발견되는 남 생이의 수는 기존에 알려진 다른 서식지에 비해 많았으나 직⋅ 간접적으로 개체군 유지 및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인 요소들 또한 다수 발견되었다. 특히, 경쟁종인 붉은귀거북의 서식과 번식의 가능성은 남생이에게는 지속적이며 직접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추후에는 본 연구의 결과를 근거로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최종적으로는 남생이 뿐 만 아니라 남생이의 서식지를 보호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 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