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수분생태학(pollination ecology) 혹은 수분생물학(pollination biology)의 주체인 화분매개곤충(pollinator)은 농업, 산업적 으로의 이용으로 오랫동안 그들에 대한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 어 왔다. 꽃가루를 매개하여 농작물 결실에 관여하는 곤충류로 서, 화분매개곤충은 인간이 소비하는 작물의 약 70%가 화분 매개활동에 의한 것으로 보고되는 만큼 화분매개곤충의 존재 와 생태적 활동은 인류에게 있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Yoon et al., 2017). 또한 농가의 만족도 조사에서도 노동력 및 비용 절감, 품질과 수정률 향상을 목적으로 화분매개곤충을 사용하 고 있다는 점에서 농업생산량 증가와 농업경제에서의 더 큰 가치창출 유도를 위한 화분매개곤충의 이용은 시간에 따라 증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Kim et al., 2015). 그러나 산업화, 도시 화에 의한 서식지의 훼손 및 소멸,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와 함께 농업 생산량 증가를 위한 농약사용 (Jeong et. al., 2016) 등으로 화분매개곤충의 종 다양성 감소 와 개체수의 변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문제시되어 왔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의 염려는 전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González-Varo et al., 2013). 이미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의 화분매개곤충은 전 지역에서 감소하고 있음이 장기간의 모니 터링으로 확인되는 것처럼, 화분매개곤충의 종 다양성 감소의 문제는 특정 지역, 혹은 특정 환경에서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Potts et al., 2010). 그러므로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되는 화분매개곤충의 감소와 종 다양성 변화는 농업 생산력과 관련된 국가 경제의 손실뿐만 아니라 자연생태계에서의 식물의 번식 감소로부터 상위 영양 단계의 먹이원 변화로 이어짐으로써 점진적인 전 생물종 다양 성 감소로 연결되는 연쇄적 생태계 변화가 촉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화분매개곤충의 감소원인에 대한 주요 요인으로는 지구온 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도시화·산업화에 따른 서식지와 먹이 원의 감소, 농업 작물 생산량 증대를 위해 사용되는 과도한 양의 농약 등의 영향으로 거론되고 있다(Kerr et al., 2015, Woodcock et al., 2016). 이러한 요인들은 대부분 인간 활동에 의해 나타난 결과로써, 민간 및 국가적 차원에서 자연생태계의 혜택을 보전하고 궁극적으로 지속적인 인간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위해 요소를 저감하고 화분매개곤충의 종 다양성 보 전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United States Fish and Wildlife Service, USFWS)은 하와이 자생 뒤영벌(bumblebee)을 멸종가능성이 있는 곤충으로 분류한 바 있으며, 최근 2017년 국내의 국립생 물자원관(National Institute of Biological Resources, Incheon)은 과거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보통 종에서 최근 원인 불명으로 관찰이 어려워 진 참호박뒤영벌(Bombus koreanus) 을 멸종위기종 2급으로 분류한 점은 화분매개곤충에 대한 정부 의 관심이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화분매개곤충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인지와 함께 생물 종 다양성 및 생태계 보전을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보다 성실히 수행하기 위한 우선적이며 필수적인 요구는 이들 의 정확한 분류와 이를 기초로 구분된 생물학적 정보를 수집하 여 이들 보전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농업경제에 있어 화분매개곤충이 큰 비중을 차 지하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고 꾸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농장에서 활용 가능한 벌의 생태활동부터 사육을 위한 방법론 개발, 수분시기에 따른 작물생산량 및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 특정 작물에 대한 수분특성 비교, 과수 재배 시 화분매개곤충 이용현황 등, 농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화분매개곤충에 대한 연구와 함께, 전국자연환경조사, 산림생태조사 등을 통한 야생벌의 분포 및 출현현황에 대한 조사연구가 중·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NIER 2012, Park et al., 2016, Yoon et al., 2017). 그러나 그간의 화분매개곤충 관련 연구는 첫째, 대부분 이 농업 작물재배지 인근에 서식하는 화분매개곤충과 작물생산 과의 관계, 화분매개활동 등을 포함하는 농업생산중심의 내용 들을 포함하고 있어 개별 주요 작물에 대한 주요한 생물학적 정보들이 상당히 축적되었으나, 자연생태계의 비 작물 현화식 물에 대한 잠재적 화분매개곤충 종들에 대한 조사가 부족하며, 둘째, 전국을 대상으로 계획 실행되고 있는 전국자연환경조사 혹은 산림생태조사 등의 조사결과들은 비록 다수의 잠재적 화 분매개곤충 종들을 포함하고 있으나, 이들 조사 결과는 국지적 으로 한정적 조사 시기에 수행된 결과로 화분매개곤충의 출현 시기와 조사시기가 일치하지 않아 종 다양성 연구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작물뿐만 아니라 야생의 현화식물을 모두 를 포함하는 수분생태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위하여, 기초적 이지만 필수불가결한 화분매개곤충 종들의 전국적이고 시계열 에 따른 출현현황 조사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연구결 과는 수분생태학에 근간한 종 다양성, 출현 종에 대한 기초적 생태연구에서부터 농업에의 활용과 정책연구에 이르기까지 기 여의 폭이 넓다.
이러한 배경 하에, 본 연구는 남한 내의 화분매개기능을 일 차적으로 파악하고자 주요 화분매개곤충으로 알려진 벌목 (Order Hymenoptera)에 대한 전국(남한)단위의 공간적 분포 및 시계열적 출현 현황 조사를 2017년 3년부터 2018년 10월 까지 전국 51개 조사지점에 말레이즈 트랩을 사용하여 실시하 였다. 말레이즈 트랩은 비행에 대한 간섭을 이용한 트랩으로 채집 분류군에 대한 일정 수준의 특이성이 있으나, 정성적, 정 량적 자료의 획득이 용이한 장점이 있어 본 연구에 사용하였다. 일차적으로 채집, 동정된 전국단위 야생벌의 시기별, 공간별 출현현황을 목록화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종 다양성을 비교 분석하였으며, 궁극적으로, 시계열 및 위도와 경도에 대한 이들 분포의 상관을 분석하여 제공하였다. 공간적 분포와 구성원들 의 시계열적 출현양상을 확인한 본 연구결과는 2017년~2018 년 전과 후의 야생벌의 동태에 대한 추후 조사 및 연구의 기준 점으로서 또 다른 가치를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1) 전국 야생벌 채집 조사지
전국에 분포하는 야생벌의 분포 조사를 위하여 2017년 37개 조사지를 대상으로 전국단위로 비행성 곤충을 채집하기 위한 트랩을 설치하였다(Fig. 1, left column). 그러나 37개 조사지 를 통해서 남한 전체를 반영하기에는 조사지 간의 간격이 비교 적 크다는 판단 하에, 조사지 간의 범위를 좁히고, 전국단위 종 분포현황에 대한 정확성을 높이고자 2018년에는 추가적으 로 14개 조사지를 재선정하였다. 이들 조사지점들은 산림의 초본식물이 주로한 군락(소매군락, Saumgesellschaft) 주변으 로 개방성이 높은 지역에 해당하며, 경험적 판단으로 높은 일조 량을 통한 비행의 효율성이 높고, 깊은 숲과는 확연히 다른 다양한 장·단경 현화식물 군락지가 발생함으로서 야생벌의 방 문 빈도가 높고, 또한 주변 생태계 사이의 이동통로인 관계로 상대적으로 다양한 분류군의 획득에 유리한 지점을 선정하였 다. 선정된 조사지에는 W165 x D180 x H180(110)cm 규격 의 흰색과 검은색의 메쉬(mesh) 천으로 이루어진 말레이즈 트 랩(ez-Malaise trap)을 설치하고(Sheikh et. al., 2016), 채집병 (Collecting bottle, 500ml)으로 채집되는 곤충의 이탈을 방지 하기 위해 95% 에틸알코올을 충전하였으며, 인위적인 유인효 과를 위한 유인색이나 유인제는 사용하지 않았다 (Fig. 1, right column). 총 채집기간은 2017년 4월~10월(약 7개월), 2018년 3월~10월(약 8개월)까지 진행하였고, 채집주기는 최소 2주에 서 최대 1개월 기간을 주기로 채집통에 채집된 곤충을 수거하 였다.
2) 채집 분류군의 동정 및 분석 분류군의 선정
액침상태로 채집된 곤충은 자연 건조하여 건조표본으로 제 작한 후, 동정하였고 동정된 표본은 국립생태원(NIE, National Institute of Ecology)에 보관하였다. 동정 방법은 기 연구된 학술논문, 검색표, 도해 등을 이용하여 형태 동정을 1차적으로 진행하고, 동정이 어렵거나 오동정의 문제를 고려하여 생식기 해부검경 및 전문가 자문을 통한 동정을 2차적으로 진행하여 동정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높였다(Choi et. al., 2013). 이들 분석에 사용된 분류군의 상위 분류명(상과 및 과)은 Goulet and Huber (1993)을 따랐다. 비록 벌목의 상위분류군 분류에 대한 다수의 견해가 존재하지만, 각 상위분류군 소속 속 및 종에는 차이가 없고 과 수준에서의 단계통성에 대한 이견은 없으므로, 명명 수준의 차이만 존재하고 적용된 상위 분류군의 소속 차이에 따른 분석의 차이에는 영향이 없다. 본 연구에서 채집된 벌류 중 분석을 위하여 사용된 분류군은 청벌상과 (Superfamily Chrysidoidea)의 청벌과(Family Chrysididae), 말벌상과(Superfamily Vespoidea)의 말벌과(Family Vespidae), 배벌과(Family Scoliidae), 개미벌과(Family Mutillidae), 꿀벌상 과(Superfamily Apoidea)의 은주둥이벌과(Family Crabronidae), 구멍벌과(Family Sphecidae), 꼬마꽃벌과(Family Halictidae), 가위벌과(Family Megachilidae), 꿀벌과(Family Apidae)이 다. 말벌상과의 굼벵이벌과(Family Tiphiidae), 개미과(Family Formicidae) 및 대모벌과(Family Pompilidae)에 속하는 종들 도 본 연구방법을 통해서 채집되었으나, 정확한 동정을 위한 시간적, 비용적 측면으로 본 연구의 분석에서는 제외하였다. 또한 기생벌류(Parasitica)도 분류학적 한계성과 이들이 주요 화분매개곤충이 아님을 고려하여 분석에서 제외되었다.
3) 야생벌 출현 분포 및 다양성 분석
조사지 별로 동정된 야생벌에 대한 채집시점과 위·경도를 바탕으로 시기별, 공간별 출현 분포를 분석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동정자료를 가공하였다. 전국단위로 채집한 야생벌의 채 집간격은 2주~1개월이지만 채집일은 조사지마다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국에 출현한 야생벌 분석을 위해 아래와 같이 채집기간의 시작일(Ds)과 수거일(De)에 대한 중간날(Dc)을 계 산하고, Dc를 다시 한 달(31일)을 기준으로 1일, 11일, 21일로 3등분하여 모든 채집일을 Df 구분하여 채집시기를 통일하였다.
공간에 해당하는 위도, 경도를 이용한 종 다양성 분석은 조 사지의 GPS 좌표(도-분-초)에 근거하였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출현 생물종의 분포가 위도와 경도 같은 연속형 수치에 민감하 게 변화하지 않고, 위경도의 수치적 차이보다는 지역적 차이, 주변 환경영향에 의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추가적 인 가정 하에 위도와 경도를 영역별로 구분(범주형)하였다. 영 역을 구분함에 있어서 기온과 강수특성을 함께 고려하여 구분 하거나(Park et. al., 2009), 산맥과 같은 지형적 구분에 따라 영역을 세분화할 수 있겠지만, 야생벌의 이동거리, 서식환경 등과 같은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여 영역을 구분하는 기준 제시 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남한 전체를 좌표를 기준으로 그림 1 및 표 1과 같이 위도는 4등분(북부, 중부, 남부, 남해안 및 제주도), 경도는 3등분(동부, 중부, 서부)으로 구분하여 개괄적인 분석을 진행하였다(Yang et. al., 2015, Jung et. al., 1994). 경도에 따른 영역구분에서 동부영역은 동해안선에 포함하는 영역을 위해 중부, 서부보다 경도를 1˚ 넓게 설정하였다. Table 1
결과 및 고찰
1. 채집곤충 목별 현황 및 야생벌 종 분류(동정) 현황
전국 51개 조사지를 대상으로 말레이즈 트랩에 의해 2년간 전국에서 채집된 곤충의 목별 개체수 현황은 아래 표 2와 같이 벌목(Hymenoptera) 18.34%, 파리목(Diptera) 34.78%, 딱정 벌레목(Coleoptera) 10.21%, 노린재목(Hemiptera) 3.60%, 기타(Others) 33.59%이며, 벌목은 전체 분류군 대비 평균 약 1/5의 개체수를 점유하였다(Table 2). 트랩에 따라서 채집되는 곤충이 비율이 다르기는 하지만, 기연구된 말레이즈 트랩에 의 해 채집된 곤충의 비율은 14%~19%로 본 연구의 채집 비율과 비슷한 것으로 확인되었다(Matthews et. al., 2017). 따라서 말레이즈 트랩에 의한 임의 채집을 과거 채집방법과 동일한 수준으로 채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비록 전체 곤충집단 (insect population)에서 벌목의 비율은 트랩의 종류와 설치된 조사지점에 따라서 다르지만, 향후 말레이즈 트랩을 이용한 동 일 실험에서 목(Order) 단위 개체수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각 조사지별 2017년과 2018년 전체 채집 곤충 개체수 대비 벌목 개체수의 비율을 분석했을 때, 조사지마다 차이를 가지는 것으로 측정되었으며, 이는 동일한 조건으로서의 실험적 통제 가 불가능한 각 조사지의 상이한 생태 환경 및 미기상 상태 등에 의한 차이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각 조사지 중에서 특히 연구조사지 31번~34번인 제주도 한라산 어리목 1200m 고도, 사제비 동산, 윗세오름 근처, 남벽부근, 윗세오름에서 벌목의 상대적 채집비율이 가장 높았으나, 개미과(Formicidae)에 속 한 개체들의 집단적 채집으로 인해 평균치를 상당히 상회하는 비정상적인 채집현상으로 판단되며, 트랩 주변에 개미집이 있 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앞서 연구방법에서 언급한 종 동정을 통해서 청벌상과, 꿀벌상과 및 말벌상과에 해당하는 총 168종, 2,250개체가 동정되었다. 연도별로 살펴봤을 때, 2017년 37개 조사지에서 123종 1,312개체가 동정되었으며, 구리꼬마꽃벌 (Seladonia aeraria), 수염줄벌(Eucera spurcatipes) 이 각각 84개체, 74개체로 가장 높게 채집되었다(Appendix 1). 2018 년의 14개 조사지에서는 총 105종 938개체를 동정하였는데, 개미벌과의 연날개개미벌(Myrmosa mongolica)와 별개미벌 (Smicromyme lewisi)가 각각 99개체, 64개체로 채집기간 중 우세적이었으며, 이 들 모두 전국에서 고르게 분포하는 종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앞서 언급된 개미의 예와 같이, 무작위적인 조사지와 그들 분류군 발생지 인접의 우연적 일치이거나, 말레 이즈 트랩이 개미벌의 채집에 특이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2017년 및 2018년 자료 통합을 통하여 전국적으로는 연날개개미벌(Myrmosa mongolica), 수염줄벌(Eucera spurcatipes), 구리꼬마꽃벌(Seladonia aeraria)이 상위의 개 체수로 채집되었다(Appendix 1). 2017년 및 2018년을 총합하 면 62속, 168종이고, 은주둥이벌과(Crabronidae)가 37종으로 가장 높은 종 다양성을 가진 분류군으로 확인되었으며, 속 수준 에서는 줄꼬마꽃벌속(Lasioglossum)이 총 23종을 포함하여 가장 높았다. 2017년과 2018년 출현한 분석 대상 종들 가운데 60종이 공통으로 출현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이는 2017년 대비 48.8%, 2018년 대비 57.1%, 2017년+2018년 총 종에 대해서 전체 동정한 종의 약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볼 때, 2017년과 2018년에 조사지점에 따른 특정 종에 대한 편파적 채집은 아닌 다양한 야생벌 채집이 진행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조사지점에 대한 특이적 출현종도 있을 것으로 예상 할 수 있으나, 장거리 비행(20km 이상)에 따른 우연에 의한 채집인지 실제로 조사지점에서의 특이종인지는 확인하기는 어 렵다.
동정 종에 대한 다양성의 차이여부를 확인하고자 VBioindex 프로그램(Yu and Yoo 2015)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Shannon- Wiener 지수는 2017년 평균 3.0687, 2018년 2.5781, 2017년 +2018년 통합자료에서는 2.9698로 각 연도별 조사지 수와 주 변 환경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측정값을 보여주고 있다. 종 풍부도와 종 균등도 또한 조사지 수와 주변의 환경적 요인의 간섭을 고려하더라도 차이점이 나타나기 보다는 연구된 두 해에 관계없이 전반적으로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Table 3). 따라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 연구에서 사용된 말레이즈 트랩이 비록 땅에 영소하거나 트랩주변 초본성 식물에 방문하고 자 낮게 비행하는 벌이 주로 채집되기는 하지만, 특정 종 채집에 편향되지 않음과 출현종의 차이는 있지만 종 다양성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2. 시기 및 공간별 야생벌 분포
1) 시기별 야생벌 분포
말레이즈 트랩을 사용하여 2주에서 한달 간격으로 채집된 남한 전체에 대한 야생벌의 종 수 및 개체수에 대한 개괄적인 분포변화를 확인하기 위하여 1개월 단위로 히스토그램 및 Shapiro-Wilk 정규성 검정, 분포 형태를 분석하였다. 2017년 과 2017년+2018년 자료의 종 수와 개체수가 모두 히스토그램 상에서 정규성을 확인하였다(Shapiro test p-value > 0.05, Fig 2). 3월부터 12월까지의 측정기간 동안 종 수 및 개체수는 봄철 야생벌의 출현 및 활동을 시작으로 점차적으로 증가하면서 7 월~8월사이 가장 많은 종 수와 개체수가 출현하면서, 9월을 기점으로 10월을 거쳐 급격하게 감소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시기별 주요 야생벌의 출현종은 다음과 같다. 2017년 가장 먼저 출현(Df = 4월 11일)한 종은 수염줄벌(Eucera spurcatipes), 일본광채꽃벌(Ceratina japonica), 뿔가위벌(Osmia pedicornis), 호박벌(Bombus ignites), Lasioglossum kiautshouense, 흰 발목줄애꽃벌(Lasioglossum proximatum), Lasioglossum sibiriacum, 왜알락꽃벌(Nomada japonica), 큰뱀허물쌍살벌 (Parapolybia indica), 땅벌(Vespula flaviceps flaviceps)이었 다. 2018년에는 일본애수염줄벌(Eucera nipponensis), 수염줄 벌(Eucera spurcatipes)이 가장 먼저 출현(Df = 3월 11일)하였 고, 그 이후에 뱀허물쌍살벌(Parapolybia varia), 머리뿔가위벌 (Osmia cornifrons) 등이 출현하였다. 전체적으로 다수 종의 꽃벌류(bees)들이 포식성의 벌류보다 이른 시기에 출현하여 화 분매개활동을 시작하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장기적인 자료 축척이 진행된다면 야생벌간 생태적 상호관계를 분석해 볼 수 있다. Table 4
2) 공간별 야생벌 분포
남한 내에서 분할된 위도와 경도별로 2017년부터 2018년까 지 확인된 분류군의 종 수 및 개체수 역시 앞서 측정된 시기에 따른 분포와 같이 정규성이 나타났다(Shapiro test p-value < 0.05). 하지만 (Harrison and Winfree 2015, Hung et al. 2017)에서 논의 되었던 바와 같이, 본 연구기간이 비교적 짧고, 위도와 경도에 따른 지형적 특성과 함께 농지, 산림 식생, 양봉 산업, 도시화 등에 의한 서식지 소실 및 파편화, 외래 생물종 유입, 미기상 변화, 환경오염 등의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특히 경도의 경우 야생벌 분포가 정규성을 나타낸다고 확정하기는 어렵다. 구획화 된 공간적 영역별로 다음과 같이 특이적으로 출현한 벌류들이 확인되었다. 위도에 따라 2017년과 2018년을 통틀어 위도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출현한 종은 연날개개미벌 (Myrmosa mongolica), 수염줄벌(Eucera spurcatipes), 구리 꼬마꽃벌(Seladonia aeraria), 어리줄배벌(Scolia nobillis) 등 26종이다 (Fig 3). 2017년+2018년 기준으로 위도에 특이적으 로 나타난 종으로는 남해안 및 제주도에서는 제주광채꽃벌 (Ceratina jejuensis), 호리은주둥이벌(Rhopalum gracile) 등 10종, 남부지역에서는 배두치청벌(Elampus bidens), 꼬마알 락가위벌(Stenodynerus clypeopictus, Anthidium sibiricum) 등 11종, 중부지역은 노랑무늬개미벌(Dasylabris siberica), 꼬마별쌍살벌(Polistes japonicus), 이마방패꼬마구멍벌 (Passaloecus clypealis) 등 19종, 북부지역은 Lasioglossum miyabei, 삽포로뒤영벌(Bombus hipocrita sapporoensis), Seladonia tumulorum ferripennis 등 26종이다. 경도의 경우, Myrmosa mongolica, 수염줄벌(Eucera spurcatipes), 구리꼬 마꽃벌(Seladonia aeraria) 등 60종이 공통적으로 확인되었 으며, 영역 특이적으로 동부지역은 Lasioglossum miyabei, 삽포로뒤영벌(Bombus hipocrita sapporoensis), Seladonia tumulorum ferripennis 등 23종, 중부는 황띠배벌(Scolia oculata), 노랑점나나니(Sceliphron deforme atripes) 등 22 종, 서부지역은 제주광채꽃벌(Ceratina jejuensis), 꼬마별쌍살 벌(Polistes japonicus) 등 22종이 확인되었다. 전반적으로 영 역별 공통종과 특이종이 출현하는 양상을 보이는 다수의 종들 을 확인하였으므로, 이들 종을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와 같은 광범위한 지역에서의 지역적 시계열적 변화의 추적 연구 및 그 결과에 따른 화분매개자의 관리 및 보전에 대한 기준자료로 서 본 자료가 이용될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의미한다.
3) 시기·공간별 야생벌 분포 종합
시기별, 공간별로 야생벌들의 출현분포의 상호관계를 확인 하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을 이용하였다. 남한 내 시기에 따른 야생벌의 출현 분포 변화는 정규성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공간대비 종 분포 차이는 지형적 요소, 도시개발, 농업발전 등에 의한 토지이용의 변화로 인한 야생벌의 서식환경 변화, 트랩의 채집 성능 등, 추정하기 어려 운 다양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분석이 어렵다. 그러나 한반도 남한은 온대지역으로 크게 구분하지만, 공간(위도 및 경도)에 따른 기온의 차이가 있고, 식물의 개화가 공간에 따라 시기가 다름을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Lee et. al., 2009). 따라서 현화식물의 화분과 화밀을 주 먹이원으로 이용하는 과 정에서 수분을 매개하는 곤충들은 식물개화 및 기온에 민감하 게 반응하기 마련이며, 따라서 공간과 시기를 함께 고려한 야생 벌군 각각의 분포는 차이가 존재할 것으로 쉽게 가정할 수 있 다. 이러한 가정을 검정하기 위하여 시간별, 공간별(위도와 경 도)에 적용하여 회귀분석을 하였다.
채집한 시기(Df)와 조사지의 위치를 대상으로 출현한 동정 종의 수와 개체수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야생벌의 분포는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고, 위도에 대한 연속형 변수(decimal degree) 및 범주형 변수(북부, 중부, 서부, 남해안 및 제주도)에 있어서도 야생벌의 분포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p-value < 0.05). 그러나 경도에 대해서는 연속형 변수에 대한 2017년의 종 수와 개체수를 제외하고는 유의적 차이가 나타나 지 않았고(p-value > 0.05), 영역단위(동부, 중부, 서부영역)로 분석했을 때는 종 수 및 개체수 모두 유의적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시기와 위도는 특히 기후 및 생물계절과 관련할 때, 기온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고, 변온동물에 해당하는 곤충류 는 바람, 날씨, 기온, 일조량 등과 같은 기후 환경에 따라서 출현 및 활동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Sangle et al. 2015)에서 채집 종에 대한 시기와 위도에 따른 영역간의 상관 관계가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반면 경도에 따라서는 그 차이 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현재 일정한 크기로 구분하여 분석한 경도로 구분할 수 있는 야생벌 출현의 독특한 경향성은 발견되 지 않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남한의 동과 서를 구분하는 백두대간을 경계로 하는 야생벌의 공간적, 시계열적 차이에 대한 통계적 검증은 추후 시도해 볼만한 가치 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본 연구에서 사용된 말레이즈 트랩의 특성상 트랩 주변의 초본식물에 방문하여 우연의 접근 으로 채집된 야생벌이기 때문에 채집된 종 수와 개체수가 채집 시기와 조사지별로 통계적으로 분석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던 점도 분석 결과에서 일부 반영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향후의 연구에 대한 고도화된 연구방법으로써 야생벌의 효율적 채집 방안을 추가적으로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