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고양이(Felis catus)는 분류학상 식육목(Carnivora) 고양이 과(Felidae)에 속하는 종으로서, 특히 집고양이(domestic cat, 이후 고양이로 지칭함)는 오랜 기간 인간에게 길들여진 종을 지칭한다(Minstry of Environment 2001, Turner and Bateson 2014). 고양이는 특정 먹이보다는 서식환경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을 먹이원으로 하는 기회주의적(opportunistic)인 포식 특성을 가졌기 때문에 사막, 극지 등의 척박한 서식환경에 서 쉽게 적응하였다(Fitzgerald 1988, Devillard et al. 2011). 이로 인해 미국에서만 매년 약 30억 마리의 조류가 고양이에게 희생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고양이는 소형의 야생 동물과 자연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Loss et al. 2013).
고양이는 설치류 제거의 목적으로 많은 섬에 유입되었으며, 유입된 고양이는 자연스럽게 정착한 것으로 추정된다(Bonnaud et al. 2007). 종 다양성이 낮고 영양 단계가 단순하며 고유종 (endemic species)의 비율이 높은 섬 생태계에서 외래종 포식 자인 고양이는 섬 고유종의 멸종이나 절멸, 생물 다양성 감소 등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Fritts and Rodda 1998, Wolf et al. 2006, Medina et al. 2011). 특히 바닷새의 경우 제한된 공간에서 번식하고 육상 포식자에 대한 대처능력 도 떨어지기 때문에, 고양이의 포식은 이들 개체수 감소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Moors and Atkinson 1984). 멕 시코의 Natividad 섬(7.4 ha)에 서식하는 총 25마리의 고양이들 은 각각 매월 36.7-40.5마리의 슴새류(Puffinus opisthomelas) 를 포식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 슴새류의 번식 개체군을 위협 하고 있으며(Keitt et al. 2003), 인도양의 Juan de Nova 섬 (440 ha)에 서식하는 53개체의 고양이는 집단 번식하는 Sooty Tern (Onychoprion fuscatus)을 선택적으로 공격하여 매일 5.94개체씩 죽이고 이 중 22%는 먹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이 개체군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Peck et al. 2008). 이처럼 120여개 이상의 섬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종합한 결과, 조류 123종, 포유류 27종, 파충류 25종이 고양이에 의해 개체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Medina et al. 2011), 소수의 개 체라도 섬 생태계에 유입된 고양이에 의한 생태계 교란과 생물 종의 절멸 사례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연구대상지인 마라도는 제주도의 부속 섬으로 국토 최남단 에 위치하는 유인도로써, 국내 미기록종인 푸른날개팔색조 (Pitta moluccensis), 비늘무늬덤불개개비(Sylvia nisoria) 등 을 비롯하여 국내를 드나드는 다양한 철새들이 소모된 에너지 를 보충하는 중요한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지역이다(Kim et al. 2009a, Kim et al. 2010, Choi et al. 2013). 또한, 마라도 는 우리나라에서 100쌍 이하의 번식쌍이 분포하는 것으로 추 정되는 섬개개비(Locustella pleskei)의 번식지 중 한 곳이다 (BirdLife International 2001, Kim et al. 2009b). 이와 더불 어 대한민국 서남부지역과 일본 남부지역의 무인도에서 번식하 며 전 세계 생존 개체수가 2,800 – 4,100쌍에 불과한 뿔쇠오리 (Synthliboramphus wumizusume; Carter et al. 2002)가 마라 도 인근 해상에서 관찰되어 번식의 가능성이 제시되었으며 (Kim et al. 2012), 최근 마라도의 절벽에서 활동하는 성체, 갓 이소한 유조, 알 껍질 등의 번식 증거가 발견됨에 따라 마라 도는 유인도에서 확인되는 유일한 뿔쇠오리 서식지임이 확인되 었다(unpublished data). 그러나 최근 마라도 내에서 포식당한 섬개개비와 뿔쇠오리의 사체와 흔적이 발견되는 사례가 꾸준히 확인되고 있으며, 이는 인위적으로 유입되어 증가하고 있는 외 래 포식자, 특히 고양이의 개체수 증가로 인한 포식위협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마라 도 내에 서식하는 고양이의 서식 현황이나 실태, 포식활동 등에 관한 연구는 이루어진 바가 없다.
본 연구는 철새와 멸종위기 조류에 중요한 서식지이자 번식 지인 마라도 내에 서식하는 고양이의 서식 현황을 파악하고 이들의 분포와 활동범위를 추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향후 고양이의 개체군 변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초기 정보를 제공하고 고양이의 개체수를 조절하여 소규모의 섬 생 태계에서 철새와 멸종위기 조류에 대한 고양이 피해를 저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출발점을 제시한다.
재료 및 방법
1. 연구대상지
마라도(30 ha; N 33° 07′, E 126° 16′)는 대한민국 최남단 의 유인도로 모슬포에서 남쪽 11 km, 가파도에서 5.5 km 떨어 진 해상에 위치한다. 마라도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상에 위치하여 매년 멸종 위기종을 포함한 장거리 이동 철새들이 많이 관찰된다(Figure 1;Kim et al. 2009b, Kim et al. 2010, Choi et al. 2013). 남북길이 1.25 km, 동서길이 0.5 km로 긴 타원형의 모양으로 서, 마라도는 자생 동・식물과 경관 보전을 위해 2000년에 천연 기념물 제423호로 지정되어 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다(Kim et al. 2009b, Kim et al. 2010, Choi et al. 2013). 1991-92년 마라도 푸른 숲 가꾸기 사업을 통해 1.5 ha의 면적에 29,960본 의 곰솔(Pinus thunbergii)이 식재되어 마라도 총면적의 6.7% 가 곰솔 숲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섬의 서쪽 중앙부에 위치한 인가와 취락지구를 제외하고 억새(Miscanthus sinensis), 잔디 류(Zoysia spp.) 등이 자라는 초지대가 섬 전체를 차지한다 (Figure 1;Kim et al. 2009b).
2. 개체수 추정
3월부터 7월까지 매달 1회 이상 마라도에 방문하여 마라도 에 서식하는 고양이 개체수를 파악하였다. 마라도 전체를 조사 범위로 설정하였고, 1회 조사 평균 조사경로는 4.8 km이었다.
고양이 개체군 크기 추정에는 직접 관찰과 포획-재포획법 (Capture-Recapture Method)을 이용하였다(Silvy 2012). 직 접관찰은 고양이를 발견하면 털의 색, 무늬 등 외형적 특징, 성별, 발견 위치 기록과 사진 촬영을 하였고 관찰 결과를 바탕 으로 개체를 식별하였다(Silvy 2012). 번식이 가능한 1년 이상 을 성체, 1년 미만을 미성숙 개체로 구분하여 기록하였고 (Andersen et al. 2004), 관찰이 어려운 새끼고양이는 주민들 의 도움을 받아 직접 확인을 하였다.
직접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열은 월, 행은 개체로 된 매트릭 스를 작성하여 고양이가 관찰된 경우 1, 관찰되지 않은 경우 0으로 기록하였다(Cooch and White 2006, Silvy 2012). 작 성된 매트릭스를 이용하여 포획-재포획법 중 하나인 Huggins 모형으로 성체 개체군을 추정하였다(Cooch and White 2006). Huggins 모형은 이입과 이출에 의한 개체수 변화가 없는 폐쇄 개체군(closed population)을 추정하는 방법으로(Cooch and White 2006), 마라도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고립되었기 때문에 이 모형을 사용하였다. Huggins 모형에서 관찰 확률(p) 과 재관찰 확률(c)이 시간(Mt), 행동(Mb), 관찰 개체의 특이성 (Mh2), 영향 없음(M0)에 따라 변화하는 모델과 이를 조합한 4가지 모델(Mtb, Mth2, Mbh2, Mtbh2)을 분석하여 개체군 크기를 추정 하였다(Otis et al. 1978). 여기서 시간(Mt)은 관찰일별로 관찰 및 재관찰 확률이 변하는 경우, 행동(Mb)은 조사가 반복 됨에 따라 조사자에게 접근 또는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경우, 관찰 개체의 특이성(Mh2)은 시간 또는 행동과 무관하게 각 개 체별로 재관찰되는 확률이 동일한 경우를 가정한 것이며, 영향 없음(M0)은 이상의 시간, 행동, 개체 특이성 등과 무관하게 고 양이의 관찰 및 재관찰 확률이 일정한 경우를 의미한다. 조합된 여러 모델 중 가장 작은 AICc (small sample-corrected Akaike Information Criterion)값과 가장 높은 가중치(model weight)를 가진 모델을 가장 적합한 것으로 선택하였고, 선택 된 모델을 통해 성체 고양이의 개체수를 추정하였다(Otis et al. 1978). 개체수 추정을 위해서는 MARK 프로그램(Cooch and White 2006)을 사용하였다.
3. 포획 및 무선 추적
고양이의 행동권 파악을 위해 2018년 4월부터 5월까지 2개 월간 사람에게 접근하는 개체를 직접 포획하거나 포획틀(live trap, 40×45×108 cm)을 이용하여 고양이를 포획하였다. 포획 틀은 고양이가 많이 관찰되는 마라도 민가 주변에 설치하였고, 고양이용 통조림과 자리돔(Chromis notata)을 미끼로 사용하 였다.
무선 추적발신기는 목걸이 형태의 Felis collar (Ecotone Inc., Poland) 및 Gper (Spacosa Inc., 대한민국) 2가지 기종을 이용하였다. Felis collar는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충전식 전원 을 이용하며, 수집되어 추적기 내에 저장된 GPS 좌표는 추적 중인 개체가 행동권 내에 설치된 수신장치로 접근할 경우 자동 으로 정보를 전송하여 수신장치에 저장되도록 운영했다. 내장 된 배터리를 사용하는 Gper 장비는 수집된 GPS 좌표가 상업 통신망을 통해 서버로 전송되도록 설정하여 해당 개체를 추적 했다. 두 장비 모두 좌표 확보 시간은 10분 간격으로 설정하였 으며, 건물이나 창고 등의 음영 구역에 들어가 있을 경우 다음 시간대에 좌표를 확보하도록 설정하였다. 추적발신기의 무게 가 개체 체중의 5%를 넘으면 야생동물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용하는 발신기의 무게를 고려하여 성체에만 발신기를 부착하였다(Brigham 1988). 추적이 종료된 개체는 가능한 재 포획을 통해 장비를 회수하도록 시도했으며, 총 9개체의 장비 를 회수하였다.
4. 행동권 추정
소수 좌표에 의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무선 위치추적 을 통해 좌표 수가 50개 이상 기록된 개체들의 결과만을 행동 권 분석에 사용하였고(Seaman et al. 1999), 추적한 10개체 모두 이 기준을 충족하였으므로 행동권 분석에 활용하였다. 행 동권 추정에는 커널 밀도 추정법(KDE: kernel density estimation) 50%, 70%, 95%를 이용하였고, 평활 매개변수 h (smoothing parameter)는 reference를 통해 얻어지는 값으 로 고정하였다(Worton 1989, Silvy 2012). 따라서 고정된 커 널(fixed-kernel) 밀도 추정법에 따라 확인된 50% KDE의 결 과는 핵심서식지(core area), 95% KDE는 행동권으로 간주하 였다(Kauhala and Auttila 2010). 행동권 분석은 R program 의 ‘adehabitatHR’패키지(Calenge 2006)와 ArcGIS 10.3 (Esri Inc.)을 이용하였다. 암수 고양이 행동권 크기 차이 분석 을 위해서는 Wilcoxon test을 사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개체수 추정
직접관찰과 포획-재포획법을 이용하여 고양이 개체수를 추 정한 결과 마라도에는 두 방법 모두 총 20마리의 성체가 서식 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Table 1-2). 직접관찰 결과 전체 개체 수는 총 40마리로 성체 20마리, 미성숙 개체 29마리가 관찰되 었으며 이 중 9마리는 조사 기간 중 폐사하였다(Table 1). 어미 와 새끼들로 구성된 총 5개의 가족군을 통해 마라도의 한배새 끼수는 5.00±1.58마리(n=5, 범위: 3-7마리)로 확인하였다.
포획-재포획법 결과 가장 작은 AICc값을 갖는 모델은 시간 과 행동에 따라 개체 발견 확률이 변하는 Mth2가 선택되었으며, 성체 개체군의 크기를 추정한 결과 직접관찰과 동일하게 20마 리(20.39, AICc=180.38, 95% 신뢰한계: 20-24마리)가 추정 되었다(Table 2).
본 연구에서 직접관찰과 포획-재포획법을 이용하여 성체 개 체군의 크기를 추정한 결과, 두 방법 모두 고양이의 성체는 20마리로 추정되었다. 일반적으로 직접 관찰을 통한 개체수 관찰은 모든 개체 확인이 힘들고, 정확도가 낮아 선호하지 않는 방법이다(Silvy 2012). 하지만 본 연구 대상지의 환경은 바다 로 둘러싸여 고립되었으며 섬의 경사가 완만한 지리적 특성상 개체 관찰이 용이하였다. 특히 성체 20마리 중 19마리를 재관 찰하였고 포획-재포획의 결과값이 유사했기 때문에 직접 관찰 결과는 신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유사한 기존의 연구(Bronner and Meester 1987)와 유사한 결론이다.
개체군 추정 결과 성체 20마리, 폐사한 개체를 제외한 미성숙 개체는 20마리가 관찰되었는데, 이를 통해 마라도의 고양이 개체군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되었다(Table 1). 마라 도의 미성숙 개체 폐사율은 31.03%로 기존에 알려진 집고양이 새끼의 폐사율(14.8-48.0%)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된 다(Jemmett and Evan 1977). 따라서 연령구조를 감안할 때 마라도의 고양이 개체군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 행동권 크기 분석
총 20개체의 성체 중 10마리(암컷 4마리, 수컷 6마리)의 행 동권을 추적한 결과, 행동권의 크기는 12.06±6.64 ha (95% KDE)이였으며, 핵심서식지의 크기는 1.60±0.77 ha (50% KDE)로 나타났다(Table 3). 추적 기간 중 좌표 수가 가장 많이 기록된 개체는 7월에 출산을 한 FEL03이였다. 또한, FEL09는 추적 기간에 6개월 미만의 새끼를 포유 중이었다. 핵심서식지 와 행동권의 크기가 가장 큰 개체는 FEL01이였고 가장 작은 핵심서식지는 FEL09, 가장 작은 행동권은 FEL06에서 확인되 었다(Table 3, Figure 2).
국내 고양이 행동권 연구 결과 중 홍도의 고양이는 72.01±100.67 ha (100% MCP)으로 국내 고양이 행동권 가운 데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이들의 행동권은 음식물 쓰레기발생량이 적어 먹이 확보 용이성이 떨어지는 가을철 (72.90±76.47 ha; 95% KDE)이 봄철 행동권(9.16±8.76 ha; 95% KDE)보다 약 8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Bing 2013). 대다 수의 동물 행동권은 먹이 풍부도가 높을수록 작은 것으로 관찰 되었고(Jones and Theberge 1982), 고양이 또한 고양이 급식 소, 쓰레기장과 같이 먹이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곳에서 작은 행동권을 가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Buckmaster 2012). 경주 국립공원의 고양이 행동권 결과에서도 상대적으로 먹이 획득이 힘든 산림지역(28.00 ha; 95% KDE)이 외곽 거주단지에 서식 하는 개체의 행동권(10.00 ha; 95% KDE)보다 큰 것으로 확인 되었다(Lee et al. 2009). 도봉산의 고양이 행동권은 23.39 ±3.49 ha로 이들은 먹이 획득이 용이한 인공구조물 주변을 핵심서식지로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Kim 2015). 마라도 의 고양이 10마리 중 8마리도 먹이를 얻기 쉬운 거주지와 음식 점이 밀집한 곳을 핵심서식지로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Figure 2), 이는 마라도에서 서식지로 활용할 수 있는 절대 면적이 좁다는 점과 더불어 고양이의 행동권이 국내 기존 연구 보다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난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3. 성별에 따른 행동권 분석 및 멸종위기 조류의 포식가능 성 확인
성별에 따른 행동권 차이 비교 결과 핵심서식지의 경우 암컷 1.24±0.49 ha (50% KDE), 수컷 1.84±0.93 ha (50% KDE)이 였고, 행동권은 암컷 11.78±7.97 ha (95% KDE), 수컷 12.23± 7.06 ha (95% KDE)이였다. 핵심서식지, 행동권 모두 수컷이 암컷보다 크게 측정되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Mann-Whitney test, 50% KDE: W=6.00, p=0.257, 95% KDE: W=12.00, p=1.000).
성별에 따른 고양이 행동권의 선행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 반적으로 수컷의 행동권이 암컷보다 3배 정도 크게 나타나지만 (Konecny 1987, Yamane et al. 1994, Goltz et al. 2008, Buckmaster 2012), 먹이원이 풍부한 곳의 수컷과 상대적으로 부족한 암컷의 행동권을 비교한 Lee et al. (2009)의 연구에서 는 암컷의 행동권이 더 크게 나타났다. 암컷 고양이의 행동권은 먹이의 풍부도와 밀도, 수컷의 행동권은 암컷의 분포와 먹이의 풍부도로 정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Hixon 1980), 이런 선행 연구들은 서식지 구조에 따른 먹이자원의 분배가 고양이 의 성별과 무관하게 행동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통 요인임 을 보여준다. 따라서 본 연구 결과 취락지구를 중심으로 서식하 는 마라도의 고양이는 인위적으로 제공되는 먹이가 풍부하여 암수의 행동권 차이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무선 추적을 진행한 고양이 10마리 중 5마리가 뿔쇠오리가 번식하는 절벽에 접근하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 중 수컷이 4개체, 암컷이 1개체(수컷: FEL01, FEL02, FEL08, FEL10; 암컷: FEL04)였다(Figure 3). 섬개개비가 번식하는 곰솔 숲에 접근하는 6마리(수컷: FEL01, FEL02, FEL06, FEL10; 암컷: FEL04, FEL07)도 확인하였다(Figure 3). 따라서 마라도에 번 식하는 멸종위기 조류의 번식지에 고양이가 접근하는 것이 확 인되어, 고양이가 이들을 가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나타났다. Goltz et al.(2008)는 암컷보다 행동권이 큰 수컷이 더 많은 조류를 희생시키는 것을 밝혔는데, 암수의 행동권 크기에 차이 가 발견되지 않고 절대 면적이 좁은 마라도에서는 수컷이 멸종 위기종의 서식지인 마을 외곽에 출현하는 양상이 더 크게 나타 나므로 성별에 따른 주요 활동 지역의 차이가 멸종위기종의 피해 양상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철새 들의 이동 시기, 특히 봄철 이동시기인 4-5월에는 많은 조류가 인가 주변에서 활동하는 것을 감안할 때, 본 연구가 진행된 3-7월 중 마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고양이들에 의한 철새 피 해는 고양이의 성별과 관계없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좁은 면적에 비해 중요한 철새와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지인 마라도는 증가하는 관광객으로 인한 인위적인 간섭의 영향에 더불어 외래포식자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본 연구 는 마라도에 서식하는 고양이의 현황을 처음으로 파악하여 향 후 개체군의 변동을 추적 조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고양이가 마라도의 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므로, 본 조사에서 확인된 이들의 주요 분포와 이동양상, 예상되는 피해 지역 등을 이용하여 고양이의 직접적인 포식압과 조류 피해량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수집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본 조사에서 확인된 개체수와 연령 구조를 바탕으로 향후 고양이의 개체군 요소(한배새끼수, 출생률, 사망률 등)를 추가 하여 고양이 개체군의 생존능력평가(population viability analysis: PVA)를 통해 향후 고양이 개체군이 어떻게 변동하 는지를 예측하고 다양한 관리 방안에 대한 시나리오별 예측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관리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또 각 개체가 포획하는 철새와 야생동물에 대한 자료를 수집함으로써, 마라 도 전체 고양이 개체군의 변화에 따라 야생동물의 전체 피해량 과 그 변화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마라도의 고양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본 조사에서 멸종위기종의 번식지 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개체를 우선 관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격성과 활동성, 번식력을 줄이기 위해 해당 개체에 대한 중성화 수술, 피해동물의 회피를 위한 화려한 부착물 부 착, 특정 구역내(실내, 건물 등) 활동 제한 등의 간접적인 방법 과 안락사 또는 마라도에서의 반출 등과 같은 직접적인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향후 고양이의 개체군 변동 추세에 대한 모니 터링과 조류 피해량의 장기 예측, 멸종위기종의 개체군 변동 등에 관한 연구와 함께, 마라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고양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저감방안 및 고양이 개체군 관리방 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