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국가간 이동하는 철새들은 각기 다양한 번식지와 월동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들의 서식지를 파악하고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종 보호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Martin and Finch, 1995;Burton et al., 2006;Nebel et al., 2008). 특히 멸종위기종의 번식지와 취식지 등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종의 보전 및 관리 를 위한 기초자료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Ueng et al., 2007;Kang et al., 2016).
천연기념물 제205-1호 저어새(Platalea minor)는 국제적인 보호종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IUCN Redlist)에 멸 종위기종(Endangered)으로 지정되어 있다(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2005;BirdLife International, 2017) 저어새 는 동아시아 지역에 제한적으로 분포하며, 대만, 홍콩, 중국, 일본, 제주도 등에서 월동하고, 한반도 서해 무인도서와 중국, 러시아 등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ang et al., 2016;Birdlife International, 2017; Sung et al., 2018). 전 세계 저어새 번식 개체군의 약 93% 정도가 한반도 서해 무인도 서에서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국내 번식지 중 영광 칠산도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번식지가 인천만, 경기만 일 대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won, 2017).
영광 칠산도는 국내 최남단 저어새 번식지로, 섬의 면적이 비교적 넓고, 취식지인 갯벌과 농경지와의 거리도 가까워 번식 여건이 비교적 양호하기 때문에 인천만, 경기만에 집중되어 있 는 저어새 번식 개체군을 분산시켜 국내 번식 개체군 증가에 효과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며(Kwon et al., 2015; Lee et al., 2017), 실제로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번식 개체 군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Kwon et al., 2015;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15;Kwon, 2017). 특히 칠산도 인근의 영광 백수 갯벌은 칠산도에서 번식 한 저어새 및 노랑부리백로(Egretta eulophotes) 개체군에 적 합한 취식지로 알려져 있다(Kim, 2006;Kang et al., 2017;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19).
한편 인천만에 위치한 구지도는 저어새 최대 번식지 중 하나 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100쌍이 넘는 번식 개체군이 확인되었으며(Kwon, 2017), 선행연구에 따르면 2014년도 구 지도에서 번식하여 이소한 저어새 유조는 북한 옹진군과 연안 군 일대 갯벌로 이동하여 서식하였다(Jung et al., 2015). 하지 만 2개체에 불과하여 구지도에서 번식한 개체군들의 다른 서식 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추가적인 서식 지 파악 및 행동권 분석을 통한 서식지 정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야생동물위치추적장치(WCDMA telemetry system)를 이용한 이동경로추적을 활용하여 구지도 와 칠산도에서 번식한 저어새 유조의 서식 지역을 파악하고, 행동권을 분석하여 비교함으로써 각 번식지역의 서식지로 알려 져 있는 북한 황해남도 지역과 영광 백수 갯벌의 서식지 여건이 저어새 행동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 나아가 저어새 보전을 위한 서식지 정보 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1. 연구 지역
연구 지역인 구지도는 남북한의 접경지역인 인천광역시 옹 진군 연평면 연평리에 위치한 무인도서로(37˚38΄14.63˝ N, 125˚40΄53.02˝ E), 국내 저어새 최대 번식지로 알려져 있다 (Kwon, 2017). 인근 유인도인 대연평도와 약 700m 떨어져 있으며, 가장 가까운 육지인 북한 황해남도와 직선거리로 약 15km 정도 떨어져 있다. 칠산도는 국내 최남단 저어새 번식지 로 전라남도 영광군 낙월면 송이리에 위치하고 있으며(35˚19 ΄17.82˝ N, 126˚16΄31.35˝ E), 천연기념물 제389호로 지 정되어 있고, 일산도, 이산도, 삼산도, 사산도, 오산도, 육산도, 칠산도의 7개의 무인도서로 이루어져 있다(Figure 1).
2. 연구 방법
저어새 포획을 위해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상변경허가를 받아 2015년 6월 24일과 27일에 각각 구지도와 칠산도에 입도하여 mist-net을 이용하여 이소 직전 시기의 저어새 유조를 각각 3개체씩 포획 후 야생동물위치추적장치(WT-200, GPS-Mobile phone-based Telemetry built in Solar System, KoEco, Korea)를 부착하였다. 본 연구에서 부착한 WT-200은 30g 이 하이며, 포획한 저어새는 체중이 1kg 이상으로 체중의 3% 이 하였다. 추적기는 테프론 끈을 이용해 개체의 등에 하네스 형태 로 부착하였다(Ueta et al., 2000). WT-200은 GPS가 위치정 보를 수신 및 저장한 후 WCDMA를 통해 상용 이동통신망을 이용하여 송신하는 방식으로, 2시간 간격으로 GPS좌표를 수 신하도록 설정하였고 매일 2차례 위치정보를 수신하였다 (Kang et al., 2015; Tiunov et al., 2018).
3. 행동권 및 통계 분석
구지도와 칠산도에서 번식하여 이소한 저어새 유조의 행동 권 분석을 위해 총 7,987개의 위치정보를 이용 하였으며, 번식 둥지에서 이소 후 월동지로 이동하기 전까지의 위치정보를 분 석에 이용하였다(Table 1). 행동권 분석은 시간대별 위치정보 를 바탕으로 축적된 자료를 활용하여 최소블록다각형법 (Minimum Convex Polygon Method; MCP), 핵심분포추정 법(Kernel Density Estimation; KDE)을 사용하였다. 100% MCP는 개체 좌표의 최외곽선을 연결하여 블록다각형으로 행 동권을 표현하는 분석법으로 주로 이용하지 않은 범위도 행동 권 내에 포함된다는 단점이 있다(Murphy and Dowding, 1995;Walton et al., 2001). KDE는 행동권의 밀도 분포를 곡선으로 표현하는 분석법으로, 95%는 일반적 행동권을 나타 내고 50%는 핵심 행동권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eaman et al., 1999;Walton et al., 2001). 본 연구에서는 100% MCP와 95% KDE, 50% KDE 를 이용하여 저어새 유조 6개체의 행동권을 분석하였으며, 분석은 ArcGIS 10.3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ESRI, 2015).
구지도와 칠산도에서 번식한 저어새 유조를 대상으로 각 번 식지 개체의 행동권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Kruskal-Wallis Test를 실시하였다. 또한 구지도에서 번식한 저어새 유조 3개 체와 칠산도에서 번식한 저어새 유조 3개체의 두 번식지 개체 간의 행동권 크기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Mann-Whitney U-test를 실시하였다. 모든 통계 분석은 R 3.5.1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R Development core Team, 2018).
결과 및 고찰
본 연구는 2015년도에 구지도와 칠산도에서 번식한 저어새 유조의 번식지 행동권을 분석하고, 구지도에서 번식한 저어새 유조 3개체와 칠산도에서 번식한 저어새 유조 3개체의 행동권 을 비교하였다. 구지도에서 번식한 저어새 유조 3개체는 번식 지인 구지도와 북한 황해남도와 강령군 등의 인근 갯벌 지역에 서 행동권을 보였다(Figure 2). 구지도 저어새 유조 3개체의 행동권 크기는(Mean±SD) MCP 425.49±116.95 km2, KDE 95% 43.61±18.51 km2, KDE 50% 7.46±3.68 km2 이었으며 (Table 2), 행동권 크기는 개체 간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Kruskal-Wallis Test, p=0.367). GJ1501 개체의 경우 구지도 저어새 유조 3개체 중 가장 큰 행동권을 보였으며 (Table 2), 핵심 행동권인 KDE 50%는 번식지인 구지도와 북한 황해남도 갯벌, 양식장 등에서 나타났다(Figure 2). GJ1502 개체도 마찬가지로 황해남도 갯벌에서 행동권을 보였 으며, GJ1501 개체의 핵심 행동권 지역으로부터 서쪽으로 약 19km 떨어진 창린도 인근 갯벌 만에서 핵심 행동권(KDE 50%)을 보였다(Figure 2). GJ1503 개체의 경우 다소 작은 행동권을 보였는데, 해주시 벽성군 갯벌 만에서 핵심행동권 (KDE 50%)을 보였으며, 핵심행동권 지역으로부터 북서쪽으 로 약 18km 떨어진 농경지 인근 저수지에서 행동권(KDE 95%)을 보였다.
칠산도에서 번식하여 이소한 저어새 유조 3개체의 행동권 크기는(Mean±SD) MCP 99.38±55.29 km2, KDE 95% 19.87±6.05 km2, KDE 50% 1.16±0.53 km2 이었으며(Table 2), 개체 간의 유의한 행동권 크기 차이는 없었다(Kruskal- Wallis Test, p=0.788). 칠산도 저어새 유조 3개체 모두 칠산 도에서 최단거리 갯벌인 영광 백수 갯벌에서 서식하며 행동권 을 보였으며, 그 중 CS1501 개체는 영광 백수 갯벌에 서식하다 가 부안 지역으로 이동하여 또 다른 행동권을 보였다(Table 2; Figure 3). CS1501 개체는 부안 일대 서해 방조제 지역과 만경강, 동진강 하구 지역에서 행동권을 보이며 핵심 행동권인 KDE 50%는 부안 새만금간척 지역에서 나타났다. 새만금 지 역은 저어새를 포함한 철새들에게 매우 중요한 서식지로 알려 져 있다(Lee et al., 2002;Kang et al., 2011). 한편 CS1502, CS1503 개체는 번식지인 칠산도와 영광 백수 갯벌에서 핵심 행동권을 보이며 서식하였다(Figure 3). 저어새는 얕은 수심의 습지를 천천히 걸으면서 취식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 져 있으며(Yu and Swennen, 2004), 영광 백수 갯벌과 인근 배후습지는 저어새에게 적합한 취식지라고 할 수 있다(Kim, 2006;Kang et al., 2017;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19;Son et al., 2020).
구지도 저어새 유조 3개체와 칠산도 저어새 유조 3개체의 행동권 크기는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Mann-Whitney U-test, p<0.05), 구지도 저어새 유조가 다소 큰 행동권을 보였 다(Table 2). 위치좌표의 최외곽선을 연결하여 행동권을 표현 하는 MCP는 구지도 저어새 유조가 월등히 큰 것으로 볼 때, 구지도 저어새 유조는 북한 황해남도 일대 서식지에 정착하기 위해 칠산도 저어새 유조와 비교하여 더 많은 이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핵심행동권인 KDE 50%도 구지도 저어새 유조 가 더 크게 나타났는데, 칠산도 저어새 유조의 서식지로 영광 백수 갯벌이 황해남도 일대 서식지보다 더 안정적인 서식지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칠산도에서 번식하여 이소한 저어 새 유조 3개체도 본 연구 결과와 유사하게 영광 백수 갯벌에서 주로 서식하며 핵심 행동권을 보였다(Kang et al., 2017). 또한 과거 구지도에서 번식하여 이소한 저어새 유조의 경우 황해남 도 일대에서 갯벌과 유수지 등에서 서식하였지만, 본 연구에서 보인 행동권 지역과 다른 서식지를 이용하였다(Jung et al., 2015).
본 연구에서 야생동물위치추적장치를 이용하여 분석한 저어 새 유조의 행동권은 주로 갯벌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Figure 2;3). 따라서 본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된 행동권 인근 지역에 도로, 건설, 인간의 출입을 제한하는 등 서식지 보호를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 마련이 요구된 다. 한편 한반도에서 번식하는 대부분의 저어새는 주로 비무장 지대와 인천만, 경기만 일대 무인도서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 려져 있으며(Kwon, 2017), 이러한 지역의 번식 개체군들은 이소 후 본 연구의 저어새 행동권 지역인 황해남도 남쪽 갯벌을 서식지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추후 세부적인 서식지 유형 분석을 통해 미소서식지를 파악하고, 저어새 서식지 보존 을 위한 관리방안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