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우리나라 석회암 지역은 전국적으로 산재하고 있으며, 특 히 강원도, 충청북도, 평안남북도, 황해도 및 함경남북도 등 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Kang, 1992). 석회암지대의 토양은 다량의 칼슘과 탄산이온을 함유하고 있어 pH가 높 고 (Larcher, 1975), 단립구조가 발달하여 배수가 잘 되기 때문에 다른 토양보다 쉽게 건조해지는 등의 특성으로 인해 구조와 기능면에서 비석회암 지역과는 이질적인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Kim et al., 1990).
국내 석회암지대의 식생구조 및 특이성에 관한 연구로는 Oh et al.(2002)과 Yun and Moon(2009)의 연구를 제외하 면, 생태계 특이성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지 않다. 국외에서는 Tsugiwo(1969)와 Wentworth(1981) 등이 석회암지역 식생구조의 특이성을 논하였다. Kim et al.(2005)은 덕항산의 식물지리학적 특징으로서, 석회암 나 출환경, 아고산지대와의 인접성 및 지형적 특수성(급경사) 에 의한 다양한 북방계 식물의 잔존서식처임을 논의하였다. 그리고 덕항산 서쪽의 완만한 경사면은 최후빙기 이후 기온 이 상승할 때 남쪽 및 저지대에 분포하던 북방계 식물들의 이동을 용이하게 하였고, 동쪽의 석회암 절벽과 암석지는 양지를 선호하는 종들의 피난처로 오랜 기간 식생 경쟁에 의한 도태압을 적게 받았을 것으로 추측하였다. 이러한 모 암, 식물지리 및 지형적 특이성이 높은 덕항산 일대의 식물 군락에 대한 연구는 현재까지 수행된 바 없다. 본 연구의 목적은 석회암이 나출되어 있는 덕항산지역 주요 산림식생 을 중심으로 그 유형을 분류하고 군락지리적 특성을 논의하 는데 있다.
연구방법
본 연구의 조사지역인 덕항산(1,072.5m)은 Cambro-Ordovice 기의 퇴적층인 조선누층군에 해당하는 상부대석회암층 지 대로 해발 1,000m 이상의 산지로는 남한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노출된 석회암벽이 분포하는 지역이다(Kim et al., 2005). 지리적으로 북위 37° 17´~ 20´, 동경 128° 09´~ 03´에 위치하며, 행정구역상으로는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대이 리에서 태백시 하사미동에 걸쳐 있다. 덕항산의 주능선은 백두대간 줄기에 속하며, 북으로는 청옥산(1,404m), 남으로 는 함백산 (1,573m)과 같은 아고산지와 연결되어 있다 (Figure 1). 주능선 동쪽은 석회암 나출지와 암벽으로 이루 어져 급경사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서쪽은 고위 평탄면으로 이루어져 있다(Figure 2).
식물구계학적으로는 중부아구에 속하며(Lee and Yim, 1978), 군락지리학적으로는 신갈나무-철쭉군목(Rhododendro - Quercetalia mongolicae; Kim, 1990)이 위치하는 냉온대 낙엽활엽수림역에 위치한다(Kim and Lee, 2006). 또한 백 두대간 냉온대 침활혼합림대와 전이대(ecotone)를 이루는 지역이다. 덕항산 일대의 관속식물은 여러 북방계 출현 종 을 포함하며, 총 90과 337속 537종 4아종 46변종 3품종의 590종류가 확인되어 있다(Kim et al., 2005).
식생조사는 석회암지역으로서 2012년 8~9월에 이루어 졌으며 본 조사지역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는 사면 및 능선부를 중심으로 해발을 고려하여 모두 28개소의 조사지 소를 선정한 후, 식물사회학적 전추정법(Braun-Blanquet, 1964)으로 수행하였다. 조사구의 크기는 식물군락 규모와 입지특성을 고려하여 10m×10m 또는 15m×15m, 그리고 암 벽지는 2m×2m를 적용하였으며, 식물군락의 분류는 식생 단위 추출을 위하여 TWINSPAN(Hill, 1979) 분석 후, 종조 성을 기준으로 한 표조작법(Ellenberg, 1956)을 이용하여 도출하였다. 출현한 식물의 종명 및 학명은 Korea Forest Service(2007)을 따랐다.
결과 및 고찰
1.식생 유형
TWINSPAN(Hill, 1979)과 표조작법(Ellenberg, 1964) 을 병용하여 본 조사지역의 산림식생 유형을 구분한 결과, 덕항산 능선부 일대 산림식생은 신갈나무군락군과 소사나 무-솔체꽃군락으로 크게 구분되었다(Table 1). 신갈나무군 락군은 하위단위로 다시 개회나무-조록싸리군락과 소나무- 철쭉군락으로 구분되었고, 개회나무군락-조록싸리군락은 다시 소사나무-회양목군과 까치박달-사창분취군으로, 그리 고 소사나무-회양목군은 다시 들메나무-부채마소군과 털댕 강나무-솔나리소군으로 최종 구분되었다. 이상을 종합하여 보면 덕항산 일대 산림식생의 유형은 1개 군락군, 3개 군락, 2개 군, 2개 소군 등 모두 5개 유형으로 구분됨을 알 수 있었다(Table 1). 특히, Table 1상의 식생단위 1, 2 및 5는 식별종군 8의 구성종인 소사나무, 회양목 등에 의해 특징이 나타나는데, 이들 종은 대부분 석회암지대를 대표하는 종들 이다.
1)들메나무-부채마 유형(Fraxinus mandshurica- Dioscorea nipponica type; Table 1_VU 1)
식생단위 1의 들메나무-부채마 유형은 종군(species group) 1의 신갈나무, 당단풍나무, 생강나무, 쇠물푸레나무, 털대사초의 표징종에 의해 구분된 신갈나무군락군에서, 종 군 2의 개회나무, 조록싸리, 노루귀, 산꿩의다리, 가는잎그 늘사초, 고로쇠나무, 민둥갈퀴, 얼레지, 덕우기름나물, 싸라 기사초의 표징종 출현에 의해 구분된 개회나무-조록싸리 군 락과 종군 3의 소사나무, 회양목, 산조팝나무, 가는잎그늘사 초, 청괴불나무, 둥굴레의 식별종 출현에 의해 구분된 소사 나무-회양목군의 하위단위로 부채마, 알록제비꽃, 넓은잎외 잎쑥, 용둥굴레, 큰꼭두서니, 들메나무, 복자기, 노랑갈퀴, 산박하, 우산나물의 식별종으로 세분된 소군이다. 수반종군 으로는 석회암지대에 분포하는 싸라기사초가 출현하였다. 조사구 수는 7개소이고 군락의 분포특성은 사면경사도 및 노암률이 각각 43±15°, 51±38%인 절험 척박지에 성립하고 있으며 평균해발고는 597±79m이다.
2)털댕강나무-솔나리 유형(Abelia coreana-Lilium cernuum type; Table 1_VU 2)
식생단위 2의 털댕강나무-솔나리 유형은 신갈나무군락 군의 하위로 구분된 개회나무-조록싸리군락과 소사나무회 양목군의 하위단위로 종군 6은 출현하지 않고 종군 7의 솔 나리, 분꽃나무, 털댕강나무, 난사초, 바위종덩굴의 식별종 출현으로 세분된 소군이다. 조사구 수는 8개소이고 군락의 분포특성은 사면경사도 및 노암률이 각각 45±14°, 45±30% 로 나타났으며 평균해발고는 732±208m 이다.
3)까치박달-사창분취 유형(Carpinus cordata-Saussurea calcicola type; Table 1_VU3)
식생단위 3의 까치박달-사창분취 유형은 종군 1의 신갈 나무군락군과, 종군 2의 개회나무-조록싸리군락을 상위단 위로 하면서 종군 3은 출현하지 않고 종군 5의 까치박달, 사창분취, 눈개승마, 미역줄나무, 큰앵초, 노랑무늬붓꽃, 만 리화, 피나무, 자병취의 식별종 출현으로 구분된 소군이다. 조사구수는 8개소이고 평균해발고는 1,032±14m로 전체 식 생단위 중 가장 높은 지대에 나타났으며, 평균경사도는 44±28°이었고, 평균노암률은 48%±28로 비교적 높게 나타 났다.
4)소나무-철쭉 유형(Pinus densiflora-Rhododendron schlippenbachii type; Table 1_VU4)
식생단위 4의 소나무-철쭉 유형은 종군1의 신갈나무군락 군을 상위 단위로 하고 개회나무-조록싸리군락과 대립되는 종군으로 소나무, 철쭉 및 진달래의 출현에 의해 구분된 군 락이다. 조사구수는 3개소이고 평균해발고는 574±196m 다 른 식생단위에 비해 비교적 저지대에 나타나고 있었으며, 평균경사도 또한 23±16°로 가장 낮았고, 노암률은 나타나 지 않았다.
5)솔체꽃 유형(Scabiosa tschiliensis type; Table 1_VU5)
식생단위 1~4는 모두 신갈나무 군락군이 상위에 위치하 고 있으나 식생단위 5의 경우는 석회암 나출 절벽지를 대표 하는 제한적인 요소에 의해서 구분되는 군락이다. 식생단위 5의 솔체꽃군락은 신갈나무군락군의 표징종이 출현하지 않 고, 종군 8의 솔체꽃, 동강할미꽃, 녹빛사초, 돌단풍, 가는대 나물, 구절초, 벌깨풀의 식별종에 의해 구분된 군락이다. 본 단위는 종군4의 소사나무-회양목군의 식별종이 고상재도종 으로 출현하고 있다. 조사구수는 6개소이고 평균해발고가 1,000±78m로 식생단위 3 다음으로 높았으며, 경사도 및 노 암률이 각각 77±6°와 100%로 전체 식생단위 중 가장 높았 다.
2.군락지리학적 특성
덕항산 군락지리형은 중부․산지 산림식생형에 속하는 신 갈나무-생강나무군단의 신갈나무-생강나무아군단에 포함 된다 (Kim, 1992). 신갈나무, 생강나무의 높은 상재도를 고 려할 때 중부․산지형 식생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Table 1). 그리고 배수가 잘되는 약건조지에 출현하는 털대 사초, 가는잎그늘사초 등의 높은 상재도는 석회암지대의 생 육 및 토양환경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북방계 식물인 잣나 무, 분비나무, 전나무, 싸라기사초, 돌좀고사리, 두메개고사 리, 꼬리까치밥나무 및 솔나리 등의 출현은 인접한 아고산 및 석회암 식생의 특성이다. 이러한 결과는 지형적 특이성, 아고산지대와의 인접성, 석회암 지대 등의 특징을 잘 나타내 고 있다. 석회암과 같은 환경적 요인의 이질성은 식물 군락 의 다양성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생각되어 왔으며(Ricklefs, 1977; Grime, 1979; Palmer, 1994), Tilman(1982) 또한 공 간적 분포의 이질성이 종간 경쟁을 배제하는 원인으로 설명 하고 있다. 덕항산의 특이한 식생분포 또한 이러한 원인으 로 생각된다.
군락지리학적으로 주목할 만한 식생단위로 개회나무-조 록싸리군락, 소사나무-회양목군이 있다. 본 연구에서 구분 된 개회나무-조록싸리군락에서 북방계 식물로 알려진 싸라 기사초(Oh, 2006)의 출현이 특이할 만하다. 싸라기사초는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와 함백산의 석회암 나출지에도 출현 하는 것으로 보아 강원지역 석회암 지역에 분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싸라기사초는 숲 내에 자라는 가는잎그늘사초의 모습과 흡사하여 인식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기존 석회암 지대 연구에서 식물군락 구성종으로 기록되지 않았을 가능 성 또한 높다.
소사나무-회양목군은 소사나무의 일반적인 분포역인 서 남해안에서 벗어난 지역에서 출현하여 특이한 식생단위로 생각된다. 소사나무는 일반적으로 아교목성을 띠며 산 능선 부나 해안 암벽에 분포한다. 분포중심인 서남해안지역을 벗 어나 본 조사지역의 아교목층에 넓은 면적으로 우점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다. 소사나무의 내륙 분포는 본 조 사지역 외에도 인접한 강원도 정선과 전라북도 대둔산(Jeon and Chang, 1997; Byun et al., 1999; Kim et al., 2005)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삼척 오십천의 하안단구 지형에 대 한 Yoon et al.(2002)의 연구 결과, 과거 해면이 본 연구지역 에서 직선거리로 약 8km 떨어진 삼척시 상정리까지 분포하 였음을 고려한다면, 덕항산 지역에서 소사나무의 성립이 가 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삼척 오십천을 따라 출현하 고 있는 연안 또는 하안성 식물인 모감주나무와 남방계 식 물요소인 사람주나무의 분포는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Kim et al.(1992)의 가덕도식생 연구에서 구분된 소사나 무군락의 표징종은 소사나무, 아그배나무 및 투구꽃이며, 수반종은 졸참나무, 싸리, 청미래덩굴, 김의털 및 참억새 등 이었다. 그리고 입지조건이 해변의 암반 건조지대라는 점에 서 본 연구의 소사나무-회양목군의 종조성과는 상이한 종조 성을 보인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구분된 소사나무-회양목 군은 소사나무군락의 분포역과 종조성적 측면에서 해안형 과는 상반되는 내륙형 소사나무 식생단위로 취급할 수 있 다.
또한, Yun and Moon(2009)의 석회암 지역 식생연구에 서 회양목에 의한 식생단위는 출현하지 않았다. 물론 본 연 구는 비교적 좁은 지역을 대상으로 수행되어 공간 규모의 차이가 존재한다. 본 식생단위는 간빙기 이후 환경변화에 따라 북방으로 이동하지 못한 식물들이 잔존하여 성립된 것으로 판단되며, 따라서 본 식생단위는 석회암 지역에서만 성립하는 특이 식생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식물군락들은 이웃하는 군락들과 연속적 상호관계를 유 지하며, 또한 서식환경의 상이성에 따라 제각기 독특한 종 조성을 가진다(Kim and Lee, 2006).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 와 같은 식생군락자원의 발굴은 한반도 생태계의 서식지 다양성과 생물다양성 보전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리고 실 체적 단위로서 식물군락의 발굴은 경관생태의 기초단위로 서 지역 및 국가 경관 보전과 관리에 기초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좁은 지역을 대상으로 획득한 덕항산의 군 락지리학적 특이성은 서식지 및 식물지리적 특이성이 결합 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식생학적 측면에서 한반도 군 락 및 서식지 유형 다양성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다양한 북방계 식물의 구성은 온난화와 같은 환경변화 에 의한 생태계 변화 모니터링 장소로도 적합할 것으로 생 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