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양서류는 곤충류, 수서무척추동물, 어류 등의 다양한 생 물을 먹이원으로 하며 그들의 포식자에게 중요한 영양 공급 원이다. 양서류는 먹이사슬에서 중간단계에 위치하며 생태 계 구성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Parris et at., 2009). 세계의 양서류는 서식지 훼손, 환경오 염, 질병, 외래종 침입, 기후 변화에 의해 위협받고 있으며 전세계 양서류의 1/3이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Stuart et al., 2004; Halliday, 2008). 또한 인간에 의해 인위적 소음은 발성 동물인 양서류의 서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번식기 양서류 수컷은 일반적으로 암컷을 유인하거나 다 른 수컷으로부터 자신의 영역을 방어하기 위해 운다(Parris et al., 2009). 양서류 암컷은 수컷의 음성을 통해 동종을 확인하고 짝지을 수컷을 선택한다(Gerhardt and Huber, 2002). 양서류 암컷은 저음을 내는 수컷을 선호하는데 이는 저음을 내는 수컷의 몸집이 크고 경험이 많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Sullivan, 1992; Mitchell, 2001).
그러나 인위적 소음은 발성 기반 번식 동물인 양서류의 울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Barrass, 1985; Forrest, 1994; Warren et al., 2006; Lengagne, 2008). 이는 주로 저주파를 발생하는 배경 소음이 음향 간섭을 발생시켜 양서 류 간 음향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거리를 감소시키기 때문 이다(Parris et al., 2009). 인위적 소음에 의해 활성 거리가 저하되는 경우 마스킹으로 알려진 음향 간섭이 발생하게 된다(Brumm and Slabbekoorn, 2005). 소음에 의한 마스킹 은 배우자 선택을 막고 수컷 사이의 영역권 싸움을 방해할 수 있다(Gerhardt and Klump, 1988; Paez et al., 1993). 만약 배경 소음으로 인해 개체 간 통신을 할 수 없게 되면 서식지 질을 감소시키며 이는 종의 밀도와 분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Sun and Narins, 2005).
양서류 음성 통신은 울음에 대한 에너지 대비 전달거리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발성을 진화시켜 왔다(Wells and Schwarts, 2007). 그러나 배경 소음에 노출된 번식기 개구 리들은 소음에 의해 자신들의 울음이 마스킹되지 않도록 우 는 소리 변경하기도 한다(Given, 1999; Bee and Swanson, 2007; Glenn and Fahrig, 2010). 소음에 노출된 종들은 큰 소리로 울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소리 에 너지는 소리 진폭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몇몇 종들은 소리의 진폭을 키우는 대신 주파수를 변경하여 높은 주파수 로 울음소리를 변경하게 된다(Glenn and Fahrig, 2010).
국내에서 양서류의 생물음향학적 특성에 관한 연구는 주 로 종별 번식기 울음특성에 관한 연구가 전부이었다. 대상 종은 북방산개구리, 금개구리, 수원청개구리로 한정되어 있 었다(Lee, 1999; Sung et al., 2007; Ko, 2011; Kim et al., 2012). 일부 환경에 따른 종별 울음소리의 차이에 대해 밝힌 연구는 있으나, 지리적 격리에 따른 울음소리의 변이(Lee, 1999), 온도, 습도 등 일기 변화에 따른 울음소리 변화(Sung et al., 2007) 등에 한정되어 있어 인위적 환경 변화에 따른 양서류의 울음 특성 변화를 밝힌 연구는 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논습지가 대면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이는 양서류의 중요한 서식기반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도로 개발로 인해 논습지는 파괴되고 단절되었다. 도로개발로 인 한 직접적인 피해 이외에 도로로부터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소음으로 인한 양서류의 피해와 영향범위는 광범위할 것으 로 판단된다. 특히 지속적이며, 저주파를 내는 고속도로 소 음은 매우 먼 거리까지 전달되기 때문에(Kim, 2013) 소음 에 의한 양서류의 영향은 클 것으로 판단되나 이와 관련된 연구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번식 기 북방산개구리를 대상으로 고속도로에 의한 소음지역과 자연지역에서 울음소리의 차이가 있는지 밝히고 향후 양서 류 서식환경 보존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연구대상지 및 방법
1.연구대상지
연구대상지는 강원도 원주시 영동고속도로 주변 논 2개 소와 산림 내 주변의 소음 영향이 없는 자연지역 논 2개소를 선정하였다(Figure 1). 연구대상지와 인접한 영동고속도로 는 1971년 12월에 개통된 구간으로 인근 논은 41년간 고속 도로 소음에 의해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자연지역 논은 산림으로 둘러쌓인 계곡부로 인위적 소음이 없는 지역이었 다. 각 대상지별 울음소리 녹음은 개구리 상호간 울음의 영 향을 피하기 위해 1km이상 거리를 두었다.
세부지역별 특성을 살펴보면 A지역은 고속도로와 직선 거리 160m 떨어져 있는 자연지형 논이며 고속도로에서 점 진적으로 낮아지는 지형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A지역은 고 속도로와 인접해 있으나 산림이 고속도로와 논 사이에 돌출 된 형태로 입지하고 있고 계단형 논 구조에 의해 다단이 논이 낮아지고 있어 실제로 인접거리에 비하여 고속도로 소음이 완화된 상태로 들리는 지역이었다. B지역은 고속도 로와 80m 거리에 인접해 있으면서 고속도로 사이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어 직접적으로 고속도로 소음이 전달되는 지역 이었다.
C지역과 D지역은 고속도로로부터 1km이상 떨어진 지역 이고, 모두 산림에 의해 위요된 자연지형 논으로 산림 외부 로부터의 소음은 전달되지 않았다. C와 D지역의 경우 2차 선 도로와 논이 연결되어 있으나, 이 도로의 끝은 산으로 막힌 진입도로 이었기 때문에 도로 소음에 대한 영향은 거 의 없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실제로 녹음을 진행할 당시 이 구간을 통과하는 차량은 없었다.
2.고속도로 소음 및 북방산개구리 울음 녹음
북방산개구리 울음 녹음은 2014년 2월 24일, 2월 27일, 3월 14일에 녹음하였고, 개구리들이 번식기 울음을 시작한 일몰 직후 18:30~20:00에 녹음하였다. 녹음 당시 기온은 7~12℃이었으며 바람이 불지 않는 맑은 날씨이었다. 개구 리 울음 녹음은 Idam PRO U11 Digital voice recorder를 이용하였다. 녹음 파일 포맷은 PCM-48kHz의 24bit로 세팅 하였다. 마이크는 녹음기에 내장된 10mm 지향성 마이크 2대를 사용하였고 윈드스크린을 장착하였다.
녹음은 북방산개구리의 울음이 명확히 들리는 논을 대상 으로 지면에 녹음기를 설치하였다. 녹음기를 설치할 당시 개구리들이 울음을 멈추는 인위적 영향을 피하기 위해 녹음 기를 설치한 이후 연구자는 대상지를 벗어났으며, 30분 이 상 경과 후 대상지로 가서 녹음기를 회수하였다. 녹음 조건 은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수행하였으며 고속도로 소음 이외에 녹음에 영향을 줄 만한 다른 요인은 없었다 (Mendes et al, 2011).
3.고속도로 소음 및 북방산개구리 울음 분석
고속도로 소음 및 북방산개구리 울음 분석 프로그램은 Adobe Audition CC(version 6.0)을 이용하였다(Bee and Swanson, 2007). A지역과 B지역의 고속도로 소음은 녹음 된 구간 중 sonogram을 확인하여, 개구리 call이 녹음되지 않은 구간에 대해 주파수 분석 그래프를 이용하여 분석하였 다.
북방산개구리 울음은 30여 분의 녹음에서 무수히 많은 개구리 소리가 녹음되었는데, 녹음기 설치에 따른 영향을 제외하기 위해 초반 5분 동안 녹음된 call은 제외하였다. 나머지 call에 대해서는 sonogram을 확인하여, 그 중 주변 소음이 너무 심하거나, 일반적인 call의 패턴과 명백한 차이 가 있는 울음소리를 제외하고 처음 100개 call의 주파수를 분석하였다. B지역의 경우 고속도로 소음에 의한 마스킹으 로 인해 개구리 울음의 파악이 불명확한 call이 많아 86개의 call만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주파수 분석은 call의 중앙 부에서 주파수 분석 그래프를 이용하여 주파수의 진폭이 가장 큰 기음(fundamental frequency)과 이 후 나타나는 배 음(harmonic frequency)들의 주파수를 추출하였다. 현장에 서 채집한 북방산개구리의 기음은 약 650Hz에서 705Hz에 서 형성되는데, 이 주파수 영역대는 인근 고속도로의 자동 차 소음과 주파수대가 겹쳐 일부 call의 경우 개구리 소리와 자동차 소음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본 연 구에서는 기음 주파수보다 주파수가 두 배에서 생기는 제 1배음의 주파수를 추출하여 분석하였다. 4개 지역에서 채집 한 북방산개구리 울음소리 주파수는 분산분석(analysis of variance: ANOVA)을 이용하여 비교분석하였다.
결과 및 고찰
1.고속도로 소음 분석
A지역은 250Hz에서 소음의 피크가 형성되어 있었으며, 500Hz 이하의 저주파 영역에서 명확한 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Figure 2). 그러나 500Hz 이상의 영역에서 는 소음의 세기가 급격히 약해지고 있었다. 이는 A지역이 고속도로와 160m 떨어져 있으면서, 계단형 논으로 점진적 으로 낮아지고 있었고, 특히 논 바로 앞부분에 돌출된 산림 에 의해 논이 가려져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 중 높은 주파수대의 소음이 차단되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B지역 은 900Hz에서 소음의 피크가 형성되어 있었으며, 2500Hz 영역까지 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B지역의 sonogram과 주파수 분석 그래프를 보면 3800Hz, 2200Hz, 900Hz, 300Hz 이하에서 명확한 주파수 봉우리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는 고속도로 내 각기 다른 차선에서 달리고 있는 차량의 소음이 거리에 따라 구분되어 전달되기 때문으로 판단되었다. 이는 A지역과 B지역이 둘다 고속도로와 인접 한 양서류 서식처이나 지형조건의 차이로 인해 고속도로 소음 영향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2.북방산개구리 울음 분석
북방산개구리의 번식기 울음은 자연지역(C, D지역)에서 는 700Hz대에서 기음이 형성되었으며, 2~4개의 주파수 스 펙트럼 상 명백하게 구분되는 배음이 관측되었다(Figure 3). 고속도로 소음지역 중 B지역에서 채집한 개구리 call은 주 파수 스펙트럼 상 명백하게 구분되는 배음이 2~7개까지 관 측되었다(Figure 4). 이 결과는 개구리들이 발음구조를 바 꿔 기음의 주파수를 올리지 않고도 고음역대의 소리를 만들 어 내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즉, 기음의 주파수를 올리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기음보다 높은 주파수 의 배음 개수를 늘림으로서 에너지 효율적으로 자동차 소음 에 의한 음향 간섭을 피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3.자연지역과 소음지역 울음 특성 비교
4개 관측지점에 대한 분산분석 결과, 4 지점의 개구리 call의 첫 번째 배음의 주파수는 유의수준 1%에서 통계적으 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F = 31.221, d.f. = (3, 382), 유의확률 < 0.000) (Table 1). Tukey 사후검정 결과, 고속도 로와 인접한 B지역에서 채집된 개구리들이 다른 세 지역의 개구리들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음으로 우는 것으로 나타났 다(Figure 5). B지역 개구리의 평균 주파수는 1500.2Hz로 다른 세 지역의 평균 주파수보다 유의수준 5%에서 통계적 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나머지 세 지역에서 채집된 개구 리 call 주파수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와 인접한 A지역은 B과 달리 다른 자연지역과 통계적 차이가 인정되지 않았는데 이는 A지역이 도로와 인 접해 있으나 지형의 단차가 있고 산림으로 막혀 있어 고속도 로 소음에 의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B지역의 경우 A지역보다 도로와 가까운 위치에 있고 그 사이가 개방되어 있어 고속도로 소음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지역이었기 때문에 A지역보다 개구리들이 주파수 범위를 높혀 우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결과는 어느 정도까 지의 소음 수준에서는 개구리가 call 패턴을 변경하지 않다 가 일정 수준이상의 소음 수준이 있을 때 call 패턴을 변경하 기 때문으로 판단된다(Glenn and Fahrig, 2010). 따라서 양 서류의 안정적인 번식활동을 위해서는 음향 간섭으로 인한 call의 변경에 드는 에너지 소비를 막을 수 있도록 하는 임계 수준 이하로 소음을 줄이는 것이 대책이 필요하다.
4.고찰
주변 소음으로 인한 개구리 울음소리의 영향은 암컷에게 들릴 수 있는 수컷의 소리의 전달거리를 축소시키며, 저주 파에 해당하는 소음을 피하기 위해 수컷 개구리는 울음의 기음의 주파수를 높일 뿐만 아니라 배음의 숫자를 늘려 고 주파 영역의 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양서류 수 컷의 번식울음은 생애주기에서 가장 에너지 소비적인 활동 이며(Pough et al., 1992), 양서류는 울음에 대한 에너지 대 비 전달거리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발성을 진화시켜 왔다 (Wells and Schwarts, 2007). 따라서 소음으로 인한 음향간 섭을 피하기 위해 양서류가 최적화된 발성 특성을 변화시키 는 것은 그 만큼 추가적인 에너지 소모가 필요하고, 이로 인해 양서류의 서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 다.
또한 양서류는 낮은 소리로 울수록 몸집이 크고 경험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짝짓기 성공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Sullivan, 1992; Mitchell, 2001), 수 컷이 자동차 소음을 피해 높은 소리로 울었을 때 실제 짝짓 기에 성공할 확률이 낮아져 장기적으로 개체수 감소를 불러 올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고음을 내는 수컷의 번식 성공률 이 낮다면, 수컷이 발음구조를 기음은 낮게 유지한 채 배음 을 더 많이 만들어 내도록 발음구조를 변경할 가능성도 있 다. 이는 본 연구에서 북방산개구리가 고속도로 소음 환경 에서 자연지역보다 고주파 영역에서 더 많은 수의 주파수 봉우리를 만들어 내었다는 결과에서 유추가 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개체와 개체군 수 준 모두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유전적 차이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Barrass, 1985; Sun and Narins, 2005; Bee and Swanson, 2007).
본 연구를 통해 고속도로와 인접한 두 지역 간에도 소음 의 정도 차이에 따라 Call의 주파수 변화에 차이가 있었으며 이는 개구리가 울음 소리의 패턴을 변경하는 임계 소음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인공적인 소음에 의한 개구리 번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임계수준 이하로 관리하 는 것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개구리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소음의 영향권 내에 서식하는 음성통신 동물들의 교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연구가 지속 되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각 종별 생물음향학적 특성과 더 불어 고속도로 소음의 영향권에 대한 개별 연구도 진행되어 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