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조류의 번식지 이탈은 번식 개체가 번식지에서 이소하여 번 식 개체군 무리에서 다른 장소로 분산하는 것을 의미하며 (Koford et al., 1994), 특히 유조들은 가을철 이동 경로와 관 계없이 번식지로부터 다양한 방향으로 분산하여 서식하는 것으 로 알려져 있다(Kushlan and Hancock, 2005). 일반적으로 유조의 경우 성조와 비교하여 먹이지원에 대한 경쟁에서 뒤처 지며, 상대적으로 높은 포식압을 보인다(Hancock and Elliott, 1978;Wiens et al., 2006). 따라서 유조의 이동 경로 및 서식 지를 파악하는 것은 조류의 생활사 관점에서 개체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Roff, 2002;Alerstam et al., 2006;Davies and Restani, 2006;Kays et al., 2015).
노랑부리백로(Egretta eulophotes)는 동아시아 지역에 제한 적으로 분포하는 종으로 천연기념물 제361호로 지정되어 있으 며(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2005), 세계자연보전 연맹 적색목록(IUCN Redlist)에 취약등급(VU, Vulnerable) 으로 지정되어 있다(BirdLife International, 2016). 노랑부리 백로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월동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BirdLife International, 2016), 중 국, 러시아 그리고 한반도 서해 무인도서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Litvinenko and Shibaev, 2000;Yin and Lei, 2002;Guo-An et al., 2005;Kang et al., 2013). 국내 번식지 의 경우 목도, 서만도, 황서도, 납대기섬, 칠산도 등이 주요 번 식지로 알려져 있다(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2006;Kang et al., 2013).
칠산도는 전라남도 영광군에 위치한 노랑부리백로 번식지로 2016년 이후 매년 100쌍 이상의 번식 개체군이 번식하는 것이 확인되었으며(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20), 칠산도 인근의 백수 갯벌은 노랑부리백로와 저어새(Platalea minor)를 포함한 다양한 철새의 취식지로 알 려져 있다(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19;2020). 특히 조류 모니터링 조사 및 야생동물위치추적장 치를 활용한 선행 연구에 따르면 칠산도에서 번식하여 이소한 저어새 유조는 주로 백수 갯벌에서 서식하였다(Kang et al., 2017;Son et al., 2020a;2020b). 하지만 아직까지 칠산도에 서 번식한 노랑부리백로 유조의 이소 후 이동 경로 및 서식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야생동물위치추적장치를 이용한 이동 경로추적을 활용하여 2018년도와 2019년도에 칠산도에서 번 식하여 이소한 노랑부리백로 유조의 하절기 이동 경로를 파악 하고, 행동권 분석을 통해 선호하는 서식 지역을 분석하여 노랑 부리백로 유조의 보전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연구대상지인 칠산도는 전라남도 영광군 낙월면 송이리에 위치한 무인도서로(35˚19΄17.82˝ N, 126˚16΄31.35˝ E), 가장 가까운 육지와 직선거리로 약 6.5km 떨어져 있다 (Figure 1). 칠산도는 일산도부터 칠산도까지 7개의 무인도서 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산도와 칠산도를 제외한 5개의 섬에서 조류가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Son et al., 2021). 칠산 도는 노랑부리백로와 저어새의 번식지 보호를 위해 섬 전체를 천연기념물 제389호로 지정하여 공개제한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다(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2005).
2. 연구 방법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백로 포획 및 야생동물위치추적장치 부착을 위해 문화재청으로부터 사전에 현상변경허가를 받아 2018년도와 2019년도에 칠산도에 입도해 mist-net을 이용하 여 이소 직전 시기의 노랑부리백로 유조를 각각 3개체씩 포획 후 야생동물위치추적장치(WT-300, GPS-Wideband 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Telemetry System built in Solar System, KoEco, Korea)를 부착하였다. 포획한 노랑부리백로 는 무게와 크기 등 형태적 특징을 측정한 후 야생동물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하였으며, 개체의 등에 테프론 리본으로 하네스 (harness) 형태로 부착하여 방사하였다(Ueta et al., 2000).
본 연구에서 사용한 야생동물위치추적장치(WT-300)는 GPS가 위치정보를 수신 및 저장한 후 WCDMA를 통해 상용 이동통신망을 이용하여 송신하는 방식이 적용되어 있으며, GPS 위치정보는 4시간 간격으로 1일 6회 수신하고, 1일 1회 위치정보 데이터를 전송하도록 설정하였다.
3. 행동권 분석
2018년도와 2019년도에 칠산도에서 번식하여 이소한 노랑 부리백로 유조 총 6개체의 하절기 행동권 분석을 위해 번식지 를 이탈한 시기부터 하절기 동안의 위치정보를 분석에 이용하 였다(Table 1). 이소한 노랑부리백로가 이동 후 12시간 이상 서식한 지역의 위치좌표를 모두 합산하여 행동권 크기를 분석 하였다(Van der Winden et al., 2012;Rappole, 2013). 행동 권 분석은 시간대별 축적된 위치좌표를 바탕으로 핵심분포추정 법(Kernel Density Estimation; KDE)을 사용하였다. KDE 분석은 행동권의 밀도 분포를 선과 같은 곡선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95%는 일반 행동권을 나타내고, 50%는 핵심 행동권 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Walton et al., 2001;Son et al., 2020b). 본 연구에서는 노랑부리백로 유조 6개체의 행 동권 분석을 위해 KDE 95%와 50%를 이용하였으며, 분석은 ArcGIS 10.3 프로그램과 R 3.5.1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 (ESRI, 2015;R Development core Team, 2018).
결과 및 고찰
본 연구는 2018년도와 2019년도에 칠산도에서 번식한 노랑 부리백로 유조 6개체의 이소 후 하절기의 이동 경로 및 서식지 행동권을 파악하였다. 2018년도와 2019년도에 번식한 노랑부 리백로 유조 중 CE1903개체를 제외한 5개체 모두 수컷이었으 며, 야생동물위치추적장치 부착 당시 개체 무게는 다음과 같다 (Table 1). CE1801 개체의 경우 2018년 7월 25일에 번식지를 이탈하여 영광 백수 갯벌에서 서식하다 8월 10일 고창 지역의 갯벌로 북상하여 하루 체류 후 11일 군산 새만금 지역의 갯벌 을 경유하여 다시 영광 백수 갯벌로 남하하여 정착하였다 (Table 2; Figure 2). 핵심 행동권 KDE 50%는 영광 백수 갯벌 일대에서 나타났다(Table 2). CE1802 개체는 번식지를 이탈한 후 영광 백수 갯벌에서 5일 동안 서식하고 7월 25일 고창 지역의 갯벌로 북상하였으며, 잠시 머문 뒤 서산과 당진 지역을 경유하여 태안 지역의 갯벌에서 핵심 행동권을 보였다 (Figure 2). CE1803 개체 역시 번식지인 칠산도를 이탈하여 영광 백수 갯벌에서 행동권을 보이다 북상하여 군산 새만금 지역의 갯벌에 이틀간 체류한 후 태안 신진도 인근 갯벌로 이동 하였는데, 6개체 중 가장 큰 핵심 행동권을 보였다(Table 2; Figure 2).
2019년도에 칠산도에서 번식하여 이소한 노랑부리백로 유조 3개체 중 CE1901 개체는 CE1801 개체와 매우 유사한 하절기 행동권을 보였는데, 2019년 7월 23일 번식지 이탈 후 영광 백수 갯벌에서 8월 2일까지 서식하다가 고창, 군산 새만금 지역을 경유하여 다시 영광 백수 갯벌로 회귀하였으며, 핵심 행동권인 KDE 50%는 영광 백수 갯벌 일대에서만 나타 났다(Table 2; Figure 3). 이 개체들은 다른 서식지를 찾기 위해 이동을 하였다가 다른 개체와의 먹이원 경쟁이나 환경 등의 이유로 오랜 시간을 소요하지 않고 회귀한 것으로 보인다 (Anders et al., 1997;Robinson et al., 2004). CE1902 개체 와 CE1903 개체의 경우 번식지 이탈 후 북상하지 않고 남하하 였는데, CE1902 개체는 영광 백수 갯벌에서 남하를 시작하여 신안 암태도와 해남 금호호 등지에서 이틀간 머문 뒤 완도 지역 으로 이동하여 핵심 행동권을 보였다(Figure 3). CE1903 개체 는 번식지인 칠산도를 벗어난 후 영광 백수 갯벌에서 주로 행동 권을 보이다가 신안 지역으로 남하하여 이틀간 서식한 뒤 다시 영광 백수 갯벌 일대로 회귀하였다(Figure 3). CE1903 개체의 경우 가장 작은 핵심 행동권을 보였는데, 하절기 동안 주로 영광 백수 갯벌에서 행동권을 보이며 안정적으로 서식한 것으 로 보인다. 노랑부리백로는 얕은 수심의 습지를 천천히 걸으면 서 취식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Aboushiba et al., 2013), 영광 백수 갯벌은 노랑부리백로에게 적합한 취식 지라고 할 수 있다(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19;2020). 또한 노랑부리백로의 최대 번식지 중 하나인 납대기섬은 영광 지역의 갯벌이 최단거리 취식지이기 때문에 납대기섬에서 번식한 번식 개체군 역시 영광 일대 갯벌 에 서식할 가능성이 높아 노랑부리백로 보전을 위해 매우 중요 한 지역이다(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20).
본 연구에서 노랑부리백로 유조는 이소 후 하절기 동안 안정 적인 서식지를 찾기 위해 서해안 갯벌 지역을 중심으로 넓은 행동권을 보이며 많은 이동을 한 것을 알 수 있다(Figure 2;3). 따라서 본 연구 결과를 통해 노랑부리백로 행동권 인근 지역의 갯벌과 섬 지역에 개발을 제한하고 인간의 출입을 최소 화하여 노랑부리백로의 생존 개체수 보전을 위한 안정적인 서 식환경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추가 적인 이동 경로 연구를 통해 체계적인 보전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