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의 약 63% 이상이 산림지역으로 이루 어져 있어 한반도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지위는 매우 높다 (Korea Forest Service, 2016). 특히 산림은 경관, 지형, 문화 재 등 다양한 자원들이 산재해 있으며, 그 중에서도 생물자원들 에 있어서는 생태적 거점으로서 보호 가치가 높은 중요한 역할 을 수행하고 있다(You et al., 2017).
한반도의 산지를 전통적인 지리인식체계로 구분하면 1대간 1정간 13정맥(남한 9정맥)이며(Lee et al., 2007), 본 연구대상 지인 낙남정맥은 경상남도 남부지역에 동서로 이어지는 산줄기 이다. 지리산국립공원으로부터 시작되는 낙남정맥은 경상남도 김해시의 분산까지 길이가 약 236.8km로 연결되어 있으며, 국토 최남단에 형성되어 있는 생태축이자 서식지로서 야생동물 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곳이다(Oh et al., 2007). 하지만 백두대간에 비해 정맥은 보전 을 위한 인식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며 인간의 간섭과 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Kim et al., 2008;Lee and Lee, 2013).
정맥에 관한 연구는 Seo and Lee (2010), Oh et al. (2014), Choi et al. (2014), Oh et al. (2016), Son and Eum (2019), Kim et al. (2020) 등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식물 상 및 식생, 훼손지에 관한 연구가 주로 수행되었으며, 조류를 포함한 동물에 관한 연구는 Han et al. (2016)에 의해 수행된 낙동정맥 서식지 유형별 조류군집 연구와 산림청에서 실시한 자원실태와 변화 연구(Korea forest service, 2018) 외에는 전 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낙남정맥의 서식지 유형별 조류군집 분석을 통해 국내 최남단에 형성되어 있는 야생동물 의 중요 생태축인 낙남정맥의 체계적인 관리 및 보전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실시하였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본 연구 대상지인 낙남정맥은 지리산 영산봉에서 시작하여 김해시 분산까지 연결된 산줄기로서 길이가 약 236.8km에 이 르며 경상남도 10여 개 시·군에 걸쳐 있다. 낙남정맥의 지형, 환경특성 등을 고려하여 6개의 중점조사지역(길마재, 천왕산, 여항산, 무학산, 천주산, 신어산)을 선정하였다(Figure 1).
서식지유형별 조류 군집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각 중점조 사지역별로 서로 다른 사면에 개발지, 계곡부, 임도 각 2개씩 주요산별로 각 6개의 총 36개의 고정조사구를 선정하였다. 개 발지 같은 경우에는 산림 임연부 지역의 농경지를 포함하여 식 생이 존재하고, 마을, 도로 등 인간의 간섭이 다소 발생되는 지역을 선정하였다. 본 연구에서 분석의 편의를 위해 개발지는 A1, A2, 계곡부는 B1, B2 임도는 C1, C2로 구분하였다. 고정 조사구는 서식지유형의 특성, 식생, 조류 서식 환경 등을 고려하 였으며, 겨울을 제외한 계절별 조사결과(5월, 8월, 10월)를 반영 하여 서식지 유형에 따른 조류 군집을 분석하였다.
고정조사구 좌표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GARMIN GPSmap 62s)를 이용하여 고정조사구 중심지점의 좌표를 획득하여 기록하였다(Table 1).
2. 조사분석
1) 조사방법
조류조사는 각 중점조사지역에서 선정된 고정조사구를 중심 으로 2인 1조로 조사를 하였다. 한 명은 쌍안경(Vortex 8×42) 으로 관찰된 종과 개체수를 파악하였으며, 다른 한 명은 기록하 며 이동하는 조류를 조사하였다. 조사범위는 고정조사구(개발 지, 계곡부, 임도) 좌표를 중심으로 50x300m 직사각형 면적을 설정하였다(Figure 2). 고정조사구 조사 시 중앙을 이동경로로 선정하여 좌우 25m를 선조사법과 정점조사법을 병행하여 실 시하였으며, 조사경로가 한쪽 방향으로 치우친 경우 고정조사 구 중앙에 가상의 이동경로를 선정하여 조사하였다(Bibbly et al., 1992). 정점조사는 30분을 원칙으로 시작지점, 150m지점, 300m지점을 각 10분씩 조사하였으며, 종 동정 및 분류체계는 Lee et al.(2014)에 의거 서식지 유형별로 구분하여 정리하였 다. 또한 고정조사구 내 서식 조류의 길드분석을 위하여 관찰된 조류의 행동 및 관찰 위치를 구분하여 기록하였다.
2) 분석방법
조류군집분석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서식지 유형별로 종 수, 개체수, 우점도(Dominance), Shannon and Weaber(1949)에 의한 공식을 이용하여 종다양도 지수를 산출 하였고, 길드 분석을 하였다.
길드(Guild)는 ‘동일한 자원을 유사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종들의 모임’이라고 Root(1967)에 의해 최초로 정의된 이후로 다양한 장점 때문에 많은 연구에서 이용되어 왔으며, 특히 조류 군집 분석에 많이 사용된다(Simberloff and Dayan, 1991). 또한 산림환경 내 자원이용 패턴을 분석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개념이다(Rhim and Lee, 2000). 길드의 기준과 분류 는 연구자의 주관적 판단이 수반되며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Hawkins and MacMahon, 1989). 하지만 길드는 군집의 시· 공간적 생물학적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Lee and Park, 1995).
본 연구에서는 둥지를 짓는 장소인 영소길드와 먹이를 먹는 장소인 채이길드로 분류하여 분석하였다(Table 2). 영소길드 와 채이길드 분류는 선행연구를 참고하여 본 연구대상지에서 이용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정하였다.(Lee and Park, 1995;Park and Lee, 2001;Kim et al., 2008;Yu et al., 2010;Han et al., 2016). 영소길드와 채이길드의 자원이용 빈도수에 대해 통계적 유의성을 파악하기 위해 Pearson Chi-square test 검정을 수행하였으며 SPSS 26.0 version을 사용하였다.
결 과
1. 낙남정맥의 서식지 유형별 조류서식 현황
2018년 낙남정맥의 중점조사지역인 6개 주요 산을 조사한 결과 전체 출현한 조류는 총 48종 1,181개체이었다. 각 서식지 유형별 출현한 조류는 개발지(A)에서 35종 567개체로 가장 많았으며, 임도(C) 32종 273개체, 계곡부(B) 31종 341개체, 순이었다(Table 3, Figure 2). 종다양도 지수는 임도에서 2.66 으로 가장 높았으며, 계곡부 2.65, 개발지 2.32 순이었다.
개발지의 최우점종은 32.45%로 참새(Passer montanus)였 으며, 큰부리까마귀(Corvus macrorhynchos, 21.52%), 붉은 머리오목눈이(Paradoxornis webbianus, 7.05%), 까치(Pica pica, 6.88%), 직박구리(Microscelis amaurotis, 6.17%) 순 으로 상위 5%이상 우점하였다.
계곡부의 최우점종은 24.63%로 붉은머리오목눈이였으며, 직박구리(11.44%), 참새(9.99%), 박새(Parus major, 8.50%), 큰부리까마귀(7.92%), 까치(7.33%) 순으로 상위 5% 이상 우점하였다.
임도의 최우점종은 23.81%로 붉은머리오목눈이였으며, 직 박구리(12.09%), 박새(11.36%), 큰부리까마귀(9.89%), 참새 (8.79%), 멧비둘기(Streptopelia orietalis, 6.59%) 순으로 상 위 5%이상 우점하였다.
2. 길드 분석
1) 낙남정맥의 서식지 유형별 영소길드(Nesting guild) 분석
낙남정맥에서 서식하는 조류군집의 영소길드 분석결과 수관 층(Canopy)이 33.3%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수동(Hole) 22.9%, 관목층(Bush) 20.8%, 기타 영소길드 16.7%순으로 확 인되었다. 또한 영소길드 군집구조와 자원이용 빈도수 사이에 서식지 유형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Pearson Chi-square test, χ2=16.681, p<0.05). 개발지에서는 수관층에 속한 군집의 빈 도가 128회(65.6%)로 다른 영소길드에 비해 높은 경향을 나타 냈고, 수동 36회(18.5%), 관목층 20회(10.3%), 기타 영소길드 11회(5.6%)의 경향을 보였다.
계곡부에서는 수관층에 속한 군집의 빈도가 103회(53.1%) 로 가장 높은 경향을 나타냈으며, 수동 47회(24.2%), 관목층 32회(16.5%), 기타 영소길드 12회(6.2%)의 경향을 보였다.
임도에서는 다른 영소길드와 마찬가지로 수관층에 속한 군 집의 빈도가 76회(48.1%)로 가장 높았으며, 수동 52회 (32.9%), 관목층 24회(15.2%) 기타 영소길드 6회(3.8%) 순의 경향을 보였다(Table 4, Figure 3).
2) 낙남정맥의 서식지 유형별 채이길드(Foraging guild) 분석
낙남정맥에 서식하는 조류군집의 채이길드 분석결과 관목충 (bush)과 수관층(canopy)이 35.4%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기타 채이길드 27.1%순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채이길드 군집 구조와 자원이용 빈도수 사이에 서식지 유형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Pearson Chi-square test, χ2=16.217, p<0.005). 개 발지에서는 관목층(bush)에 속한 군집의 빈도가 107회 (54.9%)로 다른 채이길드에 비해 높은 경향을 나타냈으며, 수 관층(canopy) 79회(40.5%), 기타 채이길드 9회(4.6%)의 경향 을 보였다. 계곡부에서는 수관층에 속한 군집의 빈도가 96회 (49.5%)로 가장 높은 경향을 나타냈으며, 관목층 87회 (44.8%) 기타 채이길드 11회(5.7%)의 경향을 보였다. 임도에 서는 계곡부와 마찬가지로 수관층에 속한 군집의 빈도가 96회 (60.8%)로 가장 높은 경향을 나타냈으며, 관목층 59회 (37.3%), 기타 채이길드 3회(1.9%) 순의 경향을 보였다(Table 5, Figure 4).
고 찰
산림생태계에서 산림환경구조에 따라 조류는 서식지 선택, 종 구성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arr and Roth, 1971;Cody, 1981;Lee, 1996;Yu et al.,2010). 또한 임도 및 산림과 이어진 도로와 같이 인간의 간섭으로 인하여 발생한 서식지의 축소는 조류 서식지의 감소효과나 이동 등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Ambuel and Temple, 1983;Hanowski and Niemi, 1995). 결과적으로 산림 내에 형성되어 있는 환경 특성에 따라 서식 조류군집의 차이가 발생 하며 이를 고려한 조사방법의 개발이 필요하다(Paek et al., 2003).
본 연구 결과 산림 생태계 내 조류 서식지 유형별(개발지, 계곡부, 임도)로 종, 개체수, 종다양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종과 개체수는 개발지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었으며, 이는 서식지 자 원의 다양성 및 환경적 특성에 따라 생물종 다양성이 증가한다 는 중간교란가설(Kim et al., 2008;Han et al., 2016)을 방증 하는 결과로 생각된다. 계곡부는 서식지 환경이 습기가 많은 흙, 이끼, 나무뿌리 등 산림성 조류의 중요한 영소자원 및 무척 추동물, 곤충, 지렁이 등 먹이원을 제공하는 지역으로(Snow, 1958;Han et al.,2019) 낙남정맥 내에서 박새, 붉은머리오목 눈이, 직박구리 등 수관층 및 관목층을 선호하는 조류에게 영향 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임도지역에서 주로 관찰된 흰배지빠 귀, 되지빠귀를 비롯한 산새류는 임도개설 후 천이된 초본류가 우점한 구간의 토양층에서 먹이를 먹는 모습이 주로 관찰되었 으며 임도구간에 형성된 대경목 임목이 지빠귀류를 비롯하여 다양한 조류에게 충분한 영소자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판단된 다.
조류의 종다양도는 곤충의 종수, 이동차량의 소음 등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차량통행이 잦은 도로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종다양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Reijne et al., 1995;Paek et al., 2003;Kim et al., 2007), Kim et al. (2008)은 도로의 개설과 인간의 간섭정도에 따라 조류의 종다양도에 영 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다. 본 연구 결과, 차량출입과 인간의 간섭이 적은 계곡부보다 임도에서 종다양도 지수가 높게 나타 나 선행연구와 다른 결과를 보였다. 해당 연구지역의 임도지역 이 임도 개설 후 2년 이상 시간이 경과한 구역이 많아 단편화 현상이 해소된 것으로 판단되나, 종다양도에 영향을 미치는 먹 이원과의 관계, 소음 등 다양한 요인에 관한 추가적인 연구와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조류군집과 길드구조는 서식지 유형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 며, 계곡부, 임도 등 다양한 산림서식지 환경은 산림성 조류의 둥지 및 먹이 자원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류군집의 조성 및 종다양도, 종풍부도에 변화를 발생하게 된다(Stevens, 1992;Waterhouse et al., 2002;Bolen and Robinson, 2003;Rhim et al., 2007;Rhim, 2008). Han et al. (2016)은 낙동정맥의 서식지 유형에 따라 조류군집의 길드구조 차이가 발생하였으 며, 임도구간에서 수관층 채이길드에 속한 조류 군집의 빈도가 높다고 보고 하였는데, 본 연구에서도 서식지 유형에 따라 유의 한 차이가 있었다. 낙남정맥의 임도구간은 중경목과 대경목의 분포가 많고 상대적으로 수관층의 연결정도가 높아 수관층 채 이길드에 속한 조류군집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 나 본 연구의 서식지 환경과 조류군집 길드 개념을 보다 정확하 게 접목하기 위해서는 엽층구조분석에 의한 산림환경구조의 조사(Lee and Park, 1995), 식생조사 등을 추가로 수행하여 다방면이고 복합적인 조류 산림서식지 유형의 분석이 이루어져 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본 연구결과를 통해 낙남정맥의 체계적인 관리 및 보전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 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