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DMZ)는 1953 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설정되었으며, 한반도 동-서 248km를 횡단하는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MDL)을 기준으로 남, 북 각각 2㎞씩 무장이 금지된 지역이다.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북쪽으로 2㎞ 떨어진 경계 선을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 : NLL), 남쪽으로 2㎞ 떨어진 경계를 남방한계선(Southern Limit Line: SLL)이라고 한다. 남방한계선 이북지역인 비무장지대 내에는 철책선이 설 치되어 있는데, 남방한계선으로부터 500m까지 비무장지대로 진입해 철책선을 설치하였으며 일부 지역은 그 이상까지 들어 가 설치된 곳도 있다(Kim, 2008).
비무장지대는 정전협정 이후 60여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인간의 출입이 통제되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며(Shin et al., 2016;2017), 지구상 희귀한 동·식물이 집단적으로 서식하는 세계에서 드문 지역으 로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Lee, 2015). 비무장지대 는 현재 산불로 인한 이차림이 많기는 하지만 만약 인위적인 산불이 금지된다면 수십 년 또는 아마도 100년 이내에 원시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높은 자연성과 생물다양성을 유지하 고 있다(Cho, 2019). 또한, 우리나라 동서방향의 중요 생태축 과 생물다양성 공급원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 한 가치를 인정받아 우리나라는 백두대간, 도서연안을 포함한 국가 3대 핵심 생태축 중 하나로 비무장지대를 지정하였고, 2019년에는 접경지역인 강원도 5개 군(철원·화천·양구·인제· 고성)일부와 경기도 연천 등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한편 DMZ 내부와 인근 지역 생태계는 전술도로 및 군사시 설, 남·북한 군의 군사작전, 자연적․인위적 산불 및 소음 등으로 생태계 교란 및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남방한계선 철책 주변에는 경계작전을 위해 군에서 반복적으로 식생을 제 거한 지역이 형성되어 있으며, 통상적으로 이 지역을 ‘불모지’ 라 일컫는다(Lee et al. 2020;Choi et al. 2020). 불모지는 철책구축과 함께 대(對)침투 체계 구축 중 하나인 초목통제 (vegetation control)프로그램의 시행으로 형성되었다(Han, 2019). 국군은 ‘DMZ 불모지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DMZ 철 책과 초소 등 군사시설 인접 지역 시야 확보를 위해 주기적인 제초작업을 하고 있으며, 북한군도 비슷한 군사 활동을 수행하 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Lee et al. 2020).
비무장지대의 지역적 특성에 따른 접근의 한계에도 불구하 고, DMZ의 생태계를 보전 및 복원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선행되었다. Choi et al.(2020)은 DMZ 불모지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한 자생식물 선정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Lee et al.(2020)은 복원을 위한 기초자료 마련의 목적으로 고해상 도 영상과 기후·지형데이터를 통해 DMZ 불모지를 유형화하였 다. Kim(2017)은 접경지역의 남·북한 평화적 협력사업 중 하 나로 자연환경의 보전 및 복구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고 하였다. 비무장지대 인근 접경지역의 식물상과 산림식생에 관한 연구는 다수 선행된 바 있다(An et al., 2018, Kim et al. 2016, Park et al., 2005;Kim et al., 2010;Son et al., 2016). 그러나 비무장지대 내부의 경우 현내면 해금강지역의 환경영향평가조사(Ministry of Land, 2002), 2007년과 2008 년의 비무장지대 서부와 중부(파주, 연천, 철원)의 현장조사 (Ministry of Environmen et al., 2009;Ministry of Environment and National Institute of Environmental Research, 2010)를 시행한 것이 거의 전부이다. 비무장지대 일대는 제한된 시간으로 수색로만 다녀야 하는 군사적인 제약 이 따르기 때문에 계절별 조사나 모든 장소에 대한 식생조사는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본 연구대상지인 DMZ 남방한계선 철 책 주변 불모지를 대상으로 한 식생구조 연구는 아직 이루어진 바 없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DMZ 남방한계선 철책을 따라 형성된 불모지의 식생 조사를 통해 DMZ 불모지 식생구조 및 분포특 성을 파악하고, 향후 불모지 복원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마련하고자 한다. 본 연구결과는 남방한계선 철책 주변 불모지 의 식생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향후 불모지 복원에 필요 한 식물 종 선정, 소재개발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선정
본 연구의 대상지는 DMZ 남방한계선 철책을 따라 군의 불 모지 작전에 의해 식생이 훼손된 전 구간이다(Figure 1). 정전 협정에 따른 남방한계선은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2km 떨 어진 지점을 연결하는 선이지만(Shin et al., 2016), 실제로는 군에서 설치한 철책이 남방한계선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대상 지의 철책의 총 길이는 224km이며, DMZ 남방한계선의 서쪽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 하류부터 경기도 연천군, 강원도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을 지나 고성군 해안가까지 포함된다.
2. 조사 및 분석 방법
식생조사는 남방한계선 전 구간의 불모지를 대상으로 시행 하였으며, 2019년 6월부터 7월까지 두 달에 걸쳐 시행되었다. 본 연구를 위해 비무장지대 내 자연환경특성을 고려한 입지여 건과 식생의 상관적 특성이 균일한 곳을 대상으로 1m×1m 크 기의 조사구를 설정하였다. 조사기간 동안 총 106개소의 조사 구를 설치 및 조사하였으며, 입지환경과 조사구 내에 출현하는 각 식물종의 피도(cover)는 Braun-Blanquet(1964)의 피도계 급으로 판정하였으며, 방형구 내 개체수 및 종수에 따른 밀도 (density)와 빈도(frequency)를 조사하였다. 각 조사지 환경요 인으로 해발고, 사면방향, 경사도, 식피율, 암석노출율, 토양노 출율을 조사하였다. 출현식물의 분류 및 동정은 Lee(1980;2003a;2003b), Lee(1996a;1996b), Lee(1996;2006a;2006b), Park(2009) 등의 식물도감을 활용하였으며, 학명과 국명은 국립수목원 국가표준식물목록을 따라 정리하였다.
현장조사자료의 분석은 MS Excel 2016과 PC-ORD 5 software(McCune and Mefford, 2006)를 활용하였다. 먼저, 표본면적의 적절함을 파악하기 위해 Sorensen 방법을 통해 종- 면적 곡선을 분석하였다(Grandin, 2006;Khan et al., 2013;Turner and Tjørve, 2005). 식생군락의 분류는 Cluster Analysis를 활용하였으며, 조사를 통해 얻은 종의 식피율을 Braun-Blanquet cover scale로 환산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 류하였다(Mueller-Dombois and Ellenberg, 1974). Ordination은 Hill(1979)의 Detrended correspondence analysis(DCA) 분석방법을 사용하였다. 분류된 군락명은 지 표값(Indicator Value)의 크기에 따라 선택된 하나 또는 두 개의 주요 지표종(Indicator Species)의 이름을 따라 명명하였 으며, 지표값은 Dufrene and Legendre(1997)의 방법을 참고 하여 산출하였다. 지표 값은 특정 군락 내에서 종 발생의 충실 도를 나타내며(McCune and Mefford 1999), 종의 지표값이 p <0.05 범위 내에서 높을 때 군락의 지표종으로 간주된다 (Didita et al., 2010). 군락 내 식생구조분석을 위해 아래의 식을 이용하여 상대빈도(RF), 상대밀도(RD), 상대피도 (RC)와 중요치(Important Value; I.V.)를 분석하였으며 (Curtis and McIntosh 1951;Kent and Coker 1992), 아래 식을 사용하였다.
또한, 군락별로 Shannon의 수식(Pielou, 1975)을 이용한 종다양도(Species Diversity, H′)와 균재도(Evenness, J′), 우점도(Dominance, D), 최대종다양도(H′ max)를 구하였으 며, 단위면적당(1㎡) 종 수를 분석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군락분류
조사구 표본 크기의 적절성을 알아보기 위해 종-면적 곡선을 작성하였다(Figure 3). 출현종수와 면적의 관계에서 곡선 기울 기는 중복되는 종의 출현율이 낮은 초기에 증가폭이 크며, 점근 선에 가까워짐에 따라 증가 폭이 감소한다. 증가폭이 넓다는 것은 조사구 간 종 조성의 차이가 다름을 의미한다(Leandro and Ghillean, 1998). 점근선에 가까워지는 조사구 수는 표본 분석 크기가 충분함을 나타내며, 전체 조사구 내에서 각각 종은 분포범위가 넓은 면적을 가진 종을 만날 확률이 증가한다 (Coleman et al., 1982; Palmer and White, 1994; Rosenzweig, 1995). 또한, 면적이 증가할수록 더 많은 유형의 환경이 조사구에 포함되며 출현 종이 환경과 불균일한 분포를 나타내면 면적에 따른 출현 종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Samuel et al., 2000).
조사한 106개의 조사구에 대해 표본 크기의 적절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종 면적 곡선을 분석한 결과, 전체 조사구 수에 도달할 때까지 지속해서 새로운 종이 출현하는 것을 알 수 있었 으며, 조사구 0~40개의 구간에서 새로운 종의 출현율이 가 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6개 조사구의 군락분류를 위해 Cluster Analysis를 실시 하였다(Figure 4). Cluster Analysis는 군집 간 거리값과 유사 성으로 구분되는 정량적 분석값을 바탕으로 유사한 속성을 지 닌 대상을 그룹화하여 집단의 속성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본 분석에서는 군락분류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Sørensen distance measure를 사용하였으며(Faith et al., 1987), 분류에 사용되는 flexible beta값은 -0.5로 적용하였다. 군락분류결과 총 Information remaining 50%내의 범위에서 총 10개 군락으 로 나누어졌다.
지표종분석(Indicator species analysis)을 통해 각 군락에 대한 지표종과 지표값을 분석하였다(Table 1). 지표종은 다 른 군락과 구분되는 군락을 대표하는 종으로 볼 수 있으며, 지표값(Indicator Value; IV)은 다양한 환경 성분에 대한 각 종의 예측 가능한 풍부도를 지정하는 변수이다(Dufrene and Legendre, 1997). 분석을 통해 지표값이 가장 높은 하나 혹은 두 개의 종(p<0.05)을 선정하여 군락명을 구분하였다.
군집분석과 지표종분석을 통해 군락을 구분한 결과 뱀딸 기군락, 비비추군락, 기린초-돌나물군락, 가락지나물군락, 양지꽃군락, 꿀풀군락, 구절초-그늘사초군락, 산구절초군 락, 질경이-토끼풀군락, 좀씀바귀-매듭풀군락의 총 10개 군 락으로 구분되었다. 양지꽃군락과 구절초-그늘사초군락, 질 경이-토끼풀군락의 3개 군락을 제외한 나머지 군락은 모두 지표종이 지표값을 90%이상을 나타내며 높은 수치를 나타 내었다. 한편 양지꽃군락은 26.5%로 낮은 지표값을 나타내 었는데, 이는 분포범위는 넓으나 다른 출현종에 비해 군락 내 피도가 낮게 나타났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구절초-그늘 사초군락의 경우도 각각 56.6%, 42.6%로 비교적 낮은 지표 값을 나타내고 있으나, p값이 각각 0.001, 0.002로 유의하기 때문에 주요 우점종으로 식별하는데 적절하다고 사료된다.
분류된 군락의 분포를 알아보기 위해 DCA ordination을 그래프로 표현하였다(Figure 5). DCA ordination는 종 조성, 교란정도, 환경조건 등의 요인에 따라 각 조사구를 2개의 차원 에 배치하여 표현한 것으로 분포에 따른 각 군락 간의 유사도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Total variance에 대한 1, 2축의 eigenvalue의 집중률이 높을수록 ordination 결과의 이용에 용 이하며(Austin and Greig-Smith, 1968;Lee et al., 1992), 분석결과 제 1, 2축의 eigenvalue는 각각 0.713, 0.490으로 total variance인 1.613에 대해 약 74.5%의 집중률을 나타냈 다. DCA 분석결과 기린초-돌나물군락(03), 양지꽃군락(07)은 군락 간 유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나머지 8개 군락은 각 특성에 따른 분포가 비교적 잘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2. 식물상 및 식생구조분석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접경지역에 출현하는 관속식물상은 159과 739속 1,985종 11아종 306변종 77품종 2,382분류군으 로 조사된 바 있다(Lee et al., 2013;Korea National Arboretum, 2014). 본 연구를 통해 전체 조사구에서 출현한 관속식물은 58과 142속 168종 2아종 25변종 1품종 196분류 군으로(Table 2), 이는 접경지역에 출현하는 전체 식물상 중 약 12%에 해당한다. 본 연구대상지는 철책 주변 불모지라는 한정된 조사범위와 방형구 내 출현종만을 대상으로 조사하였기 때문에 접경지역 일대에 출현하는 분류군보다 비교적 낮게 나 타났다. 출현 식물 중 희귀식물로 약관심종(Least Concerned, LC)인 쥐방울덩굴, 금마타리 2분류군이 출현하였으며, 특산식 물은 키버들, 금마타리, 처녀치마 2분류군이 출현하였다. 침입 외래식물은 털여뀌, 소리쟁이, 콩다닥냉이, 아까시나무, 토끼 풀, 애기땅빈대, 달맞이꽃, 백령풀, 미국실새삼, 단풍잎돼지풀, 미국쑥부쟁이, 망초, 큰금계국, 코스모스, 개망초, 주걱개망초, 큰김의털, 큰조아재비, 왕포아풀 19분류군이 출현하였다. 이 중, 생태계교란종으로는 단풍잎돼지풀, 미국쑥부쟁이가 나타났다.
앞서 분류된 10개 군락에 대한 대상지 개황을 분석하고 (Table 3) 상대밀도, 상대빈도, 상대피도 및 그에 따른 상대중 요치를 분석하였다(Table 4). 식생구조는 군락 내 높은 상대중 요치를 나타내는 주요 우점종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1) 뱀딸기군락
뱀딸기군락은 해발 40-688m의 범위에서 경사가 비교적 완 만한 주로 분포하는 특성을 나타냈다. 뱀딸기군락의 중요치 분 석결과, 뱀딸기가 31.7%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쑥 5.5%, 벼과 sp. 4.8%, 맑은대쑥 3.4%, 큰김의털 3.4% 순으로 나타났 다. 그 외에도 싸리, 산딸기, 털새, 고들빼기, 큰까치수염, 개망 초, 매듭풀 등이 출현하였다. 뱀딸기는 전국에 분포하며 길가 및 숲 가장자리, 풀밭 등 양지바른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로(Heo et al., 2019), DMZ 남방한계선 내 제초, 벌목 등에 의해 훼손된 숲 가장자리에서 주로 분포하고 있다.
2) 비비추군락
비비추군락은 전체 조사구 평균보다 경사가 급하고 암반비 율이 낮은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중요치 분석결과, 비비추가 41.0%로 높은 중요치를 나타냈으며 쑥 5.7%, 양지꽃 3.8%, 개망초 3.4% 순으로 나타났다. 수반종으로 달맞이꽃, 토끼풀, 그늘사초, 돌나물, 뱀고사리 등이 출현하였다. 비비추는 우리나 라 북부, 중부의 강이나 계곡 주변에 분포하고 있으며, 조경 및 원예식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Jo and Kim, 2017). 비비 추군락은 과거 군 자체녹화사업을 통해 인위적으로 도입되어 군락이 형성된 것으로 판단되며, DMZ 불모지 성토사면과 그 주연부의 주요 우점종으로 분포하고 있다.
3) 기린초-돌나물군락
기린초-돌나물군락은 저지대부터 해발 1137m까지 다양한 분포역을 나타냈으며, 암반이 높고 낙엽층이 얕은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기린초와 돌나물은 돌나물과(Crassulaceae) 돌 나물속(Sedum)에 속하는 식물로 DMZ 불모지 내 주요 우점종 으로 나타났다. 기린초는 햇볕이 잘 들고 땅이 습한 길가나 임연부, 바위표면, 이끼층이나 바위틈에 주로 자생한다고 연구 된 바(Ryu et al., 2011)와 같이 불모지 내 비슷한 환경에 자생 하고 있으며, 돌나물도 비슷한 환경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중요치 분석결과 기린초가 14.7%, 돌나물 12.9%, 달맞이꽃 5.8%, 쑥 4.8% 순으로 나타났으며 산딸기, 뱀딸기, 양지꽃, 질경이, 속털개밀, 왕김의털, 쇠뜨기, 개망초, 큰기름새 등이 수반종으로 출현하였다.
4) 가락지나물군락
가락지나물군락은 저지대 완만한 평지 지역에 주로 출현하 였다. 중요치 분석결과 가락지나물이 41.0%로 높은 중요치를 나타냈으며, 토끼풀 6.6%, 마디풀 6.5%, 질경이 5.8% 순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민들레, 매듭풀, 골풀, 미국쑥부쟁이, 겨이 삭, 괭이사초, 달맞이꽃, 털여뀌 등의 식물이 군락 내 출현하였 다. 가락지나물은 한국의 저지대 습지 또는 습한 초지 등 다소 습기 찬 곳에 자생하는 식물로(Heo et al., 2019) 불모지 인근 발달한 습한 초지지역에 군락이 분포하고 있다.
5) 양지꽃군락
양지꽃군락은 해발 16-846m까지 폭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다른 군락과 비교하여 군락 내 개체군이 높은 식피율을 나타내 는 특성을 나타냈다. 양지꽃군락의 중요치 분석결과 양지꽃 9.6%, 비비추 6.5%, 쑥 5.0% 순으로 나타났으며, 은방울꽃, 쑥, 개망초, 띠, 제비꽃, 뱀고사리, 대사초, 맑은대쑥, 김의털, 참골무꽃 등 다양한 식물이 출현하였다. 양지꽃은 전국에 분포 하는 식물로 들판이나 산지의 초지 등 양지바른 곳에 자생하는 식물이다(Heo et al., 2019),. 불모지 내에서도 양지바른 나지 또는 초지, 비탈면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6) 꿀풀군락
꿀풀군락은 경사도 26.7±8.8° 범위의 사면에 주로 분포하 며, 암반 비율이 낮은 나지에 분포하고 있다. 꿀풀군락에서는 꿀풀이 23.1%의 중요치를 나타냈으며, 할미꽃 6.5%, 양지꽃 4.9%, 개망초 3.3% 순으로 높은 중요치를 나타냈다. 이외에도 쑥, 달뿌리풀, 제비꽃, 괭이밥, 고들빼기, 쇠서나물, 매듭풀, 그 늘사초 등이 수반종으로 출현하였다. DMZ 불모지 초본식생 분포유형은 크게 나지나 초지, 숲 가장자리 유형으로 나누어지 는데, 꿀풀이나 할미꽃은 주로 양지바른 초지에 자생하는 식물이다. 초지의 경우 주기적인 제초작업이 이루어지기 때 문에 일년 또는 이년생식물보다 지하부가 살아있는 다년생 식물이 주로 우점하는 경향을 나타내며, 꿀풀은 이러한 환 경에 적응한 대표적인 식물이다.
7) 구절초-그늘사초군락
구절초-그늘사초군락은 해발 39-854m의 범위에 분포하고 있으며, 나지 비율이 높은 반 그늘진 산지에 주로 분포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중요치 분석결과, 구절초와 그늘사초가 각각 19.9%, 12.8%의 중요치를 나타냈으며 주요 출현종으로는 양 지꽃, 개망초, 쑥, 달맞이꽃, 큰기름새, 산딸기, 고들빼기, 뱀고 사리, 매발톱, 매듭풀 등이 있다. 구절초와 그늘사초는 건조한 산지의 숲속 그늘진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절초-그늘사초군락은 남방한계선 내 불모지에 인접한 숲 가 장자리에 주로 출현하였으며, 산구절초군락보다는 고도가 낮 은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지만, 고도를 제외한 비슷한 환경에 서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8) 산구절초군락
산구절초군락은 저지대부터 해발 1135m의 높은 산지까 지의 분포역을 나타냈으며 암반 비율이 높은 지역에 주로 나타났다. 중요치 분석결과, 산구절초가 30.8%, 왕김의털 5.0%, 김의털 4.0%, 양지꽃 3.3%, 개망초 3.2%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산딸기, 제비꽃, 노랑제비꽃, 털새, 고들 빼기, 쇠치기풀, 그늘사초 등의 식물이 군락 내 출현하였다. 산구절초는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등 해발 1,450m 이상의 아고산대 식생을 형성하는 식물 중 하나로(Kong et al., 2017), 건조하고 추운 고위도지역이나 높은 산악지역에 분 포하는 식물이다. 다른 군락에 비해 비교적 고도가 높은 지 역의 건조한 사면이나 숲 가장자리에 주로 산구절초군락이 분포하고 있었으며, 수반종으로 왕김의털, 김의털, 양지꽃 등이 나타났다.
9) 질경이-토끼풀군락
질경이-토끼풀군락은 훼손지 일대 폭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토양이 노출되고 낙엽층이 거의 없는 나지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주요 우점종의 중요치를 분석한 결과, 질경이 29.0%, 토끼풀 11.4%, 민들레 9.1% 순으로 나타났으며, 수반종으로 쑥, 바랭이, 매듭풀, 쇠뜨기, 개망초, 강아지풀, 왕김의털, 망초, 큰조아재비, 소리쟁이 등이 출현했다. 질경이나 토끼풀은 길 또는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로, 질경이-토끼풀군락은 남방한계선 불모지의 노출된 나지 혹은 초치에 광범위하게 나 타나는 군락이다.
10) 좀씀바귀-매듭풀군락
좀씀바귀-매듭풀군락은 앞선 질경이-토끼풀군락과 유사한 환경에 분포하고 있으나, 경사도와 암반 비율이 각각 16.4±15.7°, 8.8±17.0%로 조금 높게 나타났다. 중요치 분석결 과, 좀씀바귀 20.1%, 매듭풀 15.0%, 쑥 6.9%, 강아지풀 3.6%, 개망초 3.3%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제비꽃, 질경이, 바랭이, 속털개밀, 선씀바귀, 민들레, 참새귀리, 토끼풀, 점나도나물, 솜 나물, 양지꽃 등이 출현하였다. 좀씀바귀와 매듭풀은 주로 길가 나 양지바른 곳에 흔히 자생하는 종으로, 불모지 내 발달한 나지나 그와 인접한 초지에 군락이 분포하는 특성을 나타냈다.
3. 출현종수 및 종다양도 분석
출현종수 및 평균출현종수, 균재도(J′), 우점도(D), Shannon종다양도지수(H′), 최대종다양도지수(H′ max)를 분 석하였다(Table 5). 각 군락별 출현종수를 제외한 분석값은 단 위면적(1㎡)을 기준으로 군락 내 포함된 조사구의 평균값을 산출하였다.
군락별 총출현종수 분석결과, 양지꽃군락이 78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가락지나물군락이 16종으로 가장 낮았다. 평 균출현종수는 꿀풀군락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꿀풀은 불모 지 내 단일 종으로 우점하기보다 다양한 종과 함께 자생하거나 혹은 경쟁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가락지나물은 지 상부 줄기로 번식하며 다른 종을 피압하기 때문에 출현종수가 낮게 나타난 것으로 보이며, 다른 군락에 비해 조사구 수가 비교적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게 분석된 것으로 판단된다. 균재도는 그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종별 개체수가 균일한 상태 를 나타내는데(Brower and Zar, 1977), 앞선 출현종수의 결과 와 마찬가지로 양지꽃군락이 가장 높게 분석되었으며, 비비추 군락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비비추는 과거 군 자체복원사업을 통해 인위적으로 도입된 종으로 판단되며, 경사가 급한 사면지 역과 숲 가장자리에 우점하고 있다. 비비추는 단일종의 복원으 로 인해 다른 군락보다 균재도가 낮게 나타난 것으로 사료된다. 종다양도지수 분석결과, 양지꽃군락이 가장 높았으며, 가락지 나물군락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가락지나물군락은 출현종 수 가 다른 군락에 비해 낮아 종다양도지수 또한 낮게 나타난 것으 로 판단된다.
4. 종합고찰
DMZ 남방한계선 불모지는 효율적인 작전수행 및 사계 확보를 위해 적의 은·엄폐물로 사용될 수 있는 식생을 대상 으로 한 ‘초목통제(vegetation control)프로그램’, ‘DMZ 불 모지 작전’ 등을 통해 형성된 지역이다. 본 연구는 인위적으 로 훼손된 불모지 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초본 식생을 분류 하고 식생구조를 파악하는 데 있다. 남방한계선 전 구간을 대상으로 106개 조사구를 군락 분류한 결과, 불모지 내 식 생은 크게 뱀딸기군락, 비비추군락, 기린초-돌나물군락, 가 락지나물군락, 양지꽃군락, 꿀풀군락, 구절초-그늘사초군 락, 산구절초군락, 질경이-토끼풀군락, 좀씀바귀-매듭풀군 락 등 총 10개 군락으로 분류되었다. 출현한 군락은 출현지 점에 따라 크게 나지, 초지 또는 숲 가장자리에 분포하는 유형으로 나누어지며, 분류된 군락의 주요 우점종은 뱀딸 기, 비비추, 기린초, 돌나물, 가락지나물, 양지꽃, 꿀풀, 구절 초, 그늘사초, 산구절초, 질경이, 토끼풀, 좀씀바귀, 매듭풀 등으로 대부분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며 길이나 길가, 나 지, 훼손지, 초지 등에 자생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로 구성되어 있다.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내 대부분은 군사적 활동으로 인한 빈번한 산불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 역으로, 식생은 2차 천이의 초기나 중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Cho, 2019). 또한, 군사작전에 따른 답압, 토양침식, 지형 의 변화, 산불 등 자생환경에 대한 교란으로 인해 외부 간섭 으로부터 적응성이 높은 종을 중심으로 식생이 발달하고 있다. 또한, 이들 종은 주기적인 물리·화학적 방제로 지상부 가 제거되기 때문에 일·이년생식물보다 지하부가 남아있는 다년생 초본식물이 우점하는 식생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불 모지의 환경 특성상 출현한 식물 대부분 식물은 양지식물로 나타났으며 그늘사초 등 일부 반음지성 식물이 산림 주연부 에 자생하고 있다.
초본식물은 계절별로 출현하는 식물이 다르므로 계절에 다 른 조사를 수행하여야 한다. 하지만 연구대상지는 비무장지대 라는 장소적 특수성과 비군사적 목적의 출입허가를 위한 절차, 출입시간제한 등 물리적 접근의 한계가 있다. 한편 비무장지대 철책 주변은 햇볕에 노출된 나지라는 환경특성과 지속적인 훼 손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출현식물종이 극히 제한적이다. 본 연 구는 여름철 1회 조사이지만 식생 구조를 분석하기에 적절한 현장조사 자료가 구축되었다고 판단되나, 모든 계절의 출현종 을 담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향후 계절별 추가조 사와 다양한 유형의 불모지 조사를 통해 비무장지대 훼손지의 식생 구조를 밝히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불모지는 군사적 목적을 지닌 특수한 지역이므로 자연적인 식생 회복은 불가능하다. 이에, 장소적 특수성을 고려한 군사적 목적(관측, 시계확보 등)과 생태적 목적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복원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초본 식생 의 복원은 토양의 유기물 함량증가, 잠재적인 오염에 민감한 지역의 염분 및 지하수 오염방지 등의 역할(Shapira, 2017)과 각종 생물의 먹이자원 및 서식처 제공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산불로 인한 철책센서, 감시카메라 등의 훼손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화초지, 군작전에 의한 토양침식 방지, 제초관리비용 절감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한반도 핵심 생태축 으로서의 가치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평화의 공간으로 비무 장지대에 대한 가치보전 및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불모지 유형화(Lee et al., 2020), 불모지 관리를 위한 자생식물 선정 (Choi et al,, 2020) 등의 연구를 통해 군사적 목적 달성뿐만 아니라 관리 저감, 생태계 회복 등의 목표를 충족시키는 복원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본 남방한계선에 출현한 초본식생은 특별한 유지관리 없이도 환경에 잘 적응하고 번식 하는 자생식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군락 분포유형을 통해 수반 종과 자생환경(양지, 음지, 반그늘)등에 대한 식생분포특성을 알 수 있다. 연구결과는 향후 훼손된 지역의 식생복원을 위한 종 선정, 소재개발 등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