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도시화는 지역생태계의 야생동물 서식지를 파괴하여 풍부도와 분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 는 원인 중 하나이다(Marzluff et al., 2001;Clergeau et al., 2006). 이에 도시산림 및 공원은 생태계서비스를 제공 하는 거점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생물 서식공간으로써 도심 속 생물 종 다양성 유지와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Sukopp, 2004;Oh et al., 2009;Song, 2015). 조류는 도시 생태계가 생물 종에 미치는 영향 인자를 파악하는 분류군 중 생물의 이동성 등 생활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 종합적인 환경을 평가하고 이해하기에 가장 대표성을 갖는 분류군으 로 알려져 있다. (Hong et al., 2011). 특히, 도시생태계에서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2차 수동성 조류는 스스로 동공 (cavity)을 만들지 못하여 자연적으로 생성된 수동, 딱따구 리 등이 파놓은 동공을 주로 이용하지만, 도시생태계와 같 이 대경목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인위적으로 설치한 나무상 자나 인공새집 등을 둥지로 이용하는 특성이 있다(Brush, 1983;Lambrechts et al., 2010). 그동안 2차 수동성 조류가 도시생태계에서 인공새집을 이용하는 행동 특성과 보전을 위한 관리 방안에 대한 연구가 국내·외로 다수 진행되었다.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임상 훼손에 따른 인공새집의 효과 (Lee and Kim, 1996)연구를 시작으로 도시생태계에서 인 공새집을 이용하는 박새과를 관찰하여 번식 특성에 대한 자료를 수집·분석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Jeong et al., 2012). 나아가 최근에는 박새과에 VHF(Very High Frequency) 초소형 추적기를 부착하여 도시산림 및 도시공원 등 도시생태계를 이용하는 박새과의 행동권에 대 해 공간적 특성을 확인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Kim et al., 2018;Song, 2020).

조류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사 용하여 둥지 구조물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Walsh et al., 2011). 조류의 둥지는 주로 알과 새끼를 위한 저장소 역할을 하지만 때에 따라서 교미를 위한 신 호 제공, 외부 기생충으로부터 보호, 어미와 새끼에게 적 합한 미기후 제공한다(Mainwaring et al., 2014). 이처럼 둥지는 조류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둥지의 재료, 설계, 구조는 각 지역 환경조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야 한다(Mainwaring et al., 2014). 도시화 과정 으로 인해 많은 조류의 서식환경이 변경되었으며, 둥지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의 종류와 수량 역시 변화되었다 (Seress and Liker, 2015). 이에 둥지 재료를 분류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Wang et al.(2009)는 도시생 태계 내 재료를 이용하는 박새과가 둥지 재료로 식물 종 자, 뿌리, 잎, 플라스틱, 종잇조각, 나일론 실 등을 활용하 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Kim et al.(2012)는 이끼, 나무껍 질, 나무뿌리, 지의류, 새의 깃털 등을 둥지 재료로 이용 하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Wilting(2017)은 먼지, 이끼, 머 리카락, 담배 필터 등 15가지 재료가 둥지 짓기에 사용되 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둥지 재료에 따른 조류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규명되고 있는데 Álvarez et al.(2013)은 둥지 재료 중 자연재료인 이끼의 질량이 새끼의 부화 성 공률과 긍정적 상관관계를 확인하였으며, Townsend and Barker(2014)는 합성섬유, 낚싯줄 등의 인공재료가 새끼 의 다리를 얽히게 만들어 이소율을 현저하게 감소시킴을 확인하였다. 반대로 Suárez-Rodríguez et al.(2013)은 담 배꽁초 필터가 도시 조류 둥지에서 기생충을 퇴치하여 이소율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보고하기 도 하였으나, 국내에서는 둥지 재료가 조류 생활에 미치 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도시생태계 유형 중 도시산림과 도시공 원 내 인공새집을 설치하여 주변 환경에 따른 박새과의 인 공새집 이용 현황과 둥지 재료 선택특성을 분석하고자 한 다. 또한, 박새과의 둥지 재료 선택특성의 정량적 분석을 토대로 종, 환경 특성에 따른 재료 차이를 규명하여 도시생 태계를 서식처로 이용하는 박새과 종 보전 기초자료로 활용 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1. 연구 대상종

박새과 조류는 참새목에 속하는 2차 수동성 조류로 한 반도 전역과 주변 도서 지역에서 분포하고 있으며(Won, 1981), 산림 및 도시생태계에서도 보편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식충성 소형 텃새로 알려져 있다(Lee et al., 2000). 박새과는 환경부가 선정한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도시 미 기후 및 개발 환경에 대한 민감성을 확인하는데 적합한 종으로 판단된다(Jeong et al., 2012). 이렇듯 박새과는 인 간의 간섭이 심한 도시녹지에서도 관찰이 용이하며(Jeong et al., 2012), 도시생태계에 적응한 생태계 서비스 제공종으 로서 해충구제를 통한 생태계의 건강성 유지를 비롯한 중요 한 역할을 하기에 도시생태계에서 박새과 서식환경을 모니 터링할 필요가 있다(Lee et al., 2000). 본 연구에서는 도시 생태계 내 인공새집을 설치하여 박새과의 둥지 재료 특성 을 파악하고자 하였으며, 일반적인 도시환경에서 가장 많 이 서식하고 있는 곤줄박이와 박새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 행하였다.

2. 연구 대상지

본 연구는 충청남도 천안시에 위치한 도시공원과 도시산 림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도시공원인 두정공원과 청사공 원은 가로환경과 주거 및 상업 지역으로 둘러싸여 교란 강 도가 비교적 높은 지역이지만 외부교란이 완충될 수 있는 녹지대가 비교적 풍부한 공원으로서 참새, 직박구리, 박새 외에도 청딱따구리, 오목눈이 등과 같은 내부종이 확인된 바 있다(Song, 2015). 이에 도시 내에서 조류 연구를 진행하 기에 적합한 공원으로 판단되었고, 도시 내 산림은 단국대 학교 천안캠퍼스 일대에 위치한 해발 152m의 큰매산으로 선정하였다(Fig. 1).

3. 인공새집 설치

모니터링을 위해 본 연구에는 규격화된 인공새집(W: 130 ㎜, V: 170㎜, H: 330㎜)을 사용했으며, 박새과 조류를 유 인하고 천적 및 포식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입구 직경을 35㎜로 제작하였다(Rhim et al., 2008;Lim et al., 2012). 인공새집은 2019년 2월 도시산림에 11개, 도시공원 22개 (두정공원 10개, 청사공원 12개)로 총 33개를 설치하였다. 인공새집은 Rhim(2008)을 참고하여 지면으로부터 입구 높 이가 1~2m 사이가 되도록 설치하였으며, 남향으로 설치된 둥지가 낮 동안 내부온도가 따뜻하게 유지되며 조류의 높은 이용률을 보이는 것을 고려하여 인공새집의 입구 방향을 남향으로 통일하였다(Fig. 2). 또한, 선행연구 및 대상지의 면적을 고려하여 새집 간 거리가 20m 이상이 되도록 간격 을 두고 설치하였다(Lim et al., 2012). 둥지 재료 분석을 위해 어미 새가 알을 낳기 전 둥지를 포기하는 것이 확인되 거나 새끼가 이소하여 번식이 완전히 끝난 둥지만을 선택하 여 둥지를 수거하였다(Jo, 2011). 수거된 둥지를 통해 도시 생태계 내 박새과의 둥지 재료의 선택과 이용특성을 파악하 고 영향과 관계를 분석하였다.

4. 재료 동정 및 유형화

도시산림과 도시공원에서 수거한 둥지는 동정이 시작 되기 전 기생충 감염 및 제거를 위해 지퍼백에 밀봉 후 냉동 보관하였다(Wilting, 2017). 둥지의 형태적 재료 특 성 비교를 위해 둥지를 건조하였고 둥지 건조 전 중량을 측정하여 건조 후 중량과 비교하였다. Wilting(2017)은 둥지 건조를 수행하기 전 40°C에서 18시간 동안 건조를 수행하였으며, Jo(2011)는 둥지를 구성하는 재료의 수분 을 제거하기 위해 Dry Oven을 이용하여 60°C에서 2일간 건조하였다. 또한, Álvarez et al.(2013)은 12시간 동안 105°C의 오븐에서 건조를 수행하였다. 이러한 선행연구 들과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본 연구에서는 종의 둥지 특 성을 고려하여 건조기(DMC-122SP, Daeil Engineering Co., Seoul, Korea)를 사용해 40°C에서 20시간 동안 건 조하였다.

Wang et al.(2009)은 둥지 재료를 천연 재료와 인위적 재료 로 나누었으며 Wilting(2017)은 둥지 재료를 무기 재료, 동물 성재료, 식물성재료, 인공재료로 유형화하였다. Townsend and Barker(2014)는 인공재료의 길이로 유형화하였고, Kim et al.(2012)은 둥지의 기본구조, 산좌(産坐), 이끼, 장식용 등 둥지의 구성과 기능에 따라 사용되는 재료의 유형을 구분하 였다(Table 1). 선행연구를 고려하여 본 연구에서는 재료의 유형을 크게 자연재료와 인공재료로 구분하였으며 인공재료 는 솜, 종잇조각, 플라스틱, 비닐 및 합성 섬유 등으로 다시 세분화하였으며 자연재료는 식물성재료, 동물성재료, 이끼, 흙 4가지로 세분화하였다. 자연재료 중 망목 0.96mm로 걸러 진 미세재료는 흙으로 분류하고 식물의 잎이나 줄기, 뿌리, 종자는 식물성 재료로 분류하였다. 동물성 재료는 털과 깃 털로, 자갈 등 동정이 불가능한 재료는 기타로 분류하였다 (Fig. 3). 각 재료는 0.01g 정밀도 전자저울 MH-999(MIHHE, India)를 사용하여 무게를 측정하여 기록하고, 둥지별 구성재 료의 차이를 분석하였다. 종과 녹지 유형에 따른 둥지 재료 차이를 비교하고자 t-test를 수행하였다. 통계적인 분석은 R statistical 4.0.3과 R Studio 4.0.3을 사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설치한 33개의 인공새집 중 도시산림에서 5개(45.46%), 도시공원에서 4개(18.19%)가 이용되어 도시산림에서 높 은 이용률을 보였다. 이 중 도시공원 내 박새 한 쌍이 둥지 를 짓는 과정에서 둥지를 포기하여 최종적으로 8개의 둥지 가 재료 분석에 활용되었다. 도시산림인 큰매산에는 박새 3쌍과 곤줄박이 1쌍이 인공새집을 이용하였으며, 근린공 원인 청사공원은 박새와 곤줄박이 각 1쌍씩 인공새집을 이용하였다. 두정공원의 경우에는 곤줄박이 1쌍이 영소(營 巢, nesting) 이후 포란(抱卵, incubating)과 육추(育雛, parental care) 과정을 모두 완료하였지만 이소 직전 인공새 집 내에서 모든 개체가 사체로 발견되어, 이소에 실패하였 다(Table 2).

1. 둥지별 재료사용 유형

박새과 조류가 번식기에 이용한 8개의 인공새집(도시산 림: F1, F2, F3, F4, F5, 도시공원: P1, P2, P3) 내 둥지를 수거하여 건조를 진행하였다. 건조결과 둥지 8개의 평균 무 게는 29.78g이었으며 도시산림의 경우 29.41g, 도시공원은 30.41g으로 확인되었다. 도시녹지공간 유형에 따라 무게 차 이가 발생하였으나 그 차이는 크지 않았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t = 0.17, p-value = 0.87).

둥지는 크게 자연재료와 인공재료로 분류되었으며, 자 연재료는 이끼, 흙, 식물성재료, 동물성재료, 기타로 다시 세분하여 분류하였다. 분류 결과 평균적으로 이끼 (50.65%)의 구성 비율이 모든 둥지에서 가장 높았으며, 흙(21.43%), 인공재료(13.95%), 식물성재료(5.78%), 동 물성재료(4.57%), 기타(3.59%) 순서로 확인되었다(Fig. 4). 재료별 이용률이 높은 둥지를 분류해 둥지별 재료사 용 유형을 파악하였다. 이끼의 경우 도시공원 내 P3 둥지 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사용되었다(57.31%). 흙은 도시 산림에 설치된 F4 둥지가 가장 높은 비율로 사용되었다 (37.75%). 인공재료는 도시공원 내 P1 둥지에서 가장 높 은 이용률을 보였다(30.26%). 식물성재료는 도시산림에 설치된 F5 인공새집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사용되었다 (10.69%). 동물성재료는 도시공원 내 P3 인공새집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사용되었다(11.21%).

2. 종별 재료사용 유형

박새와 곤줄박이에 따른 둥지 재료의 구성 비율을 비교 하였다. 박새와 곤줄박이 모두 이끼를 가장 많이 활용하였 으며, 둘을 비교했을 때 박새는 식물성재료와 흙, 곤줄박이 는 이끼와 인공재료에서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동물성 재료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Fig. 5, Table 3.). 이는 도시 산림 내 설치된 5개의 인공새집 중 4개가 박새에 의해 이용 되어 자연재료인 식물성재료, 흙의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판단되며, 곤줄박이의 경우 도시공원 내 설치된 3 개의 인공새집 가운데 2개를 이용하였기에 인공재료가 더 많이 사용된 것으로 판단된다. 수치상으로 종에 따라 차이 가 발생한 둥지 재료에 대해서 통계분석을 진행했다. 식물 성재료의 구성 비율은 박새 7.71%, 곤줄박이 2.5%로 5.16% 차이를 보였다(t = 2.17, p-value = 0.07). 다른 둥지 재료들의 종간 차이를 비교한 결과 확연한 차이가 없었으 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3. 녹지 유형별 재료사용 유형

도시녹지 유형별 인공새집 내 둥지 재료의 특징을 파악하 고자 도시산림과 도시공원의 둥지 재료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식물성재료는 도시산림과 도시공원에서 각각 7.9%, 2.25%로 도시산림에서 5.65% 더 높은 사용률을 보였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발생했다(t = 3.07, p < .05*). 동물성재료는 수치상으로 도시산림(3.35%)과 도시공원 (6.63%)에서 3.28%가량의 차이가 발생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t = 1.2, p-value` = 0.3). 도시산림과 도시공원의 인공재료 사용 비율은 각각 11.11%, 18.69%로 도시공원에서 약 7% 더 높았다(Table 4). 녹지 유형별 사용된 인공재료의 특성을 살펴보면 도시 산림에서는 털실, 비닐, 나일론 실, 나무젓가락, 테이프 등이 사용되었으며, 나무젓가락은 잘게 쪼개져 나무껍질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었다. 도시공원에서는 털실, 나일론 실, 비닐, 철실, 테이프, 테니스공 보풀 등 다양한 인공재료가 사용되 었다. 그 중, 테니스공 보풀은 도시공원 내 있는 테니스장에 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되며, 일부 둥지에서는 빨간 색상의 인공섬유가 많이 사용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도시공원에서 인공재료가 더 많이 이용되었음에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 이는 나타나지 않았다(t = 0.77, p-value = 0.46).

박새과 조류의 둥지는 이끼로 외벽을 형성하고 털이나 깃털과 같이 부드러운 소재의 재료로 내부 산좌(알자리)를 구성한다(Saag et al., 2011). 산좌를 구성하는 안감재료로 야생동물의 털이 종종 이용되는데, 야생동물의 종 풍부도가 낮은 도시지역에서는 이를 대체하기 위해 다양한 인공재료 를 둥지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도시산림과 비교하여 인공재료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도시 공원 내 둥지에서 더 많은 인공재료의 이용을 보였다. 이는 인공재료가 자연재료와 유사한 특성이 있기 때문으로 사료 된다(Wang et al., 2009;Carbó-Ramirez et al., 2015). 둥지 재료로서 인공재료가 조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인 영 향에 대해 알려진 바 없으나, 합성섬유와 낚싯줄과 같은 인 공재료 간의 얽힘 현상으로 인한 위험성이 확인되었다 (Townsend and Barker, 2014). 이에 향후 연구에서는 둥지 를 구성하는 재료 특성에 따라 한배 산란 수, 이소 성공률과 같은 번식 특성에 대해 조사를 병행하여 관계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정된 기타항목을 최소화하고자 다 양한 둥지재료의 동정과 분류가 요구된다. 그밖에 기존 비 교 형태학적 분류기법과 더불어 세포학적 및 화학적 분석 등과 같은 분류방법을 접목하여 다양한 재료들의 객관적인 분류의 수행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