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인류는 자연이 제공하는 편익으로 많은 발전과 성장을 이루었으나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자원 남용으로 기후위기, 환경오염, 서식지 파편화, 외래종 확산, 생물다양성 감소라 는 심각한 전 지구적 문제를 야기했다. 이에 생물다양성협 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BD) 당사국 총회 에서는 보호지역의 지정 및 관리를 생물다양성 감소 문제에 대처하는 중요한 전략으로 제시하며 보호지역과 관련한 생 물다양성 목표(Aichi target-11)를 수립하고(Heo, 2020), 2020년까지 육상의 17%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 하였다(KNPRI, 2019). 보호지역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 한 토대가 되는 지역으로서 지구 생태계·생물다양성의 보전 은 물론 인류 복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앞서 언급한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위협에 대한 자연 기반 해결 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Heo, 2020).
보호지역의 생태적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증가함 에 따라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에 관한 연구의 필요 성이 요구되고 있다(Choi and Lee, 2018). 보호지역 중 국 립공원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곳으로 다른 토지이용지역 에 비해 인간에게 제공되는 생태계서비스 혜택이 높은 편이 다(KNPRI, 2019). 그래서 국립공원의 생태적, 사회·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객관적인 자료 구축과 과학적인 관리 정책을 위해 생태계서비스 평가가 활용되고 있다(Hwang and Chun, 2017;Choi et al., 2019;Oh et al., 2019;Choi et al., 2020).
새천년생태계평가(Millennium Ecosystem Assessment; MA, 2005)에서는 생태계서비스를 공급, 조절, 문화, 지지의 4가지 서비스로 분류하고 있으며, 생태계서비스 평가항목 및 평가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생태계서비스를 평가하는 여 러 기법 중 국내 연구에서는 InVEST(Integrated Valuation of Ecosystem Services and Tradeoffs)모델이 활용되고 있다. InVEST모델은 미국 자연자산프로젝트(Natural Capital Project, 2020)의 일환으로 스탠포드 대학, The Natural Conservancy, 그리고 WWF(World Wildlife Funds)가 공동 으로 개발하였으며(Choi and Lee, 2018;Choi et al., 2019), 자연으로부터 얻는 재화와 서비스를 지도화하고 가치를 평가 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픈소스를 이용해 만든 모델이다. 2008 년부터 개발되었으며, 현재까지 탄소저장량, 작물 수분, 서식 지질 등 19개 항목의 세부 모델이 개발되었다. 각 모형은 토지피복지도를 기반으로 관련 인자를 투입하여 가치를 평가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Sharp et al., 2014). 생태계서비 스의 지지서비스 중 하나인 서식지는 생물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조건을 가진 터전이며, 서식지질은 생물다양성 과 희귀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이다(Nelson et al., 2009;Polasky et al., 2011;Gao et al., 2017).
InVEST모델을 이용한 생태계서비스 평가와 관련한 국 내 선행연구로는 InVEST Habitat Quality 모델을 활용하여 제주도의 서식지질 분석 및 평가(Kim et al., 2015)와 InVEST Habitat Quality 모델과 InVEST Carbon 모델을 활용하여 서식지질 평가와 탄소고정량 분석을 경제적 가치 와 연결하여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지역 또는 개발예정지역 을 분석한 사례(Choi and Lee, 2018;Choi et al., 2019)가 있다. 그러나 선행연구들은 주로 서식지 변화를 파악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평가에 필요한 위협요인 선정 과 인자별 민감도 및 계수 설정에 있어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 분석 및 국내 보호지역 실 정을 반영한 인자별 민감도 및 계수를 설정하고, 이를 반영 하여 21개 국립공원의 서식지질을 평가하여 지도화 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개발압력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환경 및 생 태계 서비스 관련 정책 형성의 기준 지표 등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국립공원 내 용도지구 변경, 공원 시설물 도입 등 운영관리와 서식지 관리를 위한 기초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선정 및 개황
국립공원은 생물다양성의 보고로서 자연자원 및 문화자 원을 보전하고자 우리나라의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 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을 자연공원법에 따라 지정된 공원을 말한다. 산업화와 개발로 인해 훼손이 심각해지자 1998년 이후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의 보전을 주요 정책과제와 목표 로 정하고, 2000년 이후 국립공원이 지닌 자연자원을 대상 으로 복원과 보호관리를 실시하였다(Kim, 2012). 국립공원 은 현재까지 총 22개소가 지정되었으며 산악형(17개소, 77%), 해안-해상형(4개소, 18%), 사적형(1개소, 5%)으로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KNPRI, 2019). 본 연구에서는 한라 산국립공원을 제외한 21개 국립공원의 서식지질을 분석하 고자 하며, 국립공원경계 밖에 위치한 위협인자가 서식지질 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각 국립공원의 외곽 5㎞ 완충 지대까지 포함한 연구대상지를 설정하여 분석을 진행하였 다. 분석을 위한 도면은 환경부 세분류토지피복도를 사용하 였다.
2. 분석 방법
1) InVEST 서식지 질 모델
국내 연구를 통해 적용가능성이 검증된 InVEST Habitat Quality 모델을 QGIS 모델로 구축하여 분석하였으며, 토지 피복지도를 기반으로 1) 위협인자(threat factors)의 영향력 과 위협인자에 대한 최대영향거리, 2) 각 토지피복 인자의 위협요인에 대한 민감도(sensitivity), 3) 서식처와 위협요인 사이의 거리자료를 사용한다. 토지이용을 바탕으로 서식지 내외에 산재한 위협인자 영향력을 고려하여 서식지를 분석 하는 서식지질 모델은 매개변수와 기초 데이터에 따라 분석 결과가 달라진다. 서식지질은 0∼1 사이의 값으로 나타나 는데, 1에 가까울수록 서식지질이 우수하며, 0에 가까울수 록 서식지질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서식지질 평가 결 과는 직관적으로 자연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토지피 복에 따른 서식지질을 1차 평가한 후, 서식지질 저하를 유발 할 수 있는 위협인자들의 영향력을 반영하여 보정하는 방식 으로 진행하였다(KNPRI, 2019).
[Formula 1]
서식지와 위협인자 간의 이격 거리가 증가 할수록 영향력 은 감소하게 되며, 영향 감쇠는 ‘거리-감쇠(distance-decay)’ 함수로 정의되며, 위협인자의 특성에 따라 위협인자 영향이 일정하게 감소할 때는 선형(linear), 거리가 증가함에 따라 위협인자 영향이 점점 높은 비율로 감소할 때는 지수형 (exponential)으로 구분하며 Formula 1과 같다.
각 위협인자의 상대적인 영향(가중치, weight)과 민감도 를 기반으로 각 토지피복 화소별 총 위협수준을 계산하였다 (Formula 2). β 는 법제적, 사회적 보호지역 및 물리적 접근 불가지역에 대한 접근성 정보 등을 추가할 수 있다. 최종 서식지질 Q xj 는 기본 서식처 가치인 H j 에 1에서 총 위협수 준을 빼서 구한 서식처 평가 지수를 곱하여 나타낼 수 있다 (Formula 3).
본 연구는 환경부 세분류토지피복지도를 기반으로 21개 국립공원의 서식지질을 평가하고, 국립공원 용도지구별 또 는 완충구간에 따른 서식지질 차이를 비교하여 공간통계를 산출하였다.
[Formula 2]
D x j : 토지피복 j로 분류된 화소 x의 총 위협수준
ir x y : 화소 y의 위협인자 r이 화소 x에 미치는 영향
βx : 화소 x의 법적‧제도적‧사회적‧물리적 보호수준, βx∈[0, 1]
S jr : 위협인자 r에대한토지피복 j의 민감도, S jr∈[0, 1 ]
[Formula 3]
2) 위협인자
세분류토지피복지도를 기준으로 서식지 위협인자를 선 정하였다(Table 1). 서식지 위협인자는 시가화 건조지역, 공 업지역·채광지역, 철도, 도로, 농업지역, 논, 밭, 인공나지 8개 항목이 있으며, 시가화 건조지역의 최대영향거리는 10 ㎞, 가중치(weight)는 1로 할당하였고, 그 외 다른 위협인자 들은 Xu et al.(2019)의 기준에 따라 정의하였다.
3) 서식지 위협인자별 민감도(Sensitivity)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Gloval Land Cover(GLC) 2000 (2020)의 토지피복에서의 평균 종 풍부 도(MSA, Mean Species Abundance)를 분석하여 기본 서식 처 가치 값을 산정하거나(Alkemade et al., 2009), 서식지 위협인자별 민감도 수치를 0∼1에서 자연성 민감도를 상대 비교하였다(Terrado et al., 2016;Chu et al., 2018;Xu et al., 2019). 그 결과 서식지 적합성 분석에 있어 적용 방식에 따라 결과가 상이하게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선행연구의 위협인자와 위협인자별 민감도 수치를 참고할 수는 있으나 국내 보호지역 중 국립공원에 직접 적용하기에 는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Xu et al.(2019)가 제시한 자료를 기반으로 환경부의 생태·자연도 작성지침 및 선행연구 및 현장데이터로 HQS(Habitat Quality Spectrum) 방식을 적용하여 위협인자 간 상대 비교를 통하여 항목 간 수치를 조정 하였다(Table 2, 3). 위협인자와 위협인자별 민감도 수치를 결정하기 위해 연구진 패널은 항목 간 상대 적 영향을 고려하여 수치를 할당하였다.
Xu et al.(2019)에서 제시된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상향 조정한 항목은 강기슭, 활엽수림·침엽수 림·혼효림, 도시화지역이다. 강기슭은 서로 다른 환경이 만 나는 전이지역(ecotone)이며, 국립공원 내 암벽·바위지대는 독특한 제한요인으로 희귀성(rarity) 있는 서식지로써 자연 식생으로 가치가 있어 상향 조정하여 분석에 반영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21개 국립공원의 면적과 서식지질
우리나라 국립공원중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외한 21개 국 립공원을 대상으로 InVEST Habitat Quality 모델로 서식지 질을 분석한 결과(Table 4), 설악산·태백산국립공원(0.90), 지리산·오대산국립공원(0.89), 소백산국립공원(0.88) 순으 로 높게 나타났다. 서식지질이 높다는 것은 국립공원의 자 연성이 높고 내·외부의 위협요인으로부터 충분히 떨어져 있 음을 의미한다.
해안면적을 포함한 해안-해상형 국립공원을 제외한 18개 국립공원의 면적과 서식지질을 비교한 결과, 국립공원의 면 적이 넓을수록 서식지질 평균은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Figure 2). 그러나 소백산국립공원 다음으로 면적이 넓음 에도 불구하고 서식지질이 비교적 낮게 나타난 월악산·속리 산국립공원(0.85)과 면적이 69.99km2로 18개 국립공원 중 16번째로 낮은 태백산국립공원이 설악산국립공원과 더불 어 0.90으로 서식지질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아 면 적 외에도 서식지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토지이용에 따른 위협인자로 판단된다.
2. 21개 국립공원 용도지구별 서식지질
국립공원의 용도지구는 자연공원을 효과적으로 보전하 고 이용할 수 있도록 법으로 행위를 제한하고 보전의 차별 성을 둔 곳이다. 21개 국립공원의 용도지구별 서식지질을 비교한 결과 주왕산·다도해해상·태안해안국립공원을 제외 한 18개 국립공원에서 공원자연보존지구, 공원자연환경지 구, 공원문화유산지구, 공원마을지구 순으로 서식지질이 높 게 나타났다.
용도지구별 서식지질 평균을 비교하였을 때 공원자연보 존지구, 공원자연환경지구, 공원문화유산지구, 공원마을지 구 순으로 서식지질이 높게 나타났다. 용도지구 간의 서식 지질 차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일원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결과 유의수준 0.000에서 공원마을지구는 공원자연보 존지구, 공원자연환경지구, 공원문화유산지구와 유의한 차 이를 보였으며, 공원문화유산지구는 공원자연보존지구와 유의한 차이를 보여 용도지구별 서식지질 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식지질 분석과 용도지구별 법적인 규제를 함께 고려하 였을 때, 인위적인 행위가 제한될수록 서식지질이 높아지는 것으로 판단되며, 국립공원구역 조정 및 용도지구의 합리적 인 설정과 타당한 관리운영 및 관련된 제도를 마련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사료된다.
3. 종합고찰
2019년 국립공원연구원에서 설악산, 덕유산, 무등산, 변 산반도국립공원을 대상으로 서식지질 분석을 실시한 결과, 각각0.73±0.14, 0.63±0.13, 0.56±0.10, 0.56±0.16으로 나타 났다(KNPRI, 2019). 서식지질 초기값을 변경한 본 연구에 서 위 4개 국립공원의 전체 서식지질 평균은 0.90±0.09, 0.86±0.11, 0.83±0.13, 0.84±0.09로 최소 0.17에서 최대 0.28까지 높게 나타났다. 서식지질 분석은 세분류 토지피복 도를 바탕으로 실시하며, 선행연구에서 분석 당시 암벽·바 위지대를 기타나지로 분류한 후 초기 서식지질 값을 0으로 분석하여 처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암벽·바위지대 에 형성된 식생 유형은 산림 식생 이외의 특수한 입지에 형성된 특이식생으로 식생보전등급에서 Ⅰ등급, 녹지자연 도 10등급으로 분류되며, 자연식생으로서 가치가 있으므로 본 연구에서는 0.80으로 상향 조정한 후 분석하였기에 결과 가 높게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 너덜지대 또한 토지피 복도 상에서 기타나지로 분류되어 일반 나지와 구별되지 않고 초기 서식지질 값이 0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너덜지 대는 일반적인 나지와 달리 독특한 지형으로 자연경관을 연출하며, 자연적 풍혈 현상으로 주변과 다른 미기후를 조 성한 서식환경으로 생물다양성을 증가시킨다(Park, 2017). 따라서 보호지역 내에서 암벽·바위와 같은 지위로 상향 조 정되어 평가될 필요성이 있다. 생태계 서비스 분석 중 서식 지질 분석은 세분류 토지피복도분류를 기준으로 분석하도 록 되어 있으나(Terrado et al., 2016;Zhong and Wang, 2017;Xu et al., 2019), 자연생태적 가치를 토지피복도가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향후 연구에서는 서식지의 상 황에 맞게 토지피복도의 자연적 가치를 구명하여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외한 21개 전 국립공원을 대상으로 지지서비스 중 서식지질 분석을 진행하였으며, 기 존의 국외논문 매개변수를 그대로 받아들인 선행연구와 달 리 국내 보호지역 상황에 맞게 재조정하여 분석한 것에 의 의가 있다. 서식지질 분석을 통해 생태계서비스의 가치평가 를 적확한 수치와 통계자료로 비교 가능하며, 지도화를 통 해 직관적인 파악이 용이하다. 이를 통해 발생되는 편익의 증감을 도출할 수 있어 보호지역의 개발과 보전계획 및 정 책 결정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상황에 알맞으며 보호지역으로서의 국립공원 이 기여하는 생태계서비스의 기능적 가치평가에 대한 정확 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향후 분석에 사용되는 기초 데이터 및 매개변수의 신뢰성을 높이는 표준치 도출을 위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