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기후변화로 인해 강풍이나 집중호우 등이 대형화됨에 따 라 나무가 뽑히고 넘어지는 피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는 주요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 등 문화재로 지정된 노거수나 마을의 오래 된 나무는 자연재해에 더욱 취약하며 생물적 특성상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자연유산의 가치 상실은 공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태풍의 경우 2000년대 들어 1980년대와 비교하여 폭발 적으로 발달하는 형태의 태풍 비율이 증가하고, 풍속 발달 속도도 평균 2.1시간에서 평균 1.6시간으로 빨라지는 추세 이다(Bhatia et al., 2019;Moon and Ha, 2021). 실제 2000 년 이후 발생한 천연기념물 노거수 피해의 약 81%는 태풍, 강풍, 강우 등이 원인이었다. 2012년 볼라벤으로 ‘보은 속리 정이품송’ 등 천연기념물 10그루가 훼손되는 피해를 입었 으며, 문화재뿐만 아니라 2010년 강풍과 호우를 동반한 태 풍 곤파스로 전국의 25만 그루 수목이 피해를 입기도 하였 다(Kim et al., 2015). 이러한 기상이변은 결과적으로 노거 수에 직접적인 위험요소가 되는데 특히 나무 내부의 부후나 대규모 공동은 나무가 쓰러지거나 부러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노거수와 같이 구조적으로 약해진 나무는 강풍이나 폭우에 더욱 취약하다(Richard et al., 2012).
기상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노거수 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결함을 사전에 진단 하고 필요 시 지지력 보강이 이루어져야 하나, 나무 내부의 부후나 공동 등 내부결함은 육안으로 판별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실제로 2018년 수원시 영통구 500년 느티나무(수원 11호 보호수)는 내부 공동이 보강되지 못해 밑동이 부러져 쓰러졌고, 2019년 수령 약 250년의 천연기념물 합천 해인사 전나무는 태풍 링링 피해로 도복되어 2020년 2월 문화재에 서 해제(gazette, vol. 19680) 되었는데 육안조사(visual survey)에서 탐지하지 못한 대규모 내부 공동이 도복 이후 에 발견되었다. 나무 내부의 부후나 공동 등 결함진단은 외 부 표징으로만 평가하는 육안조사방법으로는 충분하기 않 기 때문에 나무 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해서 내부의 부후나 공동을 탐지하는 기술연구는 매우 중요하다(Kang et al., 2018;Kim et al., 2015;Gao and Cha, 2009).
나무 내부결함 진단은 침입성(invasice)1)이나 비파괴성 (non-invasive)2) 탐지방식을 적용할 수 있으나 침입성 방식 은 관통 시 감염 등의 우려가 있어 문화재나 보호수로 지정 된 나무는 가급적 물리적 훼손을 최소화하는 비파괴성 진단 방식 적용을 통한 예방적 관리가 중요하다. 초음파, 전기저 항 등 다양한 비파괴 방식 중에서 음파단층촬영(sonic tomography, SoT)은 나무 전체단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 고 최대 직경 약 5m의 대형목도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거수를 대상으로 적용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다(Argus Electronic Gmbh, 2017).
음파단층영상의 정확도와 측정기술, 부후균별 측정값의 정확성 편차 등은 2000년대 초부터 참나무 속, 단풍나무 속 등 유럽과 열대 수종을 중심으로 세부적인 수준까지 연 구가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수종과 결함의 종류에 따라 측 정 정확도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해당 방법을 확대 적 용하기 전에 수종별 측정값의 오차율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Rabe et al., 2004;Wang and Allison, 2008;Brazee et al., 2011;Tallavo et al., 2012;Gilbert et al., 2016;Karlinasari et al., 2016). 특히 아시아에 자생하는 수종이나 노거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Wu et al., 2018;Son et al., 2021)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이번 연구는 문화재와 보호수 지정비중이 높은 소나 무와 은행나무를 대상으로 비파괴 진단방식인 음파단층촬 영법의 신뢰성을 우선적으로 검토하였다. 소나무(松, 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 로 곧은 뿌리와 늘 푸른 잎은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었으며, 십장생 중 하나로 왕실의 번영과 장생을 기원하던 나무이 다. 중국, 일본, 한국 등에 분포하며 전국 산지에서 흔하게 자라는 상록 침엽 교목으로 건조하는 곳에서 견디는 힘이 강하여 화강암 지대의 고산에서도 잘 자라는 편이다. 경관 수와 주요 건축물의 부재 등 쓰임이 다양하고 문화적 가치 가 높아 보은 속리 정이품송을 비롯해 현재 23그루가 천연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 지정비중이 높으며, 전체 노거수의 13%를 차지한다.
은행나무(銀杏, Ginkgo biloba L.)는 예로부터 서원, 문 묘, 사찰 등에 주로 심겨져왔고, 중국이 자생지로 알려져 있으나 공해와 병충해에 강해 전국의 가로수로 많이 식재되 어있다. 암수딴그루의 낙엽 침엽 교목으로 양수이며 습기 있는 지역에서 잘 자라나 건조에 대한 저항력도 강하고, 일 반적으로 토심이 깊고 배수가 좋은 곳에서 잘 자란다. 성균 관 뜰에 자라는 서울 문묘 은행나무에서 알 수 있듯이 유교 와 관계성이 깊고 학문과 연관성이 있어 문행(文杏)으로도 불린다. 또한 높이 39.3m의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처럼 불교 설화와 얽힌 사례도 많아 천연기념물 중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나무에 해당한다. 이처럼 두 수종 모두 문화적 가치와 더불어 문화재나 보호수 지정비중이 높아 연구결과의 활용 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소나무와 은행나무를 대상으로 비파괴 음파단층촬영을 이용해 내부결함을 탐지하는 연구는 없었기 때문에 연구의 목적은 소나무와 은행나무 노거수를 대상으로 음파단층촬 영의 오차율을 검증하고, 수종별 측정결과의 신뢰성을 평가 하는데 있다. 향후 해당 수종의 비파괴 탐지방법 적용과 구 조결함에 대한 중장기 모니터링 수행 시 육안조사에서 나아 가 나무의 건전성 평가를 위한 객관적 근거를 제공하고 구 조적 피해를 사전 예방하는 관리방식에 기여할 수 있을 것 으로 기대한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청주시, 충주시, 금산군에 소재한 평균 수령 약 100년 이상의 보호수와 구리 동구릉, 서울 선릉과 정릉에 자라는 은행나무와 소나무 노거수 각각 30그루, 26그루를 대상으로 2021년 4월부터 9월까지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Figure 1). 소나무는 높이 6~15m, 평균 흉 고둘레는 178cm, 은행나무는 높이 10~24m, 평균 흉고둘 레는 368cm의 노거수에 해당한다.
2. 조사분석
노거수 56그루에 대한 음파단층촬영 후 동일한 나무를 대상으로 소나무와 은행나무 각각 118개, 173개 측정지점 (measuring points, MPs)에 대한 드릴저항을 측정하였다. 음파단층촬영(sonic tomography, SoT)은 측정센서를 목재 단면(geometry)의 목부(xylem)까지 얕게 삽입한 뒤 모든 측 정센서에서 음파를 발생시켜 음파 전송속도를 다양한 방향에 서 측정하게 된다(Figure 2). 음파속도는 목재의 탄성계수와 밀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부후나 동공은 목재의 탄성과 밀도 를 감소시키므로 일반적으로 나무의 결함부는 건전부보다 상대적으로 음파속도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Gilbert et al., 2016;Argus Electronic Gmbh, 2017). 동일한 목재 단면 내 각 지점별 음파속도를 상대적으로 비교하며, 측정을 위해 PiCUS 3 Sonic Tomography(Argus Electronic GmbH, Rostock, Germany) 장비를 이용하여 지면에서 30~165cm 높이의 주간 단면을 측정하였다(Table 1). PiCUS 3 소프트웨 어는 음파 전송속도를 2차원 음파단층영상(sonic tomogram) 으로 변환시키는데 빠른 음파속도를 나타내는 진한 고동색은 건강한 조직(고밀도), 느린 음파속도의 붉은색과 파란색은 결함(부후, 공동), 초록색은 초기 부후로 건전한 부위와 결함 부위의 전이지대를 의미한다.
음파단층촬영 결과의 신뢰성 검증을 위한 비교 데이터 획득을 위해 최소 침입성 방식인 드릴저항측정을 적용하였고 측정장비는 Rinntech Resistograph 650(Rinntech-Metriwerk GmbH & Co, Heidelberg, Germary)을 이용하였다. 드릴저항 측정은 드릴날(tip diameter 3mm, shaft diameter 1.5mm)이 목재 내부를 관통하면서 균열, 공동 등을 지날 때 목재 저항값 이 낮아지는 원리로 저항값의 파형을 분석하여 결함의 유형과 발생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정확도가 높아 목재 부후 감지나 구조진단에 폭넓게 활용된다(Rinn, 1990, 2012;Ceraldi et al., 2001;Allison and Wang, 2015;Karlinasari, et al., 2017;Sharapov et al., 2018, 2020). 하지만 수분에 영향을 받고 작은 구멍을 남기며, 목재 관통 시 감염과 변색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드릴저항측정은 단층영상에 서 결함이 의심되는 부위와 4개 방위를 기준으로 나무의 수피에서 수심 방향(방사 방향)으로 지면과 평행하게 측정하 였다(Figure 2).
통계분석은 각 측정지점(소나무 118개, 은행나무 173개) 에 대한 두 측정값의 결함부 길이(㎝)를 비교하고 SPSS 21.0(IBM Corp., Armonk, NY, USA)을 이용해 t검정과 단 순선형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소나무 음파단층촬영 신뢰성 분석 결과
소나무의 드릴저항측정과 음파단층촬영의 오차율 비교 를 위해 주요 음파단층촬영 118개 측정지점(MPs)에 대해 드릴저항을 측정하고 t검정과 단순선형회귀분석을 실시하 였다. 소나무와 은행나무의 음파단층촬영과 드릴저항측정 결과를 중첩한 그래프는 Appendix A와 같다. 118개 측정지 점에 대한 단층영상의 결함부는 평균 8.2㎝, 드릴저항측정 의 결함부는 7.4㎝로 0.8㎝의 근소한 오차가 발생하였다. 세부적으로 전체 측정지점 중 17개 지점에서 10㎝ 이상의 오차가 나타났고 이는 전체의 14.4%로 특히 11번, 12번, 21번 나무에서 드릴저항측정 결과와 불일치한 구간이 많았 다(Table 2).
Appendix A를 살펴보면 불일치한 구간은 대부분 건전부 와 결함부의 전이지대에서 발생하거나 음파단층영상에서 결함으로 판독되나 목재밀도는 떨어지지 않는 구간에 해당 하여 음파단층촬영이 내부결함의 면적을 과대 측정하는 경 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집단 간 결함부 길이에 대한 t검정 결과 통계적으로 두 집단 간 측정결과에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아 동일한 모집단 으로 볼 수 있다(t=.507, p=.612, Table 2). 이는 소나무를 대상으로 한 측정에서 음파단층촬영법이 신뢰할 수 있는 진단방법임을 의미한다. 회귀분석 결과 회귀모형이 유의미 하였고 60.3%의 설명력을 보였다(F=176.179, p<0.001, R2=.603, 수정된 R2=.600). 음파단층촬영에서 탐지된 결함 부의 길이와 드릴저항측정의 결함부 길이는 유의한 수준에 서 양의 상관관계로 나타나 음파단층촬영의 결함부가 증가 할수록 드릴저항 측정의 결함부도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 다(Figure 3).
2. 은행나무 음파단층촬영 신뢰성 분석 결과
은행나무의 드릴저항측정과 음파단층촬영의 오차율 비 교를 위해 주요 음파단층촬영 173개 측정지점에 대한 t검정 결과 은행나무 음파단층영상 측정 시 결함부는 평균 11.6 ㎝, 드릴저항측정 시 결함부는 8.6㎝이었고 평균 오차는 3 ㎝이었으며 통계적으로 두 집단 간 측정결과에 차이가 있었 다(t=2.134, p=.034, Table 3).
다만 회귀분석 결과 회귀모형은 유의미하였고 62.6%의 설명력을 보였다(F=285.996, p<0.001, R2=.626, 수정된 R2=.624). 두 집단 간 측정값의 t검정 결과 유의성에 차이는 있지만 음파단층촬영에서 탐지된 결함부의 길이와 드릴저 항측정의 결함부 길이는 유의한 수준에서 양의 상관관계로 나타났다(Figure 3).
두 측정결과의 오차율을 세부적으로 비교하면 전체 측정 지점 중 42개에서 10㎝ 이상 오차가 확인되었고, 이는 전체의 24.2%에 해당한다. 특히 6번, 7번, 14번, 17번, 20번, 27번, 30번 나무에서 불일치한 비율이 높았는데 대부분 단층영상 이 내부결함을 과대 탐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건전부와 결함부의 전이지대나 단층영상에서는 결함으로 탐지되었으 나 드릴저항값이 떨어지지 않은 구간으로 볼 수 있다.
3. 고찰
소나무와 은행나무 노거수를 대상으로 내부결함에 대한 음파단층촬영과 드릴저항측정 결과 비교에서 소나무는 두 집단 간 결함부 길이의 평균 오차는 0.8㎝로 상대적으로 근소한 오차가 발생했으며 t검정 결과 집단 간 결함부 길이 의 평균 측정값에 유의성이 없었다. 회귀분석에서도 60.3% 의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 상당부분 두 측정방법이 일치하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반면 은행나무는 회귀분석에서 62.6% 의 설명력을 보였으나 t검정에서 두 집단 간 평균이 유의한 수준에서 차이가 있었다. 이처럼 수종에 따라 음파단층촬영 측정값의 오차율에 차이가 있어 내부결함 진단을 위해 비파 괴 음파단층촬영을 적용할 경우 소나무에서만 신뢰할 만한 측정값을 도출할 수 있었다.
수종별 오차율 비교에서도 소나무에 비해 은행나무 오차 율은 24.2%로 더 높았다. 공통적으로 두 수종 모두 결함길 이의 오차는 음파단층촬영에서 초기부후(초록색) 또는 전 이지대로 추정되는 구간이 드릴저항에서 건전한 부위로 진 단된 경우가 많았다. 초기부후는 곰팡이가 침입했지만 세포 벽은 아직 건전한 상태(Argus Electronic Gmbh, 2017)로 목재 강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어 드릴저항에서 탐지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차 발생과 관련하여 나무 내부의 결함종류(부후, 균열, 공동 등)가 복합적이거나 내부에 균열이 많거나 그 균열의 형태가 원모양, 가장자리 를 따라 발생하는 경우 오차율이 높아지거나, 초기부후의 경우 높아 질 수 있다(Gilbert et al., 2016;Son et al., 2021).
이를 종합해보면, 음파단층촬영이 부후 등의 결함을 과대 탐지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러한 경우 오차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ppendix A에서 볼 수 있듯 은행나 무에서도 단층영상이 내부결함의 규모나 위치에 대한 대략 적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의의가 있으나 단층영상이 내부결함을 과대 추정할 수 있음을 고려해서 측정결과를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음파단층촬영은 나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육 안으로 진단이 어려운 내부 부후나 공동의 변화양상을 모니 터링 할 수 있어 문화재와 같이 특수한 사례나 침입성 방법 적용이 어려운 경우 기본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음파 속도는 목재가 연화되면 감소하고 밀도가 증가하면 빨라지기 때문에 초기부후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목재를 연화시키는 부후를 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Mattheck, 2015). 하지만 연구결과와 같이 수종별로 오차율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해당 방법을 문화재를 비롯한 주요 가로수 등에 확대 적용하기 전에 측정결과에 대한 수종별 신뢰성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며, 오차율을 감안해서 측정결과를 해 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