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급속한 도시화로 도심 내 인구가 증가하는 고밀화 현상이 나타났고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광범위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였다(Shin et al., 2008;Jiang et al., 2018). 도시는 건물, 주차장, 도로 등과 같이 사람과 자동차의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Lee et al., 2021). 중공업이 없는 도시지역에서는 특히 교통과 관련된 대기 오염문제가 주목 을 받고 있다(Hu et al., 2018). 자동차의 차체나 엔진에서 발생하는 중금속 아연(Zn)과 납(Pb)은 독성, 지속성과 더불 어 생체 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축적되는 특 성이 있다(Hu et al., 2020). 또한, 중금속은 인간의 건강뿐 만 아니라 도시의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는 위험한 오염물질 중 하나이다(Jeong et al., 2020). 이에 도시지역 내 대기 중 중금속오염을 정의하고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그중 중금속 노출 정도에 따른 생물 체내의 축적농도를 통해 인근 환경의 오염 정도를 직·간접적으로 평가 가능한 방법인 생물 지표종을 활용한 생물학적 모니터 링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Shin et al., 2008;Parmar et al. 2016).
일반적으로 조류는 생태적 먹이단계가 높고 다양한 먹이 를 취식하며 긴 수명을 갖고 있어 생물 지표종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Furness and Greenwood, 2013). 보통 조류 체내에 축적된 오염물질의 농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뼈, 신장, 간, 허파와 같은 생체조직을 추출하거나 알이나 깃털 등의 시료를 수집하여 간접적으로 오염물질 축적패턴을 파 악하는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Nagel et al., 2001;Lee et al., 2016;Kanwal et al., 2020). 그러나 조류의 생체조직, 알, 깃털 등의 시료를 수집하는 과정은 개체들의 번식·생태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스트레스를 유 발할 수 있는 침습적인 방법이다(Le Maho et al., 1992). 기존의 연구방법과 비교하여 조류의 번식·생태가 진행되었 던 둥지를 통하여 오염물질의 축적 정도를 확인하는 방법은 비침습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Chatelain et al., 2021).
중소형 조류의 대부분은 이끼를 주된 둥지 재료로 이용한 다(Hansell, 2000;Sugasawa et al., 2021). 이끼는 대기 중의 영양소, 수분과 더불어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유지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Jiang et al., 2018;Mahapatra et al., 2019). 또한, 이끼는 상록 다년생 식물로 계절에 따라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일 년 내내 수집이 가능하며, 도시지역을 비롯한 열악한 조건에서도 성장하기 때문에 지난 수십 년 동안 연구 에 사용되고 있다(Garty, 2001;Basile et al., 2008;Balabanova et al., 2014;Kłos et al., 2018). 이끼를 주된 둥지 재료로 사용하는 조류에는 대표적으로 박새과 조류가 있다. 박새는 산림 및 도시생태계에서 보편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텃새임과 동시에 환경부가 선정한 기후변화 지표종 으로 도시 미기후 및 개발 환경에 대한 민감성을 확인하는데 적합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Dauwe et al., 2005;Jeong et al., 2012). 박새과 조류는 이끼를 이용해 둥지의 외벽을 형성 하고 외벽은 수분을 흡수하거나 단열을 증가시키며 번식 기간 유조들의 움직임에 의해 발생하는 충격을 견디는 지지 대로써 활용한다(Wesołowski and Wierzcholska, 2018;Kim et al., 2021). 조류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둥지를 건설하는데 보통 박새과 조류는 반경 10m 이내에서 이끼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Wesołowski and Wierzcholska, 2018;Glądalski et al., 2021). 박새과 조류의 주된 둥지 재료인 이끼를 활용하면 국지적인 중금속 오염 모니터링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중금속이 박새과 조류 에게 미치는 생태적 특성을 비침습적인 방법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생물 지표종으로 알려진 박새과 조류의 둥지 재료를 통해 중금속 아연과 납의 축적특성을 파악하였으며, 중금속 모니터링 시료로서 둥지 재료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 하였다. 또한, 환경오염물질이 생물 지표종에 미치는 가시 적 특성을 평가하고자 박새과 조류의 번식 경과에 대한 모 니터링을 병행하였다.
연구방법
본 연구는 서로 다른 도시녹지 유형에서 번식한 박새과 조류의 둥지 재료를 수거하여 환경오염물질의 생물축적 특 성을 파악하고자 중금속 분석을 진행하였다. 연구지역은 충 청남도 천안시 소재의 대학교 캠퍼스 내 녹지공간(단국대학 교 천안캠퍼스), 도시산림(큰매산), 도시공원(청사공원, 두 정공원, 두정8공원, 늘푸른공원, 부대2공원)을 대상으로 하 였다(Figure 1). 박새과 조류의 번식을 고려하여 입구 직경 이 35㎜인 규격화된 인공새집(W: 130㎜, V: 170㎜, H: 330 ㎜)을 제작하여 사용하였다(Park et al., 2004;Park et al., 2005;Lim et al., 2012;Kim et al., 2021). 인공새집은 캠퍼 스 내 녹지공간 14개, 도시산림 11개, 도시공원 29개로 총 54개를 설치하였으며(Table 1), 조류의 이용률을 확인하고 자 2021년 3월부터 8월까지 매주 1회씩 인공새집 모니터링 을 진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인공새집 내부에 산란 및 번 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둥지를 지었을 때 조류가 이용한다 고 판단하였다.
조류의 번식이 끝난 2021년 9월 14일 중금속 분석을 위 해 인공새집에 남아있는 둥지를 수거하였다. 둥지는 기생충 감염 및 제거를 위해 지퍼백에 밀봉하여 냉동 보관하였다 (Wilting, 2017). 수거한 둥지 중 이끼 재료의 양이 중금속 분석을 진행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도시지역의 대기 중 중금속오염을 평가를 목적 으로 하는 연구에서는 세척되지 않은 이끼 시료를 이용해 표면에 흡착된 오염물질까지 중금속 분석을 진행한다 (Bekteshi et al., 2015;Qarri et al., 2015;Maxhuni et al 2016). 본 연구에서는 둥지 재료를 사용해 도시지역에서 발 생한 오염물질을 확인하고 박새과 조류가 둥지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탈락한 생체조직 등에 의한 2차 중금속오염을 종 합적으로 평가하고자 중금속 분석에 비세척 이끼를 활용하 였다. 균일한 이끼 시료를 채취하기 위해 둥지 내 이끼를 무작위로 4~5차례 채취하였으며(Chatelain et al., 2021), 이 끼 내 수분을 제거하고자 Dry Oven을 이용하여 40℃에서 48시간 건조하였다(Jiang et al., 2018). 연구진은 건조된 이 끼 중 시들지 않은 이끼를 직접 눈으로 선별한 후 해당 시료 를 대상으로 중금속 분석을 진행하였다. 전처리는 마이크로 웨이브(UltraWAVE, Milestone Srl, Swiss)로 실시하였고, 기기분석은 ICP-OES(Optima 8300, PerkinElmer, USA)를 사용하였다. 전처리를 위해 건조된 이끼를 유리시험관에 0.15~0.2g을 넣고 무게를 잰 후, 질산 5㎖를 넣고 마이크로 웨이브로 산분해하였다. 이때 분석에 사용한 이끼는 소량의 둥지 재료(흙, 식물성 재료, 동물성 재료 등)와 결합되어 있 어 산분해 과정을 거친 뒤 필터를 이용해 불순물을 걸러내 었다. 이후 ICP-OES를 사용하여 중금속 농도를 2회 측정하 였고 결괏값의 평균을 최종 산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도시녹지 유형별 둥지 재료에 축적된 중금속 농도의 차이를 비교하고자 크루스칼-왈리스 검정(Kruskal- Wallis test)을 수행하였고 Turkey test 사후분석을 하였다. 또한, 박새과 조류의 이소(移巢) 성공 여부에 중금속 아연과 납이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두 그룹 간의 평균을 비교하였다. 도시녹지별 아연 농도는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 기에 비모수검정인 윌콕슨 순위 합 검정(Wilcoxon rank sum test)을 실시하였다. 납의 경우 정규분포를 따르나 등분산을 보이지 않아 웰치 t-검정(Welch t-test) 활용하여 두 집단 간 평균 차이를 비교하였다. 통계적인 분석은 R statistical 4.0.3과 R Studio 4.0.3을 사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인공새집 내 조류 이용률을 확인한 결과 설치한 54개의 인공새집 중 25개(46.29%)의 새집에서 조류의 이용이 관찰 되었다. 각 도시녹지 유형별 조류 이용률은 캠퍼스 내 녹지 공간 11/14개(78.57%), 도시산림 8/11개(72.72%), 도시공 원 6/29개(20.68%)로 나타났다. 도시산림과 캠퍼스 내 녹지 공간에서 높은 이용률을 보였고 주로 박새와 곤줄박이, 딱 새와 같은 소형 참새목 조류들이 인공새집을 이용하였다. 중금속 분석을 진행하기에 적합한 둥지를 선별한 결과, 박 새와 곤줄박이가 번식한 21개의 둥지가 적합하다고 판단되 었다(Table 2).
중금속 분석을 수행한 결과 모든 둥지 내 이끼 재료에서 중금속 아연과 납이 검출되었다. 이끼 재료의 중금속 농도 는 다음과 같다(Figure 2). 아연의 범위는 105.3~1100.7㎍ /dry g로 평균 농도는 228.08±209.62㎍/dry g로 나타났다. 납의 범위는 6.93~38.64㎍/dry g로 평균 농도는 17.67±6.72 ㎍/dry g로 나타났다. 이끼 재료의 중금속 농도의 평균값은 아연이 납과 비교하여 약 13.47배가량 큰 값을 보였다. 이러 한 경향은 이끼를 활용하여 도시지역 내 대기 중 중금속오 염을 파악하였던 선행연구들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주었 다(Zhou et al., 2017;Jiang et al., 2018;Mao et al., 2022). Zhou et al.(2017)은 중국 장쑤성 타이저우시를 대상으로 발생한 중금속오염을 평가하기 위해 작은명주실이끼 (Haplocladium microphyllum)를 바이오모니터로 활용하였 으며, 아연과 납의 평균값은 각각 232.83±198.86㎍/dry g, 44.18±39.18㎍/dry g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에서도 아연은 납과 비교해 약 5.27배가량 큰 값을 보였으며, 최댓값이 1096.25㎍/dry g로 나타나는 등 본 연구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도시녹지 유형별 중금속 농도를 비교한 결과(Table 3), 아연 의 평균값은 캠퍼스 내 녹지공간(303.48±313.31㎍/dry g), 도시산림(187.06±69.15㎍/dry g), 도시공원(149.8±61.62㎍ /dry g) 순으로 나타났고 납의 평균값은 도시산림(20.88± 8.63), 캠퍼스 내 녹지공간(18.29±4.55), 도시공원(12.03± 3.72) 순서로 확인되었다. 캠퍼스 내 녹지공간, 도시산림, 도시공원에서 아연(Kruskal-Wallis test, p-value=0.28) 농도 는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으나 납(Kruskal-Wallis test, p<0.05) 농도는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사후검정 결과 도시산 림과 캠퍼스 내부 녹지공간(p-value=0.96)은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으나 도시공원과 캠퍼스 내부 녹지공간 (p<0.05), 도시공원과 산림(p<0.05)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끼는 도시지역의 대기 중 중금속오염을 평가하기 위한 생물학적 매트릭스로서 오랫동안 생체 모니터링에 사용되 어 왔다(Bargagli et al., 2002;Pesch et al., 2006;Coskun et al., 2009;Içel et al., 2009;Pata et al., 2009). Jiang et al.(2018)의 연구에서는 급속한 도시화를 보이는 중국 후 베이성 우한시를 대상으로 산업, 주요 도로변, 대학 캠퍼스, 주거 지역 등을 포함한 서로 다른 도시 용도에서 이끼류의 중금속 축적 능력을 비교하였다. 해당 연구를 통해 인위적 요인이 대기 중 중금속 농도에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하였 고 도로 및 산업 현장 인근에서 아연과 납을 포함한 중금속 농도가 높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또한, Berisha et al.(2016)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지역의 도시 산림과 도 시근교 산림에서 채취한 이끼들 간의 중금속 농도를 비교하 였고 교통, 난방기구사용, 오염된 토양의 재부유와 같은 이 유로 도시 산림에서 채집한 이끼의 중금속 농도가 높게 나 타나는 사실을 파악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교통시설과 주거시설의 비중이 상 대적으로 높은 도시공원보다 도시산림과 캠퍼스 내 녹지공 간에서 더 높은 중금속 축적특성이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 는 인공새집이 설치되었던 캠퍼스 내 녹지공간과 도시산림 인근에 대학교와 대학병원이 위치하고 있어 해당 시설들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의 반복적인 접근에 따라 중금속 농도가 높게 측정된 것으로 사료된다. 이에 향후 연구에서는 둥지 재료 내 중금속축적특성을 비교할 수 있도록 도시환경과 자연환경에서 각각 번식한 둥지 재료를 대상으로 중금속 분석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둥지를 구성하고 있는 이끼류에 대한 종 동정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Glądalski et al.(2021)의 연구에 따르면 박새과 조류는 둥지 짓기에 이끼류를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둥지를 구성하는 이끼류의 약 80% 이상이 2~6개의 서로 다른 이끼 종을 정기적으로 이용한다고 한다. Wesołowski and Wierzcholska(2018)는 둥지 짓기에 사용되는 이끼류를 파악하고자 둥지로부터 10m 이내의 반경에서 자라는 이끼류를 조사하였다. 해당 연구에서는 조류가 둥지를 짓기에, 충분한 양의 이끼류를 평가하기 위해 40×40㎝ 면적을 초과하는 종만을 포함하였 다. 선행연구를 토대로 향후 연구에서는 번식이 진행된 인공 새집을 중심으로 이끼류의 생육환경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중금속 분석을 진행한 21개의 박새과 조류 둥지 중 11개 (52.38%)의 둥지에서 조류의 이소가 관찰되었다(Table 4). 각 도시녹지 유형에서 관찰된 조류의 이소는 캠퍼스 내 녹 지공간 7개(77.78%), 도시산림 6개(85.71%), 도시공원 1개 (20%)로 주로 도시산림과 캠퍼스 내 녹지공간에서 이소가 확인되었다. 도시공원의 경우 어린이공원인 늘푸른공원을 제외하고 조류의 이소를 관찰할 수 없었다. 근린공원에 해 당하는 청사공원은 산란 후 어미 새가 포란(抱卵)을 진행하 지 않아 번식에 실패하는 경우가 빈번히 관찰되었다. 또한, 두정8공원은 산란 이후 부화한 유조들이 관찰되었으나 유 조가 사망하여 번식에 실패하였다. 도시공원의 경우 이용객 들의 잦은 방문으로 불안감을 느낀 어미 새들이 둥지를 포 기하거나 천적에 의한 사망 등으로 번식 실패가 발생한 것 으로 확인된다.
박새과 조류의 이소 성공 여부에 중금속 축적특성이 미치 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중금속 농도를 비교하였다. 두 그룹 간의 평균 간 차이를 분석한 결과 아연(W=44, p-value= 0.74), 납(t=0.64676, df=7.2422, p-value=0.54) 모두 통계적 으로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선행연구 에서 중금속 노출이 조류 개체군의 번식·생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한다(Eeva and Lehikoinen, 1996;Turzańska-Pietras et al., 2018;Ding et al., 2020). Fritsch et al.(2019)는 대륙검은지빠귀(Turdus merula) 깃털 의 납과 카드뮴 농도를 측정하였고 납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조류의 번식 성공률이 감소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확인하였 다. 박새(Parus major)와 푸른박새(Cyanistes caeruleus) 유 조의 깃털과 배설물, 둥지 재료를 이용해 중금속 분석을 진행 한 Chatelain et al.(2021)의 연구에 따르면 납과 아연을 비롯 한 구리, 비소, 카드뮴 등의 중금속은 번식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향후 연구에서는 박새과 조류의 형태학적 특성과 생활사 특징을 추가로 관찰하여 중금속오염이 야생조류의 성장과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중금속 모니터링 시료로서 박새과 둥지 재료의 활용 가능성을 처음으로 검토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조류 체내에 축적된 오염물질 농도를 파악하기 위해 생물 자체를 죽이거나 번식·생태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 치는 혈액, 알, 깃털 등의 침습적인 시료를 수집하는 기존의 연구방법을 탈피하고 번식 후 남겨진 둥지 재료를 활용하였 다는 점에서 비침습적인 중금속 모니터링의 기초자료로써 활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