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봉화산(919.8m)은 백두대간 자락 중 덕유산과 지리산 중간에 위치한 산으로,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라북도(남원시, 장수 군)와 경상남도(함양군)에 걸쳐 있다. 북쪽으로 월경산, 백운산 의 연봉이 덕유산으로 향하고, 남쪽으로는 매봉, 그리고 모산의 연봉이 이어져 지리산으로 뻗어있다. 지리적인 범위는 북위 35° 28′~35° 34′, 동경 127° 32′~127° 35′에 위치한다. 본 산지의 수계에 속하는 백운천은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 동쪽 일대에 남북으로 흐르는 하천으로 번암면 동북쪽 끝에 있는 영취령 남쪽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흐르다가 번암면 면 소재지를 거쳐 섬진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상류에 지지계곡이 있고 중간에 동화호가 있다(Hong and Seo, 2018). 또한 지질학적으로 이 지역은 남부지괴의 영남육괴에 해당되는데 이 육괴는 주로 고원생대 변성암으로 이루어진 특징이 있다(Choi, 2014). 봉화산이 속한 남원시와 장수군의 최근 5년간 기상개황으로는(Korea Meteorological Administration, 2021) 연평균 기온이 각각 13.1℃와 11.2℃로 나타났고, 연평균 강수량은 각각 1,352 mm와 1,505 mm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수치는 전형적인 남부내륙형 기후 특성을 나타내며, 남한에서 제일 강수량이 적은 지역에 속한다. 또한 한반도 식물의 지리적 분포를 바탕으로 구분된 8개의 식물구계 중 남부아구에 해당되며(Lee and Yim, 1978;2002), 한반도 기후를 바탕으로 한 5개 산림대 중 온대남부대에 속한다(Yim and Kira, 1975).
봉화산의 식물상에 관한 선행연구로 Paik et al. (2006)은 78과 189속 217종 2아종 25변종 5품종 등 총 249분류군이 생육하고 있는 것으로 밝혔고, Hong and Seo (2018)은 86과 204속 250종 28변종 7아종 5품종 등 총 290분류군으로 보고 하였다. 그리고 Hwang et al. (2020)은 백두대간보호지역 중 덕치–육십령 구간을 네 부분으로 나누어 조사하였는데 그 중에 봉화산 구간의 관속식물상은 74과 152속 181종 7아종 14변종 2품종으로 총 204분류군을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상기 연구 들 중에 Paik et al. (2006)과 Hong and Seo (2018)은 조사 결과에 대한 증거표본이 제시되지 않았고, Hwang et al. (2020)은 가장 최근에 수행되었지만 백두대간의 능선부를 중점으로 분석하여, 저지대를 포함한 봉화산 전역을 대상으로 한 식물상 연구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중심 산줄기이자 빙하기 주요 피난처로써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중심지라고할 수 있다(Chung et al., 2018). 백두대간 지역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훼손을 방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법으로 규정하여 백두대 간보호지역을 설정하였다. 이에 백두대간 자연생태계조사 및 관리방안 수립 및 능선부의 주요 식생에 관한 연구 등이 수행되었다(Kim et al., 2003;Choo and Kim, 2004;Kim and Um, 2004;Park et al., 2015). 봉화산은 백두대간보호지역의 한 부분으로 전체 10 구간 중 두 번째 구간에 속한다. 본 연구는 봉화산 지역의 식물다양성 보전을 위하여 그 일대의 관속식물상을 조사하고, 선행연구들과 결과를 비교하여 식물다양성 보존 방안을 제시하고자 수행되었다.
연구방법
1. 재료 및 방법
봉화산 관속식물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2020년 4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총 15회에 걸쳐 현지조사를 수행하였고, 국립 수목원 산림생물표본관(KH)에 수장되어 있는 표본을 추가로 검토하였다(Table 1; Figure 1). 식물 동정의 정확성을 위하여 꽃, 열매 또는 포자 등 생식기관이 있는 개체를 중심으로 채집 하였으며, 수집된 식물들은 건조 후 석엽표본으로 제작하여 국립수목원 산림생물표본관(KH)에 보관하였다. 식물 동정은 Lee (2003), Lee (2006) 등의 도감을 기본적으로 이용하였고, 목본식물은 Chang et al. (2011), Kim and Kim (2011), 양치 식물은 Korea National Arboretum (2008), Lee and Lee (2015), 벼과 및 사초과는 Cho et al. (2016), 외래식물은 Park (2009)의 문헌을 참고하였다. 분류군의 학명은 국가표준식물 목록 (Korea National Arboretum, 2021a;2021b)을 따랐다. 식물목록의 분류체계와 과명은, 양치식물은 PPG I (The Pteridophyte Phylogeny Group, 2016), 나자식물은 Christenhusz et al. (2011), 피자식물은 APG IV (The Angiosperm Phylogeny Group et al., 2016)에 따라 배열하였고 속 이하 분류체계는 알파벳순으로 배열하였다. 작성된 식물목록을 바탕으로 한국특산식물(Chung et al., 2017), 희귀 및 적색목록식물(Korea National Arboretum, 2021c;IUCN, 2022),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종(National Institute of Ecology, 2018), 그리고 외래식물과 생태계교란야생종 (Kang et al., 2020)을 파악하였으며 유용자원식물은 Korea Forest Service (2014)을 참고하였다.
2. 조사분석
봉화산에 대한 선행연구와 본 조사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정량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R v4.1.3 (R Core Team, 2020)으로 devtools package (Wickham et al., 2022)를 이용하여 벤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내었다. 연구결과의 비교를 위해 선행 연구의 목록 중 이명과 비합법명은 정명으로 수정하여 표준화 하고, 식물의 분포범위 및 최근 연구들의 분류학적 견해를 기준으로 오동정으로 판단되는 분류군은 제거하거나 수정하여 적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관속식물상
1) 관속식물 종류조성
본 연구에서 확인된 봉화산 관속식물은 97과 279속 409종 16아종 32변종 9품종으로 총 466분류군으로 확인되었다 (Table 2, Appendix 1). 이는 한반도 전체 관속식물 4,364분류군(Korea National Arboretum, 2021a)의 10.7%에 해당하며 양치식물은 8과 9속 14분류군(3%), 나자식물은 3과 5속 7분류군(1.5%), 피자식물의 쌍자엽식물은 77과 212속 298종 15아종 27변종 9품종의 349분류군(74.9%), 단자엽식물은 9 과 53속 90종 1아종 5변종의 96분류군(20.6%)이었다.
봉화산의 산림식생은 전체적으로 교목과 아교목층에는 굴참 나무(Quercus variabilis Blume), 갈참나무(Quercus aliena Blume), 소나무(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 비목나무 (Lindera erythrocarpa Makino) 등이, 관목층에는 호랑버들 (Salix caprea L.), 병꽃나무([Weigela subsessilis (Nakai) L.H.Bailey)], 작살나무(Callicarpa japonica Thunb.), 까마귀 밥나무(Ribes fasciculatum Siebold & Zucc. var. chinense Maxim.), 생강나무(Lindera obtusiloba Blume), 당단풍나무 (Acer pseudosieboldianum (Pax) Kom.) 등이, 초본층에는 쇠뜨기(Equisetum arvense L.), 십자고사리[Polystichum tripteron (Kunze) C.Presl], 애기나리(Disporum smilacinum A.Gray), 죽대(Polygonatum lasianthum Maxim.), 일월비비추([Hosta capitata (Koidz.) Nakai]), 둥굴레[Polygonatum odoratum (Mill.) Druce var. pluriflorum (Miq.) Ohwi], 노루 오줌[Astilbe chinensis (Maxim.) Franch. & Sav.], 양지꽃 (Potentilla fragarioides L. var. major Maxim.), 고깔제비꽃 (Viola rossii Hemsl.), 노랑제비꽃[Viola orientalis (Maxim.) W.Becker], 태백제비꽃(Viola albida Palib.), 산박하[Isodon inflexus (Thunb.) Kudô], 물봉선(Impatiens textorii Miq.), 큰까치수염(Lysimachia clethroides Duby), 우산나물 [Syneilesis palmata (Thunb.) Maxim.], 넓은잎외잎쑥 [Artemisia stolonifera (Maxim.) Kom.], 맑은대쑥(Artemisia keiskeana Miq.), 등골나물(Eupatorium japonicum Thunb.) 등이 주로 우점하였다. 한편 장수군 번암면과 함양군 백전면 방면의 임도 주변에 일본잎갈나무[Larix kaempferi (Lamb.) Carrière], 편백[Chamaecyparis obtusa (Siebold & Zucc.) Endl.], 아까시나무(Robinia pseudoacacia L.)가 식재되어 있고, 능선부에는 산철쭉[Rhododendron yedoense Maxim. f. poukhanense (H.Lév.) Sugim. ex T.Yamaz.]과 억새 [Miscanthus sinensis Andersson var. purpurascens (Andersson) Matsum.]가 넓게 생육하고 있으며, 계곡 근처에는 층층나무(Cornus controversa Hemsl.), 사람주나무 [Neoshirakia japonica (Siebold & Zucc.) Esser], 고추나무 (Staphylea bumalda DC.), 물참대(Deutzia glabrata Kom.), 키버들(Salix koriyanagi Kimura ex Goerz)이 주로 관찰되었다. 본 조사지는 기후적으로 산초나무(Zanthoxylum schinifolium Siebold & Zucc.), 개비자나무[Cephalotaxus harringtonia (Knight ex J.Forbes) K.Koch], 사람주나무 [Neoshirakia japonica (Siebold & Zucc.) Esser], 길마가지나무(Lonicera harae Makino), 굴피나무(Platycarya strobilacea Siebold & Zucc.), 대팻집나무(Ilex macropoda Miq.), 노각나무(Stewartia koreana Nakai ex Rehder)와 같은 온대림 남부의 대표 수종이 나타나는 것으로 전형적인 온대 남부의 식생을 보인다. 반면, 장수군 치재 근처 도로변에서 강원도와 전북의 산지에 드물게 자라고, 지리산이 남방한계선인 왕괴 불나무(Lonicera vidalii Franch. & Sav.)가 확인되었다.
2) 선행연구와 비교
벤다이어그램을 통해 이전에 봉화산 식물상 조사를 수행한 Paik et al. (2006), Hong and Seo (2018) 그리고 Hwang et al. (2020)와 비교한 결과 본 조사의 분류군 수가 가장 많았다. 본 조사에서만 확인된 식물은 182분류군이고, 그 중에 특산 식물은 백운산원추리(Hemerocallis hakuunensis Nakai), 흰 털괭이눈(Chrysosplenium barbatum Nakai), 닥나무 (Broussonetia × hanjiana M.Kim), 미치광이풀[Scopolia parviflora (Dunn) Nakai] 4분류군이며,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은 노루삼(Actaea asiatica H.Hara), 너도바람꽃(Eranthis stellata Maxim.), 피나물(Hylomecon vernalis Maxim.) 등 31분류군이 확인되었다. 이전 조사에서만 확인된 식물은 207 분류군으로 검팽나무(Celtis choseniana Nakai), 지리산개별꽃(Pseudostellaria okamotoi Ohwi), 지리대사초(Carex okamotoi Ohwi), 고려엉겅퀴[Cirsium setidens (Dunn) Nakai] 등을 포함한다. 한편, 4개의 모든 식물상 조사에 동일하게 관찰된 분류군은 개비자나무, 족도리풀(Asarum sieboldii Miq.), 생강나무, 홀아비꽃대(Chloranthus japonicus Siebold) 등 52분류군으로 확인되었다. 선행연구 식물 목록 중에 국가표준식물목록(Korea National Arboretum, 2021a;2021b)에 따라 이명으로 확인된 민들레, 참산부추, 댓잎현호색, 빗살현호색, 개벚나무, 털피나무는 각각 털민들레 (Taraxacum mongolicum Hand.-Mazz.), 산부추(Allium thunbergii G.Don), 현호색(Corydalis remota Fisch. ex Maxim.), 산벚나무(Prunus sargentii Rehder), 피나무(Tilia amurensis Rupr.)로 처리하였고, 남한에는 얇은잎고광나무 (Philadelphus tenuifolius Rupr. & Maxim.) 한 종이 존재한 다는 최근의 분류학적 연구를 반영하여 고광나무 (Philadelphus schrenkii Rupr.)는 얇은고광나무로 수정하여 비교하였다(Park and Lee, 2007;Oh et al., 2016;Yang, 2016;Choi et al., 2020;Kim et al., 2022). 봉화산 식물상 연구 간에 많은 차이를 보였는데, 분류군별, 생육형별 특성을 고려한 결과, 분류군에 대한 오동정과 조사경로의 차이로 인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Figure 2). Paik et al. (2006), Hong and Seo (2018), Hwang et al. (2020), 그리고 본 연구에서만 확인 된 분류군은 각각 48분류군, 79분류군, 44분류군, 182분류군 이었는데, 그 중에 국화과 41분류군, 벼과 34분류군, 사초과 24분류군, 양치식물 20분류군의 순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였다. 먼저, 양치식물에서 Hong and Seo (2018)가 기록한 왕고 사리[Deparia pterorachis (Christ) M.Kato]는 강원도와 울릉도 산지에 분포한다고 알려져 있고, 족제비고사리 [Dryopteris varia (L.) Kuntze]는 제주도에 분포함으로 오동정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본 조사에서 발견한 꼬리고사리 (Asplenium incisum Thunb.), 비늘고사리[Dryopteris lacera (Thunb.) Kuntze]는 장수군 동화호 근처 계곡부, 일본잎갈나 무 조림지 근처에서 자생하고 있었는데 이전 조사에서는 포함 되지 않은 구역이다. Hwang et al. (2020)이 보고한 넉줄고사리(Davallia mariesii T.Moore ex Baker)와 산일엽초 [Lepisorus ussuriensis (Regel & Maack) Ching]는 주로 바위 또는 나무에 붙어서 자라는 양치식물로서 백두대간 능선부를 따라 조사한 이 연구에서만 확인되었다. 사초과에서 Hwang et al. (2020)이 확인한 애기감둥사초(Carex gifuensis Franch.)는 현재 분류학적으로 한국 특산식물인 부산사초 (Carex fusanensis Ohwi)로 분류되고 있고, 활엽수림 급경사지에 자라는 식물인 지리대사초는 이 연구에서만 실체를 확인 하였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화살사초(Carex transversa Boott), 괭이사초(Carex neurocarpa Maxim.)는 숲 가장자리 축축한 곳에서 주로 자생하는데 치재 근처 임도길 근처에서 관찰하였다. 이외에도 분포에 대한 분류학적 고찰을 통해 인식 한 오동정일 가능성이 있는 분류군과 사유는 다음과 같다. 참마 (Dioscorea japonica Thunb.), 소엽맥문동[Ophiopogon japonicus (Thunb.) Ker Gawl.], 가시엉겅퀴(Cirsium japonicum Fisch. ex DC. var. spinossimum Kitam.)는 제주도 및 경남 또는 전남 지역에 제한적으로 분포하고, 떡버들 (Salix hallaisanensis H.Lév)은 제주도 한라산에 분포하고 일부 학자들은 호랑버들과 동일종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북한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내버들(Salix gilgiana Seem.)과 눈괴 불주머니(Corydalis ochotensis Turcz.), 분포지역이 강원도 일부지역인 바위말발도리[Deutzia grandiflora Bunge var. baroniana (Diels) Rehder]와 잔대[Adenophora triphylla (Thunb.) A.DC. var. japonica (Regel) H.Hara], 남부 도서 지방에 주로 분포하는 종인 남오미자[Kadsura japonica (L.) Dunal]와 보리장나무(Elaeagnus glabra Thunb.), 최근에 전라남도 영광군에서 국내 자생지를 처음 확인한 괭이눈 (Chrysosplenium grayanum Maxim)이 있다. 형태적 유사성으로 인해 분류학적으로 혼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분류군은 갯 쑥부쟁이(Aster hispidus Thunb.)와 개쑥부쟁이[Aster meyendorffii (Regel & Maack) Voss], 쉽싸리(Lycopus lucidus Turcz. ex Benth.)와 산쉽싸리(Lycopus charkeviczii Prob.), 목형[Vitex negundo var. cannabifolia (Siebold & Zucc.) Hand.-Mazz.]과 좀목형[Vitex negundo L. var. incisa (Lam.) C.B.Clarke], 그리고 오동나무(Paulownia coreana Uyeki)와 참오동나무[Paulownia tomentosa (Thunb.) Steud.]가 있다. 본 조사에서만 확인된 분류군 중 벼과는 겨이삭(Agrostis clavata Trin. var. nukabo Ohwi), 뚝새풀 (Alopecurus aequalis Sobol.), 왕바랭이[Eleusine indica (L.) Gaertn.] 등 21분류군, 국화과는 개쑥갓(Senecio vulgaris L.), 울산도깨비바늘(Bidens pilosa L.), 미국가막사리(Bidens frondosa L.) 등 18분류군, 콩과는 자귀풀(Aeschynomene indica L.), 큰낭아초(ndigofera bungeana Walp.), 차풀 [Chamaecrista nomame (Makino) H.Ohashi] 등 9분류군으로 각각 확인되었는데 이 식물들은 주로 인가 주변, 특히 밭 주변이나 임도에서 주로 자생하는 분류군으로 본 연구가 저지 대를 포함한 봉화산 전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과 봉화산이 인간의 간섭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 원인으로 생각된다.
2. 한국특산식물
특산식물은 어느 한정된 지역에서만 생육하는 식물을 말하며,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라 생물주권이 강화되고 있어 한반도 특산식물에 대한 가치는 더 높아지고 있다(Chung et al., 2017). 본 연구에서 확인된 한국특산식물은 백운산원추리, 은꿩의다리(Thalictrum actaeifolium var. brevistylum Nakai), 흰털괭이눈, 키버들, 노각나무 등 8분류군으로(Table 3), 우리 나라 특산식물 360분류군(Chung et al., 2017)의 2.2%에 해 당한다. 특산식물들은 봉화산 전 지역에 걸쳐 생육하였으나 흰털괭이눈, 키버들, 노각나무, 미치광이풀 등은 산지 계곡부 또 는 그늘진 습한 곳에서 제한적으로 분포하였다. 선행연구에서 는 분포가 확인된 반면, 본 연구에서는 조사되지 않은 종류는 검팽나무, 지리산개별꽃, 지리대사초, 고려엉겅퀴 등 9분류군으로 지리산 일대에 자라는 지리산개별꽃과 중부 이남의 지역에 분포하는 지리대사초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편, 백운산원 추리, 흰털괭이눈, 닥나무, 미치광이풀 4분류군은 본 연구를 통해 새롭게 확인되었다.
3. 적색목록식물
희귀식물의 보전 전략을 마련하기 위하여 국내 연구기관들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의 IUCN Red List 평가 기준을 적용하여 한국식물의 적색목록을 발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일부 대상만을 평가했지만, 최근에 국립수목원에서 발표한 한국의 관속식물 적색목록은 우리나라 자생식물 전체를 대상으로 국가 수준에서 평가가 적합하지 않다고 간주되는 분류 군은 제외하여 총 2,522분류군의 평가를 시도했다. 그 기준에 따르면 조사지역의 위협범주 중 취약(vulnerable, VU)에 속하 는 분류군으로 백부자[Aconitum coreanum (H.Lév.) Rapaics]가 확인되었는데, 국가 적색목록 범주(National Red List Category)에서는 VU 범주에 해당되지만, 지구 적색목록 범주(Global Red List Category)에서는 약관심(Least Concern, LC)로 평가된다. 주로 강원도 지역에 분포하는 백부자는 봉화산에서 Hwang et al. (2020)에 의해 처음으로 보고 되었으며, 금번 조사에서도 선행연구의 결과와 같이 정상부에 이르는 나무계단 초입부 근처에서 산딸기, 미역줄나무 등 초본 식물과 혼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백부자는 백두대간 주능선에서 자생하며 주변에 임도가 있어 등산객의 접근이 용이하여 무분별한 남획이 일어날 수 있어 보전 및 관리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비교적 낮은 위협의 약관심(LC)으로 평가된 종은 개서어나무(Carpinus tschonoskii Maxim.), 물레나물(Hypericum ascyron L.), 태백제비꽃 등 418분류군, 정보부족(Data Deficient, DD)종은 꼬리까치밥나무(Ribes komarovii Pojark.) 1분류군이었다.
4.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종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종은 환경평가를 위한 식물군으로 분포범위에 따라 5개 등급으로 구분되며, 특정한 지역의 자연환경 우수성의 정도 및 종보존 우선순위를 파악하고자 선정한 목록이다(Kim, 2000;National Institute of Ecology, 2018). 조사지역의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종은 총 57분류군이며, 조사지 전체 관속식물 대비 약 12.3%에 해당한다. 이들을 등급별로 구분해 보면 Ⅴ등급에는 백부자, Ⅲ등급에는 노루삼, 너도 바람꽃, 노각나무, 물양지꽃(Potentilla cryptotaeniae Maxim.)을 포함하여 9분류군, Ⅱ등급에는 꿩고비(Osmunda cinnamomea L.), 함박꽃나무(Magnolia sieboldii K.Koch), 민둥뫼제비꽃[Viola tokubuchiana Makino var. takedana (Makino) F.Maek.]을 비롯한 14분류군, Ⅰ등급에는 개비자 나무, 큰꽃으아리(Clematis patens C.Morren & Decne.)를 비롯한 33분류군이 각각 확인되었다(Table 4).
5. 외래식물 및 생태계교란야생종
본 조사를 통해 봉화산에서 확인된 외래식물은 24분류군으로 나타났고(Table 5), 그 중에 국화과가 미국가막사리, 울산도 깨비바늘, 개망초(Erigeron annuus Pers.) 등의 5분류군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벼과와 배추과가 각각 3분류군으로 관찰되어 그 다음으로 분류군 수가 많았다. 조사지역의 도시화 지수 (Urbanization Index: 귀화식물의 종수/남한 귀화식물 총 종수×100=24/427×100)은 5.6%, 귀화율(Naturalized Index: 귀화식물의 종수/출현식물의 총 종수×100=24/464×100)은 5.2%이었다. 대부분의 귀화식물은 임도, 주차장, 하천가 등 인위적으로 교란된 지역에서 출현하였다. 국내 정착 및 확산여부에 따른 외래식물 분류기준으로 구분한 결과 침입외래식물 (invasive alien plant, IAP)은 22분류군, 사전귀화식물 (archaeophyte, Arc.)은 2분류군으로 나타났다. 침입외래식물 22분류군 중 국내 확산 정도에 따라 가장 넓은 분포를 보이는 5등급(widespread, WS)은 10분류군, 4등급(serious spread, SS)은 3분류군, 2등급(minor spread, MS)은 7분류군, 그리고 1등급(potential spread, PS)은 2분류군이었다. 이전 연구에서 확인된 침입외래식물과 본 조사에서 확인된 연구결과를 비교하였을 때, Paik et al. (2006)은 13분류군, Hong and Seo (2018)은 11분류군, 그리고 Hwang et al. (2020)은 4분류군으로 본 조사에서 외래식물의 분류군 수가 증가한 것을 확인하였다. 본 조사에서 확대된 조사구역 및 조사빈도 뿐만 아니라, 봉화산의 관광객 및 임도 통행량의 증가가 외래식물의 분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개의 식물상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외래식물인 애기수영(Rumex acetosella L.)은 생태계교란 종으로 임도 주변으로 넓게 분포하고 있다. 임도가 정상부근까 지나 있어 그 곳을 중심으로 귀화식물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은 관찰 및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둥근잎나팔꽃[Ipomoea purpurea (L.) Roth], 돼지풀(Ambrosia artemisiifolia L.), 붉은서나물 [Erechtites hieraciifolius (L.) Raf. ex DC.], 방가지똥 (Sonchus oleraceus L.) 등 9분류군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봉화산에서 외래식물은 총 33분류군이 조사되었다.
6. 유용식물
봉화산에서 확인된 466분류군의 식물자원 유용도를 분석한 결과, 식용 353분류군(75.8%), 섬유용 3분류군(0.6%), 약용 71분류군(15.2%), 관상용 21분류군(4.5%), 목초용 108분류 군(23.2%), 공업용 2분류군(0.4%), 잡용 7분류군(1.5%), 용 재용 11분류군(2.4%)으로 각각 집계되었으며. 중복된 항목을 제외한 총 353분류군(75.8%)이 유용식물로 확인되었다(Table 6). 유용도는 식용이 가장 높았으며, 목초용, 약용, 관상용 등의 순으로 유용성을 나타내었다. 아울러, 민속식물로 이용 가능한 식물은 279분류군으로 집계되었다(Chung et al., 2013).
7. 봉화산 관속식물상의 의미와 보전 방안
봉화산(919.8m)이 남원 지역의 고산인 만행산(909.6m) 또는 조사지 근처의 1,000m 이상인 산지들과 비교해서 지리학적 으로 중요한 이유는,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우리나라 땅의 근골을 이루는 거대한 산줄기인 백두대간에서 생태계, 자연경관 또는 산림 등에 대하여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백두 대간보호지역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이 무분별하게 개발되면 산줄기의 연결성이 훼손되고, 그로 인해 생물자원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자연경관이 열악해질 수 있다. 봉화산은 정상 부근까지 임도가 있고, 산의 모든 방면에 마을이 들어서 있으며, 높은 지역까지 경작지가 형성돼 있어서 인간의 간섭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또한, 외래식물들의 분포와 확산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여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래식물의 분포와 확산은 도로와 같은 확산을 용이하게 하는 통로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식물의 확산을 예방 및 방지하기 위해서는 산지의 자연식생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Mortensen et al., 2009). 백두대간법에 따르면, 백두대간은 그 보호와 관리를 위해서 생태계 순환이 증진되고 인간의 이용으로 인한 영향과 자연재해가 최소화되도록 관리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이전 식물상들의 목록을 재검토하고, 본 조사의 목록을 추가하여 종합적인 봉화산의 식물상을 파악하였다. 이러한 자료는 백두대간의 중요한 구간인 봉화산의 환경복원과 중요식물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이용되고, 향후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구축된 자료와의 비교로 산림생물다양성 변화를 파악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