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식물상은 특정 지역이나 시기에 출현한 식물종의 목록이며, 지역 생태계 평가 및 관리를 위한 유효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다 (Peterken, 1974;Marshall, 1988;Webster, 1999). 국내에서 Kim (2000)은 식물종의 분포 양상에 따라 등급화 한 <환경평가 를 위한 식물군(plant taxa for environmental assessment)>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환경평가를 위한 식물군>은 2001년부터 <식물구계학적 특정종(floristic target species)>으로써 환경부 전국자연환경조사에 채택되었다(Lee et al., 2005).
최근까지도 지역이나 국지 수준의 식물상 연구(Lim et al., 2005;Chung et al., 2010;Oh et al., 2015;Kim et al., 2021;Shin et al., 2022) 및 각종 환경영향평가서(ISAN Corp. 2010;ChunJin Engineering Consultants Co., Ltd. 2015) 뿐만 아니라, 전국 수준의 연구인 제3차에서 제5차 전국 자연환경조사에서도 <식물구계학적 특정종>은 이용되고 있다 (National Institute of Environmental Research, 2006, 2012;National Institute of Ecology, 2019). 국가 자연생태 계 관리에 관련한 법적·제도적 수단으로 도입되었고, 2008년 이후 「환경영향평가법」,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환경영향 평가법 시행규칙」의 고시 「환경영향평가서등 작성 등에 관한 규정」의 식물상 분야에서 식물구계를 사용하도록 평가서 기재 요령에 적시한 바 있었다(Korea, 2022a). 2009년 이후부터 국가 토지관리를 위한 중요 법령인 「자연환경보전법」, 「자연환 경보전 시행령」의 훈령 「자연환경조사 방법 및 등급분류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식생보전등급 평가요령」에서 <식물구계 학적 특정종>이 직접 사용되기에 이르렀다(Korea, 2022b).
국립생태원은 2018년 『한국산 최신 식물구계학적 특정종』 이라는 공인 출판물을 제작 및 배포하였다(Kim et al., 2018). <식물구계학적 특정종>으로 종 및 종하위의 총 1,485 분류군 을 선정하고, Ⅴ등급 258(17.4%), Ⅳ등급 442(29.8%), Ⅲ등 급 373(25.1%), Ⅱ등급 208(14%), Ⅰ등급 204(13.7%) 분류 군을 등재하였다. 국립생태원의 『한국산 최신 식물구계학적 특 정종』은 지금도 국가 생태계 관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바 탕 정보 또는 기준 정보로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식물구계학 적 특정종>은 국가 공신력을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과학성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9년 제주 한국생물과학협회 학술대회(Kim et al., 2019)에서 <식물구계학적 특정종>의 문 제점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식물구계에 대한 고찰을 차치 하고, 특정종에 해당하는 분류군의 선정과 배제, 선정된 분류군 의 등급 결정 따위가 수정 및 갱신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
본 연구에서는 <식물구계학적 특정종>의 선정과 등급 평가 기준의 기본 골격인 식물구계를 우선 고찰하였다. 식물구계와 관련한 초기 핵심 문헌을 수집하여 분석했으며, 국가 자연생태 계의 실체를 반영하는 과학적 수단으로써의 유효성을 검증하 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식물종자원 관리에 있어서 생태학적 수단 개발에 관련한 국가적 논의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연구방법
총 7편의 연구자료를 비교 분석하였다(Table 1). <식물구계 학적 특정종>의 방법을 처음 제시한 Kim (2000)과 그 이전의 주요 선행연구 4편(Nakai, 1919, 1935;Oh, 1977;Lee and Yim, 1978)과 이후의 2편(Lee and Yim, 2002;Kim et al., 2018)이다. 각각의 자료 본문에서 제시한 식물구계 구분의 기 준과 도식한 식물구계도(植物區系圖) 기준을 검토하였다. 식 물구계도를 제시하지 않고 지역구분 명칭만 나오는 Nakai (1919, 1935)는 그 지역 구분명을 바탕으로 식물구계 구분도 를 제작한 후 다른 연구와 비교 분석하였다. 이들 문헌 속에 나오는 구계구분의 숫자와 구계구분에 사용된 국어 및 영어 표기의 명칭이 상이한데, 본 연구에서는 문헌 간 지리구계 명칭 (Pattern, Province, subprovince, Jigu, Agu 등)을 지리적 대 응성을 감안해 district(아구)로 통칭하였다.
결과
분석대상이 된 7편의 문헌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식물구계 명칭을 썼으며, 구계 구분의 가지 수도 각기 달랐다(Table 1). 특히 식물구계의 구분의 숫자와 명칭에서 Oh (1977)와 Lee and Yim (1978)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Oh (1977)는 한반도 남부의 상록활엽수림대를 처음 구분하였는데 이 식물구계의 구분은 이후 줄곧 사용되었다. 한편, Lee and Yim (1978)은 이전까지 하나로 구분하였던 북부의 식물구계를 갑산아구, 관 북아구, 관서아구 3가지로 구분하였다.
Table 2와 Figure 1은 문헌에 나타난 식물구계 구분에 대한 기재와 식물구계도이다. 여기에서도 연구자들 간의 차이가 발 견되었다. 한반도의 중부와 남부를 3 또는 4가지로, 북부를 1에 서 3가지로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 연구에서는 한반도의 식물 구계와 함께 제주도와 울릉도를 별도 식물구계로 구분하였다.
식물구계에 대한 명칭은 동일하지 않으나 대응시키면 한반 도는 ‘북부’, ‘중부’, ‘남부’, ‘남해안’의 4가지 식물구계로 구분 할 수 있다(Lee and Yim, 1978, 2002;Kim, 2000;Kim et al., 2018). 일부 연구에서는 ‘남부’와 ‘남해안’을 별도로 구분 짓지 않고 하나로 보는 경우가 존재했고(Nakai, 1919, 1935), ‘중부’와 ‘남부’를 하나의 식물구계로 보는 경우도 있었 다(Oh, 1977). ‘북부’의 식물구계는 북한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현재의 <식물구계학적 특정종> 기준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으 며, 본 연구에서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1. ‘북부’와 ‘중부’ 식물구계의 경계 기준
Nakai (1919)는 ‘북부’와 ‘중부’의 기준으로 평양-원산을 잇는 선을 제시하였다. 이후 1935년에는 장산곶-원산을 잇는 선으로 이전과는 다른 기준 지점을 제시하였다(Nakai, 1935). 하지만 경계를 설정함에 있어서 특정의 식물상적 기준을 특기한 바는 없었다. 한편, Oh (1977)는 위도가 그보다 낮은 강화도와 금강산을 잇는 선으로 경계를 설정하였다. Lee and Yim (1978) 은 Oh (1977)의 기준에 동의하면서 인천-춘천-거진을 잇는 선을 제안하였으나, 식물구계도에서는 Oh (1977)에 따라 강화도와 금강산을 잇는 경계선을 제시하는 혼란이 있었다. Kim (2000)은 Lee and Yim (1978)의 식물구계 구분을 따른다고 본문에 언급 하였으나, 도식된 식물구계도에는 강화도-대성산을 잇는 선이 그어져 있었다. 이는 Lee and Yim (1978)의 경계선보다 동부의 위도가 낮은 경계선이다. 이후 Lee and Yim (2002)은 이전에 제시하였던 기준(Lee and Yim, 1978) 대신 Nakai (1935)가 제시한 장산곶-원산 또는 함흥을 잇는 선을 ‘북부’와 ‘중부’의 경계로 언급하였다. 하지만 이 기준 또한 도식된 식물구계도와 큰 차이를 보였다. 동문헌이 제시한 식물구계도 상의 기준은 경계선 서부가 장산곶 북쪽의 장연군, 동부가 원산이나 함흥 이남인 금강산 부근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신의 연구인 Kim et al. (2018)은 Lee and Yim (2002)의 식물구계 구분과 식물구 계도를 따랐다. 하지만 식물구계도의 기준은 Lee and Yim (2002)과 상이하였는데, 서부의 기준은 유사하였으나 동부의 기준은 금강산 이남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2. ‘중부’와 ‘남부’ 식물구계의 경계 기준
Nakai (1919)는 ‘중부’와 ‘남부’ 경계의 기준으로 인천-영 일만을 잇는 선을 제시하였다. 1935년에는 태안반도와 영일만 을 잇는 선으로 기준을 변경해 발표했으나, 이러한 변경에 대한 학술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Oh (1977)는 한반도의 ‘중부’ 와 ‘남부’ 경계를 구분하지 않았으며, Lee and Yim (1978)은 Nakai (1935)에 따라 식물구계를 구분하였고, Kim (2000)은 Lee and Yim (1978)의 의견에 따랐다. 최종적으로 Nakai (1935)의 구분 방식에 따라 식물구계를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 다. 그런데 Lee and Yim (2002)은 또다시 이전의 기준을 변경 하였다. 인천-포항 또는 울산을 잇는 선으로 제시하였고, 식물 구계도에서도 장산곶-인천-포항을 잇는 선으로 도식했다. Kim et al. (2018)은 Lee and Yim (2002)을 인용하여 식물구계도 를 제시하였으나 ‘중부’와 ‘남부’의 식물구계 경계선은 Lee and Yim (2002)보다 좀 더 북쪽에 치우쳐져 있었다.
3. ‘남부’와 ‘남해안’ 식물구계의 경계 기준
Nakai (1919, 1935)는 ‘남부’와 ‘남해안’의 식물구계를 구 분하지 않았고, 이후 Oh (1977)부터 상록활엽수의 최북단 경 계를 기준으로 두 식물구계를 별개로 구분하기 시작하였다. Oh (1977)는 직선으로 제시한 한반도 내의 다른 두 식물구계 경계 선(‘북부’-‘중부’와 ‘중부’-‘남부’)과 달리 ‘남부’와 ‘남해안’의 경계는 직선으로 도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양 끝의 기준인 부산 과 목포만을 제시하였을 뿐, 세부적인 기준은 알 수 없었다. Lee and Yim (1978)은 ‘남부’와 ‘남해안’ 식물구계의 경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Oh (1977)의 기준과 거의 일치 하고 저자가 유형화한 분포역 가운데 난대형과 일치한다고 하 였다. 제시된 식물구계도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Oh (1977)의 기준과 전반적인 형태는 유사하였으나 서부의 기준이 목포보다 북쪽인 함평군 인근이었고 동부의 기준은 Oh (1977)의 부산 기장군 인근보다 남쪽인 해운대 인근이었다.
한편, Kim (2000)은 식물구계 구분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을 설명하지 않았으나 그의 식물구계도를 통한 대략적인 경계는 확인할 수 있었다. ‘남부’와 ‘남해안’의 동서 기준은 각각 기장 군과 무안군 인근으로 확인되고, 경계선은 해당 연구에서 선정 된 78개 지소 가운데 월출산-조계산-백운산-여항산-금정산 부 근을 지나고 있었다. Lee and Yim (2002)은 이 경계선이 난대 상록활엽수림(조엽수림대)의 북한선으로 분명한 구계 구분의 경계임을 본문에 적시하였다. 경계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역 시 제시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동해안의 상록활엽수림 북한 계로 울산의 춘도(椿島, 目島)를 언급하였고 식물구계도에서 도 춘도를 포함시켰다. 특히 춘도의 CI(coldness index)가 -1 0℃에 해당한다고 기재하였다. 이는 Kira (1948) 이후, Yim and Kira (1975), Yim (1977, 1995)이 제시한 CI -10℃가 상록활엽수림(조엽수림)의 북한선 경계 기준이란 것과 일치한 다. 실질적으로 이전(Lee and Yim, 1978)의 연구와 그 기준은 동일하였다. 식물구계도를 비교하면 Lee and Yim (2002)은 이전 연구인 Lee and Yim (1978)의 ‘남부’와 ‘남해안’ 경계선 보다 단순해져 남쪽으로 치우친 경향을 보였고, 황해의 도서지 역이 포함된 것이 달라진 점이었다. Kim et al. (2018)의 식물 구계도는 인용된 Lee and Yim (2002)의 식물구계도와 형태는 유사하지만, 좀 더 남쪽으로 치우친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남 해안 지방의 극히 일부만이 포함되어 ‘남해안’ 식물구계의 전 체 면적은 더욱 협소하게 나타났다.
4. ‘제주도’와 ‘울릉도’ 식물구계의 경계 기준
Lee and Yim (2002)은 서귀포시 남부와 대마도를 잇는 WI(warmth index) 115℃의 등선 의미를 적시하였고 이에 대 한 근거로 담팔수(Elaeocarpus sylvestris var. ellipticus)의 분포를 기재하였다. 그런데 식물구계도에는 서귀포시 남부가 아닌 제주도 북부와 대마도가 표시되진 않았으나 위치상 대마 도의 남부를 잇는 선으로 도식되어 있었다. 이전의 연구(Lee and Yim, 1978)에서 동저자는 제주도와 울릉도를 독립된 식 물구계로 구분하여 별도의 선으로 제시했던 것과 달리, ‘남부’ 와 ‘남해안’의 경계선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울릉도의 북부까지 이어지는 선으로 도식하였다. 이는 울릉도에 대한 명확한 경계 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Lee and Yim (2002)의 식물구계도를 인용한 Kim et al. (2018)에서 ‘남부’ 와 ‘남해안’의 경계선은 이전의 경계선보다 울릉도 북부에서 더욱 북쪽으로 치우쳐 도식되어 상이한 형태를 보였으나, 이전 과 마찬가지로 울릉도의 경계는 설정되지 않음으로써 ‘남해안’ 과 ‘울릉도’ 식물구계 구분은 혼란 속에 있었다.
결과적으로 식물구계 구분에 관련한 주요 핵심 문헌들로부 터 일관성 있는 과학적 논거를 발견할 수 없었고, 상당한 혼란 을 반복적으로 낳고 있었다. 이는 지역 또는 국가 식물상 평가 수단으로 현행 <식물구계학적 특정종>이 갖는 한계성과 부적 절성(inappropriateness)을 뜻하고, 국가 수준에서 반드시 검 증되어야 할 과제인 것으로 밝혀졌다.
고찰
1. <식물구계학적 특정종>의 비전퀘스트
식물구계학에서 한국은 ‘Holarctic Kingdom > Boreal Subkingdom > Eastern Asiatic Region > Japanese-Korean Province’에 속한다(Takhtajan, 1986). 이러한 계층체계 (hierarchical system)는 생태계 또는 서식처를 수준(scale)에 따라 구분하는 생태학적 분류체계와 그 본질이 같다. 본 연구는 Takhtajan의 계층체계(Kingdom, Subkingdim, Region, Province) 속에서 한국 식물상이 속하는 <Japanese-Korean Province>의 하위 계층의 고찰이고, Province의 하위 체계로 서 District를 채택했다. 이는 곧 <식물구계학적 특정종>(Kim, 2000)의 선정과 평가에 바탕이 되는 지역식물상적 구계구분의 기본 단위(district, 區, 구)인 셈이다.
Kim (2000)의 <식물구계학적 특정종>은 국내 식물상 정보 를 바탕으로 구계구분에 근거한 식물상 평가를 시도한 첫 사례 이다. 이는 곧 특정 지역에 출현하는 식물종의 분포 고유성 (nativeness)을 이용한 생태학적 평가이고, 전통적인 식물구계 학의 핵심 요소인 지역식물상이 갖는 고유성에 대한 도입이다. 이는 결국 식물분류학에서 생태학으로 진입을 뜻하고, 식물지 리와 식물생태의 통찰에서 그 완성도를 크게 높인다.
특정 지역의 식물상은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 조건에 전적으 로 의존한 분자(autogenic components)와 인간간섭에 의한 문화적 분자(anthropogenic components)로 이루어져 있고, 이 두 분자의 구분은 지역생태계 및 서식처 평가의 중요한 과정 으로 대두된다(Drake et al., 2003;Ervin et al., 2006;Mumford et al., 2010). 지역식물상에 대한 고유성은 EEA (European Environment Agency)의 EUNIS (European Nature Information System) 서식처 분류 체계 속에서 성취된 사례가 있고, 지역 생태계의 관리 계획 수립, 환경 평가, 모니터 링 등의 중요 정보로 공유되고 있다(Chytrý et al., 2020). 이처 럼 식물상의 고유성은 지역 식물상 평가의 선행 필수요소이다. 그런데 지역식물상의 고유성에 대한 학술적 접근은 선행 문헌 에서 찾을 수 없었으며, 현행의 <식물구계학적 특정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정 지역 내에 출현하는 식물종은 그 분포 기원에 대한 인 식(identification)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곧 지역 내의 서식처 유형의 다양성과 직결되는 생태학적 요소이고, 마침내 지역식 물상의 고유성 정보를 오염시키는 인공 기원 분포 정보를 걸러 내는 중차대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물상의 고유성은 서식처 기반의 천이 개념에 그 바탕을 둔다. 지역식물상 평가에 서 외래귀화식물의 질적 양적 출현 정보를 고려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비록 고유 식물종이라 할지라도 분포기원에 따른 질적 평가도 중요하다. 사철나무의 국내 채집 정보는 전국적 (nation-wide)으로 나타나지만, 실체적 자연 서식처와 자연분 포 개체군은 매우 제한적인 것이 그 본보기이다. 이러한 식물상 의 고유성은 식물(식생)지리학적으로 지방적(provincial 또는 regional)인 것으로 국지적(local)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 사문 암 식물상의 사례(Park et al., 2022)처럼 서식처 특이성과도 밀접하게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식물상 평가는 식 물종의 생태학적 자연분포 즉 서식처 대응 식물분포에 대한 실상을 앞서 파악해야 한다.
<식물구계학적 특정종>은 식물종 분포의 고유성 정보를 고 려한 식물구계도를 바탕으로 등재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 다. 식물구계도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과학성을 찾을 수 없 다면 <식물구계학적 특정종>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안타깝 게도 본 연구 결과에서처럼 식물구계의 경계선에 대한 학술적 근거는 찾을 수 없었고, 주장에 가까운 임의적 기재였다는 사실 이 드러났다. Nakai (1935)의 ‘중부’와 ‘남부’ 식물구계의 경 계, 즉 태안반도와 영일만을 잇는 선이 지금까지 채택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사례이다.
한편, Lee and Yim (1978)은 Nakai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식물구계에 분포하는 식물을 제시하고 경계선의 기준을 감탕나 무속(Ilex L.)의 북한계로 지목하였다. 하지만 태안반도와 영일 만을 잇는 그런 직선이 감탕나무속의 북한계로서 인정할 학술 적 근거는 지금껏 발견되지 않았다. 훗날 Lee and Yim (2002) 은 이 경계선을 인천-포항(또는 울산)을 잇는 선이지만 명확하 지 않다고 기술했고, 이 기준은 차나무과(Theaceae Mirb.)나 굴피나무속(Platycarya Siebold & Zucc.)의 북한계 분포로 변경하였다. 그런데 지도로 드러낸 차나무과나 굴피나무속의 분포 북한계선과 인천-포항(또는 울산)을 잇는 선은 서로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설정된 식물구계의 경계선에서 그 타당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논리적 학술적 전개가 있다면 학술적 고찰이 가능하겠지만, 실정은 그렇지 않았다. 비록 식물 지리학적 ‘식물구계’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논리적이 고 과학적인 기반의 학술 용어는 아니었다. 식물구계란 용어를 기반으로 창안된 <식물구계학적 특정종>이지만, 그 식물구계 의 경계선에 대한 타당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식물구계학적 특정종>은 현재까지도 국가 식물상 평가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으므로 국가 식물상에 대한 평가 수단의 신속한 재고가 요구 되는 지점이다.
한편, 디지털 강국인 우리나라는 빅데이터 수집과 처리 분석 능, 그리고 식물종 분류와 생태에 관한 전문 집단이 존재하며, 국가 식물상 정보의 구축과 평가수단의 개발과 적용이 가능하 다. 이미 국내에서 새로운 식물상 지역(Jung and Cho, 2020), 그리고 해상도 높은 식물기후도가 생산된 바 있다(Eom, 2019;Cho et al., 2020). 즉 이것은 국가 또는 지방 수준에서 “공간적 기본단위”로써 식물기후구 또는 식물구계를 분모로 삼는 생태 계 요소들의 분포 양상에 대한 디지털 지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앞서 Kong (1989)은 지역 식물상의 생물구계 유의성을 근거로 생물지리 구분을 시도하였으며, 비교적 큰 영 역에서 구계 구분에 체계적인 접근 방법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구계 구분의 근거를 지역 식물상의 실체로 삼고 있으나, 종 분포 기원(자생/인위)에 대한 생태적·본질적 요소에 대한 명확 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으며, TWINSPAN을 이용한 수리 분 석 결과에 치우쳐 있음으로써 본 연구와의 고찰에는 함께 다뤄 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러한 연구 접근은 생물지리 구계를 구분하는데 참고할 만한 가치있는 자료로 평가할 수 있다.
식물종 분포 정보는 국가 생태계 관리체제에서 생태자연도 등급 판정 뿐만 아니라 <식물구계학적 특정종>의 등재와 등급 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태요소이다. 결론적으로 기존 식물구계 구분법을 포함한 식물상을 이용한 생태계 평가수단 으로 생태학적 기반의 방법 개발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 연구는 i) 식물 분포의 고유성에 대한 생태학적 합의(consensus), ii) 식물상-환경 정보 통합의 빅데이터 구축, iii) 수준별 식물상 관리 방안 수립의 필요성을 제안하기에 이 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