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야생조류 현장 조사(bird survey) 방법은 대표적으로 선 조 사법(line transect method)과 정점 조사법(point census method)을 기반으로 한다(Bibby et al., 1998;Wilson et al., 2000;Gregory et al., 2004). 두 가지 방법 모두 사전에 선정 한 구역 내에서 머물거나 설정한 경로를 따라 걸으며 관찰되는 종과 개체 수 등의 정보를 기록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또한 이 두 가지 방법은 주로 주간(daytime)에 한정하여 일정 시간 동안 시각과 청각을 통해 이루어진다.
오랜 기간 적용되어온 야생조류 현장 조사 방법은 야간 조사 의 공백, 조사지 접근성의 어려움, 불규칙한 조사일과 그에 따 른 데이터 부족 등의 한계점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생물음향 기술을 이용한 연구들은 그 가능성 을 증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Hobson et al., 2002;Venier et al., 2012). Kahl et al. (2022)은 물리적 모니터링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리 녹음은 서 식지를 적절한 규모로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중요한 조사 방 법이라 설명하면서 특히 멸종위기에 처한 조류 개체군을 모니 터링하기 위한 효율적인 전략이라 주장하였다. Vu et al. (2020)는 최근 생물음향 모니터링은 조류 개체군 모니터링에 유용한 것으로 입증되었다고 제시하면서 연구가 미흡한 Crested Argus (Rheinardia ocellata)(IUCN 적색목록; EN) 를 자동녹음 장치를 이용해 탐지하였고, 그 결과를 통해 Song Thanh 자연 보호 구역의 중요성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였다. 또한, 야간에 나타나는 발성은 뚜렷하기 때문에 야행성 바닷새 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방법으로 음향 녹음이 유리하다(Robb et al. 2008). Buxton and Jones (2012)은 바닷새 서식 연구를 위한 물리적 접근의 대안은 음향 모니터링이라는 근거를 바탕 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해양 도서생태계에서 번식하는 야행성 바닷새 개체군을 연구하였다.
그러나 생물음향 녹음을 통한 야생조류 조사의 적용 가능성 평가를 위해서는 현장 조사와의 비교 분석이 필요하다(Hobson et al. 2002;Acevedo and Villanueva-Rivera 2006;Rempel et al. 2013). Celis-Murillo et al. (2012)는 여러 식생 유형에 걸쳐 조류 종을 확인하는 두 가지 방법(현장 조사와 녹음)의 차이점 비교를 위해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 대상 15종 중 13종이 모든 식생 유형에 대해 녹음이 정점 조사보다 높거나 같은 탐지 확률이 나타났다. 나머지 2종(Black-throated Bobwhite, Colinus nigrogularis; Spot-breasted Wren, Thryothorus maculipectus)은 목초지와 해안 덤불에서 포인 트 조사로 더 높은 탐지 확률을 나타냈다. 비교 결과를 통해 조사자의 역량, 환경적 제한이 있을 수 있는 열대지역에서 음향 녹음은 종의 풍부도와 구성, 점유 패턴을 설명하기 위한 실용적 인 방법이라 주장하였다. 또한, 일부 종의 경우 두 방법의 병행 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한다고 설명하였다. Leach et al. (2015)는 제한된 시간 동안 대상 지역 내의 종 분포를 감지하고 기록하는 효과적인 방법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열대 우림에서 조류의 종 다양성을 정점 조사와 자동 음향 모니터링 을 통해 비교하였다.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탐지된 종에는 중복된 상당수의 종이 있었지만, 각각은 서로 중복되지 않은 종이 탐지되기도 하였다. Alquezar and Machado (2015)는 브라질 세하도와 기타 개방 식생 지역을 대상으로 정점 조사와 생물음향 탐지 장비의 성능을 비교하였다. 각 방법으로 확인한 종수에 유의한 차이가 없음을 발견했다고 제시하면서 생물음향 탐지 장비가 브라질 세하도와 같은 개방 식생 지역에서 조류 개체군을 조사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으며, 정점 조사만 큼 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Vold et al. (2017)도 음향 녹음을 통한 조류 연구는 유용할 수 있지만, 사용하기 전에 효율성과 정확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제시하며 툰드라 조류 군 집 모니터링을 위해 현장 조사와 음향 녹음을 통한 결과를 비교 하였다. 전반적으로 현장 조사를 통해 확인된 915개체 중 55% 인 500개체가 음향 녹음을 통해서도 탐지되었다. 또한, 현장 조사를 통해 확인하지 못한 13종이 음향 녹음을 통해 식별되었 다. 하지만 현장 조사에 의해 관찰된 개체에 대한 음향 녹음에 의해 탐지된 개체의 비율은 조사 지점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감소(0~25m 거리 구역에서 84%, 250m 이상 거리에서 28%) 하였다. 결과를 통해 현장 조사와 음향 녹음을 함께 사용하면 조사 효율성을 높이고, 각각의 조사 결과를 검증할 수도 있다고 제시하였다.
현장 조사에서 기록된 종의 최대 94%는 조사자의 청각으로 감지된다(Simons et al. 2007). 조류 모니터링 방법으로 음향 녹음 기술의 유용성이 제안되어 왔으며, 자동화된 음향 녹음 장비의 활용도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생물음향을 이용한 연 구에 대한 검증은 지속되고 있고, 현장 조사와 병행되어야 한다 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야생조류 현장 조사와 생물음향 탐지의 결과 비교를 통해 효과적인 야생조류 조사 방법을 제시하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국내에서 생물음향 장비 운용을 통한 조류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장 조사와 생물음향 탐지를 병행했을 때, 효과적인 조사가 가능하다는 주 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작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및 대상종
연구대상지는 제주 동백동산(N33.52°, E126.72°)과 1100고 지 습지(N33.36°, E126.46°)이다(Figure 1, Table 1). 제주 동백동산의 경우 난대상록활엽수의 천연림으로 국내에서는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우수한 지질구조, 독특한 식생분포,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처로 국제적 인정을 받아 람사르습지로 지정(2011.3.14.)되었다. 특히, 생물음향 녹음장비가 설치된 먼 물깍은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습지로 다양한 수서식물부터 곤충 의 서식지이자 양서파충류의 산란장소로 야생조류에게 중요한 수분공급처이자 번식공간이다. 1100고지 습지는 화산습지로 잘 알려져 있으며, 람사르습지로 지정(2009.10.12.)된 곳이다.
연구대상종은 조류 전 종으로 생물음향 녹음장비를 통해 식 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종 목록을 작성하고, 그 결과를 서술하 였다.
2. 조사 및 분석
음원 수집을 위한 장비는 Song Meter SM4 (Wildlife Acoustics Inc., USA)이다. 장비는 두 연구대상지 내에서 운용 이 용이할 것으로 판단되는 나무를 선정하여 0.5~1m 높이에 각각 설치하였다. 녹음 설정은 매 시간당 1분씩, wav파일, 44,100Hz 포맷으로 하였다.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기간은 2020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366일)까지였다. 분석에 투입된 녹음파 일은 총 17,568개(동백동산, 1100고지 습지 각 8,784개)였다. 녹음파일 분석 프로그램은 Adobe Audition CC (version 6.0) 을 이용해 소노그램을 통한 시각분석과 청음분석을 병행하였다. 종 마다 가진 특징적인 song과 call을 통해 최대한 동정을 하였으 며 조류 소리 공유 포털(https://xeno-canto.org)을 참고하였다. 특징적인 song과 call이 확인되었음에도 유사한 소리를 내는 종과의 구분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미동정으로 분류하되 결과 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현장 조사와 비교를 위한 음원 분석 결과 정리는 다음과 같 이 진행하였다. 첫 번째, 음원파일 분석을 통해 확인된 종은 동백동산과 1100고지 습지 각각 전체 종 목록을 작성하여 월별 로 울음 빈도를 작성하였다. 울음 빈도는 1분에 한 번 이상 울면 1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택하였다(Ki et al., 2016;Gim et al., 2017;Choi and Ki, 2019;Choi and Ki, 2022). 두 번째, 제주 동백동산과 1100고지 습지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한 연구 논문을 인용하여 결과 비교를 실시하였다. Banjade et al. (2019)의 「제주 동백동산과 1100고지 습지의 조류군집 장기간 동향」 연구는 동백동산과 1100고지 습지에서 서식하는 조류의 종과 개체수 변동성 파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조사는 2009년, 2012년, 2015년, 2018년 각 연도마다 계절별로 3~4명으로 구성된 2팀이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시간은 06:00~10:00, 14:00~18:00로 통일하였고, 야행성 조 류 확인을 위한 장비가 갖춰지지 않아 조사는 주행성 조류에 국한하였다. 조사 결과 총 32과 86종(동백동산 - 78종, 1100고 지 습지 - 47종)의 조류가 관찰되었다. 생물음향 탐지와 현장 조사 결과를 통해 연도별 종수를 그래프로 나타내어 전체적인 양상을 살펴보았고, 공통으로 확인된 종, 생물음향 탐지를 통해 서만 확인된 종, 현장 조사를 통해서만 확인된 종을 표로 나타 내어 비교 분석하였다. 국명은 국가생물종목록을, 학명은 Birdlife International의 명명법을 따랐으며, 최근 새롭게 알려 진 사실들에 대해서는 국내 조류도감을 참고하였다(Park, 2014).
결과 및 고찰
1. 생물음향 탐지 기법으로 탐지된 종 목록
생물음향 탐지 기법을 통해 동백동산에서 확인된 조류상은 29과 46종이다(Table 2). 가장 많은 종이 확인된 달은 5월로 총 30종이 확인되었고, 가장 적은 종이 확인된 달은 9월로 11종 이 확인되었다. 법정보호종으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매(Falco peregrinus), 흑비둘기(Columba janthina), 팔색조 (Pitta nympha), 긴꼬리딱새(Terpsiphone atrocaudata) 4종 이 확인되었다. 천연기념물로는 매, 황조롱이(F. tinnunculus), 흑비둘기, 두견(Cuculus poliocephalus), 소쩍새(Otus sunia), 솔부엉이(Ninox japonica), 팔색조 7종이 확인되었다. 울음의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 종은 직박구리(Hypsipetes amaurotis) 로 전체 울음의 33.62%를 차지하였다. 그 뒤를 이어 섬휘파람새 (Horornis diphone)가 12.13%, 동박새(Zosterops japonicus) 가 9.77%, 멧비둘기(Streptopelia orientalis)가 8.57%, 곤줄박 이(Sittiparus varius)가 7.66%, 박새(Parus minor)가 5.33%, 큰부리까마귀(Corvus macrorhynchos)가 4.13%를 차지하였다. 1100고지 습지에서 확인된 조류상은 16과 25종이다. 가장 많은 종이 확인된 달은 5월로 총 18종이 확인되었고, 가장 적은 종이 확인된 달은 1월로 7종이 확인되었다. 법정보호종으로는 멸종위 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긴꼬리딱새 1종이 확인되었다. 천연기념물 로는 두견 1종이 확인되었다. 1100고지 습지에서 울음의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 종은 큰부리까마귀로 전체 울음의 27.34%를 차지하였다. 그 뒤를 이어 섬휘파람새가 19.43%, 직박구리가 16.56%, 곤줄박이가 9.21%, 동박새가 8.73%, 두견이 5.33%, 박새가 4.72%를 차지하였다.
2. 생물음향 탐지 기법과 현장조사의 결과 비교
현장 조사 ‘Banjade et al. (2019)’를 통해 확인된 종수와 생물음향 탐지 기법을 통해 확인된 종수를 비교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Figure 2). 동백동산의 경우 2009년 39종, 2012년 51종, 2015년 35종, 2018년 45종이 조사되었고, 생 물음향 탐지 기법을 통해 46종이 확인되었다. 1100고지 습 지의 경우 2009년 37종, 2012년 42종, 2015년 34종, 2018 년 38종이 조사되었고, 생물음향 탐지 기법을 통해 25종이 확인되었다.
종합적으로 현장 조사를 통해 동백동산에서 확인된 78종 중 43.6%인 34종, 1100고지 습지에서 확인된 47종 중 38.3%인 18종이 생물음향 탐지 기법으로 확인되었다.
동백동산에서 현장 조사와 생물음향 탐지를 통해 확인된 종 중에서 공통 종은 24과 34종이었다(Table 3). 그 중 현장 조사 4개 연도에서 모두 확인된 종은 생물음향 탐지 기법을 이용한 본 연구에서도 모두 확인되었으며, 해당 종으로는 꿩(Phasianus colchicus), 멧비둘기, 두견, 팔색조, 긴꼬리딱새, 큰부리까마귀, 어치(Garrulus glandarius), 까치(Pica serica), 곤줄박이, 박 새, 제비(Hirundo rustica), 직박구리, 동박새, 호랑지빠귀 (Zoothera aurea), 방울새(Chloris sinica), 노랑턱멧새 (Emberiza elegans)이다. 1100고지 습지에서 현장 조사와 생물 음향 탐지를 통해 확인된 종 중에서 공통 종은 15과 18종이었다. 그 중 현장 조사 4개 연도에서 모두 확인된 종은 생물음향 탐지 기법을 이용한 본 연구에서도 모두 확인되었으며, 해당 종으로는 꿩, 멧비둘기, 두견, 큰부리까마귀, 박새, 진박새(Periparus ater), 곤줄박이, 제비, 직박구리, 동박새, 굴뚝새(Troglodytes troglodytes), 호랑지빠귀, 흰눈썹황금새(Ficedula zanthopygia), 큰유리새(Cyanoptila cyanomelana), 되새(Fringilla montifringilla), 노랑턱멧새이다.
동백동산의 경우 현장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지만, 생물음 향 탐지 기법으로 확인된 종은 9과 12종이었고, 대표적으로 소쩍새, 솔부엉이, 쏙독새(Caprimulgus jotaka)와 같은 야행 성 조류와 되솔새(Phylloscopus tenellipes), 쇠유리새 (Larvivora cyane), 울새(L. sibilans)와 같은 나그네새가 있다 (Table 4). 현장 조사에서 확인된 종 중에서 생물음향 탐지 기법으로 확인되지 않은 종은 18과 48종이었고, 대표적으로 백로과(Ardeidae)와 수리과(Accipitridae)가 있다. 1100고지 습지의 경우 현장 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지만, 생물음향 탐지 기법으로 확인된 종은 오목눈이(Aegithalos caudatus), 검은 머리방울새(Spinus spinus), 솔잣새(Loxia curvirostra), 콩새 (Coccothraustes coccothraustes) 등으로 총 3과 7종의 소리 가 탐지되었다. 현장 조사에서 확인된 종 중에서 생물음향 탐지 기법으로 확인되지 않은 종은 수리과를 비롯해 두견과 (Cuculidae), 할미새과(Motacillidae) 등 총 14과 27종이었다.
3. 고찰
본 연구는 야생조류 생물음향 탐지와 현장 조사의 결과 비교 를 통해 효과적인 야생조류 조사 방법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Wheeldon et al. (2019)은 모든 서식지에서 전통적 인 조사 방법에 비해 음향을 통한 방법이 종 풍부도가 더 높게 나왔다고 설명하면서도 종의 범위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두 방법을 함께 사용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본 연구는 생물음향 탐지 및 분석을 정밀하게 하였고, 생물음향 탐지와 현장 조사 결과를 비교했다는 것에서 위의 연구와 유사성을 갖는다. 제주 동백동산과 1100고지 두 대상지 간에 종 구성 차이까지 확인하 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두 가지 조사 방법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였다.
생물음향 탐지 기법과 현장 조사를 통한 분석 결과 비교를 통해 공통적으로 확인된 종을 파악할 수 있었고, 현장 조사가 실시된 4개 연도에서 모두 확인된 종은 생물음향으로도 탐지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장 조사에서 자주 확인되거나 매년 확인이 되는 종들에 대해서는 생물음향을 통해 탐지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또한, 생물음향 탐지 기법으 로만 확인된 종을 통해 조사 방법 설정에 있어서 생물음향 장비 를 이용한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계절마 다 실시한 현장 조사 결과에서 야행성 조류는 확인되지 않았으 며 현장 조사 시 야간 조사의 공백이 발생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Zwart et al. (2014)는 유럽쏙독새(C. europaeus) 대 상 연구에서 음향녹음 연구를 병행할 경우 연구결과의 신뢰도 가 상승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생물음향 탐지 기법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종에 대해서는 생물음향 연구의 여러 한계점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생물음향 으로 탐지가 되지 않은 종들은 네 가지 측면에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현장 조사 시 맹금류는 상공에서 활공하는 모습을 통해 종을 식별하는 경우가 많고, 나무, 전신 주 등에 앉아있는 개체를 통해 확인되기도 한다. 따라서 생물음 향을 통해서 다양한 종의 맹금류를 탐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동백동산에서 생물음향 탐지 기법으로 매, 황조롱이, 말 똥가리(Buteo japonicus) 소리가 탐지되어 종 동정을 할 수 있었지만, 탐지된 횟수가 1~2회에 그쳤다. 두 번째, 백로과에 속한 종은 참새목 조류처럼 소리를 빈번하게 내지 않고, 먹이활 동을 할 때 이외에는 나무 위 또는 수변 등의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소리를 통해 종을 탐지하고 식별하는 것에 한계 가 있다. 세 번째, 장비를 통해 탐지는 됐으나 유사한 소리를 내는 종들로 동정이 어려운 경우이다. 분석하는 과정에서 오리 류의 소리가 확인이 되었고, 청둥오리(Anas platyrhynchos) 또는 흰뺨검둥오리(A. zonorhyncha)로 추정할 수 있었지만, 정확한 동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때까치과(Laniidae), 지빠귀과(Turdidae), 할미새과, 멧새과(Emberizidae)도 이와 같은 부류에 속하였다. 네 번째, 녹음이 되지 않았거나 녹음이 되었더라도 짧은 발성으로 나타나는 call로 동정이 불가능한 경우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측면에서 판단한 미동정은 제노칸 토 및 국내 새소리 DB를 바탕으로 확인하였으나 종을 특정 지을 수 없어 미동정으로 구분하였다. 종에 따라 song과 call을 명확하게 구분 짓기 위해서는 유사한 발성과의 차이를 규명한 연구와 DB가 구축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call이 상대적으로 비번식기에 빈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현장조 사를 통해 종 동정이 병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Haselmayer and Quinn (2000)은 평균적으로 포인트 조사는 동일한 시간에 음향 녹음보다 더 많은 종을 감지한다고 주장하 지만, 그럼에도 생물 다양성 평가를 위해 두 기술을 함께 사용 할 것을 권장하였다.
여러 식생 유형에 걸쳐 현장 조사와 녹음의 차이를 비교했던 Celis-Murillo et al. (2012)에 대한 서론에서의 내용처럼 본 연구도 상록활엽수림인 동백동산과 초지, 관목림 등이 형성된 1100고지 습지에서 생물음향 탐지의 효과를 비교할 수 있었다. 동백동산과 같이 울창한 산림지대에서는 목견과 청음을 통한 종 확인이 모두 가능하지만, 고지대이면서 초지가 형성되어 있 는 1100고지 습지는 소리가 잘 퍼져나갈 수 있는 개방적인 환경으로 목견의 비중이 높다고 판단되었다. 본 연구는 생물음 향 탐지 기법을 통해 두 연구대상지의 조류를 정밀하게 탐지하 였고, 현장 조사와 비교를 통해 생물음향 탐지 기법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생물음향 탐지 기법은 탐지하기 어려운 종이 있는 한계가 있음에도 현행되고 있는 현장 조사가 갖는 한계를 보완 해 줄 수 있는 조사 방법이다. 따라서 생물음향 탐지 기법은 폭넓은 종의 확인을 위해 현장 조사와 함께 병행되어야 할 필요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