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임도는 산림자원의 경영을 통한 목재생산기능 강화를 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주목적 외 휴양, 산림마을의 연 결, 산불진화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다 (Ji et al., 2015). 따라서 원활한 경영을 위해 낮은 임도밀도를 높이자는 주 장은 산림청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 나, 주된 목적인 산림경영에 임도가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지, 비용투입대비 편익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 한 분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객관적 자료를 통해 임도의 주 목적인 산림자원의 경영 입장에서 편익을 산정한 연구 로는 Hwang et al. (2015), Hwang et al. (2016)의 연구가 있는데, 해당 연구에서는 산림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5개 지방청, 8개 경영계획구를 대상으로 비용절감효과를 산정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임도시설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조림 및 숲가꾸기작업 시 평균 57.6만원/km/년으로 분석되었다(Hwang et al., 2015). 산림작업 중 목재수확과 정에서 임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30.8만원 /km/년으로 나타났다(Hwang et al., 2016). 결국 산림자원 의 경영을 핵심 목적으로 하는 임도의 산림경영비용 절감 효과는 조림 및 숲가꾸기, 목재수확까지 모두 합쳐 연간 약 100만원/km 미만인 것으로 실증되었다. 임도의 조성비 용은 2023년 현재, 「임업․산촌부문 예산안 편성지침」에 의 해 기준단가를 25,300만원/km로 책정하고 있다. 결국, 임 도를 조성함으로써 산림경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임도조성원가 대비 1/250에도 미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시간에 따른 이자율과 보수비용을 산정하지 않은 것 으로 실제 이들 비용을 추가할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수준 에 이름을 알 수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KFS, 2022) 우리나라 총 임도길이는 23,981km이며, 산림면적을 기준으로 한 밀도는 약 3.9m/ha 이다. 산림청이 제시하고 있는 주요 국가의 산림도로 밀도 를 살펴보면1), 독일의 경우 54m/ha에 달하며 미국은 9.5m/ha, 캐나다는 10.3m/ha로 우리나라 임도 밀도에 비해 매우 높다. 그러나, 해당 자료에서는 각 국가의 산림도로 밀도를 산정하는 기준이나 방법은 물론, 정의조차 없다. 우 리나라 통계에 사용되는 임도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 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하고 있으며, 해당 법률에서 임도는 ‘산림의 경영 및 관리를 위하여 설치한 도로’를 말한다. 즉, 산림 내에 다른 목적으로 조성된 도로는 동일한 기능을 수 행할 수 있더라도 임도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산림청이 비교하고 있는 위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예로,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미국 Forest Service Road System 에 포함된 도로2) 즉, 우리나라에서 임도로 정의되는 산림 내 도로는 약 371,000마일로, km로 환산 시 약 597,067km 가 된다. 미국 산림면적은 약 3,097,201㎢ (USDA, 2023)으 로 산림대비 임도의 밀도를 계산하면 단지 1.9m/ha로 우리 나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즉, 산림청이 제시하고 있는 미국의 임도밀도 9.5m/ha와 미국 Forest Service의 자료를 토대로 산정한 임도밀도 1.9m/ha는 심각 한 수치적 괴리를 보여준다. 일본 또한 산림 내 도로밀도를 산정함에 있어 임도에 더해 임도의 역할을 하는 일반도로 및 농로 등을 포함한다(Japan Forestry Agency, 2018). 오스 트리아의 경우는 산림 전 지역의 임도계산이 아닌 목재생산 림만을 대상으로 밀도를 계산하는데, 이 또한 국가에서 정 의한 임도가 아니라, 공공도로와 마을도로, 사유도로의 합 으로 계산된다3).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산림 내부의 다 양한 도로 중 산림청이 건설한 임도만을 산림도로에 포함하 고 있어 이러한 비교는 인식의 왜곡을 발생시킬 여지가 매 우 크다.
산불 대응에 있어 임도를 바라보는 두가지 관점이 있다. 임도는 산불진화 시 차량 및 인력을 적기에 투입할 수 있는 진입로 및 방화선 역할을 하므로 마을과 가까운 산림 내 임도 확충이 중요하다는 측면(Ju, 2021)과 임도가 오히려 바람세기를 강하게 하기 때문에 산불에 부정적이라는 측 면이 있다. Einzmann et al., (2022)에 따르면 숲과 임도변 의 바람세기를 비교하여 실측한 결과 숲 속에서 바람세기 가 평균 0.1~0.4 m/s로 약할 때, 임도 주변에서는 평균 3.4~5.0 m/s로 바람이 강하게 불었으며, 동일한 상황에서 임도변 바람세기는 숲보다 최소 15배 이상 빨랐다고 밝혔 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론적 개념은 우리나라에서 긍정적 이건 부정적이건 실증된 바가 거의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형산불은 대부분 강풍을 동반하기에 임도의 효용이 없 다는 반론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산불과 임도의 관계에 대한 실증연구로는 2003년 Cha et al.의 연구가 있는데, 이 당시에도 관련 연구가 국내는 물 론, 국제적으로도 없음을 밝히고 있었다. Cha et al. (2003) 은 2000년 삼척시를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을 중심으로 임 도와 산불의 관계를 분석한 바 있는데, 연속적으로 동일한 사면방위를 갖는 사면을 하나의 조사구로 설정하여 분석 한 관계로 정량 분석으로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위 연구에서는 남서방향의 임도사면과 활엽수림 및 무립 목지, 임도를 통과하는 주변의 하층식생 상태가 양호한 경 우에는 어느정도 효과가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임도가 아 니더라도 일반적인 우리나라 산불피해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동일한 결과로 임도의 직접적 효과로 보기에는 무 리가 있다.
2000년 이후, 2~3년 주기로 발생하던 대형산불이 2017 년 이후 매년 꾸준히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임도와 산불과 의 관계에 대한 객관적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산림청 자료4)에 의하면, 대형산불 발생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최근 6년 6개월 (2017.01~2023.06)간 발생한 피해면적 100ha이상의 대형 산불만 하더라도 32건에 달해 산불과 관련 요소와의 관계성 검증을 위한 대상지는 적지 않음에도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산불에 대한 임도의 효용성이 검증되지 않 은 상황에서 임도의 대규모 신규조성을 주장하는 의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공론화되고 있다5)6). 이에 본 연구 는 산림 내 도로가 산불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가장 최근 발생한 대형산불인 2023년 4월 11일 발생한 강원 특별자치도 강릉 난곡동 산불지역을 대상으로 그 관계성을 검증하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연구대상지는 도로망이 발달한 도심지역에서 발생한 대 형산불 지역으로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2023 년 4월 11일 오전 08:30분에 발화하여 4월 15일 00시까지 4일간 도심에 대규모 피해를 입힌 산불피해지역이다. 본 대상지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어떤 대형산불과 비교해서도 산불피해지역의 도로밀도가 높다. 또한 도심 내부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산림지역에서 발생 한 것과 비교하여 진화를 위한 장비 및 인력이 신속히 투입될 수 있기 때문에 도로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지역이다. 특히, 피해지역 내부에 소방서(경포 119 안전센터)까지 위치 하고 있어 그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강릉 난곡동 산불의 산림청 집계 공식 피해면적은 120.7ha였으며, 소방청이 집계한 인명 및 재산피해는 사 망 1명, 부상 37명, 재산피해는 약 250억 원이다. 강릉 난곡산불의 특이점은 산불이 도로가 발달한 도심의 야산을 중심으로 번졌다는 데 있다. 따라서, 대형산불에서 도로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분석이 가능한 장소 이다.
2. 산불피해 분석
산불피해지역은 피해지 경계조사와 피해강도분석의 두 단계로 실시하였다. 피해지 경계조사의 경우 인공위성영상 (Sentinel-2A)을 통해 1차적으로 산불피해지역을 산정한 후, 이를 1:5,000 지형도에 중첩하여 현장조사를 통해 세부 경계를 획정하였다.
산불피해강도의 분석은 정규탄화지수(Normalized Burn Ratio, NBR)를 사용하였다. NBR이란 위성영상의 근적외 선(Near-infrared spectroscopy, NIR)과 단파적외선(Short Wavelength InfraRed, SWIR) 대역을 이용하여 산불피해지 역을 식별하고 피해심각도를 측정하는데 사용된다. 건강한 식생은 NIR에서 매우 높은 반사율을 나타내고, SWIR은 낮은 반사율을 나타낸다. 산불 피해지역에서는 건강한 식생 과 비교하였을 때 파장의 반사율이 역으로 나타나기 때문 에, NIR 파장이 낮은 반사율을 나타내면서, SWIR 파장이 높은 반사율을 나타내는 지역이 산불피해정도가 심각하다 고 판단할 수 있다(Lutes et al., 2006). NBR은 근적외선 파장과 단파적외선 파장의 차이를 근적외선 파장과 단파적 외선 파장의 합으로 나눈 값을 사용한다(Eq 1). 일반적으로 산불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은 NBR 값이 0에 가까우며, 이 를 활용하여 dNBR은 산불 전후의 NBR 값의 차를 통해 산불 피해등급을 추정할 수 있다(Eq 2). dNBR은 지수 값의 차이와 더불어 현장검증을 통해 피해 등급을 분류하기 때문 에 다양한 산림을 대상으로 정규화된 피해 등급 값을 제시 하기 힘들며, 위성영상 피해 등급 분류를 위한 과정에서는 피해 강도에 따른 정의를 사전에 수립하고 현장검증을 통한 결과와 병행하여 검증 결과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된다(Won et al., 2007). USDA에서는 Fire Effects Monitoring and Inventory System(Lutes et al., 2006)을 통 해 위성 영상의 분석과 더불어 현장평가를 통해 각 값에 따른 피해등급표를 제시하였는데(Table 1), dNBR값이 높 을수록 더 심각한 손상을 나타내며, dNBR 값이 음수인 지 역은 화재 발생 이후 식생의 재성장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의 경우 Sentinel-2를 이용한 산불피해강도 검증은 아직 정 립된 바 없으며, 대부분의 연구에서 USGS의 값을 그대로 준용하여 사용하였다(Youn and Jeong, 2019). 본 연구에서 도 USGS의 기준을 준용하였으며, 사전조사를 통해 산불피 해가 있는 지역의 경계를 선정하여, 인공위성영상에서 피해 정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약한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간주하였다.
Sentinel-2는 유럽 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 ESA) 과 유럽 위성 운영 기구(Copernicus Programme)에서 개발한 지구 관측 위성 시스템으로서, 다양한 지구 관측 목적을 위해 고해상도 멀티스펙트럼 광학 영상을 제공한다. 13개의 밴드 를 가지고 있으며 각 밴드의 공간 해상도는 10m, 20m, 60m로 다르게 제공한다. 특히 Sentinel Analysis Ready Data(ARD) 는 Sentinel 위성 시스템에서 수집한 위성 영상 데이터를 사전 처리하여 분석 및 활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준비된 데이터 형식을 나타내며, 본 연구에서는 대기보정, 기하보정, 구름 및 그림자 제거 등 위성영상 분석 시 필요한 전처리 후 제공되는 Level-2A 영상을 사용하였다.
SENTINEL-2A 위성영상의 경우 근적외선 파장에 해당 하는 밴드가 두 가지 종류로 B8, B8A가 있으며, 각각의 공간해상도는 10m와 20m로 제공된다. 분석의 효율성을 위 해 NBR에서 사용되는 단파적외선(SWIR) 대역의 B12와 동일한 공간해상도 20m로 제공되는 B8A를 사용하였다.
산림과 도로와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살펴보고자 현장에 서 작성한 산불피해지역 조사결과와 산림청 2022년 정밀임 상도와 중첩하여 산림으로 정의된 공간만을 추출하였고, 산 림 외 골프장 잔디밭이나 공원 및 기타녹지지역 등은 분석 에서 제외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설정한 산불피해지역 은 약 149.1ha로 확인되었다. 산림청 공식 자료와 비교하면 약 30ha 더 넓은 지역이 산불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 다. 산정한 피해 대상지는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에 따른 것 으로 일부 가장자리에 대해 Sentinel-2 영상이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영상분석을 통한 피해정도 구분은 현장을 감안하여 연구자가 조정하여 설정하도록 권 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림청의 발표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피해지역의 면적비율 및 도로로부터의 거리분석 등 산불 피해강도 결과는 Sentinel-2 영상의 공간해상도인 20m 기 준으로 20x20m의 그리드를 생성하여 분석하였다.
산불피해지역으로 접근가능한 도로의 추출과 도로밀도를 산정하기 위해 피해지역 경계 외곽선에서 50m 이내에 위치 한 도로를 추출하여 사용하였는데, 이는 진화대원이 산불진 화를 위해 도로에서부터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거리이다. 이에, 피해지역 경계로부터 50m이내에 포함되는 공간을 분 석하여 해당지역 내의 도로길이를 계산하였다. 산불지역의 도로정보는 국립지리원 1:5000축척의 수치지형도를 활용하 여 차량통행이 가능한 도로유형코드레이어에 포함되는 선 형객체를 추출하여 도로데이터로 활용하였다. 수치지형도 1/5,000에서는 도로의 폭이 3m이상일 경우 실폭으로 표현 하며, 도로의 폭이 3m 이하인 경우 단선으로 표현한다7). 이에, 공간분석을 위한 도로경계는 모든 선형객체를 그대로 사용하였으며, 도로길이 산정을 위해서는 노선이 단선으로 작성된 경우에는 해당 길이를, 도로폭이 3m 이상으로 넓어 양측 경계가 선형으로 표시된 도로의 경우 해당 레이어의 전체 길이를 산정한 후 2분하여 합산하였다. 도로로부터의 거리별 피해강도 및 피해면적 분석은 25m 간격으로 공간을 구분하여 계산하였다.
모든 공간분석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QGIS 3.22.6을 사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산불피해지 분포특성
연구대상지 149.1ha를 대상으로 산불피해강도를 낮음 (1), 보통(2), 높음(3), 매우높음(4)의 4개 강도로 구분한 결 과, 전체 면적의 절반이 넘는 53.9%가 보통강도(2)로 산불 의 피해를 입었으며, 낮은 피해(1)를 입은 지역이 21.9%, 높은 피해(3)를 입은 지역이 19.3% 순으로 분포하였다. 매 우 높은(4) 피해를 입은 지역은 전체 피해지역의 4.8%를 차지하였다. 일반적으로 강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하는 경 우 산불이 수관화로 확대된 경우를 말하며, 현장확인 결과 피해강도가 매우높음(4)으로 구분된 지역의 대부분이 수관 화 지역의 중심부였으며, 수관화가 진행되었으나 지표화 또 는 수간화와 이어지는 가장자리 부분은 높은 피해(3)를 입 은 지역으로 구분되고 있었다. 현장조사를 통한 피해강도 구분결과와 인공위성영상을 활용한 피해강도구분은 피해 강도 패턴이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산림가장자리 간벌 이나 벌목으로 인해 수목의 밀도가 현저히 낮은 지역의 경 우에는 남아있는 수목이 모두 심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 하고 피해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구분되고 있었다. 전반 적인 경향은 일치하지만, 피해강도 구분의 적용에 있어 우 리나라 산불특성 기준에 맞게 보다 세분화되고, 조정될 필 요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이었다.
산불발생지점은 전체 피해지역에서 남서쪽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피해결과의 분포는 당시 바람의 방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화재발생시간인 4월 11일 오전 8시경 기상청 강릉관측소에서 측정한 바람 은 14.7m/s의 강한 서풍이 주를 이루고 있어 불은 화재 발생 지점에서 동쪽으로 확산되었다. 피해강도를 살펴보면 산불 피해지역의 가장자리 중 서쪽 및 북서쪽, 남서쪽 등 서쪽방 향의 가장자리는 피해강도가 약한 반면 반대로 동쪽을 포함 하여 동북쪽 및 동남쪽 가장자리는 피해강도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방향별 피해강도가 확연히 구분되고 있었다. 이러한 피해강도의 분포특성으로 미루어, 이 산불은 발생이 후에 시간이 지날수록 동쪽방향으로 커지는 부채꼴 모양을 그리며 화선을 꾸준히 확장하면서 그 강도 또한 확대되었음 을 알 수 있었다. 확대된 화선과 강해진 산불의 강도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었던 것은 산불이 동해와 경포호의 경계 와 마주했기 때문이다. 결국, 바다와 호수를 만나지 않았다 면 시간이 지나며 강해진 세력에 의해 산불피해지역은 걷잡 을 수 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산불피해결과 는 보여주고 있었다.
산불확산이 멈춘 경계를 살펴보면 더욱 뚜렷해지는데, 남서방향의 경우 산림 내부에서 모두 화선이 멈추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산불이 바람방향이 아닌, 바람과 반대 방향으로 아주 서서히 역진하다가 오후 3시경 소나기 가 내리면서 꺼진 것으로 해석된다. 북서쪽의 경계를 형성 하는 지점은 산림중간 및 산림이 끝나고 경작지 또는 시가 지를 만나는 지점이었는데, 바람방향에 역진하던 산불이 약화되어 산림이 끝나는 지점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 고 꺼진 것으로 추정된다. 북동방향과 남동방향으로 형성 된 경계부는 모두 산림 끝까지 산불이 강하게 타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진화 지점은 주로 도로를 경계로 하는 것으로 보이나, 이는 도로가 차단선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 할 여지는 없었다. 도로를 경계로 산불지역 맞은편으로 경 포호와 동해가 이어지기에 차단선은 수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였다.
2. 산불피해지와 도로와의 관계
산불피해지역 외곽경계로부터 50m이내에 포함되는 도 로 면적은 약 352.9ha였다. 해당 지역 내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총 도로길이는 59,614m로 확인되었다. 산불지역 내부 와 산불지역에 신속하게 접근이 가능한 연접지역의 도로밀 도는 168.9m/ha에 달한다. 그러나, 산림청에서 조성한 임도 는 해당지역 내 한 곳도 없기에 산림청 기준 임도밀도는 0m/ha가 된다. 임도는 주로 비포장면으로 조성되며 폭 또한 매우 협소하며 경사가 급한 경우가 많아 신속한 차량이동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다. 반면, 도심의 일반도 로는 잘 포장되어있고 도로폭 또한 넓어 산불의 진화를 위 해 투입되는 차량 및 인력의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여 임도 보다 화재진압을 위한 접근이 훨씬 용이하다. 이러한 측면 에서 본 산불지역의 도로는 산불진화에 있어 임도보다 훨씬 유리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결국, 강릉 난곡동 산불지역의 도로밀도는 산림청이 제시하고 있는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평균 임도밀도에 비해 무려 40배 이상 높은 지역이면서, 일반적 임도와는 달리 차량이 신속하게 접근가능하게 아스 팔트 또는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로서 진화를 위한 접근 측면에서 다른 어느 곳의 산불보다 훨씬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도로 및 경작지 등에 의해 단절된 산림은 총 83개 블록으로 구분되고 있었 는데, 이들 지역으로의 산불확산은 모두 지표화가 아닌, 비 산화에 의한 확산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산불피해지역 내부로는 하천(안현천)이 관통하고 있으며 안현천 양측으로는 4차선 도로와 제방도로가 양안에 조성 되어 있다. 이에 차단선의 폭이 가장 넓은 지역 중 하나이면 서 동시에 신속한 출동이 가능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비산 화로 쉽게 확산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안현천을 날아서 넘어간 비산화는 최소 세 개 지점 이상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한 곳은 최단거리가 146m에 달하고, 다른 두 곳도 각각 107m와 85m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산림 하단부 끝 지점이 아닌, 능선상부에서 비산이 이루어지는 것을 감 안한다면 비산거리는 최소 200m가 넘는 것으로 확인되었 다. 3m 전후로 조성되는 임도와 비교하였을 때, 훨씬 넓은 폭을 확보하고 있는 일반도로, 그리고 더 넓게 형성된 하천 조차 인위적 진화를 위한 혹은 자연적 방화선으로는 전혀 작용하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량의 접근이 가능한 도로로부터의 거리에 따른 피해면 적을 살펴보면(Table 3) 총 피해면적 중 절반에 가까운 41% 의 산불피해지역이 도로에서부터 단지 25m이내의 가까운 거리였다. 50m이내 거리까지는 무려 전체 피해면적의 3/4 에 달한다. 반면, 도로에서부터 100m 이상 떨어진 피해면적 은 전체 피해면적의 단 0.6%에 불과하였고, 125m를 넘는 거리의 피해지역은 없었다. 거리별 피해강도 분포를 살펴보 면(Figure 3), 도로에서부터 75m까지의 구간에서는 보통(2) 의 피해강도를 보이는 지역의 면적비율이 모두 50%를 넘긴 반면, 75m이상 떨어진 지역은 모두 약한(1) 피해강도를 보 이는 지역의 면적비율이 가장 높아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약한(1) 피해강도와 중간(2) 피해강도를 보이는 지역이 차 지하는 비율 외, 전반적으로 도로로부터의 거리에 따른 피 해강도 분포경향의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다.
해발고별 피해정도를 살펴보면(Table 4), 전체 피해면적 의 2/3이 해발고 25m이하로서, 본 산불피해지역은 낮은 평 지 또는 구릉지에 형성된 산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발 75m이상 지역은 단 0.4%에 불과하였다. 본 대상지는 전체 적으로 도로와 접하고 낮은 평지 또는 구릉형 산림으로서 접근의 용이성은 우리나라 그 어느 산지보다 양호한 곳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해발고별 피해강도 특성을 살펴보면 (Figure 4) 모든 고도별로 중간강도(2)의 피해지역이 고르 게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해발고가 높아질수록 낮은 강도(1)의 피해지역 비율이 증가하는 반면, 강도가 강 한(4) 피해지역은 반대로 비중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산불진화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저지대가 용이하며, 접 근도로 또한 저지대에 주로 위치하고 있는 경향으로 미루어 저지대의 피해강도가 낮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데, 강릉 난곡동 산불의 경우에는 이러한 일반적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한 특성에 대해서는 보다 다 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사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 었다. 다만, 도로로부터의 접근용이성이 산불피해강도에 영 향을 주지는 못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사향별 피해정도(Table 5)는 뚜렷하지는 않으나, 남동 향을 중심으로 북향과 동향에서 강한 피해를 입은 지역이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와 반대쪽인 서향을 중심으로 한 남서향부터 북서향까지는 상대적으로 약한 피해지역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
우리나라 산불의 특징은 소나무림의 생육이 양호한 남향 보다 북향의 피해가 적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본 지 역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 다. 낮은 구릉지가 대부분인 이 지역의 경우 사면을 구분하 지 않고 모든 지역에서 하층의 활엽수를 제거하는 소나무림 숲가꾸기가 진행된 관계로 극단적 패턴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었다. 경사향에 따른 경향은 인위적 산불진화와는 관계가 없는 자연적 요소로서 산불피해강도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 은 인위적 요소보다 자연적 요소가 산불확산에 훨씬 강하게 작용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다만, 본 대상지는 경사도 및 경사향에 따른 식생구분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지역이기에 이러한 패턴이 아주 강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는데, 향후 산림의 면적이 크고 경사향에 따른 식생유 형 구분이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나타나는 지역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3. 종합고찰
산림청은 2023년 3월 임도확충전략을 발표하였는데, 해 당 전략은 2027년까지 매년 임도를 500km씩 늘린다는 계 획이다. 산림청의 임도확장 논리는, 임도가 조성된 현장은 산불진화장비와 인력투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것에 있다. 위 발표 후 한달 뒤에 발생한 강릉 난곡동 산불은 최근 대형산불 중 산불진화장비와 인력투입이 가장 용이한 산불지역이라는 점에서 해당 정책의 합리성 판단에 시사하 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임도와 산불진화와의 관계에 대한 정량적ㆍ객관적인 분석 없이 대규모 예산투입 계획이 수립되었으나, 강릉 난곡동 산불 분석결과는 이러한 경향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줬다. 난곡동 산불이 발생한 지역의 산림도로밀도는 무려 168.9m/ha에 달해 산림 전체 가 도로에 의해 매우 작게 파편화된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림의 149.1ha를 모두 태운 상황으로 미루어, 현 재 산림청이 원활한 산불진화를 위해 달성하고자 하는 임도 밀도 목표 5.9m/ha에 이른다 해도 해당 목표는 빠른 산불진 화에는 관련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 임도밀도는 산림을 관통하거나 내부로 진입하는 일반도로 및 산림과 접한 도로 등, 산불진화차량 및 인력이 훨씬 빠르 고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도로를 모두 제외하고 임도밀 도를 산정하는 관계로 해당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 었다. 산림 내부나 인접한 도로 또한 산불진화 및 산림경영 을 위해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로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목재생산량의 10%이상을 생산하는 최대 목재생 산국인 미국의 경우에는 산림도로의 밀도가 우리나라의 절 반이 채 되지 않는 매우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998년, 새로운 임도관리시스템의 도입을 선언하였고, 이 후 1999년부터는 일정 지역에 대해 영구임도를 포함하여 임시도로의 건설까지 신규 건설을 중단하였다. 이후, 미국 은 관리비용을 줄이면서도, 환경적으로 건전한 도로망 유지 를 위해 2001년에 국유림의 약 1/3의 면적에 대해 새로운 임도 건설뿐만 아니라 벌목까지 영구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 어 신규 임도조성 및 벌목을 제한한 바 있다8). 또한 2008년 부터는 사용하지 않는 기존 임도를 자연상태로 복원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2022년 미국 Forest Service는 4,000만 달러 를 산림의 복원 프로그램에 사용한다고 밝혔는데, 임도유지 관리 예산은 단 900만 달러에 불구하였다. 산림복원프로그 램에는 임도의 복원 또한 포함되는데 2008년부터 2021년 까지 7,000마일(약 11,270km) 이상의 임도를 폐쇄하였음을 강조하고 있다9). 임도의 축소와 산림의 생태적 복원은 산불 대응을 포함하여 현재 미국의 산림관리에서 최우선 정책인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정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정 책변화는 1년 동안 임도의 효용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내린 결과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더 욱 강화되고 있는데, 미국 산림청 예산에서 최근 몇 년간 임도관련 예산은 소규모 정비비용만을 책정하고 있다. 이러 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산림청은 2023년도에 임도조성예 산을 총 2,469억원(KFS, 2023)을 책정하였다.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임도의 주 목적인 산림경영을 위해서 임도는 경제적 효용이 전혀 없음이 실증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또한 산불에 있어서도 강릉 난곡산불의 정 량적 분석결과 도로밀도와 산불진화는 관련이 없음을 확인 하였다. 반대로 자연적 요소인 경사향에 따른 산불피해정도 는 상대적으로 뚜렷한 패턴을 보이고 있어 인위적 진화체계 보다 자연적 패턴이 더 큰 영향을 미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 결과로 미루어 산불대응을 위한 임도 확장은 다시 검토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최근 가장 심각한 피해 를 입힌 산불이면서 도로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내에서 발 생한 산불인 강릉 난곡동 산불지역만을 대상으로 분석하였 으며, 이후 보다 많은 대형산불지역에서 정량분석을 진행하 여 임도와 산불의 관계를 검증할 필요성이 있었다. 아울러, 본 대상지는 현장조사결과, 거의 모든 지역에서 강한 숲가 꾸기사업이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숲가꾸기 와 산불의 관계에 대해서는 분석이 가능하지 않았는데, 하 층식생이 양호한 경우 산불확산이 억제되는 경향의 연구결 과(Cha et al., 2003)와 산림청이 주장하는 하층식생 제거가 산불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 또한 대립하고 있는 관계로, 향 후 다른 산불지역에서는 해당 관점에서도 분석이 진행되어 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