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난온대림은 구로시오(黑潮) 난류의 영향으로 한반도 남부지역에 주로 분포하며(Choi et al., 2005), 특히 동․서․남해 안의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난온대 상록활엽수림이 일부 남아있다(Kang et al., 2022). 난온대 기후대에 속하는 한반도 도서지역의 잠재자연식생은 상록활엽수림으로 볼 수 있다 (Oh and Kim, 1996;Choi, 2013;Park et al., 2018). 한반도에 자생하는 상록활엽수는 61속 132종에 이른다(Koo et al., 2001). 여러 인위적 요인으로 인해 한반도 난온대 원식생이라 할 수 있는 상록활엽수림이 대부분 사라졌지만(Oh and Kim, 1996;Korea Forest Research Institute, 2014; Yoo et al., 2016),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그 분포역이 확대 될 것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대표 난온대림지역으로 볼 수 있는 전남 도서지역 산지 중 대부분의 원식생이 상록활엽수림이라는 기존 근거에 기반하여, Sung et al.(2021) 은 전남 도서지역 산지 중 상록활엽수림으로 복원하기 적합한 지역을 예측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도서 생물다양성 보전 등에 대한 논의가 늘고 있으며, 우리나라 도서 관리정책도 주민의 삶, 경제, 생태적 지속성 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Lee et al., 2021). 특히 도서지역을 대상으로 식생을 유형화한 후에 훼손된 난온대림 복원계획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복원 전략 방향이 제시되었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반도 난온대 도서지역의 고유 식생인 상록활엽수림 복원과 생물문화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해서 추진되고 있다 (Park et al., 2021). 특히, Kang et al.(2022)은 우리나라 도서지역의 난온대림 식생유형 특징을 파악하고 복원 대상지의 환경조건에 적합한 복원 목표 수종을 제시하였지만, 복원 목표 수종의 친화종을 제시하지 못하여 생태적 복원모델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토착생태계의 안정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성공적인 식생복원은 자연식생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생태적 군락식재(Oh, 1986; Miyawaki, 1999)가 우선 고려되어야 하며(Lee et al., 2020), 식물사회의 상호작용으로 군집 변화의 기작을 밝혀야 한다.
지금까지의 군집분석은 종 및 개체가 종간 상호작용(경쟁, 촉진효과 등)과 무기 환경요인에 의해 어떻게 결정되는 지를 주로 밝혀왔다(Sasaki et al., 2020). 식물종간 경쟁, 촉진 등의 상호작용이 군집의 구조와 기능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편이었다. 한편, 식물 사회네트워크(Plants Social Network)는 자연식생군락에서 수집된 식물 사회 정보를 시각화할 뿐만 아니라, 복잡한 식물사회의 관계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Lee et al., 2020). 군집의 구조와 동태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인 식물사회네트워크 분석이 부산광역시(Lee et al., 2020), 무등산국립공원(Jang et al., 2021), 천관산도립공원(Kang, 2023), 태종대(Lee et al., 2022) 등 몇 곳을 대상으로 연구 가 이뤄졌지만, 아직 초창기라서 논의가 부족한 수준이다.
식물군집에서 종과 개체는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이런 관점에서 특정공간의 식물군락에 출현하는 종간 또는 개체 사이에 무기양분 및 토양수분, 화학물질 분비(타감효과 등), 근권의 미생물, 무기환경(빛 등) 등의 경쟁, 촉진 등의 상호작용이 끊임없는 일어나 종간에 직간접적 또는 긍정·부정으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특정 공간의 식물군집은 네트워크로 이어진 클리멘츠(Clements)가 주장한 ‘군집유기체(community organicism)’라고 볼 수 있다(Kim, 1991). 이런 관점에서 본 연구는 우리나라 난온대림에 속하는 동·서·남해안 도서지역에서 조사한 대량의 식생 데이터를 기반으로 식물사회네트워크 분석을 통하여 식물군락의 종간 상호관계를 파악하고자 했다. 식물군락의 상호관계를 네트워크로 시각화하여 그 관계(또는 구조)를 쉽게 이해하고, 장래에는 수종 및 개체 사이의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을 밝혀, 식물생태학 분야의 새로운 연구방법론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연구대상지는 한반도 주요 난온대림 분포지역인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를 비롯하여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경상북도 울릉군까지 총 28개 지역을 중심으로 551개 조사구(10m×10m)를 설치하였다(Table 1, Figure 1). 한반도 동ㆍ서ㆍ남해안의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식물사회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조사지역을 광범위하게 설정 하였다.
한반도 도서지역 식물사회네트워크 분석을 위한 현장조사는 2020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실시하였다. 식물사 회네트워크 분석을 위한 자료(Lee, 2018)를 획득하기 위해 기존 문헌(Kim et al., 2016;Kim et al., 2021;Park et al., 2021) 및 임상도 등을 사전에 파악하여 한반도 도서지역의 다양한 식생유형이 반영되도록 조사구를 선정하였다. 구체적으로 현지 조사대상지로 하여 난온대 상록활엽수림이 우수하거나 극상단계로 알려진 곳(천연기념물,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국립공원 등)과 이곳의 외곽 경계부 그리고 곰솔 등이 우점하여 퇴행천이된 식생 중 하층에 난온대 수종이 출현하는 곳(이하, 퇴행식생) 3가지로 나눠 식생조사를 실시했다(Kang et al., 2022). 이를 통해 난온대 지역의 상록활 엽수림, 외곽 경계부, 퇴행식생에서 출현수종간의 상호관계를 파악했다.
2. 조사 및 분석방법
1) 데이터 수집 및 전처리
연구 대상지에 설치된 각 방형구(100㎡) 내 출현하는 목본 수종을 개체별로 흉고직경과 수관폭을 정량적으로 조사 하였다. 정량적 조사법으로 측정한 식생조사 데이터를 식물 종이 출현 여부에 따라 2진(무=0, 유=1) 데이터(binary data) 매트릭스를 작성하여, 식물사회네트워크 분석을 하였다. 2진 데이터는 각 종이 군락에서 어느 정도 생육(세력)하고 있는지는 관계없이 출현하면 1종으로서 다루어진다. 이 때문에 출현빈도가 낮은 종은 식물사회네트워크 분석에서 시각적 복잡성을 가중해 그 상호관계성을 해석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어 출현빈도가 5% 미만인 희소종은 배제했다.
식물사회네트워크 분석에선 2가지 유형의 데이터가 필요 한데 속성형 데이터(attribute data)와 관계형 데이터(relational data)이다(Lee et al., 2020). 속성형 데이터는 네트워크 과 학의 기본 단위인 노드(node, 점)와 관련되는 데이터로서 종의 출현 유무(무=0, 유=1), 성상(상록성, 낙엽성 등), 출현 빈도, 연결정도(degree), 중심성 지수 등이 쓰일 수 있다. 관계형 데이터는 분석 대상의 노드 간에 형성되는 관계 (link, 연결선)를 나타내며, 이 데이터는 종간의 출현 유무에 따른 종간결합분석으로 얻을 수 있다.
2) 종간결합분석
식생 데이터에서 종간의 관계형 데이터를 종간결합분석으로 얻을 수 있다. 즉, 종의 2진데이터-출현조사구 자료행렬을 작성한 후 모든 종간 쌍에 대하여 2×2 분할표(Table 2)를 작성해 특정종간(Species A-B)의 출현여부에 따라 출현방형구 개수(abserved)와 기대방형구 개수(expected)를 계산한 다. Formula 1과 같이 χ²검정(Chi-square test statistic)을 시행 하였다. 종간결합의 결과는 양성결합(+), 음성결합(-), 무작 위결합(0)의 3가지 유형의 결합관계로 나타냈다(Pielou, 1977;Greig-Smith, 1983;Schluter, 1984;Ludwig and Reynolds, 1988).
3) 네트워크 구조 분석
네트워크 구조 분석 지표 중에 흔히 쓰이는 지표가 중심성(centrality)이다. 즉, 네트워크 과학에서 노드(node, 점)가 가지는 영향력(또는 파급력)이라는 개념으로 개발되었는데 그 중심성 지표로서는 연결중심성(degree centrality), 근접중 심성(closeness centrality), 매개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 위세중심성(prestige centrality)이 대표적이다.
연결중심성은 한 노드에 다른 노드들에 이어지는 링크 (연결선)의 개수로서 특정 노드가 다른 노드에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는가를 의미한다. 본 연구의 연결중심성 지수 값은 수종간 χ²검정을 통해 가중치(1%: 1.0, 5%: 0.5)를 부여한 링크 가중치 합으로 나타내었다(Lee et al., 2020). 다음으로 근접중심성은 노드가 다른 모든 노드들까지 도달하는 경로가 짧을수록 중요한 노드일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이 개념이 확장되어 연결중심성과 같이 네트워크 전체의 기능에서 중요한 노드를 선정할 수 있다(Freeman, 1978;Lee, 2010).
매개중심성은 네트워크상의 두 개의 노드 사이의 최단 경로를 이용하는 개념으로, 한 노드가 다른 노드와 네트워크 (연결성)를 구축할 때 중개자 혹은 다리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하느냐를 나타낸다. 매개중심성 지수가 높은 노드는 연결중심성과 함께 다른 노드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클 수 있다(Freeman, 1978). 마지막, 위세중심성(eigenvector centrality)은 특정 노드의 중심성과 연결된 다른 노드의 중심성 지표를 함께 고려한 것이다. 다시 말해, 연결중심성은 노드에 연결된 링크 개수만으로 중심성을 파악하지만, 위세 중심성은 연결된 상대 노드의 연결중심성에 가중치를 두었는데 강한 영향력을 지닌 특정 노드와의 연결이 영향력이 약한 노드와 연결보다 그 영향력이 크다는 개념이다 (Bonacich, 1987). 4가지 중심성에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degree centrality C′D = 한 노드에 연결된 연결정도의 값
closeness centrality
betweenness centrality
eigenvector centrality
-
λ: 노드 i의 아이겐 값이며, 알고리즘으로 측정이 되는 상수
-
N(i): 노드 i의 이웃 노드들의 집합
-
Aij: n × n 방향 인접행렬에서 A에서 노드 i와 j에 연결이 있으면 1,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0
-
Cj: 노드 i의 이웃 노드들인 노드 j의 아이겐벡터 중심성 값
4) 식물사회네트워크 시각화
네트워크 시각화(visualization)는 노드 사이의 연결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말하며(Lee, 2018), 여러 가지 형식이 있는데 여기에선 흔히 쓰이는 그래프 방식으로 시각화하였다. 다양한 네트워크 형식 구현이 가능하고 많은 양의 데이터 처리가 쉬운 Gephi 0.10 프로그램을 써서 도서지역의 식물사회 네트워크를 소시오그램(sociogram)으로 작성하였다. 네트워크 시각화에서 중요한 개념은 노드 간의 연결 관계를 토대로 노드들의 좌표를 계산해 표시하는 배치(layout)이다(Lee, 2010). 배치 작업은 다양한 종류의 배치 알고리즘을 통해 수행되는데, 본 연구에선 힘기반 그래프 배치 알고리즘(ForceAtlas 2)을 썼다. 이는 링크들이 서로 교차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고, 직감적이며, 단순한 그래프를 그려내는 장점이 있다(Lee, 2010). 코사인 유사도(cosine similarity)를 계산해 수종간 유사도를 계산하여, 소시오그램의 노드(수종)을 배치하고, 노드들의 그룹화는 모듈화 분석(Connor and Simberloff, 1983)을 적용하였다. 앞서 종간결합분석에서 양성결합(+), 음성결합(-), 기회결합(0)의 3가지 결합관계가 있는데 소시오그램에서는 양성결합만을 써서 노드간의 링크를 연결한다(Lee et al., 2020;Jang et al., 2021).
분석결과인 소시오그램과 기존의 군집분석에 많이 썼던 서열분석 DCA(Detrended correspondence analysis)(Hill, 1979) 결과를 비교하였다. DCA기법은 조사지점과 수종을 2차원 좌표상에 펼쳐놓아 환경요인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Sasaki et al., 2020). DCA를 통해 수종간 서열과 환경요인을 파악해 소시오그램과 비교해 보면 식물사회네트워크의 이해력이 깊어질 것으로 본다. 여기서 DCA분석은 식물사회네트워트 분석과 동일하게 수종별 출현 유무에 따라 2진 데이터로 분석했다.
5) 네트워크 구조분석
네트워크 구조분석은 여러 가지 지표가 쓰이는데 본 연구 에선 노드 개수, 연결정도, 평균 연결정도, 그래프 밀도, 네트워크 크기, 평균 경로거리를 분석했다. 특정지역만 조사하여 식물사회네트워크를 분석한 기존 문헌(Lee et al., 2022;Jang et al. 2021)과 비교하여, 동·서·남해안 도서지역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본 연구결과와 차이점을 고찰했다.
결과 및 고찰
1. 대상지 개황 및 출현 수종
조사구의 해발고는 2~356m(평균값 93.9±81.4m), 경사도는 평지에서 50°의 급사면(평균 18.03±9.60°)까지 광범 위했고, 사면방위는 북동향(90개소)와 동향(90개소)이 비교적 많았다. 하지만, 동·서·남해안의 넓은 지역에 걸쳐 식생조사가 이루어졌기에 특정 입지환경이 편중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나타났다(Table 3, Figure 2).
조사구별 출현수종은 2~34종으로 평균 14.73±5.92종이 었는데 부산 태종대의 평균 출현수종 14.7±4.2(Lee et al., 2022)와 비슷한 수치이다. 551개소 조사구에서 출현한 수종은 총 207종이었는데 출현빈도가 5% 이상이 되는 수종은 67종이었다(Table 4). 5% 미만의 출현빈도를 보인 수종이 67.6%를 차지해 상당히 희소종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삭줄(372개소)의 출현빈도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후박나무(338개소), 광나무(310개소), 생달나무(301개소), 동백나무(295개소), 자금우(255개소) 순으로 상록활엽수가 높았고, 67종 중 35.8%(25종)가 상록활엽수종이었다. 우리나라 자생 목본식물은 낙엽성 수종의 비율이 약 80%로 높은데 본 연구대상지는 난온대림에 속하는 입지환경의 특성으로 인해 다수의 상록활엽수가 나타났다고 본다.
2. 종간결합 분석
주요 수종을 중심으로 종간결합 분석 결과를 소시오그램의 4개 그룹으로 묶여 Figure 3과 같이 정리했다. 그룹1은 대부분 상록활엽수림에 출현하는 수종으로 교목성인 후박나무·구실잣밤나무·생달나무·광나무, 관목성인 돈나무·자금우, 덩굴성인 마삭줄·멀꿀이 서로 강한 양성결합(+)을 보였다. 이 수종들은 해안가나 저지대에 발달하는 전형적인 후박나무류유형과 이 군락보다 더 높은 내륙지역에 분포하는 구실잣밤나무유형에 흔히 출현하는 종이다(Park et al., 2021;Kang et al., 2022). 후박나무 등의 교목성과 돈나무 등은 관목성, 마삭줄 등의 덩굴성인 수종들은 수고, 광합성 효율 등의 형태적 및 생리적 차이에 따른 생태적 지위(층위 등)를 달리하여 경쟁보다 공생전략이 유리할 것이다. 반면, 후박나무·구실잣밤나무 등 성상과 입지환경이 비슷해 생태적 지위가 겹쳐 자주 함께 출현하는 친화종이지만, 경쟁관계에 있어 식생천이가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그룹 내의 수종끼리는 강한 양성결합인 경우가 많았다. 또 마삭줄을 제외하고 대부분 낙엽성 수종으로 묶인 그룹3·그룹4의 수종과 그룹1은 음성결합(-)이거나 무 작위결합(0)을 보였다. 그룹3·그룹4의 수종은 온대 낙엽활 엽수종으로 해발고가 높은 곳에 출현하는 낙엽활엽수림의 구성종이었다. 그룹 내의 수종끼리는 양성결합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 수종들의 입지환경은 해발고가 높은 상한계나 위도가 높은 북한계 지역이라서 상록활엽수종과 다르다(Park et al., 2021;Kang et al., 2022). 이런 입지환경에서 차이가 있기에 난온대 지역의 낙엽활엽수와 상록활엽수종 은 부(-)의 친소관계 또는 친소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이하게 상록성이면서 그룹Ⅲ과 그룹Ⅳ에 속한 사스레피 나무와 참식나무는 낙엽활엽수종과 양성결합을 보였다. 이는 이 수종들은 야생동물 피식에 의한 종자산포 능력이 뛰어나고 하층 적응력이 우수하여(Park et al., 2021;Kang et al., 2022), 난온대림 훼손지의 하층에 가장 빨리 우점하는 종이기 때문이다.
3. 소시오그램 및 중심성 분석
도서지역 식물사회의 소시오그램을 통해 수종간의 상호 관계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Figure 4a). 이 소시오그램은 크게 좌측의 상록활엽수종과 우측의 낙엽활엽수종으로 나눴다. 구체적으로 보면 좌측상단의 그룹Ⅰ은 마삭줄· 광나무·후박나무·구실잣밤나무 등 성숙한 상록활엽수림에서 출현하는 수종으로 묶었다. 그 하단의 그룹Ⅱ는 사철나 무·보리밥나무·예덕나무 등의 8종이 묶었는데 이 수종은 양수성으로 주로 난온대 주연부 식생에 출연하는 수종이었다. 우측상단의 그룹Ⅲ은 도서지역의 고지대에 분포하는 낙엽 수림대의 수종이었다. 특이하게 상록수종인 사스레피나무와 붉가시나무가 이 그룹에 속하고 그룹Ⅰ과 인접한 곳에 배치되었다. 중앙하단에는 참식나무·쥐똥나무·비목나무 등 이 그룹Ⅳ에 묶었는데 상록성 참식나무가 그룹Ⅰ에 가까운 곳에 있었다. 참식나무와 붉가시나무는 내한성이 강하여 해발고도와 위도가 높은 곳에 자주 출현하는 수종이다(Park et al., 2018). 특히 참식나무는 어두운 광 조건에서 견디는 내음성(Rahman et al., 2013)과 조류에 의해 광범위하고 빠르게 종자가 퍼지는 특성으로 북한계에 인접한 내륙지역이나 고지대의 낙엽활엽수림 하층에 자주 출현한다(Park et al., 2018). 이러한 특성 때문에 낙엽활엽수림인 그룹Ⅲ·Ⅳ 에 속하면서 그룹Ⅰ·Ⅱ의 경계부에 링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시오그램을 DCA 결과(Figure 4b)와 비교해 보면, DCA의 그룹별 좌표상 위치는 소오시그램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지만, 수종별 위치는 같지 않았다. DCA 서열분석은 종조성 데이터를 서열화할 때 기초가 되는 것이 식물군집의 유사성이고, 유사도지수(소렌센, 자카드 유사도지수 등)로 계산한다(Sasaki et al., 2020). 소시오그램의 노드 배치 방법인 힘기반 그래프 배치 알고리즘(ForceAtlas 2) 역시 코사인 유사도(cosine similarity)를 기반해 계산한다. 이 때문에 2가지 분석의 수종 위치는 비슷한 경향을 보였을 것이다.
간접기울기분석인 DCA분석은 조사지점(또는 수종) 좌표상에 서열화하여, 제1축과 제2축의 변화에 따른 종조성 변화를 일으키는 환경요인을 간접적으로 찾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런 까닭으로 좌표상의 왜곡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으로 다양한 서열분석 기법들이 개발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응분석(CA; Correspondence Analysis)기법의 단점인 아치효과(arch effect, 말굽효과)를 줄이기 위해 Hill(1976)이 개발한 DCA기법에선 좌표상 2축을 아치효과를 강제적으로 제거하므로, 1축으로 특정 환경요인을 추정할 수 있지만, 2축은 힘들다는 의견이 우세하다(Pielou, 1977;Katoh, 1995). 이에 비해, 힘기반 그래프 배치 알고리즘(ForceAtlas 2)에 기반한 소시오그램은 노드와 링크를 통해 직감적이고 단순한 그래프를 그려 한눈에 관계성을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므로 노드의 위치가 DCA보다 왜곡이 더 크고 차이가 날 것이다. 한편, DCA 분석에서 제1축의 고윳값(eigenvalue)은 0.346도 설명력이 높지 않은 편이지만, 좌측에 주로 상록활 엽수종이, 우측에는 낙엽활엽수종이 배치되는 것으로 볼 때 해발고(평균기온)가 환경요인이라고 본다. Park et al.(2021) 은 난온대 도서지역 식생데이터로 서열·분류분석을 시행했는데 그 결과와 같았다. 제2축은 고윳값(0.237)이 낮고, 앞서 밝혔듯이 아치효과로 인해 환경요인 추정이 쉽지 않았지만, 좌측하단의 수종은 보리밥나무·사철나무·칡·예덕나무 등은 난온대림 주연부에 나타나는 수종이었다. 우측하단에 출현한 국수나무·작살나무·산뽕나무·초피나무 등이라서 해발고도 상승에 따라 낙엽수림 주연부나 미숙성림에 출현하는 수종이라고 본다. 이 점에서 볼 때 제2축은 교란 정도(보전성)에 따른 수종이 서열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출현종의 특성으로 그룹별 식생 특성을 유추해 보면, 그룹Ⅰ은 상록활엽수 성숙림이며, 그룹Ⅱ는 난온대 주연부식생, 그룹Ⅲ은 낙엽 활엽수 성숙림, 그룹Ⅳ는 낙엽활엽수 미성숙림(또는 주연부 식생)이라고 본다. 이처럼 DCA분석와 소시오그램의 수종 별 위치가 유사하다는 결과로 볼 때 식물사회네트워크 분석의 소시오그램은 주요수종의 그룹과 위치로 환경요인과 군락특성 추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회네트워크분석에서는 연결망 내에서 노드가 얼마나 중심에 위치하고 영향력이 있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Lee, 2010). 노드간의 연결정도를 나타내는 연결중심성 (degree centrality)은 그룹Ⅲ에 속한 수종이 626.00(합계)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그룹Ⅰ(347.00), 그룹Ⅳ(296.00), 그 룹Ⅱ(135.00) 순이었다. Figure 4a를 보더라도 낙엽활엽수림(그룹Ⅲ)과 상록활엽수림(그룹Ⅰ)의 노드(종수)가 많고 링크(연결망)가 복잡하였다. 그룹의 연결중심성은 네크워트 크기와 그 영향력을 나타냈고, 그 그룹에 속한 종간의 연결복잡성을 나타내므로 종간의 경쟁, 공생 등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져 군집의 유기적 구조와 기능이 복잡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룹Ⅰ에서 마삭줄·멀꿀·광나무의 연결중심성이 높았고, 그룹Ⅱ는 다른 그룹의 수종보다 낮았지만, 담쟁이덩굴과 예덕나무가 높았다. 그룹Ⅲ에서는 생강나무·때죽 나무·윤노리나무·청미래덩굴·졸참나무가, 그룹Ⅳ에서는 국수나무·비목나무가 높았다. 이 수종들이 그룹 내의 상호작용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본다.
다른 모든 수종과 얼마나 근접하게 연결되는지를 측정하는 근접중심성(closeness centrality)은 마삭줄(그룹Ⅰ)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생강나무·윤노리나무·청미래덩굴·때 죽나무(그룹Ⅲ), 국수나무(그룹Ⅳ) 순으로 높았다. 하지만, 근접중심성의 평균값은 0.57이고, 표준편차는 0.06으로 수 종간에 차이가 크지 않아서 네트워크 전체의 기능에서 중요한 노드의 선정과 그 영향력을 따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중개자(또는 다리) 역할을 하는 매개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은 그룹Ⅰ의 마삭줄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사스레피나무(그룹Ⅲ), 참식나무(그 룹Ⅳ), 멀꿀(그룹Ⅰ), 담쟁이덩굴(그룹Ⅱ) 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 수종들이 연결중심성과 같이 식물사회네트워크 전체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위세중심성(eigenvector centrality)은 연결된 노드에 미치는 영향력(또는 중요도)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그룹Ⅲ의 생강나무·때죽나무·윤노리나무·졸참나무·청미래덩굴·덜꿩나무 등의 낙엽활엽수가 높았다. 그룹Ⅰ에서는 마삭줄이 높았는 데 다른 상록활엽수종은 전반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였다.
앞서 언급한 4가지 중심성 지수의 계산식 특성에 따라 지푯값이 높은 수종이 약간씩 차이가 나므로, 이 지표별로 수종별 비율(%)로 변환하여 4가지 지표를 하나의 평균값 (중심성 지표)으로 나타냈다(Figure 5). 상록활엽수 성숙림 인 그룹Ⅰ에선 마삭줄의 중심성 지표가 전체 수종 중에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멀꿀·광나무 순이었다. 그룹Ⅱ(난온대 주연부식생)의 수종은 다른 그룹보다 낮았는데 담쟁이덩굴· 예덕나무가 높았다. 낙엽활엽수 성숙림인 그룹Ⅲ은 다른 그룹의 수종보다 중심성 지표가 높았고, 사스레피나무·생강나 무·윤노리나무·때죽나무 등의 주요 수종이었다. 그룹Ⅳ(낙 엽활엽수 미성숙림)은 국수나무·참식나무이었다. 여기서 언급된 수종은 식물사회네트워크 분석상 중심성과 영향력이 커서 식물군집에서 종간 상호작용과 군집의 구조와 기능 변화에 그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본다.
4. 네트워크 구조
한반도 도서지역 식물사회네트워크의 구조를 분석했는 데(Table 6) 출현목본종은 207종이지만, 출현빈도 5% 이상인 종은 67종이라서 네트워크상 노드는 67개였다. 이는 무등산국립공원의 노드 개수(Jang et al., 2021)와 비슷했지만, 링크(연결선)는 702개로 무등산국립공원보다 월등히 많아서 평균 연결선 수(20.955개)와 그래프 밀도(0.318)도 높았다. 한 노드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노드까지의 거리를 의미하는 네트워크 지름은 3, 평균 경로거리는 1.787으로 기존 연구(Lee et al.,2022;Jang et al.,2021)보다 작은 값을 보여 도서지역의 네트워크상 밀도가 높았다.
한반도 도서지역에 대한 폭넓은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도서지역의 난온대림은 파편화되고 훼손이 심한 편이고(Oh and Kim, 1996) 제한된 섬이라는 공간 때문에 출현빈도 5% 이상의 수종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그러나 수종간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였다. 상록활엽수는 책상조직이 두꺼워 빛 투과율이 낮아 보통 상록활엽수림 하층에는 내음성이 강한 수종이 주로 생육한다. 환경조건이 열악하여 낙엽활엽수림보다 종간 공생, 경쟁 등의 상호작용이 긴밀할 것이다. 또 난온대림 북한계(수평분포) 및 상한계(수직분포)에 인접한 낙엽활엽수림과 퇴행천이된 훼손지에 참식나무 등과 같은 조류산포형 상록활엽수종이 침투하여 난온대림으로의 수종 갱신과 식생천이를 촉진하여(Park et al., 2018), 종간 상호작용이 활발할 것으로 본다.
5. 종합고찰
1) 식물사회네트워크 연구의 의의
본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식물사회 네트워크상 중심성과 영향력이 큰 수종은 마삭줄·사스레피나무·생강나무·때죽나무 등이었다. 이 수종은 특수종(specialists)이라기보다 생태적 지위의 범위가 넓은 일반종(generalist)이었다. 또 식물군락 전체의 성격을 결정하는 우점종(dominant species)이기 보다 광범위하게 종자산포가 이루어져 숲틈, 훼손지, 주연부, 나지 등에 흔히 자주 출현하는 기회종(opportunistic species)이었다. 이 수종은 열악한 환경에 대한 기회를 포착하여 우점종과 특수종의 번식과 생존에 유리한 물리적 환경을 변화시키는 역할(기능)을 맡아, 식물사회에서의 상호작용을 높이는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정해 본다.
한편, 식생학(vegetation science)에서 취리히-몽펠리에 학파(Zürich-Montpellier) 또는 브라운-블랑케(Braun-Blanquet)의 방법론으로 군락분류를 체계화하는 분야를 좁은 의미로 ‘식 물사회학(plant sociology)’이라 부른다. 이 학파에선 식물 종 분류처럼 군락분류 체계(유형화)를 확립하려는 특화된 길을 지향했고, 식물군락을 구성하는 종과 개체의 사회적 관계성을 특징짓는 구성종의 생활사적 특성(개체군 동태, 생식행동, 상호작용 등)을 파악하려는 사례는 많지 않다 (Watanabe, 1994). 본 연구의 식물사회네트워크 분석은 복잡한 식물사회의 관계성을 부각하고, 그것을 시각화하고 구 조 특징을 파악하는 점에서 식물사회학의 새로운 연구접근 법이라고 본다. 이 연구방법은 식물사회를 네트워크 과학적 관점에서 시각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직감적으로 그 사회적 관계성을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식물군집에서 종간 사회적 관계성을 밝혀내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 본 연구에선 식물사회네트워크 분석과 기왕의 군집분석에 많이 썼던 서열분석법(DCA)의 결과를 비교해, 실제 식물군락에서 어떤 식물사회의 관계가 있는지를 밝히려고 했지만, 종간 경쟁, 배제, 촉진 등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현재로선 관련 연구와 논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식생학 발전의 큰 흐름 속에서 식물사회네트워크 분석은 종간의 사회적 관계성을 기반으로 구성종의 개체군 동태, 상호작용 등의 생활사적 특성을 이해하려는 새로운 접근법으로서 그 가치가 크다고 본다.
2) 식생학 연구의 전개 및 식물사회학
식생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식생학(vegetation science)’ 은 식물군락 또는 식물 개체군을 대상으로 생태학적 관점에서 조사 연구하는 학문이다. 식물사회학, 식생지리학, 고생태학, 개체군 생태학, 식생 최소단위 분류 및 서열화, 분포패턴, 기능, 구조, 천이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 학문영역이다(Iwasa et al., 2003). 현재의 연구방법론은 식생을 단위로 하는 분류법(categorical approach, 취리히-몽펠리에학파)과 연속체로 하는 서열법(ordination approach, 위스콘학파 등)이 대표적이고(Kim and Lee, 2006), 수많은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19세기 초기 식생을 균질한 부분(단위)으로 나눠 분류하는 방법은 독일의 식물지리학자 훔볼트(Humboldt) 등을 비롯하여 오래전부터 행해져 왔다. 그 단위를 인식하는 방법이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종조성(species composition), 다른 하나는 상관(相觀, physiognomy)이었다. 그 단위의 정의와 호칭이 혼란스러웠고, 연구자들 사이에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1910년 제3회 브루셀 국제식물학회에서 전자를 군집 (association), 후자를 군계(formation)라고 하기로 하면서 종조성에 따른 군락분류의 방법이 정착했다(Iwasa et al., 2003;Kim and Lee, 2006). 취리히-몽펠리에(Zürich-Montpellier, Z-M)학파의 직계라 할 수 있는 브라운-블랑케(Braun-Blanquet) 는 ‘식물사회학(Pflanzensoziologie)’에서 식물군집에 관한 종합과학으로서 개체를 다루는 생물학으로 출발했다. 이후 관련 학문의 발전에 따라 그 일부를 구성하고 있던 토양학, 식물지리학, 군집분포학, 식생천이학 또는 좁은 의미의 식물 생태학 등이 독자적인 학문으로 발전하면서 그 후계자라 볼 수 있는 라인홀트 툭센(Reinhold Tüxen)은 식물사회학을 전체적인 종합성을 유지하면서도 군락 단위의 분류학에 매진 했다(Iwasa et al., 2003). 일본은 1980년대부터 미야와키 아키라(宮脇 昭) 등을 중심으로 군락분류, 분류체계, 식생도 작성 등의 관련 연구가 집중되었고, 한국은 1985년에 임양재와 백순달이 설악산 식생을 Z-M법으로 군락을 분류했고 (Lee, 2004), 이후의 연구 양상은 일본과 비슷했다. Watanabe (1994), Iwasa et al.(2003) 등이 지적했듯이 식물사회학은 식물군집에 관한 종합과학으로 출발했지만, 오늘날에는 그 애초 형태로의 회귀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되었다.
야마다 츠네오(山田 常雄) 등이 저술한 일본 생물학사전(1983년)에서 식물사회학(넓은 의미)의 주요 연구과제는 ① 식물군락의 종조성과 구조를 밝히고(군락구조학), 이를 바탕으로 군락을 식별하여 분류체계를 만드는 것(군락분류학), ② 식물군락과 입지환경의 상호관계를 밝히는 것(군락 생태학), ③ 군락의 발달 기작을 밝히는 것(실험식물사회학), ④ 군락의 동태와 발달 과정을 밝히는 것(식생천이학), ⑤ 군락의 지리적 분포를 밝히고(군락분포학), 이를 그 도식화하는 것(식생도화)으로 정리되었다. 식생학의 세분화 과정에서 현재의 식물사회학(plant sociology)은 식생 또는 식물군락을 연구하는 식물생태학의 한 분야지만, 좁은 의미로 군락분류를 체계화하는 ‘군락분류학’을 가리키며, 이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Watanabe(1994), Iwasa et al.(2003) 등은 지적했다. Z-M 학파의 군락분류학 대상이 되어온 식물군락은 종조성의 특성이 다르고 상반된 종을 포함하는 집단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로 본다. 이 연구방법론으로 도출된 유형화 결과물로는 진정한 ‘식물사회학’에서 지향하는 식물사회의 구조분석이나 종간·종내 등의 사회학적 관계를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식생학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선 브라운-블랑케 학파의 식물사회학은 ‘식생분 류학’으로 정의하고, 식물사회학(plant sociology)과 엄밀하게 구별해야 한다고 본다.
3) 식물의 상호작용과 식물사회학의 연구 방향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을 기반으로 식물이 서로 정보를 전달하거나 교환하는 행위를 하는 의사소통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있다. 식물은 공기 중에 휘발성 물질을 배출하거나, 토양균류가 형성하는 실 모양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뿌리에서 수용성 물질을 분비하고 전달함으로써 의사소통 가능성이 밝혀지고 있다(Callaway and Mahall, 2007). 뿌리로 분비된 삼출물의 2차 대사산물은 다른 식물종의 발아 촉진과 성장 억제 등의 영향을 주는데 이는 식물종 사이의 대표적인 상호작용으로 많은 관련 연구(Whittaker, 1971;van Dam and Bouwmeester, 2016)에서 밝힌 사실이다. 식물뿐만 아니라 조류, 곤충, 미생물 등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아가 식물과 토양 사이에도 밀접한 상호작용이 있다(Scottphillips, 2008;van’t Padje et al., 2016). 이러한 상호작용은 식물들이 사는 산림생태계(최소단위는 식물군락)라는 공간 내에서 서로 얽히고설켜 복잡한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본 연구처럼 식물사회(공동체)의 네트워크(관계)를 도식화하여 그 관계성을 밝히려는 시도가 진정한 ‘식물사회 학(plant sociology)’의 접근법이라고 본다. 즉, 식물사회학은 식물군락(식물사회 공동체)의 특징짓는 개별 구성종의 생활사적 특성을 규명하여 수종 간의 사회적 관계성 분석을 목적으로 해야 구체적으로 수종간의 사회적 관계를 대상으로 하며, 식물 개체의 활동을 통해 사회적 행동을 분석하는 것이다. 식물사회학의 주요 연구 범위는 개체 및 계통 유지의 사회관계를 주축으로 종내 관계에서 발아·정착·밀도·공 간점유·번식·수명 등 종개체-개체군의 생활사에 관한 것이고, 종간 관계에선 수분·분산·공생 등의 생식행동에 대해서다. 종내·종간의 사회적 관계로는 협동·상리·편리·편해·상 해·경쟁·보완 등의 상호작용이 다루어져야 한다. 식물사회학에서는 주로 수목의 사회조직을 초점을 두고 있는데 수목 특유(고착성, 다년성, 계층성, 집적성)의 사회가 있다는 견해에서 종의 개체를 기본으로 하여 수목사회의 구조과 기능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Watanabe,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