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서울 도심 지역에서 너구리(Nyctereutes procyonoides) 출몰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시 야생동물센터에서 구조된 포유류 중 너구리는 345마리로, 전체의 41.7%를 차지했다. 이는 고라니(Hydropotes inermis) 192 마리와 족제비(Mustela sibirica) 187마리보다 높은 수치이다. 2018년에는 49건의 구조가 있었으나, 2021년에는 81건으로 1.7배 증가했다. 위치 정보가 누락된 일부 데이터를 제외하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6개 자치구에서 너구리 출몰이 확인되어(Seoul Wildlife Center, 2023), 서울 전역에서 출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기존 자연 서식지의 축소로 인해 야생동물이 도심으로 서식지를 옮긴 것 (Smith et al., 2014)으로, 이는 도시화로 인한 기존 서식지 감소와 도시 녹지의 확대, 기존 서식지 자원의 부족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하여 인간 사회와 야생 동물 간의 충돌이 발생되게 되었다(Inskip and Zimmermann, 2009). 이러한 충돌은 야생동물의 생태적 변화, 경제적 손실, 인수공통전염병 확산의 위험, 그리고 인근에 위험한 야생동물이 존재한다는 심리적 스트레스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Hudenko et al., 2010). 서울에서도 너구리와 반려견 간의 충돌뿐만 아니라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와 제5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야생생물 보호와 서식 환경 보전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하며, 모든 국민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시책에 협력하고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서울 도심 지역 내 너구리 출몰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시민과 야생동물이 공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MaxEnt(Maximum Entropy Model) 모형을 이용하여 서울 도심지역에서의 너구리 출몰을 예측하고, 너구리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을 분석하였다. MaxEnt 모형은 종 또는 개체의 출현 자료를 바탕으로 지리적 분포를 예측하는 데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hillips and Dudík, 2008). 이 모형을 통해 너구리 출몰 위치 정보와 해당 위치의 환경적, 공간적 특성 간의 관계를 추정하여 출몰을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소수의 출현 자료를 사용한 분석에서도 높은 성능을 발휘하며(Hernandez et al., 2006;Wisz et al., 2008), 연속형과 범주형 자료를 모두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고, 현재 및 미래 시점에서의 분석이 가능하다(Phillips et al., 2006). 또한, 결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동식물의 현재 및 미래 분포 예측, 재해 취약 지역 평가 등 지리적 분포 예측이 필요한 연구에서 활용되고 있다(Kim et al., 2013;Kim et al., 2015;Kabir et al., 2017; Lee et al., 2023).
따라서 본 연구는 서울시야생동물센터의 출현 지점 좌표와 다양한 문헌 조사를 바탕으로 너구리 영향을 출현에 미치는 환경 변수를 도출하고, 이를 통한 너구리 출몰을 예측하여 인간과의 충돌 및 사고 위험을 예방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방법
1. 너구리 출현 자료
본 연구는 서울시 야생동물센터(Seoul Wildlife Center, 2023)의 야생동물 구조 기록 중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도심지에 출현한 너구리 좌표를 추출하여 분석에 사용하였다 (n=325). 구조 원인을 분석한 결과, 180건(55.4%)이 기생충, 바이러스, 세균 등의 감염에 의한 것이었으며, 그 외에 미아 36건(11.1%), 인가 침입 32건(9.8%), 차량 충돌 25건(7.7%), 포식자 및 사람에 의한 외상 9건(2.8%), 기아 및 탈진 8건(2.5%), 고립 5건(1.5%), 기타/미상 30건(9.2%)으로 나타나, 감염이 주요 원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데이터 전처리를 실시하였다. 먼저, 서울시 외 지역이나 위치 정보(위도 및 경도)가 누락된 데이터는 제외하였다. 또한, 경도 및 위도가 소수점 4자리 이상인 데이터만을 활용하였다. 출현 자료 간 거리가 가까운 경우, 공간적 자기상관으로 환경값이 고르게 샘플링되지 못하여 특정 환경값에 대한 과적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Dorman et al., 2007;Bahn and McGill, 2007), R의 spThin 패키지를 사용하여 각 좌표 간의 거리가 1km 이상이 되도록 조정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총 113개의 좌표를 분석에 활용하였다(Figure 1).
2. 환경변수
환경변수는 너구리의 생태에 관한 선행연구를 참고하여 총 26개의 환경변수를 도출하였다(Choi and Park, 2006;Jeong et al., 2017;Min, 2017;Mulder, 2012;Kochmann et al., 2021;Kauhala et al., 2010;Diao et al., 2022;Duscher and Nopp-Mayr, 2017)(Table 1). 범주형 자료로는 환경공간 정보서비스의 토지피복도를 활용하여 토지 피복을 설정하였고, 식생 밀도와 산림 영급 등급은 산림청의 임상도(1:5,000)를 사용하였다. 고도, 경사도, 사면 방향 자료는 국토정보 플랫폼의 1:5,000 수치지형도(2022)를 이용하였으며, 건물 면적, 도로 면적, 농업지역 면적, 혼효림 면적, 초지 면적, 수역 면적, 건물로부터의 거리, 도로, 산림, 수역까지의 거리는 환경공간정보서비스에서 제공하는 토지피복도(2022)를 사용하였다. 관목까지의 거리는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도시생태현황도(2020)를 참조하였다. 먹이자원까지의 거리는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도시생태현황도(2020) 및 서울시 가로수 위치정보(2013)를 활용하였다. 정규식생지수(Normaliz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 NDVI)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료를 이용하였고, 인구 데이터는 국토정보플랫폼(2023)의 행정안전부 총 인구 자료를 사용하였다. 빛 공해 자료는 SNPP VIIRS DNB(NOAA, 2021)의 연평균 자료를 활용하였다. 기온 및 강수량 자료는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의 기후평년값(1991-2020) 중 최근 수집된 2021~2022년 기준 자료를 사용하였다. 자료의 전처리 과정(자료 범위 한정, 값 재분류 등)과 30m 해상도의 ASCII(.asc) 파일로의 변환은 ArcGIS Pro 3.1을 사용하여 수행하였다 (Figure 2). MaxEnt 분석 시, 상관성이 높은 변수가 포함될 경우 다중공선성으로 인하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R패키지 ENMTools를 사용하여 연속형 변수에 대해 피어슨 상관분석을, 범주형 변수에 대해 스피어만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상관계수가 |0.7| 이상일 때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하여, 이러한 변수를 제외함으로써 분석의 정확도를 향상시켰다 (Dormann et al., 2013).
3. MaxEnt 모형
본 연구에서는 MaxEnt 모형 3.4.4 버전을 사용하였다. MaxEnt 모형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종속변수 자료로 위도와 경도가 포함된 CSV 형식의 출현 자료가 필요하며, 독립변수 자료는 동일한 지리적 범위와 공간 해상도로 맞춘 ASCII 형식의 격자형 자료가 요구된다. MaxEnt 모형의 기본 개념인 최대 엔트로피 방법은 출현 자료의 분포를 가장 잘 나타내는 확률 분포를 찾기 위해 입력 자료로부터 제한 조건을 생성하고, 이러한 조건을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해 엔트로피를 최대화함으로써 최악의 상황을 선택할 확률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Cho et al., 2020).
모형은 잠재 분포의 가능성을 0에서 1의 범위로 나타내며, 1에 가까울수록 출몰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모형의 검증은 ROC(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 곡선의 하위 면적인 AUC(Area Under Curve)를 이용하여 평가하 였다. 또한, 잠재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의 중요도는 Jackknife 검증을 통해 평가하였다(Phillips et al., 2006).
1) 유효한 환경변수 도출
서울시 내 너구리 출몰 지역 예측에 있어 가장 높은 적합도를 보이는 모델을 선정하였다(Kapfer, 2018). 상관성 분석 후 선정된 모든 변수를 적용하여 MaxEnt 3.4.4로 분석을 수행하였다. random seed를 해제하여 선택된 샘플을 고정한 상태에서 교차 검증(cross-validation) 방법을 사용하여 출현 자료를 훈련 자료(training data)와 시험 자료(test data)로 분할하였다. 동일한 크기의 5개 세트로 분할하여 이 중 4세트는 훈련 자료로, 나머지 하나는 시험 자료로 사용하였으며, 각 세트가 한 번씩 검증에 사용되도록 분석을 반복하였다. 추가로 Jackknife 검정을 통해 각 변수가 모델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였다. Jackknife 검정은 하나의 변수를 제외한 나머지 자료를 이용하여 이를 자료의 수만큼 반복하여 구하는 검정 방법으로, AUC에 대한 jackknife 결과에서 ‘with all variables’보다 ‘without variable’의 값이 큰 변수가 제거될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토지 피복, 경사도, 도로 면적, 초지 면적, 수역까지의 거리, 먹이원까지의 거리, NDVI, 인구 등 총 8개의 환경 변수를 적용할 때 가장 높은 적합도를 보일 것으로 분석되었다(Table 2). 본 연구에서는 해당 변수를 사용한 모델을 최종적으로 채택하여 너구리 출몰 지역 예측을 수행하였다.
2) MaxEnt 최적화
MaxEnt에서는 모델의 과적합을 방지하기 위하여 feature class(FC)와 regularization multiplier(RM)의 설정을 지원하고 있다. MaxEnt에서는 환경 자료를 사용하여 확률 분포를 제한하는 feature를 생성할 수 있으며, 이러한 feature는 비선형적이고 복잡한 형태의 반응 곡선을 생성할 수 있게 한다 (Merow et al., 2013). 사용할 수 있는 feature로는 Linear(L), Quadratic(Q), Product(P), Threshold(T), Hinge(H), Categorical feature가 있으며, 기본값을 사용할 경우 환경변수의 형태(연속형/명목형)와 출현 좌표의 수에 따라 조합이 자동으로 결정된다 (Merow et al., 2013).
RM은 확률 분포의 기대치가 실제 관측치에 얼마나 근접해야 하는지를 조절하는 값이다(Phillips et al., 2006). MaxEnt에서는 각 FC에 대한 계수가 설정되어 있으며, 여기에 RM을 곱하여 그 효과를 증대시키거나 감소시킬 수 있다(Merow et al., 2013). RM의 기본값은 1이며, 값이 커질수록 높은 패널티가 부과되어 단순한 모델이 생성된다. 표본 수집 편향(특정 지역이나 환경에서 표본이 집중적으로 수집되는 현상)이나 작은 표본 크기 등으로 과적합된 모델이 생성될 수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모델 튜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Anderson and Gonzalez, 2011;Radosavljevic and Anderson, 2014).
본 연구에서는 모델의 과적합을 방지하기 위해 R의 ENMeval 패키지를 사용하여 최적의 설정값을 도출하였다. 배경점(background point, 경관 내 환경을 반영하는 표본)은 대상지인 서울시 내에서 무작위로 10,000개를 생성하도록 설정 하였으며, 종 출현 좌표로는 앞서 서울시 야생동물센터의 너구리 구조 기록을, 환경 변수로는 앞서 선정한 8개 변수를 사용하였다. 출현 자료는 randomfold 방식으로 분할하였으며, 변수 선택 방식과 동일하게 5개 세트로 분할하였다. FC는 6가지 조합(L, LQ, H, LQH, LQHP, LQHPT)을, RM은 15가지 값(0.25부터 3까지 0.25 간격, 3부터 6까지 1 간격)을 선택하여 총 90가지 조합에 대한 분석 결과를 생성 및 비교하였다. 최적 모델은 delta AIC(Akaike information criterion)가 최소인 것을 기준으로 선택하였다(Muscarella et al., 2014).
3) MaxEnt 최종 모델 생성 및 서울시 내 너구리 출몰 지역 도출
서울시 내 너구리 출몰 지역을 분석하기 위해, 앞서 생성 및 선정한 종 출현 좌표와 8개의 환경변수, 그리고 최적화된 FC와 RM 설정을 적용하여 MaxEnt 분석을 수행하였다. MaxEnt 모형의 생성 및 정확도 평가를 위해 Bootstrap 방식을 사용하였으며, 출현 자료의 70%는 훈련 자료로, 나머지 30%는 시험 자료로 분할하였다. 분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료의 편향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random seed를 활성화하고, 자료 분할과 background 샘플 선택 및 분석 과정을 10회 반복한 뒤, 그 평균값을 최종 결과로 사용하였다.
각 환경 변수의 중요도와 값의 변화에 따른 적합도를 평가하기 위해 추가로 Jackknife 검정을 수행하고, 반응곡선(response curve)을 생성하였다. ENMeval의 분석 결과에 따라 FC는 linear, quadratic, hinge feature로 설정하였고, RM은 1로 설정하였다. 그 외 설정은 기본값을 유지하였으며, 최종 결과는 logistic 형식으로 나타냈다. 너구리가 출몰하는 지역을 도출하기 위해 민감도와 특이도가 최대가 되는 값(maximum test sensitivity plus specificity)을 기준으로 적합 지역과 부적합 지역으로 분류하였다(Glover-Kapfer, 2018).
일반적으로 지리적 장벽, 생물적 상호작용, 인위적인 환경변화 등으로 인해 실현된 지위(realized niche)는 잠재적 지위(fundamental niche)와 차이가 있으며, 모델의 결과도 실제 종의 분포보다 넓은 면적을 출몰 지역으로서 예측할 수 있다 (Phillips et al., 2006). 따라서 실제 분포에 보다 근접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출몰 예측지역에서 시가화·건조지역과 수역과 같이 직접적인 서식지로 활용이 어려운 지역은 제외하였다. 또한 너구리의 행동권(핵심구역)을 고려하여(Kim et al., 2008: KD50 0.01±0.003㎢(n=2), Lee et al., 2014: KF50 0.48±0.62㎢(n=3), Min, 2016: KD50 0.31±~0.01㎢(n=2)) 0.25㎢ 이상의 면적을 갖는 패치를 최종 출몰 가능 지역으로 선정하였다(Figure 2).
결과 및 고찰
1. 서울시 너구리 출몰 예측
AUC는 0.5에서 랜덤 모델과 동일한 성능을 의미하며, 1에 가까울수록 배경 지점과 종의 출현 지점을 잘 구분하는 모델임을 나타낸다. Phillips and Dudík(2008)은 AUC 값이 0.75 이상일 경우 모델의 설명력이 높은 것으로 간주했으며, AUC 값을 단계적으로 나누어 0.5-0.7은 낮음, 0.7-0.9 는 보통, 0.9 이상은 높음으로 평가하기도 한다(Franklin, 2010). 또한, 넓게 분포하는 종일수록 AUC가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Brotons et al., 2004; Phillips et al., 2004). 이렇듯 모델의 정확도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으나, 본 연구에서 생성한 모델의 test AUC는 0.739로 앞서 제시한 기준들에 근접하는 결과를 보였다. 또한 너구리가 도시 배수로, 공원, 경작지, 농촌 지역, 산림지대까지 다양한 환경에 서식하는 특성(Jo et al., 2018)을 고려할 때, 해당 모델은 충분한 설명력을 갖는 것으로 판단된다.
2. 너구리 출몰과 환경요인 변수 간의 관계
환경 요인 변수들이 너구리 출몰 예측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분석하기 위해, 10회 반복 분석의 평균값을 바탕으로 각 변수의 기여도와 반응 곡선을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각 변수의 기여도는 토지 피복(24.7%), 도로 밀도(20.3%), 경사도(12.8%), 먹이원까지의 거리(11.0%), 인구(9.3%), NDVI(8.5%), 수역까지의 거리(7.3%), 초지 면적(6.0%) 순으로 나타났다. Figure 3에서 x축은 변수의 값을 나타내며, 구체적으로는 A는 토지 피복 코드, B와 H는 면적(㎡), C는 각도, D와 G는 거리, E는 인구 수, F는 NDVI 지수를 의미한다. y축은 상대적인 출몰 지역의 적합도를 나타낸다. 이 결과를 통해 각 환경 요인이 너구리의 출몰 예측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그리고 그 영향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1) 토지피복(A)
적합도 분석 결과, 너구리가 출몰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초지(0.59), 나지(0.52), 시가화·건조지역(0.50), 도로(0.49), 농업지역(0.43), 습지(수변 식생지대)(0.42), 수역(0.31), 산림 (0.22) 순으로 나타났다(Figure 3-A). 이 결과는 너구리가 도심지 내 낮은 야산의 초지 지역이나 공원 지역과 같은 초지 및 나지에서 출몰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며, 사람의 왕래가 잦은 시가화·건조지역(주거지역, 공업지역, 상업지역, 문화·체육·휴양시설, 공공시설, 교통지역)에서도 비교적 높은 관찰 가능성을 보여준다.
토지 피복 간 적합도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은 다양한 환경을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하는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Drygala et al., 2008;Jo et al., 2018). Min(2017)의 연구에서 시가화·건조지역과 초지가 너구리의 행동권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는 결과와 유사하다. 그러나 Min(2017)은 너구리 두 개체에 대한 추적 결과, 시가화·건조지역이나 초지보다는 선호도가 낮지만, 그 외의 환경보다는 산림지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혔다. Lee et al.(2014)은 너구리 세 개체를 추적하여 저지대 산림 지역 및 민가 주변을 주로 이용한다고 확인하였다. 또한, 일본에서 수행된 Osaki et al.(2019)의 연구에서도 너구리가 산림 내부 지역에서 더 많이 포획되었다고 보고하여, 본 연구에서의 산림에서의 출현 가능성이 가장 낮게 분석된 결과와 차이를 보인다. 이것은 입력 자료의 특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선행 연구에서 활용된 추적 자료와 달리 구조 기록은 개체가 사람과 직접적으로 마주한다는 사건이 발생해야 기록이 생성될 수 있다. 따라서 너구리의 환경에 대한 선호도보다는 사람이 너구리를 관찰할 가능성, 즉 유동 인구, 개방도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Saito and Sonoda(2017)는 개선충증(Scabies)이 발병한 너구리가 산림 보다 도심지 내에서 더 자주 관찰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야생동물센터 자료의 과반수(55.4%)가 감염에 의한 구조로 이루어진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영향 또한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Saito and Sonda(2017) 는 도심지에서 서식지 파편화로 인해 개체 밀도가 증가하면서 개선충 발병 확률이 높아졌다고 분석하였다.
2) 도로 면적(B)
MaxEnt 분석 결과에서는 반경 300m 내 도로 비율이 18.14% (51,281.14㎡)일 때 가장 높은 적합도를 보였으며, 이보다 도로 비율이 낮거나 높은 지역에서는 적합도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도로 밀도 증가에 따른 초기 적합도의 증가는 단위 면적당 교통량의 증가에 따라 로드킬과 고립으로 인한 구조 확률이 높아지는 결과로 해석된다. Saeki and Macdonald (2004)의 연구에서도 전국 단위의 분석에서 연간 교통량이 많고 도로 길이가 길수록 로드킬 발생 빈도가 증가함을 확인한 바 있다.
반대로 도로 밀도가 18.14% 이상일 때 적합도, 즉 출몰 가능성이 감소하는 것은 도로 밀도 증가로 인한 자연환경 비율의 감소와 과도한 교란이 너구리 서식지 이용을 줄여 관찰률이 낮아진 결과로 해석된다. Tsunoda et al.(2019)는 교통량이 많은 지역과 같은 교란지에서 너구리의 방문 빈도가 감소하고 활동 시간이 늦어지는 경향을 확인하였으며, Kwon et al.(2008)은 충청남도 국도를 대상으로 한 로드킬 조사에서, 주변 환경과 격리되지 않고 도로의 폭이 좁아 동물이 비교적 쉽게 횡단할 수 있는 2차선 도로에서 4차선 도로보다 더 많은 로드킬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3) 경사도(C)
경사도 분석 결과, 너구리는 평지(경사 1.7˚에서 적합도 최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사가 증가할수록 적합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Figure 3-C). 서울시의 평균 경사도(해상도 30m 기준)는 6.7˚로, 83.4%가 경사도 15˚ 미만의 완만한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야생동물 신고·구조 기록이라는 자료의 특성상 신고자, 즉 사람이 보행하기 편한 평지에서 주로 출현 좌표가 수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4) 먹이원까지의 거리(D)
먹이원까지의 거리 분석 결과, 너구리는 26.78m 지점에서 높은 출몰 지역 적합도를 보였으며, 거리가 멀어질수록 적합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Figure 3-D). 전체 셀에 대한 먹이원까지의 평균 거리는 149.9m로, 최고 적합도를 나타내는 26.78m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일본에서 도시공원 주변에 서식하는 너구리의 식이물을 분석한 결과, 도시 녹화를 위해 식재된 조경수종인 헛개나무(Hovenia dulcis; 56.4%), 팽나무(Celtis sinensis; 35.9%), 푸조나무(Aphananthe aspera; 25.6%)를 비롯한 식물의 씨앗을 섭취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Enomoto et al., 2018). 이는 서식지 질이 낮은 도시 환경에서 너구리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농경지뿐만 아니라 가로수가 존재하는 지역까지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Jeong et al., 2017).
5) 인구(E)
분석에 활용된 데이터는 너구리가 사람에게 목격되어야 기록이 생성되므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반응 곡선에서는 인구 21.70명/ha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가장 높은 출몰 적합도를 나타냈지만, 전반적으로 인구가 증가할수록 적합도가 감소하는 반비례 관계가 니타났다 (Figure 3-E). Tsunoda et al.(2019)은 너구리가 거주지에서 반려동물 먹이를 포함한 인공 먹이를 구할 수 있어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에 접근한다고 보았으며, Jeong et al.(2017)은 너구리가 아파트 단지에 종종 유입되며, 특히 겨울철에 그 빈도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또한, Son et al.(2016)은 건물 주변의 먹이, 평탄한 지형 등으로 인해 주거지역이나 건물 등 시설로부터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로드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시사하였다.
이처럼 너구리는 필요에 따라 사람의 왕래가 잦은 환경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ha당 인구가 20명을 넘는 지역은 아파트 단지나 상가가 밀집된 지역으로, 산림이나 초지의 부재와 과도한 인위적 교란으로 인해 너구리가 해당 지역을 기피하며 출현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6) NDVI(F)
NDVI는 Rouse가 고안한 식생지수로, 식생 캐노피의 생물학적 특성을 정량화하는 지표로 사용된다(Song, 2019). 이 지수는 –1에서 1사이의 값을 가지며, 0은 죽은 수목, 0~0.33은 건강하지 않은 수목, 0.33~0.66은 일반적인 수목, 0.66~1은 매우 건강한 수목을 나타낸다. MaxEnt 분석에 따르면, NDVI 지수가 0.17일 때 가장 높은 적합도를 보였으며, 이보다 높거나 낮은 환경에서는 적합도가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Figure 3-F). 일반적으로 NDVI 0.2 이하 지역은 식생이 거의 없는 시가지, 나지 등으로 분류된다(Jeevalakshmi et al., 2016;Song, 2018;Hashim et al., 2019; Lee et al., 2023). 그러나 NDVI값은 계절에 따른 식생 활력도, 수종, 피복율 등 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Choi et al., 2005;Song, 2019).
반응 곡선 상에서 적합도가 0.5 이상인 NDVI 0.12-0.28에 해당하는 지역은 조경 지역이 있는 아파트 단지, 하천변, 도시 공원 등과 같은 관목 위주의 밀도가 낮은 식생이 분포하는 지역이다. Choi and Park(2006)은 너구리가 임연부 및 하천의 관목림이나 갈대밭을 잠자리로 이용함을 보고한 바 있으며, Okabe and Agetsuma(2007))은 카메라 트랩을 이용한 너구리의 적지 분석에서 관목 밀도와 너구리의 관찰 빈도 사이에 음의 상관성을 확인하였다. NDVI 0.17을 최고점으로 하는 단봉형의 반응 곡선 역시, 몸을 숨길 수 있으며 이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적당한 밀도의 관목 및 식생 지대에 대한 너구리의 선호가 반영된 결과로 판단된다.
7) 수역까지의 거리(G)
수역까지의 거리 분석 결과, 너구리는 수역으로부터 32.26m 떨어진 지점에서 가장 높은 출몰 적합도를 보였으며, 거리가 멀어질수록 적합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Figure 3-G). 전체 셀에 대한 수역까지의 평균 거리는 628.8m로, 적합도가 높게 분석된 32.26m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Sidorovich et al.(2008)은 수역(호수)이 존재할 경우 너구리가 어류를 섭취할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아진다고 확인하였으며, 핀란드의 연구에서도 너구리가 개구리를 잡기 쉽고, 우거진 하층 식생이 은신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슭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Mulder, 2012).
수계 지역은 중형 포유류의 서식지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며(Lee et al., 2014), 도시 하천 또한 먹이와 물, 서식처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판단된다. 더불어 한강, 청계천, 탄천 등 서울의 주요 하천 주변 지역은 너구리의 서식지 일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문화·여가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하천 주변 지역은 너구리 출몰 및 관찰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천 이용객 수와 이용 시간의 증가는 너구리와의 접촉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8) 초지 면적(H)
반경 300m 내 초지 면적이 증가할수록 너구리 출몰 적합도가 증가하다가 31.14%(88,054㎡)에서 최대에 이르며, 그 이상의 면적에서는 적합도가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Figure 3-H). 서울시 초지 면적의 평균 값은 12.33%(34,867 ㎡)로 나타났으며, 31.14%를 넘는 지역은 주로 하천 주변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하천 주변의 몸을 숨길 수 있는 지역에 대한 너구리의 선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천 주변의 초지 지역은 너구리에게 은신처와 함께 식물성 먹이, 작은 동물, 곤충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서식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요인들이 너구리가 이 지역을 선호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3. 서울 도심지 내구리 출몰 지역 도출
MaxEnt 분석을 통해 서울 도심지 내 너구리 출몰에 대한 상대적인 적합도를 도출하였다. Figure 4에서 붉은색에 가까울수록 너구리 출몰에 적합한 환경을, 초록색에 가까울수록 부적합한 환경을 나타낸다. 이 결과는 민감도와 특이도의 합이 최대가 되는 maximum test sensitivity plus specificity threshold의 값을 기준으로 분류되었다(Hernandez et al., 2006) (Figure 4). 즉, 적합도가 0.3862보다 높은 지역을 너구리의 출몰 가능 지역으로, 이보다 낮은 지역을 부적합 지역으로 간주하였다.
너구리 출몰 지역으로 도출된 면적은 약 171.99㎢로, 이는 서울시 전체 분석 대상지의 28.40%에 해당된다(Figure 5). 시가화·건조지역 및 수역과 같이 너구리 서식이 어려운 지역은 제외한 결과, 총 65.42㎢(10.96%)의 지역이 남았으며, 이 중 너구리의 최소 행동권(0.25㎢)을 초과하는 28개 지역이 최종 출몰지로서 예측되었다(Figure 5).
분석된 너구리 출몰 지역은 하천 주변, 산림 경계부, 도시 공원 및 인근 초지와 농경지 주변에 집중되어 있다. 이 지역들 중 송파구 6지역, 강서구 5지역, 강남구 4지역, 강동구 3지역, 서초구 3지역, 광진구, 노원구, 동대문구, 동작구, 마포구, 은평구, 중랑구 각각 1지역이 이에 포함된다(Table 3). 이 중 7개 지역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지역으로 토지피 복도 상에 나지로 표기되어 높은 적합도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는 서울시 내 너구리 구조 데이터를 바탕으로 MaxEnt 모델을 활용하여 서울 도심지 내 너구리 출몰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출몰 빈도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을 도출하였다. 분석 결과, 도심지 공원과 산림 경계부, 하천 인근 지역에 출몰 빈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본 연구는 너구리의 출몰 예상 지역과 환경 요인 도출에 연구 범위를 한정하였으며, 후속 연구로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현장 조사를 통하여 너구리의 실제 출몰 지점과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대한 정확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속적인 데이터 축적을 통해 더욱 정교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공존을 도모하고 효과적인 보전 대책을 수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