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산림습원은 지적상 산림으로 분류된 지역에서 나타나는 모든 습지인 소택지(Marsh), 늪원(Swamp), 이탄지(Peatland) 뿐만 아니라, 지적상 산림지역이 아니더라도 목본성 식물(교목, 관목, 덤불림 등)이 나타나는 소택지를 지칭한다. 습지는 육상생태계와 수생태계의 특성을 모두 나타내는 일종의 전이 지대로(Cowardin et al., 1979), 그 특수한 환경으로 인해 일반 산림생태계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식물종 출현과 종조성을 나타내는 특징이 있다. 특히 해발이 높은 산지에 위치한 습지는 일반 산림생태계에 출현하지 않는 독특한 식물종의 서식처를 제공하여 생물다양성 보전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Omar et al., 2016).
지구 육지 면적의 3%를 차지하는 이탄지는 전체 육상 탄소의 30%를 저장할 정도로 효과적인 탄소 흡수원이지만, 1700년대 이후 지구 전체 습지 면적의 85%가 소실되었고, 1970년부터 2015년까지 45년 동안 35%가 소실될 정도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국내 산림습원의 경우 개발 여건이 좋고 이용 가치의 급증으로 점점 소실되고 있으며 산림습원을 기반으로 하는 동식물의 서식처 또한 사라지고 있다(Son et al., 2014).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은 산림습원의 생물다양성 보전적 측면에서 「산림습지 생태계 조사 및 보전관리방안에 관한 연구(2005)」, 「산립습원 전국총량조사사업(2006-2014)」, 「산림습원 보전조사사업(2015-2019)」 등의 연구를 진행하였다. 해당 선행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국내 산림습원은 최근 개발 등으로 인해 훼손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증가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등의 환경변화 요인으로 습원이 육화되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수문학적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산림습원 복원 전과 후의 특성을 비교하고 복원 효과를 평가한 연구(Jung et al., 2022)가 진행되었고, 전국의 습지를 보전 및 보호하기 위한 「습지보전법(법률 제17844호)」, 「습지보전법 시행령(대통령령 제3582호)」, 「습지보전법 시행 규칙(환경부령 제926호, 해안수산부령 제487호)」 등 법률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나, 대규모 습지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산림습원의 훼손과 소실 원인에 따른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복원사업과 생태적 복원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선진사회의 경우 일련의 절차를 존중하여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학문적 진전을 달성하였고 생태복원이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 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국내의 복원사업은 진단평가와 관계없이 적극적인 복원 위주로 진행되어 투입비용 대비 복원효과가 낮다. 또한 복원효과가 거의 평가되지 않아 성공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사업이 계속되어도 발전과 효과가 부족한 실정이다(Lee, 2023). 특히 산림습원과 같은 소규모 지역의 복원사업과 그 효과에 관한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본 연구는 강원 정선 지역의 백두대간 보호 핵심구역에 속하는 백봉령 산림습원 구역을 대상으로 Z-M학파의 식물 사회학적 방법에 따른 종조성과 식생 구조를 조사하고 이원 지표종분석(Two-Way INdicator SPecies ANalysis)과 표조 작법을 활용해 군락을 구분한 후, 각 군락별 층위별 수종의 상대우점치, 종다양성 지수, 습지식물 유형 분석과 현존상 관식생도 작성을 통해 백봉령 산림습원 각 군락의 현 상태를 분석하였다. 또한 복원사업 이후 습원구역 내 계류 훼손 상태를 파악하고 그 원인에 맞는 추가 복원 방안 제시를 통해, 산림습원의 훼손 유형별 복원 및 보전에 관한 기초자료 제공을 목표로 하였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본 연구의 조사지는 강원 백봉령(780m)의 북서 사면에 위치한 산림습원으로, 백봉령은 행정구역상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임계면과 동해시 신흥동의 경계에 위치한 백두대간 보호 핵심구역에 속한다. 백봉령 산림습원은 묵논 완경사 습원으로, 강원 정선군 임계면 가목리 산8-1번지 중 42번 국도와 인접한 계류와 그 유역을 포함하는 지역이다(Figure 1).
해당 조사지는 과거 태풍 ‘루사(2002)’ 및 ‘매미(2003)’ 수해복구 시 하류지역 농경지 보호를 위해 하상준설을 실시하면서 계류 경사가 급해져 2006년 태풍 ‘에위니아’에 의한 2차 피해가 발생한 지역이다. 급격해진 경사로 인해 2차 침식으로 계류폭이 넓어져 입목이 도복되고 유로가 깊게 침식되면서 훼손이 진행됨에 따라, 2010년 정선국유림관리소에서 현지 채집물과 자연물을 활용하여 ‘정선 백봉령 계류 복원 사업’을 진행했던 황폐계류 복원 사업 대상지이다.
해당 조사지와 인접한 정선 갈고개(862m) 기상관측소의 기상관측 값을 살펴보면, 조사지의 2022년 평균 기온은 9. 5℃이고, 평균 최고기온은 16.1℃, 평균 최저기온은 3.7℃ 이다. 연평균 강수량은 1,101㎜이며, 식물구계학적으로 중부아구대에 속해있다.
2. 조사분석
현장조사는 2019년 7월 진행한 식물상 조사 1차례, 2023년 7월 진행한 식생조사 1차례, 그리고 2023년 4월, 8월 진행한 보완조사 2차례로, 총 4차례 수행하였다. 보완조사는 산지계류의 훼손상태 파악 및 기존의 식물상 조사에서 출현하지 않은 식물종을 기록하였다. 2023년 7월 진행한 식생조사의 조사구 선정은 백봉령 산림습원 구역을 대상으로 총 20개소를 선정하였다. 조사구는 10 × 10m의 방형구를 설치하여(조사구당 면적 100㎡), Z-M학파의 식물사회학적 방법에 따라 조사구 내 출현하는 층위별(교목층-아교 목층-관목층-초본층) 식물종의 우점도를 측정하였다. 2019년 진행한 식물상 조사 결과와 2023년 진행된 3차례의 식생 조사 및 보완조사의 결과를 취합하여 본 조사지역의 관속식물상 목록을 작성하였다.
현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가공하여 이원지표종분석법 (TWINSPAN)과 표조작법을 활용하여 군락을 분류하고, 상재도와 피도 계급을 표기한 요약표를 작성하였다. TWINSPAN은 출현종과 임분간의 연관성을 분류하고 표징종을 분석하는 분석법으로(Hill, 1979), 식물사회학적 방법에 따라 분류한 군락과 유사한 경향을 보여준다(Song et al., 2000). 본 연구에서는 TWINSPAN과 표조작법을 병행하여 백봉령 산림습원 구역의 군락을 분류하였다.
군락 분류 후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군락별 종풍부도(Species Richness Index; S), 종다양도(Species Diversity Index; H’), 균재도(Species Evenness Index; J’), 우점도 (Species Dominance Index; D’) 및 최대종다양도(Maximum Species Diversity Index; H’max)를 산출하였다(Shannon and Weaver, 1949;Herlbert, 1971). 각각의 산출식은 다음과 같다.
중요치를 산출할 때는 일반적으로 상대피도, 상대밀도 및 상대빈도의 평균으로 측정하나(Curtis and McIntosh, 1951), 중요치 산출 측도가 반드시 세 가지일 필요는 없고, 두 가지의 상대 측도를 평균하여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Bray and Curtis, 1957;Lee, 2013). 본 연구에서는 군락별 중요치를 백분율의 상대우점치로 나타내어 각 층위별로 분석하였으며, 상대우점치는 상대피도와 상대빈도의 평균값으로 계산하였다 (Brower and Zar, 1977). 조사대상지에 대한 식생 유형의 공간적 분포 특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현지조사에서 수집한 식생군락의 상관우점종을 기준으로 1/5,000의 현존상관식생도를 작성하였고, 각 군락을 서로 다른 색으로 구분하여 표시 하였다.
출현 식물에 대한 동정은 원색대한식물도감(Lee, 2003) 을 이용하였고 국명 및 학명의 표기, 특산식물 및 귀화식물 여부는 국가표준식물목록을 기준으로 하였다. 습지식물 유형 분류는 우리나라 습지생태계 관속식물의 유형분류 (Choung et al., 2012)와 한반도 관속식물의 습지 선호도와 생활형(Choung et al., 2020)을 참조하였다. 조사지 내 출현 식물을 습지출현빈도를 기준으로 절대습지식물(obligate wetland plant, OBW), 임의습지식물(Facultative wetland plant, FACW), 양생식물(Facultative plant, FAC), 임의육상식물(Facultative upland plant, FACU), 절대육상식물(Obligate upland plant, OBU)로 구분하였다. 빈도로 구분한 다섯 유형의 식물 중 습지식물(절대습지식물, 임의습지식물)을 대상으로 생육지의 습한 정도에 따라 습생식물(Hygrophyte, Hygro)과 수생식물(Aquatic macrophyte)로 구분 후, 수생식물은 다시 정수식물(Emergent plant, Emer), 부엽식물(Floating-leaf plant, Fl-lf), 부유식물(Floating plant, Float), 침수식물(Submerged plant, Sub)로 구분하였다. 식물종이 출현하는 주요 생육지(Habitat)에 따라 숲(Forest), 개방지(Meadow and shrubland, Md), 습한 개방지(Wet meadow, WetMd), 수중(Aquatic environment, Aquatic)으로 구분하여 각 군락별로 전체 출현 종수에 대한 유형별 비율을 산출하였다. Son et al.(2014)은 산림습원 내 출현한 식물을 대상으로 유형분류를 통해 습원의 유형분류 또는 육화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훼손에 대한 정보는 현장조사 시 육안 및 현장에서 수집된 화상자료를 통해 판단하였고, 현장조사지의 위치정보는 Garmin사의 handheld GPS 64S를 통해 경위도 좌표 등을 기록하였다. 현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Ms-Excel을 이용하여 정리 및 가공하였으며, TWINSPAN 과 종풍부도, 종다양도, 균재도, 우점도 및 최대 종다양도는 Pc-ord7 프로그램을 통해 산출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관속식물상
백봉령 산림습원에 분포하는 관속식물은 48과 107속 134종 4아종 24변종 3품종으로 총 165분류군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Table 1). 양치식물이 5과 11속 11종 3변종으로 총 14분류군, 나자식물이 1과 2속 2종으로 총 2분류군, 피자식물이 42과 94속 121종 4아종 21변종 3품종으로 총 149분류군이 출현하였다. 피자식물 중 단자엽식물은 8과 25속 34종 6변종 1품종으로 총 41분류군, 쌍자엽식물은 34과 69속 87종 4아종 15변종 2품종으로 총 108분류 군으로 구분되었다.
특산식물의 경우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보고된 바에 의하면 현재 65과 181속 총 380분류군이 지정되어 있는데, 본 조사지역에 분포하는 특산식물은 강활, 물들메나무, 숲개별 꽃, 지리산오갈피, 참좁쌀풀, 토현삼, 키버들로 7과 7속 총 7분류군이 조사되었다. 귀화식물의 경우 좀명아주 등 1과 1속 1분류군이 조사되었다. 현장조사에서 관찰된 특산식물 을 포함한 산림습원에 생육하는 여러 동·식물의 서식처 보호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백봉령 산림습원 구역에 분포하는 165분류군은 강원 지역에 위치한 산림습원인 오대산 질뫼늪(Park and Kim, 2012) 163분류군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대암산 용늪(Kang and Kwak, 2000) 191분류군과 경북지역에 위치한 청옥산 산림습원(Son et al., 2014) 243분류군보다 적게 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암산 용늪 관속식물상의 경우 습원 내에 서식하는 85분류군과 습원 주변에 서식하는 99분류군을 합산한 것으로, 습원지역내 조사만을 수행한 본 연구 결과와 차이가 난다고 판단된다. 또한 청옥산 산림습원 관속식물상의 경우 공원화, 식재 등의 인위적인 교란과 자연적 교란이 함께 발생하면서 환경 변화로 인한 외부 식물종의 이입 등으로 인해 본 조사지역보다 많은 수의 분류군이 조사되었다고 판단된다.
2. 군락 구분 및 종조성
백봉령 산림습원 구역 내 20개소의 조사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TWINSPAN과 표조작법을 병행하여 분석한 결과, 백봉령 산림습원 구역은 일본잎갈나무-노린재나무군락(C1)과 들메나무-산뚝사초군락(C2)의 2개 군락(Community)으로 구분되었다(Table 2). 본 조사지역의 구분된 군락은 식별 종의 종명으로 각 군락의 명칭을 규정하였고 상재도, 최소피도, 최대피도값을 병기하여 요약표로 나타내었다.
유형 1. 일본잎갈나무-노린재나무군락(Larix kaempferi -Symplocos sawafutagi community)
C1은 일본잎갈나무, 노린재나무, 실청사초, 큰기름새 등 에 의해 식별된다. C1에 포함되는 조사구는 9개소이며, 해당 식별종은 모두 절대육상식물이다. 교목층의 경우 일본잎 갈나무가 우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일본잎갈나무는 교목층에서만 출현하였다. 아교목층의 경우 물푸레나무와 신나무의 출현 빈도가 높게 조사되었다. 신갈나무와 노린재나무는 아교목층과 관목층에서만 관찰되었다. 두 수종은 주로 산지사면에서 출현하기에 C1 군락은 상대적으로 육화가 더 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Son et al., 2014).
유형 2. 들메나무-산뚝사초군락 (Fraxinus mandshurica -Carex forficula community)
C2는 오리나무, 들메나무, 산뚝사초, 달뿌리풀 등에 의해 식별된다. C2에 포함되는 조사구는 11개소이며, 해당 식별종 중 달뿌리풀은 절대습지식물이고 오리나무와 산뚝사초는 임의습지식물이다. 오리나무는 C2 군락에서만 출현하였다. C2의 교목층은 들메나무와 오리나무가 우점하고, 아교목층은 들메나무, 물푸레나무, 신나무 등이 주로 출현하였다. 초본층의 경우 고마리, 산뚝사초, 쉽싸리, 달뿌리풀, 모시물통이, 물봉선 등의 절대습지식물과 임의습지식물이 주로 출현하였다. 교목층에서 임의습지식물인 오리나무가, 초본층에서 절대습지식물인 나도겨풀, 갈대, 솔방울고랭이, 솔잎사초, 왕미꾸리광이와 임의습지식물인 콩제비꽃, 노랑물봉선, 미나리냉이, 참좁쌀풀이 본 군락에서만 조사되었다. 이러한 출현 식물종으로 보아 C2는 C1에 비해 육화가 덜 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
3. 군락별 생태적 특성 분석
1) 상대우점치(Importance Percentage) 분석
본 조사지에 서식하는 식물종의 중요성 또는 영향력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로 상대우점치를 산출하여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Table 3). 20개소 조사지 전체 교목층에는 일본잎갈나무, 들메나무, 오리나무, 물푸레나무 순으로 높은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본잎갈나무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습윤한 지역에 서식하는 식물종이 높은 값을 보여주었다. 아교목층의 경우 물푸레나무, 신나무, 들메나무 순으로 높게 나타났고, 관목층은 신나무, 물푸레나무, 노린재나무 순으로, 초본층은 산뚝사초, 고마리, 쉽싸리, 실청사초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교목층, 아교목층, 초본층에서 전반적으로 습윤한 지역에 서식하는 식물종이 높은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교목층의 신갈나무와 관목층의 노린재나무 등의 상대우점치를 살펴봤을 때, 백봉령 산림습원 구역은 인근 산림생태계로부터 절대육상식물의 유입이 진행되어 육화가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Son et al., 2014).
군락별로 살펴보면, C1의 경우 교목층에는 일본잎갈나무가 84.01%의 높은 상대우점치를 보여주었다. 아교목층과 관목층에는 산지사면에 주로 분포하는 신갈나무, 노린재나무 등이 높은 상대우점치를 보여 해당 군락은 C2에 비해 교란과 육화가 많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군락 C2의 경우 교목층과 아교목층에서 들메나무, 오리나무, 물푸레나무 등 습윤한 지역에서 서식하는 식물종의 상대우점치가 높게 나타났다. 초본층에도 고마리, 쉽싸리, 달뿌리풀, 모시물통이 등의 절대·임의습지식물의 상대 우점치가 높게 나타나, C1에 비해 교란 및 육화가 덜 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
2) 습지식물 유형 분석
습지출현빈도에 따라 구분한 결과 백봉령 산림습원 구역은 절대육상식물이 88분류군(53.3%)으로 가장 많이 나타났고, 절대습지식물은 16분류군(9.7%)이, 임의습지식물은 22분류군(13.3%)이 관찰되었다. 식물종의 주요 생육지에 따라 구분한 결과 숲에 서식하는 식물종이 95분류군(57.6%)으로 가장 많이 나타났고, 개방지가 31분류군(18.8%), 습한 개방지가 34분류군(20.6%), 수중이 5분류군(3.0%)으로 나타났다. 생육지의 습한 정도에 따라 구분한 결과 습생식물이 33분류군, 수생식물 중 연중 대부분의 시기에 수위가 지표보다 높은 생육지에 적응한 식물인 갈대, 나도겨풀, 달뿌리풀, 방울고랭이, 솔방울고랭이와 같은 정수식물이 5분류군 확인되었다(Table 4).
C1의 경우 습지식물(절대·임의습지식물)의 비율이 21.1%로, 습한 개방지에 서식하는 식물의 비중은 20.6%로 나타났다. C2의 경우 습지식물 비율은 34.2%이고, 습한 개방지에 서식하는 식물의 비중이 30.3%로 C1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조사지 전체에 출현한 정수식물 5분류군 가운데 4분류군이 해당 군락에서 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지역의 다른 산림습원과 비교했을 때, 목본층이 발달하지 않고 원형의 고층습원을 유지하고 있는 심적 산림습원의 경우 습지식물의 비율이 45.0%로 나타났으며 목본층이 발달하고 주변 산림이 극상림을 이루고 있는 점봉산 산림습원과 소황병산 산림습원의 경우 습지식물의 비율이 각각 30.3%, 23.4%로 나타났다(Son et al., 2015). 목본층이 발달한 백봉령 산림습원 구역의 경우 습지식물의 비율이 23.0%로 점봉산 산림습원보다 육화가 더 많이 진행된 것으로, 소황병산 산림습원과 비슷한 수준의 육화가 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군락 C2의 경우 습지식물의 비율이 34.2%이고 육상식물의 비율이 50.0%로, 점봉산 산림습원과 소황병산 산림습원보다 낮은 수준의 육화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3) 다양성지수 분석
Omar et al.(2016)은 산지습지가 특정 식물종을 위한 독특한 서식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자연에서 중요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였다. 종풍부도, 종다양도, 우점도 그리고 최대종다양도의 경우 교란 및 육화가 많이 진행된 C1에서 높게 분석되었다(Table 5). 그러나 전체 조사지역에서 확인된 25분류군의 습생식물 중 17분류군이 C2에서 출현하였고 정수식물인 나도겨풀 및 갈대가 C2에서만 출현한 점을 살펴봤을 때, 산림습원이 특정 식물종을 위한 서식처를 제공한다는 선행연구의 결과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4) 현존상관식생도
조사대상지에 대한 식생 유형의 공간적 분포 특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현장조사에서 수집한 식생 군락의 최상층 우점종을 기준으로 현존상관식생도를 작성하였다(Figure 2).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축척 1/5,000의 수치지형도를 사용하였으며, 범례는 식생 군락의 최상층 우점종의 학명을 알파벳 순으로 기재하였고, 군락 C1과 C2에 해당하는 식생 조사구를 별도로 구분하여 표시하였다.
현존상관식생도에 나타난 군락은 오리나무군락(Aj), 오리나무-버드나무군락(Aj-Sp), 들메나무군락(Fm), 일본잎갈나무군락(Lk), 달뿌리풀군락(Pj) 등 총 5개의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군락별 면적 비중은 일본잎갈나무군락(48.31%), 오리나무군락(33.62%), 오리나무-버드나무군락(10.92%), 들메나무군락(6.58%), 달뿌리풀군락(0.57%) 순으로 나타났다.
4. 보전 상태 평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42조의8)」에 의하면 산림청장이 지정한 사후 모니터링 기관은 산림복원지에 대한 기반환경, 산림생태계 및 생물다양성 관련 항목들을 조사하여 복원 목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 또한 복원 목표 달성을 위해 산림복원지 평가 항목별 점수와 등급을 매겨 추가적으로 필요한 사후관리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복원사업 1·2년이 지난 대상지는 1 단계, 5·10년이 지난 대상지는 2단계로 구분하여 평가체계를 적용하며 사후관리 공종 또한 2단계로 구분하여 적용한다.
산림복원지 1·2단계 모니터링 평가표의 기반환경 평가 항목은 동일하며, ‘토양 붕괴·침식·유출 여부’, ‘토양 배수’, 그리고 ‘재료 및 시설물 훼손 여부’로 총 세 분야에서 평가한다. 사후관리 공종의 경우 1단계 대상지는 기본적 사후관리(유지)를 중점적으로 실시하며, 2단계 대상지는 보완 사후관리(보완) 및 추가 사후관리(수정)를 중점적으로 실시한다. 2단계 대상지의 경우 예상치 못한 현상 발생으로 후속적 보완이 필요한 경우 또는 지형 훼손 등의 문제 발생 시 적절한 사후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보완 사후관리의 경우 토양 침식 등으로 인해 지형이 훼손되었을 경우 성토를, 시설물 훼손 시 자연재료를 활용하여 보수하는 시설물관리를, 유로 변화 등 수문환경이 훼손되었을 경우 정상적인 물순환이 이루어지도록 수문환경 정비를 권장하고 있다. 또한 추가 사후관리는 본래 목표대로 산림복원이 진행되지 않아 후속적 보완 사후관리도 미흡한 경우 복원목표 수정 및 새로운 개선방안 제시를 권장하고 있다.
백봉령 산림습원 구역은 과거 2010년 백두대간 계류복원 사업 시행 대상지 중 하나로 복원사업 이후 10년이 지난 2단계 대상지에 해당한다. 본 조사지역은 황폐계류의 안정을 위해 계단상 하상구조(step-pool sequences)와 유사한 특징 및 기능을 지니는 현지 채집물(일본잎갈나무, 야면석 등) 활용 횡공작물 설치 등의 황폐계류 복원 사업을 실시한 지역이다. 계단상 하상구조는 경사가 급한 산지계류의 자연친 화적 복원 기법 중 하나로, 강도가 낮은 홍수나 평수시에 계류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계단상 하상구조는 어류나 수서곤충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등 산지 계류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Fujita and Michiue, 1996;Duan et al., 2009;Kim et al., 2011).
과거 해외에서 황폐계류의 복원과 안정을 위해 계류내 인공적인 계단상 하상구조 조성을 친환경 공법으로 활용한 사례가 많았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에 위치한 “Maso di Spinelle” 계류를 대상으로 소형 체크댐 시공을 통해 계단상 하상구조를 활용한 복원사업을 진행하였고, 계류의 수생태계 안정성에 관한 사후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해당 구조의 효과를 밝힌 바 있다(Lenzi, 2002;Comiti et al., 2009). 또한 중국 남서부의 윈구이(Yungui) 고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토양의 침식이 심각한 황폐계류 복원 사업에 계단상 하상구조를 활용하고 이후 20개월 동안의 모니터링 결과 역시 계류의 물리적·생태적 안정성이 강화되었다 (Yu, 2010). 그러나 국내의 경우 황폐계류 복원 사업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추가적인 훼손에 대한 후속 연구 등의 사후관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19년 본 조사지역 인근 42번 국도의 확장공사 과정에서 국도 남동사면으로 향하는 6개의 배수로가 신설되었고, 산림습원구역으로 유입되는 수자원의 양과 질이 변형되었다. 특히 원형 콘크리트 횡거 배수로를 통한 유출수로 인해 다량의 물이 습원에 유입되면서 습원지역 내 수로의 유속이 상승하고 종·횡침식이 심해지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Shin et al.(2023)은 세류간 침식이 지배적인 산림지역의 경우, 강우의 급격한 증가나 유입수에 의한 침식 속도와 토사유출량이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였다. 본 연구대상지 또한 배수로를 통한 유입수로 인해 침식 및 토사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산림복원지 2단계 모니터링 평가표에 대입하여 살펴보면 ‘토양 붕괴·침식·유출 여부(Figure 3)’, 그리고 ‘재료 및 시설물 훼손 여부(Figure 4)’ 두 가지 항목에서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복원 목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된다. 신설 배수로를 통해 유입되는 유출수의 경우 복원대상지의 예상치 못한 외부적 요인으로, 산림복원지 기반환경 훼손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여 보완 사후관리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산지 계류로 유입되는 추가 유입수로 인해 진행된 계류 내 종·횡침식은 ‘토양 붕괴·침식·유출 여부’ 항목을 바탕으로 수문환경 정비 분야의 사후 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계류를 따라 이동한 토석류 등으로 인해 훼손된 목재 골막이 등은 ‘재료 및 시설물 훼손 여부’ 항목을 바탕으로 시설물관리 분야의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5. 산림습원 복원 방안
2019년 진행된 인근 42번 국도의 배수로 공사로 인해 습원지역으로 유입되는 수계가 변형되었고 이로 인한 ‘토양 붕괴·침식·유출(Figure 3)’과 ‘재료 및 시설물 훼손(Figure 4)’이 관찰되었다. 외부적 요인에 의한 습원지역 내 기반환경 변화로 산림습원의 소실이 예상됨에 따라, 산림습원을 지속적으로 보전할 수 있고 파괴된 인근 산지계류의 계단상 하상구조의 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는 보완 사후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토양의 붕괴·침식·유출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공법과 훼손된 재료 및 시설물의 보완 및 재시공이 필요하다(Figure 5, 6). 우선 침식 발생 가능성이 높은 낙차 발생 구간의 종단 기울기를 고정할 수 있는, 대상지 내 일본잎갈나무 벌채목 등을 활용한 통나무 골막이 및 바닥막이의 보완 및 설치를 제안한다. 골막이는 소형 사방댐 기능을 수행하여 유하하는 토석류를 포착할 수 있으며 시공이 용이하고 환경훼손이 적은 공작물이다(Song, 2019). 골막이 설치를 위한 말뚝박기는 인력으로 설치가 가능한 깊이인 1.0-1.5m로 계획한다. 수계 하류부에는 기설치된 야면석 골막이 낙차공이 존재하여 수로의 침식과 토양 유출이 억제되고 있지만, 수로의 상류부에는 기설치된 목재 골막이와 바닥막이 등이 훼손되어 보완시공 및 재설치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습원 내 지표수 고정을 유도하고 계류의 횡방향 침식을 완화할 수 있는 일본잎갈나무 등의 간벌목을 활용한 편책호안공 설치를 제안한다. 편책호안공의 경우 유역이 좁아지거나 경사가 급해 유속이 상승하는 지점의 유속을 저감하고 세굴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Kim, 2019). 일본 잎갈나무 등의 간벌목 인력 벌채 시 벌도 방향은 유하 수계의 중심선에서 20-30˚ 역방향으로 하며, 집중호우 시 일부 수계로부터 범람하는 유수가 습원구역 안으로 폭넓게 고정 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간벌목 편책호안공은 빠른 부후 유도를 위해 지표면에 최대한 밀착하여 설치한다. 계류의 횡방향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편책호 안공의 경우 경사가 거의 없는 습지구역의 지표수 고정의 역할까지 할 수 있는 공작물이라고 판단되어 본 조사지역의 추가 설치 공작물로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대상지 내 수계와 지형 변형의 직접적인 외부 요인인 배수로 유출수 하단부에 침식 방지를 위한 현지 공작물 활용 돌붙임 바닥막이, 돌망태 바닥막이 등의 설치를 제안한다. 통나무바닥막이는 산림습원의 유기물 및 토사 유출을 저감시켜 산림습원의 육화를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밝혀진바 있다(Yoon et al., 2013). 해당 배수관으로부터 유입되는 유출수로 인한 직접적인 침식이 관찰되었고, 침식으로 인해 새로운 수계가 형성되고 습원지역에 유입되는 유량이 상승하였다. 도로의 배수관으로부터 유입되는 유출수로 인한 직접적인 토양 붕괴·침식·유출 방지를 위해 바닥막이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6. 종합 고찰
백봉령 산림습원 구역은 군락 구분 결과 총 2개의 군락으로 분류되었으며, 각 군락별 상대우점치, 습지식물 유형, 다양성지수 분석 결과 군락 C1과 C2의 교란 및 육화 진행 정도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C1의 경우에 C2에 비해 절대·임의습지식물의 상대우점치와 비율이 낮고, 아교목층에 출현하는 신갈나무와 관목층에서 높은 상대우점치를 보인 노린재나무를 통해 교란 및 육화가 더욱 진행된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백봉령 산림습원 구역은 전체적으로 교목층이 발달하고 육화가 상당히 진행된 산림습원이지만, C2와 같은 군락의 경우 목본층이 발달한 강원 지역 산림습원(점봉산 산림습원, 소황병산 산림습원 등)과 비슷한 수준의 교란 및 육화가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고, 7분류군의 특산 식물과 다양한 절대·임의습지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등 보전 가치가 뛰어난 산림습원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본 조사지역에서 과거 묵논의 경작 활동이 중지되고 그 당시 식생 및 산림습원생태계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어 교란 및 육화의 진행 속도 등을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황폐계류 복원 사업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모니터링 등을 통한 축적 데이터의 부재와 인근 산지계류 훼손의 추가적인 원인 규명이 부족한 점 등의 한계점이 존재한다.
국내의 복원사업을 포함하여 여러 분야에서 해외 선진사례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선진사례의 배경이나 일련의 과정에 집중하기 보다, 도입된 사례 그 자체에 매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 해당 선진사례가 국내 환경에 효과적이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효과가 적거나 역효과가 발생할 경우, 원인을 밝히고 그에 맞는 다른 방안을 선정하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한다. 이러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해외사례 도입 당시부터 철저한 분석과 체계적인 향후 계획 수립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효과적으로 밝혀진 황폐계류의 친환경 복원공법이 국내에서도 친환경적이고 효과적인 방법 인가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후속연구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복원공법 적용 전과 후를 비교하여 계류의 물리적·생태적 안정성을 비교할 수 있는 연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복원사업 계획 단계에서부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사후관리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계획 수립 등이 포함된 통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를 통해 국내 복원사업의 전반적인 성공여부와 사업유형별 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기초자료의 축적 및 후속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