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1980년대 컨테이너 운송의 표준화, 1990년대 개발도상국의 산업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교역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세기 초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였다(Hein and Carola, 2013; Hulme, 2021). 국제 무역으로 인한 물류량 증가는 의도적, 비의도적으로 외래생물의 유입 가능성을 증가시켰으며, 그 결과 전세계 신규 외래생물 발생 건수 증가율이 국제 무역 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Hulme, 2021).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Target 6에서 침입외래종의 유입 및 정착을 감소시켜 토착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2022;IPBES, 2023).
병안류(Stylommatophora)는 세계 100대 침입 외래생물에 2종(Euglandina rosea, Lissachatina fulica)이 포함된 분류군으로, 식량 및 애완동물 용도로 유통되거나 원예, 농업, 기타 물류 이동에 부착되는 등 비의도적인 경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Lowe, 2000;Cowie and Robinson, 2003). 병안류의 토착 생태계 침입으로 인한 생태적 피해는 특히 하와이, 뉴질랜드와 같은 섬 지역으로 다수 연구되었으며(Cowie, 1997;Cowie, 2002;Joe and Daehler, 2008) 선충(Nematodae)의 중간 매개 생물로써 작용하는데, 호주에서는 범무늬뾰족민달팽이를 생식한 사람이 광동주혈 선충에 감염되어 뇌수막염으로 인해 사망하는 등 직접적 피해를 끼친 사례 또한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Andrus et al., 2022). 국내 분포가 확인된 민달팽이는 총 2과 8종이며 (Philomycidae: Meghimatium bilineata, M. fruhstorferi, M. uniforme, M. hongdoensis; Limacidae: Deroceras reticulatum, Limax flacus, L. marginatus, L. maximus),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뽀족민달팽이과(Limaxidae) 민달팽이는 외래생물로 분류된다(Lee and Kwon 1997;Park, 2021; Park et al., 2024). 이처럼 민달팽이류의 외래생물 비율은 다른 분류군에 비해 높지만, 외래 민달팽이류가 국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나 피해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범무늬뾰족민달팽이는 성체의 몸길이가 15~20cm에 이르는 대형 민달팽이로 유럽과 지중해 연안을 원서식지로 한다.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전세계로의 침입과 확산이 다수 보고되었으며, 주로 선박과 농작물 등에 부착하여 비의도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Iijima et al. 2013). 또한, 뉴질랜드에서는 1870년대부터 유입 기록이 확인되는 등, 19세기 이전부터 전세계로 침입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Barker and McGhie, 1984). 범무늬뾰족민달팽이가 선호하는 서식지는 인간으로 인해 변형된 반자연적 생태계로 낮에는 주로 화분 밑, 건물 외벽, 인공구조물 등 온도가 낮고 햇볕이 들지 않는 그늘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밤이 되면 은신처에서 나와 섭식, 교미 등의 활동을 하는 야행성 동물이다. 먹이는 주로 균류와 죽거나 분해가 진행 중인 식물체, 죽은 동물 등으로 생태계 내에서는 분해자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때때로 살아 있는 식물체를 선택적으로 가해하여 미국에서는 농업해충으로 분류되었다(Stange et al., 2002). 또한, 다른 민달팽이류에 대해 적대적인 행동을 한다는 사례도 보고되었으며, 뉴질랜드, 하와이 등 일부 섬 지역에서는 기존 서식하던 자생 생물과 다른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멸종위기 식물의 활력 감소 등 도서 생태계에 악영향을 일으켰다(Barker and McGhie, 1984;Cowie, 1997;Joe and Daehler, 2008).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국내 유입 기록은 네이처링a 1)과 iNaturalistb에서 2023년 8월에 각각 한 건씩 관찰이 확인되었으며, 2023년 8월 유튜브에 관찰 동영상c이 업로드 되었다. 이후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주요 서식지인 밤밭청개구리공원과 그 일대를 바탕으로 2024년에 국내 유입에 대한 최초 보고가 이루어졌다(Park et al., 2024).
최초 보고 연구에서는 2023년 7월과 8월, 양월에 걸쳐 경기도 수원시 밤밭청개구리공원을 중심으로 범무늬뾰족민 달팽이의 표본을 수집하였다. 조사 결과 100여 마리 이상의 개체가 확인되었으나,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추가적인 확산 범위는 명확하게 산정되지 않았다. 또한, 제한된 조사기간으로 인해 생애 주기, 선호 서식지와 같은 생태적 특성 및 국내 생태계에서의 영향이나 적응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국내에서 분포가 확인되는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계절별 생애주기, 유전적 다양성, 현재까지 확산 경위 및 향후 확산 가능성 등 외래생물 관리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현황
연구 대상지인 경기도 수원시 밤밭청개구리공원과 안안골 일대는 생태습지, 숲속 놀이터, 관찰학습장 등이 조성된 도시공원과, 주말 농장, 논, 밭, 과수원, 농자재 창고 등으로 구성된 농업지역으로 나뉘어진다. 밤밭청개구리공원은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의 이용이 많은 지역으로, 조깅, 애견 동반 산책, 어린이 놀이터 이용 등 휴식을 취하거나, 풋살, 배드민턴 등 스포츠를 즐기는 등 다양한 여가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농업지역인 안안골은 친환경 농업을 실시하고 있어 제초제, 살충제 등 약제를 살포하지 않으며, 과거에는 대부분이 논이었으나 현재는 대부분 주말 농장과 밭으로 활용되고 있다.
연구대상지 주변으로 영동고속도로, 아파트 단지 등 주거 지역과 인접해 있으며, 서쪽에는 의왕월암 공공주택 지구가 형성되어 개발 중이고, 동쪽으로는 종전부동산 이목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상지 반경 4㎞ 내에는 관광 지인 왕송호수, 지하철역(의왕역, 성균관대역)이 포함되어 있어 시민들의 유입과 유출이 다량 발생하고, 국내에서 단 두 개뿐인 내륙 컨테이너 기지인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와 화물철도역인 오송역이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화물의 운송량 또한 매우 높은 지역이다.
시민 관찰은 총 2건이 확인되었는데, 2023년 8월 6일에 네이처링에서 확인된 관찰 지점은 대상지 북서쪽 1㎞ 내외의 덕성산 인근 아파트 단지로 비교적 대상지 주변에 위치하였으나, iNatualist의 관찰 지점은 최초 출현지로부터 동쪽으로 5㎞ 이상 떨어져 있는 광교산 쇠죽골천 인접 주거지역으로 대상지와는 다소 동떨어진 곳에 위치하였다(Figure 1).
2. 범무늬뾰족민달팽이 분포 조사
Park et al.(2024)에서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최초 출현이 보고된 경기도 수원시 밤밭청개구리공원과 안안골 일대를 거점 출현지로 선정하였다. 또한, iNaturalist에서 확인된 수원시 광교산 남동부 열림공원 유아숲체험원 일대와 네이처링에서 관찰된 덕성산 서쪽 지역을 포함하여, 거점 출현지를 중심으로 반경 4㎞ 내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출현 가능 지역을 조사하였다. 분포 조사에서 확인된 범무늬뾰족민 달팽이의 위치 좌표는 Gaia GPS를 이용해 소수점 네 자리까지 기록하였다. 주간 조사는 거점 출현지 내에서 이루어졌으며, 나무토막, 비닐, 쓰레기봉투, 비료포대 등 은신처로 사용될 수 있는 구조물 아래를 중심으로 개체를 탐색하였다. 야간 조사는 일몰 후 최소 30분 이후에 시작하여 조사 범위 전 구간에서 수행하였다. 조사 대상은 지표면이나 구조물 위에 부착되어 이동 및 먹이활동을 하는 개체를 위주로 조사하였다. 출현이 확인된 모든 지점을 합산하여 개체 수를 산정하였다.
3. 거점출현지 내 계절별 범무늬뾰족민달팽이 체장 비교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계절별 체장 비교를 위해 거점출현지 내에서 개체별 체장을 측정하였다. 체장 측정은 살아 있는 개체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3월 28일과 8월 7일, 8월 8일에 자를 이용하여 밀리미터(㎜) 단위로 수행하였다. 측정은 민달팽이가 최대로 신장했을 때 머리 끝부터 꼬리 끝까지를 기준으로 하였다. 3월에 측정한 데이터는 봄 집단, 8월에 측정한 데이터는 여름 집단으로 분류하여 독립표본 t-검정을 통해 각 집단의 독립 여부와 체장 차이를 검정하였다.
4. Mitochondrial DNA 분석을 이용한 분자유전학적 연구
현장조사 시 확인된 개체의 명확한 종동정 및 유전적다양성을 확인하기 위해 Mitochondrial DNA CO1(Cytochrome c Oxidase subunit 1) 유전자를 분석하였다. 2024년 3월 28일 밤밭청개구리공원에서 채집된 범무늬뾰족민달팽이 27개체를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하였으며, DNA barcode분석을 위해 외투막(mantle)에서 DNA를 추출하였다(Qiagen, 독일). PCR 반응조건 및 primer는 Nitz et al.(2009)의 방법과 동일하게 수행하였으며, Mitochondrial cytochrome c oxidase subunitⅠ(COⅠ)의 증폭은 mtCOI-1F-54 (5’-TTTCAACA AAYCATAARGATATTGG-3’)와 mtCOI1R-53 (5’-AAY ACCAATAGAAATTATAGCATAAA-3’)를 이용하였고, 최초 95℃에서 5분간 사전 변성(pre-denaturation)시킨 후, 95℃에서 45초, 55℃에서 45초, 72℃에서 1분을 35회 실시 하였으며, 최종 연장(extension)을 72℃에서 1분 실시하였다.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염기서열은 Geneious 5.3.6(BIOMATTERS, 뉴질랜드)와 CLUSTAL X(Thompson et al., 1997)을 이용하여 multiple alignment를 수행하였고, 각 집단 내 혹은 집단 간 유전적 거리값은 MEGA version 5(Tamura et al., 2011)의 p-distance를 이용하여 도출하였다. 또한 동일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Maxium likelihood(ML)계통도를 작성하였다. 계통도를 작성하기 위한 reference 염기서열은 NCBI(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에 등록되어있는 Limax spp. 10종 75개의 서열을 사용하였으며, 외군으로는 Vitrina pellucida(Nitz et al., 2009)의 서열을 사용하였다. ML tree를 작성하기 위한 best fit model은 MEGA version 5(Tamura et al., 2011)를 이용해 도출하였고(그림 1), TN93+G 모델이 선정되었으며, bootstrap은 1,000번의 replicate을 사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범무늬뾰족민달팽이 분포 확산 조사 결과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확산 범위를 확인하기 위해 3월에 1일, 6월에 3일, 7월에 3일, 8월에 3일로 총 10일간 조사를 실시하였다. 분포 확산 조사 결과 거점출현지(D)인 밤밭청개구리공원과 안안골을 중심으로 약 2.3㎢에 걸쳐 1,060개체의 범무늬뾰족민달팽이를 확인하였다(Figure 2, Table 1).
2024년 3월 28일 거점출현지(D) 중심으로 북쪽의 영동고속도로 인접 마을까지 주간과 야간 조사를 수행한 결과, 주간에 19개체, 야간에 141개체를 확인하였다. 주간에는 주로 비료 포대, 고사목, 폐플라스틱통 등 은신처 밑에서 휴면하고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으며, 야간에는 낮은 온도(13℃)임에도 습도(93%)가 높아 보행자 도로를 배회하거나 울타리에 매달려있는 등 활동성 있는 모습을 보였다. 2024년 6월 18일에는 거점출현지로부터 동북부 일대를 조사하였다. 서부 방향에서 성균관대역 방면으로 많은 개체의 분포를 확인했으나, 북수원 IC 방면에서는 1개체만 발견하여 총 72개체를 확인하였다. 2024년 6월 21일 조사에서 역시 서부로의 성균관대역 방면에서 많은 개체가 분포하였고 일부 개체는 북수원 IC 방면 굴다리에서 발견되어 총 53개체를 확인하였다. 2024년 6월 26일 조사에서는 영동고속도로 너머의 외곽에서는 개체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영동고속도로 하부를 관통하는 굴다리 인근부터 범무늬뾰족민달팽이가 발견되었고 총 18개체를 확인하였다. 2024년 7월 17일 조사에서는 거점출현지 일대와 밤밭청개구리공원에서 서쪽인 송낭랭이골 방면으로 향하는 산책로, 봉담과천로를 넘어 의왕월암공공주택지구 방면으로 조사를 수행하였고, 총 24개체를 확인하였다. 2024년 7월 24일에는 거점출현지 일대와 의왕월암공공주택지구 방면을 추가로 조사하여 70개체를 확인하였으며, iNaturalist에서 관찰기록이 확인된 광교산 쇠죽골천 인접 주거지역(H), 광교 공원(G), 정자문화공원(E), 신안한일아파트와 밤밭공원(F)을 추가 조사하였으나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서식이 확인되지 않았고, 거점출현지 북부의 영동고속도로를 넘어 이목천 방면(C)으로 3개체가 추가로 확인되었다. 2024년 7월 31일에는 네이처링에서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관찰이 확인된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거점출현지 북부와 북서부 일대를 조사하였으며 총 88개체를 확인하였다. 2024년 8월 7일에는 주간조사와 야간조사를 병행하였으며, 주간조사는 거점출현지 주변을 조사하였다. 주간조사 결과 총 7개체의 범무늬뾰족민달팽이를 확인하였으며, 공원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봉투 밑, 나무토막, 농업적재물 밑에서 휴면을 취하고 있었다. 야간조사는 거점출현지 주변과 거점출현지 북부 영동고속도로를 넘어 의왕ICD 제2터미널에 인접하는 지역인 갯말골, 당산골, 부곡동 마을회관 등 일대(B), 오봉역 북부 오봉산 내에 위치한 마을(A)을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거점출현지 주변에서는 총 18개체를 확인하였으며, 그 외 지역에서는 범무늬뾰족민 달팽이를 확인하지 못하였다. 특히, 의왕ICD 인접 지역(B)에 대한 조사를 집중적으로 수행하였으나, 농업 적재물, 화단에서 민달팽이(Meghimatium bilineatum), 두줄민달팽이(Ambigolimax valentianus), 작은뾰족민달팽이(Deroceras laeve)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거점출현지 내 계절별 범무늬뾰족민달팽이 체장 비교
2024년 3월 28일과 2024년 8월 7일, 8일 거점출현지에서 확인된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몸길이를 측정하였다. 범무 늬뾰족민달팽이는 봄에 주간조사와 야간조사를 통해 총 160개체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여름에도 마찬가지로 주간 조사와 야간조사를 통해 총 549개체를 대상으로 하였다. 분석 결과 봄의 몸길이 평균은 27.9㎜, 여름의 몸길이 평균은 73.3㎜였으며, 봄의 최솟값은 8㎜, 최대값은 100㎜였고 여름의 최솟값은 20㎜, 최대값은 150㎜였다. 봄 집단과 여름 집단은 각각 통계적으로 독립된 집단으로 확인되었으며, 봄이 여름에 비해 집단의 몸길이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작았다(t-statistic:-31.34, p-value<0.99, Table 2). 봄에 확인한 범무늬뾰족민달팽이는 주로 크기가 작고 몸에 표범 무늬가 나타나지 않은 아성체 개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며, 낮은 비율로 성체가 확인되었다(Figure 3). 이는 뉴질랜드에 침입한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성장패턴과 일치하며,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수명이 최소 3년 이상인 점을 고려하였을 때, 봄 집단이 성장하여 여름 집단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Quick, 1960;Barker and McGhie, 1984). 봄 조사에서 낮은 온도임에도 야간에 높은 밀도로 농지와 배수로, 산책로 등을 배회하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주간에는 아성체와 성체 모두 은신처 밑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여름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주간보다 야간에 주로 활동하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특이점으로 주간에는 쓰레기 봉투 밑에서 범무늬뾰족민달팽이가 휴식하는 것이 발견되었고, 야간에는 음식물 쓰레기통, 농업폐기물 적재 장소 등 에서 높은 밀도로 활동하는 것을 확인하였다(Figure 4).
3. 분자유전학적 연구를 통한 종 확인 결과 및 유전적다양성
수원 밤밭청개구리공원(Table 1, D)에서 채집된 27개체에 대한 COⅠ 분석을 수행한 결과, 모두 범무늬뾰족민달팽이로 확인 되었다. 분석에 사용된 개체 외 NCBI에서 획득한 23개의 COⅠ 염기서열 575bp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인한 결과 6개의 단상형(haplotype)을 확인하였으며, nucleotide diversity는 0.00271로 나타났다. 국내 채집된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경우 영국, 스위스에서 채집된 개체의 단상형과 동일하였으며, 유전적 다양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Limax속의 genetic distance를 확인한 결과,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interspecific diversity는 0.2%로 매우 낮았으며, 다른 종과의 intraspecific diveristy는 10.5~13.4%로 나타났다(Table 3). Maximun likelihood 계통도 작성 결과 Limax속은 monophyly 하였으며, basal clade는 L.cinereoniger로 확인되었다. L. maximus clade는 nodal값 90%이상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었으며, 근연 종은 L. brandstetteri(GQ145572)로 확인되었다(Figure 5).
4. 국내에서 발생한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계절별 체장 비교에 따른 정착 가능성 제시
경기도 수원시 밤밭청개구리공원 일대에서 관찰된 범무늬 뾰족민달팽이 709개체(봄: 160, 여름: 549)의 최대 신장시 체장을 측정한 결과 봄(3월)에 출현한 범무늬뾰족민달팽이 집단과 여름(8월)에 출현한 범무늬뾰족민달팽이 집단에서 유의미한 크기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몸길이의 평균값은 봄에 비해 여름에서 45㎜이상 길었으며, 여름 조사에서 최대 크기인 150㎜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원산지인 영국과 침입지인 미국, 뉴질랜드에서 언급되었던 봄에 유생이 대량 발생하고 여름에 성성숙이 이루어진다는 생활환에 따른 성장 주기가 국내에서 확인된 범무늬뾰족민달팽이와 유사하며, 침입지인 뉴질랜드와 일본에서 최대 크기 또한 국내와 일치하였다(Quick, 1960;Sokolove and McCrone, 1978;Barker and McGhie, 1984;Morii and Nakano, 2017). 본 연구에서는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짝짓기, 산란, 동면 등 생애 주기의 모든 단계를 직접 관찰하지 못하였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Park et al.(2024)에 따르면, 2023년 7월부터 8월까지 밤밭청개구리공원에서 총 132개체를 관찰하였으며, 본 조사에서는 그 이듬해인 2024년 3월부터 8월까지 동일 지점에서 총 1,060개체를 확인하였다. 이는 기후 조건이 유사한 일본에서의 정착 사례로 봤을 때(Morii and Nakano, 2017;Morii, 2018), 범무늬뾰족민달팽이는 국내 환경 및 기후 조건에서 겨울을 견디고 세대를 지속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결과는 범무늬뾰족민달팽이가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발생 경위 및 향후 확산 가능성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분포가 확인되는 밤밭청개구리공원 일대는 반경 5㎞ 이내에 의왕ICD, 영동고속도로 등 화물 운반이 잦고, 의왕역, 성균관대역, 밤밭청개구리공원 등 시민들의 이용이 높은 시설들이 산재하고 있다. 또한, 주변으로는 의왕월암 공공주택 지구 등 택지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외래생물이 비의도적으로 유입될 개연성이 높은 입지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분포 조사 결과 범무늬뾰족민 달팽이는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광교공원, 정자문화공원, 밤밭공원 등에서는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오히려, 거점 출현지로부터 북쪽에 위치하는 영동고속도로 너머에 이목천 방면(C)에서 성체 3마리를 확인하였다. C지역은 광교산 자락이며, 주변에 거점출현지와 환경이 유사한 농경지, 민가로 구성되어 있다는 환경 특성으로 인해 향후 광교산을 따라 자연적 확산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또한, C지역은 의왕ICD 제2컨테이너터미널과도 인접해있어 범무늬뾰 족민달팽이가 컨테이너를 통한 비의도적 유입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인접한 민가와 그 주변(A, B)을 조사하였으나 살아 있는 개체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이는 B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밀도가 낮거나, 활동하는데 적합한 날씨가 아니었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나, 만약 분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C지역과 인접해 있으므로 향후 확산 가능성은 매우 높다. 범무늬뾰족민달팽이가 C지역에 확산한다면 화물운송으로 인해 전국으로 확산이 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분포 조사에서 확인하였던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생태적 특성은 폐기물 관리 단계에서 인간 활동에 따른 비 의도적 확산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주간에 쓰레기 봉투나 폐팔레트 등의 밑에 부착하여 휴면을 취하고, 야간에는 농업폐기물 저장고, 음식물 쓰레기통 등을 배회하며 먹이활동을 이어가는데,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밀도가 높을 경우 범무늬뾰족민달팽이가 부착해있는 폐기물을 폐기물처리장으로 옮길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다른 침습성 외래 병안류에게서도 확인되는 양상으로, 본 종은 짧은 시간 내에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생물이라고 판단하였다.
다만, mtDNA COⅠ분석을 수행한 결과, 거점출현지에서 채집된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유전적 다양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초기 유입된 민달팽이 집단의 다양성이 매우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분포 범위는 약 2.3㎢로 넓지 않는데 반해 서식지 내에서 다수의 개체가 확인된 것으로 미루어 유추하였을 때 범무늬뾰족민달팽이는 침입 초기 외래생물임을 암시하며, 외래생물의 도입 단계(Introduction Phase) 혹은 증식 단계(Expansion Phase) 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Elton, 1958). IPBES(2023)에서 침입 외래생물의 관리에서 조기 발견과 신속한 대응이 효과적이라고 언급한 만큼 범무늬뾰족민달팽이에 대한 관리는 시급한 실정이며, 본 연구는 범무늬뾰족민달팽이의 관리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