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최근 기후가 기존의 일반적인 패턴을 벗어나, 예측하기 어려운 급격한 변화를 보이면서, 자연재해 발생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 강수량의 급감으로 인한 건조화가 봄까지 지속되면서, 산불이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현상이 기후 변화의 중요한 특징으로 주목받고 있다. 산불 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의 증가를 기후 위기와 연결시키는 이유는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산불의 피해 강도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산불 발생 건수와 대형 산불의 증가가 기후변화와 관련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기후변화의 특성이 전 지구적으로 동일하지 않다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다. 비록 전 세계적으로 산불이 대형화되고 빈번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유사한 기후대를 공유하는 일본과 중국에서는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이 오히려 급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면밀한 분석이 필 요하다(Hong et al., 2023).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우리나라의 대형 산불은 다른 국가들의 산불 양상과 다르다는 점 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뜨거운 여름철, 특히 늦여름에 수목의 증발산이 급증하며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수목의 휴지기인 겨울철과 봄철에 산불이 주로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산불 대응 체계는 최초 신고가 119 소방청에 접수된 후, 다시 산림청으로 통보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이원화된 관리 체계는 국가 산불 통계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데, 소방청과 산림청 간의 산불 발생 통계 차이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최근 14년(2010~ 2023) 동안의 산불 통계를 살펴보면, 산림청 통계에서는 연 평균 480건의 산불이 발생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Korea Forest Service, 2024), 소방청 통계에서는 연평균 2,370건 이 발생했다고 보고하고 있어1), 두 기관의 산불 발생 건수 차이는 무려 4.9배에 달한다. 2017년을 기준으로 전후 7년 간의 산불 발생 건수를 비교한 결과,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이전에는 연평균 365건이 발생했으나, 이후 7년 동안은 연평균 594건으로 증가하여, 최근 7년간 연평균 229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방청 통계에서는 2017년 이전 7년간 연평균 2,748건에서, 최근 7년간 연평균 1,993건으로 감소해, 연평균 755건이 줄어든 것으로 기록 되었다. 이러한 차이는 산불 통계 산정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소방청은 최초 신고와 출동 결과를 바탕으로 집계하는 반면, 산림청은 사후 판단을 통해 통계를 산출한다. 산불은 법령에서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동일한 국가 통계에서 이처럼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기초 통계를 바탕으로 제시되는 후속 연구나 관련 정책이 중대한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있다. 이에, 법률적 정의에 근거한 정확한 통계 산정 방식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통계의 문제뿐만 아니라, 산불피해확산의 원인 또한 과학적이라 할 수 없는데, 우리나라와 계절별 온도와 강수량 변화가 매우 유사하고, 식생대 또한 가장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인접 국가인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 산림청 통계와는 정반대의 산불패턴을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의 산불피해확 산과 기후변화, 임도 등 진화시설 부족 등을 연결시키는 것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은 추론이다. 물론, 객관적인 분석 결과 또한 연구가 부족한 상태로, 이에 대한 검증 연구의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일본은 1970년대까지 연간 8,000건 정도 산불이 발생하였으나 최근 2017년~2022년의 5년간 연평균 산불발생건수는 1,301건, 연평균 피해면적은 724ha로 과거에 비해 산불발생건수가 80% 이상 급감했다2). 중국 또한 산불피해면적이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급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Wei et al., 2020;Fang et al, 2021;Wang et al., 2022). Wei et al.(2020)의 연구에 의하면 중국은 불과 10년 남짓 만에 산불발생건수가 50%이상 줄었음을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더욱 빠르게 발생건수가 급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Wang et al.(2022)은 중국 전역의 2003~ 2005년까지 3년간 연평균 산불발생건수가 무려 11,824건 이었으나, 2017~2019년의 3년간 평균 산불발생건수는 2682건에 불과하였음을 제시한 바 있다. 이상으로 살펴봤을 때, 중국과 일본은 최근 들어 산불의 발생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가 정반대의 패턴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그 어떠한 근거도 없으며, 오히려 인접한 국가이기 때문에 기후변화 또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감안할 경우, 우리나라의 산불급증이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라는 것에 설득력이 높아 진다. 동일 기후대에서는 인위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는 이상은 산불이나 산사태 등의 자연재해가 유사한 경향을 띠면서 변화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국가가 산불피해억제를 위해 장비나 인력을 우리나라보다 획기적으로 개선하지도 않은 상태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오히려 장비나 인력은 우리나라가 최근 대규모 예산을 들여 확대하여 다른 나라와 차별화를 이루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상식적이지 않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후변화 패턴이 유사하게 나타나는 이웃 나라들의 산불 발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유독 우리나라만이 이렇게 산불의 발생건수 및 피해정도가 급증하는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원인의 분석이나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과학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또한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다. 과학적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산림청은 산불의 확산 억제를 목적으로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중 대규모 임도의 신설을 핵심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임도가 산불진화 시 차량 및 인력을 적기에 투입할 수 있는 진입로 및 방화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근거 또한 연구나 검증이 미흡한 상태이다. 반면, Einzmann et al., (2022)는 동일한 상황에서 임도변 바람세기가 최소 15배 이상 빨라짐을 제시하였는데, 이러한 특성에 의해 임도는 산불확산에 오히려 도움을 준다는 반대의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Hong et al., 2023).
이렇게 산불에 대한 임도의 효용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Hong et al.(2023)은 산림 내부 및 산림과 인접하여 조성된 도로가 산불진화에 도움을 주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2023년 4월 발생한 강원특별자치도 강릉 난곡산불지역을 대상으로 그 관계성을 검증한 바 있는데, 연구에서는 난곡 산불지역의 도로밀도가 무려 168.9m/ha로 거의 모든 산림이 숲으로서의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도로에 의해 파편화 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가 산불진 화선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강릉산불의 경우 강한 바람이 동반된 산불로서 현실적으로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반론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하면 결국, 바람이 강할 경우 산림 내 도로는 산불을 막는데 역할을 하지 못함을 주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형산불은 모두 강한 바람을 동반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결국 임도가 많아도 산불을 제압하지 못한다는 결론은 변함이 없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바람이 약하게 불 경우에는 산림과 인접한, 산림 내부로 조성되어 있는 도로가 산불진화에 도움이 되는지를 검증하는 것 또한 필요하리라 판단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동해안의 강한 바람이 아닌, 바람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부는 상태에서 산불이 확산된 지역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산림청이 산불피해통계를 공식적으로 제공한 2003년 이후 서해안 일대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된 산불인 2023년 충청남도 홍성군 서부면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지역을 대상으로 도로와 산불의 관계를 분석하여 높은 산림도로 밀도가 산불을 제어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아울러 산불지역의 물리적구조 및 식생구조의 특성과 산불의 관계를 분석하여 대형산불지역의 산불확산특성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본 연구의 대상지는 충청남도 홍성군 서부면 일대로, 이 지역은 서해의 영향으로 인해 높은 습도가 형성되며 바람이 불어오는 특성상 그동안 대형 산불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2023년에 이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으며, 산림청 공식 발표에 따르면 홍성 산불의 총 소실 면적은 1,337ha로, 2023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불 중 가장 큰 규모였다3). 또한, 이는 서해안 일대에서 산불 피해 면적에 대한 공식 통계가 작성된 이후 발생한 가장 큰 산불이다.
이 지역은 산림의 해발고가 높지 않고 경사가 완만하여, 우리나라 다른 산림 지역에 비해 산림 내부로의 접근이 용이한 특징을 갖고 있다. 더불어, 산림과 접한 지역 및 산림 내부를 관통하는 도로가 고밀도로 조성되어 있어 산불 진화와 산림 도로 간의 관계성을 분석하기에 적합한 지역이다.
홍성 산불은 2023년 4월 2일 11시에 발생하여 4월 4일 16시 40분경 진화가 완료되기까지 약 53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산불이 장시간 이어졌기 때문에, 진화를 위해 산불 지역 내 도로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또한, 홍성 산불은 영동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과 유사하게 서해안까지 산림을 모두 태운 뒤에야 세력이 약해졌으며, 잔불은 4월 4일 강우가 시작되면서 완전히 진화되었다.
홍성 산불은 산림청이 공식 통계를 작성한 지난 21년 동안 처음으로 동북동풍의 영향을 받아 남서쪽으로 확산된 대형 산불이었다. 산불 발생 시점(11:00) 이후 초기 1시간 동안의 평균 풍속은 4.3m/s로, 대형화를 촉진할 만큼 강한 바람은 아니었다4).
2. 산불피해지 분석
산불피해지역은 인공위성영상(Sentinel-2)의 정규탄화지수(Normalized Burn Ratio, NBR)를 이용하여 산불의 피해 강도를 공간별로 살펴보았다. NBR은 위성영상의 근적외선(Near-infrared spectroscopy, NIR)과 단파적외선(Short Wavelength InfraRed, SWIR) 대역을 이용하여 산불피해지역을 식별하고 피해심각도를 측정하는데 사용된다. 건강한 식생은 NIR에서 매우 높은 반사율을 나타내고, SWIR은 낮은 반사율을 나타낸다. 산불 피해지역에서는 건강한 식생과 비교하였을 때 파장의 반사율이 역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NIR 파장이 낮은 반사율을 나타내면서, SWIR 파장이 높은 반사율을 나타내는 지역이 산불피해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U.S. Forest Service). NBR을 구하는 공식은 근적외선 파장과 단파적외선 파장의 차이를 근적외선 파장과 단파적외선 파장의 합으로 나눈 값이다(Eq 1). 일반적으로 산불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은 NBR 값이 0에 가까우며, 이를 활용하여 dNBR은 산불 전후의 NBR 값의 차를 통해 산불 피해등급을 추정할 수 있다(Eq 2). 우리나라의 경우 Sentinel-2를 이용한 산불피해강도 검증은 아직 정립된 바 없으며, 대부분의 연구에서 USGS의 값을 그대로 준용하여 사용하고 있다(Hong et al., 2023;Youn and Jeong, 2019). 본 연구에서도 USGS의 기준을 준용하였다.
산불피해분류를 위한 위성영상은 산불 발생 전인 2023년 3월 13일과 산불 발생 후 2023년 4월 22일 촬영된 총 2개의 영상을 활용하였다. Sentinel-2 위성영상의 경우 근적외선 파장에 해당하는 밴드가 두 가지 종류로 B8, B8A가 있으며, 각각의 공간해상도는 10m와 20m로 제공된다. 분석의 효율성을 위해 NBR에서 사용되는 단파적외선(SWIR) 대역의 B12와 동일한 공간해상도 20m로 제공되는 B8A를 사용하였다(Hong et al., 2023).
연구는 경작지나 주거지 주변 초지 및 식재지 등을 배제 하고 산림피해지역만을 대상으로 분석하기 위해 인공위성 영상으로 도출한 산불피해지역을 산림청 2022년 정밀임상도와 중첩하여 산림으로 정의된 공간만을 추출하여 사용하였다. 아울러 산불피해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산불피해가 없었던 곳으로 확인되는 지역은 영상분석의 오류로 판단되어 제외하였다. 피해지역의 면적비율 및 물리적 공간특성과 산불피해강도 분석을 위해 Sentinel 2 영상의 공간해상 도인 20m 기준으로 각 공간정보자료는 20x20m의 그리드를 생성하여 중첩하여 분석하였다(Hong et al., 2023).
모든 공간분석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QGIS 3.22.6을 사용하였다.
3. 공간특성 분석
1) 도로
대표적 임업선진국으로 분류되며 산림도로의 밀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5)에서는 산림경영이 가능한 도로의 밀도(산림도로밀도)를 도로 조성의 주체나 도로의 본래 목적이 아닌, 실질적으로 산림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도로를 기준으로 계산하고 있다. 즉, 임업용 목적으로 조성한 도로가 아니더라도 산림과 접하거나 산림을 관통하는 도로의 경우 임업을 포함한 각종 산림사업에 사용이 가능하므로 산림도로 통계작성에 모두 포함하고 있다. 산불의 진화를 위한 도로 또한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데, 산림과 접하거나 산림 내부로 들어가는 도로는 조성 목적을 불문하고 진화 차량과 인력의 신속한 접근이 가능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스트리아는 산림도로를 산림 경계로부터 75m이 내까지의 모든 도로로 정의하고 있다. 실제 산림경계부에서 75m 이내로 접근가능한 도로는 산불의 확산억제를 위해 진화차량 및 진화대원이 신속히 출동 가능한 지역으로 판단 할 수 있는 바, 산불피해지역으로 접근가능한 도로의 추출과 도로밀도 산정은 오스트리아의 산림도로 밀도 계산방법 (Federal Ministry of Agriculture, Forestry, Regions and Water Management, 2023)에 준하여 피해지역 경계에서부터 75m 이내에 위치한 도로를 추출하여 사용하였다. 홍성 산불지역의 경우 산림주연부가 거의 평지와, 평지에 가까운 완만한 경사지가 대부분으로 인접 도로를 통한 진화대원의 접근 또한 다른 어느 산림과 비교해서도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단, 고속도로의 경우 산불발생과 같은 위급상황이라 하더라도 진화차량의 신속한 주정차가 현실적으로 용이하지 않은 만큼 도로밀도 분석에서는 제외 하였다. 산불지역의 도로정보는 국립지리원 1:5000축척의 수치지형도를 활용하여 차량통행이 가능한 도로유형코드 레이어에 포함되는 도로중심선을 추출하여 활용하였다. 도로로부터의 거리별 피해강도 및 피해면적 분석은 50m 간격으로 공간을 구분하여 계산하였다.
2) 해발고도
해발고도와 피해강도와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해발고의 경우 산지관리법 시행규칙을 참고하여 분석하였다. 산지 관리법에서는 산지전용허가기준의 세부사항으로서 평균경사도 측정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수치지형도에 공간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불규칙삼각망을 생성한 후 격자 내 삼각면의 경사도에 면적비율을 적용하여 측정대상지의 평균경사도를 산출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이를 고려하여 1:5,000 수치지형도 등고선를 활용하여 10m DEM을 산출 하였다. 해발고별 피해강도 및 피해면적 분석은 50m 간격으로 공간을 구분하여 계산하였다.
3) 식생유형
식생유형별 피해경향을 확인하기 위해 산림청 정밀임상도(2003)의 임상코드를 활용하였다. 침엽수림, 활엽수림, 혼효림, 죽림, 무립목지/비산림 5개 유형으로 구분하여 임상과 산불피해강도의 관계성을 살펴보았다.
결과 및 고찰
1. 산불피해지 면적 특성
정규탄화지수(NBR) 분석을 통해 홍성산불의 피해지역으로 확인된 면적은 약 797.5ha였다. 산림청이 제시한 공식 자료에는 피해면적이 1,454ha였는데, 동일한 산불피해지역을 대상으로 한 분석임에도 불구하고 약 660ha의 차이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있었다. 기존 연구에서도(Hong et al., 2023) Sentinel-2 영상의 분석결과 피해를 입지 않은 산불 가장자리 지역이 실제 현장에서는 약한 피해를 입은 경향이 확인되는 등, 인공위성영상의 분석결과와 실제 현장의 피해정도가 다소 차이를 보인다는 결과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면적의 현저한 차이는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의 차이는 아닌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본 대상지에서도 영상분석에서는 미피해지역으로 분류된 산불가장자리지역이, 현장확인 결과 바닥의 낙엽이 일부 소실된 매우 약한 피해지역으로 나타났다.. 다만, 해당지역의 경우 산불피해가 미미한 지역으로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성산불은 이러한 일반적 판단수준의 차이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렇게 산림청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피해면적과 수치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산림청이 산불피해지역으로 확인된 공간분석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가능하지 않았다. 다만,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가 작성한 산불상황도에서 그 이유를 유추할 수 있었는데, 당시 산불상황도를 살펴보면 산불 영향구역 설정에 있어 실제 산불 피해를 입은 산림면적을 산정한 것이 아닌, 산불피해를 입은 지역의 가장자리 경계를 연결하는 방법으로 면적이 산정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최근에 벌목된 지역을 산불피해지역에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이러한 방법은 비산화에 의해 발생한 소규모 산불피해지역의 외곽을 연결하게 되므로 실제 피해면적에 비해 과도하게 산정될 수 있다. 아울러, 기 벌목지역 또한 피해면적에 합산된 관계로 면적산정 오류가 나타나게 된다. 결국, 홍성산불 피해면적은 실제 피해면적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과도하게 산정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었다. 다만, 이에 대한 검증은 산림청이 피해공간정보를 제시할 경우에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은 탈 것이 연결되어 있으면 최초 발생지점에서 연속적으로 확산되며 타들어간다. 반면, 탈 것이 불연성 공간(예를 들면, 나지나 도로, 수면 등)에 의해 서로 분리되어 있으면 불이 옮겨붙기 어렵게 되는데, 이러한 불의 특성으로 인해 임도가 산불의 확산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일부에서 하고 있다. 그러나 산불의 경우에는 도로를 포함하여 소규모의 하천이나 계곡 등과 같이 탈 것이 연결되지 않는 좁은 폭의 선형공간이 확산억제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대형산불 발생시기와 발화지의 환경적 특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산불 발생시점은 낙엽활엽수의 잎이 제대로 자라나기 이전인 이른 봄이 대부분인데, 이때에는 숲 상부를 형성하는 수관층에 나뭇잎이 발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낙엽활엽수림에서는 수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소나무림의 경우에는 사계절 내내 잎을 그대로 달고 있기 때문에 숲의 바닥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빠르게 수관화로 발달하게 되고, 수지가 발달한 솔잎을 태우며 불 길이 수 십미터 높이까지 솟아오르게 된다. 이렇게 솟아오른 불길은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비행하여 확산하는 비산화로 연결된다. 결국, 소나무림에서는 폭 3m 전후의 임도나 선형의 도로, 심지어 하천이라 하더라도 산불확산 억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수관화는 바람이 불지 않더라도 비산화를 발생시키게 되는데, 이는 수관 상부의 물을 머금은 잔가지나 솔방울이, 솔잎에 붙은 불에 의해 함께 타면서 내부 수분의 팽창으로 인해 폭발하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낙엽활엽수림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 소나무림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폭발하여 비산하는 불씨는 다른 곳으로 쉽게 옮겨져 새롭게 불을 키우게 되는 데, 바람이 강할 경우에는 비산화가 일어나더라도 이전 산불이 바람을 타고 연속적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비산화가 시작된 곳과 곧바로 연결된다. 반면, 바람이 불지 않을 경우 에는 산불의 확산속도가 느리고, 비산된 지점에서 산불 확산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경우 또한 많기 때문에 비산지 점에서 발생한 산불이 고립된 채로 소규모 면적만을 태우다 꺼지는 경향을 보여준다. 즉, 하나의 대형 소실면적을 형성 하기보다는 사방으로 흩어진 점의 형태로 산불피해가 나타 난다. 이렇게, 단절되지 않고 연결된 산림 내부에서 산불피해지역이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점적인 숲의 소실이 나타나는 현상은 바람이 없거나, 매우 약한 소나무림 산불 지역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홍성산불의 경우 이러한 바람이 약한 침엽수림에서 형성되는 산불확산 특징이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소규모의 소실지역은 넓은 면적의 산불피해지역과 차단선 없이 연속된 산림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떨어져 점적으로 흩어져있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불피해면적 산정에 있어 피해 지역을 연결하여 산정하는 것은 일반적 산불피해면적 산정 방식인데, 이렇게 피해지역이 소규모로 파편화되어 있을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피해지역 가장자리를 연결할 경우 점적인 피해지역 사이에 더 넓게 분포하고 있는 미피해 지역이 피해지역으로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위성 영상의 분석을 통한 홍성산불의 피해면적과 산림청 제공 피해면적의 차이는 이러한 면적산정의 방법적 특징에 의해 크게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다만, 본 연구의 목적은 피해면적 산정의 정확성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홍성산불의 공간적 분포가 기존 대형 산불과는 다른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에 있었다. 홍성산불의 특징은 바람이 거의 없는 서해안 지역의 일반적인 봄 바람 상태에서 대형 산불로 발전한 이례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 산불피해지 분포특성
홍성산불 피해지역은 총 204개의 서로 떨어진 크고작은 패치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는 산불피해가 서로 연결되지 않고, 떨어진 피해지역이 204개소라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상분석의 한계상 피해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바닥의 낙엽만을 태우며 이동한 불이 서로 연결된 곳을 감안한다면 비산화에 의해 고립되어 피해를 입은 개소 수는 다소 줄어들 여지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속되지 않은 피해공간이 대량 파편화되어 분포한다는 것은 본 산불이 바람이 거의 없는 상태이면서도 비산화 중심으로 발생한 구조의 산불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ha이상 대규모로 피해를 입은 패치는 4개소에 불과한 반면, 1ha미만의 소규모 피해지역으로 분류된 공간은 무려 171개소나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거의 모든 산림패치가 연속적으로 타들어가면서 피해를 입은 2023년 강릉 난곡산불(Hong et al., 2023)과 확연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다만, 해당 패치가 모두 연속된 산림 내부에서 서로 동떨어져 피해를 입은 경우는 아니다. 피해산림 중에서 시가지나 경작지 등에 의해 분리된 산림패치는 임상도 기준으로 총 15개소였다. 따라서 서로 연결된 산림패치 내에서 피해지역이 분산된 경우는 조금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산림 자체가 분리된 15개소 또한 독립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아니고, 원 산불에서 비산화에 의한 확산이 된 곳이므로 다르지 않은 확산패턴으로 간주할 수 있다.
3. 산불피해지와 공간특성과의 관계
1) 도로
산불피해지 및 산불피해지역 경계로부터 75m 이내에 위치한, 차량진입이 가능한 도로는 총 107,434m로, 이를 밀도로 산정하면, 무려 ha당 134.7m에 달했다. 이는 Hong et al.(2023)이 제시한 강릉산불지역의 도로밀도인 168.9m/ha에 비해 다소 낮은 수치이나, 산림청이 제시한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공식 임도밀도인 3.9m/ha와 비교하면 무려 35배나 많은 것이다. 또한 산림 내 도로밀도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전체 도로밀도에 비해서도 약 3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본 분석은 오스트리아의 도로밀도 산정방법에 의한 것으로, 이러한 고밀 도로밀도는 실질적으로 산림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정도로 파편화된 상태라 볼 수 있었다.
산불확산의 억제를 위해 도로밀도를 높이자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 본 대상지는 매우 높은 밀도의 도로가 산림에 조성되어 있고, 바람 또한 매우 약하게 불었던 산불피해지역으로서, 산불확산 억제에 있어 도로의 역할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적지로 판단되었다. 산림내부 및 산림과 접하여 고밀도로 조성된 도로가 산불의 확산억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도로로부터 50m 거리 간격으로 산불피해정도를 분석하였다(Figure 3).
총 피해면적 797.5ha 중에서 도로로부터의 거리가 50m 미만으로 산불지역과 연접하여 차량으로 빠르게 접근이 가능한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32.8%나 되었다. 역시, 피해지역으로의 접근이 용이한 100m미만까지 지역은 전체 피해면적의 절반을 훌쩍 넘는 57.3%나 되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도로로부터 200m 이상 떨어진 산림의 피해면적은 12.5%에 불과했다. 150m이상으로 확대한다 해도 전체 피해면적의 23.9%로 100m미만 거리에 위치하면서도 피해를 입은 지역의 면적과 비교하였을 때, 채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결국, 산불피해를 막기 위해 도로밀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는 달리, 도로로부터 가까울수록 피해면적이 늘어나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이 매우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즉, 도로로부터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산불 피해 면적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따라서, 도로를 많이 조성한다고 해서 산불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Hong et al.(2023)의 연구결과와도 일치하므로 향후, 도로로부터 먼 거리의 공간이 많은 초대형 산불지역에 대한 분석이 추가적으로 진행될 경우, 이러한 경향을 보다 명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산불진화를 위한 임도 조성의 타당성을 위해서는 보다 객관적 분석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거리별 피해강도의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홍성산불지역의 경우 매우 독특한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피해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은 도로에서 가장 가까운 50m미만 거리에 위치한 지역과, 도로에서 가장 먼 200m 이상 거리에 위치한 지역이었고, 피해강도가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은 그 사이에 위치한 지역인 50~200m 지역이었다. 피해강도는 피해면적과는 달리 일관된 경향을 보이지는 않아 역시, 피해강도 또한 도로에서 가까울수록 강도가 낮아진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으로 살펴봤을 때, 산불과 도로의 관계는 도로에서 가까울수록 피해면적이 증가하였으며, 피해강도는 도로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도로는 산림 저지대일수록 높은 밀도를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토양습도가 높으며, 이에 따라 소나무림보다는 습윤성 활엽 수림의 발달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도로와 가까운 지역의 피해강도가 낮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에 대한 연구와 검증은 추후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2) 해발고도
홍성산불 피해지역은 해발고가 낮은 야산지역으로 전체적으로 경사도가 완만한 구릉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이에 대상지 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해발고를 보인다고 해서 접근이 매우 불량하거나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해발고별 피해강도를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일관된 패턴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었는데, 해발 150m까지는 피해강도가 다소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으나, 150m 이상 높이 부터는 다시 강한 피해강도지역이 적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다만, 200m 이상 고지대가 거의 없는 대상지 특성상 피해면적이 적어 정확한 패턴을 살펴보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본 대상지의 경우 피해지역 대부분이 낮은 해발고로 구성되어 있어 해발고별 피해강도를 보다 세밀하게 살펴보기 위해서는 고지대를 포함한 대상지에 대한 연구가 추가적으로 진행될 필요성이 있었다. 강릉산불지역(Hong et al., 2023)의 경우에는 해발고가 높아질수록 낮은 피해강도의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었는데, 본 지역은 강릉과는 다른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는, 바람의 강도, 숲의 구성형태 등에 따른 영향으로 볼 수 있었는데, 해발고도와 산불과의 관계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다양한 데이터의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3) 식생
식생유형별 피해경향에서는 극단적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거의 모두 소나무림인 침엽수림 지역의 피해면적비율이 무려 80%를 넘게 차지하고 있었으며, 다음으로 활엽수림 8.5%, 침활혼효림 6.7%였다. 피해강도 또한 소나무림으로 대표되는 침엽수림에서의 강도가 뚜렷하게 강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강한 피해를 입은 지역의 비율이 10.9%이었고, 중간정도 피해강도지역은 38.3%를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활엽수림의 경우 매우 대조적으로 강한 피해강도 지역은 나타나지 않았고, 중간피해강도 지역 또한 침엽수림의 1/3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11.2%로 나타났다. 침활혼효림의 경우에도 강한피해강도지역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침엽수 순림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로 미루어 산불피해지역의 확산정도와 피해 강도는 그 어느 요인보다 식생유형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대상지의 침엽수림은 거의 모두 소나무 순림이었는데, 이러한 소나무순림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활엽수가 함께 자라는 혼효림으로, 이후에는 활엽수림으로 변화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본 산불지역의 현장확인 결과 대부분 피해지역에서 소나무와 경쟁을 시작하는 활엽수가 모두 베어진 숲가꾸기가 진행되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산불피해면적 및 강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나무림으로 유지되는 지역에서 자라나는 활엽수를 베어내는 작업 대신 목재로 활용 가능한 큰 소나무를 솎아베기한다면 단기간에 산불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4. 종합고찰
우리나라 대형산불은 2017년 이전 7년 동안에는 연평균 0.7회에 불과했지만 2017년 이후에는 연평균 4.6회로 6.6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Korea Forest Service, 2024). 최근 대형산불이 급격히 늘어나는 요인으로 극단적인 기후 변화를 원인으로 들고 있지만 비교기간 동안 대형산불을 6.6배 이상 급증시킬 만한 기후변화 요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입혔던 2022년 울진산불 또한 발생시점 산림청 실시간 산불상황관제시스템 기준에 의하면 서남서풍 3.1m/s였고, 산불위험지수는 26으로 매우 낮은 상태였다(Korea Forest Service, 2024). 또한, 산림청은 대형산불의 증가요인을 임도 이외에도 진화장비, 전문인력 등이 부족한 탓이라고 주장하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 이후 재난분야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면서 동해안산불방지센터 설립, 산불항공진화대 증원, 산불특수진화대 신설, 산불대응센터 51개소 구축, 드론진화대 및 ICT를 활용한 예방체계구축 등 2017년 이전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다양한 정책의 적용과 예산이 지원된 상황이었다(Korea Forest Service, 2024). 관련 산불진화장비 및 진화인력을 위한 예산이 대폭 증가한 이후부터 대형산불이 6.6배나 증가한 결과를 얻었다. 이러한 현상으로 미루어 대형산불이 임도나 진화장비, 인력의 부족문제로 발생한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러한 관계성에도 불구하고 산림청은 산불진화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명목으로 2023년 3월 임도확충전략을 발표 하였는데, 해당 전략은 2027년까지 매년 임도를 500km씩 늘린다는 것이다. 산림청의 임도확장 논리는, 임도가 조성된 현장은 산불진화장비와 인력투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여 산불확산억제에 유리하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2023년 가장 큰 산불이 발생한 홍성지역 산불피해면적 및 강도의 분석결과, 산불과 임도와의 관계성은 산림청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임도와 가까울수록 산불피해면적이 증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아울러, 본 지역의 임도밀도는 오스트리아의 임도밀도 산정기준을 적용하였을 때, 전 세계 그 어느 산림보다도 높은 134.7m/ha였다. 이러한 높은 임도밀도에도 불구하고 산불의 조기진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Hong et al.(2023)이 진행한 2023년 강릉 난곡동 산불지역의 연구결과와 유사하였다.
결론적으로 임도와의 근접성은 산불 피해 정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높은 임도 밀도 역시 산불 확산 억제에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임도의 밀도보다는 다른 요인에 의해 산불피해가 확산되는 것이 타당한 추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불의 확산과 매우 큰 관계를 보이는 것은 산림식생의 종구성임이 확인되었다. 홍성산 불 전체 피해면적의 80%가 넘는 지역이 소나무가 우점하는 침엽수림이었고, 이들 피해지역은 면적만 절대적으로 넓은 것이 아니라, 피해강도 또한 압도적으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상으로 살펴봤을 때, 산불피해를 줄이기 위한 임도의 확장은 피해지역 분석결과에서 타당성이 미흡한 확인되었으며 오히려 임도 주변의 피해면적이 훨씬 큰 것으로 판단 했을 때, 임도의 확대보다, 현재 임도의 복원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되었다. 미국의 경우 1999년부터 일정 산림에 대해 임시임도를 포함하여 임도의 신규 건설을 중단한 바 있으며, 오히려 2001년에는 국유림의 약 1/3의 면적에 대해 새로운 임도 건설뿐만 아니라 벌목까지 영구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 신규 임도조성 및 벌목을 규제하였다6). 미국은 임도의 축소와 산림의 생태적 복원이 산불대응을 포함하여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정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관리방식은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로 진행되는 것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홍성산불의 분석결과는 미국의 정책이 보다 과학적이라는데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이는 과거 Hong et al.(2023)의 강릉 난곡산불의 분석결과와도 동일한 결과이므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임도확장정 책과, 시간이 지나면서 활엽수림으로 발달하고 있는 산림의 자연성을 무시한 간벌정책에 대해 면밀한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산림청의 이러한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과학적 실증 데이터를 내어놓지 않는 상태에서 정책의 성급한 적용은 지양되야야 할 것이다.
본 대상지는 현장조사결과, 대규모 피해를 입은 지역의 경우 어김없이 강한 숲가꾸기사업이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소규모로 피해를 입거나, 피해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의 경우 혼효림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하층식생이 양호한 경우 산불확산이 억제된다는 연구결과(Cha et al., 2003)와 일치한다. 현재, 산림청은 우리나라 숲의 수목밀도가 너무 높아 하층식생 제거를 통해 산불의 사다리효과를 없애고 탈 것을 줄여 피해강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산불 피해지역의 분석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홍성산불지 역에서는 산림청 주장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어 이 또한 보다 많은 지역에서의 검증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 로 판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