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유엔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UNCLOS)에서는 도서를 만조 시 바다 위에 드러나는 육지라고 정의하고 있다(United Nations, 1982). 도서지역의 고유생태계는 서식환경이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토착종과 희귀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생물다양성이 높다(Chi et al., 2019;Weigelt et al., 2013).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도서생태계는 서식지 손실과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Caujape-Castells et al., 2010;Denslow, 2003). 한반도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해안선을 따라 총 3,167개의 도서가 존재하는데(National Geography Information Institute, 2020), 우리나라의 해안· 도서권역은 바다의 영향으로 생태적 다양성과 생산성이 매우 높지만 과거부터 인간의 간섭을 받아 생태계가 많이 훼손되었다(Lee et al., 2010a). 도서는 육지와 달리 해양 환경 변화에 매우 노출되어 있으며(Kim et al., 2023), 특히 도서 지역은 육지와는 달리 서식지가 제한적이고 협소하여 교란 종에 의해 기존 식물의 서식지 상실의 가능성이 높으며, 도서 내에서 절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Kim et al., 2016a;Kim et al., 2017). 우리나라 도서의 경우, 남쪽으로는 따뜻한 쿠로시오 해류와 북쪽으로는 차가운 리만 해류의 영향을 받아 온난한 해양성 기후를 띄는데(Kim et al., 2022), 이로 인해 붉가시나무, 종가시나무, 참가시나무, 개가시나무, 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굴거리나무, 참식나무 등의 다양한 상록활엽수와(Yun, 2016) 초령목, 나도풍란 등의 다양한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다(Choi et al., 2021;Korea National Arboretum, 2021).
전 세계적으로 난온대 상록활엽수림은 열대기후와 온대 기후 중간지역인 위도 30˚에서 40˚대에 분포하며, 한반도 남해안 일대와 일본 큐슈 이남, 중국 남·동해안가, 지중해 연안,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대, 칠레 연안, 호주 동·서·남해안 일대에 분포하고 있다(World Conservation Monitoring Centre, 1992). 우리나라의 상록활엽수림은 연평균 기온이 13~15℃, 강수량이 1,300~1,500㎜인 북위 35˚ 이남 남해안 및 도서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으며(Lee and Yim, 1978;Oh and Choi, 2007; Kim et al., 2023),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해양성 기후 특성에 의해 북위 35˚ 이북이라도 울릉도, 외연도 등 동해안과 서해안 일대에 상록활엽수림이 분포한다(Kim et al., 2023). 우리나라 상록활엽수림의 면적은 약 9,669ha로 이는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약 0.17% 에 해당한다(National Institute of Forest Science, 2014). 하지만 우리나라 난대림의 원식생인 붉가시나무림, 참식나무림, 구실잣밤나무림, 종가시나무림, 후박나무림 등의 상록활엽수림은 개간, 연료채취, 산불 등과 같은 교란으로 많이 파괴되었고, 낙엽활엽수림, 곰솔림, 곰솔-활엽수 혼효림으로 변한 곳이 많다(Oh and Choi, 1993;Oh and Kim, 1996;Lee et al., 2010a; Park et al., 2018). 남해안 등과 해안지방의 경우, 상록활엽수가 파괴되고 들어선 곰솔 단일 임분은 소나무재선충과 같은 병해충과 산불에 매우 취약한 구조이며(Oh and Choi, 2007), 개발에 의한 면적의 축소, 분단화, 고립화로 인하여 종다양성이 낮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Hattori et al., 2002).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상록활 엽수림의 생육환경 변화가 예상되고, 장기적으로 식물생육의 북방한계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Park et al., 2010;Yun et al., 2011b;Choi et al., 2021) 우리나라 상록 활엽수림의 보전은 매우 중요하다.
식물종 다양성의 보전과 자원식물의 개발 등 상록활엽수림의 육림과 복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이를 구성하고 있는 수종들의 개체군 및 군락 생태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Lee et al., 2020). 국내 상록활엽수림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주로 식생구조를 중심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특정 지역이나 특정 식물군락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가 많았다(Bea and Park, 2001;Kang, 2019;Lee et al., 2010b;Lee et al., 2020b;Oh and Cho, 1994;Oh and Choi, 1993).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여 식물군집 유형을 분류한 연구는 일부 찾아볼 수 있었으나(Park et al., 2021;Kang et al., 2022), 종조성과 환경적 특성을 중심으로 한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해발고도, 사면방위, 경사 등의 환경인자는 식물군집의 구조와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인자로(Daubenmire, 1966;Webster, 1961;Yun et al., 2011a) 이를 고려한 식물군집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지리적 위치가 서로 다른 제주도, 울릉도, 흑산도, 홍도, 완도 5개 도서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상록활엽수 임분의 군집유형을 분류하고, 군집유형별 종 조성과 환경인자를 파악하여 상록활엽수 군집의 구조와 환경 특성을 구명하고자 수행되었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본 연구는 우리나라 도서지역 중 상록활엽수림이 분포하는 제주도와 서남해안의 흑산도와 홍도, 남해안의 완도, 동해안의 울릉도 총 5개의 도서지역을 대상으로 수행하였다 (Figure 1).
2. 조사방법
야외조사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5년에 걸쳐 5개 도서지역(울릉도, 완도, 제주도, 홍도, 흑산도)에 분포하는 상록활엽수림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Z-M학파의 식물 사회학적 방법(Ellenberg, 1956;Braun-Blanquet, 1964)에 따라 식생조사를 실시하였다. 식생조사는 상관 임분을 조사 단위로 하여 수직구조(교목층, 아교목층, 관목층, 초본층)를 고려하여 층위별로 출현하는 모든 분류군의 피도와 군도를 조사하였으며, 각 층위별 우점종·평균식피율·평균수고·평 균흉고직경 등을 측정하여 기록하였다. 조사지의 선정은 현장에서 난온대 상록활엽수가 우점하는 전형적인 종조성과 생태적 환경을 갖추고 있는 곳으로 선정하였으며, 모든 조사구의 해발고도, 경사, 방위 등의 환경인자를 조사하였다. 조사구의 크기는 20m×20m로 울릉도 11개소, 완도 26개소, 제주도 58개소, 홍도 26개소, 흑산도 22개소로 총 143개의 방형구를 조사하였다.
출현종의 동정은 원색 대한식물도감(Lee, 2003), 나무생태도감(Yun, 2016), 벼과·사초과 생태도감(Cho et al., 2016), 한국의 양치식물(Lee and Lee, 2018)을 참고하였으며 식물 종의 명명은 국가표준식물목록(Korea Forest Service, KFS, 2022b)을 기준으로 하였다.
3. 분석방법
군집유형의 분류는 식물종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한 군집 분류를 위해 계층적 군집분석(hierarchical cluster analysis) 을 수행하였으며, 각 식물군집 간의 유사도를 정량화하기 위해 병합적 방식(agglomerative method)을 적용하였다. 거리 측정에는 데이터가 범주형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여, Jaccard 계수(Jaccard, 1901)를 사용하였다. 적절한 군집 수를 결정하기 위해 Dufrene and Legendre(1997)의 지표종분석(Indicator species analysis, ISA)을 실시하였으며, 최적의 군집 수 결정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의수준을 만족시키는 수종의 수가 가장 많은 경우, 둘째 Indicator 값의 평균 P 값이 가장 낮은 경우이다(Chung and Kim, 2013). 통계 프로그램은 PC-ORD v7.02를 사용하였으며, 지표종 분석의 통계적 유의성 검정은 Monte Carlo method(McCune and Grace, 2002)를 사용하였다.
군집분석을 통해 구분된 군집유형별로 층위별 종의 점유도를 파악하고, 군집 간 종 구성을 비교하기 위하여 층위별 중요치를 산출하였으며(Curtis and McIntosh, 1951; Son et al., 2024), 군집 별 생물의 다양성과 경쟁 등을 파악하기 위하여 종다양도(species diversity), 종풍부도(species richness), 균재도(species evenness)를 분석하였다.
Species diversity (H’)
각 군집유형별 수간 계층구조를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군집유형별·층위별 평균식피율과 평균수고를 도식화하였다. 각 군집유형별 환경인자의 분포범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Box plot으로 표현하였다. 각 군집유형별로 환경인자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하여 정규성검정은 Shapiro-Wilk Test를 실시하였으며, 데이터가 정규성을 보이지 않아 비모수검정인 Kruskal-Wallis검정을 실시하였다. 이후 군집간 차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사후검정은 Dunn’s Test를 실시하였고 통계 프로그램은 R v4.4.3을 사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Cluster에 의한 군집분류
군집(community)은 일정 환경에서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모든 생물의 집합체이며 종의 구성, 구조, 환경, 발달과 기능에서 주변과 구별되는 생물계이다(Whittaker, 1970).
분석 결과 군집 수가 5개일 때 평균 P 값이 0.387로 가장 낫게 나타났다. 하지만 P<0.01을 만족하는 분류군의 수가 39분류군으로 낮게 나타났다. 군집 수가 4개일 때는 평균 P 값이 0.391로 군집 수가 5개일 때 보다는 높게 나타났으나, P<0.01을 만족하는 분류군의 수가 43분류군으로 가장 높게 나타나 제주특별자치도, 울릉도, 완도, 흑산도, 홍도 5개 도서지역의 상록활엽수림을 총 4개의 군집으로 분류되었다(Figuer 2, 3).
각 군집의 명명은 군집별로 출현한 교목성 수종 중 P<0.01 을 만족시키며, 지표값이 60.0 이상인 수종으로 유형 1은 후박나무군집, 유형 2는 종가시나무군집, 유형 3은 구실잣밤 나무군집, 유형 4는 붉가시나무군집으로 명명하였다.
각 군집유형별로 확인된 지표종은 차이가 있었는데 후박나무군집에서는 후박나무, 참식나무, 식나무가 확인되었고, 종가시나무군집에서는 종가시나무, 까마귀쪽나무, 도깨비 고비, 후추등, 푸조나무, 송악, 보리밥나무, 담팔수, 쇠고비, 남오미자, 산쪽풀, 쇠무릎, 좁은잎천선과, 거지덩굴, 폭나무, 팽나무, 상동나무, 괭이밥, 사철나무, 찔레꽃, 돌토끼고사리, 인동덩굴, 산호수, 가는쇠고사리, 복분자딸기가 확인되었다. 구실잣밤나무군집에서는 구실잣밤나무, 자금우가 확인 되었으며, 붉가시나무군집에서는 붉가시나무, 사스레피나무, 졸참나무, 새비나무, 황칠나무, 때죽나무, 뱀톱, 개서어나무, 비쭈기나무, 섬단풍나무, 조릿대, 사람주나무, 당단풍 나무가 확인되었다.
각 군집유형이 확인된 도서를 살펴보면 후박나무군집은 5개 도서지역에서 모두 확인되었다. 종가시나무군집은 제주도에서만 확인되었는데, 이는 종가시나무가 주로 제주도와 일부 도서에서 제한적으로 분포하기에(Yun, 2016;KFS, 2022b) 나타난 결과로 판단되었다. 구실잣밤나무군집과 붉가시나무군집은 울릉도를 제외한 4개 도서에서 확인되었다. 이는 구실잣밤나무는 울릉도에 분포하지 않고, 붉가시 나무의 경우 울릉도까지 자생지가 관찰되고 있으나(Yun, 2016;KFS, 2022b), 조사 당시 군락을 형성하며 일정 규모를 형성하며 자라는 모습은 확인할 수 없어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판단되었다.
2. 군집유형별 종조성 특성
종의 구성은 군집구조의 분석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척도이며(Son et al., 2024), 군집수준에서 산림을 생태학적으로 묘사하고 분석하여 응용하는 범위까지 전개시키기 위해서는 종구성이 첫번째로 파악되어야 한다(Lee et al., 1996). 클러스터 분석을 통해 구분된 후박나무군집, 종가시나무군집, 구실잣밤나무군집, 붉가시나무군집 총 4개의 상록활엽수 군집의 종구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군집별 층위별 중요치를 각각 산출하였다(Table 1).
1) 후박나무군집(Machilus thunbergii Community)
본 군집의 종구성을 살펴보면 교목층에서는 후박나무와 참식나무의 중요치가 각각 50.4와 12.4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해안가나 저지대에 발달하는 후박나무림의 전형적인 모습으로(Park et al., 2021) 선행연구(Park et al., 2021, Kang et al., 2022)의 결과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또한 관목 층에서도 참식나무의 중요치가 7.8로 나타난 것으로 보아 참식나무는 지속적으로 치수가 공급이 되고 있으며, 이는 참식나무가 종자 확산력과 하층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수종 (Park et al., 2021)이기에 나타난 결과로 판단되었다. 층위별 참식나무의 점유율은 후박나무군집에서 종구성의 변화와 천이경향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 중요한 수종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관목층에서 동백나무와 후박나무의 중요치가 각 각 11.5와 11.1로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후박나무의 치수와 동백나무가 왕성한 층위 경쟁 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본 군집의 경우, 모든 층위에서 후박나무가 출현하였는데 지속적인 치수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어 특별한 외부의 교란이 없다면 후박나무군집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2) 종가시나무군집(Quercus glauca Community)
본 군집의 종구성을 살펴보면 초본층을 제외한 모든 층위 에서 종가시나무의 중요치가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종가시나무의 치수가 각 층위별로 지속적인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따라서 향후 장기간동안 본 군집이 종가시나무가 우점할 것으로 판단되었으나, 후박나무의 중요치가 교목층과 아교목층에서 각각 17.1과 9.3으로 높게 나타났고, 관목층에서는 까마귀쪽나무의 중요치가 11.9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각 층위에서 종가시나무와 해당 수종들간의 층위경쟁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되었으며, 향후 종가시나무군집의 천이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수종들의 분포 특성에 대한 검토를 통해 집중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었다.
3) 구실잣밤나무군집 (Castanopsis sieboldii Community)
본 군집의 종구성을 살펴보면 교목층에서 구실잣밤나무의 중요치가 57.0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붉가시나무의 중요치가 9.0으로 높게 나타났는데, 본 군집은 구실잣밤나무가 상층에서 우점하고 있으나 붉가시나무와의 층위 경쟁이 일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구실잣밤나무의 경우, 수관폭이 매우 넓게 상층에서 우점하고 있어 다른 수종들과의 층위 경쟁 관계에 있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아교목층과 관목층에서는 동백나무의 중요치가 각각 27.8, 19.7로 가장 높게 나타났는 데, 동백나무는 아교목성 수종이기에(Yun, 2016) 교목층까지 성장하지 못할 것이며, 동백나무 다음으로 아교목층과 관목층에서 중요치가 높게 나타난 수종은 구실잣밤나무로 상층을 우점하고 있는 구실잣밤나무의 치수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아교목층과 관목층에 다른 교목성 수종의 유입이 없다면 본 군집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판단되었다.
4) 붉가시나무군집(Quercus acuta Community)
본 군집의 종구성을 살펴보면 교목층에서는 붉가시나무의 중요치가 51.6으로 가장 높게 나타나 붉가시나무가 우점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아교목층과 관목층에서는 동백나무의 중요치가 각각 21.9, 12.8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는 붉가시나무의 중요치가 각각 13.0, 12.1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동백나무와 붉가시나무가 아교목층과 관목층에서 활발한 층위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으며 각 층위별로 출현한 분류군 중 교목성 수종인 붉가시나무의 중요치가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을 보았을 때, 본 군집에서는 붉가시나무의 치수공급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동백나무는 아교목성 수종이기에 교목성 수종인 붉가시나무(Yun, 2016)가 층위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여 상층을 구성하고, 아교목층에서는 동백나무가 우점하는 본 군집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판단되었다.
본 연구 결과 동백나무는 후박나무군집, 종가시나무군집, 구실잣밤나무군집, 붉가시나무군집에서 공통적으로 아교 목층과 관목층에서 주요한 수종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다양한 난온대지역 상록활엽수림 관련 선행연구(Oh and Cho, 1994;Lee et al., 2010b;Cho et al., 2017; Lee et al., 2018;Kang et al., 2022)의 결과와 일치하는 것으로 볼 때, 동백나무는 내음성이 아주 강한 음수이며 환경적응성이 강한 난온대지역 산림식생을 대표하는 상록활엽수종이다. 일반적으로 조성되고 있는 도시숲이나 인공림의 경우 구성종이 다양하지 않고 단층구조이기에 종다양성이 낮다 (Lee et al., 1996). 하여 난온대지역에서 인공림 조성 시 아교목층과 관목층에 동백나무를 다층으로 식재를 한다면 생태적으로 보다 건강한 숲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3. 군집유형별 종다양성
종다양성은 산림군집의 여러 가지 속성을 간접적으로 해석하는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며, 군집의 안정성과 성숙도의 측도가 되기도 한다(Lee et al., 1996).
클러스터 분석 후 구분된 4개의 군집별 속성을 해석하기 위하여 종풍부도, 종균등도, 종다양도를 산출하였다(Figuer 5). 군집유형별 종풍부도를 살펴보면 구실잣밤나무군집은 27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종가시나무군집 24, 붉가시나무군집 23, 후박나무군집 20 순으로 낮게 나타났다.
군집유형별 종균재도를 살펴보면 후박나무군집, 구실잣 밤나무군집, 붉가시나무군집은 각각 0.645, 0.643, 0.669로 비슷하게 나타났으나, 종가시나무군집은 0.728로 높게 나타났다.
군집유형별 종다양도를 살펴보면 종가시나무군집이 2.329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후박나무군집은 1.746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선행연구(Kim et al., 2016; Lee et al., 2018)에서 본 연구 결과의 구실잣밤나무군집과 비슷한 수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군집을 비교하였을 때, 본 연구에서는 종다양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선행연구의 경우, 하나의 도서를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출현한 종의 수와 우점도의 차이가 있어 5개의 도서를 대상으로 한 본 연구결과와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후박나무군집은 종다양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는데 선행연구(Kang et al., 2022)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종다양성이 낮은 순림구조는 각종 병해충와 기후변화 등과 같은 환경변화로부터 취약할 수 있기에 간벌을 통해 풍부한 종 유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종가시나무는 주로 제주도 저지대 산기슭과 계곡부에 자생하는 수종으로(Yun, 2016;KFS, 2022a) 계곡부는 교란이 빈번하고 복잡한 자연 현상들이 지속적으로 식물사회에 영향을 미쳐 식물의 종 다양성을 높이고 복잡성을 만든다고 알려져있어(Kim et al., 2023) 본 연구에서도 계곡부에서 자생하는 종가시나무군 집에서 종다양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판단되었다.
4. 군집유형별 수관 층위 구조
산림군집의 수직적 구조는 식물이 광합성을 통한 임내에서의 생육책략과 동물이 경쟁과 먹이사슬을 통해 서식처를 점유하는 등의 생태계의 기능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이다(Lee et al., 1996).
각 군집별 수간 계층구조를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그림으로 나타낸 결과(Figure 6), 종가시나무군집을 제외한 후박나무군집, 구실잣밤나무군집, 붉가시나무군집의 경우 교목 층의 최저수고 6m, 최고수고 22m로 같은 층위에서 수고의 범위가 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홍도와 흑산도 일부 조사지의 경우 해안가 급경사지에 위치하여 유효토심이 낮고, 해풍 등의 요인으로 수고생장이 원활하지 못하여 나타난 결과로 판단되었다.
후박나무군집, 구실잣밤나무군집, 붉가시나무군집은 교목층과 아교목층의 평균식피율이 종가시나무군집에 비하여 높고, 각 층위별 임관 계층이 겹치기에 각 층위별로 뚜렷 하게 구분되는 경계가 없기에 군락 내부로 빛이 잘 들어오지 못하여 어둡고 매우 복잡한 구조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종가시나무군집의 경우, 아교목층과 관목층, 관목 층과 초본층 사이가 수고차로 인하여 틈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임분 내의 많은 광량이 유입됨에 따라 초본층 평균식 피율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판단되었다.
5. 군집유형별 입지 환경 특성
군집유형별 환경인자(해발고도, 경사도, 방위, 위도, 암석 노출도)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하여 Kruskal-Wallis 검정을 실시한 결과, 유의수준(P < 0.05)을 만족시키는 환경인자는 해발고도, 방위, 위도로 확인되었으며, 경사도와 암석노출도는 유의수준(P < 0.05)을 만족시키지 않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었다(Figure 7).
해발고도에 따른 기후 인자는 위도, 방위, 경사도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특정 입지의 기후요인의 정보가 없을 경우, 해발고도가 식물의 분포 및 생육 효과를 판정하는 중대한 지표가 된다(Son et al., 2024). 군집유형별 해발고도의 중위값을 살펴보면 후박나무군집, 종가시나무군집, 구실잣 밤나무군집, 붉가시나무군집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후박나무군집은 중위값이 108m로 가장 낮은 해발고에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러한 결과는 후박나무가 다른 수종들에 비해 더 따뜻한 해안가 저지대에서 주로 서식하기에 (Yun, 2016) 나타난 결과로 판단되었다. 붉가시나무군집은 중위값이 323m로 다른 군집과 비교하였을 때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최고해발고도의 경우 695m로 매우 높게 나타나 선행연구 결과(Oh, 1994;Oh and Cho, 1994;Oh and Kim, 1996)와 일치하였다. 또한 사후 검정 결과, 붉가시나무군집이 다른 군집들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우리나라 산악지역은 고도가 100m가 높아지면 기온이 0.56℃에서 0.62℃, 약 1℃가 하강하는데(Kim et al., 2023; Son et al., 2024), 붉가시나무가 높은 해발까지 나타난다는 것은 다른 온난대 상록활엽수종과 비교하였을 때 내한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군집유형별 위도의 중위값을 살펴보면 후박나무군집, 구실잣밤나무군집, 붉가시나무군집은 34°로 동일하였으나 종 가시나무군집의 경우 33°로 차이가 있었으며, 사후검정 결과 종가시나무군집이 다른 군집들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여러 지역에서 출현한 다른 군집에 비하여 종가시나무군집이 제주도에서 만 출현하여 나타난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후박나무군집의 경우, 최고값이 다른 군집들과는 다르게 37°로 차이가 있었다. 이는 후박나무군집이 제주도부터 울릉도까지 출현하여 나타난 결과로 다른 군집들과 비교하였을 때 후박나무 군집의 분포역이 넓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면의 방위는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복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 산지의 기후요소의 차이를 가져와 식생의 발달과 분포를 달라지게 한다(Kong, 2007; Son et al., 2024). 군집유형별 방위를 살펴보면 후박나무군집은 주로 북서사면을 제외한 모든 방향의 사면에서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Figure 8), 이는 해발고도가 낮은 해안가에서 일조량이 풍부한 남사면에 비해 북서사면은 상대적으로 일조가 부족하기에 나타난 결과로 판단되었다. 종가시나무군집은 남서사면에서 북서사면, 구실잣밤나무군집은 남동사면에서 남서사면, 붉가시나무군집은 남동사면에서 남사면으로 전반적으로 모든 군집이 남사면에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실잣밤나무는 주로 일조량이 많은 방위에서 분포하고, 붉가시나무는 고지대 남사면에서 우점도가 커질 것이라는 선행연구 결과(Oh and Choi, 1993)와 일치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난온대 지역이더라도 일조량이 부족한 북사면에 비해 일조량이 많은 남사면이 상록활엽수 군집의 성립에 알맞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6. 종합 고찰
5개 도서지역 상록활엽수 임분의 군집유형을 분류한 결과, 후박나무군집, 종가시나무군집, 구실잣밤나무군집, 붉가시나무군집 총 4개의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이는 지리적으로 각각 다르게 위치한 제주도, 울릉도, 흑산도, 홍도, 완도의 상록활엽수로 이루어진 산림식생은 종 조성 중심으로는 4개의 식물사회학적 식생단위로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 한다. 종 구성의 경우, 각 군집별로 최상층에서 가장 우점하는 수종은 후박나무, 종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붉가시나무였으며, 이들 다음으로 중요치가 높은 수종은 다음과 같다. 후박나무군집에서는 교목층에서 참식나무가 높게 나타났고, 종가시나무군집에서는 아교목층에서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관목층에서는 까마귀쪽나무가 높게 나타났다. 구실 잣밤나무군집에서는 교목층에서 붉가시나무가, 붉가시나 무군집에서는 아교목층과 관목층에서 동백나무가 높게 나타났다. 난온대 상록활엽수가 자연식생으로 잘 발달되어 있는 임분의 경우, 상록활엽수림의 보전과 관리방안 마련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하여 해당 수종들의 수직 구조를 집중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었으며, 우리나라 난온대 상록활엽수림의 천이과정을 구명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군집유형별 종균재도와 종다양도의 경우 종가시나무군집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수관 계층구조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종가시나무군집의 경우 후박나무군집, 구실 잣밤나무군집, 붉가시나무군집과 비교하였을 때 종가시나무군집이 상대적으로 아교목층의 식피율이 낮았으며, 교목층과 아교목층 사이를 제외한 모든 층위 사이에서 각 층위를 구성하는 수종의 수고차로 인하여 층위별로 틈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다른 군집에 비하여 군집 내부로의 광 투과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 초본층 식피율도 높게 나타난 것으로 판단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종다양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나머지 후박나무군집, 구실잣밤나무군집, 붉가시나무군집의 종조성과 입지환경 등을 중심으로한 생태적 관리방안 마련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또한 생물다양성 증진 측면에서 바라볼 때, 임분밀도가 높은 상록활엽수림의 경우 충분한 광량의 확보를 위한 선택적 간벌을 통해 충분한 수관의 틈을 확보하여 풍부한 종이 다층구조를 이룰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나라 난온대 상록활엽수림의 생물다양성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군집유형별로 해발고도, 위도, 방위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해발고도의 경우 후박나무군집이 가장 낮게, 붉가시나무군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임목의 생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부분의 환경요인은 해발고도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며, 천연림이나 조림지에서는 해발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산림 생산력이 감소함으로(Son et al., 2024) 상록활엽수림이 훼손되고 곰솔과 기타 낙엽활엽수가 우점하고 있는 우리나라 난온대 해안과 도서지역에 있어서 상록 활엽수의 신규조림과 복원계획 수립 시, 수종별 식재 입지 선정에 있어 본 연구 결과를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또한 4개의 군집 모두 북서사면을 제외한 남사면에 주로 분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해발고도와 방위, 위도를 고려하여 비교적 온난한 해안가 저지대 중 북서사면을 제외한 곳에는 후박나무, 해안가와 떨어져 있는 내륙의 저지대 중 따뜻한 남사면에는 종가시나무, 저지대부터 해발 300m 이하의 남사면에는 구실잣밤나무, 해발고도 700m 이하의 북서사면을 제외한 곳에는 붉가시나무의 식재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제주도, 울릉도, 흑산도, 홍도, 완도 5개 도서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기에 난온대 모든 도서지역을 대표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향후 더 많은 도서지역을 대상으로 본 연구와 같이 식물사회학을 기반으로 하여 종조성과 임분의 구조, 환경인자 특성을 고려한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 난온대 상록활엽수림의 식물사회 구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었으며, 이러한 결과는 난온대 상록활엽수림 생태계의 생물다양성 증진과 보전·복원을 위한 지속적인 관리방안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환경인자를 고려하여 수종별 지역별로 적합한 복원·조림 모델을 개발하여 난온대 지역의 상록활엽수 용재림 육성 시 적지적수 식재를 통해 조림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