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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229-3857(Print)
ISSN : 2288-131X(Online)
Korean Journal of Environment and Ecology Vol.39 No.4 pp.377-387
DOI : https://doi.org/10.13047/KJEE.2025.39.4.377

A Century of Vegetation Change in the Hwaeomsa Temple Forest of Jirisan National Park1a

Tae-Jun Jung2, Seok-Gon Park3*
2Ecological Institute for All, Gurye, Korea (sinaaa7@naver.com)
3Landscape Architecture Major, Sunchon National Univ., Sunchoen 57922, Korea (sgpark@scnu.ac.kr)

a 이 논문은 산림청(한국임업진흥원) 산림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2022465A00-2324-0201)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음.


* 교신저자 Corresponding author: sgpark@scnu.ac.kr
08/06/2025 18/07/2025 22/07/2025

Abstract


This study identified the vegetation changes in the Hwaeomsa Temple forest in Jirisan National Park over the past 100 years by comparing the vegetation map of the "Jirisan Botanical Survey Report" of the Japanese Government-General of Korea in 1915 and the detailed vegetation map of the National Park Service in 2018. The 1915 vegetation map was digitized using QGIS 3.22 to quantify each vegetation type's area and spatial distribution. It was then overlaid and compared with the 2018 detailed vegetation map provided by the Korea National Park Service. The analysis showed that pine forests were the most dominant with 58.38% of the total area, followed by broad-leaved forests (29.53%) and grasslands (11.04%) in 1915. By 2018, mixed deciduous forests dominated by Quercus mongolica, Q. serrata, and Carpinus tschonoskii had significantly expanded. Specifically, about 65% of the former pine forests have been transitioned into broad-leaved forests, while grasslands were largely converted into forests dominated by canopy tree species. The elevation-based analysis revealed that pine forests remained dominant below 400 m above sea level, while the most active transitions to mixed deciduous forests occurred between 400 and 900 m. Above 900 m, forests dominated by Q. mongolica maintained stable conditions in the past and present. This research has academic significance in providing empirical evidence for long-term vegetation succession changes in a temperate forest ecosystem over approximately one century.



지리산국립공원화엄사사찰림의100여년간식생변화분석1a

정태준2, 박석곤3*
2모두를위한생태연구소 소장
3국립순천대학교 조경학전공 교수

초록


본 연구는 1915년 조선총독부의 「지리산 식물조사 보고서」 식생분포도와 2018년 국립공원공단 정밀식생도를 비교· 분석하여, 지리산국립공원 화엄사 사찰림의 약 100년간 식생 변화 양상을 규명했다. 1915년의 식생분포도를 QGIS 3.22를 활용해 디지털화한 후, 식생 유형별 면적과 공간 분포를 정량화하고, 이를 2018년 자료와 중첩하여 변화 양상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1915년 당시 소나무림이 전체 면적의 58.38%로 가장 우세했으며, 활엽수림(29.53%)과 초지 (11.04%)가 뒤를 이었다. 반면, 2018년에는 신갈나무, 졸참나무, 개서어나무 등 낙엽활엽수 중심의 혼효림이 확장되었 다. 특히 과거 소나무림의 약 65%가 활엽수림으로 바뀌었고, 초지 또한 교목성 수종 우점림으로 변화했다. 고도별로는 해발 400m 이하에서는 소나무림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유지되었으며, 400∽900m 구간은 활엽수종 중심의 혼효림으로 전환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었다. 900m 이상의 고지대는 신갈나무 중심의 낙엽활엽수림이 과거와 현재 모두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본 연구는 온대림에서 약 100년간의 장기 식생천이와 생태계 변화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있다.



    서 론

    사찰림은 사찰이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산림으로서, 종교 적 기능을 넘어 생물다양성 보전,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기후 조절 기능, 사찰 운영에 필요한 목재 공급 등 경제적 기능, 나아가 산림치유와 같은 관광·휴양 기능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지닌다(Jang, 2022). 이러한 다원적 기능은 전통 종 교문화 경관이 생태계서비스 제공의 주요 기반이 될 수 있 음을 시사한다. 산림청(2011)이 제작한 사찰임야 현황도 에 따르면, 조계종 소속 485개 사찰의 임야 구역이 구분되 어 있으며, 자연공원 유형별 산림면적 중 사찰림이 차지하 는 비율은 국립공원 8.3%, 도립공원 15.5%, 군립공원 13.6%에 달한다. 이는 사찰림이 자연공원 내 산림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으며, 그 공익적 가치의 중요성을 방증한다(Jang and Koo, 2019).

    특히, 산림생태계가 양호하게 보전된 사찰림은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흡수원으로서 잠재력이 높아, 산림기반 탄소중 립 전략에서 핵심 자원으로 주목된다(IPCC, 2022). 탄소흡 수 기능은 단순한 산림면적 외에도 숲의 연령, 구조적 복잡 성, 인위적 교란 정도 등에 의해 좌우되며, 이 점에서 장기적 으로 보호된 사찰림은 고정탄소량이 우수한 산림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Sasaki et al., 2016). 국외 사례로는 일본의 ‘진주의 숲(鎮守の森)’ 또는 ‘샤소(社叢)’이 대표적이다. 이 는 신사나 사찰 주변의 숲으로, 종교적 신성성과 함께 수백 년간 보호·관리되어 온 식생으로서, 지역의 잠재자연식생을 대표한다고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이들 숲이 지닌 역사성, 생물다양성, 치유 및 교육 기능이 재조명되며, 그 보전 가치 를 평가하고 확산하기 위한 시민단체(NPO)인 ‘샤소우학회 (社叢学会)’가 활발히 활동 중이다(Takeuchi, 2010;Rots, 2015). 이러한 일본의 샤소(신사림) 보전 체계는 전통문화 와 생태적 가치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모델로 평가되며, 한 국의 사찰림 보전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편,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 정된 이래, 국립공원관리청은 약 60년에 걸쳐 체계적인 보 호 관리와 생태계 복원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지리산의 생물 다양성 회복, 생태계서비스 향상, 문화경관 가치 증진에 이 바지해 왔다. 그러나 국립공원 지정 이전, 특히 100여 년 전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시기의 지리산 이용 실태와 식생 구성, 훼손 양상 등에 대한 체계적 연구는 여전히 미진하다. 이는 해당 시기의 식생 및 인위적 교란 상황을 실증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Park and Kim, 2021).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되는 문헌이 바로 1915년 조선총독부 주도로 수행된 지리산 식물조사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일본의 근대 식물학자 나카이 다 케노신(中井猛之進)이 지리산 일대를 직접 조사해 작성한 자료로, 지리산 식물상과 식생 분포를 계통적으로 기록한 가장 이른 시기의 과학적 보고서이자, 지리산 생태계에 대 한 근대적 관찰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Park and Kim, 2021). 특히 이 문헌은 해발고도별 식생대와 우점종 분포를 지도화한 식생분포도까지 수록하고 있어, 20세기 초반 지리 산 식생의 공간 구조를 실증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귀중 한 역사 생태학적 사료로 평가된다.

    그런데도 이 문헌을 활용한 지리산 식생 변화에 대한 비 교 연구는 지금까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1915년 당시 지리산 산림은 전남 구례군 광의면·마산면·토지면과 경남 하동군 화개면 일대의 산기슭과 저지대를 중심으로 심각한 벌채와 인위적 교란이 진행되어 수목이 희박한 미립 목지(未立木地) 또는 초지 상태로 전락한 곳이 많았다는 사실이 보고서를 통해 확인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화 엄사 주변 사찰림은 비교적 온전한 산림 경관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이는 당시의 인위적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율적 인 보호구역으로 기능했음을 알 수 있다(Choi, 2014). 전영 우의 한국의 사찰숲(2016)에 따르면, 조선시대 사찰림은 왕실의 성소나 왕릉을 수호하는 성역으로서, 동시에 왕실과 국가에 임산물을 공급하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사찰 주변 산림은 별도의 금표나 경계 설정을 통해 일반 산지와 구분 되었으며, 일반 백성들도 사찰 인근 산림을 자유롭게 사용 할 수 없다는 인식이 널리 공유되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화엄사 사찰림은 다른 지역 산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란이 적고 장기적인 자연천이가 지속될 수 있었던 공간으로 판단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기간에 걸친 식생 변화와 생태천이 에 관한 실증적 연구가 부족한 현실을 고려할 때, 1915년 식물조사보고서의 식생분포도를 기반으로 한 100여 년간의 식생 변화 비교 연구는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1915년 식생분포도와 2018년 정밀식생도를 비교함 으로써 약 100년간의 현존식생 변화 분석을 통해 화엄사 사찰림의 장기적 식생 변화를 규명하고, 향후 사찰림 보전 및 생태적 관리전략 수립을 위한 실증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범위 및 개황

    본 연구의 대상지는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에 있는 지리산국립공원 내 화엄사 사찰림으로, 행정구역상 황 전리 12-3, 산 20-12번지를 포함한 총 15개 필지로 구성되 며, 모든 필지의 지목은 ‘임야’이다. 대상지는 화엄사 입구 의 상가지구(남측 경계)에서부터 종석대, 무넹기, 노고단 하 부(북측 경계)에 이르는 화엄사의 전체 소유림을 포괄한다 (Figure 1).

    연구대상지의 총면적은 약 12.3㎢이며, 산림청이 제작한 임상도 분석 결과에 따르면 낙엽활엽수림이 전체 면적의 64.99%를 차지하며, 침엽수림 24.43%, 혼효림 8.79%, 무립 목지 및 비산림지역 1.47%, 죽림 0.27% 순으로 나타났다. 대상지는 온대 낙엽활엽수림이 우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2. 현존식생 변화 분석

    화엄사 사찰림의 현존식생 변화 과정을 규명하고자, 일제 강점기 시기와 비교 가능한 식생 자료를 활용한 장기 시계 열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를 위해 1915년 조선총독부의 지 원 아래 일본 근대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일행이 수행한 지리산 식물조사 보고서에 첨부된 식생분 포도와 2018년 국립공원공단이 제작한 정밀식생도를 비교 분석하였다. 한편, 1934년 규슈제국대학 농학부 연습림 보 고에도 지리산 일대의 식생분포도가 수록되어 있으나, 해당 자료는 주로 경상남도 하동군 및 산청군 지역에 국한되어 있고 화엄사 사찰림을 포함하지 않아 본 연구의 분석 대상 에서 제외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화엄사 사찰림 내 부를 포함하는 1915년 지리산 식물조사 보고서의 식생분 포도를 주요 비교 기준으로 설정하였다. 덧붙여, 1915년 이 후 제작된 GIS 기반 현존식생도는 2018년도에 최초로 제작 되었기 때문에 약 100년간의 중간단계 변화 과정을 시계열 적으로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본 연구는 해당 고지도를 QGIS 3.22를 활용하여 디지털 화하고, 식생 유형별 면적 및 비율을 공간정보 기반으로 산 출하였다. 이후 2018년 국립공원공단의 정밀식생도와 중첩 비교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약 100년간의 식생 구성 및 공 간 분포 변화 양상을 정량적·정성적으로 규명하였다. 본 분 석을 통해 화엄사 사찰림의 장기적인 식생천이 경향과 외부 간섭에 따른 구조적 변화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 한 변화 양상을 파악하고자 식생 상관(相觀, physiognomy) 을 기반으로 식물군락별 100여 년간의 변화를 분석하였으 며, 군락명은 환경·국립환경과학원(2012)의 ‘전국자연환경 조사의 식물군락 명명’ 기준을 준용하여 최상층 상관에 의 해 명명되었다. 예를 들어, 특정 A종의 우점도가 70% 이상 일 경우 ‘A군락(A community)’으로 명명하였고, A종과 B 종의 우점도가 70% 미만으로 유사하게 출현했을 때는 ‘AB 군락(AB community)’ 또는 ‘A 우점군락(A dominant community)’으로 칭하였다. 이러한 기준을 토대로 1915년 과 2018년 식생분포도의 군락별 면적과 비율을 산출하고, 1915년의 군락이 2018년에 어떠한 군락으로 변화하였는지 면적 및 비율을 정량적으로 추출하였다. 또한, 해발고와 사 면방위별로 출현한 군락을 도출하여 식생 변화 양상을 상세 히 분석하였다.

    결과

    1915년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지리산 식물조사보고서 에 수록된 식생분포도를 분석한 결과, 당시 화엄사 사찰림 일대에는 소나무림, 초지, 활엽수림이 공간적으로 구분되어 분포했던 것으로 분석되었다(Figure 1). 해당 분포도에는 일부 지역, 특히 화엄사 사찰 경내 인근 지역은 조사가 빠진 구역(No data)으로 확인되었으며, 이에 따라 전체 식생 경 향을 파악하는 데 일정한 제한이 존재하였다.

    화엄사 주변 해발 약 900m 이하 지역은 대부분 소나무림 이 우세하게 분포했으며, 이는 당시 산림 경관의 침엽수림 우세 경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해발고 900m 이상 지역 및 일부 북사면에는 신갈나무를 포함한 낙엽활엽 수림이 분포하여, 고도에 따른 식생의 수직적 변화를 알 수 있다. 아울러 화엄사 북측 상부의 계곡지와 형제봉 주변, 사찰 입구의 사면 일대에는 초지가 분포했는데 이는 개벌 등의 인위적인 교란이 있었던 때문으로 추정된다. 식생 유 형별 면적 비율은 소나무림이 전체 면적의 58.38%로 가장 넓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활엽수림이 29.53%, 초지가 11.04%로 그 뒤를 이었다(Table 1). 이러한 결과는 당시 화엄사 사찰림이 침엽수 위주의 식생 경관을 기본으로 하 되, 해발고와 지형 특성, 교란에 따라 활엽수림과 초지가 분포했음을 보여준다.

    2018년 국립공원공단이 작성한 정밀식생도에 따르면 (Figure 2), 사찰 경내 및 인근 지역에서는 소나무 우점군락 이 광범위하게 분포했으며, 해발 약 700m 이상의 고지대에 는 신갈나무 우점군락이 주로 입지하였다. 화엄사에서 해발 고 약 600m 이하의 계곡부 일대에는 개서어나무 우점군락 이 확인되며, 그 외 사면과 중·하부 산록 지역에는 졸참나무 우점군락이 비교적 넓게 분포하는 양상을 보였다.

    군락별 면적 분포를 분석한 결과(Table 2), 신갈나무 우 점군락이 전체 사찰림 면적의 27.49%로 가장 넓은 비중을 차지하였고, 이어서 소나무 우점군락이 26.69%, 개서어나 무 우점군락이 22.92%, 졸참나무 우점군락이 16.11%의 순 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솜대, 왕대, 리기다소나무 등의 인공식재림이 전체 면적의 1.75%를 차지해 제한적으로 분 포했다. 한편, 개별 군락 단위로 세분화하여 분석한 결과 (Table 2), 소나무군락이 21.77%로 가장 높은 면적 비율을 보였으며, 다음으로 신갈나무군락이 18.09%, 개서어나무 군락이 12.62%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식생 분포 특성은 해 발고와 지형, 사면 위치 등 환경요인에 따라 식생이 뚜렷하 게 분화하였고, 1915년의 식생과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1915년 조선총독부에서 작성한 식생분포도와 2018년 국 립공원공단이 제작한 정밀식생도를 중첩·비교하여, 약 100 년간 화엄사 사찰림의 식생 변화를 군락별로 분석하였다 (Table 3). 우선, 1915년 당시 소나무림으로 분류된 지역의 식생 변화를 살펴보면, 해당 지역 중 현재에도 소나무 우점 군락으로 유지되던 면적은 전체의 31.62%로 확인되었다. 반면, 나머지 지역은 활엽수림으로의 전환이 두드러졌으며, 구체적으로 개서어나무 우점군락이 27.74%, 졸참나무 우 점군락이 20.82%, 신갈나무 우점 군락이 13.16%, 그리고 굴참나무 우점군락이 2.90%를 각각 차지하였다. 이러한 변 화는 소나무림이 장기적인 천이 과정을 거치며 활엽수림으 로 점진적으로 이행되었음을 시사하며, 온대 기후대의 소나 무림은 낙엽활엽수림으로 천이됨이 더욱 명확해졌다.

    한편, 1915년 활엽수림으로 분류된 지역은 2018년 기준 으로 더욱 세분된 식생 유형을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신갈 나무 우점군락이 63.82%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였으 며, 졸참나무 우점군락이 12.07%, 개서어나무 우점군락이 10.81%, 소나무 우점군락이 7.04%, 굴참나무 우점군락이 2.60%를 각각 점유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주목할 점은 일부 지역에서 활엽수림이 소나무 우점군락으로 변화한 양 상이 관찰되었으며, 이는 겉보기에 식생 퇴행의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1915년 식생조사의 해상도 및 정확도 한계에 따른 분류 오류, 또는 사찰의 임목 생산을 목적으로 한 인공조림의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1915년 초지로 분류되었던 지역의 식생 변화를 분 석한 결과, 2018년에는 소나무 우점군락이 50.43%, 개서어 나무 우점군락이 30.51%, 신갈나무 우점군락이 8.72%, 졸 참나무 우점군락이 3.5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는 과거 초본성 식생이 분포하였던 지역들이 약 100년간의 국립공원 지정 등 보전관리 정책의 효과로 인해 교목성 수 종이 우점하는 산림 군락(forest stands)으로 천이되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1915년에 활엽수림, 소나무림, 초지로 분류 되었던 지역은 약 100년 후 신갈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등 참나무류림으로 발달하였으며, 개서어나무림 또한 상당 한 면적을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발고 및 사면방위에 따라 화엄사 사찰림 내 식생 변화 를 비교 분석한 결과(Table 4), 공간적으로 뚜렷한 천이 양 상이 확인되었다. 해발고도 400m 이하의 저지대 지역은 1915년 초지(38.73%)와 소나무림(37.31%)이 주로 분포하 였으나, 2018년에는 소나무림의 비율이 65.65%로 많이 증 가하였다. 또한 계곡부와 일부 사면 하단부에서는 개서어나 무군락(11.73%)과 졸참나무군락(7.61%)이 새롭게 출현하 였다. 이러한 현상은 이 지역이 소나무림의 확장과 국지적 인 활엽수림의 형성이 동시에 진행되었음을 나타낸다. 해발 400에서 900m 구간은 1915년에 소나무림이 82.49%로 우 세하였으며, 낙엽활엽수림(8.63%)과 초지(7.95%)가 일부 혼재되어 있었다. 반면, 2018년에는 개서어나무(29.69%), 졸참나무(21.69%), 신갈나무(16.69%) 등을 주요 구성종으 로 하는 낙엽활엽수림으로 전환되었다. 이는 본 구간이 소 나무림에서 활엽수림으로의 식생천이가 가장 활발하게 이 루어진 지역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해발 900m 이상의 고 산 지역에서는 1915년과 2018년 모두 신갈나무 우점 낙엽 활엽수림이 유지되고 있어, 이 지역이 비교적 안정된 식생 구조와 높은 자연성을 지속해서 유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사면방위별 분석에서도 명확한 차이가 관찰되었다. 남사 면의 경우, 1915년 당시 소나무림 중심의 침엽수림(51.71%) 과 낙엽활엽수림(36.41%)이 주로 분포하였다. 그러나 2018 년에는 신갈나무(29.91%), 소나무(29.26%), 졸참나무(18.31%), 개서어나무(14.02%)를 중심으로 하는 낙엽활엽수림으로 변 화하였으며, 소나무림은 29.26%로 일부 잔존하였다. 반면 북사면은 1915년에 소나무림이 80.77%로 압도적으로 우점 하였으나, 2018년에는 개서어나무군락, 신갈나무군락, 소나 무군락, 졸참나무군락 등 다양한 식생 유형으로 전환되었다. 특히 북사면에서는 개서어나무가 신갈나무에 비해 경쟁적 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화엄사 사찰 림 내 식생천이가 단순한 수종의 교체 현상 이상으로, 해발고 도와 사면방위 등 환경적 이질성에 따라 공간적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천이 양상으로 진행되었음을 입증한다.

    고찰

    본 연구는 1915년 조선총독부에서 작성한 식생분포도와 2018년 국립공원공단의 정밀식생도를 비교 분석하여, 약 100년간 지리산국립공원 화엄사 사찰림의 식생 변화 양상을 고찰하였다. 분석 결과, 1915년 당시 화엄사 주변 해발 900m 이하 지역은 소나무림이 우점하며 전체 면적의 58.38%를 차지하였다. 해발 900m 이상의 고지대 및 일부 북사면에는 신갈나무를 중심으로 한 낙엽활엽수림이, 계곡부 및 사면 지역에는 일부 초지가 분포하여, 당시 지리산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림 보전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해당 시기 지리산 저지대(해발 400m 또는 700m 이하) 산림은 수목 피도가 낮은 미립목지로, 지역 주민들의 녹비, 땔감, 임산물 채취 등 공동 이용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Bae and Youn, 1991;Park and Kim, 2021). 이러한 당시 산림 상황을 고려할 때, 화엄사 사찰림은 조선 후기 및 일제강 점기에도 비교적 양호한 생태적 보전 상태를 유지한 대표적인 산림 유형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찰림의 높은 보전성은 무엇보다 불교 사찰이 수행 및 제의의 중심지로 기능하면서, 숲이 신성한 경계(禁域)로 인 식되었던 전통적 공간 구조와 긴밀하게 연관된다. 사찰 인 근의 숲은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채 명상, 수행, 제사의 공간으로 활용되었으며, 이는 무분별한 개발 및 산림 훼손 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Choi 2014;Rots, 2015;Jang, 2022). 더불어 불교는 생명 존중 및 자연과의 공존을 중시하 는 사상을 근간으로 하며, 이는 자연에 대한 절제된 이용과 조화로운 공존 태도를 함양하는 데 기여하였다(Takeuchi, 2010). 이러한 사상적 배경은 사찰 구성원들이 인근 산림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고,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 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사찰은 산림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운영 체계를 구축하고 있었으며, 이는 일제강점기에도 부분적으로 유지 되었다. 예를 들어, 일부 사찰림은 조선총독부의 ‘임야조사 사업’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사찰의 통제 속에 관리되었으 며, 무분별한 벌채나 외부 개입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 웠다(Bae and Youn, 1991). 물론 일제는 조선의 공유림 및 촌락 이용림에 대한 강제 이관 정책을 시행하였고, 이 과정 에서 사찰림 일부가 국유림으로 편입되기도 하였으나, 접근 성 및 활용도 측면에서 여전히 사찰 중심의 보호 체계가 작동하는 경우가 많았다(Choi, 2014). 지리적 요인 역시 사 찰림 보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의 사찰은 고지대, 계곡부, 산간오지 등 접근성이 낮고 경제적 개발 유인이 적 은 지역에 자리 잡아, 외부 간섭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효 과를 가져왔다(Jang, 2022). 결과적으로 일제강점기 대규모 벌채가 집중되었던 저지대 관영림 및 사유림과 달리, 사찰 림은 개발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환경에 놓여 있었다.

    1915년 식생분포도에서는 소나무림이 사찰림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며, 계곡부와 일부 사면부에는 초지가, 해발 900m 이상의 고산 지역에는 신갈나무 등을 포함한 낙엽활 엽수림이 제한적으로 분포하였다. 반면, 2018년 정밀식생 도에서는 활엽수 우점군락의 면적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으며, 신갈나무, 졸참나무, 개서어나무 등을 우점 종으로 하는 군락이 대표적으로 분포하였다. 특히, 초지로 분포했던 지역은 대부분 소나무 또는 활엽수 군락으로 전환 되었으며, 소나무림 역시 상당 부분 활엽수림으로 대체되었 다. 실제로 과거 소나무림으로 분류되었던 지역 중 현재도 소나무 우점군락으로 유지되는 면적은 약 31.62%에 불과하 며, 나머지는 개서어나무(27.74%), 졸참나무(20.82%), 신 갈나무(13.16%), 굴참나무(2.90%) 우점군락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여러 연구는 한반도 온대림 지역에서 식생 천이계 열이 소나무림에서 낙엽성 참나무류림을 거쳐, 궁극적으로 는 서어나무속 수종이 우점하는 극상림으로 수렴하는 경향 을 보인다고 보고하였다(e.g. Kang and Oh, 1982;Lee et al., 1990). 특히 개서어나무와 서어나무는 느린 생장 속도 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내음성, 질소 축적 능력, 종자산포 전략 등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경쟁우위를 확보하며, 다양 한 미세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어 극상림의 지표 수종으로 간주하였다(Park et al., 1991). 그러나 본 연구에 서 분석한 1915년과 2018년의 식생 변화 양상에서는 과거 의 소나무림, 낙엽활엽수림, 초지 지역 대부분에서 신갈나 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등 참나무류가 개서어나무보다 더 광범위하게 확산·정착하였다(Table 3). 이는 참나무류가 교 란 환경뿐 아니라 안정된 입지에서도 높은 적응력과 재생력 을 기반으로 우점을 지속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 과는 극상림의 종 구성에 대해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하 며, 향후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참나무류와 개서어나무류 간의 경쟁과 수렴 양상을 추적함으로써 온대림의 천이계열 에 대한 더욱 정교한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한편, 화엄사 사찰림은 당시 자연림에 비해 종교적 경관 으로서 일정 수준의 보전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동시에 사찰 확장, 불사(佛事), 시설 건립 등을 위한 부분적 인 벌채 및 교란이 지속해서 발생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Choi 2014). 특히, 전통 건축 재료로 선호되었던 소나무는 사찰 건축 및 보수 작업에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이러한 활용은 소나무림에 반복적인 인위적 교란을 유발하 였으며,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소나무림은 구조적 불안정 성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교란 이후의 천이 과정에서는 경쟁력이 높은 활엽수종이 우점하는 방향으로 천이가 촉진되었을 것이다. 1915년에 초지(草地)였던 지역 에서 이후 소나무림 면적이 많이 증가한 사실은, 해당 지역 이 수요를 맞추려고 일부러 조림되었고 지속해서 관리되었 을 가능성을 크다. 이에 따라, 최근 관찰되는 소나무 우점구 역의 축소, 활엽수림의 확장은 단순한 식생천이의 결과로 보기보다는, 역사적 조림 행위, 반복된 인위적 교란, 천이 단계에 따른 종간 경쟁력의 차이 등 복합적인 요인을 함께 고려하여 해석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100여 년 전의 식생분포도와 최신 정밀식생도를 비교하는 방법론이 장기적인 생태계 변화 및 천이 양상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고지도 디지털화 및 GIS 기반 중첩 분석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공 간적 식생 구조를 정량적으로 비교함으로써, 인간 간섭 및 자연천이의 영향을 구분하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He et al., 2024). 공간 기반 식생 변화 분석은 미래 산림관리 및 보전정책의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Foody, 2002), 국립공원 등 보호지역 내의 경관 구조 변화 및 생태 계서비스 변화를 포괄적으로 평가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Franklin and Wulder, 2002). 다만, 1915년 식생분 포도는 식생 유형의 단순화와 공간 해상도의 한계로 인해 정밀한 공간 분석에 제약이 존재한다. 특히, 식물군락의 세 부적 구성요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현대의 정밀식생도 와의 정량적 비교에는 해석상의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따 라, 계량적 분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정성적 접근이 병 행되어야 하며, 앞으로는 식물군집구조에 대한 심층적 분석 을 통해 장기 천이계열에 대한 더 정교한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Fig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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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getation map of the Hwaeomsa Temple forest area in Jirisan National Park based on the 1915 su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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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tailed vegetation map of the Hwaeomsa Temple forest in Jirisan National Park, produced by the Korea National Park Service in 2018. (Ah: Abies holophylla, Bc: Betula costata, Cj: Camellia japonica, Coc: Cornus controversa, Ct: Carpinus tschonoskii, Frm: Fraxinus mandshurica, Pd: Pinus densiflora, Pn: Phyllostachys nigra var. henonis, Pr: Pinus rigida, Pre: Phyllostachys reticulata, Qa: Quercus acutissima, Qal: Quercus aliena, Qm: Quercus mongolica, Qs: Quercus serrata, Qv: Quercus variabilis, Rm: Rhododendron mucronulatum, Rs: Rhododendron schlippenbachii, Zs: Zelkova serrata).

    Table

    Area and ratio of vegetation types in the Hwaeomsa Temple Forest, Jirisan National Park, in 1915

    Vegetation types, area, and distribution ratio in the Hwaeomsa Temple Forest, 2018

    Comparison of vegetation changes between 1915 and 2018 in the Hwaeomsa Temple Forest

    Vegetation changes from 1915 to 2018 according to elevation and slope asp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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