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기상현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점차 심화되면서, 도시 지역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열환경과 관련된 폭염과 열대야는 모든 시민의 일상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더욱이 노약자,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이러한 극한기상현상에 더 쉽게 노출되어 건강상 심각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극한기상현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시민의 생활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한 도시 기후환경 개선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산림청은 도시의 열환경 및 대기환경 완화를 목표로 바람길숲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람길은 야간에 산림에서 생성된 찬공기가 도시로 유입되어 국지적인 열환경을 개선하는 자연적 기류 통로를 의미하며, 바람길숲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도시 숲 및 산림을 지칭한다. 바람길의 기능은 일반적으로 찬공기 생성, 찬공기 유동, 찬공기 확산의 세 가지로 구분되며, 이는 녹지의 규모, 형태,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도시 외곽의 산림은 찬공기를 생성하는 기능을 담당하며, 하천이나 가로 녹지는 생성된 찬공기를 도시 내부로 유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도시 내에 위치한 공원 녹지는 찬공기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여 주변 지역으로 찬공기를 확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도시에 위치한 녹지 공간은 도시 전체의 열환경 개선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외에서는 도시의 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람길의 기후조절 기능을 규명하려는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어 왔다. 국내의 바람길 연구는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초기 연구들은 도시계획적 관점에서 도시 구조, 지형 및 토지 형태에 따라 바람의 유동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Park, 2006;Lee, 2012;Cha et al., 2007). 이러한 선행 연구들은 주로 도시지역 내부의 미기후 환경을 중심으로 수행되었다(Eum et al., 2001;Son et al., 2018;Kim and Kang, 2021;Moon et al., 2021;Sung et al., 2021). 그 이후 연구에서 도시 외곽 산림의 찬공기 형성 기능에 주목하여, 정맥 단위의 바람길 분석 및 관리 방안 제시로 연구 범위가 확장되었다(Sung et al., 2023;Eum, 2019.; Son and Eum, 2019). 이러한 정맥 단위 분석 연구들은 대상 정맥의 찬공기 형성 및 유입 특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인접한 도시를 사례로 삼아 산림이 도시에 미치는 기후적 영향을 규명하였다. 한편, 국외에서는 정맥과 같은 산림 중심의 접근보다 도시 전반의 규모에서 바람길의 구조와 효과를 분석하는 경향을 보였다(Grunwald et al., 2019;Han et al., 2022;Fang et al., 2022). 대부분의 연구가 시뮬레이션 모델을 활용하여 찬공기 유동과 분포를 분석하고 이를 실측자료를 통해 검증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우리나라 국토의 약 63%는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반도의 산림은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구성된 산줄기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산줄기 체계는 과거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마을의 입지와 발달에 영향을 미쳤으며, 현대에는 지자체의 행정구역을 구분하는 기준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대부분의 도시는 산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도시 외곽에는 연속적인 산림이 위치하고 있다. 그중 정맥은 백두대간에서 분기되어 도시 지역 인근까지 이어지는 주요 산줄기로, 찬공기 형성과 유입에 유리한 입지적·지형적 조건을 지닌다. 따라서 정맥은 도시 열환경 완화를 위한 찬공기 생성 및 공급의 중요한 원천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도시 인근에 위치한다는 특성은 동시에 개발 압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의 확장과 함께 외곽 산림이 훼손되거나 면적이 축소되면서 정맥의 연속성이 약화되고 있다. 실제로 정맥 훼손지는 도로, 골프장, 공원묘지 등 인공적 개발 요인에 의해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등산로 개설이나 채석지 조성 등도 훼손 원인으로 지적된다(Choi et al., 2014). 또한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해 정맥의 줄기가 단절되는 사례도 발생하였는데, 국내에서 두 곳의 사례 지역이 있다. 낙남정맥의 사천방수로 건설과 한남정맥의 경인아라뱃길 개발로 단절된 사례이다. 이처럼 정맥은 도시 외곽의 산림 중에서도 찬공기 생성과 도시 냉각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연적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개발로 인한 훼손과 단절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도시와 인접한 정맥은 찬공기 형성의 핵심 축이지만, 그 연속성이 훼손될 경우 찬공기의 형성 및 유동 기능이 약화되어 도시 내부로의 냉각 효과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맥의 훼손이 찬공기 형성 기능에 미치는 공간적·기후적 영향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존 연구는 정맥의 찬공기 형성 기능에 대한 가치를 분석하고, 가치의 중요성을 들어 정맥을 보호해야 한다는 근거 및 당위성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개발에 따른 정맥의 훼손 및 단절의 영향이 찬공기 형성 기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가치 변화 연구는 부족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정맥 훼손에 따른 찬공기 형성 기능의 변화와 저하 정도를 분석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정맥의 지형적 연속성과 훼손 특성을 공간적으로 분석하고, 훼손지 전후의 찬공기 분포, 유입 범위 등을 비교·검증하였다. 또한, 정맥 훼손 정도에 따른 찬공기 형성 효율 저하 특성을 규명하고, 찬공기 형성 및 도시 유입 기능을 유지 및 보전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맥 관리 방향과 계획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향후 도시 기후환경 개선을 위한 바람길 계획 및 산림 훼손 관리 정책 수립의 과학적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본 연구는 정맥의 개발로 인해 단절되어 찬공기 형성 기능이 저하된 구간을 대상으로, 훼손 전후의 찬공기 형성 기능 차이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대표적인 정맥 단절 사례인 한남정맥의 경인아라뱃길 구간과 낙남정맥의 사천방수로 구간을 연구대상지로 선정하였다.
한남정맥은 경기도 안성 칠장산에서 김포 문수산에 이르는 산줄기로, 칠현산 부근에서 한남금북정맥이 분기되어 한 남정맥과 금북정맥으로 갈라진다. 본 정맥은 경기도를 남동–북서 방향으로 관통하며, 수도권 서부 지역의 빠른 도시화로 인해 가장 심각한 파편화가 발생한 산맥 중 하나이다. 전체적으로 해발 100~200 m의 저고도 산림이 주를 이루나, 안성시·용인시·수원시 일대에서는 400~500 m 수준의 비교적 높은 산림이 분포한다. 경인아라뱃길은 인천 굴포천과 한강을 연결하기 위해 조성된 다목적 내륙 운하시설이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2011년에 완공되어 2012년에 개통되었으며, 건설 과정에서 한남정맥의 연속성이 단절되었다. 특히 김포 가현산–문수산 구간은 단절 이후 서해와 한강, 운하로 둘러싸여 사실상 섬 형태로 고립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경인아라뱃길 조성 전의 수치지형자료와 토지피복자료를 수집하였으며, 주변 일대를 포함한 4.16 km × 5.1 km 범위를 분석 구간으로 설정하였다.
낙남정맥은 백두대간에서 분기되어 지리산 영신봉에서 김해 분성산에 이르는 산줄기로, 경상남도 내륙을 남북으로 관통하며 해안과 인접한 지형적 특성을 지닌다. 해발고도 약 200~1,600 m의 산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천시·진주시·고성군 일대에서는 약 100 m 내외의 완만한 구릉지로 이어진다. 사천방수로는 남강댐 건설과 함께 홍수 조절을 목적으로 조성된 인공 방수로로 1930년대 착공하였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산림과 나지 지역이 절개되고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되어 정맥의 연속성이 단절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단절 전후의 지형 및 토지피복 변화를 비교하기 위해 사천방수로 구축 이전의 수치지형자료와 토지피복자료를 수집하였으며, 사천방수로 주변을 포함한 3 km × 3 km 범위를 분석대상 구간으로 설정하였다.
2. 연구 방법
본 연구는 정맥 훼손에 따른 찬공기 형성 및 확산 기능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독일의 KALM (Kaltluftabflussmodell) 모형을 활용하였다. KALM은 바람이 거의 없고 구름이 적은 맑은 야간 시간대에, 지형적 특성에 따라 형성·이동하는 찬공기의 유동을 모의하는 모델로서 복잡한 지형 조건에서도 냉기 흐름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다(Eum, 2019). KALM은 유체역학의 천수방정식(shallow water equation)을 기반으로 하여 지표면 부근에서 발생하는 냉기의 흐름과 체적 변화를 시뮬레이션한다(Eum and Son, 2016). 찬공기는 고도가 낮은 지역으로 이동·집적되는 특성을 보이므로, KALM은 저지대에서의 냉기 축적과 찬공기층 높이 분포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KALM은 국내외에서 도시 산림이 냉기 형성과 유입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는 데 폭넓게 활용되어 왔다(Son et al., 2020;Sung et al., 2021).
본 연구는 훼손 전·후 시점을 구분하여 입력자료를 구축 하였다. 필요한 입력자료는 지형 자료와 토지피복 자료이다. 경인 아라뱃길은 1980년대 종이지도를 변환하여 지형 자료를 수집하였고, 토지피복 자료는 2008년 환경부 중분류 토지피복도를 활용하였다. 사천방수로는 1918년 고지도를 활용하여 지형자료를 구축하였고, 토지피복 자료는 2024년 환경부 세분류 토지피복도를 기준으로 사천방수로 일대 토지피복을 초지 및 산림으로 재구성하여 활용하였다. 훼손 후 데이터는 두 대상지 모두 국토교통부 연속수치지형도(2023)와 환경부 세분류 토지피복도(2024)를 활용하였다. 입력 자료는 KALM의 체계에 맞도록 재구성하였다. 지형 자료는 ArcGIS pro를 활용하여 등고선 형태 자료를 TIN 보간을 활용하여 raster 형식의 DEM(Digital Elvation Model)으로 재구성하였으며. 토지피복의 경우 KALM의 피복 분류체계에 맞추어 7개 유형으로 재분류하였다(Table 1). 매개변수 값은 Eum (2008) 및 Eum et al. (2011)이 제시한 보정값을 참조하였으며, 이는 독일과 상이한 한국의 지형·기후 특성을 반영하여 조정된 값이다(Table 2). 입력자료는 raster 파일 형식으로 구축되어야 하며, 각 대상지의 셀 크기는 2 m x 2 m(경인아라뱃길), 2 m × 2 m(사천방수로)으로 설정하였다(Figure 2 & Figure 3). 사천방수로의 경우 훼손 시점이 오래되어 훼손 이전과 동일한 시점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과거 조건을 반영한 매개변수 보정이 필요하였으나, 이를 위한 기준 자료가 전무하여 현 시점과 동일한 매개변수를 적용하였다. 이로 인해 분석 결과에 일정 수준의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불가피한 연구의 한계로 판단된다.
시뮬레이션은 야간 6시간을 대상으로 수행하였고, 냉기 형성이 가장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6시간 경과 시점의 결과를 대표값으로 활용하였다. 분석 항목은 (1) 찬공기 형성 기능의 변화(찬공기층 높이 및 생성량)와 (2) 찬공기 확산 기능의 변화(냉기 흐름의 공간 분포 및 방향성)로 구분하였다. 훼손 전후 비교는 KALM 모의 결과의 차감 분석을 통해 수행하였다. 즉, 훼손 후의 찬공기층 높이 래스터에서 훼손 전의 값을 차감하여 변화량을 산출하였으며, 이를 통해 찬 공기층이 감소하거나 증가한 지역의 공간 분포를 파악하였다. 모든 공간 연산은 ArcGIS Pro의 raster calculator 기능을 활용하여 수행하였다. 마지막으로, 두 대상지(한남정맥 경인아라뱃길 구간, 낙남정맥 사천방수로 구간)의 결과를 상호 비교하여, 훼손 유형과 주변 지형·토지이용 조건이 냉기 형성과 확산 기능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경인 아라뱃길 건설에 따른 찬공기 형성 기능 변화
한남정맥 경인아라뱃길 일대의 KALM 모형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Figure 4 & Figure 5). 대상지의 찬공기층은 조성 전후 모두 시간의 경과에 따라 점차 높이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산림에서 생성된 찬공기는 지형의 경사를 따라 저지대로 이동하며, 이 지역에서 형성된 수로와 저지대는 냉기가 모이기 쉬운 구조적 특성을 가진다. 특히 아라뱃길이 조성된 이후에는 찬공기가 수로 내부로 집중되 면서 가장 높은 찬공기층이 해당 구간에 형성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산림에서 생성되는 찬공기의 총량은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아라뱃길로 냉기가 집중될수록 주변 지역으로의 확산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이로 인해 찬공기의 공간적 분포 범위가 좁아지고, 인근 지역의 찬공기층 높이 또한 낮아지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즉, 정맥을 따라 형성된 냉기가 주변으로 확산되던 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해석된다.
찬공기 생성 360분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조성 전후 모두 최대 약 60 m의 찬공기층이 형성되었으나, 차감 분석 결과에서는 조성 이후에 찬공기층 높이가 감소한 지역이 넓게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Figure 6). 이는 아라뱃길 구축 이전에는 지형의 자연스러운 고저차에 따라 형성·확산 되던 냉기가, 인공 수로 조성으로 인해 흐름이 차단되거나 집중되면서 냉기의 확산 기능이 제한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수로 외에 찬공기가 높아진 지역이 나타났는데, 해당 지역은 개발을 위해 절토한 결과로 판단된다. 조성에 따른 찬공기층 변화 범위는 –22.23 m에서 51.10 m까지 나타났으며, 평균값은 –0.60 m, 표준편차는 6.64로 분석되었다 (Figure 7). 표준편차 범위를 벗어나는 극단값은 주로 경인 아라뱃길 개발 지역에 집중되어 나타났고, 전체 분석 면적의 약 66%에서 조성 이후 찬공기층 높이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경인아라뱃길 구간에 찬공기가 국지적으로 밀집되면서 주변 지역으로의 확산이 저해되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경인아라뱃길의 조성은 정맥을 따라 형성되는 찬공기의 유동 경로를 변경시키고, 주변으로 확산되는 냉기의 양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지형 개조와 인공 수면 조성에 따른 미기류의 변화에 인한 것으로, 정맥이 주변 지역의 열환경에 미치는 냉각 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판단된다.
2. 사천방수로 건설에 따른 찬공기 형성 기능 변화
낙남정맥 사천방수로 일대의 KALM 모형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Figure 8 & Figure 9). 대상지의 찬공기층은 조성 전과 후 모두 시간 경과에 따라 점진적으로 높이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찬공기는 주변 산림에서 생성되어 지형의 경사를 따라 저지대로 유입 및 집적되는 특성을 보이며, 이에 따라 조성 전후 모두 가화천 및 사천방수로 주변에 찬공기가 형성되거나 축적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정량적 비교 결과, 조성 전의 찬공기층 높이가 조성 후보다 전반적으로 더 높게 형성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예를 들어, 찬공기 생성 후 360분 시점에서 조성 전의 찬공기 층 높이는 최대 17.2 m에 달하였으나, 조성 후에는 최대 14 m 수준으로 낮아졌다. 또한 공간 분포 측면에서도 조성 후에는 찬공기층 높이의 전반적 감소가 관찰되었다.
조성 전후를 차감하여 비교한 결과(Figure 10), 사천방수로 주변 지역에서 찬공기층 높이가 현저히 감소한 영역이 확인되었다. 이는 사천방수로 조성이 지역의 찬공기 형성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지형 절개에 따른 영향뿐만 아니라, 토지이용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즉 조성 이전에는 산림과 초지로 구성되어 찬공기 생성이 활발히 이루어졌던 지역이 조성 이후에는 콘크리트 피복으로 전환되어 인공열을 방출하는 피복으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조성 후 찬공기층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지형의 재정비를 통한 영향으로 판단된다. 조성에 따른 찬공기층 변화 범위는 –13.10 m에서 13.90 m까지 나타났으며, 평균 값은 –0.06 m, 표준편차는 0.73으로 분석되었다(Figure 11). 본 결과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산림 면적을 제외하고 산정한 것이다. 전체 분석 면적의 약 90.3%에서 조성 이후 찬공기층 높이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사천방수로에 조성된 인공구조물이 찬공기층의 형성을 저해하고, 주변 지역으로의 확산을 방해하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일부 지역에서 관측된 찬공기층 높이의 증가는 찬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국지적으로 축적되는 지연 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조성 전에는 사천방수로 부지 자체에서도 찬공기가 형성 되었고, 인접 산림에서 생성된 찬공기가 결집하여 원활히 유동할 수 있는 찬공기 통로 역할을 수행하였다. 반면 조성 후에는 찬공기가 여전히 사천방수로 방향으로 모이지만, 해당 부지가 더 이상 찬공기를 형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인공 열을 방출함으로써 찬공기의 축적 및 이동 효율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사천방수로 일대는 조성 이전과 동일하게 냉기가 모이는 지형적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찬공기 형성 능력 자체가 약화되었고, 냉기 흐름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찬공기층 높이의 감소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3. 정맥 단절 사례지에 따른 분석 결과 종합
본 연구는 정맥 단절 및 훼손에 따른 찬공기 형성 및 확산 기능의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한남정맥의 경인아라뱃길 구간과 낙남정맥의 사천방수로 구간을 대상으로 KALM 모형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두 정맥 단절 구간의 분석 결과를 종합한 결과, 정맥 훼손은 찬공기 형성 기능과 확산 기능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그 영향의 양상은 훼손 형태와 주변 지형·토지이용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Table 3은 두 단절 사례의 주요 특성과 찬공기 기능 변화를 정리하였다. 한남정맥의 경인아라뱃길 구간은 해발고도가 낮은 구릉지 형태의 정맥 구간을 단절하고, 인공 수로를 조성하였다. 이에 따라 찬공기 흐름이 변화하였는데, 찬공기가 수로 방향으로 집중되면서 주변 평지로의 확산 범위가 감소하였다. 찬공기의 유동과 확산 기능의 약화가 두드러진 사례로 나타났다. 반면, 낙남정맥의 사천방수로 구간은 방수로 조성 과정에서 산림과 초지가 제거되고 콘크리트 포장면으로 대체되었다. 이에 따라 산림 지역의 감소로 인해 찬공기 생성 기능이 약화되 었으며, 찬공기가 집중되는 지역에 인공 구조물로 인한 인공열 발생은 찬공기를 약화시키고 찬공기층 형성을 방해하였다. 즉, 낙남정맥의 사천방수로 구간은 정맥 단절로 인한 찬공기 생성 기능을 저하시켰다.
이처럼 두 사례는 모두 정맥 훼손이 찬공기 체계의 기능 저하를 초래하였지만, 훼손 형태에 따라 영향을 받는 기능의 양상이 달랐다. 경인 아라뱃길 구간에서는 지형 구조의 변화로 찬공기 흐름 변화와 주변 확산 기능의 감소가 나타난 반면, 사천방수로 구간에서는 산림 피복의 감소와 인공 구조물 구축으로 인해 찬공기 생성 기능이 저하되었다.
4. 종합 고찰
본 연구는 정맥 훼손에 따른 찬공기 형성 및 확산 기능의 변화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한남정맥의 경인아라뱃길 구간과 낙남정맥의 사천방수로 구간을 대상으로 KALM 모형을 적용하였다. 분석 결과, 두 지역 모두 정맥 훼손 이후 찬공기층 높이가 전반적으로 낮아졌으며, 냉기의 공간적 분포 범위 또한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아라뱃길 구간에서는 수로 조성으로 인한 찬공기 확산 경로의 제한이 주요 변화로 확인되었고, 사천방수로 구간에서는 산림 피복의 감소와 불투수면 확대로 인한 찬공기 형성 기능의 저하가 두드러졌다.
정맥 훼손으로 인한 지형 및 토지이용의 변화는 찬공기의 생성–유동–확산이라는 일련의 미기후 과정 전반에서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맥 단절로 인해 산림 면적이 감소하면 냉기 생성 능력이 약화되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인공 피복은 주변 산림에서 생성된 찬공기의 영향 범위까지 축소시킬 수 있다. 한남정맥 경인아라뱃길 구간은 완만한 구릉지 지형과 인접 평야로 구성되어 있어, 산림 훼손에 따른 찬공기 생성 기능의 저하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수로 건설에 따른 지형 구조의 변화로 찬공기의 흐름이 변형되었고, 냉기가 주변으로 확산되기보다는 아라뱃길 내부로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정맥에서 생성된 냉기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는 기능이 약화되었으며, 찬공기 유동–확산 기능의 감소가 주요 영향으로 나타났다.
반면, 낙남정맥 사천방수로 구간에서는 찬공기 생성 측면의 변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해당 구간은 산림과 초지가 제거되고 불투수면으로 대체되면서 냉기 생성이 크게 감소하였고, 인공열 방출의 증가로 찬공기층 높이와 분포 범위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또한 사천방수로는 계곡 형태의 산림지형을 따라 조성된 인공 수로로, 본래 찬공기가 결집하던 지역이 훼손됨에 따라 생성 기능 측면의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는 정맥이 도시 주변의 열환경 완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자연 기반 구조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맥의 연속성 유지와 냉기 이동 통로의 보전은 도시 기후 관리 측면에서 필수적이다. 훼손된 구간에 대해서는 산림 복원이나 녹지 연계 강화를 통해 냉기 흐름의 연속성을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동일한 정맥 단절이라 하더라도, 주변 지형과 토지이용 특성, 훼손 유형에 따라 냉기 형성과 확산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는 정맥의 가치를 규명하는 데에 그친 선행연구와 달리, 정맥의 개발 및 훼손에 따른 찬공기 형성 기능의 변화를 분석하고 그 변화 양상이 공간적으로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규명하였다. 분석 결과, 정맥의 찬공기 형성 기능은 개발 및 훼손에 의해 저하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향후 개발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 과정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정맥 훼손 유형을 세분화하여 각 유형별 정량적 영향 평가를 수행하고, 도시 주변 산림의 기후조절 기능을 보다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개발 이후 정맥 훼손이 냉기 기능에 미치는 사후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평가 체계와 복원 지침 마련이 요구된다. 기존의 기상적 요소에 대한 평가 결과와 종합하여 개발로 인한 영향을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종합 환경 평가가 필요하다. 이는 기온, 강수, 풍향·풍속 등 개별 기상 요인뿐만 아니라 토지이용 변화, 생태계 교란, 수문 환경 변화 등 다양한 환경 요소를 함께 고려함으로써, 개발로 인한 잠재적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예측하고 합리적인 저감 및 관리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정맥의 냉기 기능 변화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도시 주변 산림의 기후조절 기능을 평가하고, 향후 바람길 조성 및 정맥 복원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본 연구는 입력자료 확보의 한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고려할 때, 기초 데이터베이스의 신뢰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리, 그리고 주기적인 데이터 업데이트가 중요함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는 모델링 기반 분석을 수행하였으나, 모델 결과에 대한 사후 검증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검증용 자료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향후 검증을 위한 기초 데이터 구축이 필요함을 확인하였으며, 분석 정확도 제고를 위해 관련 데이터 구축 체계의 전반적인 개선이 요구됨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