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지리산국립공원은 한반도 생태축의 핵심 구간이자 다양한 포유류가 서식하는 대표적 보호지역으로, 국내에서 무인센서카메라(camera trap)를 활용한 포유류 조사가 활발히 진행되는 지역이다(Lee, 2024). 최근 수행된 연구들은 지리산 일대에서 서식하는 멧돼지(Sus scrofa), 담비(Martes flavigula), 삵(Prionailurus bengalensis) 등 주요 포유류의 상대풍부도(relative abundance index)와 활동 패턴을 정량적으로 보고하고 있으며, 인간 활동이 이들의 서식지 이용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Yi et al., 2025;Hwang et al., 2023).
해외 선행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접근성과 탐방로 이용 강도는 포유류의 분포와 활동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Nickel et al., 2020). 인간 활동이 많은 탐방로에서 일부 포유류는 공간적 출현 빈도를 줄이거나(Ahumada et al., 2013), 인간의 주간 활동을 피해 활동 시간대를 야간으로 이동시키는 야행성 강화(nocturnality) 전략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Gaynor et al., 2018;Ota et al., 2019). 보호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인간 활동은 야생동물의 공간 이용과 활동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보고되었다(Reilly et al., 2017). 이러한 행동적 변화는 단순히 개별 종의 대응을 넘어 생태계 내 먹이사슬과 종간 상호작용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호지역 관리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Watanabe & Saito, 2026;Suraci et al., 2019). 이와 같은 현상은 인간이 야생동물에게 최상위 포식자와 유사한 위협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공포의 경관(landscape of fear)’ 내에서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시공간적인 회피 기작을 나타낼 수 있다(Gaynor et al., 2018;Watanabe & Saito, 2026).
국내 보호지역에서도 탐방객의 간섭이 포유류의 행동 패턴에 미치는 생태적 영향이 지속적으로 보고되어 왔다. 지리산과 설악산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중형 초식 포유류가 인간 간섭 수준에 따라 일중 활동 리듬을 조정하여 시간적 지위 중첩(temporal niche overlap)이 변화하는 양상이 확인되었다(Eom et al., 2023). 또한 백두대간 능선부에서는 탐방객 통행이 잦아질수록 노루(Capreolus pygargus)와 고라니(Hydropotes inermis)의 재출현 시간이 지연되는 회피 현상이 보고되었으며(Lee et al., 2019), 담비와 다람쥐(Eutamias sibiricus)는 인간 활동 시간대와의 높은 중첩을 보이며 지속적인 인간 교란에 노출되어 있다고 기술되었다(Hwang et al., 2023). 전국 국립공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인간 간섭이 배제된 비법정탐방로에서의 포유류 출현 빈도가 법정탐방로보다 약 2배 이상 높게 나타나, 탐방로 이용 수준이 포유류의 공간 이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수 있음을 시사하였다(Jeong, 2021).
그러나 탐방로 유형에 따른 포유류의 반응 차이를 규명하는 연구는 특정 탐방로 주변의 출현 패턴이나 인간 이용 강도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으며, 동일한 산림 환경에서 법정탐방로와 비법정탐방로를 직접 비교하여 포유류의 출현 빈도와 활동 패턴 차이를 분석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본 연구에서는 지리산국립공원 노고단 일대의 법정탐방로와 비법정탐방로에 설치된 무인센서카메라 자료를 활용하여, 탐방로 유형에 따른 포유류의 종 구성, 출현 빈도, 활동 패턴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하여 인간 활동이 야생동물 군집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 야생동물 서식지 보전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본 연구는 지리산국립공원 노고단 일대에서 수행되었다. 탐방로 유형이 포유류 출현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기 위해 식생과 해발고도 등 환경 조건이 유사한 두 지역을 선정하였다. 법정탐방로는 노고단 고개에서 돼지령까지 약 2km 구간이며, 비법정탐방로는 무냉기에서 종석대를 거쳐 성삼재로 이어지는 약 1.8km 구간이다. 조사 지역의 해발고도는 약 1,324-1,415m 이며, 주요 식생은 신갈나무(Quercus mongolica) 군락을 중심으로 일부 산철쭉(Rhododendron yedoense f. poukhanense) 및 잣나무(Pinus koraiensis) 군락이 분포한다.
2. 조사 및 분석방법
1) 무인센서카메라 조사
포유류 출현을 조사하기 위해 법정탐방로와 비법정탐방로에 각각 5대씩 총 10대의 무인센서카메라(Browning BTC- 6PXD)를 설치하였다. 카메라는 약 500m 간격으로 설치하였으며, 동물의 이동 경로로 추정되는 지점을 향하도록 지면에서 약 60cm 높이에 설치하였다. 조사는 2019년 6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수행되었으며, 총 조사 기간은 1,613일이었다. 모든 카메라는 24시간 연속 촬영 모드로 운영하였다. 동일 지점에서 동일 종이 30분 이내에 반복 촬영된 경우는 1회의 출현으로 처리하였으며(Min, K. H., 2023; Jeong et al., 2025), 하나의 사진에 여러 개체가 촬영된 경우에도 1회의 출현으로 처리하였다(Watanabe & Saito, 2026). 카메라트랩 자료 중 일부 소형 설치류와 박쥐류는 촬영 빈도와 식별 정확도의 한계로 인해 본 연구의 분석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2) 포유류 출현 빈도 분석
탐방로 유형에 따른 포유류 출현 빈도의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일반화선형혼합모형(generalized linear mixed model, GLMM)을 적용하였다. 데이터의 과분산을 고려하여 음이항 분포(negative binomial distribution)를 적용하였으며, 카메라 가동 일수 차이에 따른 편향을 제거하기 위해 log (camera-days)를 보정항(offset)으로 설정하였다(Watanabe & Saito, 2026; Ota et al., 2019). 탐방로 유형은 고정효과로 설정하였고, 시간적 변동성을 통제하기 위해 조사 월(month)을 임의 절편(random intercept)으로 포함하였다(Watanabe & Saito, 2026). 고정효과의 유의성은 Wald z-통계량을 이용하여 평가하였으며, 추정된 회귀계수는 발생률비(incidence rate ratio, IRR)로 환산하였다. 95% 신뢰구간은 프로파일 우도(profile likelihood) 방법을 통해 산출하였다.
3) 포유류 일중 활동 패턴 분석
탐방로 유형에 따른 포유류의 일중 활동 시간 차이를 분석하기 위하여 R 패키지 overlap을 이용해 활동 패턴의 중첩계수(overlap coefficient, Δ)를 산출하였다(Ridout & Linkie, 2009). 활동 시간 자료는 원형 자료(circular data)로 간주하여 커널 밀도 추정(kernel density estimation)을 통해 각 탐방로 유형별 활동 분포를 추정하였다(Ridout & Linkie, 2009). 표본 수에 따른 추정의 안정성을 고려하여, 출현 기록이 50회 미만인 경우에는 중첩계수 추정량 Dhat1을, 50회 이상인 경우에는 Dhat4를 적용하였다. 중첩계수(Δ)는 0에서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0에 가까울수록 두 집단 간 활동 시간 분리가 크고, 1에 가까울수록 활동 패턴이 유사함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Δ ≤ 0.50을 ‘낮음’, 0.50 < Δ ≤ 0.75를 ‘높음’, Δ ≥ 0.75를 ‘매우 높음’으로 구분하였다(Monterroso et al., 2014). 95% 신뢰구간은 10,000회 부트스트랩(bootstrap) 반복을 통해 추정하였다. 탐방로 유형 간 활동 시간 분포의 통계적 차이는 Watson’s two-sample test를 이용하여 검정하였다. 통계적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탐방로별 출현 빈도가 10회 미만인 종은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4) 포유류 종 구성 및 군집 분석
탐방로 유형에 따른 포유류 종 구성의 차이를 평가하기 위해 종 × 탐방로 유형 교차표(contingency table)를 구성하였고(Gaynor et al., 2018), Pearson의 카이제곱 독립성 검정(Pearson’s chi-square test of independence)을 시행하였다(Pearson, 1900). 효과 크기는 Cramer’s V로 산출하였다(Cramér, 1946). 종별 기여도를 평가하기 위해 표준화 잔차(standardized residuals)를 계산하였으며, |r| ≥ 2인 경우 해당 종이 탐방로 유형 간 종 구성 차이에 유의하게 기여한 것으로 해석하였다(Agresti, 2007). 탐방로별 출현 빈도가 10회 미만인 종은 통계적 안정성을 고려하여 분석에서 제외하였다(Ota et al., 2019). 탐방로 유형에 따른 포유류 군집 구조의 차이를 평가하기 위해 Bray-Curtis 거리 기반 PERMANOVA 분석을 수행하고, PERMANOVA 결과가 그룹 간 분산 차이에 의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PERMDISP 분석을 수행하여 군집 분산의 동질성을 평가하였다(Anderson, 2001). 군집 구조의 시각화를 위해 non-metric multidimensional scaling (nMDS)을 적용하였으며(Kruskal, 1964; Clarke, 1993), nMDS stress 값을 통해 서열화 결과의 적합도를 평가하였다. 또한 두 탐방로 유형 간 군집 조성 차이에 기여하는 주요 종을 확인하기 위해 SIMPER 분석을 수행하였다(Clarke, 1993).
모든 통계 분석은 R 통계 프로그램(ver. 4.5.1; R Core Team, 2025)을 이용하여 수행하였다. GLMM 분석은 lme4 패키지(Bates et al., 2015)를 사용하였으며, 활동 패턴 분석은 overlap 패키지(Meredith & Ridout, 2021), 군집 분석(PERMANOVA, PERMDISP, nMDS, SIMPER)은 vegan 패키지(Oksanen et al., 2023)를 이용하여 수행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탐방로 유형에 따른 포유류 출현 빈도
조사 기간 동안 총 1,122건의 독립적인 포유류 출현 기록이 확인되었으며, 이 중 법정탐방로에서 365건, 비법정탐방로에서 757건이 기록되었다(Table 1). 전체적으로 비법정탐방로에서의 출현 기록이 법정탐방로보다 2배 이상 많아, 탐방로 유형에 따라 포유류의 공간 이용 양상이 차별적으로 나타남을 시사하였다. 종별로는 담비, 멧돼지, 노루, 오소리(Meles leucurus)가 비법정탐방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출현 빈도를 보였으며, 특히 담비는 비법정탐방로에서 315회가 기록되어 가장 큰 차이를 나타냈다. 반면 멧토끼(Lepus coreanus)와 고라니는 법정탐방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출현 빈도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탐방로 유형에 따라 종별 공간 이용 양상이 서로 다를 가능성을 시사한다.
탐방로 유형에 따른 출현 빈도의 차이를 평가하기 위해 음이항 일반화선형혼합모형을 적용하였다. 분석 결과, 법정탐방로의 출현률은 비법정탐방로에 비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β = -0.830, SE = 0.192, z = -4.32, p < 0.001). 발생률비는 0.44 (95% CI = 0.30-0.64)로 추정되었으며, 이는 법정탐방로에서의 포유류 출현률이 비법정탐방로보다 약 56% 낮음을 의미한다(Table 2). 모형 기반 예측 결과, 150 camera-days 기준 포유류 출현 횟수는 비법정탐방로에서 14.99회(95% CI = 11.34-19.82), 법정탐방로에서 6.54회(95% CI = 4.89-8.74)로 나타났다(Fig. 2).
이 결과는 탐방객 이용이 집중되는 법정탐방로에서 일부 포유류가 공간적으로 인간 활동을 회피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인간은 많은 야생동물에게 잠재적 포식자와 유사한 위협으로 인식되며, 동물들은 이러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서식지 이용 패턴을 변화시키는 경향이 있다(Gaynor et al., 2018). 실제로 인간 활동이 많은 지역에서는 포유류의 출현 빈도가 감소하거나 서식지 이용이 제한되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으며(Nickel et al., 2020;Ota et al., 2019), 이번 연구 결과 역시 이러한 경향과 일치한다. 특히 보호지역 내 탐방로는 인간 활동이 집중되는 공간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에 야생동물에게 지속적인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Patten & Burger, 2019). 따라서 본 연구 결과는 지리산국립공원에서도 탐방로 유형에 따른 인간의 활동이 포유류의 공간 이용에 영향을 미칠수 있음을 보여준다.
2. 탐방로 유형에 따른 포유류 일중 활동 패턴
법정탐방로와 비법정탐방로에서 포유류의 일중 활동 패턴 중첩도(Δ)를 비교한 결과, 종에 따라 상이한 양상을 보였다(Table 3;Figure 3). 담비(Δ1 = 0.890), 족제비(Mustela sibirica, Δ1 = 0.801), 다람쥐(Δ1 = 0.844), 멧토끼(Δ4 = 0.876)는 중첩도가 0.75 이상으로 ‘매우 높음’으로 나타났으며, Watson’s two-sample test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p > 0.10). 이는 두 탐방로 유형 간 활동 패턴이 전반적으로 유사하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 종은 탐방로 유형이 달라지더라도 활동 패턴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오소리(Δ4 = 0.748)는 중첩도가 ‘높음’ 수준이었으며 Watson 검정에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었다(p < 0.001). 멧돼지(Δ1 = 0.730)는 ‘높음’ 수준의 중첩도를 보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p > 0.10). 그러나 삵(Δ1 = 0.412)은 ‘낮음’ 중첩도를 나타냈고 Watson 검정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어(p < 0.001), 탐방로 유형에 따라 활동 시간 패턴이 뚜렷하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일부 종이 탐방로 유형과 관계없이 유사한 활동 패턴을 유지하는 반면, 오소리와 삵은 탐방로 유형에 따라 활동 시간 분포가 변화하는 경향을 보였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인간 활동이 증가한 지역에서 포유류가 야행성을 강화하거나 활동 시간을 조정하는 현상은 다양한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Gaynor et al., 2018;Procko et al., 2023). 이러한 시간적 회피 전략은 인간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종 간 활동 중첩을 증가시켜 포식자-피식자 관계나 종 간 경쟁 구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Patten & Burger, 2019). 최근 연구에서도 탐방로 이용은 포유류의 일중 활동과 공간 이용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탐방로 이용에 대한 종별 반응 차이가 활동 시간과 공간 이용 측면에서 동시에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Boone et al., 2025).
3. 포유류 종 구성 및 군집 구조
탐방로 유형에 따른 포유류 종별 출현 패턴의 차이를 평가하기 위해 Pearson의 카이제곱 검정을 수행하였다. 분석 결과, 탐방로 유형과 포유류 종별 출현 빈도 간에는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되었다(Table 4). 표준화 잔차 분석 결과, 담비(10.64)와 멧돼지(4.04)는 비법정탐방로에서 기대빈도보다 높은 출현을 보여 비법정탐방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출현 경향이 관찰되었다. 반면 멧토끼(9.78), 족제비(5.03), 다람쥐(3.23), 삵(3.81)은 법정탐방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출현을 보여 법정탐방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출현 경향을 나타냈다. 오소리(0.84)는 두 탐방로 유형에서 기대빈도와 유사한 출현 패턴을 보여 탐방로 유형에 따른 뚜렷한 공간 이용 편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탐방로 유형에 따라 일부 포유류 종에서 차별적인 공간 이용 양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군집 수준에서 Bray-Curtis 거리 기반 PERMANOVA 분석을 수행한 결과, 법정탐방로와 비법정탐방로 간 전체 포유류 군집 조성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p = 0.396). 또한 PERMANOVA 결과가 그룹 간 분산 차이에 의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PERMDISP 분석을 수행한 결과, 두 탐방로 유형 간 군집 분산에는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F = 0.348, p = 0.542). 이는 탐방로 유형에 따른 차이가 전체 군집 수준에서는 뚜렷한 조성 변화로 나타나지 않았으나, 일부 종에서는 차별적인 공간 이용 양상으로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nMDS 분석 결과, 두 탐방로 유형 간 출현 종 조성은 일부 중첩되는 양상을 보였으며, stress 값(0.073)은 조사지점 간 종 조성 차이가 서열화 공간에 적절하게 반영되었음을 나타낸다(Figure 4). 이는 탐방로 유형에 따라 일부 종에서 출현 빈도 차이는 나타났으나, 전체 군집 구조 수준에서는 명확한 분리가 나타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보호지역에서 인간 활동에 대한 포유류의 반응이 군집 전체의 구조 변화보다는 종별 행동 전략의 차이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선행연구의 결과와도 일치한다(Reilly et al., 2017).
SIMPER 분석 결과, 담비, 오소리, 멧토끼, 족제비, 멧돼지가 두 탐방로 유형 간 군집 차이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종으로 나타났다(Table 5). 이 중 담비, 오소리, 멧돼지는 비법정탐방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균 출현 빈도를 보여 비법정탐방로 군집 특성을 설명하는 주요 종으로 확인되었으며, 멧토끼와 족제비는 법정탐방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출현을 보여 법정탐방로 군집 차이에 기여하는 종으로 나타났다. 특히 담비는 전체 기여율이 가장 높아 군집 차이를 설명하는 핵심 종으로 확인되었다. 담비는 인간 간섭이 낮은 산림 환경에서 높은 출현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Hwang et al., 2023), 본 연구에서도 비법정탐방로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출현 빈도를 보였다. 반면 멧토끼는 비교적 개방된 서식 환경을 이용하는 종으로 알려져 있으며(Eom et al., 2023), 탐방로 주변의 개방된 공간 구조가 이동이나 먹이 활동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결과는 전체 군집 구조 수준의 차이는 크지 않더라도, 특정 종들의 차별적 공간 이용이 탐방로 유형 간 군집 패턴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 보호지역 관리에 대한 시사점
본 연구 결과 탐방로 유형에 따른 포유류 군집 조성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지만, 일부 종에서는 공간 이용과 활동 패턴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이는 보호지역 내 인간 이용이 전체 군집 구조보다는 특정 종의 행동 전략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종별 반응과 인간 이용에 따른 야생동물의 공간 이용 변화는 다양한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으며(Gaynor et al., 2018;Larson et al., 2016;Nickel et al., 2020), 보호지역 관리에서는 이러한 종별 행동 변화를 고려한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탐방객 이용이 집중되는 탐방로 주변에서는 일부 종에서 공간 이용 패턴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탐방로 이용 관리와 야생동물 보전을 동시에 고려한 관리 접근이 요구된다. 다만 본 연구는 법정탐방로와 비법정탐방로 각각 1개 조사구를 대상으로 수행되었으며, 탐방객 수 또는 이용 빈도와 같은 인간 활동량 자료를 직접 반영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탐방로 유형에 따른 차이와 조사구별 서식환경 특성의 영향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 한계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탐방로 구간을 대상으로 반복 조사를 수행하고, 탐방객 이용량(사람 출현 빈도, 시간대별 이용 패턴 등)과 야생동물의 출현 및 공간 이용 자료를 함께 분석하여 인간 활동 강도와 야생동물 반응 간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보호지역 내 인간 이용과 야생동물 보전을 균형 있게 고려한 관리 전략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