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생물다양성의 보전을 위해서 생활사에 따른 종의 생존 전략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포유류는 동면과 번식, 이동 등 생활사에 따라 서식지 선호도와 행동 패턴에 차이가 발생한다. 계절에 따른 행동 패턴의 차이는 일주기를 비롯한 온도 등의 비생물학적 요소와 개체의 내분비계(endocrine system) 변화와 서식지 내 먹이 발생량 등의 생물학적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Marques and Fȧbian, 2018;Russart and Nelson, 2018). 종의 연중 활동 주기(annual activity cycle)는 서식지 내 야생생물 사이의 상호작용을 비롯하여 인간의 활동 주기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Monterroso et al., 2018;Johann et al., 2020). 산림생태계에서 포유류의 생태적 지위(ecological niche)는 1차 소비자부터 상위 포식 자까지 다양하며, 서식지 이용 특성과 계절에 따라 종 특이적 행동 특성을 갖는다(Jones and Safi, 2011;Ogurtsov et al., 2018;Lee et al., 2019a). 따라서 포유류의 행동 특성의 이해 는 먹이원으로 이용되는 다양한 동·식물 군집의 특성을 이해 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백두대간보호지역은 국내에서 다양한 생물상이 서식하 는 지역으로 문화적, 생태적 가치의 보전을 위해 2005년에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한반도 생태계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 라고 할 수 있다(Korea Forest Service, 2020). 이러한 백두 대간은 국내에 서식하는 다양한 포유류의 주요 서식처이며, 상대적으로 인간의 개발이 적어 자연성을 잘 보전하는 지역 이다. 그러나 백두대간보호지역은 도로의 개설과 개발공사 등의 교란이 발생하고 있고, 산림 내부로 등산객을 비롯한 인간의 출입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백두대간에 서식하는 포 유류에게 교란을 야기하고 있다(Gaynor et al., 2018;Lee et al., 2019b;Chen et al., 2023).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무인센서카메라를 활용하여 백두 대간보호지역에 서식하는 포유류의 일중 활동 주기의 파악 과 더불어 등산객과의 활동 시기의 비교를 통해 인간의 활 동에 의한 백두대간에 서식하는 포유류의 잠재적 위험성의 검증을 위해 수행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시간적 규모에 따 라 인간의 활동에 따른 포유류의 잠재적 교란 위험성의 변 화를 제시함으로써 포유류 군집의 관리를 위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본 조사지역은 국립공원을 제외한 백두대간보호지역(N 36°24’~ 38°28’, E 127°28’~ 129°03’)을 대상으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수행하였다. 조사지역은 해발고도 가 134m에서 1,406m까지 다양하며 신갈나무군락을 비롯 하여 소나무군락, 신갈나무-소나무군락 등 다양한 식생군락 이 분포한다. 조사지역의 공간적 규모를 고려하여 백두대간 보호지역을 5개의 권역으로 구분하여 5년 동안 조사를 수행 하였다(Figure 1). 2015년은 백두대간보호지역의 최남단의 지리산인 천왕봉부터 추풍령까지의 권역을 시작으로 2016 년에 추풍령부터 묘적재 권역, 2017년에 묘적재부터 댓재 권역, 2018년에 댓재부터 신배령 권역, 2019년에 신배령부 터 삼재령 권역을 대상으로 조사를 수행하였다.
2. 조사분석
백두대간보호지역에 서식하는 포유류의 연중 행동 패턴 과 등산객의 이용 빈도 분석을 위해 백두대간의 주요 능선 부(ridge)에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하였다. 무인센서카메 라는 Reconyx HC600(Reconyx, USA) 53대를 설치하였으 며, 각 무인센서카메라는 일련번호를 부착하여 구분하였다. 설치된 카메라는 24시간 동안 지속해서 작동하였으며 1,081일 동안 64,776장을 촬영하였다. 촬영된 사진 가운데 40,860장은 등산객이며, 3목 6과 7속 8종의 포유류 사진이 23,916장 촬영되었다(Table 1).
무인센서카메라에 촬영된 포유류 가운데 백두대간보호 지역 내 분포범위가 넓고, 촬영 빈도가 높은 8종을 대상으로 일중 활동 주기(daily activity cycle)를 분석하였다. 일중 활 동 주기의 분석을 위해 커널 밀도 추정치(Kernel density estimate)를 분석하였다(Eom et al., 2022). 또한, 백두대간 에 서식하는 포유류와 등산객의 일중 활동 주기의 중첩 정 도를 파악하기 위해 중첩계수(overlap coefficient)를 계산 하였다. 중첩계수는 독립된 2개의 표본의 커널 밀도 추정 사이에 중첩면적을 의미하며, 계수는 0에서 1 사이의 값을 가진다(Meredith and Ridout, 2021). 중첩계수 값이 0.5 이 하면 ‘낮음’, 0.5 초과 0.75 이하는 ‘높음’, 0.75 초과는 ‘매 우 높음’으로 분류하였다(Monterroso et al., 2014). 또한, 커널 밀도 추정치 분석 시 추정값은 표본수를 고려하여 (Table 1) Δ1과 Δ4를 혼용하였다. 중첩계수의 평균과 95% 신뢰구간의 추정값은 1,000개의 부트스트랩(bootstrap) 표 본을 이용하여 계산하였으며, 모든 통계분석은 R(Ver. 4.2.1) 프로그램의 ‘overlap’ 패키지를 이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백두대간보호지역에서 무인센 서카메라를 이용한 등산객과 포유류의 일중 활동 주기를 분석한 결과 포유류의 일중 행동 주기는 등산객의 활동 주 기와의 중첩 정도에 차이를 보였다(Figure 2). 오소리(Δ4 = 0.208)를 비롯하여 삵(Δ4 = 0.323), 너구리(Δ4 = 0.238), 노 루(Δ4 = 0.458), 고라니(Δ4 = 0.402), 멧돼지(Δ4 = 0.451)의 일중 행동 주기는 등산객의 활동 주기와 중첩 정도가 낮고, 담비(Δ4 = 0.546)와 다람쥐(Δ4 = 0.666)는 등산객의 활동 주기와 높게 중첩되었다. 또한, 등산객과 포유류의 일중 활 동 주기의 중첩계수는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봄에는 노루(Δ4 = 0.697)와 고라니(Δ4 = 0.595), 담비(Δ1 = 0.605), 다람쥐(Δ1 = 0.551)가 등산객의 활동 주기와 ‘높음’ 수준으 로 중첩되었다. 그러나 멧돼지(Δ4 = 0.414), 삵(Δ4 = 0.456), 너구리(Δ4 = 0.406), 오소리(Δ4 = 0.340)는 ‘낮음’ 수준의 중첩계수를 보였다(Figure 2). 여름에는 멧돼지(Δ4 = 0.535) 와 다람쥐(Δ4 = 0.522)의 일중 행동 주기가 등산객의 활동 주기와 ‘높음’ 수준으로 중첩되었다. 한편, 노루(Δ4 = 0.427), 고라니(Δ4 = 0.419), 삵(Δ4 = 0.332), 너구리(Δ4 = 0.276), 담비(Δ4 = 0.495), 오소리(Δ4 = 0.291)는 등산객의 활동 주기와 ‘낮음’ 수준의 중첩계수를 보였다(Figure 3). 또한 가을에는 담비(Δ4 = 0.636)와 다람쥐(Δ4 = 0.755)가 등산객의 활동 주기와 중첩계수가 높았으며, 특히 다람쥐와 등산객의 중첩계수는 ‘매우 높음’ 수준을 보였다. 노루(Δ4 = 0.462), 고라니(Δ4 = 0.462), 멧돼지(Δ4 = 0.364), 삵(Δ4 = 0.403), 너구리(Δ4 = 0.121), 오소리(Δ4 = 0.173)의 활동 주기는 등산객의 활동 주기와 ‘낮음’ 수준으로 중첩되었다 (Figure 4). 겨울에는 멧돼지(Δ4 = 0.511)와 다람쥐(Δ4 = 0.795)가 등산객의 활동 주기가 각각 ‘높음’과 ‘매우 높음’ 수준으로 중첩되었다. 한편, 노루(Δ4 = 0.351), 고라니(Δ4 = 0.371), 삵(Δ4 = 0.403), 너구리(Δ4 = 0.121), 담비(Δ4 = 0.467), 오소리(Δ4 = 0.208)는 등산객의 활동 주기와 ‘낮음’ 수준으로 중첩되었다(Figure 5).
일반적으로 한반도에 서식하는 포유류는 대부분 야행성 이나 담비와 다람쥐는 주행성의 행동 패턴을 보인다. 계절 에 따라 담비는 주행성(diurnal)과 박명성(crepuscular)의 행 동을 보이며, 이는 계절의 변화에 따른 일조량의 변화와 섭 식행동의 변화에 기인한다(Oleynikov et al., 2023). 본 연구 에서도 담비는 봄과 겨울에는 주행성과 박명성의 행동 패턴 을 동시에 보이며, 여름과 가을에는 주행성의 행동 패턴을 확인하였다. 그에 따라 담비의 일중 활동 주기는 등산객의 활동과 중첩계수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다람쥐는 일반적으로 주행성의 행동 패턴을 가지며(Anderoni et al., 2021;LaZerte and Kramer, 2016), 본 연구에서도 선행연구 와 유사한 결과를 확인하였고, 그에 따라 등산객과 일중 활 동 주기와 높은 유사성을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고라니와 노루는 연중 박명성의 행동 특성을 보인다 는 연구결과가 있다(Banjade et al., 2021;Feiyan et al., 2013). 또한, 고라니와 노루는 늦은 가을에 번식기를 가진 뒤 봄부터 육아기를 가지며(Kim et al., 2011;He et al., 2016), 봄에 육아에 소비되는 에너지의 충족을 위해 섭식량 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육아기에 먹이 활동 시간이 증가한 다(Pagon et al., 2013). 또한, 고라니와 노루는 주로 주간에 먹이를 찾아 이동하며, 야간에 먹이 활동을 한다(Kim and Lee, 2011). 따라서 본 연구에서 봄에 고라니와 노루와 등산 객의 일중 활동 시간의 높은 유사성은 생활사에 따른 활동 주기의 변화가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멧돼지는 많은 선행연구에서 야행성(nocturnal)의 행동 특성을 가지며,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한 활동 주기를 갖지 않고 행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Ohashi et al., 2013;Doormaal et al., 2015). 본 연구에서 멧돼지는 야행성의 행동 특성을 보였으며, 그에 따라 등산객의 활동 주기와 중 첩계수가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겨울에는 12시에 일중 최대 활동 빈도를 보였고 등산객의 활동 주기와 ‘높음’ 수준으로 활동 주기가 중첩되었다. 이는 멧돼지의 잡식성 (omnivorous)과 더불어 겨울의 낮은 기온과 먹이량 감소에 따라 먹이 활동 시간의 변화와 더불어 인간의 간섭이 상대 적으로 낮은 백두대간보호지역의 서식지 특성이 복합적으 로 작용하여 행동 패턴에 변화를 보인 것으로 판단한다 (Johann et al., 2020).
삵을 포함한 너구리와 오소리는 야행성의 행동 특성을 가지며, 생활사에 따라 일중 최대 활동 시기가 일출과 일몰 직전으로 변화를 보이기도 하지만 야행성을 유지한다(Chen et al., 2016;Tian et al., 2022). 삵의 일중 활동 주기는 먹이원인 소형 설치류의 활동 주기에 영향을 받으며, 계절 에 따라 행동 주기가 일시적으로 박명행동을 보이기도 하지 만 야행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Choi et al.., 2019;Oh et al., 2010;Deng et al.,, 2022;Zoller and Drygala, 2013). 이러한 일중 활동 주기는 일주기와 기온 등에 영향을 받으며, 본 연구에서 삵과 너구리와 오소리는 야행성의 행 동을 보이며 봄과 가을에 일부 박명 행동을 보여 선행연구 와 유사성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너구리와 삵, 오소리는 종 특이적 행동 특서성에 의해 등산객의 활동 주기와 유사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무인센서카메라를 활용한 포유류의 활동 주기의 연구는 개체군의 생활사에 영향을 받는다(Cho et al., 2015;Chung et al., 2014;Park et al., 2021). 특히, 번식기에 개체군 크기 의 증가는 종의 활동성에 영향을 주며(Sidorchuk and Rozhnov, 2018), 계절의 변화에 따라 활동성에 차이를 보인 다(Yang et al., 2022). 본 연구에서 포유류는 종 특이적 행 동 패턴과 계절적 차이에 의해 등산객과의 일중 행동 주기 의 중첩계수에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생활사에 따 른 종 특이적 서식지 선호도와 더불어 종 특이적 행동 패턴 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본 연구 결 과는 포유류 군집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서식지 관리방안의 수립에 있어 종의 서식지 이용 특성과 더불어 인간의 간섭 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를 위해 시간적 규모를 고려한 관리 및 보전 방안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로서 큰 의미 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